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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크리처 (Under creature) (71)화 (71/102)
  • #071

    이겸은 잠시 시계를 살폈다. 자기랑 있으라고? 하지만 시간이…. 이미 저녁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꽤 담백하게 거절했다.

    “안 돼. 강태하 기다려.”

    “…….”

    도현은 그것이 못내 거슬리는지 테이블을 검지로 툭툭 치며 생각에 잠겼다. 가만히 기다려 주자 그가 말을 꺼냈다.

    “노력 안 해?”

    “노력할 거야. 근데 강태하와 선약이 있어.”

    “취소해.”

    “친해지려고 노력은 할 건데, 그렇다고 먼저 잡힌 선약을 취소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이내 음료를 트레이 위에 담고 반납했다. 서도현은 이겸의 뒤를 따르며 제 기분 나쁨을 어필했다.

    밖으로 나선 이겸은 그를 마주 보고 재차 쐐기를 박았다.

    “일러두는데. 난 너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지. 네가 내 첫 번째가 된다는 뜻은 아니야. 그리고 넌….”

    할 말을 미처 끝내지 못한 채 입술을 벙긋했다. 이 말을 한다고 얘가 이해는 할까, 싶었지만 우선 말이라도 시도했다.

    “넌 진짜. 존나, 존나 속죄하며 살아야 돼. 나한테도,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가 자신에게 사과를 했고, 사과를 받아 줬다지만 용서를 한 건 아니다. 서도현은 자신과 타인에게 언제나 미안함과 죄책감, 그로 인한 괴로움을 품고 있어야 했다. 그게 옳았다.

    “그러지 않으면 넌 인간도 아니야.”

    “그럴게.”

    도현은 의외로 확고히 맹세했다. 떠나려는 이겸의 발걸음이 뚝 멎었다.

    “네가 하란 대로 다 할게.”

    “…….”

    “그러니까 오늘은 나랑 있어.”

    쉽게 나온 대답은 쉽게 그 가치를 잃는다. 이겸은 그의 대답이 단순 현 상황을 모면하려 하기 위해 했을 뿐, 진심이라 여기지 않았다.

    ‘그래도 뭐.’

    사과의 ‘사’ 자도 꺼내지 않던 놈이 이 정도까지 왔으면 놀라운 발전인가.

    이겸은 나름 장하다는 마음을 담아 손을 뻗어 그의 머리칼을 흩트려 주었다. 아마 이런 터치는 처음일 것이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등을 돌렸다.

    “간다.”

    그 뒷모습을 도현은 고집스럽게 눈에 새겼다.

    ***

    다음 날 오후.

    [아저씨 만나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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