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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광공 길들이기 (38)화 (38/154)
  • #38

    “그리고 겨드랑이 안쪽하고 무릎 뒤쪽도요. 여기 건드리면 재진 씨 바로 발끝 움찔대는 거 솔직히 귀여워요. 티 안 내고 참으려 그러는 건가요? 다 보이는데.”

    기다란 눈을 다정하게 휘어 웃은 서의우가 권재진과 시선을 맞췄다. 한 손으로는 혀를, 다른 손으로는 겨드랑이 속살을 차근히 문지르다가 동시에 움직임을 멈추고 손을 떼어 냈다.

    “큿, 아윽, 씨…….”

    손끝에 눌렸던 혀가 자유로워지자마자 재진은 쿨럭대며 기침했다. 기막힘을 담아 노려보며 손등으로 입가를 닦았다.

    “아니, 이, 지금 이게 뭐 하자는 겁니까. 서의우 씨 가이딩 필요해서 이럽니까?”

    서의우는 여전히 웃는 낯으로 재진의 앞섶에 손을 댔다. 권재진이 진저리치며 그의 팔을 붙들었다.

    “가이딩 하고 싶으면 그렇다고 말을 하든가! 적어도 침대로 가서 뭘 하든 말든 해야지…….”

    “재진 씨 자지 구멍이요. 거기 좁은 속살 비집듯이 건드리면 눈 풀리는 거 알았어요?”

    “뭐……?”

    서의우가 청바지 버클을 툭 하고 풀어냈다. 권재진에게 팔뚝이 붙들려 있는데도 전혀 방해되지 않는다는 듯 뜻대로 지퍼를 내리고 사타구니로 서슴없이 손을 비집어 넣었다.

    “잠깐, 하지 마! 하지, 아니 침대로 가서, 서의우 씨!”

    권재진이 대놓고 인상을 쓰며 뜯어말렸지만 서의우는 멈추지 않았다. 브리프를 내리고 재진의 것을 한 손에 쥐어 잡은 뒤, 보란 듯이 엄지로 좆 끄트머리를 후벼 눌렀다.

    “으읏……!”

    “봐요, 그렇잖아.”

    서의우가 권재진의 몸통을 돌려세웠다.

    유리창을 등지고 있던 재진이 이제는 유리창과 마주 보게 되었다. 그 자세로 서의우가 연신 좆끝을 비비고 만져 주었다.

    “여기 창문으로 확인해요. 재진 씨 얼굴 비쳐 보이잖아요.”

    “손 치워, 그…… 아, 씨발 침대로…….”

    “잠깐만요. 보고 가요. 표정 알아볼 수 있겠어요? 지금이요. 내가 문질러 줄게요.”

    서의우가 엄지를 치우고 이번엔 검지와 중지로 좆머리를 덮어 위쪽을 세차게 비볐다. 그 손가락은 조금 전까지 재진의 입에 들이박혀 혀를 문지르던 손인지라 알맞게 젖어 있었다.

    촉촉하고 단단한 손가락으로 예민한 선단부만 집요하게 공략하니 권재진은 맥을 추릴 수 없었다. 하물며 요도 안쪽 상처가 다 나아 있는데도, 저번처럼 홧홧한 느낌이 들었다.

    “재진 씨는 자지 구멍으로 정말 잘 느끼는 것 같아요. 이거 알고 있었나요?”

    “개소리 그만하고…… 멈추기나 하십시오. 그거 느끼는 거 아닙니다.”

    “맞는데 왜 아니라고 해요. 표정 보라니까.”

    서의우가 통유리창에 권재진을 찍어 눌렀다. 재진의 가슴이 유리창에 쿵 하고 부딪혀 동그랗게 짓눌렸다. 재진은 자신의 체중을 감당하기 위해 다급히 두 손바닥을 펼쳐 창틀을 짚었다.

    “이만하면 나도 재진 씨에 대해 그럭저럭 알 만큼은 아는 것 같지 않나요. 응?”

    서의우는 정말 끊임없이 좆 끝을 문질러 댔다. 그다지 거친 손놀림도 아니었다만 이상할 정도로 느낌이 선뜩했다.

    뒷덜미가 오싹하고, 숨이 가빠진다. 재진이 초조하게 마른침을 삼켰다. 아무래도 서의우는 권재진을 쉽게 놔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재진 씨. 섰어요.”

    “……그렇게 주물럭대면 당연히 섭니다. 뭐 어쩌라는 겁니까…….”

    “계속 만져 줄게요. 내 손에 쌀래요?”

    “…….”

    “싫지는 않은가 보네요. 싫었으면 싫다고 꼭 말했을 텐데.”

    서의우의 손안에서 재진의 것이 점차 단단해졌다. 말라 있던 살갗도 프리컴으로 젖어 들었고, 그가 좆구멍을 비벼 댈 때마다 아주 작게 찌걱대는 소리가 들렸다.

    완전히 발기했을 즈음, 서의우가 재진의 뒷덜미에 입술을 파묻었다. 재진은 피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의우가 이를 세워 깨물자 흠칫거렸다. 정말 그가 말한 그대로였다. 재진은 예언처럼 똑같게 반응하는 자신에 당혹감을 느끼며 눈꺼풀을 내리깔았다.

    만약, 정말로 서의우가 말한 대로라면, 권재진은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어딜 어떻게 만지면 피하느니 느끼느니 따위의 정보는 평생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헉, 으음…….”

    “좀 빠르게 해야겠네.”

    “아? 아! 잠깐, 아닙니다. 천천히…….”

    “아니긴. 그냥 의우야한테 맡겨요. 내가 알아서 해 줄 테니.”

    서의우가 손놀림을 빠르게 바꾸었다. 격렬하게 자극하며 뒷덜미를 연이어 짓씹어 댔다. 재진이 목을 움츠리자 타깃을 바꾸어 귓바퀴를 자근자근 물었다.

    혀로도 핥아 주고 귀 안쪽까지 혀끝을 밀어 넣으려기에 재진은 창틀을 짚고서 쏟아지는 쾌감을 감당하기 바빴다. 어깨가 오싹거리고 아랫배가 조였다. 허벅다리에도 힘이 들어갔으며, 대둔근이 꾸욱 수축했다. 건드려지지도 않은 재진의 뒷구멍이 단단히 오므라들었다.

    “아, 하아, 윽……!”

    권재진은 어렵지 않게 절정에 도달했고, 서의우의 손바닥에 묽은 정액을 쌌다. 희뿌연 액이 손가락 사이사이 난잡하게 엉겨 붙었다.

    재진은 내심 속으로 안도했다. 이제 됐겠지. 만족했겠지.

    아무래도 서의우는 최근 권재진을 탐구하는 데 무척이나 열을 올리는 모양이었다. 질의응답이라면 얼마든지 대꾸해 주겠지만, 신체 반응을 알아내려는 건 피곤했다. 수치스럽기도 하고.

    “후우…… 그래요, 서의우 씨, 기분 좋았습니다. 느꼈고, 반응했고. 다 그 말대로 됐으니 이제 떨어지십시오. 앞으로 가이딩은 제발 좀 침대에서 하시고요.”

    권재진이 체념하고 서의우가 바라는 말을 해 줬다.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등을 짓누른 서의우가 아직도 비켜 주질 않았다.

    서의우는 하얗게 정액 엉킨 손을 빤히 쳐다보더니만, 뜬금없이 붉은 혀를 내밀어 그 애액을 조금 핥아 먹었다.

    “……!”

    권재진이 두 눈을 부릅떴다.

    아직 식욕이 없을 텐데, 뭘 먹을 때가 아닐 텐데, 스크램블드에그는 그렇다 쳐도 권재진이 싸 낸 정액을 먹는 건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맛을 보고선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서의우가 피식거리고 웃었다. 눈을 휘고 뺨을 붉히며 서늘하게 읊조렸다.

    “재진 씨, 한 번도 유리창 안 쳐다봤잖아요.”

    “…….”

    “여기서 더 해 줬으면 해서 그래요?”

    서의우가 재진의 청바지를 밑으로 끌어 내렸다. 앞섶만 풀어 헤쳐져 있던 하의가 무릎 아래로 밀렸고 하얀 다리가 드러나 보였다. 서의우가 젖은 손을 재진의 뒤에 가져다 댔다.

    말랑한 엉덩잇살을 벌리자 선홍빛 구멍이 빠끔 드러났다. 최근 며칠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가이딩 했고, 어젯밤에도 재진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몇 번이고 서의우가 쑤셔 박아 대서 그런지 아직도 속살이 부드럽게 풀려 있었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마디 굵은 손가락이 구멍 안쪽까지 들어가 박혔다.

    “읏.”

    “난 재진 씨가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는데. 재진 씨는 알 거 아녜요. 내가 왜 이러는지.”

    “서, 서의우…….”

    “설마 몰라요? 모르는 건가?”

    서의우가 손가락을 거칠게 들쑤셨다. 깊게 들이박힌 손톱이 내벽을 긁어내며 안쪽을 세차게 자극했다. 손가락 사이를 넓게 벌리기도 하고 가위질하듯 손 모양을 바꿔 움직이며 권재진이 정신을 못 차리도록 혼을 빼놓았다.

    “좀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 재진 씨는 말이죠, 날 다 아는 것처럼 구는데 사실은 전혀 모르는 것 같거든요.”

    “흣, 으! 하아…….”

    “계속 애새끼 취급 하다간 후회할걸요.”

    서의우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구멍을 풀고, 다른 손으로는 또 좆 끄트머리를 후벼 댔다.

    사정까지 한 후라 더욱 예민해진 곳을 엄지로 집요하게 마찰했다. 동시에 손가락으로 배 안쪽 말캉한 속살 점막을 깊게 쑤셔 준다.

    창틀을 짚은 재진의 팔뚝이 얕게 떨렸다.

    이렇게 억지로 하지 않더라도, 권재진은 서의우가 요구하면 받아 줄 생각인데, 왜 또 날뛰어 대는지 모르겠다.

    적정선을 지키는 게 그리 어렵나?

    서의우가 눈알 점막 따위 기괴한 곳만 핥으려 굴지 않는다면, 침대에서 평범하게 가이딩 하자고 한다면, 권재진은 싫지 않았다. 거절할 생각도 없고, 그런데 서의우는 왜.

    뭐가 아쉽고, 뭐가 부족해서 왜.

    권재진이 허락한 그 이상을 요구하는 걸까.

    왜 자꾸 서의우답지 않게 굴지?

    “속이 눅진한데요. 곧바로 자지 처박아도 되겠어요. 손가락이 푹푹 들어가요.”

    가이딩……? 또 가이딩 때문에? 그렇게 가이딩이 갈급한가?

    그래서 권재진의 의사는 개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걸까, 이 개새끼가?

    “와…… 깊게 쑤시면 재진 씨 안쪽이 엄청 달라붙어 오네요. 나한테 더 세게 해 달라고 조르는 것 같아.”

    서의우가 손가락을 모아 주르륵 끄집어내다가 다시금 깊게 박아 넣었다. 재진이 헉, 하고 들숨을 쉬며 허리를 뒤로 휘었다. 가슴이 또 유리창에 닿아 눌렸다.

    고개를 비튼 재진이 유리창에 머리를 비볐다.

    아니다. 가이딩 때문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단순하게 치부하기엔 서의우가 보이는 모든 행동이 재진의 신경을 건드렸다.

    서의우는 권재진을 궁금해했고,

    권재진을 따라잡고자 했으며,

    권재진을 뛰어넘고자 했다.

    서의우가 바란 건……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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