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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광공 길들이기 (121)화 (121/154)
  • #121

    서의우는 잠깐도 멈추지 않고 무자비할 정도로 박아 대면서 권재진을 계속 사정하게 만들었다. 힘 조절할 생각도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두툼한 귀두로 있는 힘껏 배 속을 휘젓고, 진탕 찔러 마구잡이로 들쑤셨다.

    “좋아해요, 재진 씨. 헉, 재진 씨 손…… 내 거예요.”

    “응, 윽! 아학!”

    “눈도 내 거. 다…… 권재진 뼈 한 조각까지 다 내 차지라고요!”

    “아, 아파! 자, 까, 으흑! 응!”

    권재진이 두 차례나 연달아 사정했는데도 서의우는 쉬지 않고 들이박았다. 물처럼 말간 정액이 주르륵 흘렀고, 종국엔 아무것도 나오지 않게 되었는데도 멈춰 주지 않았다. 결장 안쪽까지 꿰뚫어서 노골적으로 영역 표시를 남겼다.

    여기는 서의우만 닿을 수 있는, 서의우의 것이라고.

    권재진은 서의우 뿐이라고.

    속살만이 아니었다. 키스하고, 혀를 빨고, 권재진의 온몸 살갗에 붉은 흔적을 남기며 서의우는 이 자국이 영원히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문신처럼.

    아니, 아예 권재진의 가슴 속에 자리한 불완전한 핵에 제 이름 석 자를 새겨 버리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다.

    그의 뱃속에 도사리고 있던 질척한 감정은 집착이나 구속, 소유욕 혹은 독점욕 따위의 단어로 정의되는 것이었다.

    서의우가 둘로 나누어 분별해 둔 연정, 욕정과 같은 가지에서 뻗어 나왔지만, 뚜렷하게 결이 다른 감정.

    그 이름은 치정이었다.

    ***

    권재진은 오래간만에 열상을 입었다. 무려 넉 달 만이었다.

    서의우가 지나치게 처박아 댄 끝에 아랫구멍이 찢어졌다. 첫 시작부터 무리하게 벌어져서 새빨갛게 부어 있는 상태였는데, 이렇게까지 미친 듯이 쑤셔 박혔으니 당연히 다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침대 매트리스도 아니고 맨 철판 바닥에 시트 한 장 깔린 곳에서.

    서의우는 권재진이 다친 줄도 모르고 계속 격렬하게 좆을 처밀어 넣다가, 정액과 함께 묻어 나오는 핏물을 보고서 안색이 바뀌었다.

    “……재진 씨. 피가.”

    “윽…….”

    서의우의 품 안에 붙잡힌 권재진이 바르작거렸다.

    숨을 쉬기 어려워 가슴이 힘겹게 들썩였고, 관절마다 멍투성이에 온몸이 잇자국으로 가득했다. 허벅다리 안쪽은 경련 난 것처럼 심하게 떨렸다. 그리고 연결부엔 붉은 선혈이 번져 있었다.

    서의우는 두 눈을 부릅뜨고서 망연히 굳어 버렸다.

    벙커 강철 벽에 주먹질해 대서 자신의 손등에 피가 날 때는 다치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권재진이 다치자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머리가 싸늘히 식었다.

    그의 회색 눈동자가 불안하게 일렁거렸다.

    “괘, 괜찮아요? 아프, 아파요?”

    배 속에 깊게 박힌 좆기둥을 끄집어내자 안쪽에 고여 있던 피가 허벅다리를 타고 뚝뚝 떨어졌다. 시트에 붉은 혈흔이 남았다. 서의우는 거의 패닉에 빠져 힐링 팩터를 찾았다.

    작고 네모난 힐링 팩터가 바람 소리를 내며 총알처럼 날아왔고, 서의우가 뚜껑을 이로 거칠게 물어뜯어서 권재진의 목덜미에 주사를 꽂았다. 그러고도 안심할 수 없어서 축 늘어진 권재진의 팔다리를 정신없이 주물러 주었다. 약효가 빠르게 들 수 있도록.

    권재진은 무거운 두 팔을 축 내려뜨리고 고개도 숙인 자세로 헐떡이기만 했다. 심장이 세차게 울리고 있었다.

    난폭했던 정사의 여운이 아직 전신을 지배하고 있었고, 상처 난 내벽은 자상을 입은 것처럼 뜨거웠다. 쾌감이든, 통각이든, 감당하기 지나쳤다. 권재진이 처한 현 상황 또한 마찬가지였다.

    ‘괴, 로워…….’

    재진이 쿨럭이며 기침했다.

    기침하는 반동으로 몸이 들썩이는 것조차 아팠다.

    고통스레 찡그려지는 권재진의 표정을 보고서 서의우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의, 우야.”

    권재진이 메마른 혀를 움직여 서의우를 불렀다.

    “네, 네. 재진 씨.”

    “물, 좀…….”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생수 두 통이 빠르게 날아왔다. 서의우가 물통을 부술 듯이 뚜껑이 따서 권재진의 입가에 기울여 주었다. 한계에 달한 몸이 놀라 사레들리지 않도록 천천히, 한 모금씩 들이켜도록.

    목을 축인 재진이 힘겹게 서의우의 품에 기대었다.

    힐링 팩터 효과가 돌고 있는지 전신이 뜨겁고 묵직했다. 머릿속도 몽롱했다.

    “…….”

    서의우가 가뭇한 눈을 내리깔았다.

    촘촘한 속눈썹이 자책하듯 땅을 향했다.

    눈물이 말라붙은 눈가와 땀으로 젖어 흐트러진 흑발, 정교한 이목구비가 어두운 우울에 휘감겨 있었다.

    “……나, 재진 씨를 상처 입히려 했던 건 아니었어요.”

    서의우는 권재진이 좋고 좋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권재진과 연애하고 싶어서 안달 나 있었다. 권재진을 아껴 줄 거라고, 소중하게 대한다고, 그를 위해서 타고난 운명까지 뒤엎겠다고 결심했다. 그 마음은 진심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둘만의 가이딩을 재정의한 직후였다.

    <지금껏, 가이딩은 나를 위한 거였어요. 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오직 나만을 위한 행위였다고요.>

    <그렇지만 이제 알겠어. 그게 아니에요……. 재진 씨와 나, 우리를 위해서 가이딩하는 거예요.>

    저렇게 잘난 듯 지껄여 놓고서.

    각성자식 가이딩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결과적으론 구멍 찢고 힐링 팩터로 치료하는 상황이다.

    다른 에스퍼들과 완전히 똑같은 짓거리를 권재진에게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럴 생각은 아니었다.

    아니었지만…….

    “난 그저…….”

    조금 전까지는 눈이 돌아서 이성이 날아가 있었다.

    난폭한 격정에 휩쓸려 제정신이 아니었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치솟아 증발하는 것 같았다.

    권재진이 다른 에스퍼를 가이딩 해 준다고 하니 속이 끓어 넘쳐서 사고가 멎었다. 앞뒤 가릴 것 없이 막아야 한다는 일념만 남았다. 그리고 확실하게 못을 박아 두고 싶었다.

    만일 권재진이 뜻을 꺾지 않고 끝까지 가이딩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면, 진정 잡아 가두려 했을지도 모르겠다. 처박아 놓았던 수갑을 찾아서 정말로 권재진을 묶어 두려 했을 수도 있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슨 짓을 해서라도 권재진이 가이딩 하지 못하도록 막아 냈을 터였다. 울고 빌어서 안 된다면 괴롭히고 강압해서라도, 어떤 고문 같은 짓을 해 대서라도, 기필코 막았을 거였다.

    “…….”

    서의우가 천천히 입을 다물었다.

    목이 졸린 사람처럼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권재진을 상처 입힐 의도는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제 본심을 되짚어 보니 무슨 짓을 해서든 꺾어 냈을 거라는 포악하고도 지배적인 의지가 뚜렷하게 보였다.

    서의우에게 권재진은 어느 무엇보다 각별한 존재인데, 그에게 상처 입히는 짓을 해서라도 뜻을 꺾을 거라니.

    모순이다.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왜냐하면 서의우 자신이 느낀 치정이란 감정의 정체를 아직 제대로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서의우는 연애를 몰랐고, 연애에는 권재진이 알려 주었던 것 외에도 다른 일면이 있음을 몰랐다.

    세상 만물에 시꺼먼 그림자가 붙어 있고, 하물며 저 하늘에 뜬 달에도 뒷면이 있듯, 연애하면 마냥 좋고 행복하기만 한 게 아니었다. 상대를 향한 감정이 크고 무거울수록, 뒤따르는 어둑한 감정도 생겨나기 마련이었다.

    집착하고, 구속하고, 질투하고…….

    그런 감정은 누구라도 뜻대로 다스릴 수 없는 법인데, 서의우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

    연애 자체에 무지하니까.

    권재진이 알려 준 것처럼 데이트하고 기념일 챙기고 커플링 나눠 끼는 소소한 행동만이 연애가 아니었다. 그건 그저 연애의 겉면일 뿐, 사실은 상호 유일한 유대 관계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연애의 본질이었다.

    상대를 향한 호감에서 비롯한 긍정적인 감정, 그리고 불가피하게 뒤따르는 부정적인 감정을 포괄한 것이 연애다. 서의우는 그 다면성을 모를 뿐이었다.

    침묵에 빠진 서의우가 권재진을 추슬러 안고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심하게 잇질 해 대서 온통 울긋불긋한 목에 높은 콧대와 모양 좋은 입술이 눌렸다.

    혼란스럽고도 애틋하게 입 맞추는 서의우를 재진이 차분히 응시했다.

    권재진은 서의우가 무얼 말하려 하는지, 구태여 그의 입으로 듣지 않더라도 알 것 같았다.

    “……괜찮습니다.”

    재진이 잠시 호흡을 골랐다가, 꺼질 듯이 조용한 소리로 속삭였다.

    “아프지도 않습니다.”

    “네……?”

    “전혀…… 제가 다친 줄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괜찮습니다.”

    권재진이 늘어진 손끝에 힘을 주었다. 저릿한 손가락이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손을 쥐었다 풀었다 하니 슬슬 신체 감각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권재진은 힘겹게 팔을 들어 서의우의 목에 감았다. 더 가까이 밀착해 끌어안았고 그를 다독이듯 헝클어진 머리 가마를 매만졌다.

    “재진 씨…….”

    서의우가 느릿하게 두 눈을 깜빡였다.

    짙은 눈빛이 어두웠다.

    무엇보다 얼굴에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서의우는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 한숨도 자지 않았다. 뭔가 먹지도 않았다.

    그런 상태로 이능은 잔뜩 써 재꼈고, 권재진을 센터로부터 보호하려고 내내 신경을 곤두세워 경계하고 있었다.

    그런 서의우에게 권재진이 타오를 불씨를 제공한 것이다.

    실은 권재진도 자책하고 있었다.

    다른 에스퍼들과 각성자식 가이딩을 할 바에는, 손만 잡는 것이 훨씬 낫겠다고 생각했다. 악수하는 것뿐인 데다 고정 관념을 깨트릴 수 있는 절묘한 수라고 그렇게만 판단했다.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 봤으면 서의우가 치를 떨며 반대할 반응쯤은 예상할 수 있었을 텐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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