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죽여줘, 내가 세상을 멸망시키기 전에 (40)화 (40/80)

40. 왜 여태 귀환하지 않은 건가요?

지하는 수상쩍었다.

아니, 그 정도로는 표현이 부족할 만큼 괴이했다.

천장까지 솟은 얼음벽은 반대편이 비쳐서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웠고, 수백 개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울이 사방에 즐비해 있었다.

거울 너머로 상이 수십 갈래로 쪼개졌다.

마치 다른 차원에 먹혀 버린 것처럼 시야가 자꾸만 이지러졌다.

더구나 거울에 거울이 비치며 공간이 자꾸만 팽창해서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아무리 나라도 달걀귀신을 이렇게 많이 보는 건 좀 그런데.’

불유쾌한 장소도 문제였지만, 바깥에서는 조금 불편하고 말았던 안면인식 저항 디버프가 이곳에서 파격적인 정도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거울과 거울이 반사되고 눈코입이 없는 남자들이 수백으로 불어나 있었다.

마치 얼굴 없는 군중 사이에 홀로 덩그러니 떨어진 기분이랄까?

※불쾌한 광경을 목격하셨습니다. 해당 상태가 지속되면 정신력이 하락할 수 있습니다. 1/6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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