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잃어버린 소년을 위하여 외전-1화 (11/13)

1.


★ Radiance TALK

BEST! [잡담] 미쳣다 방금 마트에서 우유즈 실물영접함ㅠㅠㅠㅠㅠㅠㅠ

엄마랑 마트갔다가 방금 우유즈 봄ㅠㅠㅠㅠㅠ

카트끌고 들어가는데 저 앞에 진짜 남들 위로 머리한개 튀어나온 존잘남이 있는 거야… 어깨태평양인데 뒤통수 존나 작어 동글동글… 허리는 왤케 위에서 시작해???? 다리는 욀케 김??? 나랑 같은 인종 맞음??? 뒷모습만 봤는데도 넘 저세상 와꾸라 엄마랑 나랑 존나 어리둥절해서 와 저런 사람도 있구나 유채말고 저런 사람 또 있구나… 하고 있었거든....

아니 근데… 옆에 누가 가까이와서 서니깐 그 동글 뒤통수가 고개 돌리더니 마스크 쓰고 있던거 턱으로 내리면서 그 사람보고 완전 활짝 웃는데 유채인거야;;;; 아니 진짜 유채일 줄이야;;;; 애가 캡 눌러쓰고 후드까지 뒤집어썼는데 이목구비 자기주장 쩔어… 하도 번쩍거려서 바아로 알아봤잖아…

근데 평소에 유채 저렇게 웃었냐?? 눈도 안보이게 접으면서 생글거리는데 심장 찢어질 뻔ㅠㅠㅠㅠㅠ 근데 이게 끝이 아니야 와 진짜 이쁘다 누구보고 글케 웃냐ㅠㅠㅠㅠㅠ 하면서 나도 따라 고개 돌렸는데ㅅㅂㅠㅠㅠㅠㅠㅠ 우주가ㅠㅠㅠㅠㅠ 우주가ㅠㅠㅠㅠㅠ 존나 사랑스럽게 유채 마주 보고 웃고있었다ㅠㅠㅠㅠㅠ 와진짜 둘이 뭐야?? 왜 그렇게 천년에 사랑하는거처럼 멜로눈깔로 눈맞춰???

우주 근데 키 진짜 컸드라 다들 컸다 컸다 해서 그런가 하고있었는데 둘다 운동화 신고있었는데 눈높이가 한… 5센티? 그정도 차이난거같애,, 딱 좋은 키차이였다… 원래는 거의 한뼘차이나지 않았나?? 글고 진짜 우주 이뻐짐;; 이온음료 씨엡에서 텨나온 듯한 청량함… 흰색 후드티입고 핑크캡;;ㅋㅋㅋㅋㅋ 썼는뎈ㅋㅋㅋㅋㅋㅋ와 너무 와기ㅠㅠㅠㅠㅠ 나 진짜 뛰쳐들어서 우주 손에 쪼꼬과자 쥐어줄뻔함ㅠㅠㅠㅠㅠㅠ 엄마팔 붙잡고 이악물어 참았다ㅠㅠㅠㅠㅠ

아근데 모르는척 해주려고 피해다녔는데 자꾸 마주치는거야ㅠㅠㅠㅠㅠ 아니 걔네가 걍 조심성이 없어 그 긴 다리로 성큼성큼 마트를 온통 헤집고다님;;; 시식코너마다 들르면서 하나하나 사먹고 죄다 삼… 글고 한우 코너에서… 유채가 카트 끄느라 손이 없었거든 그니까 우주가 유채한테 한우 한점 찍어서 먹여줌;;;;; 씨바!!!!!!!! 쾅!!!!!!!!!! 신혼부부냐???? 어?????

아니 시식도 했으면 인류에 평화를 위해 조용히 자리 뜰것이지 그 자리에서 또 꿀떨어지게 눈맞추고 웃으면서ㅠㅠㅠㅠㅠ 우주 이 와기녀석ㅠㅠㅠㅠㅠㅠ 맛있어? 니가 태워먹은 한우도 맛있었을텐데 그치 이러고 잔망떠는데 돌았나????? 돌았나???? 돌았나???????? 외…… 외 저러는거야? 날 죽이고 시픈거야??? 어????

후 더 있다가는 사회적 체면이고 머고 머리풀고 뛰쳐들어서 우주 멱살잡았다가 유채한테 끌려나갈거같아서 엄마 붙잡고 조용히 도망침…

근데…

주차장에서 또만남 ㅅㅂ…… 짐 졸라 많든데 유채 혼자 박스 세 개쯤 쌓아서 들고 우주는 맨손;;; 예전 같았으면 빡쳤을 거 같은데(나 유채픽이라… 요샌 유채픽 우주픽 나누는게 의미없지만;;;) 그래 와기한테 짐을 왜 들리냐 잘했다 유채야 힘뒀다 어따쓰냐ㅠㅠㅠㅠ 이러면서 보고있었다… 아니근데ㅠㅠㅠㅠㅠㅠㅠ 우주가 상큼하게 걸음마 잘 하다말고 갑자기 뒤로 휙 돌더니 유채보고 진짜 녹아내리게 웃는거야ㅠㅠㅠㅠㅠ 뺨에 보조개 움푹 패는데 진짜 썬샤인;;;;

너희들은 그때 유채 표정을 봤어야한다 애가 뭐하나 빼먹은 사람처럼(아마도 정신머리인 듯……) 표정풀려서 실실 웃는데… 아 그래 천년에 사랑하세여;;; 하고 나혼자 뻘쭘해짐… 왤케 내가 신혼부부 깨볶는데 불청객된 기분이 들어야하지;;; 아니 불청객이 맞긴한데 글타고 거기가 걔네 신혼집도 아니고 공공장소자나?? 어??? 난 그냥 마트에서 장보고 들어가던 선량한 시민이라고ㅠㅠㅠㅠㅠ 내가 대체 뭘 잘못함???

휴 이것도 끝이 아니야.. 질긴인연… 내가 그러고나서 기가 빨려서 엄마한테 운전부탁하고 조수석에 앉아있는데,,, 눈앞에서 차가 슝 지나감… 우주가 한 손으로 핸들 꺾으면서 운전하는데 왜 또 존멋인 것???;;; 말랑아기 아니었음??? 정말 당황스러웠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턴 그랬다고 한다… 괜히 혼자 진빠져서 홍삼빨고와서 후기찜…

덧/ 아참 글고ㅠㅠㅠㅠ 유채 하얀운동화 신고있었는데 운동화끈이 존나 시강이라 그냥 넘어갈수가 없었다ㅠㅠㅠㅠ 한쪽은 핑크 다른쪽은 노랑이 끈을 양쪽 다 꽃모양으로 야무지게 묶고 있더라… 진짜… HA… ㅈㄴ씹덕!!!! 쾅!!!!!!

[댓글(1367)]

‣ 헉ㅠㅠㅠㅠㅠㅠㅠㅠ 부러워ㅠㅠㅠㅠㅠㅠ 우유즈 꽁냥 본 눈 나한테 팔아라ㅠㅠㅠㅠㅠㅠㅠㅠ

⤷ 야나두ㅠㅠㅠㅠㅠ 줄서봅니다;;; 윗댓 거래 불발되면 나한테 팔아라ㅠㅠㅠㅠㅠ

⤷⤷ 나도 줄서봄ㅠㅠㅠㅠㅠㅠㅠ

⤷⤷⤷ 슨다.. 줄....

⤷⤷⤷⤷ ㅇㄱ) ㅅㅂ 안팔아 안판다고 다들 저리가 혼자있고 시프니까… ㅠㅠㅠㅠㅠㅠ

‣ 와 미쳤냐;;; 우주 잔망 뭔데ㅠㅠㅠㅠㅠ 니가 태워먹은 한우도 맛있었을텐데 그치??? 저거 그그그 드램핑렬리티 말하는거 맞지ㅠㅠㅠㅠㅠㅠ

⤷ 니가 태워먹은 한우도 맛있었을텐데 그치? 니가 태워먹은 한우도 맛있었을텐데 그치? 니가 태워먹은 한우도 맛있었을텐데 그치?

⤷⤷ 어어어 글램핑때 ㅠㅠㅠㅠㅠ 유채가 한우 다태워먹어서 우주 빡쳤었던거ㅠㅠㅠㅠㅠ 그때만 해도 배틀이었는데 언제 신혼됐어ㅠㅠㅠㅠㅠ

‣ 왜 울동네 마트에 우유즈없어… 나도 우유즈 실물영접 하고시퍼…

⤷ 울동네 마트에도 없어 우유즈… ㅅㅂ저기 어디임ㅠㅠㅠㅠㅠㅠ

‣ 나도 전에 우유즈 한번 실물 봤는데 유채도 유채고 우주 실물이 진짜 쩔더라;;; 선이 진짜 곱고… 존잘생 쾌남인데 사랑스러움;;; 카메라 죄다 뿌셔버려야대 우주 실물 반에 반에 반도 못담아;;;

⤷ 레알… 선샤인…

‣ 나 저거 먼주알아!!!! 유채 운동화 그거그거 글램핑 때 우주가 애기 운동화 묶어줬던거 그모양 아님????

⤷ ㅇㄱ) 헉 맞아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그거였음!!!! 와 너 눈알 좋다!!!!!

⤷⤷ 아앀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보통 눈썰미 좋다고 하지 않냨ㅋㅋㅋㅋㅋㅋ

⤷⤷⤷ 눈알ㅋㅋㅋㅋㅋㅋㅋ

‣ 아 근데 유채 뭐냨ㅋㅋㅋㅋㅋ 우주가 애기 운동화끈 묶어주는거 보고 부러웠냐구ㅋㅋㅋㅋㅋ 나도 꽃모양 묶어달라 했냐구ㅋㅋㅋㅋㅋㅋㅋ 니가 애기냐??ㅋㅋㅋㅋㅋ

⤷ 아기새자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놈에 아기샠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맞네… 유채는 아기새니까 운동화끈도 꽃모양으로 묶어야 해요!

⤷⤷⤷⤷ 맞장구쳐주지마 유채 진짜로 지가 아기새인줄 안다고

⤷⤷⤷⤷⤷ 받아주는 우주가 문제임;; 저번 렬리티에서 유채가 아기새드립 치니까 우주가 한술 더 떠서 응 우리 아기새가~ 하더라 유채 예명인줄;;;

⤷⤷⤷⤷⤷⤷ 아 그때… 존나 자연스러웠음

‣ 이런글 나만 불편해?;;; 무슨 신혼부부에… 멜로눈깔에… 자정 좀 하자;

⤷ 응 너만불편해

⤷⤷ ㅋㅋ 또 프로불편러 납셨네;;

⤷⤷⤷ 우유즈 관계성 빠는거고 애들도 인정했는데 혼자 불편하지 꼭;;

⤷⤷⤷⤷ 아앀ㅋㅋㅋㅋㅋ 애들이 뭘 인정했냨ㅋㅋㅋㅋㅋ열애설 인정한줄ㅋㅋㅋㅋㅋㅋㅋㅋ 뭔데뭔뎈ㅋㅋㅋㅋㅋㅋ

⤷⤷⤷⤷⤷ 어? 아니그냥;;ㅋㅋㅋㅋㅋㅋ 우유즈 조합명 이름 이뻐서 좋아한다곸ㅋㅋㅋㅋ 우주도 그랬고 유채도 옆에서 끄덕끄덕 했었음ㅋㅋㅋㅋㅋㅋㅋ

⤷⤷⤷⤷⤷⤷ 열애설 인정ㅋㅋㅋㅋㅋㅋ 개웃곀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근데 신혼부부설 나올만 한게ㅋㅋㅋㅋㅋ 얘네 에엠제이랑 계약 종료하면서 숙소 이사했잖아,, 그때 아파트 두 채 구해서 우유즈 같이 살고 앞집에 이신케빈라윤 이사왔다 하지 않았음? 단둘이 살면 신혼부부지 머ㅋㅋㅋㅋㅋㅋ

⤷ 어 맞음ㅋㅋㅋㅋㅋ 와 우유즈가 단둘이 같이 살다니;; 우유즈 이렇게 떡상할 날 올줄 누가 알았냐ㅋㅋㅋㅋ

⤷⤷ 세월이 무상하다 진짜… 유채야 기억나? 니가 글램핑에서 우주보고 직장동료라 그래서 한줌 우유러 피눈물 흘렸었잖아…

⤷⤷⤷ 그때부터 우유즈 주식 잡았냐 너 진짜 대단하닼ㅋㅋㅋㅋㅋ 선생님 저 이번에 취직 가능할까요…

⤷⤷⤷⤷ 선생님 저 대학 붙을까요…

‣ 아니근뎈ㅋㅋㅋㅋㅋㅋ 얘네 진짜 말도 안 섞는 사이였는데 어쩌다 저렇게 천년의 사랑함? 따돌리지 말고 우리도 좀 알려조라;;

⤷ 그니깤ㅋㅋㅋㅋㅋ유채 하는거 보면 무슨 죽은 애인이 살아돌아온 줄ㅋㅋㅋㅋㅋㅋ

⤷⤷ 아무리 그래도 이런 발언은 좀;;; 자제좀 하자…


***

벽시계를 돌아보았더니 벌써 다섯 시였다. 인터뷰를 하러 간 태오가 돌아올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유채는 읽고 있던 요리책을 내려놓고 강아지용 리드 줄을 집어 들었다. 놀아 주지 않는다고 시무룩하게 유채의 발치에 엎드려 있던 꼬마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깡!”

“응. 형 오기 전에 산책 다녀오자.”

기다렸다가 태오가 돌아오면 함께 산책하는 것도 좋겠지만 너무 시선을 끌 것이다. 태오와 유채가 함께 사는 것은 비밀도 아니었고, 인터넷에는 이미 목격담이 수없이 떠돌았지만, 태오는 여전히 유채와 함께 있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이는 게 찔린다면서 어색해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유채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혀를 쯧 찼다.

“꼬마도 태오 형아랑 같이 산책하고 싶은데. 태오 형아는 사람들이 의심한다고 같이 산책도 안 하려고 하고. 그렇지?”

“캉?”

리드 줄을 목에 걸어 주면서 제 마음을 꼬마에게 뒤집어씌웠더니 꼬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름대로 동의라고 생각한 유채가 투덜투덜 말을 이었다.

“손잡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누가 의심해? 사람들 눈앞에서 뽀뽀를 해도 영혼의 단짝이라고 할걸? 이 사회가 얼마나 편견이 심한데. 아무도 신경 안 쓸 건데 마트 한번 같이 가고 싶어도 몇 시간을 졸라야 겨우 가 주고. 꼬마 진짜 서운해. 그치?”

“캉……?”

“예전에는 태오 형도 안 그랬어. 근데 이젠 같은 그룹 멤버니까 보는 눈이 많다고 더 조심해야 한대. 그럼 우린 맨날 집에서만 놀아? 가끔 데이트도 하고 여행도 가면 좋잖아. 꼬마가 무슨 집에서만 가만히 키우는 관상용 식물이냐고. 꼬마한테도 마음이라는 게 있어. 맞지?”

“깡…….”

태오에게 별다른 불만도 없는데 누명을 뒤집어쓴 꼬마가 언제 나가려고 이러냐는 듯 유채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새하얀 털 뭉치 사이에서 동그란 눈동자가 까만 구슬처럼 빛났다.

“우리끼리 산책이나 다녀오자…….”

“깡!”

풀 죽은 얼굴로 몸을 일으킨 유채가 몸을 돌렸을 때였다.

언제 들어왔는지, 태오가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어깨를 떨고 있었다. 긴 눈매가 아래로 둥글게 휜 채였다. 순간 꼬마에게 빙의해서 제 속내를 털어놓으며 투덜거린 것을 모두 들었나 싶었다. 유채는 흠칫 놀라서 더듬더듬 물었다.

“어, 언제 왔어요?”

“음? 지금 막 왔어. 나 아무 말도 못 들었어, 진짜야.”

“……진짜요?”

“응, 그럼. 꼬마 산책 아직 안 다녀왔나 보네. 모처럼 시간 맞았는데 같이 나갈까?”

“같이……?”

“기왕 나가는데 손도 잡고 나갈까? 사람들 눈앞에서 뽀뽀해도 영혼의 단짝이라고 할 텐데 뭐 어때.”

“…….”

“오늘 밤에는 데이트도 하고 주말에 여행도 가자. 유채가 관상용 식물도 아닌데 집에만 있을 수는 없지.”

꼬마에게 하는 말을 다 들은 게 분명했다. 유채는 분한 얼굴로 고개를 떨궜다.

“……그만 놀려요…….”

“응? 놀리는 거 아닌데. 유채한테도 마음이라는 게 있어. 맞지?”

“아 진짜…….”

유채는 앞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눈을 굴렸다.

태오는 웃음을 삼키려고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입가에서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유채의 목을 끌어안고 매달려, 불만스러운 듯 통통해진 뺨에 쪽 소리가 나도록 꾹꾹 입을 맞췄다. 말랑한 찹쌀떡 같은 볼이 입술에 닿을 때마다 가슴이 간지러웠다.

그리고 나긋한 목소리로 유채의 귓가에 소곤거렸다.

“우리 아기새, 서운했어?”

유채는 눈을 내리깔았다. 부드러운 속눈썹이 투명한 날개처럼 팔락거렸다. 등을 토닥거리면서 달랬더니 동그란 곡선을 그렸던 뺨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대신 귀 끝이 발긋해졌다.

유채가 웅얼웅얼 불평했다.

“사랑이 부족해요.”

“아닌데? 이렇게 넘치는데? 내 사랑이 안 느껴져?”

유채에게서 몸을 떨어뜨린 태오는 그를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유채는 입술을 슬쩍 삐죽거리다가 어깨를 구깃구깃하게 좁히면서 순순히 안겼다.

“그래도 부족해…….”

“어제 같이 마트도 다녀왔는데.”

“그건 사랑이 아니고 생활이에요.”

“흠……. 그럼 이건 어때?”

“뭐가요?”

태오가 입꼬리를 올리면서 씩 웃었다. 뺨에 보조개가 깊게 팼다. 유채는 잠시 하던 말을 잊고 순간적으로 멍해져 버렸다. 그러자 태오가 유채의 뺨을 쥐고 찹쌀떡처럼 늘렸다.

“나한테 집중해.”

“응, 응.”

“안 듣고 싶어? 엄청 좋은 건데.”

“듣고 싶어요.”

그제야 눈빛이 또렷해진 유채가 기대하는 눈으로 태오를 내려다보았다. 태오는 꼬마를 안아 올려 유채의 팔에 안겨 주면서, 대단한 비밀을 속삭이듯 은근한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꼬마랑 둘이 산책 다녀와. 그동안 내가 요리해 줄게.”

“요리?”

“응. 오랜만에 유채 좋아하는 떡볶이로.”

“아…… 네…….”

그게 뭐야. 실망한 유채의 어깨가 축 처졌다.

태오가 해 주는 떡볶이는 언제나 좋았지만, 유채가 기대하던 것과는 방향이 달랐다. 적어도 오늘 저녁에 데이트 정도는 해 줄 줄 알았다. 저도 모르게 또다시 뺨이 부었다. 귓가에 태오의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울렸다.

“왜. 싫어?”

“아뇨……. 좋아요.”

유채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싫다고 할 수는 없었고, 싫지도 않았다. 편견이 지켜 주는 사회에서도 태오가 불안하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럼 꼬마랑 산책 다녀올게요.”

“응, 착하다.”

풀 죽은 얼굴로 현관을 향해 걸음을 옮기려고 했을 때였다. 뒤통수에 나긋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아, 지난번에 유채가 오징어튀김 해 줄 때 입었던 옷 입고 하려고.”

“제가 입었던 옷이요?”

무슨 옷을 입었더라. 유채는 며칠 전에 배운 오징어튀김을 처음으로 태오에게 선보였을 때 자신의 옷차림을 떠올렸다. 별다른 특징 없는 평범한 실내복이었다. 흰색 반팔 티에 트레이닝팬츠.

“내가 사 준 거 있잖아.”

“아, 그거요.”

그제야 요리 열심히 한다면서 태오가 기특하다고 사 준 앞치마가 생각났다. 기본적인 H자형 디자인으로, 고급스러운 베이지색의 바리스타용 앞치마였다. 태오가 여상하게 말을 이었다.

“응. 그거만 입고 한다고.”

유채가 제자리에 뚝 멈췄다.

***

유채는 꼬마를 끌어안고 아파트 단지 내 정원을 빠르게 뛰었다. 땅도 못 밟아 본 채 유채의 품에 안겨서 정원 구경을 하게 된 꼬마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캉캉 짖었다.

“걷고 싶어? 너무 걸으면 건강에 안 좋아, 꼬마야.”

전력 질주를 마친 유채가 숨을 몰아쉬면서 달랬지만 꼬마는 요지부동이었다. 앞발로 유채의 가슴팍을 디딘 채 목에 잔뜩 힘주어 버텼다. 이대로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는 거였다.

“집에서 태오 형이 기다리잖아, 꼬마야…….”

“캉!”

“너 태오 형 좋아하지 않았어? 태오 형이 보고 싶지도 않아? 사랑이 어떻게 이렇게 변해?”

“캉캉!”

“아……. 알았어.”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태오를 생각하면 느긋하게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들 리 없었다. 그러나 꼬마는 유채의 달아오른 마음 따위는 신경 써 주지 않았다. 하루에 세 번은 아파트 단지를 풀코스로 산책해야 했다.

“그럼 좀 빨리 걷자. 꼬마야. 좀 뛸까? 착하지?”

어르고 달래서 간신히 단지를 돌았다. 오늘따라 꼬마는 봄의 정취라도 즐기고 싶은지, 꽃이 피기 시작한 벚나무 아래 벤치에 훌쩍 올라가 딴청을 피웠다. 빨리 들어가고 싶어 유채만 애가 달았다.

집으로 올라갔을 때는 이미 시간이 훌쩍 지난 뒤였다. 유채는 한 팔로 꼬마를 안아 들고 숨죽인 채 집 안을 두리번거렸다. 흰 커튼이 드리워진 주방 안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유채 왔어?”

“어, 네.”

“꼬마 발 씻기고 와. 떡볶이 해 놨어.”

“응…….”

유채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반투명한 커튼 너머를 기웃거렸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태오의 뒷모습이 어른거렸다. 그러나 실루엣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

“…….”

옆구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꼬마가 빨리 움직이라는 듯 다리를 바둥거렸다. 유채는 황급히 꼬마와 함께 욕실로 향했다.

서둘러 나가고 싶은 기분과 깨끗하게 씻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던 유채는 고심 끝에 후자를 택했다. 줄곧 꼬마를 안고 다니기도 했고, 급하게 뛰느라 옷에 땀이 배었다. 태오가 욕실 문밖에서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유채야? 꼬마는 벌써 나왔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금방 가요!”

유채는 다급하게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 낸 뒤 벌컥 문을 열었다. 태오는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는지 욕실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신나는 산책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꼬마는 어딘가에 숨어서 잠든 것 같았다. 유채는 수건을 허리에 적당히 두르고 부리나케 주방으로 향했다.

반투명한 흰 커튼을 젖히는 순간, 아일랜드 식탁에 등을 기댄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던 태오와 눈이 마주쳤다. 태오가 눈을 접으면서 싱긋 웃었다.

“어서 와.”

유채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태오의 벗은 어깨에 유채의 앞치마가 걸려 있었다.

***

‘타이 브레이크’ 촬영을 마친 뒤, 유채는 스케줄을 전혀 잡지 않았다. 데뷔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요리를 배우고 싶어 하길래, 태오는 유채에게 화상으로 진행하는 개인 요리 강습을 신청해 주었다.

반면 태오는 다소 바빴다. 예전 생에서는 없던 욕심이 자꾸 생겨서, 오랜만에 연기 레슨도 받기 시작했고 단기로 진행하는 연극 무대에도 올랐다. 지금은 꼬장꼬장하기로 유명한 추여정 감독의 새 영화 오디션을 앞두고 있었다. 우주의 인지도를 고려해서 주연이 아니라 조연 역할에 도전하는데도 긴장이 됐다.

여전히 AMJ 엔터 소속이었다면 유채도 태오도 이렇게 원하는 일을 하면서 지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계약은 지난해에 이미 종료되었고, 래디언스는 전원 재계약하지 않았다. 한창 우주의 스토커와 부모 일로 여론이 시끄러웠을 때였기 때문에 신우필 대표도 그들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기획사를 아무리 알아봐도 마음이 맞는 곳이 없어서, 명태를 대표로 한 새 회사를 세우기로 결정한 게 지난달이었다. 멤버들이 다 같이 갹출해서 투자했고, 태오의 몫은 유채가 냈다. 정확히는 태오가 남긴 유산으로 투자한 거였다.

여러 가지 상황이 수월하게 풀렸다. 이제 남은 일은 유채와 즐겁게 지내는 것뿐이었는데, 바깥 데이트를 못 한 지도 한참 되었으니 유채가 서운할 만도 했다. 유채가 조르고 졸라서 며칠 전 마트에 함께 다녀온 게 다였다.

태오라고 아쉬운 마음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윤태오였던 시절에는 태오도 대중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밖을 편하게 다녔다. 유채의 말대로 편견이 지켜 주는 사이였다. 배우인 윤태오는 아이돌 유채와 함께 아무리 자주 다녀도 뒷소문이 나지 않았다. 태오는 심지어 재미 삼아 팬 게시판에 종종 댓글도 달았다. 윤태오와 유채가 무슨 사이인데? 하고 누가 물으면, 사랑하는 사이, 라고 대꾸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태오는 유채와 같은 그룹 멤버가 되었다. 아이돌 그룹에서 관계성으로 주목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고, 다들 태오와 유채가 정말로 사귀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윤태오였던 시절이나 우주로 지냈던 초창기와는 달리, 관심이 지나치게 쏠리는 게 부담스러웠다.

우유즈를 언급하는 게시판 팬 반응을 살펴볼 때마다 자꾸만 가슴이 뜨끔거렸다. 진심으로 걱정한다기보다는 민망하고 멋쩍었다. 유채와 함께 마트에 갔을 때, 아기새처럼 입을 짹 벌리는 게 귀여워서 한우 조각을 먹여 주었던 장면을 본 팬이 후기를 올린 것을 본 뒤에는 그런 감정이 극에 달했다. 제 애정 행각을 통째로 들켜 버린 듯한 기분에 부끄러워서 태오는 뺨이 새빨개졌다. 한번 의식하고 나니, 사람들의 시선이 점점 더 신경 쓰였다.

그래도 유채를 계속 서운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유채가 속상하다면 잘 풀리고 있다고 생각한 모든 일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어떻게든 유채의 기분을 풀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시도한 게 앞치마 이벤트였다. 겉모습은 스물다섯 신우주이지만 영혼은 서른둘의 윤태오였던 태오는, 깨끗이 샤워를 마친 나신에 앞치마를 걸치면서 깊은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효과는 아주 좋았다.

***

“아……. 으읏…….”

긴 손가락이 태오의 입술을 벌렸다. 입 안을 헤집고 입천장을 쓸었다가 말캉한 혀를 꾹 누르는 손짓이 야릇했다. 입 안에 고였던 타액이 턱을 타고 주룩 흘렀다. 저절로 앓는 소리가 났다.

“형, 빨아 줘야죠.”

제대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벌리고만 있었다. 유채가 태오의 귀 끝을 가볍게 깨물면서 부드럽게 타박했다. 태오는 애써 입술을 오므리고 유채의 손가락을 빨아 올렸다. 타액이 질척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주방에 울렸다.

아일랜드 식탁 위에 놓인 빨간 떡볶이에서 김이 모락모락 났다. 태오는 떡볶이 그릇을 가운데로 밀어 놓고 대리석으로 만든 아일랜드 식탁을 두 손으로 단단히 붙잡았다. 등 뒤에서 태오를 끌어안은 유채의 숨결이 귓가에 닿았다. 목덜미를 타고 흥분이 번졌다.

“다 됐다……. 잘했어요, 형.”

유채가 태오의 입 안에서 손가락을 빼내고는 칭찬하듯 그의 벗은 엉덩이를 토닥거렸다. 등허리 위에서 리본 모양으로 묶인 앞치마 끈이 건드려졌다. 가벼운 수치심이 일었다. 태오의 뺨이 확 붉어졌다. 유채가 작게 웃었다.

온기가 도는 손가락이 태오의 매끈한 등줄기를 따라 미끄러졌다. 지나간 자리마다 타액이 끈적하게 묻어났다. 손끝은 이내 살집 있는 엉덩이의 동그란 곡선에 닿았다. 다음 순간, 커다란 손안에 엉덩이가 와락 잡혔다.

“으읏, 음…….”

태오는 가쁘게 신음을 뱉었다. 엉덩이를 주무르는 손길이 아프면서 야했다. 발가락 끝이 저절로 곱아들었을 때, 유채가 양손으로 엉덩이를 양쪽으로 벌렸다. 회음부와 입구가 동시에 드러나는 느낌이 났다. 회음부가 문질러지는 순간에는 저절로 애탄 신음이 샜다.

“아흐, 으…….”

타액에 젖은 손가락이 회음부의 말캉한 살결을 뭉근히 만져 댔다. 유채가 다른 손을 앞으로 뻗었다. 가슴팍이 앞치마에 가려진 것이 불만스러운 듯, 짧게 혀를 차더니 앞치마 앞자락을 한쪽으로 밀어내면서 가슴을 움켜쥐었다. 거칠게 주물거리다가 동그랗게 솟은 유두를 비틀었다. 아프면서 동시에 간지러웠다. 태오는 숨을 헉 들이켰다.

그러나 아래쪽의 사정이 더 급했다.

“이대로는 조금 뻑뻑할 거 같은데. 침실에 잠깐 다녀올게요.”

“아, 안 돼…… 흐…….”

태오를 놓으려는 듯, 멈칫하는 유채의 손목을 다급히 잡았다. 유두도, 엉덩이 안쪽도 모두 화끈거렸다. 맨몸에 앞치마만 걸치고 유채를 기다리고 있을 때부터 밀려든 미약한 수치심에 이미 달아올랐던 몸이다. 자리를 뜬 유채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여기…… 여기 있어.”

“응?”

태오는 턱짓으로 조미료 통을 모아 놓은 아일랜드 식탁 한구석을 가리켰다. 등 뒤에서 유채가 잠시 침묵했다. 웃음을 참는 듯, 태오의 등에 맞닿은 가슴팍이 작게 떨리는 게 느껴졌다. 금세 태오의 뺨이 달아올랐다. 저절로 말투가 뾰족해졌다.

“뭐 해. 안 할 거야?”

“아니, 해요. 미안해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대꾸한 유채가 팔을 뻗었다. 조미료 통 사이에, 침실용 러브 젤이 슬그머니 끼어 있었다.

달그락거리는 소음이 잠시 들린 후, 아랫도리가 금세 젤로 범벅이 되었다. 커다란 손바닥이 태오의 엉덩이와 안쪽 골에 질척한 젤을 꼼꼼히 발랐다. 태오는 숨을 할딱이면서 간지러운 손길을 간신히 참았다. 이내 유채가 엉덩이 골 사이의 도톰한 입구를 꾹 눌렀다.

“으흐…….”

구멍이 꾸물꾸물 입을 벌렸다.

“착하다……. 잘 먹네요.”

“흐음…….”

내벽이 천천히 손가락을 받아들였다. 요 며칠 일정이 많았던 탓에 관계를 갖는 것이 오랜만이었기 때문인지, 벌어진 틈새가 빠듯하게 느껴졌다.

긴 손가락이 내벽 안쪽을 살살 긁으면서 파고들었다가 끄트머리를 구부렸다. 가장 거친 자극을 느끼는 부위를 찾아 헤매듯 구멍 안을 헤집어 댔다. 그러나 오늘따라 내벽의 모든 곳이 성감대 같았다. 손가락이 무심코 찔러 대는 곳마다 뜨겁고 짜릿했다. 짜릿하고 뜨거웠다. 태오는 식탁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손가락은 하나 더 들어왔다가, 이내 세 개까지 늘어났다. 구멍이 빠듯하게 벌어진 감각이 익숙하면서 생경했다. 유채가 입구 안쪽으로 밀어 넣은 젤이 꾸물꾸물 흘러나와 태오의 허벅지 안쪽을 적셨다. 마치 제가 스스로 아래를 적신 듯한 기분이 들어 목덜미가 뻐근해졌다.

손가락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안쪽 깊은 곳을 푹 찔렀다가 찌걱거리는 소리가 나도록 거칠게 쑤셨다. 다른 손은 어느새 또다시 가슴으로 올라와, 가슴팍을 움켜쥐었다가 유두를 비틀고 검지와 중지로 흔들어 댔다. 양쪽에서 몰려드는 흥분이 점점 더 버거웠다. 태오는 입을 벌린 채 숨을 할딱거렸다. 눈앞이 아찔해진 것은 그때였다.

“아흐, 읏, 유채야…….”

“찾았다, 형.”

순간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 까맣게 꺼졌다가 다시 확 밝아졌다. 구멍 안쪽 어딘가가 거칠게 눌렸다. 도톰하게 튀어나온 곳이 손가락 세 개로 한꺼번에 짓이겨지는 느낌이 났다. 짜릿한 전류가 온몸에 흘렀다. 허리가 파드득 떨렸다.

“아흐, 흑, 아……!”

한번 찾아온 자극은 쉬이 물러서지 않았다. 유채는 집요할 만큼 오랫동안, 아플 만큼 거칠게 그 부위를 괴롭혀 댔다. 식탁 모서리를 움켜쥔 태오의 손이 하얗게 질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 몸을 지탱할 수 없었다. 태오는 그대로 식탁 위로 엎어졌다. 빨간 떡볶이가 담긴 접시가 식탁 가장자리까지 밀려나 위태롭게 덜컹거렸다.

“아, 그만, 유채야, 흑……!”

순식간에 쾌락이 왔다. 온몸이 파드득 떨렸다. 태오는 눈을 질끈 감은 채, 고개를 뒤로 젖혔다. 성기는 건드리지도 않은 채, 손가락 장난만으로 가 버렸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입 안에 고였던 타액이 벌어진 입가를 타고 툭툭 흘렀다.

“아흐으으, 으응……!”

눈앞에 벼락이 쳤다가, 천천히 시야가 또렷해졌다. 그대로 무너지려는 태오의 허리를 단단한 팔이 끌어안아 고정시켰다. 귓가에 풍경처럼 상쾌한 웃음소리가 울렸다. 태오는 힘없이 입술을 달싹였다.

“갔어…… 잠깐만, 조금만 쉬어.”

“간 거 맞아요? 난 모르겠는데.”

“무슨 소리야. 이렇게…….”

태오는 지친 눈을 슬쩍 뜨고 제 아래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와락 터지는 느낌이 났으니, 아래는 이미 흥건할 터였다.

그러나 성기를 가린 앞치마는 건조하기만 했다. 불룩 솟아 있었지만, 조금도 젖지 않았다. 태오는 의아한 듯 눈을 크게 떴다.

유채가 태오의 뒤를 헤집던 손을 빼냈다. 빨간 내벽이 빠끔히 따라 나오다가 간신히 손가락을 놓아주었다. 유채는 앞치마로 가려진 태오의 앞섶을 움켜쥐었다. 태오가 짤막한 신음을 삼켰다.

“여기요? 안 쌌어요. 뒤로만 갔나 보다.”

“아…….”

태오는 당황한 듯 눈을 깜빡거렸다.

분명히 끝까지 가는 감각이었다. 아랫도리에서 뭔가가 분출되는 느낌이 들었고, 허벅지 안쪽이 벌벌 떨렸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벼락이 쳤다. 그런데 앞치마는 여전히 깨끗하기만 했다.

유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태오의 귓가에 속삭였다.

“내 앞치마 안 더럽히려고…… 뒤로만 갔어요?”

목덜미가 와락 달아올랐다. 앞치마가 조금 더 불룩 솟았다. 유채가 앞치마째로 그것을 움켜쥐었다. 빳빳한 캔버스 천이 성기를 가볍게 긁었다.

“으읏…….”

저절로 엉덩이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무심코 엉덩이를 치켜드는 순간, 유채의 손바닥이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태오가 놀란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뒤를 돌아보려는데, 뒷머리가 꽉 잡힌 채 대리석 식탁 위로 뺨이 눌렸다. 바둥거리면서 고개를 들려고 했지만 유채는 팔에서 힘을 빼지 않았다.

“유, 유채야, 흣.”

“형……. 엉덩이에 자국이 났어요. 아파요?”

때려 놓고 아프냐고 묻는 게 어이없었다.

아프다고 대답하면 유채는 금세 태오를 놓아줄 것이었다. 조금만 싫은 기색을 보여도 뒤통수를 누르는 손에서 힘이 빠질 거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묘한 쾌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태오는 숨을 할딱거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안 아파…….”

자꾸만 호흡이 가빠졌다. 심장이 점점 더 빠르게 뛰면서 두근거렸다. 등 뒤에서 유채가 고개를 갸웃하는 것 같았다. 순진한 목소리가 다정하게 물었다.

“그럼 좋았어요?”

“아…….”

태오는 잠시 망설였지만, 대답하기도 전에 손바닥이 또다시 엉덩이를 내리쳤다. 찰싹, 소리와 함께 태오는 쾌감과 울음이 반씩 섞인 비명을 토했다. 저도 모르게 구멍을 와락 조였다. 유채가 가볍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좋았나 봐. 구멍이 자꾸 벌렁거려요, 형.”

“하지, 마. 흐으…….”

“양쪽에 손자국이 달렸어요. 예쁘다.”

“유채야…….”

응. 이제 안 할게요. 고개를 숙인 유채가 태오의 귓가에 속삭거렸다. 어쩐지 아쉬운 기분이 들었지만 내심 안심한 순간, 엉덩이가 붙들려 또다시 양쪽으로 벌어졌다. 그러나 이번에 들어온 것은 손가락이 아니었다.

“아……!”

태오의 눈이 크게 떠졌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서 끙끙 앓는 소리가 저절로 샜다. 수십 번, 수백 번 꿰뚫렸어도 익숙하지 않은 감각이 아래를 관통했다. 고통과 쾌감이 동시에 왔다. 입가에 거품이 섞인 타액이 고였다.

“쉬……. 힘 빼요, 형. 이러면 끝까지 안 들어가요.”

“아흐, 흐, 아파…….”

“힘 빼요. 착하다. 응?”

“흐으윽…….”

손가락 세 개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두껍고 큰 물체가 작은 구멍 안을 꾸물꾸물 파고들었다.

온몸이 둘로 갈라지는 것처럼 아프고 다리 사이가 화끈거렸다. 성기는 오늘따라 평소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굵은 느낌이었다. 구멍이 한계까지 빠듯하게 벌어지면서 물건을 가까스로 삼켰다. 태오의 눈가가 금세 붉게 물들었다. 양옆으로 벌어진 허벅지가 파들파들 떨렸다.

“다…… 다 넣었어?”

“아직이요. 조금만 더 힘 빼 봐요, 형.”

“뺐, 뺐어.”

“하……. 형. 이렇게 조이면 어떻게 박아요.”

유채가 한 손으로 제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거칠게 내뱉는 목소리에 아랫배가 조여들었다. 태오는 어쩔 줄 모르고 식탁을 움켜쥔 손을 꼼질거렸다. 당황한 탓인지, 자꾸만 엉덩이가 치켜 올라가고 온몸이 뻣뻣해졌다.

“씁. 하지 말랬죠.”

찰싹, 하는 거친 파열음과 함께 또다시 엉덩이를 얻어맞았다. 눈앞에서 불이 번쩍했다. 태오는 신음도 내지 못하고 고개를 한껏 젖혔다. 또다시 드라이 오르가슴이 전신을 찔렀다. 유채의 성기를 구멍에 박은 채, 엉덩이를 얻어맞으면서 뒤로 가고 말았다.

“아흐흐, 흐윽…….”

“옳지. 힘 빠졌다. 착해요.”

팔다리가 축 처졌다. 유채는 힘없이 늘어진 태오의 골반을 두 손으로 단단히 쥐었다. 뺨과 상체는 차가운 대리석 식탁 위에 늘어뜨린 채, 엉덩이만 유채에게 잡혀 허공으로 치켜 올라갔다. 수치스러운 자세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눈앞이 어지러웠다.

유채가 이만 놓아주길 원하는지, 이대로 더 박히고 싶은 것인지도 분간이 안 갔다.

“아…… 흐읏……!”

유채가 그대로 허리를 퍽 쳤다. 활짝 벌어진 엉덩이 사이에 굵은 기둥이 쑤셔 박혔다. 치켜든 엉덩이가 파드득 떨렸다. 유채는 태오의 골반을 꽉 누른 채, 거칠게 허리 짓을 이어 나갔다.

유채의 아랫배가 젤로 범벅 된 엉덩이를 퍽 쳐 댈 때마다 온몸이 덜컹거리고 앞으로 밀렸다. 내벽 안쪽의 전립선이 잔뜩 비벼지면서 해일 같은 쾌감이 전신을 덮쳤다. 젤과 쿠퍼액이 구멍 안에서 뒤엉켜 철썩거리는 소리를 내다가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흘렀다. 목구멍에서 열기가 절절 끓었다. 태오가 자지러지면서 비명을 질렀다.

“왜 자꾸 싸요, 형. 그렇게 좋아?”

“흐으, 으…… 좋아…….”

태오가 저도 모르게 울먹이며 대답했다. 등 뒤에서 유채가 상쾌하게 웃었다. 안을 쑤셔 대는 물건이 갑작스레 크기를 키웠다. 단단하고 뜨거운 기둥이 내벽을 쳐올렸다. 온몸에 솜털이 쭈뼛 섰다. 물건은 지나치게 두껍고 컸다. 내벽 안쪽을 한 군데도 남김없이 짓이기며 뭉그러뜨렸다. 벌어진 구멍이 다시는 다물리지 않을 것 같았다. 등이 벌벌 떨렸다.

그때 유채가 또다시 한 손을 뻗어 앞치마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뾰족하게 솟았던 유두가 콱 비틀렸다. 저절로 신음이 터졌다.

“아흐윽……!”

집요하게 돌기를 긁어 대고, 유두를 손가락으로 쳐 대다가 잡아당겼다. 손놀림이 거칠어질수록 뒷구멍이 조여들었다. 유채가 짧은 신음을 삼켰다.

“씁……. 끊어 먹겠네, 진짜.”

그리고 또다시 쾅! 아랫도리가 한껏 벌어진 엉덩이 골 사이를 쳤다. 아랫구멍에 몰려 있는 듯한 성감대가 한꺼번에 자극되었다. 절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거대한 파도처럼 빠르고 거칠었다.

“아흐, 으, 아악……!”

“하…… 읏.”

구멍 안의 어딘가가 쑤셔졌다. 핀에 꽂힌 나비처럼, 태오의 팔다리가 경련하듯 파득거렸다. 눈앞에서 번개가 번뜩였다. 태오는 등을 뻣뻣하게 휘었다. 유채의 몸이 순간적으로 경직되는 느낌이 났다. 볼록 튀어나온 아랫배 안쪽에 뜨거운 액이 확 퍼지면서 고인 것은 그때였다. 동시에, 솟아 있던 앞치마가 진득한 백탁액으로 흥건해졌다.

“하으, 윽…….”

“으…… 태오 형.”

온몸에 힘이 빠졌다. 줄이 끊어져 팔다리를 늘어뜨린 인형이 된 것 같았다. 눈앞이 자꾸만 가물거렸다. 기운이 하나도 없는데, 유채는 전혀 만족하지 못한 것 같았다. 겹쳐진 구멍과 성기의 틈에서 정액이 가득 고였다가 기어코 줄줄 샜다. 대리석 식탁의 아래 희끄무레한 액체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그만…… 그만해, 유채야.”

태오가 까슬하게 갈라진 목소리로 힘없이 중얼거렸다. 돌아오는 대꾸는 없었다.

이내 또다시 골반이 잡혔다. 유채가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퍽, 퍽 소리와 함께 태오의 몸이 덜컹거렸다. 액체가 살갗에 부딪혀 찌걱거리는 소리가 지나치게 야했다. 유채가 한 번씩 안쪽을 쳐올릴 때마다 울음이 터졌다. 가슴이 잡히고 유두가 비틀릴 때마다 눈가가 붉어졌다. 지나친 흥분에 짓눌려, 태오는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아랫구멍이 움찔거리면서 성기를 꽉 물었다. 유채가 나지막한 신음을 흘렸다.

“아…… 씨발, 윤태오…….”

“흐으, 윽……!”

욕설과 함께 제 이름을 내뱉는 목소리가 바닥을 긁어내는 쇳소리 같았다. 지나치게 야하고 자극적이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눈앞이 하얗게 물들었다. 엉덩이 사이를 가르고 들어온 기둥은 처음보다 훨씬 더 빠르고 거칠게 구멍을 박아 대고 있었다.

가슴이 뜨겁고 답답했다. 정액으로 흠뻑 젖은 앞치마가 또다시 고개를 든 태오의 성기에 질척하게 달라붙는 감각마저 자극적이었다. 유채가 입술을 짓씹으며 으르렁댔다. 목소리가 가닥가닥 갈라져 있었다.

“왜 이렇게 꽉 물어. 어?”

“흐으으…… 아, 흐윽, 하윽……!”

태오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개를 크게 젖혔다. 뻣뻣하게 세워졌던 성기에서 또다시 액이 터졌다. 줄줄 흐른 물이 캔버스 천을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적시고 다리 사이로 툭툭 떨어졌다. 다음 순간, 등 뒤에 붙어 있던 유채의 몸이 크게 떨렸다. 태오의 아랫배가 뜨거워졌다. 정액으로 가득 차 불룩해졌다.

“형…….”

등 뒤에서 태오를 안아 오는 몸이 따뜻했다. 사랑해요. 유채가 귓가에 속닥거렸다. 태오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가 이내 툭 떨궜다. 그러자 물결 같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또다시 몸이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태오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오늘 밤이 길고 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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