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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325화 (325/542)

〈 325화 〉 다음 행선지는…….­2

* * *

그렇게 류타 남작이 준 고기를 전부 먹은 레이시 일행은 다음 일정을 위해서 마차에 올라탔다.

이번에도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하기로 한 레이시 일행.

류타 남작은 엘라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국경에서 먼 쪽이 좋겠지 싶어 남쪽으로 내려가라고 말했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지금 적당한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흐응? 무슨 일인데?”

“그게……, 귀족들끼리 싸웁니다.”

“으응?”

“여기를 보시면 길이 겹치지 않습니까? 이 부분의 실효통치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로 다툼을 하는 중입니다. 물론 두 분 다 인격자시라 시민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지만……, 이대로 가면 매해 두 마을이 협력해서 열던 행사가 열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헤에? 무슨 행사인데?”

“수박과 관련된 축제입니다. 이 부근은 수박이 맛있게 자라거든요.”

“그래? 그런데 왜 싸우는 거지? 이익과 관련된 일인가?”

“아뇨, 오히려 손해와 관련된 일입니다. 여기에 계신 두 가문은 서로 사이가 좋아서 도시에 문제가 생기면 서로 힘을 모아 도와주는 관계의 마을입니다. 실제로 이번 장마로 도로가 더러워지자 서로 힘을 합쳐서 청소했습니다. 그래서 생긴 일이라……. 도로의 정비를 자기가 하겠다고 난리입니다.”

“그런 거라면 같이 하면 되지 왜 싸우는 거야?”

“그게……, 같이 도로를 정비한다고 하면 양쪽 다 농사에 힘을 못 쓸 가능성이 있어서……. 그렇다고 두 분의 개인 자산을 모아서 식량과 기초 생활비를 구하려고 해도 두 분 다 그렇게 윤택한 생활을 보내시는 분이 아니라 불가능해서 자기가 희생하겠다고 난리를 피우고 계십니다. ……공주님께서 자비를 베풀어주신다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쪽의 특산물은 저희에게도 큰 도움이 되어서.”

“그래, 알았다. 걱정하지 말도록.”

서로 손해를 보기 싫어서 싸워대는 게 아니라 서로 손해를 떠안겠다고 싸우다니…….

공동체를 넘어서서 거의 한 도시가 되는 마을의 사례를 찾아보면 그런 일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엘라는 이것 참 특이한 일이라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피식 웃으면서 류타 남작을 안심시키는 엘라.

엘라는 미스트에게 다음 행선지는 정해졌다고 말한 다음 마차에 올라탔고, 마차 안에서 미네르바의 도움을 받아 이야기를 들은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참 재미있는 일로 싸운다면서 말을 더듬거렸다.

“보통은 반대일 텐데, 아, 아하하…….”

눈을 가만히 두고 있지는 못해도 마음은 편한지 에일렌을 토닥여주며 웃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모습에 피식 웃다가 이런 사람들만 있다면 편하지 않겠냐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레이시의 옆에 앉았고, 레이시는 확실히 그건 그렇다고 말했다.

전생의 국회의원들을 생각해본다면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시민들에게 진심인 사람들.

그게 정도를 지나쳐서 싸우는 거지 시민들은 아마도 ‘그냥 적당히 싸우시고 사이좋게 궁리를 하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고 말 정도의 일이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엘라에게 어떻게 일을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이면서 일을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고 말했다.

“거기 가서 내가 이야기를 들어보고 왕궁에다가 편지를 보내면 돼. 이 정도의 돈이 필요할 거 같으니 식량 지원과 공사의 지원을 부탁한다고. 오라토리엄 왕국의 공병 부대는 대민지원의 일도 하니까.”

공병 부대란 토성 쌓기, 성벽 수리 및 다리 건설을 전문으로 하는 부대.

하지만 그런 대규모 훈련을 쉽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기초적인 공사 훈련은 대민 지원으로 떼운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엘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아마 여기의 공사 같은 경우에는 한 중대가 차출되지 않을까?”

“그런가요?”

“음, 자세한 상황은 몰라서 뭐라고 말하기 힘든데 백인장 부대가 1개에서 2개가 오는 거니까 한 중대가 온다고 생각하면 편하겠네.”

레이시의 질문에 지도를 테이블에 펼친 다음 도로를 보여주는 엘라.

엘라는 지도에 손가락을 올리고 문제가 생긴 도로를 짚어주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옆에 바짝 붙어서 도로를 살피기 시작했다.

“영주가 가난하다고 해도 여기에 있는 마을들은 주민의 수가 각각 600명과 700명에 달하는 마을이야. 사치도 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본다면 어지간한 수리는 무리없이 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두 분께서는 서로 자기가 피해를 떠안겠다고 다투셨다고 했잖아요?”

“응, 그러니까 아마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도로가 싹 망가졌거나 상위 모험가 파티를 부르지 못한다면 안 되는 일이 생긴 거겠지. 전자의 일이라면 공병부대를 부르고 후자의 일이라면 우리가 해결하면 돼.”

“으응, 그렇구나.”

“그런 다음에는 수박이라도 받아서 먹어볼까? 미스트, 에일렌에게 수박을 먹여도 괜찮아?”

“네, 너무 차갑게 식히지 않는다면 괜찮을 거예요. 에일렌 아가씨의 신체 나이는 생후 12개월에서 13개월쯤 되니까요.”

“그렇구나. 그럼 에일렌도 같이 축제를 즐기는 걸로.”

미스트의 말에 키득키득 웃으면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박으로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떠올리며 마부석에 앉아 있는 아샤와 미네르바에게 말을 걸며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수다를 떠는 것도 잠시, 마차는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고,엘라는 아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보면서 마차의 창문을 열었다.

“도로가 망가졌어.”

“……? 아직 문제가 있는 영역으로 진입하려면 한참 멀었잖아.”

“몰라. 도로가 망가졌어. 밖으로 나와봐.”

“진짜네…….”

분명 도로가 망가진 부분까지는 거리가 꽤 남았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던 엘라는 망가진 도로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거, 고쳐졌다가 다시 망가진 거지?”

“응, 그러네. 여기 보면 풍화된 부분이 다르긴 하네.”

“그런 것도 알 수 있어요?”

“응, 보통은 망가진 시간이 다르면 단면의 감촉이라거나 그런 게 다르니까. 눈으로 봐도 색에 차이가 있지? 이건 도로를 한 번 임시로 고쳤다가 무언가에 의해서 다시 망가진 거야.”

“으으응……, 몬스터일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런 거라면 웜 같은 게 아닐까?”

“웜이요?”

“응,”

마차에서 내려온 레이시를 보고 부서진 벽돌을 잡아 조각을 맞추는 아샤.

아샤는 그렇게 블록을 맞춘 다음 이게 어디에서 부서진 것 같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아샤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유심히 벽돌을 바라봤다.

그러자 금이 이상하게 났다는 걸 발견하는 레이시.

“뭔가 아래가 더 많이 부러졌네요?”

만약 위에서 아래로 힘을 주면서 밟아서 부서트렸다면, 위쪽이 더 많이 부서져야 할 건데 아샤가 맞춘 벽돌은 아래쪽이 더 많이 부서진 것 같았다.

위아래가 뒤바뀌었다는 가능성도 있지만, 흙이 묻은 부분이 아래쪽에 있으니까 그런 가능성은 적었다.

아마 정말로 아래에서 위로 힘이 가해져서 부서진 거겠지.

그러지 않고서는 누군가가 쓸데없이 스킬을 써서 벽돌을 이상하게 부서트렸거나…….

그런데 누군가가 일부러 이런 짓을 벌였다기에는 아무래도 이유라는 게 없으니 그렇게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니 아마도 아샤의 말대로 웜이라는 몬스터가 도로를 망가트리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아샤를 바라보면서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고 물어봤고, 아샤는 눈을 깜빡이면서 망가진 도로를 바라봤다.

“우선……, 마을에 가지 않으면 안 되겠지. 지도상으로는 평지니까 길에서 벗어나서 마차를 타도 괜찮을 거야.”

“네?”

“포장도로보다는 거칠긴 하겠지만, 딱히 무리가 갈 정도로 엉망인 지형이 아니야. 아마 편하게 갈 수 있어. 아마 이 근처의 도로는 사람을 도로 위로 움직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만든 건가봐.”

“으음, 그렇구나. 엘라, 저, 나비 위에 올라타서 도로가 어떻게 됐는지 보고 싶은데 그래도 괜찮을까요?”

자기가 본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힘든 걸 알고 있으면 사람들의 푸념이라던가 그런 걸 받아들이기 쉬워진다.

그렇게 말한 레이시는 쭈뼛거리면서 엘라를 바라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나비의 등 뒤에 올라탈 때는 미네르바의 호위를 받고 2시간에 한 번은 마차 안에 들어와서 30분 정도 쉬는 걸 조건으로 걸었다.

“레이시가 힘들어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에일렌이 너를 보지 못하면 불안해 할 거니까.”

“에헤헤, 네. 고마워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대로 나비의 위에 올라타는 레이시.

레이시는 미네르바에게 먼저 조금 앞서가자고 말했고, 아샤는 너무 멀리 떨어지진 말라며 레이시를 말렸다.

“눈에 보이는 지점까지만 나가.”

“네, 알았어요.”

아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적당한 거리까지 나가보는 레이시.

그리고 그렇게 앞서가면서 본 도로의 상태는 아샤가 보여준 것처럼 전부 엉망진창으로 부서져 있었다.

“처참하네요.”

“그렇군. 으음, 하늘에서 봤을 땐 저기 보이는 끝부분까지 전부 골고루 부서져 있었다.”

“그런가요…….”

웜이라니, 정말로 지렁이가 땅을 뒤엎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눈을 깜빡이다가 확실히 이런 규모로 망가지면 둘 중 한 명이 희생하는 수밖에 안 떠오르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으으응……, 그나저나 아샤.”

“응?”

“이 근방에 뭔가 마라도 꼈어요? 류타 남작님이 계신 곳은 산사태가 일어나서 도로가 엉망이 됐고, 여기에는 몬스터가 출몰해서 땅이 완전히 엎어졌고…….”

“음, 글쎄? 보통 이런 몬스터의 대형 출몰 같은 건 몇 년에서 몇십 년에 걸쳐서 일어나는 일이니 우연히 겹친 걸지도 모르지. 장마는 매년 있는 일이고.”

“그렇구나.”

“그래서 그 두 마을에 가봐야 한다는 거야. 그 지역의 귀족들은 그 지방에서 오래 살았다고 하니까 기록이 남아있겠지. 그 기록을 보고 어떻게 할지 정하는 거야.”

“아하…….”

“뭐……, 보통 이런 벌례형 몬스터들은 여왕이 있으니 그 여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단 가장 간단한 방법은 죽이는 거야. 그러면 몇 년 동안은 이런 대규모 행렬은 안 만들어지겠지. 다음 몇 년 후는 또 힘들겠지만……, 그 땐 또 그때 할 일이지.”

“그런…….”

“뭐, 이런 거야. 남의 영역을 억지로 빼앗았는데 어쩔 수 없지.”

“으으응……. 그럼 웜이라는 몬스터는 꼭 죽여야 하는 몬스터예요?”

“그런 식으로 물어보는 건 또 처음이긴 한데……, 한, 두 마리만 있다면 굳이 죽이지 않고 농업을 전문으로 하는 도시에서는 웜을 테이밍하기도 한다더라. 나름 지능이 있고 공격성도 없는 몬스터라 마구잡이로 사람을 공격하지도 않고. 그런데 도로가 이런 식으로 망가질 정도면 한, 두 마리가 아니라 수십, 수백은 되겠지.”

“으, 으으음……. 그럼 굳이 안 죽여도 되는 거죠?”

“일을 해결할 수 있다면 그렇지.”

“흐으응…….”

“……뭐, 일단 엘라에게도 말해볼게. 무의미한 살생을 피할 수 있으면 웜 같은 익마는 살려두는 게 더 좋고. 땅을 비옥하게 해주거든.”

한숨을 내쉬면서 왜 굳이 일을 사서 하려고 하는 거냐고 물어보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질문에 어색하게 웃다가 굳이 안 죽일 수 있는데 죽여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면서 아샤의 시선을 피했고,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피식 웃으면서 머리를 꾹 눌러주었다.

“그럼 조금 더 산책하다 들어가.”

“네에~.”

아샤의 말에 배시시 웃으면서 나비에게 좀 더 빠르게 뛰어도 된다고 속삭이는 레이시.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을 보며 쓰게 웃다가 엘라와 미스트에게 레이시와 나눴던 말을 그대로 전해주면서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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