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착광공 길들이기-131화 (131/154)
  • #131

    “사랑하면…… 다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사랑?”

    서의우가 어렴풋이 되물으며 잿빛 동공을 치떴다. 펼쳐진 그의 속눈썹에 긴 그림자가 걸렸다. 높은 콧날에서도 사선으로 음영이 떨어져 흰 낯에 입체감을 더했다.

    “그래, 사랑……. 좋아하는 감정만으로 끝나는 건, 소꿉장난에 불과합니다. 사실은, 사랑하는 게 연애고. 사랑은…… 단 한 순간도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거라고…….”

    “…….”

    “서의우, 넌, 무너졌다고 말했지. 괴물이 된 것 같다고.”

    “…….”

    “난 이미, 셀 수도 없이 무너져 봤는데…… 끅.”

    그때, 서의우 씨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 줄 기회를 놓쳤을 때, 사실 권재진은 그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었다.

    “그래도, 멈출, 생각 없습니다. 우리 관계를.”

    “…….”

    “망칠 생각도, 없고.”

    “…….”

    “너는? 읏, 넌 이제 어쩔 건데…….”

    여기서 멈춰 버릴 건가?

    아니면 망쳐 버릴 건가?

    이 관계를, 어떻게…….

    권재진이 턱을 부르르 떨었다. 슬슬 말초신경이 저리기 시작했다. 서의우의 손아귀에 붙들린 목이 졸려 폐에 숨이 고루 통하지 않았다. 이제 곧 꺽꺽댈 것 같았다. 그런 뒤에는 또 기절할 것 같았고…….

    ‘이런 식이면, 픽픽이 맞네, 씨…….’

    재진이 속으로 쓴웃음을 삼키며 생각했다.

    하필 타이밍이 나빴다. 서의우가 제정신인 상황에 말했어도 난리가 났을 문제를 하필 그가 커다란 힘을 소모하고 불균형한 상황에 논하다니…….

    “……나는.”

    흉흉하게 날뛰는 세찬 이능의 폭풍우 속에서, 서의우가 광기 어린 눈을 빛냈다. 에스퍼의 본능이 이성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난…….”

    “으윽…….”

    서의우는 말을 채 잇지도 못하고 눈동자를 희번덕거리다가, 그대로 권재진을 덮쳐 눌렀다.

    입술을 물어뜯고 짓씹으면서 정신없이 권재진을 헤집었다.

    목을 잡아 조르던 손이 가슴을 할퀴며 내려갔고, 흉부를 조이는 가죽 하네스에 이르렀다.

    신기하게도, 그의 손끝이 닿자 두꺼운 하네스가 칼로 잘린 것처럼 우드득 끊어졌다. 전투복도 마찬가지였다. 과일 껍질 벗겨지듯 옷자락이 뜯겨 나갔다. 가슴 옆통과 밑가슴 아래쪽에 하네스에 조인 붉은 흔적이 드러나 보였다.

    서의우가 옷깃 안쪽으로 격렬하게 손목을 비집어 넣었다. 그는 지금 당장 권재진과 닿지 않으면 미쳐 버릴 것처럼 보였다.

    “……나, 모르, 모르겠어요. 이딴 게 연애라고? 사랑……?”

    서의우가 권재진의 피부에 달라붙었다. 흘린 땀이 식어서 끈적했다. 붉은 자국 진 가슴부터 옆구리까지 닥치는 대로 성마르게 쓸어 만지면서 그가 처참하게 소리쳤다.

    “이건, 이건 정말, 악질이잖아요!”

    그의 외침과 함께 펑, 하고 어디선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온수 배관이 터진 것인지 천장에서 물줄기가 질질 새기 시작했다. 서의우가 발산하는 난폭한 이능을 견디지 못한 모양이었다.

    서의우가 끅끅대며 멋대로 날뛰는 힘을 통제하려 애썼다. 일그러진 그의 얼굴이 심각했다. 이러다간 지하 벙커까지 무너질 것 같았다. 권재진이 힘겹게 서의우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래, 악질, 맞습니다. 당연히 그렇다고…….”

    가이딩 할 수 있도록, 그의 손이 아랫배 밑까지 닿게끔 내리 끌었다.

    “너는, 내가 너 죽이고 싶다고 말했던 건, 기억도 못 해?”

    “뭐, 어…….”

    “서의우 너, 씨발 새끼…… 개새끼라고 욕했던 건?”

    “…….”

    “배 속에 좆자지 처박혀서 오줌 싸지르는 걸……. 너는 그럼, 씨발, 내가…… 배알도 없는 새끼라 여태 그냥 참고 넘어가 주는 줄 알았어……?”

    권재진이 새파란 눈을 빛내며 서의우를 직시했다.

    아랫도리에 손이 닿은 것뿐인데 발끝까지 홧홧했다. 겉가죽 위에서부터 안쪽까지 찌르르 전기가 통하는 것 같았다.

    요동치는 서의우에게 권재진도 함께 휩쓸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원래, 사랑이 좆같습니다. 그래도 뭘 어떡할 건데…….”

    “재진 씨…….”

    “어? 어떡할 거냐고……. 내가 계속 묻잖아.”

    사실, 답은 하나뿐이 없다.

    권재진처럼, 서의우도 어느덧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렸으니까.

    이미 발을 빼긴 늦었다.

    “……윽.”

    이를 악문 서의우가 권재진의 하의를 찢어발기다시피 벗겨 내고 허벅지를 벌렸다. 권재진은 갈라진 바닥에 누워서 저항 없이 무릎을 세웠다. 서의우가 고통스럽게 신음했고, 손을 덜덜 떨며 제 앞섶에서 좆몽둥이를 끄집어냈다.

    벌겋게 익어서 좆물을 흘리는 자지가 퉁 튕겨 나왔다. 그는 이미 희뿌연 액을 개처럼 질질 싸지르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거대한 짐승 좆을 권재진에게로 가져 대면서 서의우가 흐느꼈다.

    그의 회색 눈동자에 투명한 물기가 맺혀 막을 이루고 있었다.

    “나, 흐으, 큿…… 재진 씨를 원해요.”

    좁다란 엉덩이골에 툭 불거진 선단부가 닿았다. 우묵한 구멍에 대고 미끄덩한 좆물을 흘리며, 서의우가 두서없이 뇌까렸다.

    “재진 씨 때문에 환장하겠어요……. 알아? 난, 권재진이랑 온갖 걸 다 해 재끼고 싶어요. 재진 씨랑 연애하는 거, 사귀는 거, 그리고, 또…….”

    성난 귀두가 간헐적으로 꺼떡거리면서 오므라든 구멍을 철썩철썩 때렸다. 끈적한 정액이 주변부를 적셨고, 점액질 끈이 생기며 좆머리와 회음을 연결했다.

    “내 밑바닥에 깔린 저열한 짓거리, 재진 씨가 치를 떠는 온갖 추접하고 더러운 짓, 다 하고 싶어요. 내가 싸지른 씹물은 죄다 재진 씨 뒷구멍에 넣어 주고, 재진 씨가 싸지른 건 내가 다 빨아 먹을 거예요!”

    “너, 헉…….”

    “재진 씨 온몸에서 내 냄새가 풍겼으면 좋겠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귓등, 콧등, 손등, 발등, 한 구석도 빼놓지 않고 자지 헐 때까지 비벼 대면 내 거 냄새가 조금은 배지 않을까요? 응?”

    “…….”

    “그래, 이젠 나도 똑똑히 알아요. 나 변태 새낀 거. 미친 새낀 거! 내가 온갖 개 같은 짓 해 대도, 재진 씨가 받아 주는 게 사랑 때문인 거면…… 그런 거면, 알았어요. 나도…… 나도 해 볼게요.”

    사랑이라 정의되는 강력하고, 난해하고, 비논리적인 감정의 끝자락을,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서의우가 맹렬하게 움켜쥐었다.

    “그 좆같다는 거, 재진 씨랑 하겠다고요!”

    그 순간, 짜릿한 전율이 서의우의 등줄기를 타고 올랐다.

    어떤 확신이 요란스레 종을 울렸다. 이제야 연애의 본질이자 핵심에 다가서기 시작했다는 확신이었다.

    “사랑해요.”

    벌어진 골반을 잡아 쥔 서의우가 구멍에 대고 허리를 짓쳐 올렸다. 앞뒤 가릴 것도 없이 좆머리가 푹 처박혔다.

    “헉! 흐아…….”

    권재진의 배에 그의 모양대로 길이 나 있는 이정표를 따라 거칠게 파고들었다.

    “재진 씨가, 아니었으면, 난 절대로…… 이딴 짓 할 일 없었어요. 정말이야!”

    “아, 악! 천, 천히, 천천히 좀…….”

    “재진 씨니까, 권재진이니까! 하는 거예요. 어? 알겠어요?”

    서의우가 권재진의 젖판에 입술을 찍어 누르며 물었다. 위로 치켜뜬 눈매가 진지하고 매서웠다.

    “흐, 윽! 응!”

    재진이 밀려드는 세찬 압박을 받아 내며 끙끙 앓았다. 시작부터 무자비하게 처박히는 건 오랜만이라 죽을 것 같았다. 재진이 퍼들퍼들 경련하며 서의우의 어깨에 팔을 걸었다. 미끄러지는 손에 힘을 주고 서의우에게 매달렸다.

    권재진도 서의우에게 똑같은 말을 돌려주고 싶었다.

    “……나도, 씨발……끄으! 너 새끼니까 하, 하는 거야…….”

    서의우가 권재진을 추슬러 안고 허리에 팔뚝을 단단히 둘러 안았다. 두 사람은 이미 바짝 붙어 엉킨 자세였는데도 더 다가서려 했다. 좁혀지는 건 몸의 거리가 아니라 마음의 거리였다.

    허리가 들렸고, 삽입도 깊어졌다.

    권재진은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어떻게 꿰뚫리는지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번에 또 뒷구멍이 찢어질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렇지만 그조차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아릿한 둔통과 더불어 뱃속을 가득 채우는 충족이 일었다.

    갈라진 바닥과 무너지는 천장, 터져 버린 온수 배관으로 난장판인 지하 벙커에서 엉망으로 처박히고 있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거부감이 없었다. 심지어 목을 졸렸고, 그 흔적인 손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도 그랬다.

    허공에 뜬 골반이 퍼들퍼들 떨렸고, 뾰족하게 세운 무릎이 점점 벌어졌다. 서의우에게 짓눌려 온몸이 열리는 것 같았다.

    “아, 아!”

    언제 입을 맞췄는지 모르게끔, 서의우가 벌어진 재진의 입 안에 혓바닥을 밀어 넣었다. 그는 흐르는 재진의 신음을 혀로 감으며, 입천장을 핥았다. 오돌토돌한 부분이 집요하게 핥아지자 쾌감이 솟았다. 혀끝이 말리고 의식이 붕 뜨는 것처럼 옅어졌다.

    골수까지 저릿한 가운데, 으르렁대는 서의우의 물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해……. 재진 씨는 이제 나만, 나만 사랑하는 거예요. 이것만은 양보 못 해.”

    “으흑…….”

    “갑자기, 씨발…… 어떤 잡놈 새끼들 가이딩 하고 싶다는 것처럼, 다른 새끼 사랑한다고, 마음 바뀌었다고, 그러기만 해……. 그 새낀 진짜 죽일 거야……! 재진 씨 보는 앞에서, 목하고 머리통 팔다리 따로따로 분리해서, 분쇄육으로 만들어 크리처 먹이로 던져 줄 거예요……!”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