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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 (4/36)

EPISODE 2

“야, 지헌이 어디 갔어?”

“몰라. 100미터 달리기 갔는데 왜 안 오지? 늦게 끝나나? 응원하러 온다고 했는데.”

상대편인 준이의 질문에 현이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벌써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으로 들어가는 타이밍인데도 금방 오겠다던 지헌은 아직까지 코빼기도 비추고 있지 않았던 탓이었다.

“반장 왔는데.”

조용하던 수하가 자신의 반이 모여 있는 스탠드를 힐끗 보고 미간을 구겼다. 분명히 100미터 달리기를 하러 갈 때 반장도 같이 갔었다. 반장이 왔다는 건 시합이 끝났다는 이야기 아닌가? 왜 반장만 온 거지? 세 사람의 얼굴이 무참히 구겨졌다. 어쩐지 불안한 예감이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반전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한 것과는 관련 없이 시합은 재개되고 있었다. 영 내키지 않는 얼굴로 세 사람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삑, 하는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졌고 축구공이 운동장의 가운데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세 사람은 시종일관 힐끗거리며 계속해서 지헌이 왔는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야! 강수하! 뭐 해?!”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수하가 멍청하게 서 있다 제게 패스된 공을 상대편에게 또르르 흘려보냈다. 멍하니 흘러간 공에 대한 욕지거리가 반 친구들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왔지만 강수하는 고개를 까딱거렸을 뿐이었다.

“아! 김현!!!”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멍한 얼굴이 강수하뿐만은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넋을 놓은 김현의 어깨를 짜증스럽게 누군가가 치고 지나갔지만, 김현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그렇게 김현과 강수하의 맹활약으로 당연하게도 그날의 축구 예선은 참패로 끝이 났다.

아주 제대로 졌지만 강수하와 김현은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덕분에 승리를 거머쥔 김준도 딱히 기뻐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세 사람이 짜기라도 한 듯 경기가 끝나자마자 제 반의 스탠드로 달려갔을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어느새 농구 경기를 마친 장우진도 다가왔다. 장우진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던 기색이 역력했다.

“한지헌은?”

순식간에 반장 앞에 선 김현이 물었다. 얼떨떨한 얼굴로 제게 다가온 네 사람을 바라보던 반장이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아, 넘어져 가지고.”

“넘어졌다고?”

“응. 그래서 양호실…….”

채 반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네 사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게 얼마나 빨랐는지 그들이 사라진 자리에 바람이 일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어벙한 표정으로 반장이 네 사람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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