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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21화 (21/542)

〈 21화 〉 이세계라는 실감­2

* * *

“으으응…….”

다시 도착한 동물 시장.

레이시는 자신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부엉이를 보고는 엘라를 바라봤고 엘라는 부엉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으음~, 흐으음~.”

“뭔가 알 거 같아요?”

“응, 봉인이 걸려있네.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아두는 봉인은 꽤 흔한 편이니까, 뭔가 막혔어도 그냥 그러려니 했던 걸까?”

“에엑, 그래요? 괜히 유별나게 했던 건가…….”

“아니, 꼭 그런 건 아니니까 한 번 물어보고 오자.”

스킬을 못 쓰게 만드는 봉인이 걸려있다고 말하는 엘라.

엘라가 위험도가 높은 동물의 경우 이런 제어장치를 마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하자 레이시는 자기가 착각한 거냐며 부끄러워했다.

그러자 엘라는 레이시는 초보자이니 착각해도 괜찮다고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다 가게 주인을 불러 부엉이에게 걸린 봉인을 물어봤다.

“네? 봉인이요? 저희 가게는 그런 동물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취급한다고 해도 이렇게 길거리의 사람들에게 내보이지 않겠죠. 초보자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응? 봉인되서 온 게 아니라고?”

“네, 숲에서 저희 직원이 발견한 동물로 신고를 한 다음 바로 데리고 온 겁니다. 봉인이라뇨. 그런 건 발견하지 못했는데…….”

“발견하지 못했다니. ……아냐, 그럼 됐어.”

엘라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자신은 그런 걸 본 적 없다고 말하는 가게 주인.

엘라는 그런 가게 주인의 모습에 법을 회피하려고 거짓말을 하는 건지 확인하기 위해 주인을 노려보다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딱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애초에 거짓말을 한 번 잘못하면 가게가 날아가는 데 거짓말을 하진 않겠지.

그저 봉인이 의외로 고도의 봉인인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다시 부엉이를 쳐다봤고 이내 부엉이의 몸에 새겨진 마법진을 만지작거렸다.

“뭐, 의외로 간단하네.”

“정말요?”

“힘으로 깨부수지 뭐.”

“…….”

“흐읍!”

잠시 힘을 주더니 뭔가 잡아 뜯어내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모습에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엘라가 됐다고 말하자 조심스럽게 부엉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레이시는 다시금 테이밍을 다시 썼고 저번과 다르게 직접 연결되는 느낌이 레이시를 타고 들어왔다.

“후, 후우…….”

약간 긴장한 채로 부엉이의 부리에 손을 대는 레이시.

레이시의 손가락이 부엉이에게 닿자 부엉이는 크게 날개를 펼치더니 레이시를 확 끌어안았다.

그러자 당황하며 부엉이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밀어내는 레이시.

하지만 부엉이는 레이시의 저항을 무시하고 꽉 끌어안았고 이내 부엉이의 몸에서 사람의 팔이 튀어나왔다.

“……!?”

어째서!?

피와 함께 튀어나온 손에 레이시는 잔뜩 당황하며 엘라를 불렀고 엘라는 레이시의 목소리에 레이시의 몸을 끌어안고 쭉 잡아당겼다.

“무슨 일이야!?”

“사, 사람! 사람이 부엉이 배를 찢고 나왔어요!”

“어? 아……, 어음.”

“왜, 왜 그래요!? 사, 사람이……!”

“아니, 하피는 나도 보이는데, 아마 내가 뜯어버린 봉인이 변신 취소 스킬을 못 쓰게 막았던 것 같네.”

“에……?”

피투성이가 된 채 부엉이의 품에서 빠져나오는 레이시.

레이시는 자신의 몸에 묻은 피를 보고는 잔뜩 당황한 채 횡설수설했지만, 엘라는 별거 아니라는 듯 레이시를 다독였다.

그러자 레이시는 천천히 진정하면서 엘라를 봤고 엘라는 레이시에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일단 저 부엉이를 봐, 천천히 사라지고 있지?”

“아……, 에? 지, 진짜다.”

“변신 스킬을 사용하고 원래대로 돌아오면 저렇게 돌아오거든. 아무래도 내가 해제한 봉인은 스킬을 취소하는 걸 막는 저주였나 봐.”

“에, 에엑…….”

엘라의 설명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레이시.

레이시는 조심스럽게 바닥에 네 발로 엎드려 있는 사람의 뺨을 찔러봤고 엎드려 있던 하피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레이시를 바라봤다.

“아……, 봉인이…….”

“어, 안녕하세요?”

레이시의 인사에 고개를 드는 하피.

하피는 자신의 손을 살피더니 이내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아직은 사람 형태가 된 게 어색한 건지 영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

레이시는 그런 하피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다가 하피가 알몸이라는 걸 깨닫고는 다급하게 자신의 겉옷을 벗어 하피의 가슴을 가려주었다.

보통 변신이 풀리면 옷은 자동이던데…….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가게의 주인에게 근처에 있던 천을 써도 되냐고 양해를 구한 다음 하피의 몸에 천을 둘러주었다.

옷……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알몸은 가려지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레이시가 하피의 몸을 가려주자 하피는 멍하니 레이시를 올려다봤다.

“저, 그러니까……. 저랑 계약해주시겠어요?”

“……좋다.”

“에, 좀 더 고민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괜찮다.”

다짜고짜 계약해달라는 건 되게 수상하게 들릴 텐데…….

레이시는 하피가 시원하게 대답하자 자기가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정말 괜찮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하피는 당황해서 허둥거리면서도 자신에게 이렇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이라면 괜찮다고 말하며 레이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환하게 퍼지는 빛.

레이시는 그 빛이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알려주는 빛이라는 걸 알아차리고는 어떤 얼굴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단 얼굴을 했다.

잘 모르겠지만, 테이밍이라는 건 일종의 주종관계가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쉽게 정해도 되는 건가?

레이시는 그런 생각들에 계속 고민했었지만, 하피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건지 레이시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어쩔 수 없다는 듯 하피를 안아주는 레이시.

이미 계약은 이루어졌고, 자신은 테이머니까 잘 보살펴야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엘라는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레이시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왜 그래요?”

“내기.”

“…….”

“빨리. 지금이라면 눈 감아줄게.”

“으으으, 애도 아니고 조금 떨어졌다고…….”

“원래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유치해지는 법이야.”

“그나저나 저 피투성이인데 괜찮아요?”

“괜찮아, 괜찮아. 슬슬 미스트가 올 테니 하피의 옷은 준비해두라고 하고, 우리는 다음 일을 준비하러 가자.”

“다음 일이요?”

“산적의 처리야. 다음에 갈 도시 근처에 새로운 도적단이 생겼다는데 멍청한 귀족 놈이 자기는 처리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더라고.”

“산적…….”

레이시에게 팔을 내밀고 한숨을 깊게 내쉬는 엘라.

엘라는 귀족이라는 것들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대체 도적들이 뭐라고 혼자서 처리하지 못하고 지원을 요청하는 걸까?

엘라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레이시를 바라봤지만, 레이시는 살짝 겁을 먹은 얼굴로 엘라를 쳐다봤다.

“괜찮은 거예요?”

“일단 살인마들이니 레이시가 상대하기에는 조금 무서울지도 모르겠네.”

“우웃…….”

“괜찮아. 나와 미스트가 안전하게 처리하고 올 테니까 레이시는 저택에서 얌전히 기다려줘. 갔다 오면 수고했다고 안아줘.”

“으으응…….”

살인마들…….

레이시는 엘라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흠칫 떨고는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딱 봐도 공포를 느끼고 있는 얼굴.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역시 왕궁에 있는 야차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길어도 이틀 내로 처리할 거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해결할 수 있을 거야.”

“으응…….”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준 다음 미스트를 기다렸고 미스트가 다가오자 어떻게 됐냐고 물어봤다.

“전원 50년 구금형을 받았습니다. 공주님이 선처해줘도 좋다고 말씀하셔서 사형까지는 안 갔네요.”

“그래? 귀족이 좀 융통성이 있나봐? 저번에는 전원 사형이었잖아.”

“……뭐가 그렇게 험악해요?”

“응? 사형 정도면 깔끔하지. 이 나라의 왕족을 겁탈하려고 했는데. 우리 아버님이 들었다면 구족을 멸했을 거라고?”

“……저, 저는 괜찮은 건가요?”

“너는 내가 덮친 거니까 괜찮아.”

“전혀 괜찮지 않지만, 그나마 위로가 되네요…….”

엘라의 말에 한숨을 내쉬면서 미스트를 바라보는 레이시.

레이시는 미스트에게 하피의 옷을 구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어렵지 않다는 듯 한 시간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그나저나 부엉이를 테이밍 하는 거 아니었나요?”

“부엉이의 몸에 걸린 봉인이 변신 스킬을 풀지 못하게 하는 것 같더라고.”

“아하, 그렇군요. 그래서 이름은 뭔가요?”

“아……, 안 정했어요. 혹시 이름이 있나요?”

“없다.”

눈으로 하피의 사이즈를 측정하더니 이내 왜 하피를 테이밍했냐고 물어보는 미스트.

엘라는 미스트의 질문에 대신 대답해줬고 미스트는 엘라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단 얼굴을 했다.

그리고 미스트는 하피의 이름은 정했냐며 레이시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질문에 멍하니 소리를 내며 뺨을 긁었다.

가게 주인에게서 테이밍 됐다는 걸 나타내는 목걸이를 받긴 했지만, 이름은 아직 안 정했었네.

그런 생각에 레이시는 하피에게 이름이 있냐고 물어봤지만, 하피는 이름 같은 건 없다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러자 난처하다는 듯 뺨을 긁는 레이시.

자신의 이름도 죽기 전에 읽었었던 소설의 캐릭터의 이름을 그대로 쓰는 건데…….

“흐으으응…… 그, 그러면 변신 전이 부엉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미네르바……라던가 어때요?”

“미네르바.”

결국 스스로 이름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던 여신의 이름을 건네주는 레이시.

다행히 미네르바는 자신의 이름이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시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러자 미네르바를 노려보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를 뺏어 안으면서 오늘 레이시는 자기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레이시를 바라보며 의아하다는 눈빛을 하는 미네르바.

“아, 아하하, 오늘은 약속해서. 죄송해요. 테이밍하고 첫날인데…….”

“난괜찮다.”

“으으으…….”

미네라바의 말에 미안하다는 얼굴을 하다가 엘라를 노려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킥킥 웃으면서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렇게 노려봐도 오늘은 안 놓아줄 거야. 내가 왜 내기했는데.”

“으으으윽…….”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작게 신음하며 고개를 돌렸다.

전생의 개념이나 상식으로 생각하면 은근히 불리한 점이 있구나…….

배워도 너무 늦게 배웠다고 생각한 레이시는 한숨을 내쉬면서 미네르바에게 거듭 사과했다.

그러자 미네르바는 자기는 괜찮다며 반대쪽 뺨에 엘라가 한 것처럼 입을 맞췄고 미스트는 그런 미네르바의 행동에 자기만 외톨이라며 우는 척하기 시작했다.

“메이드라는 일이 늘 외톨이처럼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유독 힘드네요.”

“으, 으읏!? 미, 미네르바는 이런 거 잘 모르고 했을 거잖아요!?”

“네, 그런데 오늘은 공주님에게 찰싹 달라붙어 계시고……. 어제도 공주님과 하루 종일 즐기셨잖아요?”

“아으으읏……!”

“옆자리는 미네르바 양이 차지하고 있고. 저도 원하는 게 있는데…….”

“으우우웃, 아, 알았다고요……. 정말……. 다들 성욕이 왜 그렇게 넘치는 거예요…….”

미스트의 투정에 울먹거리면서 알겠다고 말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대답에 쿡쿡 웃다가 슬슬 야영할 준비를 하자며 말을 데리고 왔다.

그러자 레이시는 엘라에게 이제는 떨어지라며 말에 올라탔고 엘라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다가 야영할 때 또 같이 자자며 손을 흔들며 말에 올라탔다.

“미네르바는…… 그, 날아오실래요?”

“알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날갯짓하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미안하다며 사과한 다음 계속해서 자신에게 말을 걸며 투정부리는 엘라와 미스트를 상대해주기 시작했다.

조금은 피곤한 두 사람의 투정.

하지만 두 사람 다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기에 레이시는 난처하다는 듯 웃으면서 말의 고삐를 잡았다.

두 사람의 반응을 보면 다음 도시에서도 괴롭겠구나.

이번에는 또 얼마나 괴롭혀지려나…….

최소한 평범하게 데이트하는 거라면 좋을 텐데.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말의 목덜미를 토닥여주며 앞서가는 엘라를 천천히 따라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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