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0화 〉 돌아가는 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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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샤와 미스트, 두 사람과 일주일의 시간을 들여 느긋하게 논의한 결과 엘라는 올해 안으로 레이시와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레이시도 암살 시도를 받은 이상 지금처럼 메이드로 있는 것보다는 자기의 약혼자로 있는 게 훨씬 안전하니까.
거기에다가 얼마 전에 레이시와 사귄다고 공표해뒀으니까, 약혼을 공표하는 건 그렇게 큰 준비가 필요하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마차를 몰고 있는 레이시의 옆자리에 앉아 레이시의 볼을 콕콕 찔러댔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드래곤이 오는 거냐며 살짝 질린다는 얼굴을 했다.
“아하하, 아냐, 아냐. 드래곤은 안 보이는데?”
“으으으……, 놀 땐 좋았는데 이런 건 싫네요.”
“왜? 드래곤, 싫어해?”
“……그럼 좋아해요?”
“남자애들은 자기가 용기사가 되겠다고 소리를 지르는 게 일상인데?”
“걔들한테도 진짜 드래곤을 보여주면 단박에 엄마 찾으러 울걸요?”
“뭐, 그건 그렇겠지만.”
실없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웃는 레이시와 엘라.
엘라는 키득키득 웃다가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춘 다음 왕궁으로 돌아가면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이내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보이는 기사들의 모습에 혀를 차면서 레이시를 껴안았다.
“으응? 왜요?”
“기사들이 앞에서 진 치고 있네.”
“……혹시 블루드의 사람일까요?”
“응? 아니, 그냥 왕궁의 사람들. 저번에 아샤가 범죄자를 처리하고 왔다고 했잖아. 그리고 나는 로제디아에서 왕궁으로 편지를 보냈고. 그래서 설명을 들으려고 나를 데리고 오려는 거야. 근데 그러면 휴가가 끝나니까 싫은 거고.”
“그렇구나아아……, 다행이네요.”
위험한 일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하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피식 웃으면서 레이시를 껴안다가 일하기 싫다면서 칭얼거렸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한 손으로 엘라를 안아주었다.
그러자 엘라는 레이시의 품으로 파고들더니 레이시에게 일하기 싫다고 칭얼거렸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그럼 같이 일 같은 건 그만두고 도망갈까 물어봤다.
“……에?”
레이시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지 멍하니 레이시를 바라보는 엘라.
엘라는 자기가 들은 게 맞냐며 레이시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시선에 어색하게 웃다가 엘라는 이런 말을 해도 결국 일을 하러 갈 거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라며 몸을 기댔다.
그러자 엘라는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트리면서 레이시의 볼을 가볍게 찔렀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배시시 웃다가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어봤다.
“일해야지. 그냥저냥 공사하는 일이면 대충하고 때우겠는데 이건 그런 게 아니니까.”
무려 왕족시해미수범과 관련된 일.
자기가 나가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풀리지도 않을 거고, 무엇보다 블루드의 꼬리를 붙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기회를 날릴 수는 없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레이시에게 잘 부탁한다며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췄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줄 테니 같이 힘내자면서 엘라의 볼에 입을 맞췄다.
그렇게 서로 번갈아서 서로의 볼에 입을 맞추고 산에서 내려오자 기사단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엘라와 산을 번갈아 봤고, 엘라는 기사들의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마차에서 내렸다.
“뭐 그렇게 긴장하고 있어? 이성이 없는 드래곤은 히드라보다 조금 강할 뿐이잖아?”
“아, 크, 크흠! 엘라 파우스트 오라토리엄 공주님! 모시러 왔습니다. 마차를 옮겨 타시죠!”
“싫은데?”
“네……?”
“너희들이 마차는 빠르게 이동하는 것에만 집중해서 탑승감이 최악이란 말이지. 나는 내 마차를 타고 갈 테니까 앞에서 호위만 해줘.”
엘라의 말에 쭈뼛거리는 기사들.
기사들은 엘라의 말에 자기들끼리 모여서 어떻게 할지 의논하는 듯하더니 이내 엘라가 왕궁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지 엘라의 말대로 하겠다면서 고개를 꾸벅 숙였고, 엘라는 마차 안으로 들어가서 레이시에게 기사들을 따라가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레이시는 하양이의 몸 상태를 살펴보더니 기사들에게 가서 속도를 조금 천천히 해서 움직여달라고 부탁했고, 기사들은 레이시의 말에 엘라의 마차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한 달 내로 왕궁에 가야 하니 어느 정도 속도는 내야 합니다.”
“그런 거라면 괜찮아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가야하니 빠르게 가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엘라를 기다리면서 야영을 했었는지 야영을 오래한 사람 특유의 냄새가 나는 기사들.
레이시는 기사들의 체취에 고생을 꽤 심하게 했구나 싶어서 어색하게 웃으면서 따라가겠다고 말했고, 기사들은 엘라와 다르게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레이시의 웃음에 피로가 풀린다는 듯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먼저 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사들이 건네준 지도를 보면서 어디로 가야하는지 확인하는 레이시.
레이시는 천천히 간다고 해도 꽤 빡빡한 일정에 한숨을 내쉬다가 미스트에게 지도를 보여주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질문에 지도를 보면서 어딘가 신경 쓰이는 게 있냐고 물어봤다.
“으응, 여기, 이 가운데 일정이 조금 힘들 거 같아서요. 보시면 평지도 아닌데 하루만에 25km는 가야 하잖아요. 그리고 도착한 야영지의 위치도……, 그, 지도에 있는 그대로라면 솔직하게조금 무서울 거 같아요.”
숲 한 가운데에 있는 야영지.
만약 습격할 거라면 여기밖에 없을 것 같다.
레이시가 그렇게 말하자 미스트는 살짝 놀란 얼굴로 레이시를 바라보다가 이내 배시시 웃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레이시는 미스트가 밖으로 나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얼굴을 붉히면서 어떨 거 같냐고 다시 한번 물어봤다.
그러자 레이시의 걱정을 이해한다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미스트.
미스트는 확실히 누군가가 습격한다면 여기밖에 없을 거라며 웃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불안한 빛을 띠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렇게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괜찮을 거예요.”
“네? 왜요?”
“지금 이 상태에서 저희를 습격하면 블루드 왕자님이 관여되어 있다고 말하는 꼴이고 이 야영지가 숲이기는 하지만 함정을 깔아서 방어하기에 딱 좋은 위치거든요.”
“그, 그래요?”
“네, 저희는 안쪽을 볼 수 있고 야영지 밖에서 안쪽을 보기에는 조금 힘든 위치에요.”
“그렇구나…….”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저보다는 약하겠지만 여기에 있는 기사분들도 그럭저럭 강한 분들이니까요.”
“아, 아하하하…….”
미스트의 말에 어색하게 웃는 레이시.
왕궁에서 보낸 기사라고 한다면 왕궁 안에서 훈련을 받는 기사들이라는 걸 텐데 그럭저럭 강하다니…….
레이시는 미스트의 강약의 기준을 떠올려보다가 이내 드래곤들을 상대하던 세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이번에는 허탈한 듯 웃다가 이내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하긴 세계에서 가장 강한 생명체를 애들 다루듯 다루면서 쫓아냈던 세 사람이라면 야영지의 위치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 거겠지.
그렇게 생각해보면 지금 자기 의문은 과민반응일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전쟁이니 암살자니 시끄러웠으니까, 불안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몸을 진정시켰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기분을 다스리는 걸 보고는 많이 발전했다며 레이시를 칭찬해주다가 엘라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화 주제는 엘라가 왕궁으로 가는 도중에 습격할 사람이 있겠냐는 것.
엘라는 미스트의 질문에 블루드가 멍청이도 아니고 그런 사람이 있겠냐며 웃음을 터트렸다.
“엘라아아아아아! 나와서 칼을 받아라아아아!”
“엘라 님! 야습입니다!”
“그런 멍청이가 있네…….”
그리고 그런 말을 하고 나서 일주일 후, 엘라는 마법으로 광원을 만들고 달려드는 사람을 보고는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을 했다.
지금 자기를 습격하는 게 맞나?
지금 여기에서 습격하면 자기가 블루드와 연관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밖에 안 되는데?
엘라는 습격자들이 쏘는 화살을 막으면서 멍하니 고개를 갸웃거렸고, 레이시는 엘라의 옆에서 엘라를 바라보다가 어떻게 할 건지 물어봤다.
“뭐……, 제압해야겠지? 그냥 죽일까?”
“어……. 제, 제압하죠?”
“엘라! 감히 영주님으으으으을! 죽여주겠다아아!”
“에잇!”
“크헉!?”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오는 습격자를 보고 그대로 발목을 채찍으로 후려치는 레이시.
엘라의 옆에서, 그것도 그림자 속에서 휘둘러서 습격자는 채찍을 휘두르는 레이시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채찍에 얻어맞았고, 습격자의 발목은 꺾이면 안 되는 각도로 꺾이더니 그대로 엎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레이시를 칭찬해주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에게 무섭지는 않냐고 물어보면서 계속해서 화살을 쳐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당연히 무섭다면서 칼을 지팡이 삼아 일어나는 습격자의 무기를 빼앗았다.
“그래도 엘라를 죽이겠다는데 어떻게 보고만 있어요?”
“후후, 레이시가 아껴주니까 기분 좋네. 이게 사랑받는다는 감각이려나?”
“으으……, 부끄러운 말은 금지! 그런 것보다는 다른 기사분들이 안 다치게 도와주죠.”
“이미 끝났는데?”
“에……?”
“아샤 혼자서도 전부 처리할 수 있었던 녀석들이야. 그런데 만전의 상태도 아니고 장비도 대충 입고 온 녀석들이 뭔가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에에에…….”
엘라의 말에 말을 더듬다가 나무에 걸려 있는 사람들을 보고 어색하게 웃는 레이시.
레이시는 다소 아스트랄한 광경에 한참을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아무도 안 다쳤다는 기사의 보고가 들려오자 아무도 안 다쳤으니까 됐다며 어깨를 으쓱이며 바닥에서 앓는 소리를 내는 기사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엘라.”
“응?”
“엘라가 말한 거 이 사람들도 알고 있는 거죠?”
“뭐를?”
“이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해도 엘라를 이길 수 없다는 거요. 이 사람들이 더 잘 아는 거죠?”
“응? 그렇겠지.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중이었어.”
그야 방비가 가장 약해지는 건 야영을 할 때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무작정 달려들어서 자기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그런 것을 모를 정도로 바보 녀석이 기사가 될 수 있을까?
상대방이 진짜 멍청이일 가능성도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생각하기에는 뭔가 석연찮았다.
자기 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녀석을 부하로 둔 영주에게 자기 흔적을 남길 정도로 깊은 관계를 맺었을까?
블루드는 미친 새끼이긴 하지만, 멍청이는 아니다.
그러니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겠지.
“흐으으음…….”
이 녀석은 대체 무슨 목적으로 나에게 덤빈 거지?
엘라는 아무리 생각해도 의미를 알 수 없는 야습에 최대한 의미를 부여해보기 시작했고, 이내 머릿속을 스치는 한 가지 가능성에 헛웃음을 흘렸다.
“설마…….”
“뭔가 짐작가는 게 있어요?”
“응, 있어. 뭐, 대처하긴 쉽지만.”
이런 짓을 해서 블루드가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시간을 벌어서 재판에 관여한다.
또 다른 하나는 자기가 시간을 벌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서 자기가 일행을 나눠서 행동하게 만들고 본대가 있는 쪽과 얼굴을 맞대는 것.
아마 블루드는 두 번째 목적으로 이런 짓을 벌이는 거겠지.
블루드는 뭔가 궁금한 게 생기면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을 사람이니까, 아마도 레이시의 얼굴을 직접 보려고 그러는 거 아닐까?
그렇다면 할 행동은 정해져있다.
“레이시.”
“네?”
“무리라면 무리일 것 같다고 말해도 되니까 일단 명령 듣기만 해볼래?”
“네? 네.”
“내일부터 나비랑 미네르바 데리고 우리가 갈 야영지에 먼저 가서 거기에 있는 습격자들을 제압해줘.”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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