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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433화 (433/542)

〈 433화 〉 전쟁 사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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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후 엘라에게 돌아가 준비가 끝났으니 집무실로 들어가자고 말하는 미스트.

엘라는 미스트의 말에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에 들어갔고, 안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씩 살펴봤다.

상석에 앉은 국왕과 그 옆에 서 있는 비서 역할의 볼케릭.

오른쪽에는 슈레이가 왼쪽에는 아이야트가 앉아있고 두 사람의 뒤에는 각자의 배우자가 서서 국무를 들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마 각자 자기가 지지하는 사람의 의견을 도와주려고 하는 거겠지.

엘라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스트를 베스티야 사람들에게 보냈고, 미스트가 자리에서 나가자 국왕은 괜찮겠냐면서 엘라를 바라봤다.

“어차피 저는 여기에서 뭔가 이득을 취할 생각이 없습니다. 엘레오놀 공주가 오라토리엄 왕국으로 망명을 온다고 한들, 저는 왕가에 소속된 몸. 그 입장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습니다.”

종국에는 왕가에서도 건들기는 힘들지만, 확실하게 왕가에 소속되어 있는 몸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엘라.

엘라의 확고한 의지에 국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럼 그렇게 생각하겠다면서 회의를 진행시켰다.

“그럼 신성 왕국과 연맹국의 전쟁과 관련된 일이다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는지 말해보거라.”

레이시를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말을 꺼내는 국왕.

엘라는 국왕의 분위기에 이제부터 시작이겠거니 하면서 입을 열었다.

“우선 현 상황을 가르쳐드리죠.”

“그래.”

“연회장에서 어떤 개새끼가 제가 레이시의 첩으로 인정하고 있는 미네르바에게 하피는 인간의 엄마가 될 수 없다고 놀려서 에일렌이 울었습니다. 이상입니다.”

“케흑.”

엘라의 보고에 헛기침하는 국왕.

국왕은 뺨을 긁적이다가 엘라에게 그게 보고의 끝이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이 이상의 보고가 필요한 거냐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뭐시냐. 좀 더 연회장의 분위기가 어떤지 말해보거라.”

“당연히 개판이 났죠. 파티 주인공의 딸에게 그딴 소리를 했는데 멀쩡하게 파티가 이어질 것 같습니까? 베스티야 왕국의 사람들과는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나머지 두 국가와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두 국가의 사신들은 어떤 반응이더냐?”

“에일렌에게 개소리를 한 아이를 데리고 온 도스토 연맹국에서는 자기가 저지른 일이 저지른 일이라 접근하지 못하고 있죠. 다만 사과를 하러 온다는 명목으로 저택에 방문 요청을 할 수도 있는 노릇입니다만, 엘레오놀 공주 덕분에 접근하기 힘들어하는 거 같더군요.”

엘레오놀이 왕궁에 온 건 도스토 연맹국에서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신들만 가면 검성과의 일로 관계가 엉망인 자기와 레이시에게 접근하지 못하니 두 사람과 우호적인 엘레오놀과 같이 가서 적어도 대화를 하려고 불러들인 것이다.

아이를 데려온 건 에일렌에게 친구를 만들어주려고 해서일까?

미네르바 한 명에 의해 계획이 전부 망가진데다가 엘레오놀이 더 이상 연맹 탈퇴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으면서 세컨드 플랜도 쓰기 어려워하는 것 같지만……, 그런 건 국왕과 자기 형제자매의 일이지 자기 일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차를 홀짝인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신성 왕국은 레이시가 경계하고 있어서 대화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거 같군요.”

“응?”

“레이시가 어떤 감정에서 태어난 야차인지는 다들 아시죠?”

“그래, 며느리는 연정의 야차라면서?”

“네, 그 덕에 한 가지 분야에 대해서는 미스트와 동급의 감지 능력을 지녔는데 그 부분이 바로 사람의 호오에 대한 것,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람의 감정을 탐지하는 능력이에요. 능력의 정확도는 아샤를 생각하면 되겠네요. 아샤는 상대방이 자기를 경외하는지 아닌지 누구보다 더 잘 아니까요.”

아샤를 예시로 들자 침음성이 터져나오는 회의실.

둘 중 누구 하나라도 레이시에게 호의적으로 대했다면 그 호의적인 국가를 중심으로 전쟁을 허락해주면 된다.

그렇다면 책임은 자기들의 호의를 사지 못한 그 국가, 그리고 국가의 사신에게 갈 테니까.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어느 한 쪽이 전쟁이 진다면 패전국이 자기를 탓할 수도 있는 상황.

그렇다고 개전을 거절하면 양쪽에서 오라토리엄에게 전쟁을 걸어올 거다.

전쟁으로 인해 죽는 민간인이 거의 없어진 이 평화의 시대에서 하는 말이라고 하기에는 좀 이상한 말이지만, 두 국가에서는 전쟁이 꼭 필요하니까.

도스토 연맹국에서는 각 왕가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 전쟁이 필수적이다.

외부의 적만큼 연맹을 단단하게 만들 수 없는 건 아니니까.

물론 쉬운만큼 부작용도 많으니 자기라면 쓰지 않겠지만, 도스토 왕국의 현 하이 킹은 굳이 쉬운 길을 돌아가서 어려운 길을 선택할 정도로 패기 있는 남자도 아닐뿐더러 주변 사람들에게 휘둘려서 정치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최후의 선을 넘어버릴 정도로 우둔한 사내.

아마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전쟁을 성립시킨다는 생각밖에 없을 것이다.

반대로 신성 왕국에서 전쟁을 원하는 이유는 내부 결속을 위해서가 아닌 외부에 자신의 힘을 알리기 위해서.

신성 왕국은 각 국의 대중 종교부터 시작해서 온갖 교회의 본교가 모여있는 장소.

그렇게 교회가 모이게 된 이유는 신성 왕국이 자리 잡은 땅이 온갖 언데드 몬스터가 창궐하는 변질자의 땅을 막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대륙의 서쪽 끝의 땅인 변질자의 땅.

아직 학자들이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그 땅에서는 언데드들이 창궐하고 신성 왕국은 그 땅을 막으면서 타국에서 보상을 받는 형식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30년 전부터 변질자의 땅이 가진 지력이 약화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언데드와의 전쟁이 줄어들면서 신성 왕국의 성기사들에 대한 평가가 나빠지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언데드와의 전쟁이 줄어들면서 지원금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것.

사람들을 돕는다는 좋은 일도 식량과 돈이 없다면 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신성 왕국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면서 만약의 사태 때 언데드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고 싶으면 지원금을 복구하라고 말할 필요가 있었고, 그렇기에 전쟁이 필요했다.

“개전의 허락을 한다면…….”

침묵이 이어지던 회의실.

그 회의실에서 먼저 입을 뗀 사람은 아이야트였다.

“개전을 허락한다면 저는 신성 왕국에게 어드벤티지를 주고 싶네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저희 오라토리엄 왕가는 아버지께서 30년 전부터 변함없는 지원금을 보냈었으니 도스토 연맹국과 비교했을 때 훨씬 우호적이라는 이미지가 있죠. 거기에다가 저희가 엘레오놀 공주의 쿨리아 왕가의 일을 들먹이면서 연맹국을 비판한다면 저희에게는 아무런 비판이 오지 않을 거예요.”

다른 국가가 지원금을 천천히 줄여갈 때 중립국으로서 신성 왕국에 여전한 지원금을 내줬으니 신성 왕국에 어드벤티지를 주자고 말하는 아이야트.

아이야트는 오라토리엄 왕국을 중심적으로 생각하자면서 몇 분이나 신성 왕국의 편을 들어주는 게 이득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슈레이는 논리가 있는 이야기지만 과연 신성왕국의 편을 드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언제나 중립국의 입장을 지켜야 하죠. 그런데 오라버니의 의견대로 하면 자칫 잘못하면 신성 왕국의 편을 들고 있다고 보일 수 있어요.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최대한 중립적이고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해야 옳다고 생각하니?”

“꼭 어드벤티지를 줄 필요가 없죠. 서로 아무런 어드벤티지 없이 무력을 부딪치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도스토 연맹국이 위태롭다고 신성 왕국과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굳이 마찰을 빚을 필요는 없어요.”

둘 중 어느 나라의 편의를 봐주면 다른 나라에서는 분명 감정론으로 나올 것이다.

슈레이는 그런 논리를 엘라와 아이야트에게 역설하더니 자기들이 어느 쪽의 편도 들지 말고 동등한 조건에서 개전을 허락하자고 말했고, 국왕은 슈레이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건 무리일 거라고 말했다.

“양쪽에게 어드밴티지를 주지 않으면 사신들을 무시했다고 항의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렇다고 한 쪽에 어드밴티지를 주면 반대쪽에서 저희에게 전쟁을 걸지 않을까요? 어디에도 어드밴티지를 주지 않은 건 저희가 중립국이라서 그런 거라고 우기면 됩니다. 그들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하지만 장기적으로 정치를 할 땐 좋지 않지.”

“그럼 아버님은 도스토 연맹국에게 어드밴티지를 주시겠습니까?”

“아니, 아직은 못 정하겠구나. 4일차까지는 정하겠지만, 아직 좀 더 정세를 보고 싶구나. 엘라, 너는 어떻게 할 거냐?”

“…….”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온 말에 잠시 눈을 감는 엘라.

마음 같아서는 도스토 연맹국에게 페널티를 잔뜩 안긴 전쟁을 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감정적인 움직임으로는 차후 레이시나 에일렌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테니 그럴 수가 없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한숨을 푹 내쉰 다음 우선 오늘은 베스티야 사람들과 만나야만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들은 저희에게 적대적이지 않았고, 또한 저희의 책임을 같이 짊어질 수 있는 파트너이니까요.”

“확실히……. 그들에게 미스트를 보냈었지. 그렇다면 이 정보까지는 알려주거라. 거래는 동등한 것이 아니면 안 될 테니.”

스크롤을 건네주며 히죽 웃는 국왕.

엘라는 그런 국왕의 웃음에 국왕이 이미 여기에 있는 사람들을 파악했다는 걸 깨닫곤 능구렁이 같은 영감탱이라며 속으로 국왕을 욕했고, 국왕은 엘라의 표정을 읽고는 씩 웃으면서 자기들은 좀 더 이야기를 나눌테니 엘라에게 나가도 좋다는 허락을 내줬다.

“미스트, 있지? 분신체지만.”

“네, 있습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응, 베스티야 사람들에게 지금 내가 간다고 말하고 빠져나와서 나를 에스코트해.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알겠습니다.”

대화를 끝내자 사라지는 미스트의 마력.

엘라는 그 감촉에 입술을 비틀고는 발걸음을 바쁘게 움직였다.

“이걸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라는 거겠지.”

뭔가 쓰는 기척도 없이 곧바로 줬다는 건 어제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일이 이렇게 흘러가게 유도를 했거나 예측했다는 것.

그리고 그걸 자신에게 숨기지 않고 베스티야 왕국에게 팔릴만한 정보를 줬다는 건, 오라토리엄 왕국 혼자서 이 일을 아무런 해 없이 해결하는 건 무리이니 같이 짐을 짊어질 한시적 동맹국을 만들라는 것.

그리고 아이야트나 슈레이 같은 차기 국왕 후보가 아닌 자신에게 이런 일을 시키는 이유는 왕가에 대한 충성을 보이라는 것이겠지.

지금 나와 레이시가 받는 대접은 오라토리엄 왕가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엘라는 자기 몸에 절반이나 그 인간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게 전혀 안 믿긴다며 헛웃음을 들이키다가 저 멀리서 미스트가 다가오자 미스트에게 농담을 건넸다.

“에일렌에게도 국왕의 피가 25%정도는 들어있겠지?”

“네? 네. 유전적으로는요.”

“흥, 제 할아버지는 안 닮았으면 좋겠어. 속에 무슨 히드라를 키우고 있는 거 같아.”

“어머,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니, 회의 자체는 그냥저냥. 하지만 이걸 건네줬다고.”

“……아하. 이해했습니다. 국왕님도 후계자를 정하는데 진심인 것 같네요.”

“흥, 그래도 그렇지. 다 알면서 회의를 하다니 성격 나쁜 인간이야.”

거기에다가 이미 결론도 나 있겠지.

자기는 모르겠지만, 뭔가 체스판 위의 기물이 된 거 같아 기분이 나쁘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연신 혀를 차다가 미스트에게 얼른 일을 끝내고 레이시에게로 돌아가자고 말했고,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엘라를 베스티야 왕국의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 에스코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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