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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0화 (1/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0화

프롤로그

“약간……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얘들아. 내 말 좀 들어주지 않으련?”

수겸은 자신의 앞에 선 네 명의 남자에게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사람의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이 제각기 맛이 간 것 같았다. 절로 뒷걸음질을 치게 되는 안광이라 수겸은 슬슬 뒤로 물러섰다.

“뭐가 오해라는 거야?”

“맞아요. 형이 이제까지 어떻게 했는데, 그게 오해가 될 수 있어요?”

“같이 자자며.”

“형이 제 입술이 탐난다고 했잖아요.”

네 명이 동시에 다그치니 수겸은 당황하여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렸다. 그러는 동안 네 사람은 조금씩 수겸과의 거리를 좁혀 왔다.

“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아무튼 오해야, 나는 그저 우리 그룹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미친놈들아, 스톱, 스토옵! 멈춰!”

브레이크라고는 없는 놈들처럼 슬금슬금 다가오는 네 사람 때문에 수겸이 기겁하여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물러나는 데도 한계가 있는 법. 얼마 못 가 침대에 다리가 걸려서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져 눕고 말았다.

“이거 진짜 오해야. 정말! 나는 유피트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 내 캐릭터를 받아들인 거뿐이라고!”

“그러니까 이것도 받으라고.”

남자 중 한 명이 턱짓으로 제 앞섶을 가리켰다. 경악한 수겸이 입을 떡 벌리고 엉덩이 걸음으로 침대 뒤쪽으로 물러서며 도망쳤다.

“형이 저 좋다고 했잖아요. 어린 게 역시 힘이 좋다고.”

“그, 그건 그냥 방송에서 한 말이지!”

또 다른 남자의 발언에 당황한 수겸이 손까지 내저어가며 외쳤다. 그건 그런 뜻이 아니라고. 방송에서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서라면 뭔들 못 하겠는가, 아이돌이 먹고살아야 하는데!

“나한테 같이 자자고 했던 건?”

세 번째 남자의 추궁에 수겸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 그건 말 그대로 슬립! 잠! 그냥 밤에 자는 거!”

물론 방송이다 보니 뉘앙스를 약간 야릇하게 하기는 했다. 팬들이 좋아하게끔 일부러 오해할 소지를 남기면서. 그러나 결코 다른 의미는 없었다. 진짜 자자는 걸 표현만 그렇게 했을 뿐.

“형이 제 입술이 탐난다고 했잖아요. 훔치고 싶다고.”

마지막 인물의 추궁이 이어졌다.

“그거야 그냥 인터뷰에서 물어보니까 그렇게 대답한 거지!”

인터뷰에서 다른 멤버의 신체 중에 탐나는 곳이 있냐고 물었을 때 했던 대답이었다.

이것 또한 일부러 묘한 여지를 남기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게 진심일 리가 있겠는가! 그냥 입술 예쁘다를 조금 더 과장해서 했던 말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수겸의 끊임없는 항변에도 네 사람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거리를 좁혀 왔다.

“미친놈들아, 저리 가! 저리 가! 다가오지 말라고!”

인생 2회차, 송수겸.

망돌이 되는 것을 막아보려다가 인생이 망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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