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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광공 길들이기 (20)화 (20/154)
  • #20

    “저기, 재진 씨 겨드랑이에 자그만 점 있는 거…… 알고 있었나요?”

    “…….”

    “왠지 재진 씨는 모르고 있었을 거 같아요. 주변을 살피는 눈은 매섭지만 자기 자신을 살피는 눈은 좀 무뎌 보이거든요.”

    정말 까맣게 몰랐으면 좋겠다. 서의우가 직접 알려 주게.

    권재진의 몸을 권재진보다 더 잘 알게 되면, 이 몸을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네? 재진 씨, 이거 알았어요? 대답해요.”

    권재진은 욱, 흑, 하고 간헐적으로 호흡하다가 겨우 입을 열고 대답했다.

    “아, 알고, 있…… 큿, 습니다.”

    “……알았어요? 그래요?”

    대답이 마음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서의우가 못마땅하다는 듯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권재진의 어깻죽지를 입술로 물고 가볍게 짓씹으며 굵은 눈썹도 슬며시 찌푸렸다.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딱히 알 것 같지 않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럼 재진 씨 치아 개수도 알고 있나요? 전부 해서 서른 개던데.”

    “예, 그렇다더, 군요. 사랑니가 아래턱에만…… 두 개랬나, 무, 뭐라던가…….”

    “누가?”

    서의우가 이어지는 말을 끊어 내고 질문을 던졌다.

    고개를 치든 앳되고 수려한 얼굴에 뚜렷한 의문이 떠올라 있었다.

    “누가 알려 줬어요, 그거?”

    알려 준 건, 그야 당연히…….

    1회차 서의우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떠들어 대서…….

    불현듯, 스산한 불안이 뇌리를 파고들었다.

    권재진이 마른침을 삼켰다.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 않는 것이 이로울 것 같았다.

    “…….”

    조가비처럼 입을 다문 재진을 서의우가 채근했다.

    “누군데요.”

    느릿느릿 봐줘 가며 쑤셔 박던 좆을 단박에 속 끝까지 쿵 치받아 놓고서는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재진의 귀에 이질적인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나 그냥, 궁금해서 그래요.”

    “아……! 헉!”

    “치과? 의사가 알려 줬나요……? 근데 그럼, 점은?”

    “아니, 흐큿, 우으윽……!”

    “발발거리지만 말고 대답 좀 해 줘요.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거니까. 이걸 어떻게 알았지…….”

    어지간히 알고 싶은 모양인지 서의우가 연신 보챘다. 재진이 신음만 뱉고 말을 못 하자 답답해진 그가 권재진의 골반을 붙들고선 몸을 뒤엎었다.

    침대에 눌어붙은 모습으로 엎드려 있던 재진의 몸뚱이가 손쉽게 뒤집혔다. 나름 체격 있는 권재진은 여간한 무게가 아닌데도 서의우는 어린애 다루듯 했다.

    “끄윽!”

    뒤에 좆이 끝까지 박힌 채로 몸이 반 바퀴나 돌아가다니. 재진의 허리가 뒤로 휘었다.

    턱이 들리고 시선도 천장을 본 채 어지러이 흔들렸다. 바짝 움킨 발끝에서부터 머리꼭지까지 전율 같은 쾌감이 번졌다.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서의우가 재진을 몰아세웠다.

    허벅다리를 등에 감게 하고서는 골반끼리 퍽퍽 부딪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세차게 젖은 구멍에 좆질해 댔다.

    “이래도 대답 안 해요? 혹시, 말하기 싫은가요?”

    “힉! 흐욱, 윽!”

    “의우야한테 말해 주기 싫어?”

    하체가 축축했다. 언제 쌌는지 모르게끔 재진이 흘린 좆물이 배꼽을 진탕 더럽히고 있었다. 이미 사정을 했는데도 몰아치는 쾌감은 멎지 않았다. 도리어 더 커다란 파도가 되어 밀려온다.

    머릿속에 자꾸만 불똥이 튀고 눈앞이 반짝거렸다. 이대로면 바보가 될 것 같았다. 정말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권재진이 버둥거리며 서의우를 붙들었다.

    “그게, 그런 게, 대체 왜 궁금한, 윽! 거, 겁니까. 예?”

    “아? 글쎄요……? 나 말고, 재진 씨 몸을, 음, 누가 그렇게 잘 아는지 궁금한가 봐요.”

    “무……, 뭐……?”

    “대체 누구길래…… 후우, 하…… 이런 걸 다 아나 해서.”

    서의우가 흘리듯 눈웃음 지으며 재진의 다리를 접었다. 연신 버둥대던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빈틈없이 억눌러 놓고 위에서 아래로 하체를 세차게 찍어 눌렀다.

    각성자의 가이딩은 본래 거친 것이고, 서의우는 이런 방식의 가이딩이 훨씬 익숙했다. 그의 말마따나 봐주지 않으면 이 꼴이다.

    지금도 서의우가 아주 조금 자제를 잃었을 뿐인데 재진은 죽을 노릇이었다.

    권재진이 경악하며 서의우를 뜯어말렸다.

    “자, 잠깐. 거기! 배가, 배 뚫릴 것 같, 그만해, 그마! 아크윽……!”

    “에이, 이런 거로, 안 뚫려요…… 난 진짜로 배에 구멍 나 본 적 있어서 알아요.”

    “아파, 서이, 의우, 아픕, 아아……! 거기, 너무…… 후비지 마, 아!”

    “으응, 원하는 답이 아닌데……. 재진 씨 많이 힘들어요?”

    “히익! 아! 흐아……!”

    “그러게 왜 말을, 후, 내가 묻는데, 왜 말을 안 해 줘요. 재진 씨 때문에…… 내가 지금, 너무 흥분했잖아요. 이러면 안 되는 건데, 아…….”

    이러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서의우는 무자비했다.

    어느 정도로 힘을 조절해야 하는지 적당 선을 모르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일반인을 상대로 이럴 일이 없어 가늠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정말 아기 다루듯 재진을 다루어야 할 판이다.

    어느 순간, 재진의 숨소리가 이상해졌다.

    헐떡이다 못해 힉힉거리고 허리 아래부터 발끝까지 감전되기라도 한 것처럼 벌벌 떨렸다. 하얗게 점멸하던 시야가 어느샌가 캄캄해졌고, 곧 기절할 것처럼 정신이 흐려졌다.

    재진이 끙끙 앓는 목소리를 짜내 엉망으로 외쳤다.

    “마, 말해……, 말하……! 끄우, 말하겠습, 이제, 으흑……, 그만…….”

    재진이 꺽꺽대며 답했다.

    “……사귀던, 사람이…….”

    “…….”

    “그 사람이…… 알려 줬, 윽, 습니다…….”

    거짓은 말하지 않았다.

    비밀을 밝히지도 않았지만.

    “……사귀던, 그랬구나.”

    원하던 답을 얻어 낸 서의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고요히 읊조렸다.

    혼잣말하듯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그렇네……. 일반인은 연애나 결혼 같은 걸 한다고 듣긴 했어요.”

    왜인지 서의우의 반응이 좀 이상했다.

    한껏 보채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졌고, 번들거리던 회색 눈동자도 차갑게 식었다.

    서의우가 지쳐 벌어진 재진의 입술을 핥았다. 흘러내린 침을 쪽 빨아 삼키며 언짢게 중얼거렸다.

    “하하, 권재진 씨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구나. 하긴, 있었겠지. 없는 게 더 이상하죠…… 후, 답을 알았더니 맥 빠졌어요.”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바르작대는 재진을 서의우가 잘 추슬러 껴안았다. 검은색 전투복에 재진이 싼 희뿌연 정액이 엉겨 붙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서로 가슴을 딱 붙도록 끌어안고서 서의우가 느릿하게 허리 짓을 이어갔다.

    “재진 씬 안됐네요. 이제 그 애인이랑 다신 못 만나게 돼서. 슬프겠어요?”

    빠르게 박건 느리게 박건 이제 그런 건 상관이 없었다. 배 안쪽이 서의우로 꽉 들어차 있어서 설령 가만히 숨만 쉬게 놔뒀더라도 버티기 힘들었을 터다.

    재진이 할딱거리며 서의우의 어깨를 짚었다. 빳빳한 전투복 옷깃을 긁어 잡고 당겼다. 매달린 힘 때문에 단추 틈새가 벌어지고 움푹한 서의우의 쇄골이 드러나 보였다. 인식표를 매단 군번줄이 목덜미 곡선을 따라 옷 안쪽으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 사람, 보고 싶나요? 그리운가……?”

    “됐, 흐으……. 상관없, 습니다.”

    “혹시 많이…… 많이 좋아했어요?”

    서의우가 슬며시 콧잔등을 찡그렸다.

    그토록 바라던 가이딩을 받고 있으니 기분이 들떠야 한다만, 흥이 식은 것처럼 썩 내키지 않았다. 그가 엉망으로 풀어진 재진의 얼굴을 집요하게 뜯어보았다. 흔들리는 눈동자와 벌어져서 헐떡대는 붉은 입술을 보다가, 혀를 내어 입을 맞췄다.

    여린 점막끼리 충분히 맞닿아 비벼지도록 물고, 빨고, 핥아 대는데도 미적지근한 느낌 그대로였다. 서의우가 그만 고개를 치들었다.

    그러고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난 연애 같은 거 모르고, 그딴 거 굳이 하고 싶지도 않지만……. 재진 씨가 과거에 너무 미련 갖진 않았으면 해요.”

    그 목소리에 깃든 정체가,

    다정함인지,

    매정함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어차피 그 애인이란 사람, 말끔히 잊어버리는 게 나을 거예요.”

    “…….”

    “두 번 다시는 만날 수 없을 테고, 혹여 운 좋게 억지로 재회한다 하더라도…… 예전 같지 않을 테니까요.”

    “…….”

    “싹 잊어요. 그냥.”

    이제 뭐든 됐다는 듯, 서의우가 더운 숨결을 뱉었다. 사정이 가까워진 모양이었다.

    조금 전까지 끈질기게 추궁하던 대화가 거짓처럼 딱 끊겼고, 서의우는 말보다 행위에 더 집중하여 느릿하게 하반신을 쳐 댔다. 눈꺼풀을 지그시 내리감고 욕구를 자중하는 모습이다.

    파정할 때까지 뭉근하게 그 짓을 반복하는데, 이미 한계를 넘어선 권재진은 그조차도 버겁도록 지쳐 있었다. 애꿎은 서의우의 옷만 찢어발길 기세로 힘껏 붙잡고 버텼다.

    “흐으, 아! 허윽…… 응으…….”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좆이 들이박힌 배 속만 그런 게 아니다.

    권재진의 정신도 곤죽이 되어 있었다.

    끊임없이 몰아친 쾌감에 흠뻑 젖은 뇌가 몽롱하게 마비되는 한편, 선명한 불쾌감이 등골을 꿰뚫고 치밀어 올랐다.

    <말끔히 잊어버리는 게 나을 거예요.>

    <운 좋게 억지로 재회한다 하더라도, 예전 같지 않을 테니까요.>

    찰나에 느낀 스산한 불안이 옳았다.

    서의우에게 똑바로 말하지 않길 잘했다. 비밀을 감추고 상대가 누구였는지 밝히지 않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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