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화
급하게 벗어 둔 옷이 여기저기 흩어졌다. 이락은 마지막으로 율의 다리속곳을 풀었다. 취한 와중에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이 부끄러웠는지 손으로 아래를 가린다. 은은하게 방을 비추는 호롱불에 희고 매끈한 몸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락은 갈증이 생겨 급하게 머리맡에 있는 문갑을 열고 호리병을 꺼냈다.
호리병은 병조 판서에 의해 집이 쑥대밭이 되던 날 무령이 선물이랍시고 가져온 것이었다. 교접할 때 먹으면 극락을 볼 수 있으며, 향유 대신 써도 된다고. 전에 당한 기억이 있어 고민하다 뚜껑을 열자 아카시아 향이 진하게 풍긴다.
손에 부으니 미끄덩한 액체가 흐른다. 다행히 삽입을 도와주기엔 무리가 없어 보였다. 이락은 율의 다리를 벌려 구멍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강제로 밀어 넣자 율이 눈을 반쯤 뜬 채 숨을 몰아쉰다.
“아, 아픕니다….”
이락은 상체를 앞으로 숙여 율의 가슴을 혀로 핥았다. 구멍이 움찔, 손가락을 조여 온다. 젖꼭지를 입으로 가지고 놀다 앞니로 살짝 긁어 주니 신음을 참으려 애를 쓴다.
“참지 마라. 네 목소리를 들려다오.”
“기분이… 이상합니다…. 안이, 뜨겁습니다….”
손가락의 개수를 늘려 앞뒤로 쑤셔 주니 꿀쩍꿀쩍 소리가 난다. 덩달아 아카시아 향이 방에 진동했고 율은 평소와 달리 허리를 들어 이락의 배에 자신의 성기를 문질렀다.
“그만…! 다, 다른 것을 넣어 주십시오….”
“무엇을?”
율이 손을 아래로 뻗어 이락의 양물을 쥐고 문질렀다.
“이락 님의… 양물이… 먹고 싶습니다.”
이전의 방율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말이다. 이락의 눈빛이 붉은색으로 물들었고, 율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다리로 이락의 허리를 감았다. 어서요…. 보채는 목소리에 이락은 손가락을 빼고 자신의 양물을 바로 율의 구멍에 가져다 댔다.
“읏!”
열심히 넓혀 놓았음에도 구멍은 쉽게 벌어지질 않고 양물을 옆으로 튕겨 냈다. 빌어먹을. 다시 앞부터 천천히 밀어 넣으니 구멍 주위가 붉게 변하며 이락의 양물을 야금야금 먹어 치운다. 율은 머리를 젖히고 허벅지를 잘게 떨었다.
“아… 아픕니다…!”
“뺄까?”
“싫습니다… 지금… 아…!”
완전히 맞물린 상태에서 이락이 몸을 앞으로 숙여 율을 껴안았다. 귓가에 대고 좋으냐고 묻자 갓 젖을 물기 시작한 갓난아이처럼 이락의 입술을 찾아 허겁지겁 핥는다.
“이상한데, 너무 좋습니다…! 미칠 것 같습니다…!”
방율의 말대로 안이 평소보다 더 뜨거워 흥분을 부추기고 있었다.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자 율은 이락의 목을 끌어안으며 매달렸다.
“이락 님…! 이락 님…!”
“싫으면 말해. 언제든 그만둘 터이니.”
“싫지 않아요! 좋아요…. 이락 님, 좋습니다!”
이락은 율을 껴안은 채 천장을 보고 돌아누웠다. 졸지에 자세가 바뀌어 율이 이락의 위에 다리를 벌리고 걸터앉은 모양새가 됐다. 삽입이 깊어졌는지 인상을 쓰더니 자신의 아랫배를 더듬는다.
“읏…. 여기까지… 들어왔습니다….”
“스스로 움직여 봐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락은 율의 허리를 잡고 앞뒤로 움직였다. 이렇게 엉덩이를, 옳지, 잘하는구나. 율은 이락이 시키는 대로 하다가 나중엔 스스로 들썩이며 요분질을 쳤다. 이락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고 눈빛은 짙게 변한다.
“이렇게, 이렇게 하는 것이 맞습니까? 아!”
“후, 잘하고 있으니 계속하거라.”
엉덩이를 찰싹 때리자 안이 꽉 조여든다. 큭. 이락은 어금니를 까득 갈았다. 하, 무령 그 얄미운 놈한테 처음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 줄이야. 쉬지 않고 허리 짓을 하던 율은 어느새 지쳤는지 이락의 가슴 쪽으로 쓰러져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힘듭니다…. 이락 님이 대신, 해 주십시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락이 그대로 율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허리를 아래에서 위로 쳐올렸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튀어 오르자 충격에 어쩔 줄 몰랐다. 아흐흑, 강하고 빠르게 연속하여 쳐올리니 나중에는 이락의 품에 매달리면서 엉엉 운다.
“죽을 것 같습니다!”
순간 율이 왈칵, 이락의 복부에 씨물을 쏟아 낸다. 사정을 마쳤음에도 여전히 고개를 쳐들고 있자 율은 자신의 것이 이상한지 손으로 만지작댔다.
“이것이… 왜 이럽니까….”
울먹이는 목소리, 얼굴이 벌게져 자신의 양물을 조몰락거리는 모습에 이락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자세를 바꿔 율을 엎드리게 하고 뒤에서 삽입하니 머리만 움직여 돌아본다. 이락 님…! 애원하는 모습을 보며 이락은 괴롭히고 싶은 충동이 급격히 일었다.
한번 쳐 댈 때마다 몸이 들썩이며 튕겨 나갔고, 바로 잡아서 세게 박으니 비명과 신음을 섞어서 내지른다. 구멍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조여 왔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에 머리가 아찔해졌다.
방향을 잃은 몽둥이가 안을 사정없이 헤집어 놓자 율은 더 울지도 못하고 헐떡이다가 두 번째 사정을 맞이했다. 퍽, 퍽, 박을 때마다 씨물이 여기저기 튀었고, 극에 치달은 이락은 율을 꽉 끌어안으며 이불 위로 쓰러졌다.
한참 숨을 고르던 그는 겨우 눈만 뜨고 있는 율을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은 것이야?”
율이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뒤로 뻗는다.
“빼지 말고… 안아 주십시오…. 이대로 잠들고 싶습니다….”
하, 오늘 여러 가지로 미치게 하는군. 그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거냐?
거기다 나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너는 벌써 잘 생각을….
“…….”
조금 전까지 웅얼거리던 방율이 그새 눈을 감고 잠들었다. 이락은 어이가 없어 웃다가 옆으로 누워 율을 끌어안았다. 구멍 안에 들어간 그의 양물은 파정을 마쳤음에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고문이 따로 없군.”
한숨을 내쉬고는 율의 뒤통수에 뺨을 문질렀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원하면 해 줘야지.
***
흐음…. 이것은 숲에서 맡은 아카시아 향이구나. 아아, 좋다. 누가 근처에 나무를 잔뜩 심어 놓은 모양이구나. 그런데 엉덩이가 왜 이리 불편하지. 이것은 마치 이락 님과 교미를 하고 났을 때의 느낌인데….
율은 천천히 눈을 떴다. 숲은 사라지고 낯익은 살림살이가 들어온다. 어어…? 그러다 뒤늦게 자신이 이락의 품에 안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율을 경악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몸을 앞으로 빼는데 이락이 끌어당긴다.
“왜 달아나. 이대로 넣고 있자며.”
율은 기겁하고 몸을 버둥거렸다. 놓아주십시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락이 손을 풀어 주었고 율은 앞으로 기어갔다. 엉덩이 사이에 들어 있던 것이 쑥 빠져나가며 구멍이 횅한 느낌이 든다. 놀라 손을 뒤로 뻗어 더듬었다. 멀쩡한 것이 맞나 확인한 다음에는 자신이 알몸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불을 끌어와 황급히 몸을 가렸다.
“어… 어째서 제가 이러고 있습니까?”
“찬찬히 생각해 봐라. 날 파렴치한 놈으로 만들지 말고.”
율은 눈을 또르르 굴렸다. 술에 취해 기억이 부분부분 끊겼지만 몇 가지는 또렷하게 남았다.
[이락 님의… 양물이… 먹고 싶습니다.]
[이렇게, 이렇게 하는 것이 맞습니까?]
[빼지 말고 안아 주십시오…. 이대로 잠들고 싶습니다….]
율은 입을 쩍 벌린 채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고, 이락은 모로 누워 머리를 괴고 짓궂게 웃었다.
“거봐라. 이번엔 너도 함께 즐긴 것이 맞지?”
율은 하얗게 질려 머리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아무리 제가 취했기로서니 그럴 리가…!”
부정하면 할수록 기억이 생생해진다. 율은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았다. 진정하려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데 아카시아 향이 훅- 하고 올라온다. 어라? 율은 어리둥절하여 눈을 뜨고 주위를 살피었다.
“왜 방에서 아카시아꽃 냄새가 납니까…?”
“네 옆에 있는 호리병이 범인이다.”
율이 병을 의아하게 쳐다보다가 뚜껑을 열어 코로 가져갔다.
“맡지 않는 게 좋을 텐데?”
진한 향이 콧속으로 훅 들어오자 아래로 열기가 확 몰린다.
율은 당황하여 급히 뚜껑을 닫았다.
“세상에! 이것이 무엇입니까?”
“무령이 선물로 줬다.”
“이것 때문에… 어제 그런 것입니까…?”
이락은 부정하지 않았고, 율은 질색하며 병을 옆으로 치웠다.
“당장 갖다 버리십시오!”
이락이 선뜻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막상 가져다 버리긴 아쉬웠는지 옆쪽으로 슬그머니 치워 둔다. 율이 눈을 흘기자 이락이 도로 눕더니 옆으로 오라며 툭툭 이불을 두드렸다. 싫다고 고개를 젓자 빨리 오라고 눈으로 협박이다. 율은 하는 수 없이 이불로 몸을 꽁꽁 감싸고 이락의 곁으로 가 누웠다. 시선이 마주치자 이락이 율의 헝클어진 머리를 넘겨 준다.
“안 할 겁니다…. 더 할 기운도 없습니다….”
선수를 치니 이락이 웃는다.
“바보 같긴. 아침을 뭘 먹을지 물으려던 거였다.”
헛다리를 짚었다는 사실에 민망하여 율은 얼른 말을 돌렸다.
“주막에 가서 끼니를 때우는 건 어떻습니까….”
“넌 거기 밥이 그리 맛있어?”
“예, 밥도 맛있고 주인의 인심도 좋습니다.”
“그러고 나선?”
“금산으로 가 형님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돌아왔으니 인사를 해야겠지요….”
“또?”
“음… 온천에도 갔으면 합니다…. 실은 뼈마디가 다 쑤시고 아픕니다. 그리고, 엉… 엉덩이도 아프고요….”
“그래, 그럼. 온천까진 내가 업고 가마.”
“시, 싫습니다. 그건… 부끄럽습니다.”
“왜. 어제 내 위에 올라타서 흔들 땐 굉장히 과감하게,”
율은 이락의 입을 잽싸게 틀어막았다. 제, 제발 입 다무십시오! 그건 저 이상한 향유 때문이지 않습니까. 그러자 이락이 율의 손을 떼어 내고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제 처음으로 네가 먼저 입을 맞췄다. 기억해?”
율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고 말고요…. 제 나름대로 용기를 낸 것이었습니다….
“또 해 봐라. 어제처럼.”
율이 침을 꿀꺽 삼키며 입술을 안으로 말아 물었다. 술기운이면 모를까 맨정신에 하려니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는다. 머뭇거리고 있으니 이락이 얼굴을 더 가까이 들이민다.
“자. 어서.”
율은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이락의 입술에 제 입술을 꾹 눌렀다. 어설픈 입맞춤이었으나 이락의 눈빛에는 만족감이 채워졌다. 그 얼굴을 보고 있으니 또다시 창피해져 이락의 가슴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 빨갛게 달궈진 귀를 만지작거리던 이락의 손이 율의 뒤통수로 옮겨 갔다.
“피곤하면 더 자. 아직 이른 시간이야.”
율은 고개를 젓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진하던 아카시아 향이 이락의 체취에 묻혀 희미해진다. 그에게서 나는 숲의 향기가 훨씬 좋다고 느껴졌다.
“이락 님.”
“응.”
“내일도… 모레도… 늘 이렇게 지낼 수 있겠지요?”
“아니.”
이락의 말에 율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추니 이락이 뺨을 어루만져 준다.
“이보다 더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내 약속하마.”
진중한 그의 표정을 보며 율은 입술을 씰룩였다.
“그럼, 저 병부터 갖다 버리십시오….”
“…….”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이락의 표정에 율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그러고 나서 이락의 품에 도로 얼굴을 묻었다. 아닙니다. 충분히 행복합니다. 분에 넘치게 행복합니다. 입 밖으로 꺼내면 혹여 달아날까, 끝내 그 말은 하지 못하였지만, 마음으로는 맹세했다.
각자 남은 생은 다르지만 사는 동안만큼은 아낌없이 애정을 주겠노라고.
혹시 아는가…. 그러다 보면, 말도 안 되다고 여겼던 혼인도 가능할지….
<끝.>
################################공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