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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악마는 천칭이 기울길 기다려야 한다
“선생님, 세상에 저보다 더 착한 제자가 있을까요?”
앞치마를 위로 걷어 올린 미카엘이 데미안의 아랫배 위에 적힌 숫자 7 을 손목으로 지우고는 그 자리에 숫자 8 을 적어 넣었다.
“스승님을 성심성의껏 기쁘게 해 드리잖아요? 그것도 새 자지로.”
개소리도 저 정도로 참신하면 오히려 대단하지 싶다.
고작 몇 달 전만 해도 미카엘은 짐짓 가벼운 어조로 술 한잔 마시러 가자고 하면서도 손을 바들바들 떨던 이였다. 그는 자기가 표정 관리를 잘한다고 생각한 것 같지만, 혹여 데미안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거절이라도 하면 뿌애앵 하고 울 것만 같은 얼굴로 집에 돌아가곤 했다.
‘오늘은 꼭 따먹어야지, 오늘은!’
속이는 사람만 있고 속는 사람은 없는 사기였다.
‘그래. 뭐라도 해라. 제발 시도라도 좀 해.’
얼굴 위에 속내를 선명하게 드러낸 미카엘을, 데미안은 언제나 순순히 뒤따라가 주었으니 말이다.
연상의 체면 따위가 문제인 건 아니었다. 어차피 데미안의 체면은 자기 손으로 유두를 보여 준 날에 죄다 박살 나 버렸으니.
문제는 데미안이 그보다 훨씬 연상인 데다 강하고 지위도 높다는 데 있었다.
만일 데미안이 마음먹고 미카엘에게 먼저 손을 댔다면 그는 옴짝달싹할 수 없었으리라. 그러니 데미안은 자기보다 약자인 미카엘에게 선택의 여지를 준 거였다.
하지만 미카엘은 눈으로 핥듯이 데미안을 쳐다보면서도 그에게 손을 뻗을 용기를 내지 못해서 데미안은 팔자에도 없던 유혹을 다 해야만 했다.
툭하면 중심부가 부푸는 걸 보면 거세된 채로 되살아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미카엘은 늘 실속 없는 대화만 나누고는 데미안을 고이 신전에 데려다주고는 했다.
미카엘이 신전에서 나가 살겠다고 했을 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데미안이었으나 한편으론 편하게 섹스할 장소가 생긴 거니 잘됐다고 생각했는데 미카엘은 그 집으로 데미안을 부른 적도 없었다.
아니, 왜?
심지어 데미안이 집들이 핑계를 대며 아파트에 찾아갔을 때도 미카엘은 저녁을 만들어 주고는 데미안을 신전에 데려다주었다.
대체 왜!
대천사보다 자제력이 강한 가짜 악마는 온갖 독이며 유해 물질을 먹어도 아무 소용이 없는 데미안이 술에 취한 척까지 해주고 나서야 동정을 뗄 수 있었다. 그러니 그건 모두 데미안 덕분이었다.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두었다면 미카엘은 허구한 날 데미안에게 밥 사 주고, 차 사 주고, 술만 사 줬을 테니 말이다.
그러던 미카엘이 이제 자연스럽게 저열한 농을 건네고 데미안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그의 바지 속으로 손을 밀어 넣는다.
뭐든 시작이 어렵지, 익숙해지는 건 금방이다.
제 얼굴에 연신 입맞춤을 하며 아랫배를 지분거리던 미카엘이 벌겋게 피가 몰린 귀두를 젖은 입구에 비벼 대자, 가슴팍을 위아래로 달싹거리던 데미안이 그의 옆구리를 발뒤꿈치로 툭 찼다.
“침실로 가는 거 아니었나?”
데미안의 발목을 한 손으로 쥔 미카엘이 자연스레 아래를 가리려 드는 다리를 좌우로 벌리며 말했다.
“일단 한 번 싸고 나서요.”
“그 말은 아까도 했는데. 일곱 번이나.”
“그럼 열 번 채우죠.”
미카엘이 온 체중을 앞으로 실으면서 깊숙이 삽입하자, 뚜둑 하고 여린 살이 찢어지는 느낌에 데미안이 입술을 짓이기면서 고개를 뒤로 젖혔다. 저절로 힘이 들어가는 곳을 억지로라도 이완시키지 않으면 미카엘이 아프다고 또 찡찡거릴 터였다.
“으읏, 데미아안!”
자기 몸을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미카엘이 제 자지를 잘라먹을 생각이냐고 짱알거리며 데미안의 뺨을 마구 깨물었다. 아니, 그 아끼는 걸 자기 손으로 잘라 버렸을 정도니 그래도 가장 아끼는 건 역시 데미안이겠지.
그 데미안이 비록 지금은 고양이 껌으로 전락했지만.
“안, 하아, 안 조였어.”
몸이 지나치게 빨리 치유되는 것도 문제였다.
아예 삽입한 채로 있는 게 아니라면 마치 섹스한 적 없다고 시치미를 뚝 떼는 것처럼 입구가 곧바로 딱 다물려 버렸으니.
“후…… 선생님이야말로 할 때마다 새것이었네요.”
송골송골 땀이 맺힌 이마를 찌푸린 미카엘이 숨을 고르면서 데미안의 허리를 제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커다랗게 부푼 성기가 안을 난폭하게 긁고 빠져나가자, 굵은 핏줄에 달라붙었던 체액이 후두둑 밖으로 떨어져 내렸다.
“누가 쓴 흔적이 역력한데 새것이라니. 정말 재미있지 않나요?”
일부러 데미안이 좋아하는 곳을 피해 애먼 곳을 느릿하게 찔러 대자, 데미안이 갈라진 저음으로 그르렁거렸다.
“네가, 쓴 거잖아.”
“알아요.”
미카엘이 조금씩 벌어지는 구멍 안으로 음낭까지 욱여넣을 기세로 아득바득 아랫도리를 밀어 넣자, 데미안이 반사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
“향유, 흣…… 향유를 샀다고 하지 않았나?”
근데 네가 그걸 쓰는 걸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은데, 개새끼야, 라는 말을 아주 점잖게 표현한 거였다.
데미안은 고통에 익숙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통을 즐기진 않았다.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선생님.”
완전히 데미안의 몸 위에 올라탄 미카엘이 그가 뒷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한 손으로 데미안의 뒷머리를 감싼 채 말했다.
“다른 물질 따위가 당신 몸 안으로 흘러든다고 생각하니 열 받잖아요?”
그럼 밥도 해 먹이지 말아야지, 미친놈아. 닭고기, 소고기, 말고기가 내 몸 안으로 들어가는 건 그냥 꼴리기만 하고?
데미안이 말없이 자신을 노려보자, 미카엘이 해사하게 웃으며 그의 얼굴에 간지러운 입맞춤을 퍼부었다.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자구요.”
하도 관계를 맺을 때마다 데미안이 피를 흘린 탓인지 이제 미카엘은 그의 피 냄새만 맡아도 아랫배가 욱신거리면서 흥분되었다. 절로 등허리가 움찔거리면서 앞에다 중심부를 갖다 박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다.
“읏, 그렇게 천천히 하지 좀 말라고 했, 헉! 읏, 했을 텐데!”
하지만 난폭하게 허리를 흔들진 않았다. 뜨거운 희열에 눈이 돌아간 데미안이 미간을 일그러뜨린 채 헉헉거리는 걸 최대한 오래 보고 싶었으니까.
아, 이 음란하면서도 금욕적인 남신의 얼굴만 봐도 미카엘은 수십 번은 사정할 수 있었다.
“쉬, 착하죠. 데미안. 화내지 말아요. 당신이 언제든 날 홧김에 죽여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구요.”
조곤조곤한 속삭임은 언뜻 애원처럼 들렸지만, 실제로는 협박이었다.
지나치게 강하여 상대가 신이 아니고서는 온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도 못하는 대천사는 그 지적에 바로 겁먹고 조개껍데기 속으로 들어가 숨을 죽였다.
미카엘은 평생 자기를 이길 수 없는 데미안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그의 강인한 목과 어깨, 그리고 손에 연거푸 입맞춤했다.
하지만 불만이 커지는 걸 내버려 두는 것도 좋지 않았기에 이번엔 데미안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그를 안았다.
굵은 귀두로 입구를 얕게, 느릿하게, 부드럽게 비비는 대신 단번에 뿌리까지 쑤셔 넣었다가 난폭하게 기둥 중간까지 빼내며 거칠게 피스톤질했다. 그가 좋아하는 곳을 두세 번에 한 번씩 세게 짓이기듯이 찌르고 압박했다.
데미안이 허락하지 않으면 상처조차 입힐 수 없는 성체(聖體)를 추잡한 성기로 유린하면서 미카엘은 입맞춤만큼은 부드럽게 했다. 응석을 부리듯이 아랫입술을 쪽쪽 빨고 잘근잘근 깨물었다.
“아, 나의 신…….”
뒤통수를 잡아채는 듯한 강렬한 쾌감에 눈가가 뜨겁게 달아오르자, 미카엘은 어깨를 숙인 채 데미안의 도톰한 입술 위로 얼굴을 갖다 댔다. 그의 신은 금방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사도가 바친 눈물을 기꺼이 삼켜 주었다.
신에게 눈물을 바치며 미카엘은 그의 안에 뜨거운 정욕을 토해냈다. 데미안 또한 절대로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어린 사도의 등허리를 다리로 감싼 채 그의 배 위에 정염을 뿜어냈다.
“절 천국으로 데려가 주세요…….”
미카엘이 가슴팍에 이마를 비비며 속삭이자, 데미안이 그의 뒷머리를 커다란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래. 그럴 거야.”
거친 손길과 달리 이마에 입을 맞춰 주는 입술은 더없이 자애로웠다.
“내가 널 위해 하지 못할 일이 무어 있을까.”
두 눈을 내리감자, 작은 새와 같은 맑은 목소리로 절 부르며 허리춤에 답삭 매달리던 어린 미카엘이 떠올렸다.
당시 데미안은 입버릇처럼 “죽일 테면 죽이라지.” 하고 말하곤 했다. 그 말은 허세가 아니라 진실이었다. 데미안에겐 소중한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잃을 것도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왕자인 그를 발로 차서 제게서 떨어뜨리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차가운 눈길로 어린것을 내려다보면서 데미안은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못했다. 그는 그저 이 귀찮은 애새끼를 목 졸라 죽일 수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났을 뿐이었다.
엉덩방아를 찧은 채 멍한 얼굴로 데미안을 올려다보던 어린 왕자는 금세 해맑게 웃으면서 그에게 도로 달라붙었기에 데미안은 그가 상처받았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상처받은 건 미카엘이 아니었다. 데미안이었지.
그가 어린 왕자에게 했던 짓은 결국엔 죄다 그 자신에게 돌아왔다. 로다나교 식으로 말하자면 업보였다.
사랑은 단순히 한 사람을 아끼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후회하게 하고 참회하게 했다.
“아, 딱딱한 바닥 위에서 했더니 엉덩이가 빨개지셨네요. 불쌍해. 누가 이랬어요?”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만능은 아니었기에 짜증나고 열 받는 것까지 막아 주진 못했다.
참회는 참회고 성질나는 건 성질나는 거지.
“선생님, 저도 눈물을 마셔 보고 싶은데 좀 우시면 안 돼요? 제가 눈물이 날 때까지 꼬집어 드릴게요.”
지랄도 가지가지 한다.
지금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완전히 열두 살 때로 돌아온 것 같은데 슬슬 발로 좀 차도 아무런 타격이 없지 않을까?
아, 몸이 연약하지.
미카엘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가 되고 싶었는데, 거의 그런 존재가 되고 나자 이젠 미카엘 때문에 열 받는다.
뭐 이런 아이러니가 다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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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데미안의 사용 스킬
-성력 주입
-심판
-부정 정화
미카엘의 사용 스킬
-꼬집기
-깨물기
-잔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