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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42화 (42/542)

〈 42화 〉 엘라의 메이드­1

* * *

“정말요!? 엘라, 다음 주에 돌아와요!?”

“아하하, 너무 좋아하시네요.”

“읏, 에헤헤…….”

미스트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함께 저택으로 돌아가는 레이시.

레이시는 엘라가 돌아오기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는 말에 헤실헤실 웃었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레이시의 뒤에서 가만히 지켜봤다.

아샤에게 훈련받던 2주 동안에 받았던 모든 데이트 신청을 거절했지만, 그건 전원 남성일 뿐.

레이시가 양성애자가 아니라 동성애자였다면 그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동성애자가 아무런 이득도 없는데 굳이 이성과 데이트할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같은 여성이라면?

식당에서 보였던 멜리아의 반응은 명백히 레이시를 연애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었고 그때 그녀에게서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면?

미스트는 잠시 고민하다가 레이시의 뒤에서 꼬리의 털을 세우며 경계심을 키우기 시작했다.

레이시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엘라는 그런 가능성이 있는 것조차 내키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레이시가 무슨 일이 있어도 엘라를 가장 좋아하게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딱히 가스라이팅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하면 레이시의 자립심이 없어질 테니, 본말전도다.

그러니 지금 이 흥분을 잊지 못하게 해서 레이사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엘라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좋겠지.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건 일주일 동안에 걸쳐서 엘라와의 만남을 준비하게 하면 된다.

하루만 준비하고 끝낸다면 이틀이나 사흘 정도는 들뜨겠지만, 그 뒤로부터는 가라앉을 테니까 일주일 동안 데이트 준비를 시킨다.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오늘은 일을 전부 끝냈으니 왕궁 밖의 거리에 데이트를 준비하러 가지 않겠냐며 레이시에게 속삭였다.

“공주님은레이시의 제복 차림도 좋아하겠지만, 좀 더 차려입은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을까요? 그리고 레이시도 엘라 공주님이 데이트를 신청했는데 그 제복으로 가면 데이트하는 기분이 잘 나지 않을 것 같은데…….”

“그, 그럴까요오오~?”

처음에는 마냥 부끄러워하다가 점점 흥미를 보이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싱긋 웃으면서 오늘은 가볍게 옷과 속옷 몇 벌을 보러 가자며 말을 데리고 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레이시는 뭔가 낯간지러운 느낌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데리고 왔고 미스트는 레이시에게 왕궁 밖으로 나가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우선 밖으로 나가고 싶으시면 서류를 작성해야 해요.”

“네?”

“왕궁내에 출입하는 사람들은 언제 나가는지 적어둬야 하거든요. 참고로 일주일 넘게 자리를 비울 땐 그 사유서를 작성하고 통과 받아야 해요.”

“아……. 보안 때문에요?”

“네, 정답이에요. 잘 적응하고 계시네요.”

“에헤헤…….”

“그리고 쇼핑의 경우에는 산 물건을 검수 받아야 해요. 독극물 같은 게 들어오면 곤란하니까요.”

“그렇구나.”

“기관에 속해있었으면 좀 더 까다로운 서류를 처리해야 하지만, 레이시는 공주님의 전속 메이드니까 그 2가지만 있으면 괜찮아요. 제게 말씀해주시면 합당한 이유라면 대신 서류처리 해드릴게요.”

“네에~.”

그러고 보니 요 3주간은 훈련받고 열심히 적응하느라 바깥 일을 전혀 신경 쓰지 못 했지만, 일에 익숙해지면 밖에 나갈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미스트를 보며 허리를 숙였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감사를 받아주다가 시간이 더 늦기 전에 밖으로 나가자고 말했다.

“제 2 내벽을 넘어서 가면 중산 계층이 몰려있는 거리가 나와요.”

“2 내벽 안에는요? 저기도 마을 같은 게 있는 거 같은데.”

“귀족만 모여있는 마을이에요. 레이시의 월급으로는 조금 힘들 거예요.”

“……아.”

“후후, 그렇죠? 만약에 레이시가 아샤 씨 수준의 일을 하게 된다면 모르겠네요.”

“으, 으으…… 2400만 하랑을 받을 자신은 없는데요…….”

지금이야 대학로의 아르바이트를 해도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받는 것뿐이라 괜찮지만, 월에 2400만 하랑을 받게 된다면 아마 스트레스로 뻗을지도 모른다.

2400만 하랑이면 한국 돈으로 2400만원, 즉, 연봉 약 3억…….

의사나 변호사 정도가 년에 3억 이상 벌던가……?

그런 중대한 일을 할 자신도 없고 한다고 해도 잘 해낼 자신이 없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조용히 제 2 내벽 밖으로 나가자고 말했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대답에 키득키득 웃으면서 말을 몰아서 제 2 내벽과 중벽 사이, 중산층의 거리에 발을 디뎠다.

꽤 발전한 거리.

딱 중세라고 말하면 떠올릴만한 돌로 된 도로와 벽돌로 만들어진 건물들이 늘어선 모습에 레이시는 눈을 빛내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처음 수도에 올라온 아카데미 학생들이 보이는 풋풋한 반응.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를 보고 웃다가 전용 마구간이 준비되어있는 가게로 움직였다.

“…….”

“왜 그러세요?”

“아, 아뇨. 진입장벽이 느껴져서요.”

미스트가 레이시를 데리고 온 가게는 여성복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

바지가 없다는 건 아니었지만, 치마와 원피스가 주요 품목이었고 가게 안쪽에는 속옷까지 팔기도 했다.

속옷을 받기만 하고 제복도 바지를 입은 레이시로서는 아무래도 들어가기 조금 꺼려지는 가게였다.

물론 지금은 생물학적으로 여자니까 들어가도 딱히 시선은 받지 않겠지만, 저기에서 옷을 골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레이시는 아무래도 부끄러웠다.

그렇게 말하자 미스트는 당당하게 있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엘라의 이름을 꺼냈다.

“한 달만에 만나는 건데 귀엽게 보이고 싶지 않아요?”

“…….”

“그렇죠? 그럼 옷부터 입어볼까요?”

미스트의 말 한 마디에 부끄러움을 이겨내버리게 된 레이시.

레이시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쉬운 거 아니냐고 부끄러워하면서도 미스트의 질문에 꼬박꼬박 대답하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질문에 몇 가지 옷을 추려왔다.

“그나저나 또 바지인가요?”

“에헤헤……, 편하잖아요.”

“치마는 부끄러운 건가요?”

“으응, 말도 타야하고 사냥개들 산책도 시켜야 하고, 그래서요.”

“그렇군요. 그래도 원피스나 치마, 한 벌 정도는 사는 게 어떨까요? 공주님은 서프라이즈 같은 걸 좋아하셔서 레이시가 치마를 입어주면 기뻐하실 건데.”

“……으으으. 고민해볼게요.”

핫팬츠에 배꼽이 드러나는 크롭 후드티를 가장 먼저 골라서 자신의 몸 위에 올려보고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잠시 고민하다 레이시가 직접 치마를 고르게 해봤다.

“그럼 제가 바지나 이런 것들을 골라드릴 테니 레이시는 치마를 넣고 코디해보시겠어요?”

“네?”

“우선 그 옷은 사드릴게요.”

“에, 에에……. 으으으응…….”

옷을 사주는 조건으로 제안을 건네 거절하기 힘들게 만든다.

협상의 기술 중 하나를 이용해서 레이시의 행동을 제약하자 레이시는 그대로 미스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아예 흥미가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빠르게 옷을 고르는 레이시.

레이시가 고른 옷은 블라우스에 하이웨스트 스커트.

연애를 한 번도 못 해본 탓인지 이상형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레이시지만, 언젠가 데이트를 하게 된다고 한다면 이런 여성스러운 매력이 물씬 풍기는 옷을 입은 여성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기에 고른 옷이었다.

……그걸 자기가 입게 될 줄은 몰랐지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스트를 제외하면 이런 옷을 입어줄 사람은 없었기에 레이시는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기로 하고 쭈뼛거리며 옷을 골랐다.

그러자 직원은 레이시에게 옷을 갈아입고 오지 않겠냐며 웃다가 이내 검은색 스타킹을 건네주었다.

“……에?”

“그 치마는 니삭스나 스타킹과 함께해야 매력이 배가 되거든요. 손님은 귀여우시니까 이런 검은색 스타킹을 입어서 섹시함을 강조해보시는 건 어떤가요?”

“어, 그, 그러니까 입어본 적이 없어서…….”

“아, 도와드릴까요?”

“……아뇨, 어, 어떻게든 해볼게요.”

“네. 참, 스타킹은 저희 가게에서 옷을 구매하시는 분들에겐 공짜로 드리니까 부담 갖지 마시고 입어보세요.”

조금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 레이시의 반응으로 레이시가 스타킹을 입어 본 적이 없다는 걸 눈치챈 건지 점원은 레이시에게 편하게 시도해보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전히 부끄러워하면서도 한결 편해진 얼굴로 옷을 갈아입으러 가는 레이시.

미스트는 십 수벌의 옷을 구매하다가 그런 레이시를 붙잡았고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부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왕이니 속옷도 준비하죠.”

“……네?”

“한 달만의 데이트잖아요? 공주님이라면, 그동안 쌓였다면서레이시 양을 보자마자 덮쳐버릴 거예요? 거기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거예요.”

뒷부분은 레이시만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죽여 귀에다 속삭이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귓속말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정말로 그래야 하냐고 물어보며 쭈뼛거리기 시작했다.

수치심을 느끼는 것 같지만, 동시에 무언가를기대도 하는 것 같은 얼굴.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싱긋 웃으면서 자신의 계획이 예상보다 효과를 볼 거 같다고 생각했다.

어찌됐건 일주일 내내 기대하게 만들어야 하니까 이런 식으로 두근거리면 더 좋겠지.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레이시의 손을 잡고 속옷을 파는 곳으로 갔고 레이시는 자신이 입은 것과 전혀 다른 속옷들을 보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들지 못했다.

“레이스가 달린 것이나 끈으로 된 건 좀 불편하겠지만, 귀여우니까 데이트할 땐 한 번 입어보도록 해요.”

“으, 으윽……. 으으읏…….”

“고르는 거 도와드릴까요?”

“아뇨…….”

미스트가 도와주면 상상 이상의 노출도의 속옷을 골라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레이시는 최대한 노출도가 적은 속옷들을 빠르게 스캔한 다음에 몇 벌 골라서 어느 쪽이 나을 것 같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미스트는 전부 사자고 말한 다음 몇 벌 속옷을 더 챙긴 다음에 레이시에게 새 속옷을 건네주었다.

가슴의 윗부분을 그대로 드러내며 가슴골을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브래지어와 마찬가지로 엉덩이를 그대로 드러내는 삼각팬티.

레이시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속옷을 보고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며 미스트를 바라봤다.

그러자 미스트는 레이시에게 얼른 입고 오라며 작게 웃었고 레이시는 양보해줄 것 같지 않은 미스트의 모습에 반쯤 울면서 탈의실에 들어갔다.

“아, 아으으윽…….”

생각 이상으로 야릇한 모습.

귀여움을 강조하듯 리본 장식도 있고 프릴도 있지만, 노출도가 확 늘어난 탓인지 레이시는 탈의실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다 빠르게 자신이 고른 치마와 블라우스를 입고 밖으로 나왔다.

“예쁘네요. 신발도 이걸로 바꿔 신으실래요?”

“하이힐…….”

“단화도 좋지만, 우선 하이힐 신어봐요.”

“이러면 저 말에 못 타는데.”

“제 앞에 타요. 제 말은 군마니까 저희 둘의 몸무게는 가볍게 견딜 거예요.”

“으으윽…….”

말을 핑계로 하이힐을 피하려고 한 레이시.

하지만 미스트는 레이시의 변명을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변명을 파훼한 다음 레이시를 의자에 앉힌 다음 하이힐을 신겨주었다.

굽의 높이는 5cm.

그다지 높은 힐은 아니었지만, 운동화만 신었던 레이시는 생각보다도 불안정한 힐의 감각에 무릎을 바들바들 떨면서 미스트의 손을 잡았다.

“그럼 그 옷은 그대로 입고 가고 오늘 산 옷들은 배달시키도록 할게요. 제복은 세탁해서 배달받기로 했고요.”

“아……, 괜찮을까요?”

“이 가게는 왕궁과의 거래를 허락 받은 가게라 왕궁에서 거주하는 직원의 경우에는 이런 서비스를 해줘요. 그리고 오늘 옷만으로 5백 넘게 썼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레이시의 어깨에 얇은 케이프를 둘러주면서 오늘의 쇼핑 목록을 알려주는 미스트.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말에 넋을 놓고 미스트의 얼굴을 보다가 이내 당황하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를 보면서 괜찮다며 레이시를 말에 태웠다.

“레이시는 엘라 공주님의 메이드니까 이 정도 사복이 없으면 곤란해요. 메이드끼리의 모임에서는 드레스를 입기도 해야 하니까 드레스도 준비해드릴게요.”

“아, 아으!?”

“후후, 그럼 가볼까요?”

당황하는 레이시를 자기 앞에 앉혀두고 고삐를 가볍게 당기는 미스트.

말들은 고삐가 움직이자 미스트의 지시에 따라 천천히 움직였고 레이시는 갑자기 흔들리는 몸에 저택으로 돌아갈 때까지 미스트를 꽉 끌어안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부끄러운지 자신의 머리카락 색과 정반대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로 미스트의 가슴팍에 고개를 파묻는 레이시.

쏟아지던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던 레이시는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옷을 보고 칭찬하며 안기는 미네르바를 달랜 다음 옷을 벗기 위해서 드레스룸에 들어갔다.

“옷 벗으시게요?”

“네, 계속 입고 있기엔 아깝잖아요.”

“귀여운데…….”

미스트의 질문에 데이트를 위한 옷이니 계속 입는 건 아쉽다고 말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귀여운데 왜 그러냐며 다가가더니 레이시의 손목을 잡고 조심스럽게 레이시의 목을 간질었다.

“하읏!?”

“저랑 예습 해보실래요? 공주님과의 잠자리…….”

목에 가볍게 키스한 다음 레이시의 뺨을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웃는 미스트.

옷을 골라줄 때처럼 자신에게 모두 맡기면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은 미스트의 모습에 레이시는 반쯤 울먹이다가 결국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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