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더크리처 (Under creature) (23)화 (23/102)
  • #023

    이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테스트실에 들어왔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틈새로 난 유리창엔 대기실이 보였고, 다른 벽면에 설치된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아마도 VIP 방으로 연결돼 있는 듯싶었다.

    저벅저벅 다양한 무기가 구비된 테이블로 향했다. 이것저것 구경하며 살피다 자그마한 마이크를 발견할 수 있었다.

    ‘VIP 방으로 연결되는 건가.’

    무기들을 찬찬히 훑다가 제일 익숙한 단검을 집어 들었다. 무엇이 자신과 맞는지 모른다. 그저 크리처와 사냥을 나갈 때마다 서도현이 제 무기인 단검을 빌려주어 그게 제일 익숙할 뿐이었다.

    어떤 크리처가 나올지 몰랐다. 그래도 ‘하’ 등급 정도면 비벼 볼 만하다고 여길 찰나, 테스트실과 연결된 다른 방에서 철장이 열리더니 쿵, 쿵 웅장한 소리가 울렸다.

    ‘뭐지?’

    대상을 확인한 이겸의 얼굴이 차게 굳었다.

    매끈한 비늘에 도마뱀을 닮은 크리처. 파충류, 곤충, 벌레. 이겸이 제일 싫어하는 유였다.

    ‘저걸 잡으라고?’

    육중한 체격에 앞발을 디딜 때마다 거대한 소리가 났다.

    다행히 권상혁이 준 도감에서 본 적이 있다. 체격만 컸지 그렇다 할 공격도, 지능도 없는 탓에 하 등급으로 분류된 크리처였다. 비늘은 단단한 터라 칼이 박히지 않고, 눈을 통해 뇌까지 단번에 공격하면 된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이겸은 제가 고른 단검을 그러쥐었다. 길이가 짧은 검으로는 뇌까지 안 닿을 것 같은데. …무기를 바꿔야 하나. 그간 도현과 함께 크리처 사냥을 나간 보람이 있었는지, 크리처를 눈앞에 두고도 의외로 침착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

    크리처가 이겸에게 입을 쩍 벌리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일단 해 보자는 생각으로 빠르게 돌진했다. 단검이 곧장 세로로 길게 찢어진 동공에 박히고, 이겸은 저도 모르게 검을 놓치고 말았다.

    “윽.”

    이유는 여러 가지다. 검의 길이가 뇌까지 단번에 파고들 정도로 길지 않았고, 그렇다면 팔을 눈 깊숙이 찔러 넣어 뇌에 닿게 해야 하는데 징그러움이 물씬 차오른 탓이었다.

    안구 사이로 팔을 집어넣으라고?

    우욱, 절로 토악질이 나왔다.

    크리처가 상처 입은 한쪽 눈을 질끈 감고 몸부림치는 사이 이겸은 다시 무기 테이블로 가 장검을 챙겼다. 곧장 크리처의 반대편 눈을 찌르고 검을 더 깊게 들이밀자 뇌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그 감촉이 손이 잘게 떨려 왔다.

    이내 크리처가 쓰러지고, 테스트가 끝났다.

    “후우.”

    이겸은 제 쪽 측면에선 거울로 보이는 유리창을 바라봤다. 불시에 VIP 방과 연결된 스피커에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윤이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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