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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광공 길들이기 (71)화 (71/154)
  • #71

    그렇게 다급히 샴푸 하고 바디워시까지 끝낸 후, 서의우는 권재진을 커다란 샤워 타월에 둘둘 말아서는 또다시 개처럼 질질 침실로 끌고 갔다.

    정신없어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서의우는 커다랗고 푹신한 침대 위에 권재진을 던지듯 눕혀 놓고는 곧장 배 위에 올라타서 이딴 소리나 했다.

    “혼자 하는 것부터 보여 줘요.”

    젖은 머리칼을 성가시다는 듯 쓸어 넘긴 서의우가 나른하게 뇌까렸다. 그의 눈동자는 명백하게 맛이 가 있었다.

    형형하게 빛나는 회색 동공. 희게 번들거리는 저 눈빛. 마주한 것만으로도 머릿속에 위험 신호가 울려 퍼지는 듯한 저 눈을 권재진이 모를 리 없었다.

    “재진 씨, 저번에 스스로 자지 만지고 구멍 쑤시려고 했었잖아요. 나랑 싸울 때.”

    “……자위하라는 겁니까, 지금, 저더러?”

    눈가를 굳힌 권재진이 어처구니없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서의우는 재진의 다리 사이에 커다란 몸체를 웅크리고 앉아서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고 싶어요. 자위.”

    “…….”

    “그때 그거, 나 진짜 돌아 버리는 줄 알았거든요. 하, 사실 지금도 그래. 생각했더니 좆 터질 것 같아요.”

    서의우가 차근히 눈웃음 지으며 재진을 응시했다. 평소 같으면 곧장 손을 뻗쳐 와서 허리를 으스러지게 껴안고 이곳저곳 건드려 댔을 텐데 오늘은 요지부동이었다.

    정말로 권재진이 직접 해 보이길 원하는 듯했다.

    혼자서 스스로 좆을 만져 세우고, 직접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서 풀라고…… 그러길 바라는 것이다. 헛숨이 절로 삼켜진다.

    “……서의우.”

    재진이 난감하게 그를 불렀다.

    하필이면 하고많은 것 중에 이따위 걸…….

    왜…….

    “아니, 꼭 그런 걸 해야 합니까? 그때는 정말 특수한 상황이었습니다. 저나 서의우 씨나 제정신이 아니었고, 지금은 둘 다 너무 멀쩡한…… 아니, 하아…….”

    “네, 알아요. 그래서요?”

    “서의우 씨는 하고 싶은 게 셀 수 없이 많다고 했잖습니까. 그럼 자위 말고 다른 것도 괜찮은 거 아닙니까? 차라리 다른 걸 하면…….”

    “그래서요, 뭐.”

    “…….”

    “확실하게 좀 말해요.”

    “…….”

    “안 해요? 다 관둘까?”

    서의우가 피식거리며 되물었다. 별 대단한 말도 하지 않았는데 싸한 기분이 들었다.

    “재진 씨가 날 또 낙담시켜 보고 싶어서 이러는 거면 그냥 편히 말해요. 원하는 만큼 낙담해 줄 테니까요.”

    시선이 멀어졌다.

    소리 없이 눈꺼풀을 내리깐 서의우가 공연히 침실 마룻바닥을 응시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부드럽게 눈웃음 지으며 재진을 가까이서 살피던 눈이 지금은 한순간에 멀리 떨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바닥을 한차례 휘 훑어본 서의우가 웅크렸던 몸을 소리 없이 일으켰고, 침대에서 내려가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권재진은 입 안으로 욕설을 집어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 씹…… 합니다.”

    말 바꾼다는 오명을 두 번씩이나 뒤집어쓸 수는 없다.

    “하면 되잖습니까, 하면.”

    게다가 저 꼴을 보고서 어떻게 안 한다고 하겠나.

    사실 권재진도, 서의우가 원하는 건 어지간하면 들어주고 싶긴 했다. 어지간하지 않으니까 그게 문제지.

    “후…….”

    탁한 한숨을 뱉으며 우선 몸을 감싸고 있는 하얀 샤워 타월부터 걷었다.

    서의우에게 맨몸을 보이는 건 익숙하고, 조금 전 샤워하면서도 알몸으로 있었지만, 이상하게 스스로 타월을 걷어 내는 동작은 좀 수치스러웠다. 그렇다 해도 이어질 행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테지만.

    타월을 침대 밖으로 치워 놓은 재진이 준비 운동이라도 하듯 연거푸 날숨을 내쉬었다.

    호흡할 때마다 상반신에 자리 잡힌 가슴 근육과 복근이 미세하게 오르내렸다. 샤워한 직후라 몸에서 바디워시 향이 풍겼다. 비누 향이었다. 그나마 서의우가 샤워라도 시켜 줘서 다행이었다. 러닝 뛴 직후에 이 지랄이 났으면 땀 냄새 나는 몸으로…… 윽, 생각하기도 싫었다.

    조용히 마른침을 삼킨 권재진이 다리에 힘을 주었다. 양쪽 허벅다리를 조금 넓게 벌려 내려다 동작을 멈추었다.

    “저, 불 좀 꺼 주면…….”

    “안 돼요.”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서의우가 숨도 쉬지 않고 즉답했다.

    무슨 대답이 벼락같다. 빠르고 강하게 내리꽂힌다.

    “서의우 씨 진짜.”

    “나 뭐요? 왜.”

    “하…… 아닙니다. 됐습니다.”

    재진이 힐긋 서의우를 올려다보았다. 하얗고 앳된 미려한 얼굴에서 쏘아지는 맹렬한 눈빛을 보니, 어떻게든 뜻한 바를 이루고야 말 작정인 듯 보였다.

    늘 그랬듯 권재진을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통째로 집어삼켜 잡아먹을 생각이다. 저런 서의우 앞에서 괜히 미적거려 봐야 시간 낭비다. 도망칠 수 없는 건 익히 잘 알고 있다.

    “으.”

    질색한 재진이 눈살을 깊게 찌푸리곤 손을 뻗쳤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물러서지 않고 맞설 수밖에.

    우선은 잠자코 늘어져 있는 중심부를 먼저 건드렸다. 뿌리 쪽부터 귀두까지 손끝으로 가볍게 쓸어 매만지다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살기둥을 그러쥐었다.

    해면체가 발기해서 단단해질 때까지 손목을 위아래로 반복해서 흔들었다. 일정한 박자로 천천히, 그렇지만 너무 느리지는 않게.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탄력받은 손 움직임이 점차 빨라졌다.

    “윽, 으.”

    서의우가 권재진의 다리 사이에 더욱 자세를 낮추었다. 맹수 같은 커다란 근육질 신체를 웅크리자 단단하게 일어선 재진의 것이 서의우의 턱 아래 닿을 것만 같았다.

    서의우는 일부러 좆 끝이 닿을 듯 말 듯 한 위치까지 얼굴을 두고서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다.

    “재진 씨, 엉덩이 구멍도 같이 쑤셔 줘야죠. 그땐 그렇게 했었잖아요.”

    “그건, 그때는.”

    “응? 어서요. 손가락 넣어 봐요, 여기.”

    어정쩡하게 벌어진 다리 사이, 한껏 오그라든 붉은 주름을 서의우가 검지 끝으로 꾹 건드렸다.

    예기치 못한 접촉에 놀라 재진이 펄쩍 뛰었다.

    “익!”

    허리가 빳빳하게 굳었다. 자지를 만지던 손도 딱 멈추어선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을 보고서는 서의우가 바닥까지 낮게 가라앉은 탄성을 뱉었다.

    “하.”

    거의 오싹하게 들릴 정도로 흥분에 겨운 그르렁거림이었다.

    “쑤셔요. 얼른.”

    “잠깐, 아직.”

    “안 돼. 재진 씨가 빨리 해 주지 않으면, 내가 못 기다릴 것 같거든요. 지금 바로 해요. 응? 해 줘.”

    권재진이 더 험악하게 인상을 썼다.

    차마 낯 뜨거워서 뒷구멍까지 손가락을 뻗칠 수 없었다. 그래도, 하긴 해야 한다. 몇 번이고 움칠대고 머뭇거리며 재진이 왼손을 다리 사이로 내려뜨렸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대범하게 빨리 쑤시고 빨리 끝내고 싶은데, 서의우가 저리 형형한 눈으로 잡아먹을 듯 지켜보고 있으니 모든 게 생각처럼 따라 주지 않았다.

    재진이 손가락 두 개를 펼쳐 회음 근처를 건드렸다. 조금 더 밑으로 팔을 내려서 다물린 주름을 툭 눌렀다.

    “옳지, 네. 거기예요.”

    “……으.”

    “손가락 굽혀, 넣어요. 속살 벌려지게.”

    점막 감촉이 생생했다.

    지난번에는 이성을 잃고 충동적으로 건드린 거라 촉감이 어땠는지, 느낌이 어땠는지,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번엔 차마 몰랐으면 할 정도로 여러 정보 값이 뇌 내에 들어와 꽂혔다.

    “하, 서의우 씨, 이건……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역시, 이거는…….”

    “아니야, 의우야라고 불러야죠.”

    “뭐?”

    “그땐 재진 씨가 나 그렇게 부르면서 자위했잖아요. 의우야, 의우야, 그렇게.”

    하, 씨발…….

    이 미친 새끼.

    “뭘 멀뚱히 있어요. 내가 원하는 거 다 해도 된다면서? 의우야, 의우야, 수없이 부르면서 구멍 쑤셔요.”

    “의, 의우야.”

    “네, 재진 씨…… 자지도 만져요. 아직 앞엔 제대로 서지도 않았잖아요. 좆머리 통통해져서 쌀 수 있을 때까지 쉬지 말고 계속 흔들어요.”

    “의우야, 의우야…….”

    도무지 어쩔 줄을 모르겠다.

    서의우를 부르는 것조차 이렇게 힘들어질 날이 올 줄이야. 게다가 지금은 그를 쳐다보는 것마저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눈 둘 곳을 찾지 못한 재진이 이리저리 시선을 방황했다. 간신히 서의우의 어깻죽지 부근을 노려보면서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 구멍에 손가락 하나를 겨우 비집어 넣고 뭉글거리는 안쪽 점막을 문지르면서 좆을 계속 쥐고 훑었다.

    넓게 벌어져서 각 잡힌 서의우의 어깨와 빗살처럼 쭉 뻗은 그의 쇄골 선을 보고 있자니 조금 수월하게 발기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때요…… 재진 씨, 기분 좋아요?”

    “아니, 씨발, 몰라…….”

    “아, 별론가요.”

    서의우가 쿡쿡거리고 웃으며 재진의 다리 사이에 아름다운 얼굴을 바짝 붙였다. 그가 웃고 말할 때마다 더운 숨결이 닿았다.

    “하긴, 나도 혼자 하는 건 기분 별로더라고요. 재진 씨랑 하는 게 좋지, 나 혼자서는 뭐…… 추잡스럽기만 했고.”

    “끄윽, 시끄러. 얼굴, 치워…….”

    “하하, 싫어요. 이렇게 가까이서 보고 싶단 말이에요. 네?”

    “언제까지, 이거 언제까지 해야 돼. 의우야. 그만할래.”

    “와, 이렇게 보니까 재진 씨 솜털까지 보여요. 좀 더 가까이 보면 피부 숨구멍도 보이려나요…… 하아, 권재진 너무 귀엽다 진짜.”

    “그만, 그만하겠다고, 말하잖습니까. 이 정도면 됐잖아. 할 만큼, 했…… 으윽.”

    “무슨 소리예요. 쌀 때까지 해야 할 만큼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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