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7화 〉 쓸데없는 내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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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놀이를 끝내고 개울 물에 몸을 씻은 레이시와 아샤.
원래라면 오늘 수영을 배워야겠지만, 밤새 하고 애매한 시간이 되어 잠을 자지도 못했으니 두 사람은 오늘은 그냥 쉬기로 하고 멍하니 호수 근처에서 발만 물에 담그고 있었다.
발을 움직일 때마다 들리는 찰랑거리는 물소리.
레이시는 그 소리에 눈을 감고 발을 움직이다가 아샤가 머리카락을 만지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아샤를 바라봤고, 아샤는 레이시가 눈을 뜨자 졸린 거면 편하게 누워서 자라며 쭈뼛거렸다.
그러자 배시시 웃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젓는 레이시.
편안하게 웃던 레이시는 그냥 호수의 물이 시원해서 발을 담그고 있었을 뿐이라며 아샤의 기분을 물어봤고, 아샤는 레이시의 질문에 호수의 물을 손으로 만지다가 작게 웃었다.
“그러네, 확실히 꽤 시원하네.”
주변이 서늘한 것과는 상관없이 시원한 게 퍽 기분이 좋다.
이런 게 진짜 시원하다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레이시의 옆에 앉아 똑같이 발을 구르면서 호수의 물을 가볍게 차봤고, 레이시는 아샤가 자기랑 똑같이 발을 움직이자 작게 웃으면서 다시금 눈을 감았다.
사실 아샤의 말대로 조금 졸리기는 했지만, 아예 뻗을 정도는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누군가 자기 무릎을 잡자 아샤인가 싶어 감았던 눈을 떴고, 이내 미네르바가 자기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무릎을 잡고 있자 물에 젖은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왜요?”
“나랑도 놀아주면 좋겠다.”
“아하하…….”
“피곤한가?”
“으응? 아뇨. 괜찮아요. 안기실래요? 어차피 수영복 입었고.”
레이시의 말에 얼굴을 붉히더니 그대로 물에서 나와 레이시의 허리를 잡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이상할 정도로 몸만 젖은 미네르바의 모습에 작게 웃다가 이내 미네르바를 껴안아주면서 수영은 재미있냐고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이시에게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레이시의 배에 뺨을 대고 비비다가 히죽 웃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웃음에 똑같이 웃으면서 미네르바의 볼을 약하게 꼬집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손이 닿자 꺄륵 웃으면서 레이시가 만지기 쉽게 몸을 좀 더 물 밖으로 내밀었다.
그러더니 미네르바는 호수의 안, 깊은 곳에서 재미있는 걸 봤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뭘 봤는지 물어봤다.
호수 안에 재밌는 게 있다고 했으니 뭔가 웃기게 생긴 물고기라고 본 걸까?
“으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우니까 들고 와도 되나?”
“들고 올 수 있는 건가요?”
“그렇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라.”
호수의 밑바닥까지 가는 건지 한참이나 조용히 있는 미네르바.
한참이나 소식이 없어 레이시가 미네르바에게 뭔가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걱정할 때쯤 수면 위로 물방울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 공기 방울에 안심하면서 대체 재미있는 게 뭘까 싶어서 미네르바를 기다렸다.
일단 들고 온다는 걸 보면 돌 같은 거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미네르바를 기다리자 미네르바는 거친 물보라와 함께 호숫가로 올라왔고, 레이시는 미네르바를 바라봤다.
“이거다.”
미네르바가 내민 건 수영복.
비키니의 브래지어 부분을 주머니로 쓴 걸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비키니를 받으면서 수건으로 미네르바의 가슴을 가려주며 미네르바가 뭘 들고 왔는지 확인했다.
그리고는 미네르바의 비키니 안쪽을 본 레이시는 입을 멍하니 벌렸다.
“뭔가 주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자랑하던 거랑 닮아서 들고 왔다! 에헤헤……, 그 사람들 돌을 보고 그렇게 좋아했던 거였다!”
“어, 이건…….”
“으응?”
“미네르바, 그러니까, 이건. 보석이에요…….”
“……? 돌멩이 아닌가?”
미네르바의 비키니의 내구성을 한계를 실험하던 건 보석이었다.
그것도 사람 주먹만한 크기의…….
당장에 팔면 자기 월급의 수백 배는 나올 가격의 보석의 모습에 레이시는 머리가 아찔해지다가 엘라를 불렀고, 엘라는 레이시의 다급한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일까?
비명은 아니었으니까 위험한 일이 생긴 건 아닐 텐데…….
마차 안에서 잡지를 읽던 엘라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마차에서 나와 레이시에게 다가갔고, 이내 레이시가 시키는 대로 시선을 옮겨서 비키니의 안쪽에 있는 걸 바라봤다.
“아……. 뭐야. 보석이잖아.”
“‘뭐야, 보석이잖아.’가 아니잖아요. 보석이 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
“이 호수 바닥은 다 이런 느낌인데?”
“에……?”
“여기 보석 호수야. 벽면은 그냥 돌인데, 바닥은 전부 보석일 걸?”
엘라는 드래곤이 이성을 되찾고 승천하면서 이성이 없을 때의 피를 버리기 위해서 이 호수에 뿌렸고 그것들이 뭉쳐서 보석이 되었을 거라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설명에 멍하니 입을 벌렸다.
“승천하기 전 더러운 피라고 해도 승천하는 순간 피가 승천한 후의 것으로 바뀌었을 테지만. 뭐, 여하튼 이건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거야. 가져가면 엄청 비싸게 받고 팔 수 있을 걸? 가져갈래?”
“아뇨!?”
“왜? 보너스로 몇 개 들고가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한다고?”
“그런 걸 들고 다닐 자신감이 없어요!”
“카지노에서 좀 나아진 것 같더니 원래대로 돌아왔네.”
겁을 잔뜩 집어먹은 레이시의 반응에 작게 웃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의 옆에 앉더니 레이시를 꽉 끌어안고 볼을 약하게 깨물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행동에 얼굴을 붉히며 몸을 버둥거리다가 이내 미네르바에게 양해를 구하고 미네르바가 들고 온 보석을 전부 호수의 안으로 집어던졌다.
손톱의 1/8정도 되는 크기였다면 욕심을 부려볼만 했지만, 미네르바가 들고 온 보석은 주먹보다도 큰 보석.
도저히 가져가서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아무래도 자기와 보석은 안 어울린다며 어색하게 웃었다.
생각해보면 전생에서부터 꾸미는 물건과는 거리가 멀었으니까, 이제와서 이런 걸로 꾸미려고 하는 것도 웃긴 일이다.
“후아……. 카지노는 메이드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이건 아니잖아요. 저에겐 저런 건 안 어울려요.”
“그래? 하긴 저런 커다랗기만 한 보석으로 장식하고 다니면 레이시는 보석에 흠집 생길까 제대로 걷지도 못하겠지?”
“……으우우.”
키득키득 웃으면서 레이시의 볼을 만지작거리는 엘라.
레이시는 자기를 놀리는 엘라의 말에 얼굴을 붉히다가 입술을 샐쭉 내밀면서 엘라를 노려봤고, 엘라는 레이시가 자기를 노려보자 웃음을 터트리면서 레이시를 꽉 끌어안았다.
“에잇!”
“흐꺄악!?”
그리고 그대로 호수로 몸을 던지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에게 안긴 채 멍하니 있다가 몸이 기우뚱거리면서 호수와 가까워지자 당황하면서 버둥거렸지만, 이내 엘라의 몸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물 안에 빠졌다.
그러자 반사적으로 입을 틀어막고 숨을 멈추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를 보며 웃음을 터트리면서 눈을 떠도 된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조심스럽게 눈을 뜨기 시작했다.
“에?”
숨이……, 쉬어진다……?
거기에다가 말을 할 수 있네……?
레이시는 물 안에서도 코로 숨이 쉬어지는 느낌에 당황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미스트가 옆에서 손을 잡아주자 미스트가 뭔가 했구나 싶어서 놀란 가슴을 부여잡았다.
“놀랐잖아요!”
“아하하핫! 그렇게 놀랐어?”
“당연하죠!? 저 수영 못 한다고요!”
“풉, 미안, 미안.”
레이시가 소리치자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고 자기 손을 내미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행동에 얼굴을 붉히고 볼을 부풀리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엘라의 손을 잡았고, 엘라는 레이시가 자기 손을 잡자 천천히 호수의 밑바닥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헤엄쳐도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의 밑바닥.
레이시는 점점 햇빛조차 닿지 않기 시작하자 겁을 집어먹으면서 주변을 둘러봤고, 엘라는 레이시가 물고기도 보지 않고 자꾸만 수면 위를 보려고 하자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불빛을 줄지 물어봤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대체 이런 곳에서 어떻게 보석을 본 걸까요……?”
“미네르바는 부엉이잖아. 달빛만으로 우거진 숲속을 훤히 보니까 이 정도 빛이면 훤히 볼 수 있는 거겠지.”
“아, 그런 건가요……?”
“그렇지, 뭐. 미스트도 이 정도면 충분히 보일 걸? 늑대라서 고양잇과의 수인보다는 어둠 속에서의 시력이 좋지는 않지만, 인간보다는 좋으니까.”
“정말이에요?”
“네, 저는 훤히 보여요.”
“그럼 엘라는요?”
“안 보이기는 하는데 이 호수에는 나를 공격할 수 있는 녀석이 없으니까 대충 가는 거지. 네 얼굴은 잘 보이고.”
연인의 얼굴이 잘 보이는데 다른 걸 볼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약간 어두운 게 레이시에게 신비로운 분위기를 줘서 더 좋다는 엘라는 작은 광원을 만들었고, 레이시는 주변이 다시 밝아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계속해서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한참을 아래로 내려가자 조심스럽게 바닥이 보였고, 레이시는 호수의 밑바닥을 보고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미네르바가 들고 온 것보다 훨씬 더 커다란 보석이 한가득 있는 호수의 밑바닥.
그 근처에는 보석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반짝거리는 관상어들이 헤엄치고 있었고, 레이시는 차마 밟기 미안할 정도의 호수의 밑바닥에 어떻게 못하다가 미스트가 자기를 안아주자 그대로미스트의 품에 안겨 호수 밑바닥에 착지했다.
“어때?”
“……무서운데요.”
보석이 조금만 있을 때야 예쁘다느니 뭐라느니 말하겠지만, 이렇게 호수의 밑바닥을 가득 채울 정도로 있자 예쁘다는 말보다는 무섭다는 말밖에 안 떠오른다.
레이시가 그렇게 말하자 엘라는 웃음을 터트리다가 레이시에게 바닥에 누워보라며 손을 잡아끌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당황하면서 손을 내저었지만, 엘라는 괜찮다면서 레이시의 손을 잡아끌어 기어코 레이시를 호수 바닥에 눕히고 곧바로 레이시의 옆에 누워 레이시가 일어나지 못하게 막았다.
자연스럽게 어쩔 수 없이 위로 올려다보게 되는 레이시.
처음에는 내키지 않아 했지만, 진정하고 위를 쳐다보자 보이는 풍경에 레이시는 멍하니 입을 벌리게 되었고,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레이시가 보는 것을 같이 보기 시작했다.
태양은 달빛처럼 변해있고 자기 주변을 헤엄치는 보석 같은 관상어들.
물 안에 있을 때 들리는 특유의 멍멍한 소리는 심장 고동과 합쳐져서 자장가가 되어 레이시를 잠재우기 시작했다.
약간 피곤해 하고 있었기에 그 자장가를 이기지 못하고 빠르게 눈을 깜빡이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자기가 보고 있을 테니 졸리면 자도 괜찮다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길을 따라 물속을 떠다니는 자기 머리카락을 보다가 점점 눈을 감기 시작했다.
물속에서 눈을 감는다는 게 조금 무섭지만……, 지금도 숨을 잘 쉬고 있고 귀에 들리는 소리만 아니라면 나무 그늘에 누워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편하니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두 사람을 믿는다면서 미스트와 엘라의 손을 꽉 잡으면서 천천히 눈을 감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잠들었다.
그리고 엘라는 깊은 잠에 든 레이시의 모습에 역시 아샤와 꽤 즐겼구나 싶어 투덜거리다가 이내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추면서 주변 보석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좋은 보석 없으려나……. 기왕이면 나랑 레이시의 색이 뒤섞인 보석이면 좋겠는데.”
“같이 찾아드릴까요?”
“괜찮네.”
“그런데 저희 그냥 하면 재미없잖아요.”
“……?”
“먼저 찾는 사람이 레이시 양의 반지를, 뒤늦게 찾는 사람은 다른 장신구로 하는 건 어때요?”
히죽 웃으면서 엘라를 바라보는 미스트.
엘라는 미스트의 웃음에 입술을 비틀더니 이내 해보자는 거냐며 눈을 빛내다가 이내 그런 내기를 할 거라면 아샤와 미네르바도 부르자면서 미스트를 수면 위로 올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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