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 주종관계 (1)
* * *
아름이가 내게 손바닥을 펼쳐 보인다.
무슨 뜻인가 싶다가 금방 이해한 나는 버클을 채운 뒤 개목걸이에 연결된 목줄을 아름이의 손에 쥐어준다.
'진짜 인간 이하인 느낌이네.'
퍽.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묵직한 충격이 내 배를 강타한다.
"끄윽..."
갑작스러운 충격에 정신이 아득해지고 바닥에 고꾸라져 몸을 움찔거린다.
긴장해서 잔뜩 굳어있던 온몸의 근육이 신호를 받은 것처럼 쭉 풀리고 나른한듯한 기분까지 든다.
"허억.. 허억... 헤으윽..."
얻어맞은 복부의 안쪽 깊은 곳에 물감을 흘려넣는 것처럼 배 전체까지 고통이 서서히 퍼진다.
갑자기 얻어맞아서 그런지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운 나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아름이를 올려다본다.
"헤헤.. 이제야 좀 눈높이가 맞네요 선배."
"흐억.. 끄억.. 헉..."
"그런 약쟁이년한테 살살 흘리기나 하시고.
선배가 잘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름이가 잘못한 거였어요.
선배를 귀엽고 예쁘게 만든 건 전데,
교육을 제대로 안시키고 데리고 나갔으니까.
제가 하나하나 다시 가르쳐드릴게요...♥"
배를 감싸쥔 채 바닥에 옆으로 쓰러져 끅끅대는 소리만 내고 있는 내게 아름이가 다가온다.
숨을 쉬기 위해 잘 움직이지 않는 근육을 최대한 움직여 폐에 공기를 집어넣고 있던 내 머리를 밟는 아름이.
"저 없으면 못산다면서요."
"응으윽..."
대답을 해야하는데 내가 입을 열자마자 아름이가 발을 옮겨 내 목을 밟는다.
목뼈가 부러질 것 같지는 않지만 턱과 목이 눌려있어 말로 엮어내려던 내 숨은 제대로 된 소리를 만들지 못하고 신음이 되어 새어나간다.
"자살하려다가도 겁먹어서 주저앉은 선배를 이 방에 데려왔던거 기억하시나요.
그때 저한테 했던말은요?"
말로는 답을 할 수 없으니 옆으로 엎드린 상태에서 고개를 최대한 끄덕여 답을 대신한다.
사실 아름이가 나보다 압도적인 완력을 가졌거나 무기로 위협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 그녀의 발을 치우려하면 쉽게 할 수 있겠지만,
알 수 없는 내면의 무언가가 차마 그런 생각을 마음먹지도 못하게 만들어버린다.
"기억나신다는 거죠?
근데 행동은 왜 그날을 모르는 것처럼 하셔요?
저한테 죄송한 마음 뿐이라고 했잖아요.
진짜 저 없으면 못산다고 그러셨잖아요.
선배의 몸과 마음도 전부 주신다고.
연인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애완동물이나 장남감 그 이하라도
조금만 사랑해주면 된다면서요."
아름이의 입으로 들으니 그날의 기억이 더 또렷하게 떠오른다.
전부 그녀에게 내가 했던 말이다.
'아직도 그런 마음 뿐인데
왜저렇게 나한테 화내는거야...'
정말 모르겠다.
내가 아름이 몰래 바람을 폈다면 정말 죽어 마땅할 씨발놈 아니 년이겠지만,
정하은 때문에 지금 아름이가 화내는 것 같은데 나는 그녀를 오늘 처음 봤다.
내가 일부러 그녀에게 특별히 다르게 대한 것도 없고.
아름이에게 말할 용기는 없지만 나는 억울했다.
지금도 아름이를 사랑하는 마음도, 어제 밤 침대에서 아름이를 달래주던 이야기도, 그리고 아름이가 다시 말해준 내가 한달 전 그녀에게 약속했던 말들 모두 진심이었고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뇌로 가는 공기가 줄어들어서 그런지 억울하다는 마음 외에 나머지가 점점 흐려지려 하는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아름이가 발을 떼어냈다.
"짜증나요.
선배가 그년을 처음 보자마자 알고 있는 것도. 저한테는 예쁘다 말해주기까지 그렇게 오래걸렸는데 그 썅년한테는 인사로 미인이시네요 그러는 것도. 전부."
짜증난다는 아름이의 목소리는 아까보다는 훨씬 감정이 들어가 있었다.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딱딱한 어조보다는 나은가 싶기도 하지만 그녀의 말에서 묻어나오는 감정은 분명히 분노와 실망이었기 때문에 좋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름이가 내 목걸이에 연결된 목줄을 침대쪽으로 당겨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몸을 일으켜 얌전히 아름이 옆에 눕는다.
목걸이 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기에 부끄러움이 밀려와 한쪽 팔로는 가슴을, 다른 손으로는 그곳을 가린 채로 눈을 옆으로 돌린다.
"보지 가리지 마셔요 선배."
아름이는 내가 부끄러워하는 것을 원하는지 그곳을 가리지 않기를 원했다.
그곳을 가리던 손을 옮겨 가슴을 가리려다 아름이가 인상을 쓴 채로 고개를 가로젓고 있어서 차렷자세로 자세를 고친다.
내 목부터 배꼽까지를 선을 긋는 것처럼 검지손가락으로 슥 훑는 그녀.
"참 예쁜 몸이에요...♥
보고 있으면 제가 다 발정날 것 같은."
그리고는 내 배꼽 조금 아랫부분을 검지와 중지로 꾹꾹 누르며 문지른다.
"흐으읏..."
보지 안쪽과 아랫배 깊은 곳이 큥큥 하면서 떨려와 입 밖으로 신음이 새어나온다.
"선배도 살이 참 하얘서 자국이 금방 남네요.
방금 맞은 부분 벌써 멍들었어요."
아름이 말에 살짝 내려다보니 가슴 너머로 약간 붉은듯 푸른 기운이 도는 멍이 배 옆에 올라와있었다.
그녀는 배꼽 아랫부분을 문지르는 것을 계속하며 다른 손으로는 내 가슴을 괴롭혔다.
"선배는 제꺼잖아요.
근데 왜 그런 년 칭찬으로 시작하시나요.
왜 그 차팔이년 상대하지 말라는 제 말은 무시하시나요.
왜 백화점에서 그만하고 돌아가자는 제 얘기는 안들어주신 건가요."
"헤으읏...♥"
아름이의 목소리에 분노가 진해져가면서 아름이의 손길도 거칠어진다.
분명 혼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가슴을 괴롭히면서 아랫배를 꾹꾹 누르는 그녀의 손길에 점점 몸이 달아오른다.
"왜 그런 년한테 사과하셨어요.
왜 무관심으로 일관하지 않으셨나요.
선배는 귀여운 강아지인줄 알았는데 발정나서 애액이나 흘리고 다니는 암캐였네요.
그러니까 그런 약쟁이 년이 선배한테 홀려서 볼에 그년 자국이나 남기잖아요."
"아니.. 하읏..!"
아름이한테 오해라고 여전히 나한테는 아름이 너밖에 없다고 말하려 했는데 아름이의 부드럽고 따뜻한 손이 보지 주변을 덮쳐서 말을 잇지 못했다.
"암캐가 아니라는 거에요?
근데 그 말을 믿어드리고 싶지만...
선배 보지는 이미 침을 질질 흘리면서 뻐끔대고 있는걸요...♥"
아름이는 내 보지를 어루만지던 검지와 중지를 내게 보여준다.
투명하고 끈적이는 애액이 아름이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잔뜩 묻어있다.
"보셔요.
이렇게 야한데 암캐가 아니면 뭐에요?"
아름이가 검지와 중지를 붙였다가 떼어낼 때 마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늘어지는 가느다란 선들.
내게 직접 확인하라는 듯 얼굴 앞에 들이민 아름이의 손을 보니 더 야한 기분이 들었다.
츄릅 츄릅
아름이가 직접 핥아라고 말한 건 아니지만 내 얼굴앞에 손가락을 들이민 아름이의 눈빛이 알아서 하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아름이가 무서운 마음이 반, 약간은 야한 기분이 든 떨림이 반으로 그녀의 손가락을 열심히 핥았다.
저번에 핥았던 아름이의 애액보다 더 끈적하면서 비릿한 느낌의 애액이 지금 내 아래를 흥건하게 적시고 있다고 생각하니 흥분감이 점점 올라온다.
"주인님은 속상한 마음에 혼내고 있는데 우리 암캐는 반성할 생각은 안하고..
그저 보지만 적시고 있네요.
제가 너무 오냐오냐 기르나봐요."
찌릿
"흐응..♥ 하아앗..! 헤으윽...!!!"
내 입에 들어가있던 손을 다시 내 보지로 옮긴 아름이가 내 작은 콩을 꼬집고 놓아주지 않는다.
주사바늘이 들어간 것 같은 따끔함이 없어지지 않은 채 계속 남아있어 허리를 튕기며 벗어나려 노력한다.
"우와, 선배 이런 허리놀림은 어디서 배우신 거에요? 역시 천성이 암캐신가?"
놀리듯 말하는 그녀는 놓아줄 생각이 없나보다.
"아, 아름아.. 미안.. 제발 놓아줘.. 내, 내가 잘못 했.."
"뭐라 하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우선 지금은 벌받는 중이니까 [주인님].
그리고 어디를 놓아드려야 되는거에요...?♥"
"주,주인님..! 제.. 거기... 끄앗..!"
"거기? 거기가 어디죠? 가슴인가요?"
이미 한계인데 아름이는 유두를 또 튕기듯 건드린다.
"클리.. 클리토리스요..!"
"아~ 여기요? 우리 암캐님. 다시~
'사랑하는 주인님, 발정나서 침 뚝뚝 흘리는 제 변태 보지 위에 빳빳한 클리토리스 놓아주세요~'
하면 놓아드릴게요."
"하앗..! 너, 너무해요!"
"싫으시면 말고요. 참으실 만 한것 같은데 여기 피어싱 하나 해드려야겠네요."
'!!'
아름이의 말투는 장난스러웠지만 진짜 한다면 할 수 있는 그녀였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꾹 참고 아름이가 시킨 문장을 읊는다.
"사,사랑하는 주인님.. 제 침.. 흐읏..! 뚝뚝 흘리는 벼, 변태 보지.. 아흣..!
위에.. 빳빳.. 하안.. 클리.. 흐응..! 토리스.. 놓... 놓아주셔요..!"
"잘했어요 우리 암캐."
아름이는 재밌다는 듯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픔과 부끄러움에 눈가에 눈물이 차올라 일그러진 시야로 원망스러운 듯 아름이를 노려본다.
찌릿찌릿한 고통에서는 겨우 벗어날 수 있었지만 뜨겁게 달아오른 몸은 식질 않는다.
오히려 절정의 문 앞에서 열심히 문을 두드리다가 갑자기 그만둔 느낌.
저번에 아름이랑 같이 씻을 때 상냥하면서도 부드러운 아름이의 손길에 몇번씩 가버렸던 것과는 달랐다.
남자였을 때 사정을 못하고 자위를 마무리 한 것처럼 찝찝하고 안달나는 기분이 분명 더 큰 자극을 받았음에도 남아있었다.
'뭔가 부족해...
괴롭고 찝찝해...'
아름이가 내게 화풀이를 한다고 했으니 조금 더 괴롭혀주면 이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기대하며 계속 아름이를 바라봤지만 아름이는 옷 매무새를 정리하며 침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어, 어째서?'
"이만하면 된 것 같네요.
선배도 앞으로는 말 잘들으셔야해요."
씨익 웃으며 일어나는 아름이의 눈빛은 그녀의 눈을 자주 본 나만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평소와 다른 감정이 한방울 섞여 있었다.
다정하게 웃는 듯 하지만 뭔가 일그러진 감정.
새까만듯 하면서 붉게 피어오르는 그 감정을 굳이 구분한다면 광기에 가까웠다.
"주, 주인님."
"이제 아름아 하셔도 괜찮아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달아올라 답답한 몸을 움직여 아름이의 손목을 붙잡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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