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화 〉 첫째 아이, 둘째 아이2
* * *
“그래서 뭐가 궁금한 건가요?”
미네르바를 보며 웃는 미스트.
미네르바는 미스트의 말에 쭈뼛거리다가 레이시의 일을 도와주면서 느꼈던 것을 그대로 말해주었다.
“주인이 더 편하기 위해서는 말들을 줄이고 다른 튼튼한 동물을 들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네?”
“주인이 다른 동물을 선택해서, 테이밍한다는 게 싫다……. 이상하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뿐인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해가 안 된다.”
쭈뼛거리면서 미스트를 바라보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자신이 이런말을 한다는 것자체가 아무래도 조금 부끄러웠다.
레이시가 힘들지 않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고 있지 않는다는 거니까.
하지만 그런 미네르바의 이야기를 듣는 미스트는 재미있다는 듯 미네르바를 쳐다봤다.
레이시를 힘들게 했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레이시의 곁에는 자신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 같은 얼굴.
미스트는 그런 미네르바의 얼굴을 찬찬히 감상한 다음 미네르바는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미스트의 질문에 잠시 쭈뼛거리다가 모순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레이시가 힘들지 않으면 좋겠다. 하지만 테이밍하는 건 나 혼자면 좋겠다.”
“으으음~. 하지만 미네르바?”
“으응?”
“미네르바가 말한 산양을 제외하더라도, 레이시는 말이나 사냥개나 많은 동물들을 기르고 있잖아요? 무슨 차이인가요?”
“그, 그것들은……. 그것들은 주인이 원해서 키우는 게 아니잖나.”
말들은 엘라와 미스트가 데려온 것들을 키우고 있고, 레이시는 말을 산책시킬 때 말고는 잘 타지 않는다.
사냥개들은 엘라가 시켜서 기르고 있고 사냥을 싫어하니 애정을 쏟아도 애완동물 수준의 애정만을……, 그러니까 사냥만은 자신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
그렇기에 말이나 사냥개가 아무리 늘어나도 미네르바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산양은 달랐다.
산양은, 레이시가 원해서 고르는 동물.
그렇기에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자신이 아닌 산양을 좀 더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닌지 무섭다고 말하면서 미스트의 눈을 피했다.
자신이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좀처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미네르바.
미스트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속으로 웃음을 참아내다가 미네르바에게 그 부분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냐며 미네르바를 바라봤다.
“레이시는 그렇게 밖으로 나가지 않고, 산양을 테이밍해서 기른다고 해도 미네르바와 좀 더 오래 있을 건데 말이죠.”
“그건! 그건 확실히 그렇지만…….”
쭈뼛거리면서 미스트의 눈치를 살피는 미네르바.
미스트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억지로 웃음을 삼켜내고는 미네르바에게 차를 건네주었다.
“그러네요. 우선 머리에 열이 오른 거 같으니까, 잠시만 차를 마시면서 쉴까요?”
“……으, 으응. 알겠다.”
엘라는 무조건적인 질투의 대상이지만, 미스트의 경우에는 글이나 밤 생활 등등 이것저것 알려줘서인지 얌전히 따르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미스트의 말대로 차를 마시면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들이고 천천히 마음을 정리하면 정리할수록 미네르바의 마음은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대체가 레이시를 돕고 싶은 건지 돕기 싫은 건지 알 수 없는 마음.
옳든 그르든 언제나 대답을 내놓고 움직였던 미네르바는 전혀 모르겠다고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우, 우우우우…….”
어떻게 하면 좋은 걸까…….
미네르바는 전혀 모르겠다는 듯 차를 마시다가, 이내 레이시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자 자리에서 일어나 레이시에게로 달려갔다.
“불렀나? 주인?”
“네? 미네르바가 저를 부른 거잖아요?”
“……?”
“미스트가 제게 미네르바가 저를 부른다고 말했는 걸요?”
“우…….”
“으으응……. 뭐, 이렇게 된 거 오늘은 좀 쉴까요? 미스트가 내일까지 쉬어도 괜찮다고 말했거든요.”
“알겠다, 주인.”
미스트의 짓인지 서로가 서로를 불렀다는 레이시와 미네르바.
레이시는 그런 상황에서 잠시 미네르바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미네르바의 얼굴이 약간 우울해보이자 싱긋 웃으면서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는 잠시 산책이라도 다녀오지 않겠냐며 미네르바에게 손을 내밀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손을 빤히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레이시의 손을 잡았다.
뭔가 계속 쭈뼛거리게 되지만, 그래도 손을 잡게 되니까 기분은 좋다.
그런 복잡한 심정에 미네르바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지만,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산책 나오니 기분 좋지 않냐며 미네르바를 보고 웃었다.
그러자 마음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한참 앓는 소리를 내다가 적당한 나무 그늘에 도착하자 레이시를 꽉 끌어안고 가만히 있었다.
한참을 레이시를 가만히 끌어안고 있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포옹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조심스럽게 미네르바의 볼에 입을 맞췄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갑작스러운 애정표현에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
“뭐, 뭐냐……? 주인.”
“요즘 미네르바가 뭔가 신경 쓰는 게 많아 보여서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그, 그게…….”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쭈뼛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췄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뽀뽀에 배시시 웃으면서 미네르바의 뺨을 만지작거렸다.
“그래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시는 거예요? 요 며칠 동안 잘 때도 안 안아주고…….”
“그, 그게……, 주인이…….”
“으응?”
“주인이 다른 녀석을 테이밍하는 게 싫다.”
쭈뼛거리면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눈을 깜빡거리다가 말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반응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레이시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었다.
“이상한 말이라는 건 나도 알지만 싫은 건 싫은 거다.”
“아, 아하하하……. 왜 싫은지 이야기해주실래요? 사냥개랑 말도 제가 기르고 있는걸요?”
“그것들은 주인이 선택해서 키우는 게 아니잖나. 하지만 산양은 주인이 원해서 키우려는 거고. 주인이 원해서 키우는 건 나 혼자면 된다.”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고 중얼거리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웃음을 터트리면서 미네르바의 볼을 쪼물거렸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웃음에 눈살을 찌푸리며 무서운 척했다.
하지만 아무리 인상을 찌푸리고 그르릉거려도 레이시에게는 귀엽기만 할 뿐이라레이시는 계속해서 웃음을 터트리면서 미네르바를 쳐다봤다.
그러자 미네르바는 무섭게 찡그리던 얼굴을 무너트리면서 자신의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반응에 다시 웃음을 터트리면서 미네르바를 꽉 끌어안았다.
“아으으으으……!”
결국에는 화를 내지도 못하고 날갯짓하며 레이시가 웃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를 보고 웃음을 그치고는 미네르바에게 꼭 그렇게 혼자만 테이밍되고 싶은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미네르바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주인에게 특별한 존재이고 싶다. 엘라도 원하고, 미네르바도 원하고, 아마 그 아샤도 원하는 일이다. 나라고 원하지 않을 것 같나?”
“아, 아하하…….”
“엘라는 주인의 주인이다. 미스트는 주인의 선배다. 아샤는 주인의 스승이다. 나는 주인의 애완동물인데 주인이 새 애완동물을 가져버리면, 나는 특별하지 않게 되버린다. 당연히 싫다.”
“으으응…….”
설마 이런 식으로 생각할 줄이야…….
그러고 보니 첫째가 동생이 생기면 가끔 이런 반응을 보인다고 했었지.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미네르바를 빤히 쳐다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계속해서 자신을 바라보자 레이시를 끌어안고 부끄럽다는 듯 몸을 마구 부비적거렸다.
그러자 키득키득 웃으면서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레이시.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머리를 계속해서 쓰다듬어주다가 미네르바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으면서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뭐가?”
“제게 있어서 미네르바는 특별한 사람인데 미네르바는 좀 더 특별한 걸 바라고 있잖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우읏…….”
레이시의 말에 이상한 수치심을 느끼면서 얼굴을 붉히는 미네르바.
부끄러운 것과 별개로 기분이 좋은 건지 미네르바는 입꼬리를 연신 씰룩거렸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를 보다가 볼을 가볍게 잡아당겼다.
“풉.”
“으으읏……!”
“하긴 미네르바는 질투가 심했었죠.”
“우, 우우우……! 그런 말은 싫다. 주인.”
“헤에에~ 그래요?”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웃음에 고개를 돌려버렸다.
어떻게 해도 표정을 관리할 수가 없으니 눈이라도 보지 않겠다는 생각에 한 행동.
하지만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더더욱 웃음을 터트리면서 미네르바의 볼을 가볍게 잡아당겼다.
전에는 이해가 안 되던 ‘귀여운 애는 화를 내더라도 귀여울 뿐이다’라는 말이, 지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미네르바가 계속 저런 얼굴이라면, 아무리 화를 내도 무섭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다시 헤실거리면서 미네르바의 뺨을 가볍게 잡아당겼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에게 저항하는 걸 포기해버렸는지 다리를 쭉 편 채로 투덜거리며 레이시를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혀주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우리 미네르바가 질투를 안 할지, 같이 생각해볼래요?”
“끄으응.”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는 레이시의 말에 앓는 소리를 내다가 레이시를 꽉 안아버리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웃으면서 답답하다고 말해도 놓아주지 않고 있다가 나무 위로 올라가고 나서야 레이시를 안고 있던 팔에 힘을 풀었다.
“흥…….”
그리고는 레이시가 나무를 타지 못한다는 걸 악용해서 우위를 점하려고 해보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자신을 놀리지 말라고 말했지만,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말에 터져 나오려고 하는 웃음을 억지로 참아내며 미네르바의 품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크게 당황하는 미네르바.
허벅지에 힘을 주면서 언제든지 뛰쳐나올 수 있게 준비하고 있는 미네르바를 보자, 레이시는 커다란 나뭇가지 위에 쪼그려 앉아서 미네르바의 볼을 쿡쿡 찔러댔다.
“제가 떨어질 거면 바로 저를 구해줄 거면서 그렇게 협박하면 어떻게 해요?”
미네르바는 나름대로 열심히 고민해서 한 행동 같았지만, 레이시에게는 아무래도 귀여울 뿐이었다.
예전이라면 몰라도 야차가 된 지금은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져도 아무런 부상도 없을 거고, 애초에 떨어지기 전에 한쪽 팔로 나뭇가지를 잡아 양쪽 발로 착지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아니, 그 전에 자신이 조금이라도 미끄러지는 척한다면 떨어지기도 전에 미네르바가 자신을 안고서 땅에 착지하겠지.
레이시가 그렇지 않냐며 미네르바를 바라보자, 미네르바는 자신이 또 속았다는 생각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다가 잔뜩 씩씩거리며 레이시를 노려봤다.
자기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레이시는 자신을 그냥 귀엽게만 보고 있다.
“주, 주인도 진지하게 고민해라!”
“아하핫! 나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요?”
평소와 다르게 여유롭게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미스트가 둘로 늘어났다며 짜증을 내다가 이내 레이시를 확 끌어안고 나무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곧바로 발을 쿵쿵 굴리면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만약 숲속의 동물들이 봤다면 단숨에 겁에 질려서 도망칠 정도로 살기등등한 모습.
“풉……, 미네르바, 같이 가요!”
“으으으으!”
하지만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은, 레이시에게는 마냥 귀여운 아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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