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꼭 있는 것들은 그게 소중한 걸 몰랐다.
하스칼은 악마 주제에 약속만큼은 철저하게 지켰다.
물론 나와 합의된 약속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윽, 헉! 크읏, 아!”
삐걱삐걱 불안한 소음이 울렸다.
이러다 의자가 망가지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놈은 내 몸을 들었다 놓으면서 자꾸만 들썩거렸다.
안쪽을 넓히고 싶었는지 부러 멀리 빼지도 않았고.
가장 깊이 침범해 연달아 쑤석였다.
그때마다 망가진 내 성기에서 뭔가가 픽픽 뿜어져 나왔다.
마력은 자꾸만 차올라서 어느새 734라는 숫자까지 올라 있었다.
그만큼 정력도 올랐을 텐데 왜 나는 이렇게 죽을 것만 같은지 모르겠다.
“허억…!”
그렇게 내가 고통 속에서 한 다섯 번쯤 절정에 다다랐을까.
고개가 뒤로 훅 꺾였다.
매달릴 수조차 없이 기진해져서 더는 몸을 가눌 수가 없게 된 까닭이었다.
그러자 하스칼은 이미 제 모양대로 새겨졌을 성기를 쑥 뽑아냈다.
“하아악!”
귀두가 구멍 끝을 벌리고 모두 튀어나오자 반쯤 자지러지며 후들후들 떨었다.
잘고 빠른 속도로 쳐올리다가 갑자기 몽땅 빼내니 정신을 차리기 어려운 쾌감 속에서도 더럭 겁부터 났다.
녀석이 내 몸을 탐하기 시작한 뒤로 이렇게 성기를 모두 뽑아냈을 때는 반드시 죽음의 고통과도 같은 쾌감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불안함을 감지한 내 예상대로 하스칼은 내 허리를 감아 올리더니, 저가 사인하던 서류를 모두 밀어 버리고 책상 위에 엎어뜨렸다.
그간 책상에 엎드려 본 적은 없었지만 원래 이렇게 발끝이 간당간당하게 닿을 정도로 높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리석이 내가 싸지른 물 때문에 한없이 미끄러웠다.
이미 종아리에는 힘이 없고, 허벅지는 잔 경련으로 근육이 움찔대고 있어 다리로서의 기능을 잃고 몸을 지지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상체만 책상에 붙인 채 거의 매달려 있었다.
제대로 된 지지대 없이 불안하게 엎어진 와중, 하스칼이 내 엉덩잇살을 벌리고 구멍을 문지르는 게 느껴졌다.
이제는 수치심이고 뭐고 남지도 않았다.
그저 짜르르 올라오는 쾌감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쯧. 어떻게 되먹은 구멍인지. 그렇게 오래 먹여줬는데도, 빼내자마자 닫히잖아.”
녀석의 말과는 달리 손가락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구멍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면서 내벽의 사이즈를 체크하듯 이곳저곳으로 늘여 대는데, 그때마다 배 속에 고여 있던 녀석의 정액이 꿀렁꿀렁 새는 게 느껴졌다.
허벅지 안쪽으로 흘러내리는 끈끈한 느낌에 끙끙 앓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다리를 맞붙이려고 흐느적댔다.
그러자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서는, 더 많은 정액을 왈칵 쏟아 냈다.
“왜 자꾸 다 흘리는 건지 모르겠네.”
하스칼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정액을 쓸어 모아 다시 구멍으로 처넣었다.
그 바람에 더 많은 체액이 뿜어져 나왔지만 말이다.
“허으윽!”
강한 쾌감으로 미친 듯이 콱콱 때려 넣는 것도 죽을 것 같았지만 이렇게 자잘한 자극으로도 내 몸은 저릿한 전류를 자꾸만 흘려보냈다.
보통 이 지경으로 감각이 반복되면 촉감의 역치가 떨어져도 진작 떨어져야 할 텐데 오히려 차곡차곡 쌓이기만 했다.
시스템이 대체 내 몸에 무슨 짓을 해 놨는지 알 수가 없었다.
“으….”
나는 책상 위를 박박 기어서라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럴 힘도 없어서 몸만 벌벌 떨어 댔다.
그러자 오닉스가 웃음기가 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폐하께서 먹여주신 걸 어떻게든 삼켜 보겠다고 조붓하게 오물거리는 것 좀 보세요. 그게 꼭 고집부리는 용사님처럼 사랑스럽지 않나요?”
“아직도 너무 좁아. 그렇게 조일 거면 흘리지나 말든가.”
“저런. 슬라임이 상해서 제대로 일을 안 했나 보군요. 아니면 폐하의 좆 때문에 안에서 짓눌려서 터져 죽은 게 아닐까요?”
오닉스는 슬라임의 위치를 찾으려는 듯, 엎드려 있는 내 요추 어딘가를 짚었다.
그러자 찌릿하고 흐르는 감각에 내 몸이 절로 덜컹거렸다.
“음? 여기가 좋아요?”
오닉스는 뜻밖의 지점을 발견했다는 듯 같은 곳을 더듬었다.
나는 다시금 척추를 타고 찌르르 솟구치는 감각에 입술을 짓씹었다.
“흐윽…!”
“용사님은…, 정말 알기 쉽네요. 좋은 곳을 눌러주면 향긋한 냄새가 더 짙어지는 거 알아요? 하아. 저도 이럴진대, 다른 악마들은 어떻겠어요.”
오닉스는 부러 들으라는 듯, 바닥에 고인 물 위에서 차박차박 발장구를 쳤다.
“어쩐지 집무실에 오는 동안 하급 악마들이 서로를 잡아먹고 있더라니. 용사님 냄새에 다들 발정해서 그랬나 봐요.”
오닉스는 내가 느끼는 지점을 슬금슬금 피해서 일부러 그 주변을 만지작댔다.
그때마다 나는 끙끙대며 앓는 소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 자극은 뭐랄까.
재채기 같은 간지러움이라 도저히 견뎌 내기 어려웠다.
“냄새, 더 뿜어 볼래요?”
오닉스의 검은 눈이 반짝 빛났다.
녀석은 혀를 느른하게 훑으며, 마치 내 성기에 막대를 끼워 넣던 표정으로 내 귓불을 쓰다듬었다.
“그만. 이 정도면 됐으니 보고 끝났으면 이만 나가.”
하지만 한창 흥이 올랐을 때 오닉스가 끼어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하스칼은 그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폐하…. 정말 너무하세요. 제가 그렇게 공을 들여 용사의 몸을 열었는데, 이렇다 할 보상도 없이 쫓아내시다니요. 제 충정을 봐서라도 상을 내려 주셔야죠!”
그러자 오닉스는 마치 상처 되는 막말이라도 들은 양 서러운 목소리를 흉내 냈다.
“상으로 영원한 안식을 내려 줄까? 심심하지 않게, 옆에다 휴고의 목도 같이 매달아 주지.”
“세상에, 폐하께서 심심한 농담도 하시게 되고. 용사의 애교가 하스칼 님 마음을 살살 녹였나 보네요. 하지만 상식적으로 악마 중에 죽고 싶은 얼뜨기가 어딨겠어요? 그런 건 상이 될 수 없답니다.”
“…….”
“아. 용사님은 예외에요.”
“…….”
“음. 상식적이라는 말도 취소.”
어쩐지 두 번 죽인 것 같은 소리에 나는 이만 득득 갈았다.
“많은 걸 바라진 않을게요. 그냥 지금처럼 폐하의 식사 시간에 함께하게 해주세요.”
“걸리적거리니까 나가.”
“어차피 용사님 정기를 이렇게 흘려 버리실 거면, 상으로 제게 내려주셔도 괜찮잖아요.”
“오닉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말을 안 듣지? 내가 기어이 새로운 대공을 찾아야겠어?”
“하지만 폐하, 제가 필요하실 텐데요.”
“네 쓸모는 끝났어.”
“그렇지만-”
오닉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 퍼석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엎드린 채라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등 위로 은은한 살기가 내려앉자 쭈뼛 소름이 돋았다.
갑자기 분위기가 살벌해졌음에도 오닉스의 주둥이는 그에 굴하지 않고 나불나불 다시 입을 열어 댔다.
“우리 용사님이 곧 죽게 될 텐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아, 시체에다 박으시려나.”
“밥 좀 먹였다고 죽을 거면 진작 죽었을 거다.”
“아. 물론 복상사도 걱정되기는 하는데….”
오닉스는 말끝을 흐리는 척, 시간을 끌었다.
“그보다는 돌연사가 더 빠를 것 같아서요.”
오닉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몸이 벌러덩 뒤집어졌다.
“흐읏…!”
“어디. 없어진 곳은 없는데.”
하스칼이 눈으로 내 몸을 훑는 게 느껴졌다.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내 손가락을 들어 하나하나 살폈다.
팔을 돌려 가면서 앞뒤로 살피기에 덩달아 나도 내 손이 멀쩡하게 잘 붙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트를 쥐어뜯고 긁었어도 내 손톱까지 멀쩡한 걸 보면 저주가 대단하긴 한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던 오닉스는 작게 웃더니 책상을 빙 돌아 내 머리맡에 섰다. 그러자 머리 위로 어둑한 그림자가 내 상체를 온통 집어삼켰다.
본의 아니게 두둑하게 부어오른 녀석의 사타구니를 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오닉스는 그런 내 눈썹을 톡 하고 건드렸다.
“그런 겉모습보단, 속을 봐야 한답니다. 용사님 눈 색이 또 달라지고 있거든요.”
오닉스의 말에 하스칼은 잡고 있던 내 손을 툭 떨어뜨렸다.
그러더니 놈이 내 무릎을 벌리고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자연스럽게 녀석의 성기가 내 음부를 문지르자, 또 개처럼 박아 대려는 것 같아 반사적으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녀석은 그것보다는 내 눈 사정이 궁금한지, 고개를 숙여 얼굴을 살폈다.
오닉스는 그런 하스칼에게 연구 샘플을 보여주듯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이것 보세요. 왼쪽 눈은 빨간색으로 예쁘게 안착했는데, 오른쪽 눈동자 속에 금색 기운이 일렁이고 있는 거. 폐하가 아낌없이 베푸신 정기 덕이면 양쪽 눈이 물들어야 할 텐데 한쪽으로만 쏠리고 있잖아요.”
“그게 왜.”
“신체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뜻인 거죠. 조금 더 두면 마력이 몸을 공격하다가, 펑! 아시죠?”
나는 내 눈을 들여다볼 수 없어서, 녀석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시스템이 말한 신체 변이가 일어나고 있구나 하고 짐작할 뿐이었다.
하지만 오닉스는 무슨 중대한 이야기라도 하듯 목소리를 은밀하게 낮췄다.
“단순히 용사한테 밥만 먹였으면 이렇게 침식이 빠르지 않았을 텐데.”
그 목소리를 내는 입이 의미를 알 수 없게 일그러졌다.
“혹시, 그걸 먹이셨나요?”
* * *
그 말을 마지막으로 두 악마가 돌연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아니, 정확하게는 내가 하스칼의 침실로 이동된 모양이었다.
뭔가 중대한 대화를 놓쳤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남는 한편,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옥에 오고 난 뒤, 이렇게 온전하게 혼자 남게 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흐읏….”
나는 후들후들 떨리는 몸을 다독이고는 애써 힘을 줘 일어났다.
깨끗하게 갈린 시트 위로 다시 질척한 체액이 쏟아지는 감각이 끔찍했지만, 이 또한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더러워진 시트라면 수건 대용으로 써도 괜찮겠지.
나는 시트를 둘둘 감아 엉망인 몸을 대강 쓸어 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창문…은 당연하게도 열리지 않고.
문…도 역시 열리지 않겠지.
근처 액자를 뒤집어 보고 휘장을 걷어 봤지만, 비밀 통로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았다.
‘아무렴. 악마 놈들이 그렇게까지 멍청하겠어.’
어차피 옷도 없었고.
이런 몸으로 빠져나가 봐야 오래지 않아 붙잡힐 테니 그 또한 가볍게 포기했다.
그래도 무기 삼을 만한 건 있지 않을까 싶어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날카로운 건 다 치웠는지 보이지 않았고, 깨트릴 거울조차 없었다.
마왕 놈은 그 얼굴을 하고도 거울 없이 잘만 사는구나 싶었다.
아마 나였으면 매일 거울이나 들여다보며 살았을 텐데.
꼭 있는 것들은 그게 소중한 걸 몰랐다.
나는 고개를 흔들고는, 창가에 얼굴을 비춰 보았다.
오닉스가 말했던 눈 상태가 어른어른 보이는 것 같았다.
하스칼의 눈에서 봤던 것처럼 노란 연기 같은 게 내 홍채 속을 천천히 부유하고 있었다.
‘나한테 뭘 먹였냐고 했지. 그게 뭔가 중요한 건가?’
혹시 악마 놈들에게 약점이 될까 싶었지만, 그런 중요한 걸 애완동물처럼 생각하는 인간에게 줄 것 같진 않고.
혹시 새로운 저주인가 싶어 시스템 창을 불렀다.
‘사용자 정보.’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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