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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389화 (389/542)

〈 389화 〉 온천에서의 하루­1

* * *

“오랜만이에요. 레이시.”

“반갑습니다, 공주님.”

“이제는 슬슬 엘레오놀이라고 부르셔도 괜찮을 거 같은데~. 그 부분은 내일 이야기할까요?”

시계를 본 엘레오놀은 싱긋 웃더니 레이시에게 휴식을 취할 건물을 소개해주었고, 레이시는 엘레오놀의 말에 감사하다면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저희 관계에 그렇게 딱딱한 인사는 괜찮아요. 그것보다 궁금한 게 있는데 여쭈어봐도 괜찮을까요?”

“네? 궁금한 거라니요?”

“루룬 씨가 임신해서 조언을 듣고 싶어요. 저는 애인은 있어도 아이를 가져본 적이 없고 또래에 루룬 씨에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도시에는 없으니까요. 레이시 씨가 오기를 기다렸어요.”

“으응,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저도 조언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감정 상태라거나 그런 걸 말씀해주시면 되지 않을까요?”

“루룬 씨랑 저랑은 성격이 워낙 달라서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기쁘기는 하지만 우선 무서운게 컸네요. 아마 엘라나 다른 사람들이 곁에 없었다면 조금 힘들었을 거 같아요.”

“그렇군요. 다음에 루룬 씨에게 이야기해줄게요. 그나저나 슬슬 졸리시겠네요. 오늘은 자고 다음 날에 뵐까요?”

“그럴까요?”

엘레오놀의 말에 배시시 웃는 레이시.

레이시는 엘레오놀의 배웅을 받으면서 엘라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고, 엘라는 돌아가는 길에 지금도 불안한지 물어보면서 레이시의 등에 손을 올렸다.

“지금은 아직……? 그런데 본격적으로 배가 불러오면 무섭죠. 저는 야차니까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들은 몸무게가 확 느니까 허리랑 배에도 부담이 가고요. 심지어는 목도 아프다고요?”

“아하, 그래?”

“네, 저는 그런 게 강하지는 않았지만 루룬 씨는 평범한 사람이니까 저보다 몇 배는 크게 체감하지 않을까요?”

멀쩡하던 몸 안에서 3kg이 넘는 새로운 생명이 자리 잡고 자라고 있는 거다.

양수의 무게와 아이의 무게, 그리고 아이가 자라나면서 갑자기 영양분이 필요해져서 먹은 음식으로 불어난 몸무게까지…….

평범한 사람이고 전투적으로 강하지도 않은 루룬이라면 아마 그런 부분을 심각하게 느끼지 않을까?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엘라를 바라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른 부분은 어떠냐고 물어봤다.

“으응, 그러네요. 몸이 아프니까 정신적으로 불안해지는 건지, 아니면 아픈 것보다 변화가 심해서 불안해지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변한 몸을 보면 솔직히……, 좀 그렇죠?”

“정말?”

“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긴 했었는데, 별 거더라고요. 평소보다 몸무게가 4kg 정도 찌니까 운동을 해야 하는데 아이 때문에 그러지는 못하겠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좀이 쑤시고……. 그런 생각을 몇 날 며칠을 하다보니까 스트레스였다고요?”

“흐으응……, 그렇구나.”

레이시가 짜증을 부리지 않았기에 눈치 채지 못했던 점.

엘라가 기억하는 레이시는 그저 평소보다 스킨십을 많이 하려고 하고 잠이 늘어난 것밖에 없었기에 엘라는 물어보기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봤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질문에 대답해주다가 엘라를 빤히 쳐다봤다.

루룬에 대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물어보는 걸까……?

엘라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말했기에 그 부분에 대한 의심은 전혀 없었지만, 아무래도 조금은 질투났기에 레이시는 엘라도 질투나 하라는 듯 미네르바에게 팔짱을 낀 채 졸립다며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엘라는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가 레이시에게 자러 가자면서 허리에 손을 올렸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볼을 부풀이다가 이번에는 꽤 토라졌다는 걸 어필하듯 더욱 미네르바에게 안겼다.

“안 안아줄거야? 나도 피곤한데.”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자기도 안아달라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부탁에 에일렌을 안고 있는 것도 힘들어서 안 된다면서 혀를 빼꼼 내밀다가 도망치듯 미네르바의 뒤에 숨었고, 미네르바는 날개를 펼쳐 레이시의 몸을 가려주다가 히죽 웃으면서 엘레오놀이 준비해준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달 전부터 꾸준히 청소를 해왔는지 깔끔한 건물.

레이시는 그 건물의 상태에 들어가서 살펴봐도 괜찮지 않겠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자기가 먼저 들어가보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위험이 될만한 요소는 아무것도 없는 건물의 안.

하긴 이 건물을 준비한 사람을 생각해보면 이런 안전함은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엘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에일렌을 안은 채 쭈뼛쭈뼛 안으로 들어갔다.

“벽난로다!”

“틀어볼래?”

“으응, 이 날씨에는 좀 덥지 않을까요?”

“덥기야 하지.”

피식 웃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눌러주는 엘라.

엘라는 벽난로가 그렇게 재미있으면 다음에 모닥불을 피워보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벽난로가 좋은 거라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 딱히 다를 건 없는데.”

“미묘하게 달라서요.”

“흐응……. 뭐, 레이시가 그렇게 말한다면 다른 거겠지. 겨을 즈음에는 벽난로 있는 곳에서 쉬자.”

“네에~.”

“에일렌 깨겠다. 먼저 자. 난 미스트랑 아샤에게서 보고 듣고 잘게.”

“네, 수고해주셔서 고마워요.”

“일이니까.”

엘라는 레이시가 볼에 입을 맞추려고 하자 고개를 돌려 레이시의 입술을 훔쳤고, 레이시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할 때 미네르바에게 레이시를 부탁한 다음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들어오는 미스트와 아샤.

두 사람은 언제나 그렇듯 다소 투닥거리면서 안으로 들어왔고 엘라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또 뭐 때문에 그러냐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별 거 아니에요. 인어들의 처우에 대한 것 때문에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에요.”

“그래? 어떻게 하기로 했는데?”

“보물을 건네주지 않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어. 근데 그 이유로 싸우는 거지.”

“흐응, 우선 이야기를 들어볼까? 최종 결정권자는 나니까.”

엘라의 말에 서로 눈을 마주치는 아샤와 미스트.

아샤는 자기가 말하겠다면서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이내 숨을 깊게 내쉬면서 인어의 보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선 나는 인어들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거야.”

“미스트가 할 법한 이야기를 하네.”

“시끄럽고 이야기를 들어. 그 녀석들 해적들을 죽이면서 인간이나 엘프, 수인족들이 바다에서 활동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자기들이 위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아. 그러니까 힘으로 억눌러야 한다고 생각해. 죽이는 건 나중 치더라도 그런 식으로 자기가 우위에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제대로 융화하지 못할 거야.”

“흐음, 확실히 기껏 마을에 보냈는데 그 꼬라지면 조금 그렇지. 미스트는 무슨 이유로 인어들에게 보물을 주면 안 된다는 거야?”

“보물에 결함이 있어서요.”

“응?”

“보물 자체에 결함이 있어요. 아마 해적들이 자기들이 쓰기 쉽게 개조하는 도중에 문제가 발생한 거겠죠. 쓰는 것 자체에는 문제는 없겠지만 쓰다 보면 1년 뒤든 2년 뒤든 알아서 자멸하지 않을까요? 물론 다른 상황이었다면 죽든 말든 신경을 안 쓰겠지만, 기껏 정착시켰는데 몰살시키면 조금 그렇잖아요?”

“인어들은 뭐라고 했어?”

“제가 뭔 짓을 한 거로 생각하더라고요. 아하하, 참 웃기죠? 제가 할 거였다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개조해서 모두를 불임으로 만들 건데.”

두 사람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던 엘라는 일단 의견은 인어의 보물을 돌려주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냐고 물어봤고, 아샤와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큼은 이견이 없어.”

“그래? 그럼 이유는 아샤의 거로 선택할게. 말해도 안 들어먹을 녀석이라면 말해줘도 쓸모없는 이유보다는 차라리 미워하게 만드는 편이 조작하기 편하니까.”

“알겠습니다. 공주님.”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미스트.

아샤는 그래도 괜찮겠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아샤의 질문에 어차피 남의 위에 서는 사람은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 다음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서 온천이 있는 곳으로는 얼마나 가야 하냐고 물어봤다.

“그러고 보니 상인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들어보시겠어요?”

“응? 응. 뭔데.”

“아멜리아에서 나간 다음 6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거리에 온천의 거리를 만든다는 것 같더군요. 지금은 건축은 끝났고 여행 에세이 같은 걸 쓴 귀족들을 대상으로 먼저 시범손님을 받고 있던 것 같았어요. 왕가의 문장이 있는 배를 본 상인들이 왕족 중에 누가 왔는지 걱정하고 있더라고요.”

“음, 우리가 가도 괜찮겠어?”

“자세한 건 내일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들여본 다음에 알아내야 할 거 같은데 아마 괜찮다고 생각해요. 책임자가 루룬 씨고 공업사도 공주님과 레이시의 이름을 팔았는지 왕가와 계약되어 있는 시공사와 계약했거든요.”

“그래? 그럼 안심이고. 입욕제나 다른 물건의 사용 여부는?”

“입욕제는 온천 가게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것만 사용할 수 있고 기구는 들어가기 전에 검수를 받는다고 하더군요. 비닐 튜브나 이런 것들은 무리 없이 통과될 거예요.”

“나는 그런 걸 준비한다고 말 안 했는데 말야~, 이 음탕 메이드!”

“하실 거면서요.”

“하긴, 그건 그렇지.”

어깨를 으쓱이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바꾸는 엘라.

엘라는 미스트에게 술을 달라면서 손을 내밀었고, 미스트는 엘라의 손짓에 너무 과한 약주는 안 좋다면서 도수가 약하고 단맛이 강한 럼을 엘라의 잔에 따라주면서 엘라의 술 상대를 해주었다.

그런 다음 아침 일찍 해가 떠오르자 엘라는 하품을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면서 온천에 가기 딱 좋은 날이라고 중얼거렸다.

정신은 개운하지만 몸은 나른하기 짝이 없는 상태.

이 상태에서 몸이 풀어진다면 정신이 몇 배나 개운해지기에 엘라는 온천욕을 기대하며 위로 올라갔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품에 안겨 꾸벅꾸벅 졸다가 엘라가 위로 올라오는 소리를 듣고는 멍하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일렌…….”

가장 먼저 한 건 언제나처럼 에일렌의 상태를 살펴보는 것.

밤 사이에 울지 않았으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배 고프다고 울 게 뻔했기에 레이시는 에일렌의 몸 상태를 살펴본 다음 에일렌이 눈을 뜨자 배시시 웃으면서 에일렌의 볼을 찔러주었다.

그러자 배가 꽤 많이 고팠는지 그대로 레이시의 손가락을 깨무는 에일렌.

이빨이 나기 시작해서인지 꽤 간질간질거리고 아픈 느낌도 제법 들기 시작해 레이시는 신기하다는 눈으로 에일렌을 쳐다봤고, 에일렌은 레이시에게 한참을 졸라도 레이시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다음 수단으로 눈물을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아아, 죄송해요. 너무 지켜만 봤죠?”

“으응, 주인…….”

“미네르바, 깼어요?”

“응. 주인, 에일렌이 보채나?”

“어제 배에서 땅이 보이면서부터 안 자다가 배에서 내리자마자 안심한 듯 자버렸으니까 많이 배고픈가 봐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기지개를 켜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날개 끝을 파르르 떨다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엘라를 보고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어제 미스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말하면서 온천에 가자고 말했다.

“온천이요?”

“응, 듣기로는 가족 단위로도 빌릴 수 있다고 하니 우리는 거기를 빌릴 거야. 에일렌을 위해서 저온 욕탕도 구해주고. 아직 에일렌은 물에 푹 담근 적 없지?”

“그, 네. 흐르는 물에 씻거나 받아둔 물로 씻기기 밖에 안 했네요.”

“미스트 말로는 이제 스스로 일어날 수 있으니까 앉아서 목욕물을 즐기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래. 대신 레이시가 꽉 껴안아주고 있어야 하지만.”

“괜찮아요. 할게요.”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그럼 가보자.”

레이시에게 손을 내밀며 웃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에게 그렇게 온천이 좋았던 거냐면서 눈을 깜빡이다가 에일렌에게 계속해서 밥을 먹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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