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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광공 길들이기 (52)화 (52/154)
  • #52

    서의우가 재차 입술을 붙여 왔다. 권재진이 고개를 돌렸지만 서의우는 전혀 조급해하지 않고 느른하게 뒤쫓아왔다. 당연하다는 듯 여유롭게 접촉해서 재진의 아랫입술을 물고 혀로 핥았다.

    거칠게 말라 있던 재진의 입술을 애틋하게 빨고는 더 깊이 입술 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권재진이 좋아하는 접촉이 무엇인지 서의우는 완벽히 알고 있었다.

    쉽사리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혓바닥을 한껏 능란하게 빨아 주면서 허벅다리에 마디 굵은 손을 얹었다. 그대로 차근히 쓸어 올려 열을 부추겼다.

    ‘어때요. 현실이 좀 잊히나.’

    ‘……아니야.’

    ‘아니에요? 더 해 줘요?’

    서의우가 관능적인 미소를 지었다. 번들거리는 회색 눈동자에 정욕이 덧입혀지더니만, 그의 조각상 같은 몸을 감싸고 있던 칠흑색 전투복이 물에 녹은 솜사탕처럼 단숨에 흘러내려 사라졌다.

    직각으로 벌어진 너른 어깨 아래 역삼각형 모양의 굵은 흉통이 돋보인다. 야생 짐승같이 빠듯하게 짜인 근육이 위용을 드러냈다. 서의우의 신체는 그가 타고난 비범함, 특출함, 전능함을 모조리 모아 유일한 형상으로 빚어낸 듯한 모습이었다.

    과연 이 아름다움에 홀리지 않는 자가 세상에 존재할지 모르겠다.

    ‘아니라고, 서의우. 난 이러려는 게 아니라…….’

    ‘응, 그럼요?’

    ‘…….’

    ‘나랑 뭘 하고 싶은데요. 말해 봐요.’

    ‘…….’

    권재진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 창처럼 날카로운 눈빛이 뒷배경인 우주의 별보다도 더 밝게 빛났다.

    그의 눈은 마음의 분신이었다. 저 먼 바닥에서 끊임없이 솟구치고 끓어오르는 감정의 샘을 눈을 통해 표출한다. 그 어떤 칠흑 같은 어둠이라도 권재진의 선명한 눈빛을 가로막을 순 없어 보였다.

    ‘말 안 해요?’

    서의우가 쿡쿡거리며 턱을 기울였다.

    잘난 낯짝과 감탄스러운 몸뚱이만으로는 권재진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귓가에 대고 갈망을 담아 속삭였다.

    ‘그럼 내가 대신 말할게요.’

    ‘…….’

    ‘재진 씨는 내게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예요. 단지 가이딩 때문만이 아니라요.’

    ‘…….’

    ‘보다시피 난 결함투성이에요. 근원부터 불안정하고 뒤틀려 있어. 이런 사실,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고 알려서도 안 돼요. 하지만 재진 씨에게는 나 자신을 거리낌 없이 온전히 터놓을 수 있죠.’

    악마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렇게 속삭이지 않을까.

    인간의 혼을 빼놓고 눈을 흐리게 하는 극악무도한, 무자비한, 두렵고 매혹적인 존재가 있다면. 서의우의 형상을 띠지 않았을까.

    ‘권재진만이 서의우를 봐준다고요.’

    그는 웃음기 섞인 말투로 권재진의 귀를 현혹했다. 듣고 싶지 않아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권재진의 꿈속이고, 이 서의우는 권재진의 무의식이 빚어낸 존재이므로.

    어느 순간, 서의우가 조금 성장했다.

    가뜩이나 큰 키가 더욱더 자라나며 눈높이가 높아졌다. 얼굴에 앳된 기색이 가시고 회색 눈동자도 세월에 여물어 눈에 띄게 성숙해졌다.

    스무 살 청년의 모습이 아닌 미혹적인 사내의 모습으로. 권재진이 아는 권재진의 서의우, 4년 후의 서의우로.

    ‘내 욕망, 내 저열함, 내 끈질김, 내 필사적인 발버둥, 내 모든 밑바닥……. 눈속임에 불과한 S급 에스퍼란 껍질에 갇혀 있던 불완전함을. 오직 한 사람에게만 드러낼 수 있고 의지할 수 있어요. 권재진 씨만이 날 도와주고, 날 진정으로 구원해요. 이래도 아직 모르겠나요?’

    ‘…….’

    ‘평생토록 당신만이 나와 동등한 존재가 될 수 있어요. 온 세상을 통틀어, 내겐 당신만이 진실해.’

    ‘…….’

    ‘전부 알고 있잖아요. 사실은. 나를 다 알잖아요…….’

    성장한 서의우가 애틋한 한숨을 흘렸다. 자그만 숨소리가 심장을 강렬하게 헤집고 지나갔다.

    그의 대저택에 물리적으로 감금당한 것은 권재진이지만, 사실 서의우는 진즉부터 갇혀 있던 영혼이었다.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껏 스무 해 넘도록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혼자만의 성벽을 쌓아 올렸다.

    권재진은 그 벽을 넘어 들어간 유일한 존재고,

    서의우의 진모와 마주할 수 있는 구원자였다.

    서의우가 망가뜨린 그 자신의 반쪽.

    대체 불가한, 유일무이한 존재.

    권재진은,

    서의우의,

    신이다.

    그런데도 서의우가 권재진에게 그저 가이딩만을 갈구할까? 정녕 그뿐인가……?

    ‘눈을 뜨고, 날 제대로 봐요.’

    ‘…….’

    ‘재진 씨는 자기 자신을 가이딩 노예로 전락시키고 가축처럼 다루라 했지만…… 사실 누가 누구의 노예이고 가축인지.’

    ‘…….’

    ‘좀 보라고, 어서!’

    헉!

    벼락같은 외침과 함께 정신이 들었다.

    찬물에 빠진 것처럼 확 꿈에서 깨어나며 몸을 흠칫 떨었다. 옷 틈새로 냉기가 스며들고 오한이 든다.

    소스라치며 일어난 권재진이 눈가를 부들부들 떨며 헐떡거렸다. 꿈자리가 사나웠다. 악몽도 이만한 악몽이 없을 터다.

    거칠게 숨을 고르는 그의 옆에 서의우가 있었다.

    어둠을 가르듯 날카롭게 빛나는 회색 눈동자와 정면에서 시선이 마주쳤다.

    “……재진 씨.”

    서의우는 깨어난 권재진을 보고서 더욱 강하게 허리를 붙들어 껴안았다.

    “서…… 서의우?”

    “으응, 벌써 깼어요?”

    서의우의 목소리에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들숨과 날숨이 거칠다.

    더군다나 그의 번들거리는 눈빛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권재진이 익히 보아 왔던 미친 새끼의 회까닥 뒤집혀 돌아 버린 눈동자다. 주체할 수 없는 쾌감에 달아오른, 채워지지 않는 갈망으로 가득한, 위험한 눈.

    “뭐, 뭡니까.”

    이상 징후를 단박에 간파한 권재진이 몸을 뒤척였다. 서의우는 권재진을 놓지 않겠다는 듯 팔뚝에 힘주어 그를 품에 가둬 안았다. 체중까지 실어 마치 갇힌 듯한 느낌이 든다.

    “아…… 오해하지 말아요. 가이딩 하자는 거 아니니까.”

    “뭐?”

    “나 혼자, 그냥…… 나 혼자서요.”

    서의우가 알 수 없는 소릴 지껄였다. 당혹스러운 재진이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허리를 휘감은 서의우의 팔이 보였고, 그의 허벅다리가 보였고, 그리고…….

    그리고 불쑥 튀어 오른 끈덕진 살덩이가…….

    굵고, 길고, 분홍빛에 곧은 모양새. 봉긋하게 솟은 귀두와 핏줄까지 보기 좋게 생긴 서의우의 좆.

    서의우는 스스로 자지를 잡고 흔들고 있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헉, 나, 도저히 못 참을 것 같아서.”

    “미친, 새끼가…… 이 미친놈이.”

    “아아, 아냐, 재진 씨한테 안 닿게 했어요. 정말이에요.”

    서의우가 세차게 고개를 뒤흔들었다.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어떻게 엉키든 상관하지 않고 그러는 게 대형견 같았다. 서의우는 부족한 열망을 채워 넣듯 끊임없이 손목을 흔들며 권재진의 눈을 집착적으로 응시했다.

    “봐요, 잘 봐. 재진 씨 이불……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잖아요. 나는 정말, 나 혼자…… 윽.”

    “자위 중이란 겁니까? 자는 사람 반찬 삼아서?”

    “재진 씨를 만질 순 없잖아요. 재진 씨가 못 만지게 하잖아요.”

    “뭔 개소리를…….”

    “하아, 으윽…… 안 만져! 가이딩, 맹세코 안 한다고. 에스퍼도 아니면서, 내가 지금 어떤 본능을, 거스르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흥분한 서의우가 윽박질렀다.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그를 보고서 권재진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힐 따름이었다.

    이 새끼가 진짜 미쳤나? 돌았나?

    아니, 뭐, 뭔 짓을…….

    “나 지금…… 기분 되게 더러워요. 자지 만져도, 하나도 안 좋아. 알아요? 재진 씨랑 하는 거 아니니까, 아주…… 끄윽, 끔찍해. 하, 진짜 뭣같다.”

    내친김에 서의우는 이불 누에고치 권재진의 위에 덮치듯 올라탔다. 양다리 사이에 권재진의 몸을 두고서 보란 듯 두 손으로 좆기둥을 감싸 쥐고 수음했다. 어둠에 익은 눈이 서의우의 행태를 똑똑히 목도했다.

    서의우는 바지 앞섶을 풀어 헤치고 있었고, 그 사이로 한껏 솟아오른 생자지를 성마르게 훑어 만져 댔다. 배꼽에 닿을 정도로 꺼떡대는 것에서 선액이 뚝뚝 흘러내렸다.

    “싸고 싶은데, 아까부터, 계속 만져도…… 큿, 쌀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왜…… 왜 이렇게 됐지? 나 진짜 이상해졌나 봐. 좆껍질 다 벗겨질 것 같아요. 하도 주물대서. 아파.”

    “…….”

    “원래 이래요? 에스퍼, 원래 다 이런 거야? 재진 씨가 좀 말해 봐요. 4년 후에도 내가 이랬어? 응?”

    권재진은 이불 속에서 무력하게 움틀이다가 사지에 힘을 빼고 멈추었다. 서의우의 표정이 똑바로 올려다보였다.

    물에 빠진 어린아이처럼 절박하고 절실해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재진 씨, 나…… 나 좀 불러 줘요.”

    “…….”

    “내 이름이라도 좀, 불러 줘……. 나 그러면 쌀 수 있을 것 같아요.”

    “…….”

    “의우야라고 해 줘. 한 번만요. 그냥 말만 한번 해 줘…… 어? 그건 괜찮잖아요? 가이딩 하는 것도 아닌데. 말해. 어서.”

    “…….”

    “말하라고. 나, 해 달라는 대로 좀! 나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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