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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광공 길들이기 (31)화 (31/154)
  • #31

    조금 전까지는 당장이라도 게이트에 난입해 크리처를 몰살해 댈 것처럼 냉정해 보였는데, 지금은 그 나이 또래 청년처럼 앳되고 풋풋해 보였다. 예기치 못한 사태를 맞이해 난처한 대형견처럼도 보인다. 서의우의 머리와 궁둥이에 어쩔 줄 몰라 하며 흔들리는 투명한 귀와 꼬리가 보이는 것 같다.

    권재진은 인간이 어떻게 딱복인 동시에 강아지일 수 있지? 하고 신기해하며 서의우가 진정되기까지 기다렸다. 가끔은 진짜 개새끼이긴 한데, 그렇긴 한데, 아무튼…….

    “이제 됐어요. 재진 씨 눈 감아요.”

    권재진은 서의우가 시키는 대로 눈을 감았다. 보지 않아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할 수 있었다.

    서의우가 권재진의 이마로 손을 뻗었고, 그의 손끝에 막대한 이능이 소용돌이치며 한점으로 끌려갔다. 지난번에는 온몸의 피가 마르고 피부 껍질이 뒤집힐 것처럼 두려고 사특한 힘이라 생각했고, 동시에 넋이 나가 홀려 버릴 정도로 경외스러운 장엄한 힘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서의우가 무언가…… 권재진을 또 봐주는 건지, 어쩐 건지, 힘을 다소 조절한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실수할지 몰라서. 가볍게 표층을 훑어보기만 할 거예요.”

    손끝이 닿았다.

    이마 중앙을 중심으로 전신에 동심원이 퍼지며 오싹한 전율이 일었다.

    서의우가 권재진의 정신 속에 파고든 감각이 느껴졌다.

    그가 들어와 있었다.

    안에, 속 안에…….

    서의우는 매번 권재진의 안을 파고드는구나, 불현듯 그런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입이랑 엉덩이도 뚫리고, 자지 구멍도 뚫리고, 이젠 뇌까지…….

    ‘맘대로 해라. 맘대로 해.’

    우리 애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썅…….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머리를 내맡기자 거부감이 줄었다. 꼭 깊은 물에 빠졌을 때 같았다. 버둥거릴수록 더 가라앉고, 힘을 빼고 흐름에 맡겨야 몸이 떠올라 살 수 있는 것처럼. 서의우에게 전부 내주니 아늑해졌다.

    “후우…….”

    이윽고, 서의우가 멀어졌다. 머릿속을 꿰뚫고 들어왔던 그의 의식이 서서히 거둬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응축되었던 이능이 사그라지고 잠잠해지며 비일상이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끝났어요, 재진 씨.”

    서의우는 조금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골몰할 게 남았는지 짙고 굵은 눈썹을 찌푸리더니만, 권재진을 골똘히 바라보며 스르르 표정을 풀었다.

    정교한 눈매가 곱게 휘어진다.

    서의우는 달콤하게 눈웃음 지으며 편안히 누그러진 얼굴을 보였다.

    “일단 팔부터 풀어 줄게요. 아래도.”

    그가 말이 내뱉기 무섭게 양팔을 구속했던 수갑이 철컥 열렸다. 열쇠 따위 필요 없이 염동력으로 잠금장치를 해제한 모양이다. 그렇지만 아래는 직접 손을 댔다.

    서의우는 극히 주의하며 조심스레 재진의 다리를 벌렸다. 무슨 건드리면 터지는 비눗방울 대하듯 하고 있었다.

    좀 전에 흥분해서 카테터를 거칠게 쑤셔 넣었던 게 미안한 모양이다. 그건 사실 서의우가 거칠게 했다기보다도 권재진이 재갈 풀려고 날뛰어서 그런 건데도 말이다.

    “읏.”

    “아파요?”

    서의우가 관을 고정하려 붙여 둔 테이프를 떼어 내자 배꼽 밑이 떨렸다. 권재진이 움찔거리는 걸 보고 서의우가 고개를 확 쳐들었다.

    서의우는 아직도 일반인이 느끼는 고통의 단계를 모르는 게 틀림없었다. 어느 정도 힘을 줘야 권재진이 아파하는지, 어디까지 괜찮은 건지 각성자의 기준과 너무 달라 파악하기 난감한 모양이다.

    “괘, 괜찮습니다. 그냥 빼십시오.”

    재진이 손목에 남은 붉은 자국을 쓸어내리며 답했다. 눈 딱 감고 빨리 빼내는 게 낫다. 말 못 할 안쪽이 조금 시큰거리는 걸 보니 내일은 혈뇨를 싸겠다 싶다. 아니, 아니다. 양심이 있으면 서의우가 힐링 팩터 하나쯤 놔 주겠지…….

    “살살 할게요. 내가 미안해요.”

    크고 마디 굵은 손이 살며시 권재진의 성기를 쥐었다. 아래로 늘어진 기둥을 잘 추슬러 잡고 엄지로 선단 쪽 표피를 살짝 눌러 당겼다. 그것만으로도 자극이 느껴져서 재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서의우가 좆 기둥을 잡고 있어서 그런지 안쪽을 통과한 실리콘 관이 확연히 느껴졌다. 평소라면 이물감을 느낄 일 없는 요도가 빠듯하게 채워져 있었다. 그가 천천히 관을 빼내기 시작하자 여린 점막이 쓸려서 더욱 이상했다. 따끔거렸다.

    “으…….”

    살살 하겠다는 말을 이렇게 충실하게 지킬 줄이야. 서의우의 손 움직임은 무척이나 느렸다. 이게 관을 안으로 집어넣는 건지 밖으로 끄집어내는 건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느린 움직임이었다. 권재진이 눈을 감고 발끝을 움츠렸다. 무릎 뒤쪽 오금이 근질거렸다.

    “재진 씨. 재진 씨.”

    “뭡니까…… 왜 지금 부릅니까.”

    “재진 씨 표정 좀 가려요. 얼굴, 너무…….”

    “……예?”

    “아니에요. 아무것도.”

    얼마나 깊게 넣은 건지 카테터를 아무리 뽑아도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서의우가 엷은 숨을 내쉬며 긴장을 유지한 채 관을 끝까지 빼내었다. 차게 식은 하반신에 그의 숨결이 닿아서 그런지 뜨겁게 느껴졌다.

    권재진은 다리를 오므리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아 냈다. 인내한 보람이 있는지 드디어 둥근 도뇨관 끝머리가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살았다. 권재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요도 구멍 입구 쪽이 벌겋게 쓸려 있고, 살점도 통통하게 부은 것 같지만 견딜 만했다. 살짝 쓰라린 정도다.

    그런데, 난데없이 말캉하고 뜨거운 것이 아래에 닿았다.

    “……!”

    등을 수그린 서의우가 부어 있는 좁은 틈새를 혀로 핥았다.

    거대한 짐승 같은 근육질 신체로 권재진의 다리 사이에 웅크리고 조그만 환부를 할짝대고 있는 거다.

    한차례 헤집어진 요도 구멍이 혀끝으로 다시금 자극당해 홧홧했다.

    “미친, 뭐 하는 겁니까!”

    권재진은 놀라서 서의우의 머리통을 세게 밀쳤다. 힘 조절해야 한다는 생각도 못 하고 그냥 힘껏 후려친 수준이었다.

    “아.”

    “거, 거길 왜…….”

    서의우는 아픈 기색 하나 없이 몽롱하게 중얼거렸다.

    “아니, 그러게요. 왤까요……? 핥고 싶어졌어요.”

    “뭐요?”

    “안 되나요?”

    “안 됩니다. 치워요.”

    권재진이 다리를 접었다. 무릎을 딱 붙여 단단히 오므리고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돈했다. 서의우의 곱슬과 달리 직모를 타고난 검은 머리카락이 금세 차분해졌다.

    “가이딩이라면 내일 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아무래도 좀.”

    “아뇨, 가이딩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라요.”

    “뭔 소립니까 또.”

    “재진 씨 거기가 빨개져서요……. 꼭 내가 핥아야 될 것같이 생겨서…….”

    “아이 씨, 뭔.”

    “안 되나요? 아픈가요?”

    아프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다.

    서의우는 권재진의 기억을 보았다. 표층만 가볍게 훑었건 어쨌건 봤을 터다. 그렇다면 둘이 사귀던 연인 관계인 걸 확인했을 텐데도, 그런데도, 지금 자지 구멍이나 핥겠다는 말이 나올 수가 있단 말인가?

    이 상황에!

    진심으로?

    권재진이 양손으로 서의우의 뺨을 감싸듯 잡았다. 언제 봐도 비현실적이게끔 잘생긴 얼굴이 권재진의 손아귀에 알맞게 잡혀 들어갔다.

    “야. 서의우.”

    손바닥에 열기가 느껴졌다. 재진의 체온이 꽤 많이 떨어지긴 한 모양이다.

    재진은 버릇처럼 엄지로 서의우의 곧은 콧날을 훑어 주었다. 지금은 매끈하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콧잔등에 몇 번이고 깊게 주름 잡히곤 했다.

    그의 높은 콧대를 타고 엄지를 미끄러뜨리듯 쓸어내렸다. 거듭 부드럽게 문지른 후 입술 위에 머물러 손끝에 약간의 힘을 주었다.

    모양 좋은 윗입술과 아랫입술 틈새를 지그시 눌러 비집고 벌리자, 서의우는 재진이 뜻하는 대로 순순히 입을 열어 주었다. 권재진과 접촉할 때마다 찌릿한 쾌감이 도는지 서의우의 회색 눈동자가 난잡하게 일렁거렸다.

    “핥을 게 따로 있지.”

    권재진이 고개를 비스듬히 틀었다.

    입술 각도를 맞추고는 평범하게 키스했다.

    처음에는 눈을 뜨고 있었지만, 혀를 섞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찬찬히 두 눈꺼풀을 내리감았다.

    “음…….”

    말캉한 혀가 기분 좋은 쾌감을 자아냈다.

    권재진이 서의우를 흉내 내어 그의 혀를 빨았다. 쪼옥, 쪽 하는 젖은 소리가 나서 민망했다. 서의우는 매번 이딴 걸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해 대는지 모르겠다.

    내친김에 권재진은 서의우의 등에도 팔을 둘렀다. 전투복의 찢어진 틈새 사이로 단단한 맨살이 만져졌다. 무심결에 그의 새하얀 피부를 손으로 조금 쓸어내리자 서의우가 울컥하고 격양되었다.

    입맞춤을 신호로 고삐가 풀린 듯, 자제하며 억누르던 충동이 솟구쳤다. 서의우는 숫제 권재진을 들어 올리다시피 힘주어 끌어안고 입술을 집어삼켰다.

    항상 그렇듯 그는 갈급하게 입 안을 헤집었다. 권재진의 살점과 점막을 탐닉하듯 맛보고 흥분과 쾌감에 겨워 이성을 잃었다.

    “흣, 음. 응……!”

    덮쳐 오는 기세에 권재진의 허리가 뒤로 넘어갔고 쐐기 박힌 침대 벽면에 어깨가 닿았다. 숨이 달린 재진이 입술을 조금 떼어 내려 했는데 더는 뒤로 물러설 곳이 없었다.

    고개를 비틀어 보아도 서의우가 즉각 뒤쫓아 벌어진 빈틈을 메웠다.

    이러다 숨이 멎겠다 싶을 즈음이 되자 권재진이 서의우를 밀어 냈다. 서의우는 재진이 미는지 당기는지 어쩌는지조차 모르고 계속 혓바닥을 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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