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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광공 길들이기 (75)화 (75/154)
  • #75

    ‘정확히 뭐라고 했었더라. 섹스해 주면서 씻기고, 섹스해 주면서 먹이고 재우고 얼추 그런 식이었는데……. 설마 씻길 때도 구멍에 박아 놓고 씻겼나?’

    재진의 안색이 급격히 나빠졌다. 잠이 확 달아났다.

    눈썹을 깊게 찌푸린 권재진이 몸을 뒤틀어 서의우에게서 떨어지려 했다. 그렇지만 재진이 뒤척이자 허리에 감긴 서의우의 팔뚝에 힘이 들어갔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세게 눌러서 품에 꽉 안았다. 잘 때 권재진을 놔주지 못하는 버릇은 여전하다.

    “으윽, 서의우.”

    권재진이 괴로운 기색을 내비치며 서의우를 불렀다. 가뜩이나 배가 가득 차서 속이 답답한데 허리까지 힘껏 붙들리자 몸통이 조였다. 평소였으면 조금 불편하고 말았겠지만, 지금은 방광이 눌려서 상황이 좋지 못했다. 요의가 더 심하게 느껴졌다.

    “서의우 씨, 팔 좀 놓읍시다. 지금은 곤란합니다.”

    재진이 서의우의 팔목을 붙들어 당겼다. 자다 일어나서 그런지 손아귀 힘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권재진이 재차 서의우를 불러 깨웠다.

    “서의우. 의우야. 이…… 씹, 놓으라고요, 좀.”

    일단은 화장실부터 다녀와야겠다.

    그 후에 서의우를 붙잡고 똑바로 대화해야지 싶다. 지금 당장 연애가 무엇인지 제대로 주지시켜 놓지 않으면 앞날이 단단히 잘못될 게 불 보듯 뻔했다.

    “므…… 재진 씨?”

    잠에서 깬 서의우가 느른하게 잠긴 음성으로 권재진을 불렀다. 목덜미 옆에 고개를 얹어서 잠투정하듯 부드러운 머리칼을 비비더니만, 그런 뒤에는 권재진에게 더욱 엉겨 붙었다. 재진의 다리 위에 제 허벅다리를 얹어서 아예 못 움직이게끔 짓눌러 안아 버렸다.

    재진이 억눌린 소리를 내며 서의우를 밀었다.

    “비켜……. 서의우 씨, 비키십시오. 저 일어날 겁니다.”

    “뭐야, 왜 그래요……. 목말라요? 물 갖다줄까…….”

    “아니, 그게 아니라, 배가 눌려서 힘듭니다. 놔 주세요.”

    “배 아파요? 힐링 팩터 주사해 줬는데도?”

    “하……. 그런 거 아닙니다.”

    결국 재진이 난처하게 숨을 내뱉었다.

    서의우에게 화장실 보내 달라고 직접적으로 요청하고 싶진 않았다.

    저 스무 살짜리에게 오줌 마렵다는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니. 그것도 자다 깨 보니 뒤에 좆이 박혀 있는 이런 신경질 나는 상황에…….

    “……그냥 캐묻지 말고 좀 놔 주십시오. 별거 아니니까.”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야겠다.

    침대에 팔꿈치를 짚은 재진이 서의우의 품에서 벗어나고자 힘을 썼다. 서의우는 잠에 취해 몽롱한 눈을 가늘게 휘더니만 미려한 콧잔등을 슬쩍 찡그렸다.

    그가 권재진을 침대에 덮쳐 눌렀다.

    “별거 아닌데 왜 놔 달래요.”

    “크흣!”

    “자지 빼 주기 싫단 말이에요…….”

    졸린 티를 팍팍 내면서 서의우가 허리를 두어 번 느릿하게 들썩였다. 속살이 찌걱거리면서 안쪽에 늘어져 있던 서의우의 좆이 조금 단단히 섰다.

    “므응…… 재진 씨, 좀 더 자요. 의우랑 같이 코 자자. 네?”

    “으, 윽…….”

    “자장자장, 잘도 잔다 우리 재진이. 자장자장…….”

    아니, 진짜.

    서의우……!

    ‘아아, 이 애새끼를 정말 어떻게 하면 좋지…….’

    눈앞이 캄캄하다. 권재진이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저지른 것 같았다.

    보다시피, 아무래도, 너무 일렀다.

    4년이 아니고 고작 4달 만에 서의우와, 존재 자체가 비상식인 이 유별나고 극단적인 서의우와 연애라니.

    객기였고 치기였다.

    여러 상황이 권재진을 궁지에 몰아넣었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어중간한 마음으로 죽어 버렸다간 뼛속 깊이 후회할 것 같아서, 다소 성급한 줄 알면서도 끌리는 대로 행동해 서의우와 사귀어 볼까 싶었건만…… 결국은 이 꼴이다.

    아직은…… 서의우는, 아직 한참은…….

    으…….

    후우, 씨발…….

    “요, 용변…… 보고 싶습니다.”

    권재진이 이를 득득 갈며 알아듣게 사정을 설명했다.

    침대 시트에 한껏 고개를 처박아 수치스러움과 막막함, 체념과 짜증이 어우러진 표정이 보이지 않도록 감추고는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서의우가 재진을 덮쳐 누르고 허리를 치댄 탓에 조금만 긴장을 풀면 자칫 실수할 것 같았다.

    “좆 박힌, 배가 눌려서, 오줌 쌀 것 같다는 뜻입니다……. 알아들었으면 당장 그 흉물 빼고 비키십시오.”

    “아.”

    “…….”

    “아아……. 그, 그렇구나.”

    서의우가 당혹스레 중얼거렸다.

    “그 생각을 왜 못 했지? 미안해요.”

    서의우가 재진을 들고 일어났다. 이제야 자지 좀 빼 주려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구멍 안에 넣은 채로 그냥 권재진을 들고 침대에서 일어난 거였다. 체중 꽤 나가는 근육질 몸인데도 서의우는 인형을 들어 올리듯 쉽게 다뤘다.

    “서의우, 서의우?”

    “잠깐만요.”

    한 팔은 권재진의 허리에 감고, 한 팔은 엉덩이 밑을 받친 서의우가 좆을 삽입한 그대로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다.

    이건 진짜 미친 새끼였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묵직한 재진의 몸이 덜그럭거렸고 연결부가 깊어졌다. 잘 때는 한결 작아져 있던 게 이젠 다시 제대로 발기해서 속을 심하게 찔렀다. 긴장을 풀면 금세라도 더러운 물이 새어 버릴 것 같았다.

    “악, 아! 무슨, 이거 놔! 미쳤습니까? 어디 가는 겁니까!”

    “그렇게 버둥대지 마요. 떨어뜨릴 것 같잖아요.”

    “화장실, 화장실을, 왜…… 아니, 아, 하지 마. 하지 마, 제발.”

    권재진의 낯빛이 새하얘졌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에 떠오른 감정은 이제 경악뿐이었다.

    급기야 제발이라며 비는 소리까지 하게 됐지만, 서의우는 그래도 기어이 권재진을 데리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동작 인식 센서 때문에 자동으로 전등이 켜지고 변기 뚜껑이 위로 스르륵 올라갔다. 서의우는 깨끗한 양변기 앞에 멈춰 서서 재진의 자세를 바로잡아 주었다.

    양쪽 무릎 아래 팔뚝을 하나씩 걸어서 다리를 넓게 벌려 주고, 그대로 요의를 해결할 수 있도록 변기 위에 정확히 위치를 맞춰 주었다.

    “자, 됐어요.”

    되긴 뭐가 됐다는 거지?

    “내가 재진 씨 잘 잡고 있다가, 다 싸면 닦아 줄게요.”

    “서, 서의우 씨, 정신병자 같은 소리 그만하고 얌전히 내려놓고 나가십시오. 저 정말 화낼 겁니다.”

    아무리 버둥거려도 서의우는 요지부동이었다. 권재진이 그의 팔을 득득 긁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자세로, 소변도 못 가리는 어린애처럼 발랑 들려서 일을 봐야 한다니. 그것도 뒤에 좆이 들이박힌 상태로. 그게 가당키나 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나?

    서의우가 재진을 달래듯 다정하게 속삭였다.

    “네? 왜 화를 내요. 난 이미 재진 씨가 좆물 싸는 거 수도 없이 봤는데…… 오줌 싼들 그거랑 다를 것도 없잖아요.”

    “놔. 놓으라고 했습니다. 내려놓고 나가라고.”

    “아이, 괜찮다니까. 그냥 싸요.”

    “서의우…… 저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닙니다.”

    “나도 농담은 아니에요.”

    서의우가 재진을 받친 양쪽 팔뚝을 조금 위로 들었다. 양 무릎이 팔꿈치에 걸리게 두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두 손을 권재진 쪽으로 뻗쳤다. 한 손은 요의를 참고 있는 좆기둥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권재진의 아랫배를 덮었다. 방광을 자극하듯 가볍게 손바닥에 힘주어 누르면서, 기둥을 쥔 손목을 낮추어 변기 위에 정확하게 쌀 수 있도록 조준해 줬다.

    서의우가 그러니까 견딜 수 없도록 마려워졌다. 억지로 힘주어 참는 것도 한계였다. 다리 사이가 파르르 떨리며 강하게 신호가 왔다.

    “끅! 하지 말라고! 이 미친 새끼야.”

    “자, 쉬이. 쉬이이.”

    “서의우! 당장 놔! 이 개씹새끼야! 좆 빼, 썅!”

    “너무 그러지 말고요. 내 거 넣고서 싸 줘요.”

    “싫어, 싫어…….”

    “왜 자꾸 싫다고만 해요. 우리 연애하는 건데.”

    그 말에 권재진은 기가 막혀서 아예 머리통이 새하얗게 비어 버렸다.

    저 새끼는 진심으로 섹스가 연애라고 생각하는 걸까? 생식기를 몸속에 쑤셔 넣는 행위가, 애인끼리 하는 애정 표현이라서, 그래서 권재진이 더러운 오줌을 줄줄 싸질러야 할 때조차도 서의우의 좆을 뒤에 처박고 있어야 한다고 굳건히 믿는 것일까?

    아니겠지……?

    서의우가 그 정도로 아둔한 놈도 아니고, 권재진이 싫다고 이렇게 진심으로 거부하는데 이상함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할 리 없다. 그냥 모른 척하고 좆대로 구는 거겠지 싶다.

    “……안 해. 연애…….”

    차라리…… 가이딩이 나았다.

    가이딩은 불순물이 끼면 안 되기에 여러모로 알기 쉬운 점이 있었다. 서의우가 씻겨 주면 그 순간부터 가이딩은 끝이란 뜻이고, 그 후론 안심할 수 있었다.

    애초에 각성자들 가이딩은 효율 중시이기에 백날 천날 가이딩만 해 대지도 않는다. 고속, 고성능이 각성자의 지향점이다. 무기 손질은 빠르고 확실하게 끝날수록 좋다.

    서의우가 아무리 가이딩에 미쳐 날뛰었다지만, 그 회색 눈동자가 회까닥 뒤집혀서 권재진 목 졸라 기절시켜 가면서까지 밤낮없이 가이딩만 해 댔던 건 처음뿐이었다. 이후에는 재진이 나름의 일상생활을 영유할 수 있게끔 쉬는 시간이 분명 주어졌다.

    그렇지만, 가이딩과 달리 섹스에는 끝이 없다.

    불순물이 끼든 말든 상관도 없다.

    효율 따질 필요도 없고, 물속이든 물 밖이든 언제 어느 때건 구멍 벌려서 자지 박으면 그게 섹스고 서의우가 저 좋을 대로 왜곡한 애정 표현이 된다.

    바로 지금처럼.

    “너, 너랑 연애 안 해. 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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