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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359화 (359/542)

〈 359화 〉 계획 파괴자 미네르바­1

* * *

“아하, 그래서 이번에 같이 가게 됐다고요?”

“네, 불탄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레이시라고 해요. 레이시 루피너스. 이번에 잘 부탁드려요.”

“아, 아하하하……. 저야 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분명 벌래 몇 마리를 죽이는 것도 마음에 담아두고 슬퍼할 정도로 청순하면서 귀엽고 예쁜 여자라고 설명을 들었는데 어째서 웬 괴물이 있는 걸까…….

레이시 자체는 그런 설명이 맞을 정도로 온화하고 미녀인 건 맞다.

청순하다거나 귀엽다거나 그런 건 개인의 해석 차이가 있긴 하지만, 레이시의 외모만 놓고 보자면 엘라가 말한 것을 반박하거나 그럴 수는 없었다.

확실히 미녀에다가 녹색의 긴 생머리가 청순하기도 하고 사근사근 말하는 목소리와 태도가 귀여웠으니까.

하지만 그런 레이시의 손에 들린 목줄을 따라서 시선을 옮기면, 도저히 레이시를 귀여운 미녀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집 한 채보다 훨씬 커다란 호랑이.

나비라는 참 안 어울리는 이름을 한 호랑이는 가만히 서서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말들이 당장에 실신이라도 할 정도로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고, 불탄은 그 모습에 연신 침을 삼키다가 레이시를 바라봤다.

그러자 레이시는 불탄이 왜 긴장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나비의 콧잔등을 간지럽혀주면서 200kg은 우습게 넘는 소 뒷다리를 들어 올려 나비의 입에 넣어주었고, 나비는 레이시가 준 밥을 뼈 채로 씹어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불탄은 오금이 저려와서 다급하게 눈을 돌려봤지만, 그렇게 눈을 돌려서 본 하양이의 모습에 만만치 않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나비보다야 덜 위압적이지만, 덩치와 뿔의 크기를 보면 결코 뭐라고 할 수 없는 하양이의 자태.

눈이 펼쳐진 것처럼 우아하면서도 쉽게 손을 뻗을 수 없는 고귀함이 감도는 그 모습에 불탄은 무슨 영물이 마차를 끄는 거냐면서 울상을 지었고, 레이시는 그런 불탄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어 나비의 목줄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레이시는 나비가 작게 그릉거리는 소리를 낼 정도로 목줄을 잡아당겼고, 불탄은 그런 레이시의 행동에 식겁하며 레이시를 말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테이밍 스킬이 주인 이상의 힘을 내지 못하도록 계약을 맺는 게 디폴트 설정으로 되어 있다고 하지만, 나비나 하양이처럼 덩치가 크면 그것도 헛소리다.

만약 저 두 동물이 눈앞에 있는 여리여리한 레이시가 가진 힘만큼의 힘만 낼 수 있으면 당장에 발걸음을 떼지도 못하고 땅바닥에 기어 다녀야 할 테니까.

저 뒤에 있는 하피라면 몰라도 저 동물 두 마리는 절대로 아니다.

그렇기에 불탄은 식겁하면서 만약에라도 나비가 날뛰지 않을까 경계했고, 엘라는 그런 불탄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레이시를 쳐다봤다.

“오늘은 나비 타게?”

“네, 조금 산책하게요. 엘라, 죄송한데 에일렌을 돌봐주실 수 있어요?”

“응. 그럴게.”

엘라의 대답에 배시시 웃더니 그대로 나비의 등 뒤에 올라타는 레이시.

레이시는 엘라에게 나비가 마을에 있을 때 안장을 끼고 있는 게 갑갑했는지 아까부터 계속 졸랐다고 말하면서 안장 없이 허벅지의 힘만으로 나비의 몸에 올라탔고, 불탄은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멍하니 입을 벌렸다.

마냥 귀엽게 봤던 아가씨가 수호신급 영물의 등에 올라타서 호랑이를 고양이 취급하고 있다.

……저걸 어떻게 보면 벌레를 죽이고서 마음에 담아두며 괴로워하는 여자의 모습으로 볼 수 있는 거지?

설마 그 벌레라는 게 자이언트 멘티스라거나 데스 스팅어 리옥크처럼 이름만 벌레고 실상은 자연계 최상위 포식자 몬스터라고 부르는 그런 건가?

그렇게 생각하던 불탄은 레이시가 미네르바와 함께 다녀오겠다면서 나비의 등을 타고 달리기 시작하자 멍하니 입을 벌렸고, 엘라는 그런 불탄의 모습에 출발이나 하자면서 마차에 올라탔다.

그러자 불탄은 어쩔 수 없이 마차를 몰기 시작했고, 엘라는 그런 불탄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에일렌을 안고서 마차의 매트리스 위에 누웠다.

“으부부?”

“엄마야.”

“으우!”

“아직 마망 밖에 말하지 못 하는 거니?”

그래도 귀엽지만.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아샤와 산 슬라임 블록을 에일렌에게 건네줬고, 에일렌은 반사적으로 슬라임을 입으로 넣었다가 이내 블록이 먹지 못하는 것임을 깨닫고선 볼을 부풀렸다.

자기는 먹는 게 좋다고 항의하듯 엘라를 바라보는 에일렌.

엘라는 그런 에일렌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블록을 쌓아서 접합부를 가려봤고, 에일렌은 그런 엘라의 묘기에 눈을 휘둥그레 뜨다가 자기가 쥐고 있던 블록을 조심스럽게 엘라가 쥐고 있는 블록에다 갖다댔다.

그러자 엘라가 한 것처럼 딱 달라붙는 슬라임 블록.

에일렌은 블록이 ㄱ자로 합쳐지자 손을 휘휘 내젓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그대로 엘라에게 엎어졌고, 엘라는 가슴으로 에일렌을 받아주고는 블록을 가볍게 떼어내서 다시 에일렌에게 건네줬다.

“어마!”

“풉, 그거 엄마라고 부른 거야?”

“어마!”

에일렌의 말아 키득키득 웃다가 미스트에게 에일렌을 자랑하는 엘라.

미스트는 엘라의 자랑에 자기 딸들도 에일렌처럼 크면 좋겠다면서 엘라의 기분을 살려주다가 에일렌이 레이시를 찾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미스트의 말에 에일렌의 옹알이를 주의깊게 듣기 시작했다.

그러자 에일렌이 어눌하긴 하지만 확실히 ‘어마.’와 ‘마망.’을 번갈아 말하고 있었고, 엘라는 에일렌의 말에 조금은 섭섭한 듯 에일렌의 볼따구를 만지작거렸다.

에일렌과 늘 붙어있던 건 레이시고 자기는 바깥양반의 흉내를 내면서 바깥의 일을 도맡아 했으니 신기한 게 생겼을 때 레이시에게 먼저 보여주려고 하는 걸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도 엄만데…….

그렇게 생각하던 엘라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미스트에게 레이시가 언제까지 산책할지 물어봤고, 미스트는 엘라의 질문에 30분 정도면 돌아올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엘라는 미스트에게 에일렌이 보고 싶어 하니까 조금만 일찍 올 수 있겠냐고 물어봐달라고 부탁했고, 미스트는 그 말을 듣고는 곧바로 레이시를 불렀다.

“으응, 미네르바. 그러면 나비를 부탁해도 괜찮을까요? 조금 멀리 떠나도 괜찮아요. 저 때문에 마차 근처에서 달리는 것뿐이니까요.”

“고기를 사냥해서 먹어도 되나?”

“가축만 아니라면요.”

나비의 이마를 쓰다듬어주다가 나비의 등에서 내려 나비의 콧잔등에 입을 맞추는 레이시.

나비는 레이시가 떨어지자 조금은 아쉽다는 듯 눈을 깜빡이다가도 미네르바가 사냥의 시간이라고 속삭이자 들뜬 듯 다리를 크게 들다가 그대로 마차 행렬을 뛰어넘어 저 멀리 사라졌다.

그러자 레이시는 손을 흔들면서 나비를 배웅해주다가 마차 안으로 들어갔고, 에일렌을 안기 전에 몸을 깨끗하게 씻은 후에 옷을 갈아입고 에일렌을 안아주었다.

“에일렌~ 마망, 보고 싶었어요~?”

“마망!”

“뭐예요?”

“장난감이야. 슬라임 블록. 합쳤다가 떼어놓았다가 할 수도 있고 세게 부딪쳐도 나무처럼 다치지도 않고 그래서 애들 장난감으로 유명해.”

“그렇구나~. 에일렌, 재미있어요?”

슬라임 블록을 들고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에일렌을 보며 웃는 레이시.

에일렌은 자기를 보며 웃는 레이시에게 자랑하듯이 슬라임 블록을 합쳤다가 떨어트려 놓으면서 의기양양한 얼굴을 지었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다양한 표정에 웃다가 에일렌에게 어울려주듯 놀란 얼굴을 해주었다.

그러자 더욱 더 의기양양한 얼굴이 되어서 블록을 가지고 노는 에일렌.

성인 주먹만한 블록을 합쳤다가 떼어냈다가 반복하던 에일렌은 이상한 모양을 만들고선 레이시에게 건네줬다가 빼앗기를 반복하면서 한참 놀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애교에 어울려주면서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에일렌하고 노는 게 그렇게 좋아?”

“에헤헤, 좋아요.”

전생의 부모님이 방임주의라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맞벌이니 뭐니 해서 바빠서 이렇게 놀아주지 못 했으니까 이렇게 놀아주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에일렌이 귀엽지 않냐면서 에일렌의 뺨에 입을 맞췄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와 에일렌의 모습을 볼다가 질투가 나기 시작해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

“으꺙!? 뭐하는 거예요~.”

“나만 떼어놓고 노니까 복수다!”

“아하하핫!”

레이시의 옆구리에 손을 놓고 손가락을 부드럽게 놀리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손가락에 간지럽다면서 몸을 이리저리 비틀다가 엘라를 껴안았고, 에일렌은 두 사람 사이에서 눈을 깜빡이다가 배가 고프기 시작했는지 엘라의 가슴을 꾹꾹 눌러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엘라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옷을 벌려서 에일렌에게 가슴을 물려줬고, 에일렌은 엘라의 가슴을 몇 번 빨다가 밥이 나오지 않자 이상하다는 얼굴로 엘라의 가슴을 눌러대기 시작했다.

“풉, 푸큭……!”

“웃음이사악해요.”

“미안, 애한테 밥 좀 줄래?”

“엘라는요?”

“같이 가게 된 사람들하고 이야기나 좀 나눠보게. 다음 도시에 갈 때까지 좋든 싫든 이야기를 해봐야 하지 않겠어?”

“아하, 으응, 인사 부탁할게요.”

하긴 일주일은 같이 야영하고 이래야 할 건데 이야기를 나누고 이래야겠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엘라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고, 엘라는 에일렌에게 젖을 먹이면서 웃는 레이시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차에서 내려 불탄에게 갔다.

“그래서 어떤 녀석들이 우리를 습격하는 거야?”

“그게……, 산적들입니다.”

“흐응?”

“산적에게 정보를 풀었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도적들이 연합했다는 보고도 받았고요.”

“그래?”

“네.”

이걸로 아갈레타가 낚일까?

엘라는 잠시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나비와 미네르바가 안 보이자 미네르바가 어디에 갔는지 물어봤고, 불탄은 그걸 자기가 어떻게 알겠냐면서 투덜거렸다.

말보다 몇 배는 빠른 녀석을 타고 혼자서 가버렸으니 추적할 수도 없다.

불탄이 그렇게 말하자 엘라는 비음을 내다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져서 도적들이 습격하는 건 언제냐고 물어봤고, 불탄은 엘라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당연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오늘이죠. 보통 상인을 습격할 때는 도시에서 막 나와서 방심하고 있을 때와 도시에 막 들어가기 전 방심할 때니까요.”

“……지금 여기에서 가깝겠네?”

“네, 그럽죠.”

“그리고 나비와 미네르바는 사냥을 나갔고.”

“……? 하, 하피가 위험하니까 돌아오지 않을까요?”

“넌, 바질리스크를 아무런 준비도 안 하고 잡아서 한끼 식사로 삼는 놈이 도둑에게 질 거라고 생각하냐?”

미네르바가 활약하기 힘들게 한 곳에 가둬서 싸우더라도 레어도 7이나 8쯤 되는 스킬을 완전히 이해하고 활용하는 존재가 아니라면 미네르바에게 처참하게 죽을 건데 개방된 곳에서 어줍잖은 산적들과 붙힌다?

산적들이 나비를 보고 쫄아서 안 나온다거나 자기는 산적이 아니라면서 헤실헤실 웃으며 넘어가려고 한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미네르바의 나른한 외모만 보고 미네르바가 평범한 하피랑 똑같다고 생각하고 성욕처리용 하피로 쓰려고 한다면…….

“에이, 설마. 나비가 있는데…….”

나비가 있으니까 알아서 사리겠지.

응, 미네르바가 갑자기 나비와 함께 사냥감으로 내기를 하자는 이상한 짓거리만 안 한다면 산적들을 습격할 리가 없다.

“……씨발.”

다 할법한 짓이잖아.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말 두 마리를 빌리더니 마차 안에서 쉬고 있는 미스트에게 따라오라고 명령했고,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일단 엘라의 명령에 따라서 말에 올라타고 엘라의 뒤를 따라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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