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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월궁의 주인 (15/15)

2. 현월궁의 주인

날이 밝자 정원에서 새소리가 들려왔다. 작은 새들이 벌레나 마당에 떨어진 곡식을 주워 먹으려고 모인 모양이었다.

넓은 침소에서 조용히 눈을 뜬 아운은 밝은 창밖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오늘도 쓸데없이 날이 맑구나.”

파리한 안색의 아운이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넘기는데, 침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왕자님, 기침하셨습니까?”

“…그래.”

아운이 힘없이 대답하자마자 침소의 문이 벌컥 열리고 시종 소철이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잘 주무셨습니까?”

“…별로.”

“새벽까지 서책을 보시니 제대로 못 주무시는 게 아닙니까. 어서 일어나서 맑은 공기도 맡으시고 조반도 드셔야지요. 날이 좋으니 산책도 하시고요.”

소철은 싱글벙글 웃었다. 집사가 죽은 얼마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날이 유독 좋다며 무심결에 창문을 열었다가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의 한가운데에는 복숭아나무의 밑둥이 흉물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아름다운 꽃과 달콤한 열매를 맺었던 나무가 사라지고 보기 싫은 그루터기만 남아 있었다.

소철은 시선을 돌리고 창문을 닫았다.

그사이 침상에서 일어난 아운은 긴 다리를 휘적휘적 움직여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철이 재빨리 다가와서 그의 시중을 들었다.

소철은 주인이 좋아하는 흰색의 얇은 비단옷을 꺼내 입히고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단정히 묶어주었다.

“며칠 사이에 또 마르셨네요. 왕자님, 아무래도 몸보신을 위한 탕약을 드셔야겠습니다. 오늘은 기어이 황궁에 가서….”

“소철,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 모양이구나.”

소철이 황궁의 내의원으로 가서 탕약을 지어오겠다고 하자 아운은 별 관심이 없는 듯 그의 주위를 딴 곳으로 돌렸다.

“그간 적막하던 현월궁에 새 식구가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왕비님께서 하인들을 다수 보내주셨으나, 그들은 오래 있을 사람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얼마 전 현월궁에 새 식구가 들어오게 되었다. 그 바람에 적막하던 궁에 새바람이 불게 된 것이다.

얼마 전 아운이 황궁으로 불려갔을 때였다. 대명전에서 연진과 차를 마시던 중에 연진이 현월궁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들었다며 적당한 사람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연진이 현월궁으로 보내려는 사람들이 명석과 그의 양친이었다.

아운은 이미 어머니께서 사람들을 보냈다고 연진의 제안을 사양하려 했었다.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아운은 하인이 많은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침, 함께 차를 마시던 황후가 잘되었다며 맞장구를 치는 바람에 거절하지 못했다.

그래서 명석이 현월궁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양 집사와 오 부인 그리고 아들까지, 다들 좋은 사람들 같습니다. 새 집사는 부지런하고 오 부인의 요리 솜씨가 좋으니 다행이지요.”

소철은 그들이 장사꾼의 집에서 오래 일했다더니 일을 잘한다고 칭찬했다.

“조반을 들일까요?”

“…….”

아운은 바로 생각 없다는 표정을 했다. 그러나 소철은 그의 대답을 무시했다.

“오 부인이 죽을 끓였으니 바로 들이겠습니다. 제가 주인님이 아침을 잘 드시지 않는다고 하니, 매일 소화가 잘되는 죽을 끓이겠다고 하지 뭡니까.”

“…….”

소철이 뭐라고 해도 아운은 그냥 멀뚱히 있었다. 소철도 마찬가지였다. 어지러운 탁자를 대충 정리하면서 대답이 없는 주인 앞에서 혼자 떠들다가 훌쩍 나갔다.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몇 가지 찬과 함께 죽 그릇을 올린 쟁반을 들고 왔다. 아운은 여전히 둥근 탁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소철은 죽 그릇을 아운의 앞에 놓고 숟가락을 손에 쥐여주었다.

“어서 드십시오. 오 부인이 소고기와 호두를 갈아 넣어서 소화가 잘될 거라고 했습니다. 냄새가 정말 좋습니다.”

죽은 확실히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아운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입맛이 없으시더라도 어서 한술 떠보십시오. 소인이 선방에서 먼저 맛을 봤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알았다.”

아운은 숟가락을 들었다. 그가 막 죽을 입에 넣으려던 때였다. 어디선가 장작을 패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리냐?”

“아, 명석이인가 봅니다.”

“…명석이라면, 양 집사의 아들을 말하는 거지?”

아운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양 집사와 식솔들이 현월궁에 막 들어와서 인사를 했을 때, 그들의 아들인 명석을 처음 보았었다. 덩치가 곰처럼 커서 유독 눈에 띄는 아이였다.

“예, 그렇습니다.”

“황궁에서 일한다면서 왜 여기에서 장작을 패는 것이냐?”

“그러게요. 저도 명석이한테 너는 하인이 아니니, 집안일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매일 저럽니다.”

소철은 명석이 근무를 서는 날에도 매일 아침에 부지런히 장작을 패놓고 간다며, 도통 말을 듣지 않는다고 했다.

“왕자님, 혹시 시끄러우십니까?”

“아니, 아니다. 저 아이의 뒤를 황후마마께서 봐준다고 했었지?”

“예, 황후마마의 본가에서 일하던 아이랍니다. 왕자님께서도 예전에는 요선각에 자주 다니셨지요?”

“그래….”

요선각은 아운이 죽은 약혼자와 매일 드나들었던 곳이었다. 그가 떠난 뒤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요선각의 음식 중에서 돼지고기볶음을 무척 좋아했었다.

“요선각의 작은 주인이 명석이를 동생처럼 돌봐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황후마마께서 양 집사와 오 부인이 현월궁에서 일하면 좋을 것이라고 추천하셨나봅니다.”

“…아무래도 내가 나가봐야겠다.”

“왕자님께서 뭐 하러요? 시끄러우시면 소인이 나가서 나중에 하라고 주의 주겠습니다.”

“일꾼도 아닌 아이가 자진해서 장작을 패는데, 무슨 주의를 줄 수 있다고 그러냐?”

“시끄러우신 게 아니십니까?”

“그런 게 아니라….”

아운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냥 일어났다.

‘시끄러운 게 아니라….’

아운은 죽도 한술 뜨지 않고 밖으로 나와서 하인들이 일을 하는 뒷마당으로 향했다. 그런 그의 뒤에서 소철이 죽은 드시고 가라고 했지만 아운은 걸음을 서둘렀다.

키가 크고 몸매가 호리호리한 아운이 걸을 때마다 그가 입고 있는 얇고 하얀 비단옷이 나풀거렸다.

전각 밖으로 나온 아운은 곧장 선방과 창고가 있는 뒷마당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명석이 웃통을 벗고 장작을 패고 있었다.

‘무예가 출중하다더니 몸이 굉장하구나. 황후께서 저 아이를 궁에 들이면 든든할 거라 하셨지.’

덩치가 큰 것도 모자라 근육으로 꽉 찬 사내의 몸이 유연하게 움직이며 장작을 쉽게 조각냈다. 도끼로 단번에 장작을 쪼개는 명석의 힘이 놀라웠다.

그러던 중, 명석이 아운을 발견하고 커다란 몸을 구부려 인사했다.

“…왕자님, 나오셨습니까?”

아운은 명석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자신보다 훨씬 커다란 그를 가만히 올려다봤다. 아운 대신에 소철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오늘은 근무가 없는 날인데 너야말로 일찍 일어났구나.”

“일찍 일어나는 게 버릇이 돼서…, 왕자님께서 뒷마당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소인에게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도끼를 내려놓는 명석의 눈이 아운의 몸을 한번 훑었다. 얇은 여름옷을 입은 아운은 영서처럼 키가 크고 무척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기다랗고 풍성한 속눈썹에 피부는 투명할 정도로 깨끗하고 손도 섬섬옥수였다.

부잣집에서 자란 영서나 운서도 저렇게 고운 피부와 손을 가지진 않았다.

‘황족이라서 더 고우신 건가? 하지만 지나치게 말랐어. 눈빛도 말린 생선처럼 죽어 있고.’

얼굴이 아름답고 피부가 깨끗하긴 해도 눈에 초점이 없고, 눈가가 거무스름한 것이 이상했다.

명석은 욕망으로 가득했던 운서의 눈이나 늘 선하고 밝은 영서의 눈빛을 좋아했었다. 그래서 아운의 흐리멍덩한 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운의 눈빛이 누군가를 연상시키기 때문이었다.

‘황족으로 태어나 먹고살 걱정이 없어서 저러시나.’

아운은 명석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눈치챘다. 그는 제 얼굴을 살피는 시선에 가만히 얼굴을 돌렸다.

“흠, 명석이 너는 이곳의 일꾼이 아니니 이런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일손이 모자라면 하인을 더 들이면 되는 일이니까.”

“왕자님께서 낯선 사람을 싫어하신다고 하셔서….”

“…뭐라?”

“아버지가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왕자님께서 낯을 가려 다른 하인들을 더 들이지 않을 거라면서, 짬짬이 현월궁의 일을 도우라고요. 게다가 소인은 이곳에서 공짜로 먹고 자는데 이런 일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현월궁에 있는 하인의 수는 겨우 10명뿐이었다. 다른 궁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수였다. 그러나 워낙 조용한 걸 좋아하는 아운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걸 좋아하지 않아 일하는 사람의 수가 적었다.

“네 부모가 여기서 일을 하고 있지 않으냐. 네 아비는 입이 무거우면서 부지런하고, 오 부인의 음식 솜씨가 좋아서 썩 마음에 든다. 그래서 너까지 들인 것이니 부담 느낄 필요는 없다.”

아운은 명석에게 잡일은 신경 쓰지 말고 황궁의 일에만 집중하라고 했다.

“…예.”

얌전히 대답한 명석은 하던 일은 마치겠다고 다시 도끼를 들었다.

명석이 다시 장작을 패기 시작하자 아운은 그를 한번 돌아보고 소철과 함께 침소로 돌아갔다.

아운을 따라가는 소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기 주인이 시종들에게 일일이 관심을 보이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

소철은 서책을 보는 아운에게 차를 따라주고 있었다. 그는 주인의 앞에 앉아서 평온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집안일에 치어 아등바등했던 며칠 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과였다.

집사와 유모가 차례로 떠난 후 현월궁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는데, 다행히 새 하인들을 구할 수 있었다.

‘태후마마와 폐하가 아니었다면 왕자님은 계속 집사와 유모를 그리워만 하고 계셨겠지. 나는 일손이 모자라 방치된 집안일로 힘들었을 것이고.’

소철은 아운의 모친인 현홍왕비를 찾아가 눈물로 호소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현홍왕비의 하소연에 연진이 아운을 황궁으로 불렀고, 그 덕분에 한시름 덜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하인을 더 들이면 된다니? 하인의 수가 늘면 나야 훨씬 편해지겠지만, 갑자기 왕자님께서 무슨 바람이 드셨나.’

양 집사와 오 부인도 황제의 명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거였다.

소철은 아운에게 심경의 변화가 있었냐고 물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소철은 아운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집사에게 하인 몇 명을 더 구하라고 말해둘 생각이었다.

“왕자님께서 현월궁의 식솔을 늘이시겠다니, 왕비님께서 기뻐하실 겁니다.”

소철은 아운의 얼굴을 살폈다. 아운은 늘 그렇듯이 별 감정이 없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그놈이 집안일을 하니 어쩔 수 없지 않더냐.”

“그놈이라면…?”

“…명석이 말이다. 내가 황궁에 불려갔을 때, 황후께서 함께 계셨는데 그놈을 잘 봐달라고 신신당부하시더구나. 부담스러워서 간단한 심부름조차 시키겠느냐.”

“황후마마께서 그런 당부를 하셨다고요? 어이쿠, 명석이가 단단히 출세할 놈이겠군요. 앞으로 잘 보여야겠습니다.”

그냥 황후의 본가에서 일하던 식솔들이 갈 곳이 없어져서 이곳에 맡긴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황제가 직접 현월궁에 보냈으니, 말해 뭐 하겠는가.

“…….”

아운은 대답 없이 차만 마셨다. 황후가 잘 살펴주라고 부탁한 것도 모자라 연진도 똑같은 말을 했었다.

‘황후가 동생처럼 챙기는 아이니 잘 돌봐주라고 했지. 도대체 무슨 인연이길래.’

황후의 본가인 요선각의 점원이었고, 사정이 있어서 동생처럼 돌봐주던 아이라는 말은 들었다. 그래도 황제까지 나서는 게 좀 이상했다.

게다가 연진이 운서의 손을 잡고 그의 기분을 맞춰주려 애쓰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아무리 팔불출이라도 그렇지.’

황궁의 사정은 까맣게 모르는 아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소철은 아운의 표정이 조금 싸늘하게 변한 것을 알았다. 제 주인은 속마음을 드러내는 성격이 아니건만 드물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명석이가 마음에 안 드시나? 시키지 않은 일도 척척하고 부지런해서 좋은데.’

소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히 아까는 뒷마당까지 직접 갈 정도로 관심이 있어 보이더니, 지금은 영 냉정한 표정이었다.

아운과 달리 소철은 명석이 마음에 들었다. 성격이 조용해서 쓸데없는 말을 하지도 않고, 힘도 좋아서 체구가 작은 제가 못 하는 일까지 척척 해낼 것 같았다.

‘왕자님께서 명석이를 마음에 안 들어 하시는 건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현월궁이 황궁만큼은 아니어도 꽤 넓은 곳이라 명석과 아운이 마주할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아운은 늘 침소가 있는 유현각에만 있고, 명석이는 하인들의 처소에 머무니까.

그러니 이곳의 주인이 명석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도 그 아이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을 터다.

그보다 소철은 늘 적막했던 현월궁이 앞으로는 사람 사는 곳으로 변할 것 같아 신이 났다.

“우선 정원부터 정리해야겠습니다.”

소철은 당장 정원부터 손을 봐야겠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태후나 황제가 아운이 잘 사는지 사람을 보내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뿐인가, 얼마 전에 예소왕와 정친왕이 수도로 돌아왔다고 들었다. 지방으로 쫓겨나기 전에도 종종 찾아오셨던 두 분이 조만간 아운을 보러 방문할 것 같았다.

그때 현월궁의 정원이 엉망이라면 또 왕비께서 온종일 잔소리를 하실 게 불 보듯 뻔하다.

“정원이 그리 엉망이야?”

“지난주에 비가 많이 와서 잡풀들이 많이 자랐습니다. 왕자님께서는 매일 유현각에만 계시니 집안 꼴이 어떤지 모르시죠.”

“그래? 그럼 정원도 둘러볼 겸, 산책이나 할까?”

“…예?”

소철은 평소에는 듣지 못했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참말이십니까?”

“그래, 지금 가자.”

아운은 당장 산책을 가자고 일어섰다. 소철보다 저보다 먼저 침소를 나서는 주인을 보며 눈만 끔벅거렸다. 제 주인이 자진해서 나선 것이 거의 10년 만의 일이었다.

산책도 항상 제가 거의 강제로 끌고 나가야 마지못해 나가곤 했던 아운이었다.

‘황궁으로 불려가셨을 때 폐하께 잔소리를 심하게 들으셨나?’

아운을 따라나서는 소철은 어찌 되었든 요즘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아운이 이대로 옛일도 털어버리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주인을 부지런히 따라갔다.

정원은 정말 엉망이었다. 한동안 집안을 돌보는 일을 멀리했던 아운도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저번에 비가 내린 후로 청소를 하지 않아서 돌길에는 흙이 쌓였고, 잡풀과 들꽃이 정원을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연못도 지저분하고 돌다리며 정자마저 이끼와 잡초가 무성했다. 이래서는 황족이 사는 궁이라고 볼 수 없다.

“어마마마께서 보시면 기절하시겠구나.”

“오늘은 하인들과 함께 잡초부터 뽑아야겠습니다.”

소철이 혀를 차며 너무 엉망이라고 하자 아운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런데 그때 정원 한쪽에서 어떤 인영이 보였다. 커다란 몸이 잡풀 속에 파묻혀서 몸을 들썩거리고 있었다.

“…웬 놈이냐?”

소철은 아운을 제 뒤로 숨기고 물었다. 회색 옷을 입어서 사람인 줄 알았지만, 밤에 보면 틀림없이 곰이 들어왔을 거라고 믿었을 것이다.

잡풀 속에서 커다란 덩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너는 명석이가 아니냐?!”

소철이 어이없는 말투로 말했다.

명석은 풀물이 든 얼굴로 날카로운 호미를 들고 있었다.

“잡풀 속에서 네가 움직이고 있어서 놀랐다. 여기서 뭘 하는 게야?”

“정원이 엉망이라… 풀을 뽑고 있었습니다.”

소철의 물음에 명석은 아운의 눈치를 슬쩍 보며 대답했다.

“…….”

아운은 그런 명석을 빤히 바라봤다. 분명히 잡일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원의 풀을 뽑는 건 무슨 뜻인지.

“쉬는 날이라 심심하기도 하고, 정원이 하도 어지러워서….”

어릴 적부터 늘 바쁜 곳에서 살았던 명석은 온종일 무료하게 쉬는 것을 잘하지 못했다. 요선각에 있을 때는 낮에 공부를 하고, 밤늦은 시간까지 가게에서 일도 했었다.

황궁의 병사가 된 지금도 쉬는 날에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게 어색했다. 부모님의 일손이라도 도울 겸, 조용히 정원의 잡초를 정리하고 있던 것이다.

아운의 눈은 계속 명석을 향해 있었다. 명석은 아까처럼 웃통을 벗고 있진 않았지만, 낡은 옷을 입고 있어도 유난히 늠름해 보였다.

‘거슬려….’

황후의 말대로 명석을 보는 것만으로 든든해 보였다. 그러나 아운은 명석이가 눈에 거슬렸다.

“…네가 혼자 한다고 이 넓은 정원이 정리되겠느냐.”

아운은 명석의 몸에서 눈을 떼고 시선을 돌리며 한마디 했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아운은 어쩐지 명석의 말투가 고까웠다. 황후의 총애 때문인지 왕자인 저에게 굽히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운은 그런 명석을 혼내야 할지 말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명석의 말투가 고깝긴 해도 딱히 잘못한 게 없기 때문이었다.

“소인이 공짜로 일을 하는 게 꺼려지신다면 품삯을 주십시오. 왕자마마시니 삯을 주시는 건 어렵지 않으실 게 아닙니까.”

‘또….’

건방지고 거친 말투였다. 노비였다고 했으니 하층민의 말투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계속 명석의 무언가가 아운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황궁의 병사로 일하는 놈이 따로 품삯은 받아서 무얼 하려고?”

“신세를 진 분들께 은혜를 갚아야지요. 작은 주인님과 황후마마가 아니었다면 소인은 황궁에서 일하지 못했을뿐더러, 부모님과 함께 살지도 못했을 겁니다.”

명석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그들에게 금팔찌라도 해드리고 싶다고 작게 덧붙였다.

“…좋다, 그러마.”

아운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그러라고 했다. 지금 현월궁에는 일손이 부족했고,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고 싶다는 명석의 청을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소철은 아운의 곁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명석이는 첫인상부터 좋더니, 자기를 돌봐준 사람의 은혜를 저버리지 않고 꼭 갚으려는 마음이 애틋했다.

“왕자님, 명석이의 마음이 기특하지 않습니까. 품삯을 넉넉히 주시지요.”

“…그래. 소철, 네 마음대로 하려무나.”

“왕자님, 감사합니다.”

아운을 향해 허리를 숙여 감사 인사를 한 명석은 씨익 웃고는 계속해서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 순한 강아지 같은 웃음에 소철은 흡족해했고, 아운은 가만히 서서 커다란 눈만 깜박거렸다.

그러다가 다른 정원은 돌아보는 둥 마는 둥 유현각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아니, 벌써 들어가시려고요? 오랜만에 산책에 나오셔서….”

소철이 좀 더 밖에서 바람을 쐬시라 청해도 아운은 들어가자고 재촉만 했다.

***

유현각으로 돌아온 아운은 피곤하다면서 바로 욕탕으로 들어가서 목욕을 했다. 뜨거운 물에 몸을 씻은 그가 얇은 겉옷만 입고 침소로 돌아오자 소철이 차를 가져왔다.

“명석이 그놈이 볼수록 기특하지 않습니까?”

차를 따르는 소철이 계속해서 명석을 칭찬했다. 심지어 혼인을 하면 명석 같은 아들을 두었으면 좋겠다고까지 했다.

“양 집사와 오 부인은 좋겠습니다. 부지런하고 착한 아들을 두었지 않습니까. 이제 출세할 일만 남았고요.”

“…그래, 그런 것 같구나.”

아운은 감흥 없이 대답했다.

현월궁은 황궁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궁으로 한때는 황제가 사저로 쓰던 곳이었다. 그러나 전각이 여덟 개, 전각에 딸린 정원이 열 곳으로 황제의 거처치고는 상당히 작은 궁이다.

선황제는 사랑하는 동생 효창왕에게 현월궁을 하사했다. 동생이 가까운 곳에 머물며 자주 입궁할 수 있도록 내준 것이다. 효창왕은 혼인 전까지 이곳에 머물렀다가 현홍왕비와 혼인한 후에는 주언궁으로 이사했다.

그 후, 현월궁은 연진의 소유였다가 아운이 받게 된 것이다.

“왕자님, 점심은 뭘로 준비할까요? 오 부인이 왕자님께서 잡수고 싶으신 게 있으면 말씀만 하시랍니다. 큰 장사치의 집에서 일해서 못하는 음식이 거의 없답니다.”

“글쎄….”

“그럼 소인이 알아서 정하도록 하지요.”

여전히 입맛이 없는지 아운이 시큰둥하자 소철은 그럴 줄 알았다며 자기가 정하겠다고 일어났다.

그때 밖에서 하인 하나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왕자님, 왕자님. 밖으로 나와보셔야겠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러냐?”

아운 대신에 소철이 물었다.

“지금 정친왕과 예소왕께서 오셨습니다.”

“뭐라?!”

정윤과 정진이 갑자기 현월궁을 방문했다는 소식에 아운이 나왔다.

“정친왕과 예소왕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시냐?”

“예, 양 집사가 왕야들을 평전각으로 모셨습니다.”

평전각은 예전에 효창왕이 집무실로 쓰던 곳이었다. 현월궁에서 가장 넓은 전각이기도 해서 연회장소로도 쓰이는 곳이다.

집사가 차를 대접하고 있다는 말에 소철은 서둘러 아운의 옷을 갈아입혔다.

아운이 평전각으로 가자, 정윤과 정진이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흰옷을 입고 머리를 단정히 빗은 아운을 보더니 동시에 일어나서 손을 잡았다.

“형님, 오랜만입니다.”

“너희도 정말 오랜만이구나. 돌아왔다는 소식은 벌써 들었다.”

정윤과 정진은 몇 년 전에 연진에게 미움을 사서 지방으로 쫓겨났었다. 태자가 태어나고서야 겨우 용서를 받아 수도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아운은 정윤과 정진에게 앉으라 권했다. 그러자 소철이 다과를 가지고 왔다.

“소철, 주안상 좀 봐주게나. 오랜만에 형님을 뵈었는데, 맨숭맨숭하게 차만 마실 수 있나.”

“그렇다면, 기루에 다녀오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어떻게든 아운을 현월궁 밖으로 내보내고 싶은 소철은 기루에 다녀오시라고 권했다. 기루에서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 적극적이었다.

“기루에 가면 좋지. 그런데 이제 우리는 예전과 달리 자유롭지 못하다네. 어마마마께서 기루에 출입하지 말라고 명을 내리셨네.”

정진은 아쉬운 듯 대답했다. 귀비는 연진이 운서를 배필로 맞아 황손을 낳았으니, 이제 정윤과 정진을 혼인시키려는 것이다. 혼처를 구하는 동안 두 형제가 기루에 드나든다면 소문이 좋지 않을 거라며 자중하라 이른 것이다.

“아니, 왕야들께서는 자유로우신 게 매력이셨는데, 안타깝습니다.”

“그랬지. 허나 이제 우리도 가정을 꾸려야 하니 기루와는 멀어지는 게 마땅하지 않겠나.”

“형님, 죄송합니다.”

정윤과 정진은 아운을 기루에 데려가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아니, 나한테 죄송할 게 뭐 있나. 기루라면 질색이거늘. 소철이 괜한 소리를 했구나.”

“송구합니다. 왕자님, 왕야들.”

소철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자 정윤과 정진은 아니라고 손사래 쳤다. 주인의 오랜 독수공방에 소철도 지쳤을 테니, 아운을 기루에 데려가 달라는 그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 소인은 가서 주안상을 차려오겠습니다.”

소철이 선방으로 가자 아운은 정윤과 정진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

“형님, 제 잔도 한잔 받으십시오.”

정윤은 은주전자를 들고 아운에게 어서 술을 받으라 재촉했다.

“아니, 나는 이제 그만 마시고 싶네.”

이미 술을 여러 잔을 마신 아운은 술을 거부하며 손사래 쳤다. 그러나 오랜만에 수도로 돌아온 사촌들은 연신 술을 권했다.

“형님, 그러지 말고 한잔 더 받으십시오. 저희가 몇 년 만에 형님의 얼굴을 보는 게 아닙니까.”

정진도 아운의 곁에 딱 달라붙어 재차 권했다. 한적한 시골에 살다가 사람이 북적이는 수도로 돌아와서 기분이 좋은지 두 사람의 얼굴은 벌써 벌겠다.

“어마마마만 아니면 형님을 모시고 오랜만에 기루에 갔을 텐데요.”

“다시 말하지만, 나는 그런 시끌벅적한 곳은 별로구나.”

정윤과 정진 형제의 등쌀에 기루에 갔던 적이 있던 아운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잘생긴 사내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 아닙니까. 기루에 가면 눈이 아주 즐겁지요. 서국의 미남이 그곳에 다 있지 않습니까.”

“…뭐, 공작새 같긴 했었다.”

아운도 눈이 즐겁긴 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루는 요란하고 시끌벅적했다. 아름답게 차려입은 남자들과 손님이 음악과 함께 뒤섞인 화려하고 소란한 곳이었다. 무희들이 춤을 추고, 몸을 반쯤 드러낸 남자들이 손님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유혹하곤 했다.

“그때가 그립군요.”

정윤은 다시 아운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사촌들이 거듭 술을 권하자 아운도 한 잔을 더 마셨다. 아운의 얼굴에도 홍조가 발그레하게 피었다.

“모두 형님을 좋아했습니다.”

“내가 왕자니, 예의를 차린 것이겠지.”

“그렇지 않습니다. 기루의 모든 사내가 형님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두 형제와 함께 기루에 갔을 때, 그곳의 사내들은 줄곧 아운을 보고 있었다. 아운은 이목구비가 아름답고 고운 미남이었다.

옛 연인을 잊지 못한다는 특별한 사연까지 더해진 처연한 분위기에 기루의 사내들은 아운에게 남다른 관심을 보였었다.

정윤과 정진은 그때를 회상하며 또 아운의 잔에 술을 권했다. 두 사람은 향기가 좋은 맑은 술을 술잔에 넘치도록 따랐다. 아운은 사양하려고 하다가 하는 수 없이 끄덕였다.

“알았네, 한 잔만 더 마시지. 자네들도 대충 마시고 쉬러 가게나. 소철에게 잘 곳을 마련해놓으라고 했으니.”

아운은 이 잔만 마시고 정윤과 정진의 잠자리를 봐주고 유현각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가 막 술을 마시기 전에 정진이 아운을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형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뭔가?”

“마지막으로 잠자리를 하신 게 언제십니까?”

“…뭐?!”

“이 예쁜 엉덩이로 사내의 물건을 받아본 게 마지막으로 언제냐고 물었습니다.”

정진은 아운의 엉덩이를 톡톡 건드렸다.

“이런, 망측하게!”

아운은 얼굴을 화르륵 붉혔다. 전 연인이 죽고 난 뒤에 아운은 아무와도 사귀지도 않고 또 기루에 다니지도 않았다. 그러니 아마 아운이 마지막으로 남자와 잠자리를 한 것이 거의 10년은 되었을 것이다.

“형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다 먹먹하고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정윤과 정진은 진심으로 안쓰러운 듯 옷소매로 눈물을 닦는 시늉을 했다. 아운은 사촌 동생들을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윤과 정진은 유쾌하긴 했지만, 조용히 지내는 걸 좋아하는 아운과는 성격이 맞지 않았다. 정윤과 정진은 문란한 생활을 하여 황제로부터 벌을 받았는데도 예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운은 이만 유현각으로 돌아가 쉬고 싶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아운의 양옆에 딱 달라붙은 정윤과 정진은 아운의 술잔에 또 술이 찰랑찰랑하게 따랐다.

“아무리 옛 연인을 잊지 못하신다고 해도 몸의 사정은 또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까?”

“정윤 형님의 말이 맞습니다. 마음의 지조는 지켜도 몸의 욕정은 때때로 풀어야지요. 형님 같은 미남이 혼자 외롭게 지내시면 가슴이 아픕니다.”

“…나, 난 너희와는 다르다. 이렇게 사는 게 좋으니, 좀 내버려 두어라. 너희도 많이 마셨으니 이만 쉬어야지.”

아운은 마지막 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어서 돌아가라는 뜻이었다.

그래도 두 형제는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를 마주 보며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짓궂은 형제는 아까 아운에게 정신없이 말을 붙이는 동안 그의 술잔에 최음제를 섞어 놓았다.

그러고는 아운을 향해 뻔뻔한 얼굴로 생글생글 웃었다.

“저희 걱정은 마십시오. 슬슬 어마마마께서 걱정하실 것 같아 이만 돌아갈 생각이니까요.”

정윤과 정진은 돌아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사람의 사저는 현월궁에서 멀지 않다. 밖에 있는 마차까지 가는 두 사람은 아운을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운은 눈치채지 못했다.

아직은 몸에 이상이 없어서 정윤과 정진, 형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 것이다.

“형님, 좁은 궁에 박혀 계시지 말고 기루에라도 다니십시오. 매일 식물처럼 사는 게 뭐가 좋다고요.”

“알았네, 내가 알아서 하지.”

두 형제를 빨리 보내고 싶은 아운은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정윤과 정진이 자신을 보며 음흉한 웃음을 흘리는 것도 모른 채.

“그럼 오늘 밤은 즐겁게 보내십시오.”

두 사람은 다시 놀러 오겠다고 인사하고 마차를 탔다. 정윤과 정진을 배웅한 아운이 궁 안으로 들어가자 소철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피곤하시지요.”

“…그래, 술도 많이 마셔서 정신도 없고, 오늘은 이만 자야겠다.”

“오랜만에 술을 드셔서 피곤하실 겁니다. 저는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일찍 물러가겠습니다. 일단 어서 씻으십시오.”

소철은 아운에게 또 씻으라며 그를 욕탕으로 밀어 넣었다. 소철이 서둘러 침상을 돌보고 아운의 침소에서 물러났다.

그가 밖으로 나가자 현월궁이 평소보다 더욱 조용한 느낌이었다. 밖은 이미 어두워서 정원도 보이지 않고 풀벌레가 우는 소리만 들렸다.

소철의 발걸음은 그의 처소가 아니라 대문으로 향했다. 그는 조용히 문지기를 불렀다.

“무슨 일입니까?”

“잠시 후에 왕자님의 손님이 올 것이네. 비단옷을 입은 훤칠한 사내가 방문할 것이니, 그를 조용히 유현각으로 모시게나.”

소철은 문지기에게 검은색의 얇은 비단 천도 건넸다. 그것으로 사내의 얼굴을 가리게 하고 아운의 처소로 데려오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소철은 문지기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 사내의 일은 아무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되네.”

“예, 그러겠소.”

문지기는 함구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소철은 바로 제 처소로 향했다.

정윤과 정진이 돌아가기 직전, 아운이 볼일을 보러 간 사이에 그들은 조용히 소철을 불렀다. 그들은 소철에게 오늘 밤에 특별한 손님이 현월궁을 방문할 거라 일렀다. 기루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밤일에 능숙한 사내로 아운을 잘 모실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정윤과 정진의 뜻을 단번에 알아들은 소철이었다. 그래서 문지기에게 늦은 밤에 손님이 오면 조용히 유현각으로 모시라고 한 것이다.

‘오늘 밤은 외롭지 않으시겠구먼.’

소철은 조용한 미소와 함께 유현각으로 돌아갔다.

***

명석은 늦은 밤에 현월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오늘은 근무가 없는 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결원이 생기는 바람에 늦은 시간까지 근무를 서다 오는 것이다. 명석이 현월궁에 도착한 시각은 꽤 늦은 밤이었다.

좀 전에 사거리에서 마차가 뒤집히는 사고가 있어서 잠시 그곳에 머물다 온 터라 더 늦어 버렸다.

마부가 밤눈이 어두워 일어난 사고라고 하는데, 마차에는 기루에서 일하는 사내 두 명이 타고 있었다고 했다. 애석하게도 그들이 크게 다친 모양이었다.

사고 뒤처리까지 하는 바람에 명석은 더 늦게 퇴궐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명석이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늘 입던 회색 옷이 아니라 청색의 비단옷을 입고 머리도 반듯하게 빗고 있었다.

거기에 수를 놓은 비단 천으로 머리를 장식했고, 좋은 가죽으로 만든 허리띠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비단옷은 운서가 준 것이었다. 연진의 옷이었는데, 거의 입지 않아 새 옷이라며 주었다.

명석은 늘 입던 옷이 편하다고 받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운서는 연진은 전혀 입지 않아서 아까우니 너라도 입으라며, 거의 강제로 입혀주었다.

명석은 하는 수 없이 그대로 올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아주 훤칠한 귀공자처럼 보였다.

명석은 부들부들한 촉감의 옷이 부담스러웠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 항상 입던 거친 천으로 만든 옷으로 갈아입고 싶었다. 비단옷을 입으니 꼭 자신이 아닌 것 같고 느낌이 이상했다.

“이런 옷은 높으신 나리들만 입은 건데.”

황궁의 관리들이면 모를까 동료 병사들도 비단옷을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입기에는 부담스러우니 장터에 가서 팔아버릴까?’

장터에 있는 포목점 중에 헌 옷을 파는 가게들이 있다. 비단옷만 취급하는 곳들로 그곳에 가져다주면 꽤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옷을 팔면 가계에 보탬은 되겠지만, 폐하의 옷을 팔아도 될까?’

어두운 길을 걷는 명석은 머리를 긁적였다. 명석은 몸에 감기는 번드르르한 천이 아무래도 어색해서 팔아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월궁의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문을 열어준 문지기의 시선이 영 어색했다.

명석이 그에게 꾸벅 인사하기 전에 문지기가 갑자기 천 하나를 내밀었다. 얇은 비단이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이걸로 얼굴을 가리고 유현각으로 오시라는 당부가 계셨소.”

“……?”

명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일단 내민 천을 받았다.

“그런데 유현각으로는 왜 갑니까?”

“거, 말 많소. 얼굴을 가리라면 빨리 가리기나 하고 따라오시오.”

평소 명석의 차림과 너무 달라서인지 아니면 유독 어두운 밤이라 그런지 문지기는 명석을 알아보지 못했다. 명석은 얼떨결에 그가 시키는 대로 얇은 천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 시각 아운은 욕탕에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로 나왔다.

평소에는 느긋하게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걸 좋아하지만, 오늘은 몸이 이상해서 일찍 나왔다. 물에 계속 몸을 담그고 있을 뿐이었는데, 몸이 막 화끈거리는 것이다.

‘술이 과했나?’

술기운 때문인지 몸이 평소보다 훨씬 뜨거웠다.

아니, 몸이 뜨거운 것만이 아니라 자꾸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머리도 어지럽고 기분이 막 들뜨기도 하고, 마치 흥분한 것처럼 중심이 달아올랐다.

“……?!”

아래를 보니 정말로 양물이 발기해 있었다. 갑작스러운 일에 당황한 아운은 안 그래도 열이 오르는 얼굴을 더욱 벌겋게 물들였다.

“하아, 왜 이러지? 술을 너무 마셨나….”

아운은 제 아래를 긴 옷자락으로 감추고 침상으로 올라갔다. 평소라면 소철을 불러서 몸이 좋지 않다고 했을 테지만, 아랫도리를 꼿꼿이 세운 지금은 누구도 부를 수 없었다.

아운은 부끄러운 제 몸을 이불 속으로 숨겼다.

“아읏, 앗, 몸이 왜 이래…?”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은 아운은 어느새 헐떡거리며 자위하고 있었다. 희고 고운 다리를 넓게 벌리고 매끄러운 손으로 양물을 쥐고 쓰다듬으며 허리를 들썩거렸다.

하얀 손이 기둥을 잡고 만질 때마다 발긋하게 물든 선단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으응, 앗, 하읏.”

아운의 신음과 함께 그의 선단에서 분비액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음수는 아운의 고운 손가락을 적시고 그대로 아래로 내려가 허벅지를 적셨다.

“아응, 앗!”

몇 번 만지지도 않았는데, 아운의 성기에서 음수가 쏟아져 나왔다. 정액을 토한 아운은 쾌감의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데 몸은 한 번의 사정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손장난으로는 부족하다는 듯이 성기가 다시 발기하고 있었다.

아운은 붉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리고 손을 더 아래로 내렸다. 아래로 향한 고운 손가락이 부드러운 엉덩이 사이로 파고들었다.

“앗, 앗.”

입구를 만지자 다시 양물이 반응했다. 가슴도 저릿하고, 심지어 그의 젖꼭지마저 통통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흥분으로 아운의 가슴이 들썩거렸다.

아운은 유난히 흥분한 성기를 쓰다듬으며 제 구멍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하아…, 여기, 제발… 간지러워.”

뒤를 스스로 뒤적거리며 만지는 아운은 다리를 한껏 벌리고 헐떡였다. 그런데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사내가 있었다.

조금 전 현월궁으로 돌아온 명석이었다.

명석은 당황한 얼굴로 아운을 바라보며 얼굴을 가렸던 얇은 천을 벗었다.

‘이러려고….’

자신을 침소로 부르려고 한밤까지 기다려서 얼굴을 가리게 했다고 생각한 명석은 기가 막혔다.

‘어쩐지 내 얼굴과 몸을 빤히 쳐다보더라니.’

아운이 저를 침소로 부른 거라고 오해한 명석은 쉽게 들어가지 못하고 문가에 서 있기만 했다. 그때 뒤에서 명석을 이곳까지 데려온 문지기가 어서 들어가라고 재촉했다.

명석이 아운의 처소로 들어가야만 그도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지기에게 떠밀린 명석은 어쩔 수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침상 위에서 욕정에 달아올라 헐떡거리는 아운은 침소에 누가 들어온 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저 달아오른 몸을 달래느라 급급했다.

“…….”

명석은 인상을 썼으나 곧 체념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은 거부할 권한이 없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

아운은 낯선 사내의 품에 안겨 있었다. 머릿속과 몸을 괴롭히는 열기 때문에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그래서 지금 자신이 누구와 함께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도 안겨 있는 품이 단단하다는 것 정도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거친 손이 자신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 얇은 옷이 떨어져 나가자 아운은 흥분한 몸을 꼬았다. 그럴 때마다 발긋하게 달아오른 몸이 움찔움찔 크게 떨렸다.

묵직하고 단단한 몸이 아운의 마른 몸을 누르자 절로 신음이 나왔다.

“흐읏….”

정신이 없는 아운은 제 위로 올라탄 몸을 무작정 잡았다. 미칠 정도로 흥분한 상태라 누가 제발 자신을 어떻게든 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아, 제발!”

아운은 단단한 몸에 더욱 매달렸다.

그러자 명석의 입술이 그의 입술을 눌렀다. 아운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벌렸다. 그것도 크고 단단한 몸에 팔까지 둘렀다.

뜨거운 혀가 들어오고 입술이 비벼지는 자극에 아운의 몸이 바짝 달아올랐다.

사실 아운은 제가 지금 누구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낯선 남자와 발가벗고 뒹굴고 있다는 의식도 없었다. 최음제 때문에 정신이 반쯤 나가서 본능만 살아있는 상태였다.

명석은 아운의 허리를 안고 혀를 섞었다. 타액과 혀가 섞이자 아운의 몸이 크게 떨렸다. 그뿐 아니라 허리를 비틀어서 성기를 명석에게 문지르기까지 했다.

“흐응, 흡.”

아운은 신음까지 흘리며 어서 안아달라고 재촉했다.

명석은 제 육봉으로 아운의 성기를 누르고 비비면서 작은 입술과 혀를 빨았다. 아운의 혀는 뜨거웠다. 그리고 의외로 조금 달콤하게도 느껴졌다.

명석은 아운에게 입을 맞출 때마다 노골적으로 젖은 소리를 냈다. 성교에 서툰 아운을 더 부끄럽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명석은 부드러운 가슴도 함께 쓰다듬었다.

“흐읏, 흣….”

짧은 신음을 내는 아운은 명석의 맨몸에 짧은 손톱을 박았다.

“그렇게 급하십니까?”

명석이 혀를 떼고 물었다. 아운이 자꾸만 꿈틀거리며 몸을 비비고 제 옆구리와 등을 손톱으로 긁었는데, 그런 행동이 성기를 넣어달라고 애원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혀와 입술이 떨어지자 명석과 아운의 입술과 혀에 타액이 길게 늘어졌다. 아운은 그것을 보고 얼굴을 붉혔다. 최음제에 들떠서 정신이 몽롱한 와중에도 아운은 낯선 사내와 몸을 섞고 있다는 걸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

그러나 아운은 명석을 밀어내거나 거부할 수 없었다. 입맞춤도, 가슴을 쓰다듬는 손길도, 하반신을 자극하는 쾌감도, 모두 하늘에 오른 듯 기분이 좋기 때문이었다.

“너무 재촉하지 마시고, 조금만 참으십시오.”

아운을 달래는 사내의 목소리는 낮고 굵었다. 아운은 사내의 목소리에도 몸을 떨었다. 욕정에 온몸의 감각이 지배당한 상태여서 모든 자극이 성감으로 돌아왔다.

‘10년이나 사내와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고 했었지?’

명석은 아운의 사정에 대해 대충 알고 있었다. 현월궁에 오기 전에 운서가 말해줬기 때문이다. 10년 전에 연인을 잃어서 상처가 많고, 또 지금까지 혼자 지낸다고 들었다.

명석은 괴로워 보이는 아운을 내려다봤다. 아운은 피부가 깨끗한 미인이다. 그러나 운서처럼 여리여리하지 않았다. 키도 제법 크고 각진 어깨가 매력적이었다. 몸매도 날씬하고 매끈했다.

여리고 청초한 분위기도 가지고 있다.

‘얼굴도 예쁘고 귀한 나리인데 그동안 안아줄 놈이 한 명도 없었나?’

미인에 신분이 높다면 따르는 사내들이 여럿 있었을 것이다. 이곳저곳에서 유혹해 오는 사람도 많을 테고, 기루에만 가도 안아줄 놈이 천지였다. 그런데 어떻게 그 세월 동안 교접을 하지 않고 지냈는지 명석은 이해할 수 없었다.

‘성욕이 없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제 몸에 닿는 아운의 양물은 흠뻑 젖어서 존재를 내보이고 있었다.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주변에 있던 놈들이 하나같이 변변찮은 것들이었나보군.’

아까는 갑자기 왕자의 침실로 끌려와 짜증이 났었다. 아직도 노비 취급을 받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제 아래에 깔린 왕자가 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처지에 왕자를 가엽게 여기는 건 어불성설이지만, 한낱 노비 출신인 저도 잠자리 상대가 모자란 적이 없었다. 그런데 황제의 사촌이란 사람이 안아줄 상대가 없어서 10년을 굶주리다가 저를 부른 것이다.

신분이 높고 돈이 많으면 행복하게 사는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쯧, 소인의 팔자도 별로지만, 왕자님께서도 그다지 즐거운 인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방적으로 저를 침소로 부른 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도 쌓인 욕구가 있으니 하룻밤 정도는 흔쾌히 안아줄 수 있었다.

반면, 제정신이 아닌 아운은 명석의 손에 피부가 스치기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 상태였다.

완전히 흥분한 것이다.

“흐읏, 제발, 앗.”

아운은 몸을 바르작거리며 괴로워했다. 양물이 터질 것 같았다. 제 위를 차지한 사내가 어떻게든 해주길 원했다.

아운은 명석의 팔뚝을 힘껏 잡았다.

“하읏, 제발, 몸이 저려….”

“알았으니 기다리십시오.”

명석은 옷을 벗었다. 그는 거추장스러운 비단옷을 빠르게 벗고 바지 하나만 남겨둔 상태였다.

욕정에 힘들어하는 아운의 눈에 명석의 단단한 몸이 들어왔다. 단단한 몸과 넓은 어깨가 근육으로 뭉쳐 있었다. 남자의 몸을 보는 것만으로 아운의 성기와 엉덩이가 바짝 달궈졌다.

아운의 양물에서 음액이 계속 뚝뚝 흘러 떨어졌다. 바지도 벗어버린 명석은 그것을 잡고 주물럭거리며 만졌다.

“아앗, 앗, 제발!”

아운이 그것만으로도 큰 소리로 신음하며 가는 허리를 들썩거렸다.

“만지기만 했는데도, 금방 쌀 것 같습니다. 왕자님은 되게 예민하시군요.”

명석은 아운의 양물을 계속 쓱쓱 훑어주었다. 그의 손길을 따라 아운의 허리와 엉덩이가 위아래로 흔들렸다. 성기는 더욱 크게 부풀고 바로 절정에 오를 것 같았다.

“아앙, 몰라…, 제발, 앗앗, 좋아.”

“괜찮으니, 이대로 제 손에 좆물을 잔뜩 싸십시오.”

명석은 그의 남근을 계속 애무해주었다. 분비액으로 미끌미끌한 아운의 성기는 감촉이 좋았다. 제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색도 연했다.

마치 자위도 안 하는 것처럼. 10년을 홀로 있었다더니 자위도 변변히 못 하는 샌님인 모양이었다.

명석이 손에 쥔 양물을 위아래로 쓱쓱 훑어주었다.

그 순간, 아운이 허리를 부들부들 떨며 사정했다.

“아읏, 아으읏!”

허리와 엉덩이를 높이 들고 온몸을 부들거린 아운의 성기에서 정액이 뿜어져 나왔다. 음수는 아운의 얼굴과 가슴을 적신 것도 모자라 명석의 얼굴에까지 튀었다.

“여린 몸으로 힘도 좋으십니다.”

명석은 씩 웃으며 제 뺨을 닦았다. 정액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며 명석은 아운을 더욱 동정했다. 조금만 만져도 사정하는 걸 보면 그동안 굉장히 참은 모양이었다.

쯧쯧, 혀를 찬 명석이 아운의 성기를 계속 쓰다듬었다. 기둥과 선단을 만져줄 때마다 매끈한 양물이 불끈거리며 발기했다.

“으응, 앗, 그, 그만….”

“그만두라니요? 요게 또 발딱 서서 싸고 싶다고 난린데요.”

몇 번 만지지 않았는데도 아운의 물건이 벌써 단단해졌다. 명석은 그것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만지고 훑을 때마다 그의 선단에 몽글몽글하게 고였던 분비액이 툭툭 떨어지고, 가느다란 허리며 엉덩이가 한시도 쉬지 않고 들썩거렸다.

“아읏, 앗, 제발, 그만 마, 만져… 읏, 아읏.”

“기분 좋으시지요?”

“으, 으응…, 좋아. 앗.”

좋다고 헐떡거리는 아운의 얼굴은 온통 발갛고 욕정에 들떠 있었다. 그는 눈물이 가득 찬 두 눈으로 명석을 쳐다보면서 좋다고, 몇 번이나 중얼거렸다.

“솔직하니 귀엽습니다. 다른 곳도 만지고 빨아드릴까요?”

“흐읏…?”

아운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멍한 얼굴로 명석을 쳐다봤다. 그에 명석은 아운이 꼭 쥐고 있는 이불을 잡아 빼고 가슴을 내보이게 했다.

“이렇게, 젖을 보이라는 말입니다.”

명석은 다시 혀를 찼다. 아운은 배운 것도 많고 꽤 똑똑해 보이는데,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지금까지 상대한 사람들과 아운은 많이 달라 보였다. 그들은 옷을 벗으라면 홀랑 벗고 엉덩이를 들라면 내숭을 떨면서도 바짝 치켜들었다.

다들 자신의 대물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버거워하긴 했지만 신음도 어찌나 차진지. 저에게 매달려 죽겠다고 앙앙거리며 애원하는 것도 기분 좋았었다.

그런데 아운은 내숭이 아니라 정말 성교에 서툰 것 같았다.

명석은 아운을 내려다봤다. 다시 봐도 아련한 분위기에 예쁜 얼굴이었다. 명석은 아운의 외모가 제 취향이라고 생각하며 그의 가슴을 만졌다.

가슴에서 배까지 명석의 거친 손이 미끄러졌다. 아까 성기를 만질 때도 피부가 곱다고 생각했는데, 가슴과 배는 훨씬 더 부드러웠다. 마치 운서가 입는 고운 비단옷처럼 느껴졌다.

거친 손이 몸을 쓰다듬자 아운은 그것만으로 괴롭다고 몸을 비틀었다.

“아으읏….”

“젖이 좀 작습니다만…, 제가 빨아드리지요.”

명석은 바로 아운의 젖꼭지를 물고 소리를 내며 핥았다. 츠읍, 츱츱, 분홍색의 유두는 핥을 때마다 음란한 소리와 함께 조금씩 부풀었다. 명석은 아운의 유두를 살짝 물고는 또 세차게 빨았다.

“아읏, 핫, 아파, 앗.”

아운은 아프다면서도 가슴을 내밀고 몸을 들썩거렸다. 명석은 아운의 양쪽 돌기를 번갈아 빨았다. 그뿐 아니라 그의 양물과 음낭을 한꺼번에 잡아서 애무했다.

“아응, 아읏, 앗!”

온몸이 달아오른 아운은 젖꼭지와 성기를 꼿꼿하게 세우고 정신없이 신음했다. 유두는 명석의 타액에 젖고, 양물은 분비액에 흥건히 젖었다.

아운의 엉덩이가 들썩들썩, 고운 발끝이 비단 요에서 바르작거리며 움직였다. 명석이 양쪽 가슴을 오가며 돌기를 빨 때마다 흥분한 아운의 허벅지도 이리저리 움직이며 명석의 몸을 간지럽혔다.

“아아앗, 아앗!”

그리고 새된 신음과 함께 아운이 또 사정했다. 음수를 내보내고 헐떡거리며 축 늘어졌다. 그런데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온통 발긋하게 물든 몸을 저에게 비비고 있었다.

“연달아 두 번이나…, 그렇게 쌓이신 겁니까?”

“하아…, 흑. 나도 몰라. 잘 모르겠어….”

정윤과 정진 형제가 최음제를 쓴 것을 전혀 알지 못하는 아운은 제 몸이 왜 이런지 몰라 당황했다. 욕망에 삼켜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아운은 모른다고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명석은 아운이 그저 쌓인 욕정이 많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더 딱해 보이기도 했다. 민감하고 잘 느끼는 몸인데 그동안 안아줄 놈이 없어서 독수공방한 것이다.

‘역시 그동안 변변한 놈이 없었던 게 틀림없어.’

명석은 아운의 입술을 다시 핥았다. 아운의 유혹에 명석의 허리도 꿈틀거렸다. 아운이 가볍게 몸을 떨자 명석은 그의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슬슬 안을 길들이고 제 성기를 가득 넣을 생각이었다.

엉덩이를 벌린 명석은 밤새 허리를 흔들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향유가 없었다. 명석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았다.

나리들의 처소에는 향유는 없어도 머리를 정리하기 위한 기름이 꼭 있기 마련이다.

역시, 방 한쪽에 빗이나 거울을 두는 것에 작은 병이 있었다. 명석은 빠르게 움직여서 그것을 가져왔다.

병의 뚜껑을 열자 좋은 향이 퍼졌다. 최고급 기름이었다. 명석은 손가락에 그것을 듬뿍 묻혔다. 그리고 아운의 엉덩이 사이로 손가락을 가져가서 음문에 손끝을 문질렀다.

미끌미끌한 손끝이 아운의 입구를 건드렸다. 아운은 제 구멍을 쓰다듬고 손가락을 넣으려는 명석의 손길에도 발기한 성기를 명석에게 문지르며 헐떡거리기 바빴다.

“보지가 빡빡하네. 혹시 자위도 안 하셨습니까?”

“…….”

명석의 물음도 지금의 아운에게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저 신음을 흘리기 바빴다. 명석도 딱히 대답을 들을 생각은 없었다.

“보아하니, 앞이고 뒤고 만지지도 않은 것 같은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명석은 아운의 구멍에 손가락을 넣기 시작했다. 좁은 구멍은 역시나 잘 벌어지지 않았다. 명석은 하는 수 없이 손가락에 기름을 더 묻히고 그대로 구멍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히익!”

갑자기 벌어지는 속살에 아운은 신음하며 허리를 떨었다. 엉덩이 구멍을 만져지는 게 좋아서가 아니었다. 단단한 것이 제 속살로 파고드는 생경한 느낌에 당황한 것이다.

아운의 구멍 속이 살짝 벌어졌다가 손가락을 거부하듯 밀어내며 쫀득하게 입을 닫았다.

명석은 다시 손가락을 꾹 밀어 넣었다. 향유에 젖어 미끌미끌한 손가락은 능숙하게 움직이며 좁은 입구로 들어갔다. 그런데 역시 아운의 내벽이 수축하며 손가락을 밀어내려 했다.

“아읏, 싫어….”

아운은 허리와 엉덩이, 다리까지 꿈틀거리며 싫다고 거부했다. 그러나 그의 양물은 계속 꼿꼿하게 발기해서 분비액을 흘리는 중이었다.

10년이나 독수공방했다더니, 정말 구멍이 빡빡했다. 명석은 아운 같은 사람과 밤을 보낸 적이 없었다. 장사도의 첫째나 운서를 비롯해서 학당을 다니며 잠시 만나던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사내의 성기를 받는 것에 능숙했다.

‘…그만둘까?’

연인을 잃고 내내 교접을 하지 않았으니 처음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명석은 성교에 무지한 사람을 상대한 경험이 없어서 혹시 아운이 다치진 않을까 걱정이었다. 제 육봉이 좀, 아니 상당히 크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사내의 좆 맛이 그리우신 분인데….’

아운을 동정한 명석은 속살의 조임을 무시하고 거의 강제로 손가락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앗, 하윽…, 읏. 싫어, 싫어.”

“얌전히 계십시오. 여길 크게 벌려놔야 소인의 대물을 밤새 즐기실 수 있습니다.”

명석은 씩 웃으며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자고 매달리지나 말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아운이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몸을 내려서 그의 성기를 핥기 시작했다.

“힛, 아읏!”

분비액으로 흥건히 젖은 선단이 핥아진 것도 모자라 성기 전부가 명석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운은 새된 신음과 함께 허리를 꺾었다. 명석은 입으로 기둥을 조이고 그의 음낭까지 어루만지면서 쾌감을 맛보게 했다.

“아아앗!”

아운의 양물이 완전히 발기했다. 그것을 입에 물고 있는 명석은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어서 아운의 성기를 빨아주었다. 심지어 선단을 혀로 핥기까지 했다.

쾌감에 삼켜진 아운은 미칠 것 같았다. 허리를 들썩거리며 크게 신음을 내지르는 사이, 명석이 그대로 손가락을 깊게 넣기 시작했다.

굵은 손가락이 꿈틀거리는 점막을 헤치며 안으로, 안으로 파고들었다. 향유 덕분인지 긴 손가락이 뿌리까지 수월하게 박혔다. 명석은 그 상태로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렸다.

“하읏, 앗, 아으읏…, 싫어. 앗, 아니, 좋아.”

아운은 제 뒤를 파고들어서 안을 헤집는 손길은 싫지만, 성기를 빨아주는 애무는 좋았다. 앞쪽의 황홀한 쾌감을 즐기고 있는데, 점점 뒤쪽을 벌리는 손가락이 신경 쓰였다.

점막을 크게 벌리는 것만이 아니라 손가락이 거칠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흐읏… 거기 싫어, 손가락 거칠어. 앗, 앗, 그렇게 만지지 마….”

아운은 제 성기를 빨아주는 명석의 짧은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얽고 애원했다. 아운의 허리와 엉덩이는 크게 부들거렸다. 그런데 명석의 손가락이 아운의 전립선을 건드렸다.

긴 손가락이 느끼는 곳을 수월하게 찾아 그곳을 집중적으로 만지기 시작한 것이다.

“흐아앗, 앗!”

아운은 그대로 사정했다. 명석의 입속에 그대로 음수를 쏟은 것이다.

“…….”

질척한 정액을 그대로 삼킨 명석이 아운의 양물에서 입을 뗐다. 명석의 혀와 아운의 선단 사이에 음란한 실타래가 길게 늘어졌다.

그것을 본 명석은 정액의 실타래를 타고 가서 다시 선단을 핥았다. 아운의 속살을 넓히는 것도 잊지 않았다. 뿌리까지 넣은 손가락을 휘적휘적 움직이면서 좁은 점막을 건드렸다. 그럴 때마다 아운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하아, 제발….”

한껏 쾌감에 오른 아운은 눈가를 가득 적셨다. 벌써 세 번이나 절정에 도달했는데 이상하게 몸은 만족하지 않고 계속 부족하다며 욱신거렸다.

명석은 아운의 성기를 놓아주고 그의 음문에 손가락을 더 집어넣었다. 굵은 손가락이 꾸욱 파고들자마자 안쪽을 마구 헤집기 시작했다.

아운이 불편한 듯 허리를 꿈틀거렸지만, 명석이 바로 그의 전립선을 건드렸다.

“히잇!”

아운은 쾌감에 어쩔 줄 몰라 했다. 뒤로 느끼는 쾌감이 정말 오랜만이라 명석의 손가락이 전립선을 만질 때마다 온몸이 전부 저릿했다.

“아흐흣, 좋아.”

급기야 향유에 젖은 점막으로 명석의 손가락을 질척하게 조이기까지 했다. 그것을 신호로 명석이 제 손가락을 크게 돌렸다.

휘적휘적, 질척거리며 손가락이 빙글빙글 돌았다. 온 점막이 명석의 거친 손가락에 쓸렸다.

“응, 아읏, 거칠어… 손가락, 아읏.”

명석이 아운의 엉덩이 속을 휘저을 때마다 아운은 음란한 쾌감과 동통을 느껴 가느다란 허리가 위로 튀어 올랐다. 명석은 그의 발목을 제 어깨에 올리고 추삽질을 시작했다.

푹푹, 퍽퍽.

“아읏, 앗, 거칠어. 제발, 앗, 손가락 제발, 빨라…. 핫, 아윽.”

아운은 훌쩍거리면서 명석의 손가락 추삽질이 빠르다고, 거칠다고 애원했다.

“제 손가락이… 원래 거칩니다. 그래도 이걸 좋아하는 분이 많습니다만.”

어릴 때부터 잔일과 노동을 하던 손이라 명석의 손가락 피부는 거칠거칠했다. 다들 이런 손가락으로 점막을 만지면 거칠다고 하면서도 더 좋다고 잘 느꼈다.

그런데 아운은 성교에 익숙하지 않은 몸이었다. 그래서 더 자극이 큰 것이다. 다른 때보다 향유도 듬뿍 썼는데 거칠다고 하니 몸도 꽤 민감한 모양이었다.

명석은 훌쩍거리는 아운을 내려다봤다. 취향인 얼굴이 제 애무에 헐떡거리며 느끼니, 오늘은 밤새 즐거울 것 같았다.

“예쁜 구멍이 오랜만에 만져지는 걸 텐데,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이십니다. 여길 만져지는 게 그리 좋으십니까?”

아운의 젖은 얼굴에 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 명석은 그의 입술을 핥으며 짓궂게 속삭였다.

“앙, 모, 몰라…. 하읏.”

미끌미끌한 속살이 명석의 손가락을 힘껏 꾹꾹 조였다. 그러나 명석은 그저 간지러울 뿐이었다.

“쯧, 노력은 가상하나 조임이 별로입니다. 이래서 사내의 좆을 만족시킬 수 있겠습니까? 어서 더 힘껏 조이고 마음껏 음미하며 빨아보십시오.”

두 개의 손가락을 뿌리까지 넣은 명석은 잘게 흔들면서 계속 쾌감점을 자극했다. 그리고 아운이 성기를 불끈 세우며 앙앙 울기 시작하자 그에게 입을 맞췄다.

아운의 입술과 혀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명석은 그의 입술을 츱츱, 빨고 혀를 밀어 넣었다. 혀를 얽자 아운의 조임이 훨씬 좋아졌다.

“흐응, 읍.”

욕정에 취한 아운이 명석과의 입맞춤을 즐기며 그의 손가락을 질퍽질퍽 조였다. 그사이 굵고 기다란 손가락이 음문으로 더 깊게 들어갔다.

“…읏!”

“몸에 힘을 빼십시오.”

아운이 긴장하자 명석이 그를 살살 달래며 속살을 급하게 헤집었다. 손가락 세 개를 각각 따로따로 움직이고, 또 한꺼번에 모아서 휘젓기도 했다.

“앗, 제발… 아파, 벌어져. 아윽, 앗, 아파.”

“허리와 엉덩이에서 힘을 빼시고….”

질척한 소리와 함께 아운의 신음이 점점 높아졌다. 명석은 힘을 빼라고 했지만 아운은 쉽지 않은 듯 보였다. 명석은 아운이 싫다고 해도 무시하고 손가락을 크게 움직였다.

질척거리는 소리와 함께 빙글빙글 돌아가는 손가락에 아운은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벌어지는 구멍이 아픈 건 물론, 점막에 스치는 손가락도 너무 거칠어 오금이 저렸다.

“아윽, 제발!”

아운의 뒤를 어느 정도 길들인 명석은 손가락을 한꺼번에 뺐다. 그리고 제 성기에 기름을 쏟았다. 명석의 남근도 어느새 크게 발기해서 흉흉한 열기를 내고 있었다.

아직 제 아래에 어떤 물건이 들어올지 모르는 아운이 명석의 남근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울퉁불퉁한 커다란 것에 아운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명석이 굵은 기둥에 기름을 바를 때마다 미끌미끌한 기름방울이 아래로 후드득 떨어지고, 성기 전체를 감싸고 있는 핏줄이 힘차게 꿈틀거렸다.

명석은 홀린 듯한 표정으로 제 육봉을 보는 아운을 보고 슬쩍 웃었다. 제 것을 탐욕스럽게 쳐다보는 눈빛이었다. 역시, 10년을 굶주린 게 맞는 것 같았다.

그는 아운의 허리를 잡고 마른 몸을 가볍게 뒤집었다.

“아읏.”

짧은 신음과 함께 순식간에 엎드린 모습이 된 아운은 아직도 흥분제 때문인지 어리둥절했다.

명석은 아운의 엉덩이를 높게 들어 올리고 커다란 손으로 양쪽 볼기를 잡아 확 벌렸다. 손가락으로 길들이 음문이 붉게 달아올라서 빠끔거리고 있었다.

그것도 기름에 번들번들하게 젖어서.

붉은 점막이 오물거리는 모습은 꽤나 유혹적이었다. 명석의 흉기가 더욱 불끈거리며 커졌다.

명석은 아운의 구멍 입구에 제 성기를 문질렀다. 부드러운 입구에 문질러지는 그의 선단에서 분비액이 진득하게 흘러나왔다.

“하아….”

명석은 아운의 좁은 속살에 성기를 넣고 흔들 생각에 몸이 달아올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처지가 참 우울했다. 특히, 부모님을 생각하면 죄스러워졌다.

장사도를 나왔을 때, 이제야 노비 생활에서 벗어나 보통의 평민들처럼 살 수 있다고 좋아하셨었다. 그런데 아들이 또 주인에게 착취를 당하는 것을 알면 얼마나 슬퍼하시겠는가.

명석은 작아도 깨끗한 집을 얻을 돈을 벌 때까지만 현월궁에 있을 생각이었다. 지금이라도 모은 돈으로 나가 살 수 있지만, 더는 좁고 구질구질한 곳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평민이 되었으니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번듯하게 살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도 장사도의 첫째 같은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운의 외모가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명석은 이왕 끌려왔으니 오늘 밤만 허리를 흔들어 보자는 생각에 거근을 밀어 넣었다.

“아윽!”

좁은 속살이 단번에 넓게 벌어졌다. 아운은 동통에 눈물을 흘리며 비명 같은 신음을 질렀다. 명석은 재빨리 아운의 양물을 잡고 만져주었다. 그러면서도 허리를 멈추지 않고 성기를 삽입했다.

“앗, 악, 싫어… 아파, 악.”

“잠시만 참으십시오. 소인의 거근을 다 삼키고 나면 좋아 죽겠다며, 계속 비명을 지르게 되실 겁니다.”

“…뭐?!”

동통 때문인지 아운은 조금씩 제정신을 되찾는 것 같았다. 아운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제가 지금 낯선 남자와 발가벗고 뒹굴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저 아픔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명석은 그대로 성기를 빼지 않고 허리를 흔들었다. 핏줄이 성성한 거근이 점막을 짓이기며 조금씩 파고들었다.

“아윽, 아파, 악!”

성기가 반쯤 들어가자 그나마 조금씩 입을 벌리던 속살이 이제는 안을 닫았다. 아운의 점막이 저를 위협하는 물건을 거부하며 육봉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윽….”

아운의 세찬 조임에 명석이 헐떡거렸다. 구멍 속이 너무 뜨겁고 좁아서 아프기까지 했다.

명석은 성기를 더 넣지 않았다. 대신 반쯤 파묻은 상태로 허리를 흔들며 아운의 양물을 자극했다. 커다란 손으로 고환까지 잡아 문질러주었다.

열을 내는 대물이 안쪽 점막을 이리저리 쓸면서 안을 쿡쿡 찔렀다.

“핫, 아픈데… 좋아. 앗, 앗. 거기 너무 찌르지 마….”

명석의 허릿짓에 크게 신음을 내지르는 아운의 마른 몸이 크게 흔들렸다. 아운이 몸을 지탱하기 위해 비단 요를 꽉 잡았는데도 점점 더 크게 흔들렸다.

거근은 질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운의 음문 속으로 빠르게 들락거렸다. 울퉁불퉁한 기둥이 추삽질을 할 때마다 좁은 구멍을 타고 향유와 분비액이 질질 흘렀다.

“앗, 아앗. 아윽, 학, 아파, 앗, 좋아.”

아운은 아프다면서도 좋다고 헐떡거렸다. 안쪽을 마구 때리는 거근이 버겁고 아프지만, 또 저릿한 쾌감까지 함께 느껴졌다.

명석은 아운의 성기를 계속 쓰다듬어줬다. 이내 아운의 뒤가 조금씩, 조금씩 입을 벌리며 대물을 야금야금 먹었다. 아프다, 어쩐다 해도 남근을 넣어주니 받아먹기 바쁜 것이다.

“소인의 대물을 허겁지겁 먹는 걸 보니 그동안 요 예쁜 보지가 많이 굶주리신 것 같습니다.”

성기를 받는 건 서툴지만 허겁지겁 먹는 아운의 구멍이 왠지 기특했다. 명석은 웃으면서 허리를 더 크게 흔들었다.

“아윽, 몰라… 아파, 히잇, 아읏.”

아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싫다고 아프다고 했지만, 그의 엉덩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다.

양물도 절정에 오를 것처럼 크게 부풀었다. 더군다나 명석의 손에 빠르게 훑어지는 통에 아운은 계속 앙앙 신음하며 거근을 삼켰다.

그리고 명석의 흉기가 더 깊게 파고든 순간, 아운이 다시 사정했다.

“하앙, 아아앗!”

명석의 손으로 정액을 토한 아운은 대물을 문 채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를 정도로 여러 번의 쾌감을 맛본 아운은 숨을 헐떡거리며 몸에 힘을 뺐다.

아운의 상체는 비단 요 위에 늘어지고 엉덩이만 들린 상태가 되었다. 그의 엉덩이에는 여전히 명석의 성기가 박혀 있었다.

“잘 드시면서, 내숭입니다.”

명석은 아운의 엉덩이를 욕심껏 거칠게 주물렀다. 이제 그의 육봉도 터질 듯 팽팽하게 달아오른 것이다. 핏줄이 힘차게 불끈거리며 아운의 속살을 간지럽혔다.

“하앗, 제발… 간지러워.”

아운은 바들거리며 달아오른 속살을 딱딱한 흉기에 문질렀다. 욕정에 못 이겨 엉덩이를 스스로 흔든 것이다.

명석은 그런 아운의 몸에서 제 성기를 뺐다. 흉흉하게 발기한 물건이 질척한 소리와 함께 빠졌다. 아운은 명석을 원망하듯 뒤를 돌았다. 그런데 명석이 아운의 몸을 또 뒤집었다.

“히익.”

순식간에 천장을 바라보게 된 아운의 다리가 벌어졌다. 명석은 아운의 가는 다리를 잡아 비단 요에 눌렀다. 그러자 그의 엉덩이까지 위로 들려서 넓게 벌어진 건 물론, 젖은 고간까지 전부 드러났다.

“뭐, 뭘 하는 거야?”

여러 번의 절정으로 몸에 힘이 빠진 아운은 젖은 눈으로 명석을 올려다보기만 했다. 사정을 할 때마다 체력은 떨어지고 정신이 조금씩 돌아왔다. 그런데 이상하게 몸은 끊임없이 흥분으로 욱신거렸다.

‘몸이 자꾸만 왜 이러지?’

정윤과 정진, 형제들이 저에게 최음제를 썼다는 건 전혀 모르는 아운으로서는 몸이 왜 이상한지 알지 못했다. 그저 자신이 욕구불만이라고 생각할 뿐.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제 엉덩이가 다 벌어져서 젖은 곳들이 전부 드러났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저를 안는 사내의 시선이 엉덩이 구멍에 완전히 꽂혀 있었다.

“흐읏…, 싫어, 보지 마. 창피해.”

아운은 훌쩍거리며 보지 말라고 했다. 자신이 왜 지금 낯선 사내에게 안기고 있는지 모르지만 부끄러운 곳을 보이는 게 너무 싫었다.

하지만 아운의 몸은 그의 마음과 정반대로 반응했다. 아운은 창피해 죽겠는데, 그의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낯선 사내의 시선에도 흥분해서 속살이 빠끔거리며 젖은 소리를 내고, 성기가 또 발기하고 있었다.

심지어 선단 구멍에서 음수가 몽글몽글하게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명석이 그것을 보고 혀를 세워서 선단을 핥아주었다. 사악사악, 음란하게 움직이는 혀에 아운이 한껏 신음을 내질렀다.

“아아, 제발….”

아운은 허리를 흔들며 구멍을 조였다.

“왕자님의 보지 구멍이 벌름거립니다. 소인의 좆 맛을 제대로 못 봐서 힘드시지요. 금방 깊게 박아서 보짓살을 완전히 짓뭉개드리지요.”

명석은 살짝 부어 있는 아운의 붉은 입구를 보며 침을 삼켰다. 그리고 흉흉하게 발기한 제 흉기에 향유를 바르고 아운의 작은 구멍에 가져다 댔다.

“흐읏…, 시, 싫어. 너무 커….”

아운은 그제야 명석의 대물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명석의 성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짐승의 것이나 몽둥이였다. 심지어 너무 울퉁불퉁해서 징그럽기까지 했다.

흉물 같은 물건이 제 속살을 뚫고 들어오려는 것이다.

“얌전히 밑구멍을 벌리고 계시면 밤새 좋아 죽을 정도로 만들어 드리지요.”

“싫어….”

“사내의 좆을 먹고 싶어 스스로 보지를 문지르신 분이 내숭도 참 잘 떠십니다.”

아까는 허리를 흔들며 제 성기를 맛보더니 지금은 깜찍하게 내숭이다.

높으신 나리들은 내숭을 안 떨면 성교를 못 하는 모양이다. 명석은 낮게 웃으면서 아운의 음문에 뜨거운 육봉을 욱여넣기 시작했다. 거근이 질척한 소리를 내며 다시 구멍 속을 파고들었다.

굵고 울퉁불퉁한 기둥이 향유로 번들거리며 붉은 구멍 안으로 빨려가듯 박혔다. 아운은 제 부끄러운 곳을 범하려는 흉물에 훌쩍훌쩍 울었다.

“하으윽, 아파.”

“좆을 맛있게 잘 드시면서 또 그러십니다.”

명석은 아운에게 내숭 떨지 말라며 꼿꼿하게 발기한 그의 성기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그럴 때마다 선단 끝에 맺혀 있던 음수가 주륵 흘러내렸다.

그것을 본 아운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운이 수치심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 명석이 그의 엉덩이를 움켜잡고 대물을 꾹꾹 누르며 안으로 박았다.

“악, 아앗, 악, 흐앙, 아파.”

아운이 눈물을 떨구며 아프다고 했지만, 명석은 멈추지 않았다. 허리를 흔들며 아운의 보드랍고 뜨거운 속살에 제 거친 성기를 마구 문질렀다.

음탕한 곳들이 비벼지는 소리가 아까보다 훨씬 더 크게 퍼졌다. 명석의 거근이 아까보다 훨씬 더 깊게 파고들었다. 그 안에서 계속 들락거리며 아운을 창피하게 또 아프게 만들었다.

“흐윽, 너무… 벌어져. 흐앙, 제발, 하으윽.”

아운은 거부도 못 하고 그대로 흔들렸다. 눈물에 가득 젖은 그의 눈이 제 속살을 범하는 명석의 흉기에 고정되었다.

울퉁불퉁한 기둥이 제 구멍에 박혔다가 질퍽한 소리와 함께 빠져나왔다. 그럴 때마다 향유와 함께 그의 분비액이 뒤섞여 아운의 하얀 엉덩이를 타고 비단 요로 뚝뚝 떨어졌다.

“흐으읏, 아윽, 아파….”

그때 아운의 눈물도 함께 떨어졌다. 아운은 파들파들 떨면서 아프다고 했다. 몸이 갈라지는 동통에 신음을 내지르고 싫다고 하는데, 울퉁불퉁한 육봉은 계속 안으로, 또 안으로 파고들기만 했다.

아운의 예쁜 눈에서 눈물이 계속 떨어졌다. 그러자 명석이 그의 양물을 다시 만져주기 시작했다. 꼿꼿하게 발기한 성기가 훑어지는 쾌감에 아운은 저도 모르게 헐떡거렸다.

아운이 헐떡거릴 때마다 그의 점막이 대물을 움찔움찔, 씹듯이 조였다. 동통을 동반한 쾌감에 아운은 허리를 떨었다.

“읏, 싫다고 하면서도 맛있게 잘만 드십니다.”

명석은 제 육봉을 야금야금 잘 먹으면서 괜한 투정을 한다며 혀를 차고 허리를 더 깊게 밀었다. 인내심을 발휘하며 천천히 밀어 넣은 성기는 뿌리만 남기고 거의 들어갔다.

“하으읏, 너무 깊어… 흑, 아흑, 아파.”

아운은 제 배 속을 뚫을 것 같은 대물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힘겨워했다.

“이대로 소인의 좆 맛을 음미하며 실컷 드십시오.”

명석이 10년 동안 맛보지 못했던 사내의 성기 맛을 보여주겠다며 아운의 엉덩이를 힘껏 쥐었다. 그는 탄탄한 허리를 뒤로 뺐다.

울퉁불퉁한 육봉이 기름과 음수를 질질 흘리며 빠져나왔다. 명석이 귀두만 남기고 성기를 뺐다가 그대로 거칠게 박았다.

퍽!

“아으윽!”

아운은 크게 울면서 새된 신음을 내질렀다. 거친 흉기에 내벽을 온통 얻어맞는 것 같았다. 얼얼한 아픔에 우는데, 다시 울퉁불퉁한 성기가 점막을 긁으며 빠져나가더니 또 퍽 박혔다.

“흐아앙! 아파!”

아운은 발끝까지 버둥거리며 아프다고 엉엉 울었다. 그러나 명석은 아운의 좁은 속살이 주는 쾌감에 떨며 탄탄한 허리를 돌렸다.

뜨거운 귀두가 좁은 구멍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젖은 소리와 함께 얼얼한 점막을 쓸고, 전립선을 짓눌렀다.

“아앗!”

아운은 아까와 다른 의미로 새된 신음을 내질렀다. 그러자 다시 흠뻑 젖은 귀두가 그곳을 강하게 때리고 뭉갰다.

“하앗, 아앗….”

느끼는 곳이 계속 짓눌리는 통에 아운은 크게 헐떡였다. 아운은 명석의 단단한 팔을 잡고 손톱을 세웠다.

명석도 낮은 신음을 흘리며 아운의 허리와 엉덩이를 잡고 본격적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명석의 탄탄한 허리가 한 번씩 크게 움직일 때마다 아운의 마른 몸이 더 크게 흔들렸다.

“아욱, 윽, 제발, 아파, 흐윽, 거, 거기만 박지…마. 싫어, 으윽, 제발! 힛, 좋아. 앗, 아파, 아니… 좋아.”

거친 육봉이 아운의 전립선만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흉기가 음란하게 안을 파고들어 느끼는 곳을 쑤실 때마다 아운은 죽겠다고 신음했다.

아운은 얼얼한 동통과 함께 척추를 녹일 것 같은 쾌감이 함께 느껴졌다. 이대로 몸이 어떻게 될 것 같아 명석의 팔뚝에 손톱을 깊게 박고 헐떡거렸다.

점점 더 쾌감을 크게 느끼는 아운의 양물이 일직선으로 발기했다. 그것은 명석의 허릿짓에 달랑달랑 흔들렸다. 그것도 분비액을 흩뿌리면서.

“거봐요, 좋아 죽겠다고 울게 될 거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대로 밤새 왕자님의 밑구멍을 잔뜩 쑤셔드려서 굶주린 보지를 만족시켜드리지요.”

명석은 10년이나 비어 있던 아운의 음문을 제 정액으로 잔뜩 채워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운의 엉덩이를 더 힘껏 쥐고 말랑한 살을 주물럭거리면서 성기를 박았다.

깊게 박힌 육봉이 치덕거리며 추삽질을 했다. 아운의 좁은 속살과 전립선을 마구 짓이기는 건 물론, 그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었다. 아운의 구멍이 대물에 온통 쑤셔지는 것이다.

“아으윽, 앗, 좋아! 아니, 너무… 거칠어. 앗, 아윽. 나, 나 죽어…. 제발, 흐앙.”

아운은 명석에게 매달려서 죽겠다고 울었다. 하지만 명석의 성기는 더 깊게, 콱콱 박혀서 음란하게 안을 마구 쑤셨다.

명석도 나름 즐기고 있었다. 요즘에는 만나는 사람이 없어서 성욕을 풀 곳도 없었고, 취향의 예쁜 얼굴이 제 아래서 쾌감을 느끼며 죽겠다고 하니 싫지 않았다.

퍽퍽, 쑤꺽쑤꺽.

질펀한 소리와 함께 아운의 성기가 다시 정액을 쏟으며 사정했다. 그것도 명석의 대물을 질퍽하게 조이면서.

“하아앗, 좋아, 제발!”

“아윽, 왕자님….”

아운이 사정한 순간, 그의 음란한 조임에 명석도 정액을 쏟아냈다.

“윽!”

명석은 탄탄한 허리를 흔들며 씨물을 배출했다. 그가 허리를 흔들 때마다 명석의 뜨거운 정액이 연달아 아운의 음문 속을 적시고 또 적셨다. 정액을 가득 받은 아운은 비단 이불 위에서 축 늘어졌다.

아운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늘어져서 눈을 감았다.

정액을 받고 나니 들끓던 욕정도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이다. 더군다나 계속 시달린 몸이 너무 피곤해서 이대로 잠들고만 싶었다.

그런데 엉덩이에 꽂혀 있던 몽둥이 같은 물건이 또 불끈거리더니 불쑥불쑥 커지는 것이다.

“……!”

진심으로 놀란 아운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명석을 올려다봤다. 아운은 사람의 성기가 요술 방망이도 아니고 어떻게 단번에 크게 발기할 수 있는 건지 놀라는데, 그게 또 불끈거리며 커졌다.

그러고는 울퉁불퉁한 성기가 깊숙하게 안을 찌르며 푹 들어왔다.

“아읏… 저기, 잠깐!”

아운은 그만하라며 명석의 단단한 팔뚝을 잡으며 말렸다. 그러나 명석은 아운의 말을 한 귀로 흘려들었다.

명석의 커다란 손이 아운의 가는 허리를 단단히 잡아 흔들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가뜩이나 커다란 흉기가 젖은 속살을 더 벌리며 깊게 파고들었다.

“아윽, 앗, 앗, 제발… 그만. 앗, 하윽, 앙.”

명석의 거근이 처음부터 아운의 전립선을 때리며 박혔다. 계속 노골적으로 질퍽한 소리를 내면서.

아운은 다리만 높게 들린 상태로 다시 흔들렸다. 제 아래에서는 살과 살이 비벼지는 음탕한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철썩철썩, 탁탁탁.

“아윽, 윽, 깊어, 아흑, 아파, 흑, 앙, 거칠어….”

질퍽한 소리와 함께 빠르게 흔들리는 아운은 몸을 뒤흔드는 얼얼한 쾌감에 눈물을 떨구며 애원했다. 그래도 명석의 뜨거운 흉기는 멈추지 않고 아운의 속살에 퍽퍽, 박혔다.

“아으읏!”

점막과 전립선이 짓눌리는 쾌감과 괴로움에 아운은 몸서리쳤다. 힘들다고 하면서도 쾌감에 어쩔 줄 모르고 느끼고 있었다. 아운은 훌쩍거리며 얌전히 흔들렸다.

아운이 제 성기를 더 깊숙하게 받자 명석은 커다란 손으로 그의 허리를 한 손에 쥐었다. 다른 손으로는 엉덩이를 계속 주물럭거리면서 흉기를 뿌리까지 박았다.

퍽퍽.

“아윽, 악! 거칠어….”

아운은 아프다고 눈물을 떨궜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뒤로 느끼며 크게 몸을 떨었다.

“이제 왕자님의 보지가 제법 녹진녹진하게 사내의 좆을 삼킬 줄 아시게 되었습니다.”

명석은 제 입술을 핥았다. 그와 밤을 보냈던 사람들에 비하면 아운의 조임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도 서툰 조임이 꽤 색달랐다.

“이제 본격적으로 해볼까요?”

“……?!”

아운이 뭐냐고 묻기도 전에 명석이 그의 허리를 꽉 쥐고 마른 몸을 잡아당겼다. 아운의 몸이 또 순식간에 자세를 바꿔 명석의 다리 위에 올라앉게 된 것이다.

“…….”

명석과 마주 보게 된 아운은 얼굴을 화르륵 붉혔다. 그런데 아까보다 다리가 더 넓게 벌어져서 울퉁불퉁한 육봉이 안으로 쑥 들어왔다.

“아윽!”

아운의 입구가 마침내 명석의 고환에 딱 닿았다. 몽둥이 같은 커다란 살덩이가 완전히 삽입된 것이다.

“아파, 하윽.”

아운은 아프다고 몸을 뒤틀었다. 그런데 아운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살과 살이 비벼졌다. 아운은 울상을 지으며 명석의 팔을 잡고 훌쩍거렸다.

제 속살을 완전히 차지한 육봉이 너무 크고 거칠어서 어쩔 줄 모르겠다.

반면, 명석은 천천히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에 아운의 몸이 명석의 탄탄한 다리 위에서 위아래로 흔들렸다.

“앗, 앗. 제발!”

몸이 들썩거릴 때마다 질퍽거리는 소리는 물론, 안쪽과 성기가 쩍쩍 달라붙었다가 떨어졌다. 더군다나 울퉁불퉁한 대물이 느끼는 곳을 퍽퍽 때렸다.

“아앗, 앗.”

쾌감을 느끼는 아운은 다시 명석의 팔에 손톱을 박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명석의 성기를 받을 때마다 양물과 속살이 간지러워 견딜 수 없었다.

“아앗, 제발, 간지러…, 아흑. 너무 커… 깊어. 아으윽, 앗!”

“박을 때마다 왕자님의 좆이 벌떡벌떡 섭니다. 왕자님의 보지가 소인의 살덩이를 받고 부들부들 떨며 음미하는 게 안 느껴지십니까?”

“히잇.”

“간지럽다고 투정만 하지 마시고 소인의 거친 것을 보짓살로 잔뜩 빨아보십시오.”

“…어, 어떻게 하는지 몰라. 흑.”

아운은 수치심에 얼굴이며 몸을 전부 발갛게 물들였다. 아운이 대답도 잘하지 못하고 어버버하고 있는 사이에 명석은 아운의 허리를 잡고 흔들기까지 했다.

그럴 때마다 아운의 구멍이 명석의 물건을 꾸욱 조였다.

치덕치덕.

“읏, 너무 조이지 마십시오. 가뜩이나 왕자님의 보지는 부드럽지 않고 뻑뻑해서 힘껏 조이면 소인도 아픕니다.”

“…흐윽.”

힘을 빼라는 말과 함께 아운의 몸이 더욱 크게 흔들렸다. 아운은 정신이 없었다. 어떻게 힘을 빼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명석이 주는 수치심에 훌쩍거리며 단단한 몸에 매달려 있었다.

커다란 살 몽둥이가 내장을 밀면서 안으로 거세게 박혔다. 육봉이 박힐 때마다 몸이 굵은 몽둥이에 꽂힌 것 같았다.

아운은 그대로 속살이 온통 긁히면서 연속으로 전립선을 찔렸다.

“아욱, 앗, 아아앗!”

아운이 뒤로 느끼면서 사정했다. 밑구멍이 얼얼한데도 속살이 사정없이 들쑤셔지는 자극에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이제 몇 번째인지도 모를 음수가 명석의 가슴을 적셨다. 명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아운의 몸을 흔들었다.

방금 사정을 한 아운은 쾌감의 여운을 맛볼 새도 없이 다시 얼얼한 안쪽이 더 깊게 들쑤셔졌다. 울퉁불퉁한 육봉이 마치 아운의 배 속을 뚫을 것처럼 박혔다.

“흐앙, 흐앗, 너, 너무 심해. 아으흑….”

아운은 심하다고 눈물을 쏟았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들어줄 명석이 아니었다. 명석의 성기도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기 때문에 고환까지 박을 정도로 퍽퍽 쑤셨다.

“흐아앗, 아앗!”

아운은 새된 신음을 내질렀다. 조금 전까지 안쪽이 간지럽다고 느꼈는데 이제는 오롯이 쾌감과 아픔만 느껴졌다.

철썩철썩, 퍽퍽퍽.

“아욱, 아읏, 흐엉, 제발!”

눈물을 쏟으며 애원하는 아운의 짧은 손톱이 명석의 팔뚝을 죽죽 긁어놓았다. 이대로 더 범해졌다가는 몸이 망가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명석의 허릿짓은 더 빨라지기만 했다. 살과 살이 비벼지는 음탕한 소리와 함께 명석의 것이 가장 깊게 박혔다.

“아으윽, 망가져….”

아운은 배 속까지 다 벌어지는 느낌에 이대로 죽을 것 같았다. 명석은 고환까지 박을 기세로 육봉을 처박고는 허리를 떨었다.

명석이 드디어 사정한 것이다.

“아아, 왕자님!”

아운의 가는 허리를 힘껏 잡은 명석은 제 씨물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아운의 구멍 안에 쌌다.

정액을 한가득 받은 아운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눈을 뜰 힘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한편, 사저로 돌아가던 정윤과 정진은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아운을 걱정하고 있었다.

“기루의 사내들이 제때 당도했을까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들이 아니냐. 현월궁에 무사히 갔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

정윤과 정진은 10년이나 독수공방하고 있는 아운이 안쓰러운 마음에 그에게 특별한 밤을 선물하기로 했다. 바로 기루의 사내들이었다.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라 두 명이었다.

그런데 무턱대고 기루의 사내를 데려오면 싫다고 거부할 게 뻔해서 몰래 최음제를 쓴 것이다. 예전에 운서에게 배운 수법이었다.

“그런데 두 명을 보냈습니까?”

“10년이나 밤일을 안 하셨으니 한 명으로 만족이 되겠냐?”

“하하, 형님도 참 짓궂으십니다. 내일 현월궁에 사람을 보내서 확인해보면 어떨까요?”

정진은 아운 몰래 최음제를 써서 걱정된다고 거듭 말했다.

“흠, 그건 형님이 민망하실 테니, 우리가 직접 가보자꾸나. 오늘 일에 대한 무례를 사죄할 겸.”

최음제와 기루의 사내들은 두 형제가 아운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다. 그래도 말도 없이 최음제를 썼으니 그에 대한 사죄는 해야 할 터였다.

“그게 좋겠습니다. 형님.”

정진은 내일 현월궁으로 가면 간밤의 일 때문에 부끄러워할 아운을 상상하며 웃었다.

“그나저나 아운 형님께서 좋은 밤을 보내고 계실까요? 두 명에게 안기느라 힘들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현월궁에 간 사람들은 밤일에 아주 능숙한 사내들이니 지금쯤이면 너무 좋아서 비명을 지르고 계실 게다.”

“하하,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침상에서 빠져나온 명석은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는 거의 기절하듯 잠들어 있는 아운을 내려다봤다.

‘소철 형님께서 왕자님이 좋은 분이라고 했는데….’

현월궁으로 들어올 당시 소철은 제 주인이 무심한 성격이나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신분이 낮아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착한 심성의 소유자라고.

명석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왜냐면 소철이 정말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소철은 처음부터 무척 친절했다. 왕자님을 오래 모셨다는 이유로 유세를 부리지도 않고, 부모님을 과하게 부리지도 않고, 모르는 건 일일이 자세하게 가르쳐 주었다.

오래된 노비들이 권력을 휘두르던 장사도와는 너무 다른 환경이었다. 실제로 현월궁에 지낸 지 며칠 되지 않지만, 명석의 양친도 예전과 다르게 편하다고 했다.

‘소철 형님이 말씀하신 주인과는 다른 분 같은데?’

“…….”

아운을 내려다보는 명석은 입이 썼다. 소철이 말한 아운이 실상은 전혀 다른 주인이었고, 또 자신이 노비 취급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소철 형님의 안면을 봐서 오늘 일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어….’

명석은 소철 때문이라도 오늘 일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로 했다. 힘을 쓰는 거라면 명석은 무엇이든 잘했다. 그중에서 가장 잘하는 건 침상에서 하는 일이고.

아운이 자신을 노비 취급하며 업신여긴 건 사실이나, 굶주린 사람에게 밥 먹여준 셈으로 치자며 툭툭 털어버렸다.

명석은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워 입었다. 부들거리는 비단옷은 여전히 어색했다. 그는 어서 처소에 가서 몸을 씻고 익숙한 옷으로 갈아입을 생각이었다.

옷을 대충대충 입은 명석이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그 앞에서 소철과 눈이 딱 마주쳤다.

“…형님?!”

“아, 아니, 네가 이곳에는 왜…?”

소철은 명석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운의 침소에서 나와야 할 사람은 명석이 아니라 기루의 사내였다.

왕야들이 분명 기루에서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고, 문지기도 늦은 밤에 비단옷을 입은 훤칠한 사내를 아운의 침소로 들여보냈다고 했다.

그래서 일찍 눈을 뜨고 아운의 침소 앞을 지키고 있었다. 구설수가 나지 않도록 사내를 바로 현월궁에서 내보낼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명석이라니?!

“명석이 네가 왜 왕자님의 침소에서 나오는 게냐?”

소철은 흐트러진 옷 사이로 보이는 명석의 단단한 몸을 보고 기함했다. 상기된 얼굴을 보아하니, 아운과 밤을 보낸 사람이 명석이임은 틀림없어 보였다.

“…….”

‘왕야들께서 기루에서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는데, 왜 명석이가?’

“…그게 어젯밤에요.”

“어젯밤에?”

“근무를 마치고 늦게 돌아왔는데, 문지기가 저를 이곳으로 끌고 왔습니다.”

명석은 가감 없이 말했다.

“뭐라고? 문지기 그 양반이 미쳤나. 왜 너를 주인님의 침소에 데려와? 내가 분명히 비단옷을 입은 훤칠한 사내를….”

소철은 제가 어제 남은 술만 마시지 않았어도 직접 사내를 기다렸을 것이다. 아운을 침소로 들여보내고 자신도 좀 적적하여 남은 술과 안주로 요기하고 바로 잠든 게 화근이었다.

만약에 깨어 있었다면 명석을 아운의 처소로 들여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명석아, 미안하구나. 내가 어젯밤에….”

소철은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면서 명석의 몸을 한번 훑었다. 그러고 보니 명석도 비단옷을 입고 있었는데, 참 훤칠했다.

“잠깐! 웬 비단옷이? 아니, 명석아… 너, 언제부터 기루에 나간 것이냐?”

“예?”

“아무리 돈이 궁하다지만, 기루에 나가다니. 양 집사와 오 부인이 알면 얼마나 슬퍼하시겠냐. 게다가 네놈은 이제 출세할 일만 남았다면서!”

소철은 앞일도 생각하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기루에 나간 것이냐며 펄쩍 뛰었다.

그는 명석의 말은 듣지 않았다. 심지어 근무를 마치고 돌아왔다는 말은 한 귀로 흘렸다. 그저 명석의 비단옷을 보고 돈을 벌러 기루에 나갔다고 오해를 한 것이다.

“형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소철은 예소왕과 정친왕이 방문한 것부터 어제의 사정을 자세히 말해주었다.

명석이 그제야 이해했다. 소철이 비단옷을 입은 명석을 보고 그가 남몰래 기루에서 일을 하고, 또 아운을 상대하러 왔다고 착각한 것이다.

“저는 기루에 다니는 게 아니라… 이 옷은 황후마마께서 폐하께서 입으시던 걸 주신 겁니다. 잘 어울린다고 한사코 입고 가라고 하시는 통에….”

명석은 쑥스러운 마음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와 동시에 아운에 대한 오해도 풀렸다. 저를 기루의 사내라고 오해하여 안아달라고 한 것이었다.

“…….”

명석은 잠시 잠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소철은 안절부절못했다.

“아니, 이 일을 어쩌냐.”

“…서로 오해가 있었나 봅니다.”

명석은 이만 처소로 돌아가 씻겠다고 인사하고 미련 없이 유현각을 나섰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는 소철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듣자 하니 장사도에 있을 때 거기 아들에게 착취를 당했다는데, 오해가 있었다는 말만 하고 휙 가버린 것이다.

“아이고, 어린놈이 벌써 철이 들어서…. 그건 그렇고, 그럼 기루에서 온다던 사내는 어찌 된 거야?”

소철은 당장 왕야들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묻고 싶었지만, 아운이 원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런 일은 조용히 넘어가는 게 상책이지.’

소철은 아운의 처소를 슬쩍 들여다봤다. 그는 깊게 잠든 아운을 확인하고는 한숨만 쉬었다.

***

아운은 이틀째, 유현각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중이었다.

명석과 밤을 보낸 다음 날에는 몸도 못 가눌 정도로 힘들어했다. 물론, 다리가 떨려서 서 있기도 힘들다는 이유로 나가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제정신이 아닌 채로 명석에게 다리를 벌리고 안아달라고 애원한 것이 창피했기 때문이었다.

“왕야들께서 너무 짓궂으십니다.”

서책을 보는 아운의 앞에서 차를 따르는 소철은 살짝 이를 갈았다.

사실 빌어먹을 놈들이라고 욕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황족에, 아운의 사촌이라 말을 가렸다.

“…내가 민망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구나. 네 얼굴을 볼 낯도 없고.”

아운은 서책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니, 왕자님께서는 피해자이신데 무슨 말씀이십니까. 모든 건 왕야들께서 최음제를 쓰셔서….”

소철은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윤과 정진은 다음 날, 뻔뻔한 얼굴로 다시 현월궁을 찾아왔었다.

그것도 자기들의 죄를 아는지 많은 선물과 함께 방문했다. 그러고는 어젯밤에 자신들이 아운에게 최음제를 썼다고 실토까지 했다.

당연히 밤에 준비했던 선물은 잘 받았냐고 느물거리기도 했다. 밤의 선물은 당연히 기루의 사내를 말하는 것이다.

아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루의 사내는 오지 않았고, 대신 하인의 아들인 명석과 밤을 보냈다는 걸 알면 무척 재밌어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아운은 애써 덤덤한 얼굴을 하고는 선물을 잘 받았다는 말과 함께 정윤과 정진 형제를 돌려보냈다.

“왕자님, 나중에 또 다른 일이 생기거든 폐하께 고자질을 하십시오.”

“…그래, 알았다.”

아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최음제와 기루의 사내라니, 선물치고는 너무 짓궂고 장난으로도 과했다.

“꼭 그리하셔야 합니다.”

“알았다니까.”

소철은 아운에게서 다시 다짐을 받았다. 사실 소철은 자신이라도 당장 황궁으로 가서 그들의 만행을 고발하고 싶었다.

물론, 소철도 기루에서 온 사내를 기다리는 입장이었다. 제 주인이 외로움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몰래 최음제를 쓴 것은 범죄나 다름없다.

‘폐하께 이르면 왕야들이 합당한 벌을 받을 텐데, 우리 왕자님께서 마음이 약하시니….’

사촌 동생들이 또 지방으로 내쳐질지 모르는 일이라 쉽사리 황제에게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소철은 가만히 차만 마시는 아운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명석과 밤을 보낸 이후로 정원도 제대로 나가지 못했다. 온종일 처소에서 부끄러워만 하고 있었다.

“왕자님, 왕자님께서 불편하시면 내보낼까요?”

“뭐?”

“양 집사와 오 부인 말입니다. 이곳은 왕자님의 궁인데, 편해 보이시지 않으니, 그 식솔들을 내보내는 게….”

소철은 한낱 하인들 때문에 아운이 불편해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양 집사와 식솔들을 내보내겠다고 했다.

“관둬라. 저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아운의 얼굴이 또 벌게졌다. 그 밤의 일만 생각하면 부끄러워 죽을 것 같았다.

“오늘은 이만 씻고 일찍 자야겠구나.”

“예, 그러시지요. 목욕물을 받아 놓겠습니다.”

소철이 욕탕으로 가자 아운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여전히 얼굴이 붉은 그의 고운 손끝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

소철에게는 일찍 자겠다고 했지만 아운은 늘 그렇듯이 잠이 오지 않았다.

목욕을 마친 아운은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탁자에 앉았다.

‘오늘도 잠이 안 올 거 같은데.’

불면증에 좋다는 탕약이나 차를 마셔도 늘 똑같았다.

요 근래에 잠을 푹 잘 수 있었던 건…. 명석과 밤을 보냈을 때뿐이었다. 그날은 정말 정신없이 잠에 빠져서 오후가 지나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몸은 뻐근하고 다리는 후들거려도 정신은 어찌나 맑고 개운했는지.

‘아니야, 그날은 정말 내가 미쳤지.’

다시 생각해도 그날 일이 창피한 아운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꿈도 꾸지 않고 잤다고 하지만 그날 때문에 당분간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것 같았다.

아운은 10년 동안 줄곧 자신을 괴롭혀온 불면증에 깊은 한숨을 쉬었다.

오늘도 계속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그는 하는 수 없이 일어나서 등불을 켜고 서책을 폈다. 의자에 앉은 아운은 넓은 방을 한번 휙 둘러봤다.

곁에서 떠들던 소철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늘 똑같은 침소가 을씨년스러웠다. 아운의 마음도 썰렁한 방처럼 외로워졌다.

제 방을 잠시 돌아본 아운은 따뜻한 차를 한잔을 더 마시려고 일어났다. 소철이 자러 가기 전에 작은 주전자에 더운물을 따라놓고 갔을 것이다.

달그락거리며 다기에 찻잎을 넣던 아운은 차를 타려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

그리고 잠시 그대로 멍하니 생각에 빠졌던 그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일어나서 방을 나섰다.

아운의 걸음은 조용조용했다. 침소가 있는 전각을 나온 아운이 정원을 지나고 쪽문을 통과해서 하인들의 처소가 있는 별채로 향했다.

현월궁은 황제가 쓰던 곳이라 궁인들이 많이 드나들기 때문에 별채가 상당히 컸다. 지금은 몇 사람밖에 쓰지 않지만.

아운은 별채의 가장 끝에 있는 방으로 갔다. 외부로 문이 나 있는 처소에는 명석이 머물고 있었다.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춘 아운은 아직 불이 켜진 문 앞에 잠시 서 있었다.

“…….”

그는 갈등하고 있었다. 처소의 주인을 깨울지 아니면 이대로 제 침소로 돌아갈지.

‘벌써 10년인데….’

사랑하는 연인이 죽은 지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운은 그 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연인을 잊은 적이 없었다. 명석의 처소 앞에 서 있는 지금까지도 말이다.

“…….”

가만히 문만 바라보고 있던 아운은 자신이 괜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처소로 돌아가기 위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외로움과 공허, 불면증은 그를 지켜주지 못한 자신의 죄의 대가다. 그러니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평생을….’

아운은 자신의 죗값을 치르기 위해선 평생 그를 그리워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걸음도 가지 않아서 아운은 다시 몸을 돌렸다. 자신도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오늘 이 문을 두드리지 않으면 자신은 평생 공허함과 불면증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어디에서 용기가 솟았는지 모르지만,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아운이 고운 손으로 문을 두드리려고 했다. 그런데 안쪽에서 먼저 문이 열렸다.

덜컹하고 열린 문 안에서 상반신을 벗은 명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밖에서 서성거리는 인기척을 느끼고 나온 것이다.

“…왕자님이 이곳에는 웬일이십니까?”

명석은 전에 봤던 모습과 상당히 달랐다. 정원에서 잡초를 뽑던 명석이 친근하고 예의 발랐다면, 지금의 명석은 황족에 대한 경외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운은 다소 무례할 수 있는 명석의 말투를 그냥 넘겼다. 아무리 황족이라도 늦은 밤에 불순한 의도로 찾아왔으니 환영받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문 앞에서 선 명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운을 빤히 쳐다봤다.

“…….”

자신을 바라보는 저 시선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 알고 있었다. 장사도에 있을 때도 걸핏하면 자신을 침소로 끌어들였던 작은 주인이 저를 쳐다보는 눈과 똑같았다.

게다가 자신은 불과 이틀 전에 아운의 침실에서 몸을 섞은 사이였다.

‘황후마마께서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말고 함께 밤을 보낼 사람은 내가 선택하라고 했는데. 하지만….’

침상에 함께 누울 사람을 스스로 선택하기에는 아직 제 신분이 미천하기만 했다. 그것도 부모님이 신세를 지는 집의 주인이 하필이면 황족이라.

명석이 현월궁으로 오게 된 것은 연진이 아운에게 명석과 그의 식솔들을 거두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운서가 가장 신경을 써주었다. 아운이 까다로운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편히 지낼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황제에게 직접 나설 정도로 신경을 썼는데, 그가 현월궁을 나오게 되면 운서에게 누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영서도 걱정할 게 틀림없었다.

그뿐인가, 부모님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부모님께서 집도 넓고 모시는 주인이 한 명이라 좋아하시는데.’

명석은 아운을 계속 빤히 바라봤다.

“…….”

아운도 계속 다른 말 없이 우물쭈물하고만 있었다. 잠시 아운을 지켜보던 명석은 옷도 입지 않고 문을 닫고 나왔다.

“송구하지만, 소인의 부모님께서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전처럼 왕자님의 전각으로 가시죠.”

명석은 제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운의 마른 몸을 휙 들어서 어깨에 올렸다. 그 바람에 아운은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다른 하인들을 깨우지 않으려 황급히 입을 막았다.

명석은 성큼성큼 걸었다. 키가 큰 만큼 다리가 길어서인지 그의 어깨 위에 올려진 아운은 정신이 없었다.

그의 정신이 돌아오게 된 건 자신의 침상에 내던져졌을 때였다. 아주 잠시 잠깐, 제정신을 차렸다. 그런데 명석이 바로 그의 몸 위로 올라타서 옷을 벗겼다.

저번에는 정신이 없던 터라 몰랐는데, 아주 능숙한 손길이었다. 순식간에 속곳까지 벗겨지고 발가벗겨진 아운은 얼굴을 붉히고 명석을 올려다봤다.

“소인이 왕자마마께서 혼자 지내신 지 꽤 오래라고 알고 있습니다.”

“……?”

“따로 몸에 바르시는 향유는 가지고 계십니까? 제 것에 익숙해지시려면 향유가 꼭 필요할 텐데요.”

“그게 무슨…?”

명석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성격이라 아운의 손을 덥석 잡아서 제 사타구니를 만지게 했다.

“앗!”

“이틀 전에도 이걸로 즐기셨잖습니까.”

“…….”

그제야 명석의 말의 뜻을 깨달은 아운이 얼굴을 벌겋게 물들었다. 명석의 다리 사이에는 웬 몽둥이가 매달려 있었다.

이틀 전에는 최음제 때문에 명석의 성기가 이렇게 무식하게 큰 줄은 몰랐다.

아직 발기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크기면 대물 중의 대물이다. 명석의 말대로 성교에 익숙지 않은 제 구멍이 거근을 쉽게 받을 수는 없을 터다.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구나.”

명석의 뜨거운 육봉을 손에 쥔 아운은 두려움 때문인지 이제야 정신이 들었다. 죽은 연인만을 사랑하기로 하고 고작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그 마음을 잘 지키고 있었는데, 하인의 아들을 보고 음심을 품다니.

역시 외로움 때문에 잠시 미친 모양이다. 아니, 이틀 전의 쾌감 때문인지도….

“무엇을 말입니까?”

“전에 네가 나를 보는 시선이….”

아운이 명석에게 이상한 마음을 품은 계기는 자신을 바라보던 시선 때문이었다. 이틀 전의 강렬한 성교와 강인해 보이는 커다란 몸 때문은 절대 아니었다.

“소인의 시선 말씀입니까?”

“그래, 뒷마당과 정원에서 말이다.”

“…그건 왕자님의 핏기 없는 얼굴과 흐리멍덩한 눈이 꼭 전 주인님을 닮아 신기해서 본 것이옵니다.”

“…흐, 흐리멍덩하다고?!”

아운은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너무 놀랐다. 제 눈빛이 흐리멍덩하다니 좀 충격이었다.

“송구합니다. 소인이 입에 발린 말은 못 하는 성격이라서요. 벌을 주신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아니, 아니다. 그건 그렇고, 전 주인이라니? 요선각의 작은 주인을 말하는 것이냐?”

“그럴 리가요. 요선각의 나리들은 생기 넘치는 분들입니다. 그분들은 하찮은 노비였던 소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주신 분들이고, 전 주인은 장사도의 작은 주인을 말하는 겁니다. 그분도 제게 왕자님처럼 잠자리를 요구하셨지요.”

명석은 씁쓸한 얼굴로 덤덤하게 말했다. 그 말을 전부 들은 아운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얼마 전에 저를 빤히 쳐다보기도 했고, 또 기루의 사내도 아닌데 안아주었다. 그래서 당연히 저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용기를 내서 찾아갔건만, 못된 전주인과 똑같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하긴, 이틀 전의 일은 오해가 있었지. 명석의 입장에서는 서로 눈이 맞은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잠자리를 요구한 꼴이구나.’

명석의 시선을 곡해한 아운은 너무 창피했다.

“그럼… 여기는 왜 따라온 거냐?”

쥐구멍에 숨고 싶은 아운은 얼굴을 푹 숙이고 이불을 당겨서 제 벌거벗은 몸을 가렸다.

“소인의 양친이 이곳, 현월궁에서 일을 하지 않습니까. 여기서 쫓겨나면 갈 곳도 없고, 요선각의 나리들께서 걱정하실 테니까요.”

저와 가족들이 쫓겨나면 영서와 운서는 분명 살 집과 일자리까지 구해줄 것이다. 명석은 더는 그들에게 무엇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받은 은혜도 다 갚기 어려운데, 또 신세를 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런.”

명석의 말을 들은 아운은 더 창피했다. 자신의 나이가 이제 서른이다. 그리고 황족이자 황제의 사촌이다. 그런데 시정잡배들처럼 신분을 이용해서 어린 사내를 강제로 탐내고 있는 꼴인 것이다.

‘평소에는 소심하기만 한 놈이….’

아운은 살던 대로 살지 왜 갑자기 하지 않던 짓을 해서 한참 어린 사내에게 창피를 당하냐고 자책했다. 스스로를 질책하다 보니 옛 연인에게도 명석이에게도 미안해서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미안하구나. 내가 그 사람이 그립고… 너무 외로워서.”

아운은 부끄럽고 제가 너무 못나 보여서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평생 죽은 연인만을 사랑하겠다고 결심했지만, 솔직히 너무 외롭고 고독했다.

‘그가 나 때문에 죽었는데, 외로움에 미쳐서 정신이 나간 짓을 저질렀구나.’

“…….”

명석은 비단 요에 누워 훌쩍거리는 아운을 그냥 쳐다만 봤다. 예전 같으면 황족의 배부른 투정으로만 보고 이 사람을 더욱 싫어했을 것이다.

자신의 삶은 늘 힘들기만 해서 사랑의 아픔 같은 건 몰랐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운서와 영서 덕분에 이제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외로움에 누군가를 필요로 하면서 옛 연인을 잊지 못해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다. 혼인을 하고도 자신을 침상으로 끌어들였던 장사도의 첫째와는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울지 마십시오, 자세한 사정은 몰라도 왕자님 탓은 아닌 것 같으니까요.”

“……?”

“신분을 이용해서 소인을 침소로 끌고 온 것치고 소심해 보이시고, 죽은 사람을 붙잡고 괴로워하시는 왕자님이 안쓰러워서 그럽니다.”

명석은 아련한 눈빛으로 아운을 바라봤다. 확실히 사랑하던 사람을 잊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오늘 내가 너를 부른 건 확실히 잘못한 게 맞구나. 미안했다.”

더욱 표정이 어두워진 아운은 명석에게 이만 돌아가라고 했다. 그런데 명석은 침소를 나가는 대신 바지를 벗었다. 속곳까지 벗자마자 몽둥이 같은 남근이 드러났다.

“뭐, 뭘 하는 거냐?”

아운은 얼른 커다란 살 몽둥이에서 시선을 돌리며 얼굴을 한껏 붉혔다.

“이대로 돌아가면 뭘 합니까. 이왕 왕자님의 처소까지 왔으니 조금이나마 즐겁게 해드리지요.”

명석이 아운의 발목을 잡고 웃었다. 그 순간, 강아지 같던 그의 얼굴에서 색기가 돌기 시작했다. 명석은 아운이 싫다고 거부하기 전에 그의 위를 덮치고 입을 맞췄다.

“으읏….”

황제의 사촌을 동정할 마음은 없지만, 왠지 처량 맞게 우는 아운은 확실히 안쓰러워 보였다.

제 방으로 찾아왔을 때는 오만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왕자면서 미안하다고 사과도 하는 걸 보니 의외로 성격이 순했다. 옛 연인을 못 잊어서 우는 것도 조금은 귀엽게 느껴졌다.

‘그래도 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신분의 차이도 그렇지만, 명석은 영서나 운서처럼 밝은 사람이 좋았다. 장사도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조금이나마 견문이 넓어진 지금은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을 보는 게 행복했다.

그래도 오늘 밤만은 외로운 왕자님으로 만족해 볼 생각이었다. 아운의 미모가 나쁘지 않으니 그럭저럭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운의 얼굴은 확실히 명석의 취향이었다.

명석은 아운의 양쪽 발목을 잡아 벌리고 제 몸을 그 안으로 넣었다. 허리도 발목도 참 가늘었다.

밥을 먹는 건지 모르게 몸이 말랐는데, 피부는 여전히 비단처럼 부드러웠다. 그의 허리를 더듬는 제 손이 거칠어서 미안할 정도였다.

‘황족이라 그런가?’

“아읏….”

아운이 명석의 손길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손이 거칠어서 송구합니다.”

“그게 아니라….”

명석의 손이 거칠기도 했지만, 그보다 누가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또 흥분하고 있었고.

아운은 몸을 조금 더듬은 것만으로도 신음을 흘리는 자신이 창피해졌다.

“저기….”

아운은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는데, 명석의 입술이 그의 입술을 눌렀다. 뜨거운 혀가 곧장 입술 사이를 가르고 들어와 입안에서 분탕을 쳤다.

놀란 아운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마자 커다란 손이 그의 엉덩이를 덥석 잡았다.

“…읍!”

마른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명석은 아운의 입안을 헤집어 혀와 입술을 섞으면서 손으로는 거침없이 엉덩이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응응, 아응.”

엉덩이가 이리저리 만져지는 것만으로 신음이 멈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명석의 손길이 너무 거칠었다. 입안에서 혀가 진득하게 움직이고 입술이 아플 정도로 빨렸다. 아운은 이것만으로 정신이 없었다.

커다란 손이 엉덩이만이 아니라 허벅지로 허리로 움직이면서 여기저기를 꽉 쥐었다가 놓고 살갗을 거칠게 비볐다.

명석이 다시 엉덩이를 쥐었을 때 그의 입술이 떨어졌다. 그러나 완전히 떨어지지 않고 재차 빨렸다. 아운의 입술을 핥은 명석이 떨어지자 두 사람의 입술 사이에서 타액이 기다란 실타래를 만들었다.

그대로 입술을 살짝 벌리고 있는 아운은 넋을 놓은 표정이었다. 입맞춤만으로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 아운은 숨을 몰아쉬었다.

“기분 좋으셨습니까?”

명석은 입맞춤에 붉게 부은 아운의 입술을 보며 제 입술을 핥았다. 그 모습에 아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을 더 붉히자 명석은 입맛을 다셨다.

도톰하고 붉게 물든 입술이 상당히 요염했다. 맛도 나쁘지 않았다.

명석은 잠시 아운의 몸을 감상했다. 몸은 말랐지만 보기 싫을 정도는 아니고, 피부는 유독 희고 고왔다. 그 위로 붉은 돌기가 가슴 위에 도드라져 있고, 양물은 제 입맞춤만으로 발딱 서 있었다.

자극에 참 약한 것 같았다. 명석의 아운의 양물을 덥석 잡았다.

“앗!”

부드러운 몸이 부르르 떨렸다. 성기가 잡힌 것만으로 아운은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흥분했다. 그의 물건이 더 단단하게 발기하고 선단에서 분비액이 방울방울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10년 동안 사내의 손을 타지 않은 것치고는 입술 맛이 나쁘지 않습니다. 왕자님의 입술만큼 요것도, 신음도 색스러울지 궁금합니다.”

명석은 그의 물건을 감싸 쥐고 주물럭거렸다.

“하앗, 제발!”

아운이 크게 신음하며 허리를 들썩거릴 때, 명석은 씨익 웃으면서 아운의 골반을 잡고 머리를 아래로 휙 내렸다. 명석이 혀로 아운의 양물을 날름날름 핥기 시작했다.

“히잇! 앗!”

갑작스럽게 급소부터 핥아지는 애무에 아운의 가는 허리가 크게 들썩거렸다.

“잠깐, 저기…, 갑자기 그러면, 아읏!”

“얌전히 계십시오. 이런 걸 해달라고 소인을 찾아오신 게 아닙니까.”

아운을 쳐다보며 씨익 웃는 명석의 눈이 상당히 짓궂었다. 그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서 반박할 수 없는 아운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수치심에 아운의 얼굴이 더 붉게 달아오른 순간, 명석의 혀가 다시 선단에 닿았다.

사악, 사악.

뜨거운 혀가 젖은 선단을 핥았다. 그는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분비액을 핥으며 혀를 놀리고 선단을 완전히 감싸듯 삼켰다. 얇은 표피에 닿는 더운 숨에 아운은 이대로 절정에 오를 것 같았다.

명석이 제 고간에 혀를 대고 선단을 핥을 때마다 허리가 녹을 정도의 쾌감이 몰려왔다.

“하윽, 미칠 것 같아….”

계속 허리를 부들거리는 아운은 머릿속까지 뜨거워졌다. 이런 쾌감을 원해서 명석을 유혹한 자신이 파렴치한처럼 느껴져서 민망한 한편, 기분이 너무 좋아서 계속 애무를 받고 싶었다.

“앗, 아읏, 아흑.”

제 손가락을 깨물며 신음하는 아운은 숨 막힐 것 같은 쾌감 때문에 괴로울 정도였다. 아니, 그보다 빨리 정액을 싸고 싶었다.

긴장으로 아운의 허리가 바짝 조여지는데, 갑자기 명석이 입으로 그의 남근을 완전히 삼켰다.

“헉!”

아운은 어떤 말과 신음도 내뱉지 못하고 눈만 크게 떴다. 명석이 두툼하게 발기한 물건을 목구멍이 닿도록 삼킨 것뿐만 아니라 아운의 음낭까지 손으로 자극했다.

더운 혀가 제 성기를 휘감는 느낌에 아운은 신음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대로 사정했다.

“흐아앗, 아흑!”

진하고 질척한 정액이 순식간에 명석의 입안으로 쏟아졌다. 목구멍으로 씨물을 받은 명석은 살짝 인상을 쓰며 입을 뗐다.

입술이 떨어지자 질척한 사정액이 발긋한 선단과 명석의 혀 사이로 늘어졌다.

“맛도 변변히 못 봤는데, 벌써 싸시면 어쩌십니까.”

명석은 너무 일찍 음수를 배출한 아운을 가볍게 타박하며 그의 것을 계속 주물럭거렸다. 그 때문에 아운의 얼굴이 불에 타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전에도 이러시더니, 유독 자극에 약하십니다.”

“그, 그게….”

아운은 그게 아니라 전에는 최음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려 했다. 그러나 왠지 또 민망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냥 미안하다고 소심하게 속삭이기만 했다. 거침없는 명석의 말투나 행동도 당황스럽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몸도 곤혹스러웠다.

무엇보다 지금 이 상황을 만든 자신이 가장 싫고 한없이 부끄러웠다.

아운은 명석에게 찾아가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랬다면 차만 마시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 오늘도 계속 뒤척거리다가 잠이 들겠지만 뭐 어떤가.

자신의 어리석은 짓을 반성하고 싶은데, 명석은 그럴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는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부끄러움에 훌쩍거리는 아운의 물건을 잡고 거친 손으로 이리저리 만졌다.

“흐읏…, 잠깐!”

가는 허리를 크게 뒤트는 아운의 성기는 또 금세 발기했다. 아운은 사정을 빨리 한 것도 금세 발기하는 제 남근도 다 창피했다.

“마, 만지지 마….”

“만지지 말라고요?”

명석은 피식 웃었다. 전처럼 실컷 만지고 박아달라고 자신을 찾아왔으면서 내숭이었다. 지금 상황을 누가 본다면 저가 아운의 침소에 몰래 들어와서 덮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렇게 발딱 솟은 걸 보니, 왕자님께서 어지간히 굶주리신 모양입니다. 전쟁터에 남편을 보낸 부인도 아니고 웬 수절입니까?”

“수, 수절이라니?”

아운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게 무슨 말이냐고 황당해했다.

“설마, 그동안 기루도 안 가셨습니까?”

“나, 나는 그런 곳을 드나드는 사람이 아니…, 으읏.”

아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명석이 그의 것을 또 입으로 덥석 물고 빨기 시작했다. 츱츱, 쪽쪽, 음란한 소리와 함께 아운의 선단과 기둥이 명석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나오고 다시 들어갔다가 나왔다.

몸의 쾌감 때문에 아운의 정신마저 혼란해지기 시작했다.

“아아, 좋아! 미치겠어.”

아운의 하반신이 계속 들썩거렸다. 조금 전까지 부끄러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불을 잡고 좋다고 헐떡거리느라 바빴다.

명석은 아운의 골반 대신 엉덩이를 꽉 쥐었다. 하얀 둔턱을 양쪽으로 벌리자 아운의 양물이 더 도드라졌다. 명석은 아운의 남근을 더욱 거칠게 몰아붙였다.

츠읍, 츱.

음액으로 꾸덕꾸덕하게 젖은 것을 진득하게 빨았다. 명석의 타액과 아운의 분비액이 뒤섞이고 그것이 질질 흘러내렸다. 분비액이 음낭과 그 아래에 있는 음문을 적실 때였다.

아운이 가벼운 경련과 함께 다시 사정했다.

“하으읏!”

아운은 새된 신음과 함께 사정액을 내뿜었다. 또 음수를 빨리 싸버린 것이다. 연달아 사정을 거듭해서 그런지 아운은 벌써 기진맥진했다.

명석은 아운의 사정액이 묻은 입술을 쓰윽 닦고 상체를 들었다.

“벌써 지치신 겁니까? 이제 시작인데요.”

얼굴은 물론 몸 전체를 붉게 물들이고 있는 아운은 수치심에 부들거렸다. 아운은 다시 한 번 명석을 무작정 침소로 끌어들인 걸 후회했다.

잠도 오지 않고 계속 그날 밤만 생각나서 찾아가긴 했지만, 저는 아무것도 못 하고 침상에서 바들거리며 봉사 받는 게 다였다.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그, 그게…, 네 손길이 너무 거침없어서….”

“그렇습니까?”

아운의 음수를 제 바지에 쓱쓱 닦은 명석은 그냥 씨익 웃었다. 아운은 그의 손길이 거침없다고 했지만, 평소에 비하면 건드리지도 않은 수준이었다.

다른 사람을 상대했더라면 명석은 지금쯤 상대의 음탕한 구멍에 손가락 세 개를 박고 돌리면서 제 성기도 빨라고 시켰을 것이다.

명석은 아운의 몸을 끌어당겨 제 허벅지 위에 앉혔다. 마른 몸이 돌덩이 같은 다리에 올라앉자 시선이 마주쳤다.

사정의 여운에 몸을 살짝 떨고 있던 아운은 바로 눈을 살짝 내리깔고 저를 바라보는 명석의 눈을 피했다.

아운의 눈가와 얼굴이 유독 붉었다. 촘촘한 속눈썹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명석은 붉게 달아오른 아운의 눈가가 마음에 들었다. 어딘가 운서를 떠올리게 하는 표정이었다.

“이번에는 왕자님께서 소인의 좆을 만져보시겠습니까?”

“뭐?”

아운은 무슨 말이냐고 화들짝 놀랐지만, 명석이 제 성기를 쓱쓱 만졌다. 그러자 몽둥이 같은 시커먼 물건이 불쑥 튀어나왔다.

“힛!”

명석의 남근은 성기가 아니라 정말 장작이나 몽둥이 같았다. 게다가 핏줄이 엉킨 기둥이 너무 울퉁불퉁해서 무섭기도 했다.

그런데 아운은 명석의 살 몽둥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입을 달싹거리던 아운은 눈을 더 적시더니 또 고개를 돌렸다.

“너, 너무 크잖아….”

흉기 같은 육봉의 생김새에 아운이 겁을 먹은 것 같았지만, 명석은 다짜고짜 그의 손을 잡고 제 사타구니로 이끌었다.

“이 모양으로 크게 태어난 걸 어쩌라고요. 어서 만져보십시오.”

“히잇, 저, 저기… 잠깐. 앗, 뜨거워.”

발기한 것을 억지로 잡은 고운 손이 덜덜 떨렸다. 명석이 제 물건을 억지로 쥐여주자 아운이 부들거리며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소인의 좆이 무섭습니까? 저번에는 밑구멍으로 잘 삼키시고는 내숭이십니다.”

“이, 이렇게 큰… 성기는 처음 본다.”

“쯧, 왕자님이시면서 그동안 좆이 작은 놈들만 만나셨나 봅니다. 소인이 이참에 실컷 대물 맛을 보여드리지요.”

“…뭐?!”

아운이 또 얼굴을 화르륵 붉히며 명석을 쳐다봤다. 둘의 시선이 잠깐 얽혔는데, 아운은 또 시선을 돌렸다. 명석은 아까보다 더 부끄러워하는 아운을 놀려줄 생각인지 그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꽉 잡았다.

“앗!”

“왕자님의 엉덩이가 참 탱글탱글합니다.”

커다란 손이 아운의 작은 엉덩이를 느긋하게 주물렀다. 피부가 정말 부들부들했다.

“10년 동안 구멍을 안 쓰셨다길래, 속살이 흐물거릴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꽉 조이면서 좆을 탐욕스럽게 빠셔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타, 탐욕스럽다니? 그, 그런 상스러운 말을….”

명석이 말로 희롱하자 아운은 금방이라도 크게 울 것 같았다. 소심한 성격 때문인지 하지 말라고 하지도 못하고 울상을 짓고 있었다.

“소인의 대물 맛을 보고 안달 나서 또 먹여달라고 오신 게 아닙니까. 이틀 전에도 왕자님의 보지로 맛보는 좆이 너무 달다고 더 달라고 애원하셨지요?”

“……!”

아운은 명석의 앞뒤 없는 희롱에 기절할 것 같았다. 태어나서 이런 천박한 말은 처음 들었다. 너무 기가 막혀서 가만히 있는데, 명석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입술을 핥았다.

“힛!”

갑작스러운 애무에 아운이 화들짝 놀랐다. 그의 마른 몸이 크게 움찔하는데, 명석의 혀가 그대로 가슴으로 내려가 타액에 젖은 돌기를 핥기 시작했다.

“앗, 앗.”

아운은 명석의 울퉁불퉁한 남근을 잡은 그대로 신음했다. 명석은 일부러 젖은 소리를 내며 아운의 젖꼭지를 빨았다. 쯔읍, 츱츱, 혀로 돌기를 짓누르고 세게 빨아올리자 마른 몸이 또 크게 움찔움찔 떨었다.

그럴 때마다 아운이 저도 모르게 양손으로 명석의 대물을 꽉꽉 잡았다.

“음, 조물조물 귀엽게도 만지십니다.”

“앗, 그, 그게 아니라….”

제 손이 명석의 육봉을 더듬고 있다는 걸 깨달은 아운은 화들짝 올라서 얼른 손을 뗐다.

“곧 왕자님의 밑구멍으로 실컷 맛볼 텐데 뭘 그리 부끄러워하십니까?”

명석은 웃으면서 아운의 엉덩이 사이를 더듬었다. 굵은 손끝이 갈라진 틈을 만지자 아운의 표정이 굳었다.

“…….”

“왕자님의 보지 구멍이 너무 작은 것 같습니다. 정말로 한 번도 안 쓰셨습니까?”

명석은 아운을 놀리듯 물었다. 명석의 입장에서는 신분도 높고 잘생긴 아운이 새로운 연인을 구하지 못해서 하인의 아들에게 매달리는 게 이해되지 않은 것이다.

“…뭐, 뭐라?! 무슨 구멍?”

“보지 구멍이라고 했습니다.”

“그, 그런 망측한 말은 어디서 배운 것이냐!”

“싫으십니까?”

명석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불평했다. 욕망만 넘치는 성교에서 성기를 넣는 구멍을 뭐라고 하든 무슨 상관인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고, 그것도 지위를 이용해 저를 침대로 끌어들였으면서 점잖은 척하는 게 우스웠다.

‘자기의 쾌락을 위해서 나를 이용하면서, 나는 즐기면 안 된다는 건가? 하긴 장사도의 나리도 그랬지.’

외롭다고 훌쩍거릴 때는 안쓰럽더니.

역시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아운은 장사도의 첫째처럼 눈빛만 흐린 게 아니라 성격마저 비슷한 모양이었다.

‘내 주제도 모르고 안쓰러워한 게 잘못이지. 어차피 나 같은 건 편히 쓸 노리개로 볼 텐데.’

명석은 자신이 만만해서 이용한다고 생각하고 빈정이 상했다. 이대로 아운을 뿌리치고 제 처소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운서와 영서에게 다시 폐 끼치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아운의 허락 없이 제 마음대로 오갈 순 없는 노릇이었다.

“하여간 높으신 나리들은 알몸으로 뒤엉키는 자리에서도 가리는 게 참 많으십니다.”

“그게 아니라….”

아운이 뭐라고 변명을 하려고 했다. 다그치려는 게 아니라 너무 부끄러워서 그랬다고.

하지만 명석은 들을 생각이 없는지 아운의 붉은 돌기를 핥으면서 좁은 구멍을 쓰다듬었다. 입구를 쓰다듬다가 검지를 불쑥 넣었다.

“앗, 너무 갑자기, 아… 아읏.”

아운의 엉덩이가 요동쳤다.

“겨우 손가락 하나입니다. 다 넣은 것도 아닌데, 엄살을 부리시면 소인의 좆은 어떻게 받으시려고요.”

명석은 귀찮은 듯이 말하며 뒤로는 계속 손가락을 넣었다. 안쪽은 전보다 부드럽긴 했지만, 여전히 좁았다. 아운의 점막이 손가락을 거부하듯 안을 꾹꾹 조이며 밀어냈다.

거기에 더해 아운은 온몸을 다 부들거리며 떨고 있었다. 운서와 잠자리를 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떨림이었다.

‘황후마마는 정말 능숙하셨지.’

명석은 손가락을 휘적휘적 돌리며 운서를 생각했다.

운서는 상대를 희롱할 줄 알았다. 수줍어하면서도 자신의 대물을 능숙하게 집어삼켰었다. 그의 안에 성기를 넣고 있으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욕망에 삼켜지곤 했다.

‘…….’

명석은 운서가 그리웠다. 그리고 마음 착한 영서도. 사실 명석은 현월궁에 오고 싶지 않았다. 계속 두 사람과 계속 함께 있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은 제가 인연을 맺을 사람들이 아니었다.

운서는 명석에게 출세를 하여 지위를 갖추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위로해주었다. 하지만 운서나 영서처럼 착하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또 있을 리 없다.

‘그래, 있을 리가 없지.’

만약에 두 사람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고 해도 자신과 인연이 맺어질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게냐?”

“예?”

명석은 깜짝 놀라서 아운을 쳐다봤다. 그는 아운의 엉덩이에 손가락을 반쯤 넣고, 가슴에 입술을 댄 채로 멍하니 넋을 놓고 있었다.

입술도 손가락도 모두 멈춘 상태였던 명석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아운의 시선에 조금 머쓱했다. 잠자리에서 한 번도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아운과의 성교가 지루해서 그런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송구합니다.”

자신을 바라보는 아운의 시선은 어쩐지 싸늘했다. 명석은 다시 아운의 허리를 안고 입술을 가까이 가져갔다.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입을 맞추려는 것이다.

“아니다. 내켜 하지 않는 걸 보니 내가 너한테 무리한 요구를 한 모양이구나.”

아운은 명석을 밀어내며 몸을 일으켰다. 명석도 순순히 팔을 풀었다. 명석은 괜히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이만 돌아가렴.”

이불로 벗은 몸을 가린 아운은 한숨과 함께 잠시 명석을 빤히 보더니 돌아가라고 했다. 원망의 시선이었다. 자기가 억지로 끌고 왔으면서 왜 저런 눈으로 보는 건지, 명석은 아운이 이해되지 않았다.

“…….”

“내가 미안하구나. 괜히 널 본 후에 이상한 마음이 들어서….”

명석이 가만히 있자 아운은 변명하듯 아무 말이나 늘어놓았다.

그런 그를 빤히 보던 명석은 돌아가란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지요.”

명석은 아운의 말을 더 듣지 않고 침상에서 내려와 바닥에 떨어진 제 옷을 주워 입었다. 어차피 내키지 않은 성교였으니, 잘된 것이다.

“그럼 쉬십시오.”

그의 목소리는 냉랭했다. 이곳에는 강제로 끌려왔고 또 다정한 말을 주고받을 사이도 아니었으니까.

형식적인 인사를 한 명석은 바로 아운의 처소를 나갔다.

***

다음 날, 잠을 설친 아운은 까칠한 얼굴로 일찍 일어나 있었다. 거의 잠을 자지 못한 그는 어젯밤의 일 때문에 더욱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미쳤지.”

명석이 기루의 기생도 아닌데 잠자리를 요구했으니 분명히 자신을 이상하게 보았을 터다.

전에는 오해와 우연이 겹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어제는 전혀 달랐다. 분명히 권력을 이용해서 잠자리나 요구하는 재수 없는 왕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운이 부끄러움과 함께 중얼거릴 때 소철이 따뜻한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그는 어제보다 더 기분 좋은 표정으로 활짝 웃고 있었다.

“왕자님, 이른 아침부터 뭐라고 중얼거리시는 겁니까?”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운은 얼른 입을 닫고 제 혼잣말을 소철이 들었을까 봐 그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소철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는지 평소와 똑같이 행동했다.

찻잔에 담긴 쟁반을 탁자에 내려놓은 소철은 정원이 가장 잘 보이는 창은 건드리지 않고 다른 창문을 열었다.

그동안 아운은 느릿느릿 일어나서 탁자에 앉았다. 그는 피곤한 얼굴로 소철이 내미는 찻잔을 받았다.

아운의 앞에 마주 앉은 소철도 차를 후룩 마셨다. 그러고는 음흉한 미소와 함께 아운의 침소를 한번 훑고는 주인에게 물었다.

“피곤해 보이시는군요. 왕자님, 어젯밤에는 즐거우셨습니까?”

“……?”

평소와 다른 질문에 아운은 고개만 갸웃거렸다.

“왜 모른 척을 하십니까. 명석이와 밤을 보내셨지요?”

“…뭐, 뭐?! 컥!”

생각지도 못한 소철의 질문에 사레가 들린 아운은 입속에 든 차를 뿜어냈다. 차는 소철의 얼굴과 옷을 적셨다.

“왕자님….”

소철은 정색을 하며 옷 소매로 제 얼굴을 닦았다.

“즈, 즐거웠냐니…?!”

“어젯밤에 명석이를 침소로 데려오시지 않으셨습니까.”

“헉, 쿨럭!”

아운은 다시 기침을 했다.

“이번에는 차를 마시지 않으셔서 다행입니다.”

소철은 태연한 얼굴로 제 몫의 차를 호록 마셨다.

“어, 어떻게 알았어?”

“소인의 처소가 저기 복도 끝에 있는 걸 잊으신 겁니까? 왕자님의 침소로 들어가려면 소인의 침소를 지나야 합니다. 어젯밤 복도를 지나가는 발소리가 시끄러워서 내다봤더니, 명석이가 왕자님을 짐처럼 어깨에 짊어지고 가더라고요.”

순간 아운의 얼굴이 완전히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어제 명석이가 제 엉덩이 속에 손가락을 넣고 돌리면서 동시에 양물을 입으로 빨아줄 때보다 더 창피했다.

“전에는 명석이를 탐탁지 않아 하시더니, 어느새 눈이 맞으신 겁니까?”

소철은 그날 밤이 참 좋았냐는 눈빛이었다. 아운은 입을 꾹 다물고 대답을 회피했다.

“…….”

“찬찬히 지켜보니 명석이가 꽤 괜찮은 놈이더군요. 얼굴도 썩 잘생기고 덩치도 남다르고요. 게다가 성격도 좋지 않습니까. 황후마마가 왜 그 아이를 챙기시는지 알 것 같습니다.”

“…….”

이번에도 아운은 대답하지 않았다. 소철은 아운이 대답을 하든 말든 제 말을 이었다.

오해로 인해 아운과 억지로 밤을 보내고도 원망의 말도 없던 명석이었다. 자초지종을 말하니 오히려 다행이라고까지 했다.

소철은 제 주인이 명석이와 언제 눈이 맞은 건지 모르겠지만, 잘됐다고 생각했다. 옛 연인만 그리워하던 아운이 다른 사람을 침소로 들였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드디어 연인의 죽음에서 비롯된 죄책감과 오랜 자책을 떨치고 다른 사내를 받아들인 것이다. 소철은 당장 잔치라도 벌이고 싶었다.

“저기….”

“명석이가 당장은 신분이 낮아도 이젠 노비도 아니고, 출세할 일만 남지 않았습니까. 폐하께서도 직접 태감에게 명석이의 가족이 지낼 만한 곳을 알아보라고 하셨고요.”

소철은 황제까지 명석을 신경 쓰는 걸 보니 나중에 대장군이 되겠다며 좋아했다.

“저기 소철… 그게 아니라.”

“대장군이라도 황족인 왕자님에 비하면 신분이 미천하지만, 황후마마께서 힘을 실어주신다면야 왕비님도 반대하시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철은 제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소철, 미안하지만 명석이와 안 잤어.”

“네?! 아니, 어제 분명히 명석이가 왕자님을 어깨에 짊어지고 침소로 들어가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는데요.”

“아, 그러니까 어제는 정말 내가 어떻게 됐었나 봐….”

아운은 한숨과 함께 머리를 감쌌다. 어젯밤의 일을 생각하면 정말 창피하기만 했다.

“명석이와 눈이 맞은 게 아니라… 내가 강제로. 그러니까….”

“설마! 왕자님께서… 그러니까 강제로 잠자리를 강요하셨단 겁니까?!”

소철은 날벼락이 떨어진 것처럼 입을 쩍 벌렸다. 아운답지 않은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미안해.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어. 그날 아침에 명석이를 보고 나니까.”

아운은 말을 끊었다. 뒷마당에서 장작을 패는 명석을 봤을 때는 분명히 별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정원에서 잡초를 뽑고 있던 그를 발견했을 때 옛 연인의 그림자를 느꼈다.

늘 심심하다고 정원을 가꾸길 좋아하던 연인이었다. 비록 자기가 직접 심었던 복숭아나무에 목을 맸지만.

아운은 자신이 앉은 탁자에서 가장 가까운 창문을 바라봤다.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소철은 늘 저 창문을 열지 않았다. 자신의 연인이 목을 맨 복숭아나무의 그루터기가 가장 잘 보이기 때문이었다.

‘생긴 건 정반대인데 어째서 그가 생각난 거지…?’

아운의 옛 연인은 호리호리한 체격에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명석은 소철의 말대로 썩 잘생기긴 했으나 체격이 무시무시했다.

명석에게 끌린 까닭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는 제가 명석에게 끌린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자신을 쳐다보는 눈길 때문이었다.

그 무심한 눈동자. 그와 똑같이 저를 끈질기게 쫓던 무심한 시선 때문이었다.

‘그도 늘 그런 시선으로 날 쳐다봤었지.’

아운이 생각에 잠긴 동안 소철은 그의 얼굴을 살폈다. 어젯밤에 명석과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에게 마음이 없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침소로 유혹하는 건 건강한 성인으로서 당연한 일이지요. 왕자님께서 혼자 지낸 지 오래라 연애에 서툴러 실수를 하신 모양입니다. 다음에는 꼭 절차와 순서를 밟으십시오.”

“…그래.”

아운은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아운의 대답이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소철은 당분간 제 주인을 재촉하지 말고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연애는 주변에서 안달하면 더 안 되는 법이다.

‘10년이나 입을 다물고 왕자님의 곁을 지켰는데, 몇 달 정도 참는 건 일도 아니지.’

더군다나 아운이 누군가에게 자신의 욕망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난봉꾼인 두 왕야들과 다르게 황족 중에서 가장 점잖은 사람이었다.

‘어젯밤에는 또 오해가 있었겠지.’

아운이 명석을 제대로 유혹하지 못하고 실수했다고 생각한 소철은 더 캐묻지 않고 차만 호록 마셨다.

“왕자님, 오늘 아침도 죽으로 드시겠습니까?”

“…으응.”

“알겠습니다. 어제 오 부인에게 전복죽을 끓여달라고 했으니 금방 가져오겠습니다.”

소철은 기가 죽은 제 주인이 귀여워서 웃음을 참으며 방을 나갔다.

***

황궁에서 근무를 마친 명석이 현월궁으로 돌아오자 하인들이 정원을 손질하는 모습이 보였다. 소철도 함께였다.

한창 잡초를 뽑던 그는 명석을 보자 기다렸다는 듯이 불러 세웠다.

“명석아, 잠깐 나 좀 보자.”

“예.”

명석은 소철을 따라갔다. 소철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조용한 전각으로 명석을 데려갔다. 현월궁에는 아운뿐이라서 그의 서재와 침소가 있는 유현각을 빼면 대부분 비어 있었다.

정원이 잘 보이는 곳으로 데려간 소철은 명석을 의자에 앉히고 시원한 차를 내주었다.

“궁에서의 일은 어떠냐?”

“불편한 일은 없습니다.”

“그래, 잘 적응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황후마마께서 네 뒤를 봐주신다고 했으니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 그래도 혹시 황후마마께 말씀드리기 어려운 일은 내게 말해라. 우리 왕자님께서 네 편의를 봐줄 정도의 힘은 있으니까.”

소철은 아운의 능력을 강조했다. 아운이 가진 권력이 황후보다는 못해도 대부분의 일은 처리해 줄 수 있긴 했다.

“예,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뭐냐, 너를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어젯밤에 왕자님께서 너를 찾아가셨다지?”

“…아, 예.”

명석은 살짝 긴장하며 대답했다.

“잠자리는 하지 않았다는데….”

“뭐, 그렇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젯밤의 일은 왕자님을 대신해서 사과하마. 아마 왕자님께서 너무 오랫동안 혼자 지내신 터라 외로움에 지친 상태여서 실수를 하신 모양이야.”

소철은 아운이 아무리 신분이 낮아도 억지로 사람을 이용할 분이 아니라고 대신 변명을 했다.

“…….”

명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지만, 어젯밤에 자신을 찾아왔던 아운은 신분을 이용해서 잠자리를 요구했었다.

‘하인을 시켜서 대신 변명을 하는 걸 보니 어젯밤에 생각했던 사람이 맞네.’

그러나 명석은 제 생각을 말하지 않았다. 원래 나리들은 그들의 의견에 토를 다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철이 걱정하는 걸 원치 않았다.

“…다른 오해는 하지 않습니다.”

“아, 다행이구나. 나는 양 집사와 오 부인이 현월궁에서 오래오래 일을 해줬으면 싶어서 걱정했다. 혹시라도 네가 왕자님을 오해하면 곤란하니까.”

소철은 명석이 거짓말을 하는 줄도 모르고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명석의 부모는 말수가 적고 부지런했다. 어릴 적부터 왕부에서 자란 소철은 시종 중에서 주인의 사생활에 관심이 없으면서 제 할 일을 잘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소철은 명석이 마음에 들었다. 어제 같은 일이 있었으면 한 번쯤은 투덜거릴 만도 한데, 입을 꾹 다물고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있었다.

‘부모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는지 양 집사와 오 부인도 모르는 눈치고…. 이래서 관심이 생기신 건가? 그도 조용하고 입이 무거웠지.’

그와 명석은 생김새나 덩치가 완전히 다르지만, 어딘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아운도 이 아이에게 끌린 것이다.

“오해하지 않는다니 정말 고맙다. 근무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이만 가서 쉬어라.”

“예.”

명석은 일어나서 커다란 덩치를 구부려 인사하고 그의 처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명석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소철이 한시름을 덜었다는 생각과 함께 옆을 보자 명석에게 준 차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소철은 찻잔을 치우고 유현각으로 돌아갔다.

***

다시 밤이 돌아오고, 소철이 자러 가자 아운은 다시 넓은 침소에 홀로 남았다. 침소 안은 여느 때처럼 적막하고 심지어 밖에서 세찬 바람까지 불어 창문도 덜컹거렸다.

잠이 오지 않았다.

아운은 늘 잠을 자는 게 힘들었고 선잠을 잤지만, 오늘은 더 힘들었다. 한참 동안 침상에서 뒤척거리던 아운은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내가 미쳤구나. 명석이의 몸이 생각나서 잠을 잘 수가 없다니.’

눈을 감으면 어제 이곳에서 봤던 명석의 몸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의 넓은 어깨와 돌덩이처럼 단단한 몸. 그리고 흉기처럼 보였던 성기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제 몸을 만지던 손, 자신의 손에 가득 차던 뜨거운 성기. 울퉁불퉁한 육봉이 너무 아른거렸다.

“내가 정말 미쳤구나.”

아운은 잠을 자려고 노력하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바로 눈을 떴다. 도저히 잠들기 힘들어진 아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철에게 술이라도 달라고 할 걸 그랬나.”

마음이 심란한 아운은 술이나 마셔야겠다는 생각에 침소를 나섰다. 그는 밤에 몰래 빠져나가는 것을 소철에게 들키지 않으려 조심조심 살금살금 걸었다.

까치발로 복도를 지나 무사히 밖으로 나온 아운은 선방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선방은 하인들의 처소와 가까운 곳에 있다.

무사히 선방으로 들어간 아운은 채소와 그릇들이 널린 넓은 곳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술을 찾았다.

“술은 어디에 있지?”

그는 그릇을 두는 선반이나 찬장을 열어보며 이곳저곳을 살폈다. 넓은 곳을 열심히 돌며 뒤지고 있는데, 입구에서 그를 지켜보는 인영이 있었다.

“…술을 찾으시는 거라면 창고에 있습니다.”

“헉! 놀라라.”

소철에게 들킨 줄 알고 깜짝 놀란 아운이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돌아보니, 다행히 소철이 아니었다. 아니, 다행은 아닌 것 같았다. 자신에게 말을 건 사람이 명석이었으니까.

“명석아, 네가 왜 이곳에 있는 게냐?”

갑자기 아운의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렸다. 아까 소철에게 들킨 줄 알고 긴장했던 두근거림과는 조금 달랐다.

“…….”

아운은 저보다 키가 큰 명석을 올려다보며 숨을 멈췄다. 곧 진정될 거라 믿었던 심장은 아직도 쿵쾅쿵쾅 날뛰고 있었다.

“배가 고파서 야식을 먹으러 왔다가 인기척이 있어서…. 술을 찾으시는 거라면 소인이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명석은 바로 휙 사라지더니 조금 후에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술 두 병이 들려 있었다.

“오송주입니다.”

“나도 안다. 출출한 거라면… 어딘가에 육포 같은 게 있을 거다. 대충 찾아서 들고 따라오려무나.”

“…안주는 육포로 되시겠습니까?”

소철에게 듣기로 아운은 딱딱한 음식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늦은 시간에 오 부인을 깨우라는 것이냐?”

“…그럼 소인이 만들겠습니다. 간단한 요리는 이제 스스로 할 줄 압니다.”

“알았다. 그럼 나는….”

아운은 침소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침소에 또 명석을 데려가면 소철이 알아챌 것이다. 게다가 명석도 좋아하지 않을 테고.

“자, 잠시 입구에서 기다리지.”

“예, 마음대로 하십시오.”

명석은 간단한 요리를 할 줄 안다는 말대로 소고기와 채소를 재빨리 볶아냈다. 명석이 안주와 술을 가지고 부엌을 나가자 정말로 입구에서 아운이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왕자님의 침소로 갈까요?”

“아, 아니 그게….”

소철에게 명석과 함께 있는 모습을 들키기 싫은 아운은 망설였다. 그러자 그의 생각을 대충 눈치챈 명석이 등불과 쟁반을 들고 앞장섰다.

“그럼 소인을 따라오시지요.”

“……?”

아운은 어디로 가는 거냐고 묻지도 못하고 얼떨결에 명석을 따랐다. 명석이 아운을 데려간 곳은 낮에 소철과 함께 차를 마셨던 전각이었다.

현월궁에서 가장 구석에 있는 작은 전각으로 그 주변에는 대나무숲이 우거져서 바람이 불 때마다 유독 시원한 냄새가 들어왔다.

“네가 이곳을 어찌 아느냐?”

“정원에서 잡초를 뽑다가 보았습니다. 아까 왕자님의 얼굴을 보자 이곳이 생각났습니다. 전각이 참 아담하고 예뻐서 왕자님과 잘 어울립니다.”

순간, 아운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예쁘다는 말은 호감을 나타내는 게 아니던가?

‘어젯밤에는 미련 없이 돌아가더니….’

얼굴이 발그레 달아오른 아운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주저하는데, 명석은 성큼성큼 걸어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아운이 뭔가 말을 하려고 결심했을 때 커다란 덩치는 벌써 사라진 후였다.

명석이 저를 두고 먼저 가버린 걸 확인한 아운은 자신이 혼자 헛다리를 짚은 것 같아 창피했다. 아운은 더욱 새빨개진 얼굴로 명석을 허겁지겁 따라갔다.

명석은 낮에 소철과 차를 마시던 장소에서 아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원과 연결된 응접실의 작은 탁자에 안주와 술을 둔 명석은 대나무숲을 보고 있었다.

아운은 뒤에서 그의 커다란 몸을 보고 있었다. 목덜미부터 넓은 어깨며 허리가 아주 단단해 보였다.

“여기에 있었구나. 네가 갑자기 없어져서….”

대나무숲을 보던 명석이 아운의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명석은 아운이 저를 잘 따라온다고 생각해서 신경 쓰지 않았다. 아운이 제 걸음을 쫓아오지 못하는 걸 알면 천천히 걸었을 것이다.

“예? 소인을 찾으셨습니까?”

“아담한 전각이라 금방 찾았다.”

“송구합니다.”

명석이 커다란 몸을 구부려 죄송하다고 하자 아운은 됐다고 손짓하고 의자에 앉아 술부터 따랐다. 술로 목을 축인 아운은 명석에게 이리로 오라고 손짓했다.

명석은 주저하면서 아운의 곁에 앉았다.

“너도 한 잔 받아라.”

그가 앉자마자 아운은 명석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명석은 제 앞에 놓인 술잔을 가만히 보고 있었고, 아운은 가벼운 한숨과 함께 대나무숲을 바라봤다.

밤이라 그런지 낮보다 바람도 더 잘 불고 풀벌레 소리도 크게 들렸다. 심지어 달까지 유달리 크게 떠서 자그마한 전각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바람이 시원하구나.”

아운은 잠시 정원을 감상하고는 술을 마셨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술마저 시원하게 느껴졌다.

명석은 술만 홀짝거리는 아운에게 안주를 먹으라고 젓가락을 챙겨주었다. 영서나 운서와 있을 때는 몰랐는데, 아운은 뭔가 어수룩해 보이는 게 누군가가 곁에서 수발을 들거나 보듬어줘야 할 것 같았다.

‘황제의 사촌을 짠하다고 여기는 건 정말 이상하지만.’

가난한 병사가 황족을 동정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아운을 다시 보니 어제와 또 인상이 달랐다.

어제는 위세를 부리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소탈해 보이기도 했다. 자신이 아운을 챙기지 않고 먼저 가버렸어도 화내지도 않고. 스스럼없이 옆자리도 내어주고 심지어 술까지 따라주었다.

마치 자신을 동생처럼 여기던 영서나 운서와 함께 있는 것만 같았다.

‘어제는 재수 없더니, 오늘은 또 안쓰러워 보이고 알 수 없는 사람이네.’

명석도 아운을 따라서 술을 마셨다. 은은하게 복숭아향이 나는 술은 부드럽고 향기로웠다.

“술이 맛있군요. 소인은 이런 술은 처음 마셔봅니다.”

전에 마셨던 술은 늘 시큼하거나 쓴맛이 강했다.

“요선각에 있었다면서 요릿집에서 술도 안주더냐?”

“오송주는 가장 비싼 술이니까요. 직원들이 마실 수 있는 술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냐? 내 집에는 오송주가 쌓여 있을 테니, 마음대로 마셔도 좋다. 어차피 마실 사람도 없고.”

소철은 술은 입에도 대지 않고 아운이 가끔 마시지만, 그것도 어쩌다 한 번이었다. 현월궁에는 손님의 방문도 뜸하고 연회도 열지 않으니 창고에 쌓인 술이 없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너라도 마시라고 했는데, 명석은 묵묵부답이었다.

“…….”

명석은 안주를 먹으며 무심히 말하는 아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생각보다 위세를 부리는 분은 아닌가 보네.’

자신을 옆에 앉힌 것이나 술까지 따라주는 걸 보니 나쁜 사람은 아닌 모양이었다. 명석은 아운이 제가 만든 안주를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입에는 맞으십니까?”

“오 부인의 요리 솜씨에는 미치지 못해도 꽤 맛있구나. 어머니에게 배운 것이냐?”

“아니요. 황후마마께 배웠습니다.”

운서와 별장에 있을 때 배운 것이었다. 운서가 요리를 할 때마다 재료 준비를 도와주며 옆에서 지켜보니 어렵지 않아서 쉽게 배운 것이었다.

“…아, 그렇구나.”

명석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아운은 왠지 기분이 나빠졌다. 명석이 입만 열면 계속 운서의 얘기가 나오니 누가 보면 헤어진 연인인 줄 알겠다.

아운은 입을 꾹 다물고 술만 털어 넣었다. 그런데 명석이가 안주를 집어서 제 입에 대주는 것이 아닌가?

“술만 드시면 속 버리십니다.”

아운은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먹었다. 조용히 고기를 씹던 아운은 갑자기 다정해진 명석의 행동에 또 얼굴을 살짝 붉혔다.

조금 전부터 자신을 대하는 명석의 태도가 어딘가 달라진 것 같았다. 그러나 아까 저 혼자 착각한 일도 있어서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더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아운은 명석이 자신에게 호감을 보인다는 착각은 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남은 술을 마저 마시고 일어났다.

곁에 있는 명석이 신경 쓰여서 편히 술을 마실 수 없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심장도 계속 두근거리고.

“…나는 이만 침소로 돌아가야겠다.”

아운은 명석 때문에 발그레하게 물든 얼굴을 숨기고 처소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아직 술이 남았습니다만.”

“오, 오랜만에 술을 마셨더니…. 이만 쉬고 싶구나.”

더듬거리는 아운의 얼굴은 계속 붉어지기만 했다. 달빛이 환해서 아운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명석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럼 소인이 침소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명석도 아운을 따라 일어났다. 그에 당황한 아운은 혼자 갈 수 있다고 손사래를 쳤다.

“조금 술기운이 오르긴 했는데… 아, 아니, 나는 정말 괜찮다.”

아운은 한사코 괜찮다고 했다. 그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숙이고 얼른 명석과 떨어지려고 종종 걸었다. 그런데 몇 발자국 걷지 않았을 때, 갑자기 명석의 커다란 손이 그의 팔목을 잡았다.

“…왜?”

또 깜짝 놀란 아운이 당황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려고 뒤를 돌았다.

제 팔을 잡고 자신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명석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아운은 숨을 삼켰다. 점점 가까워지는 얼굴에 가슴이 더 크게 두근거렸다.

‘설마…?’

명석의 눈에 욕정이 도는 것을 본 아운은 침을 삼켰다. 이대로 자신에게 입맞춤을 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더욱 가까이 다가온 명석의 입술이 아운의 입술을 눌렀다.

“으응….”

입술이 비벼지자 아운은 저도 모르게 콧소리를 냈다. 전과 다르게 부드럽게 닿은 입술에 소름이 돋았기 때문이었다.

아운이 거부하지 않자 명석의 단단하고 듬직한 팔뚝이 마른 허리를 안았다.

“흐읏!”

넓은 품에서 강인한 근육을 느낀 아운은 애끓는 신음을 냈다. 명석이 자신에게 호감을 보인다고 생각했던 게 착각이 아니어서 기뻤기 때문이었다.

아운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살짝 벌렸다. 그러자 명석의 혀가 곧장 아운의 혀에 얽혔다. 이번엔 아운의 몸이 전부 부르르 떨렸다. 입맞춤만으로 머릿속이 어지럽고 하반신이 간지러웠다.

무엇보다 가슴이 설레서 미칠 것 같았다. 아운의 고운 손가락이 무언가를 더 원한다는 듯 명석의 팔을 꽉 잡았다.

그에 반응한 명석이 아운을 더 바짝 끌어당겼다.

서로의 다리와 아랫배가 맞닿고 숨이 깊게 섞였다. 명석은 제 입술로 아운의 입술을 비비고 작은 혀를 강하게 빨았다.

“읏….”

그럴 때마다 아운의 허리 아래가 후들거렸다. 입맞춤만으로 다리에 힘이 풀리고 아운의 성기가 뻣뻣해질 무렵, 명석의 입술이 떨어졌다.

“입맞춤이 힘드셨습니까?”

순하게 씨익 웃는 명석은 제 입술을 핥더니 아운에게 다시 가벼운 입맞춤을 해주었다.

“아니, 힘든 건 아닌데….”

얼굴이 온통 벌겋게 달아오른 아운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더듬더듬 대답했다. 그에 명석은 아운이 제 입맞춤을 싫어하지도 않고 또 어제처럼 저와 성교하는 걸 원한다고 생각했다.

“왕자님, 이리로….”

명석은 아운의 두 발을 제 발 위로 올렸다. 아운의 몸이 완전히 명석의 품으로 들어가자마자 뜨거운 입술이 다시 그의 입술을 누르고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흣….”

아운은 다시 명석의 팔을 꽉 잡았다. 그의 고운 손가락들이 명석의 옷을 힘껏 잡자 입술이 깊게 겹쳐지는 것과 동시에 명석의 손이 아운의 몸을 더듬었다.

크고 거친 손이 아운의 허리와 엉덩이를 동시에 주물럭거렸다. 커다란 손이 작은 엉덩이를 완전히 감싸고 더듬고 허리를 만지는 손은 점점 위로 올라왔다.

등줄기를 쓰다듬던 명석의 손이 가슴에 있는 유두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의 거침없는 손길에 아운은 신음을 낼 수밖에 없었다.

“으응, 응.”

명석의 발 위에 올라탄 아운은 마른 몸이 이리저리 만져질 때마다 떨어질 것처럼 휘청거렸다. 그 바람에 아운은 명석의 옷자락을 더욱 꽉 잡고 그에게 매달렸다.

‘…거칠어.’

명석은 정말 거칠었다. 몸은 돌덩이처럼 단단하고 그의 손길마저 어제보다 거칠었다.

확실히 어젯밤의 애무는 오늘보다 부드러웠다. 그러나 아운은 어제의 명석보다 오늘이 훨씬 좋았다. 그의 서슴없는 손길은 난폭하지만, 자신에 대한 욕정을 확실히 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래? 어제는 잠자리를 별로 내켜 하지 않더니.’

왜 갑자기 행동이 달라진 건지 모르겠으나 아운의 입장에선 당연히 싫지 않았다. 계속 명석의 몸과 대물이 아른거려서 잠을 못 자고 있었는데, 먼저 유혹을 해준 것이다.

멍한 상태로 입맞춤을 받던 아운은 명석의 혀가 제 혀에 얽히자 제 아래가 발기한 것을 알아차렸다. 명석도 그것을 알았는지 단단한 허벅지로 아운의 사타구니를 자극했다.

“흐읏!”

성기를 자극당한 것만으로 저릿한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아운은 너무 기분이 좋아서 이대로 정신을 놓을 것 같았다. 그런데 명석이 아운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잡더니 그의 몸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아운은 어제처럼 명석의 어깨에 덜렁덜렁 매달렸다. 명석이 그대로 성큼성큼 걷더니 조금 후에 아운을 푹신한 곳에 내려놓았다.

“여긴 어디냐?”

“가장 가까운 침소로 온 것입니다. 싫으신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닌데….”

명석은 아운을 푹신한 침상에 내려놓기 무섭게 그의 위로 올라탔다. 명석은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가 옷을 벗자마자 넓은 어깨와 단단한 몸이 드러났다. 명석은 하의와 속곳까지 거침없이 벗고 반쯤 발기한 성기를 드러내었다.

“읏….”

지나치게 커다란 명석의 성기는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되는 것이었다. 아운은 울퉁불퉁한 육봉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제도 느꼈지만 명석의 물건은 너무 흉기 같았다. 귀두도 기둥도 모두 굵고 큰 것은 물론, 성기 전체를 휘감은 엉킨 핏줄이 너무 울퉁불퉁하고 징그러우면서 음란했다.

‘저, 저런 흉기가 내 속에서 들락거린다면?’

저번에는 최음제에 취해 있어서 명석의 대물의 감촉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아운은 강인한 몸을 흔들며 흉기로 저를 범하는 명석을 상상했다. 그러자 아운의 발끝이 덜덜 떨리고 성기에 더욱 피가 몰리고, 엉덩이가 절로 바짝 조여졌다. 그는 너무 창피하다는 생각에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아, 어떻게… 너무 징그러워.”

아운이 저도 모르게 징그럽다고 하자 명석은 슬쩍 웃으면서 그의 고운 손을 잡아서 제 남근을 만지게 했다.

“흐읏, 뜨거워….”

“소인의 좆이 그리 징그러우십니까?”

“아, 아니… 미안하네. 내가 그만 실언을….”

사과하는 아운의 얼굴은 계속 붉어지기만 했다. 그의 얼굴만이 아니라 목덜미도 가슴도 계속 발긋하게 달아올랐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운의 눈은 명석의 성기를 본 것만으로 촉촉하게 젖었다. 아운의 엉덩이며 두 다리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떨렸다.

분명 말로는 징그럽다고 하면서도 속살을 벌리고 명석의 대물을 가득 받고 싶어 하는 게 분명했다.

“다른 사내들의 작은 물건에 비하면 소인의 좆이 좀 흉측하지요. 하지만 그래서 더 좋은 게 아닙니까?”

명석은 제 남근을 잡은 아운의 손에 자신의 커다란 손을 겹치고 쓰다듬게 했다. 뜨거운 선단부터 기둥을 거쳐 음낭까지 만지게 하니 아운이 부들부들 떨며 눈을 더 적셨다.

“너무 커… 울퉁불퉁해.”

아운은 부들거리면서 흠칫흠칫 몸을 떨었다. 그래도 명석의 성기에서 손을 떼진 않았다.

명석은 그동안 아운의 옷을 벗겼다. 얇은 비단옷을 풀어 헤치자 희고 고운 피부가 드러났다. 여린 어깨와 가슴 그리고 마른 허리. 커다란 손은 멈추지 않고 바지와 속곳을 모두 벗겨냈다.

“아….”

아운은 그제야 명석의 대물에서 손을 떼고 완전히 발기한 자신의 양물을 고운 손으로 가렸다. 그의 것은 벌써 음수를 질질 흘리고 있었다.

“…….”

아운의 피부는 희고 입술과 젖꼭지, 성기가 발긋하게 붉어서 몸이 아주 예뻤다.

몇 번을 봐도 아운의 외모는 확실히 명석의 취향이었다. 키도 적당하고 얼굴도 화사하고 몸은 고왔다. 심지어 손끝과 발가락까지 어디 하나 곱지 않은 곳이 없었다.

거친 일로 살이 잔뜩 터 있는 제 손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아운은 온몸을 부들거리며 제 전신을 훑는 강인한 시선을 가만히 견디고 있었다. 명석의 눈빛마저 거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의 거친 손이 아운의 가는 발목을 꽉 잡았다.

“힛!”

거친 손이 살갗에 닿은 것만으로 아운은 또 몸을 떨었다. 아운의 몸이 떨리는 것과 동시에 그의 양물에서 분비액이 툭툭 떨어졌다.

명석의 손이 발목에서 종아리로 또 허벅지로 올라갔다.

“왕자님께서는 얼굴도 예쁘고 몸까지 참 곱습니다. 소인이 만질 때마다 움찔움찔 놀라는 것이 유달리 예민하신 것 같고요. 고운 살갗이 이리 예민하니 속살을 잘 길들이면 어떨지?”

빡빡한 속살이 짓무르도록 제 정액을 먹여주면 음탕한 곳은 어느새 녹진녹진하게 녹을 것이다.

“…….”

“얼른 왕자님의 속살에 손가락을 박아서 잔뜩 헤집어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은 전과 달리 제정신이시니, 고운 왕자님의 구멍이 소인의 꺼칠한 손가락에 헤집어지면 어떻게 우실지 궁금합니다.”

명석은 씨익 웃으며 야한 말을 아무렇게나 쏟아냈다. 명석의 손이 아운의 허벅지를 노골적으로 거칠게 주물렀다. 그의 손길과 희롱하는 말에 아운이 얼굴을 더 붉어졌다.

“흐읏, 저, 저기….”

너무 창피해진 아운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는 그냥 입만 뻥긋거리며 울먹거리는데, 커다란 손이 엉덩이를 잡고 마구 주물렀다.

“으응, 앗, 거칠어….”

“그래도 좋으시지 않습니까. 왕자님의 좆이 소인의 손길에 달달 떨고 있습니다만. 이대로 왕자님의 보지 구멍도 보여주십시오.”

“뭐, 뭐라? 또 그런 상스러운 말을….”

아운은 진심으로 창피한 모양이었다. 명석의 눈에 아운의 화끈거리는 얼굴이 들어왔다.

명석은 제 시선과 손길을 받을수록 아운이 창피해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그는 아운이 수치심을 더 느끼도록 만들고 싶어졌다.

“소인을 향해 엉덩이를 들고 엎드려서 구멍을 확실히 보여주십시오.”

명석은 곧장 제 허벅지를 툭툭 치더니 그 위로 올라오라고 했다.

“저기….”

아운은 바로 싫다고 고개를 저었다. 명석의 허벅지 위로 올라가 엉덩이를 쳐든다면 제 구멍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명석과 교접을 원하긴 하지만 아직 부끄럽다는 생각에 아운은 몸을 사렸다.

“창피해하지 마시고 얼른 오십시오. 이제부터 소인이 물고 빨 곳이 아닙니까.”

“무, 물고 빨다니… 그, 그런 짓은 안 해도.”

“거참, 잠자리에서 말이 너무 많으십니다.”

명석은 아운을 질책하며 마른 몸을 끌어당겨 강제로 제 허벅지 위로 올렸다. 그리고 엉덩이를 들게 하자 아운이 바로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얌전히 엉덩이나 올리고 계십시오.”

거친 손이 아운의 부드러운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히잇!”

명석의 손에 매를 맞은 순간, 아운은 진심으로 크게 놀랐다. 자신은 왕자다. 아버지는 선황제의 친동생으로 자신은 황제의 사촌이고, 황위 계승 서열도 무려 일곱 번째다.

부왕의 후계자는 동생이지만 자신은 엄연한 효창왕의 장자다. 그런데 겨우 황궁의 병사에 종9품인 배융부위가 제게 손찌검을 한 것이다.

‘부왕께서도 내게 손을 대지 않으셨거늘….’

효창왕만이 아니라 제게 학문을 가르친 스승에게도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다. 난생처음 매를 맞아본 아운은 충격에 몸을 부들거리며 화를 낼지 말지 고민했다.

그런데 그 순간, 다시 명석의 손바닥이 아운의 엉덩이를 철썩 때렸다.

“아얏!”

아운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조금 전보다 더 세게 맞아서 눈물이 핑 돌았다. 세상에, 자신의 엉덩이를 두 번이나 때리다니, 이건 황족에 대한 모욕이었다.

“어서 소인의 얼굴을 향해 엉덩이를 바짝 드십시오.”

명석은 아운의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바짝 치켜들라고 종용했다. 그는 지금 아운이 부들거리며 모멸감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은 못 하고 있었다.

“네, 네 이놈! 감히 겁도 없이 누구의 몸에 손을 대느냐?”

매를 맞은 충격 때문인지 아운은 울먹이면서 웅얼거렸다.

“…예?!”

“나, 나는 왕자다! 내 부친께서는 선황제의 친동생이고 나는 황족이란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함부로 손찌검을 하느냔 말이다.”

아운은 바락바락 소리쳤다.

“왕자님의 행동이 굼뜨셔서 야들야들한 엉덩이 좀 때렸습니다만? 하찮은 놈에게 박아달라고 벌름거리는 보지 구멍을 내미신 건 황족으로서 치욕스럽지 않으시고요?”

명석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의 말 때문에 아운의 얼굴이 탈 듯이 화끈거리고 온몸이 붉어졌다.

“그, 그건!”

귀한 혈통을 이은 자신이 하인 같은 아이에게 엉덩이를 내민 건 사실이었다. 갑자기 할 말이 없어진 아운은 제 엉덩이를 가리며 몸을 움츠렸다. 그 모습을 본 명석은 피식 웃었다.

자기가 먼저 유혹해 놓고 엉덩이 좀 때렸다고 황족 운운하며 겁을 주다니. 귀엽긴 해도 역시 첫인상은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함께 술을 마실 때는 괜찮은 사람처럼 보였는데.’

명석은 아운의 외모가 마음에 들어서 안아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운이 권위를 내세운 순간, 치솟았던 흥분이 가라앉았다.

반면, 아운은 엉덩이를 맞았어도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의 양물은 여전히 음수를 떨구며 바들거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욕망이 흘러넘쳤다.

그런데 그런 아운이 또 귀엽게 보였다.

“…….”

명석은 아리송한 제 마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명석은 깊게 생각하는 법이 없었다. 그는 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아운의 엉덩이를 덥석 쥐었다.

아운의 엉덩이를 강제로 잡고 다시 제 쪽으로 끌어당기며 다시 웃었다.

“왕자님, 엉덩이를 때리는 건 잠자리의 유희일 뿐이고, 씹질이 원래 천박하고 음탕한 법입니다.”

“읏….”

흰 엉덩이에 입을 대고 쪽쪽 입 맞춘 명석은 발갛게 물든 살을 살짝 깨물었다.

아운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 그냥 소심한 성격일 뿐이고, 장사도의 작은 주인과 비슷하기도 했다. 그도 제 위치를 이용해서 명석을 침소로 끌어들이고서 나중에 관계가 들켰을 때는 철저하게 버렸다.

그래도 한때는 장사도의 작은 주인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 거라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너 없이는 못 살겠다고 했던 그가 귀족의 딸과 혼인을 한 것도 집안 사정이라고 이해할 정도로.

결국, 사랑이 아니었지만.

‘이 사람도 내게 호감을 가지고 접근한 게 아니라 그 사람처럼 몸만을 원하는 거겠지. 그럼 나도 이 왕자님을 구멍으로 쓰면 그만이잖아.’

부모님과 함께 살 집을 마련하려면 성욕 해소를 위해 기루에 다니는 건 무리였다. 당분간은 연애도 하고 싶지 않은 명석에게 아운은 자신이 성욕을 해결하기에는 꽤 고급스러운 구멍이었다.

실제로 아운의 음문은 깨끗한 색이었다. 체모도 적고 색도 연해서 꽤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연인이 있었다지만 별로 사용하지 않은 듯 보이기도 했다.

‘말하는 걸 봐서는 얌전히 성기만 받은 모양이고.’

명석은 어서 제 대물을 아운의 구멍에 박아넣고 흔들고 싶었다. 그러면 천박한 말을 하지 말라며 내숭을 떠는 이 왕자도 좋아서 엉덩이를 흔들어댈 게 틀림없다.

“오늘은 기어이 왕자님의 얌전한 구멍을 저만 보면 벌름거리는 보지로 길들여 드리지요.”

아운이 위세를 부리고 신분을 이용해 저를 찍어 내리려 한다면 자신도 똑같이 해주면 그만이었다. 명석은 아운을 제 아래에 굴복시키고 싶어졌다.

물론, 아운이 제게 굴복하더라도 잠자리에서만이겠지만. 그래도 저 흐리멍덩한 시선으로 제 좆을 환장하며 빨게 된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귀한 황족께서 나처럼 하찮은 놈 때문에 상처받을 일은 없을 테고.’

어차피 신분이 높은 사람에게 자신 같은 놈은 노리개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명석은 아운의 음문에 살짝 입을 맞췄다. 물론, 노골적으로 젖은 소리를 내며 쪽쪽, 입 맞췄다.

그 바람에 놀라고 당황한 아운이 고개를 돌려 명석을 쳐다봤다. 제 엉덩이가 명석의 코앞에 있는 것도 모자라 명석의 입술이 구멍에 딱 붙어 있었다.

명석이 그런 아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그의 구멍을 핥았다. 또 젖은 소리와 함께.

“아읏, 읏, 제발… 그, 그런 곳을 핥으면….”

“핥으면 안 된다고요?”

너무 음란한 애무에 아운은 간절한 시선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아운의 말을 들을 명석이 아니었다. 그는 혀끝을 뾰족하게 만들어서 아운의 구멍에 대고 혀를 날름거렸다.

“힛, 아읏, 앙, 제발, 아앙, 하, 하지 마, 앗, 아응….”

뜨거운 혀가 창피한 곳에 닿을 때마다 아운의 엉덩이가 크게 부르르 떨렸다.

그와 동시에 명석의 성기도 열을 불끈불끈 내고 있었다.

엉덩이를 치켜들고 있는 아운의 눈에도 그의 육봉이 잘 보였다. 핏줄을 더 부풀리며 꿈틀거리는 물건은 활화산처럼 보였다. 선단에서 흐르는 분비액도 용암 같았다.

용암을 흘리는 흉기가 지금 당장 사정하고 싶으니 네 구멍에 성기를 비벼대고 싶다고 외치고 있었다.

얼굴을 더 붉힌 아운은 주저하면서 명석의 대물을 잡았다. 역시 뜨겁고 울퉁불퉁했다. 무엇보다 선단 끝까지 올라온 핏줄 때문에 더 사나워 보였다.

“아흣, 싫어, 저기….”

아운은 새빨개진 얼굴로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명석은 부끄러워하는 그를 무시하고 음란한 구멍을 계속 핥았다.

“앗, 앗!”

거친 손끝으로도 입구를 짓누르고 비비자 작은 엉덩이가 움찔움찔 튀어 올랐다.

“소인의 좆을 잡고 입으로 핥아보십시오.”

“…뭐?”

“어서요.”

명석은 어서 하라고 재촉했다.

“왕자님께서 고운 손과 입으로 저놈을 달래 주지 않으면 지금 바로 박아버릴 겁니다. 그럼 왕자님의 요 얌전한 밑구멍이 찢어질 텐데요.”

“찌, 찢어지다니…?”

아운은 지나치게 커다란 명석의 남근을 보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몽둥이처럼 크고 거친 흉기가 당장 제 아래로 들어오면 여린 곳이 바로 찢어질 터다.

‘이런 걸 어떻게 입으로 핥으라는 거야.’

명석의 성기는 지나치게 커서 삼키기도 힘들 것 같고 무엇보다 입술이나 혀만 대도 데일 것 같았다. 그런데 명석은 아운의 엉덩이를 다시 찰싹 때리면서 재촉했다.

“아얏!”

“입으로 핥아보십시오.”

작은 비명을 지른 아운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이제 와서 왜 엉덩이를 때리냐고 또 화를 낼 수 없어서 갈팡질팡하는데, 명석의 두꺼운 손바닥이 다시 엉덩이를 때렸다.

철썩, 엉덩이를 맞자마자 아운은 눈물을 찔끔 쏟았다. 황족인 제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훌쩍거리면서 우물쭈물 명석의 뜨거운 선단에 혀를 댔다. 굵은 선단은 이미 음수에 젖어 있었다.

‘뜨거워….’

머뭇거리던 아운은 그것을 할짝할짝하고 핥기 시작했다. 그에 명석이 칭찬하듯이 엉덩이를 쓰다듬고는 입맞춤을 해주었다. 음란하게 빠끔거리는 입구에 입을 대고 핥았다.

“앙, 아앗.”

역시 이번에도 아운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혀끝으로만 할짝거리지 말고 혀 전체를 써서 핥으셔야지요. 소인의 좆물도 삼키고 기둥도 만지십시오.”

아운의 새빨개진 작은 엉덩이 곳곳에 더운 입술을 찍은 명석은 그의 음문을 활짝 벌렸다.

“힛!”

제 구멍이 벌어지는 느낌에 아운이 고개를 휙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명석이 제 뒤를 벌리고 안을 보고 있는 것이다.

“뭐, 뭘 하는 게냐?”

“소인의 좆이 들어갈 구멍 안이 얼마나 좁은지 확인을 좀 했습니다. 왕자님은 귀한 몸이라 그런지 보지 속이 깨끗하고 잘 익은 복숭아처럼 곱습니다. 안을 핥아보면 복숭아 맛이 날까요?”

“…무, 무슨?!”

순간, 아운은 수치심으로 얼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는 울먹거리며 고운 손으로 얼른 제 구멍을 가렸다.

“왜 맛있어 보이는 밑구멍을 가리십니까?”

“마, 맛있다니? 그게… 말이 너무 상스럽네.”

수치심에 부들거리는 아운은 계속 제 엉덩이를 가리고 훌쩍거렸다.

“잠자리에서는 상스러운 게 더 좋지 않습니까. 오히려 이런 자리에서 점잔을 떠는 게 더 이상합니다만.”

명석은 입맛을 다시면서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려 작은 호리병을 꺼냈다. 호리병에 든 것은 선방에서 쓰는 기름이었다.

부엌에서 아운을 만났을 때 명석이 이렇게 될 줄 알고 미리 챙겨온 것이다.

“손이나 치우십시오. 이제부터 왕자님의 구멍을 소인의 손가락으로 쑤실 겁니다. 이 손가락을 박아서 잔뜩 만져드릴 테니, 전처럼 좋다고 울지나 마시고요.”

“그….”

아운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할지 몰라서 입만 뻥긋거렸다. 낮에 봤던 명석은 과묵하고 무심한 남자인데, 침상에서는 정반대였다.

야하고 천박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런 사내인 것이다.

그 때문인지 아운은 계속 창피해 죽을 것만 같았다.

“어서 손을 치우시라니까요!”

명석의 단단한 손바닥이 아운의 엉덩이를 재차 후려쳤다. 이번에는 조금 더 세게 때렸다.

“아흑… 아파.”

이번에는 진심으로 아파서 아운은 우는 소리를 내며 엉덩이 구멍을 가린 손을 얼른 치웠다. 명석은 야한 말을 서슴없이 하지만 너무 무자비하기도 했다.

명석은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보면서 호리병의 뚜껑을 열고 기름을 구멍에 부었다. 질척한 것이 입구와 그 안을 적셨다.

“힛, 뭐, 뭐야?”

“부엌에서 가져온 기름입니다. 손가락이라도 그냥 넣으면 상처를 입으시니까요. 가뜩이나 소인의 손가락이 워낙 거칠어서….”

명석은 제 손가락에도 기름을 바르고 아운의 구멍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한 손을 길게 뻗어서 아운의 가슴 돌기를 더듬었다.

“하읏, 앗.”

몸이 한층 예민해진 아운은 뒤의 입구와 젖꼭지를 만져지는 것만으로 신음을 크게 냈다. 명석은 엄지와 새끼손가락으로 양쪽 젖꼭지를 동시에 만졌다.

“하앙, 앙, 거길 그렇게 누르면….”

명석의 단단한 손끝이 여리고 탱글탱글한 젖꼭지를 꾹꾹 계속 눌렀다. 아운의 음문 속에도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기름에 젖은 손가락이 좁은 속살을 헤치며 거침없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힛, 힛, 제발… 아읏.”

아운의 속살은 명석의 굵은 손가락을 거부하듯 안을 닫으며 침입자를 밀어냈다. 움찔움찔 손가락을 밀어내는 구멍에 그대로 밀려날 명석이 아니었다.

명석은 살살 만져주던 아운의 젖꼭지를 꽉 잡고 꼬집었다.

“아읏!”

아운의 신음과 함께 뒤를 조이던 힘이 풀렸다. 명석은 손가락을 깊게 박았다. 아운의 뒤가 금세 명석의 손가락을 빽빽하게 조이며 밀어내려고 했지만, 굵은 손가락은 강제로 파고들었다.

“하읏, 앗, 흐아앗, 너무 깊어… 흐윽.”

억지로 파고드는 손가락에 안쪽이 벌어졌다. 안쪽에 바람까지 들어오는 것 같아 창피한 아운이 싫다고 버둥거렸다. 그러나 명석의 손가락은 멈추지 않고 뿌리까지 깊게 들어왔다.

“힛, 깊어. 아흑.”

거칠고 굵은 손가락을 받은 아운은 훌쩍훌쩍 울었다. 그런데 명석은 아운을 내버려 두지 않고 손가락을 흔들기 시작했다. 어서 제 성기를 다시 빨라고 재촉하면서.

“왕자님의 입이 놀고 있지 않습니까. 어서 좆을 핥으십시오.”

“힛, 힛.”

명석이 또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화들짝 놀란 아운이 입술을 꽉 물고 명석을 쳐다봤으나 그는 손가락을 흔들며 여린 속살만 헤집었다.

“앗, 앗… 제발. 하, 핥을 테니….”

강압적인 명석의 행동에 아운은 훌쩍거리며 그의 커다란 육봉을 핥을 수밖에 없었다. 명석의 성기를 받고 싶다고 엉덩이를 까고 있는 상황에서 화를 내는 것도 이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엉덩이를 맞아서 창피했다. 옛 연인과의 잠자리는 엉덩이를 때리거나 상스러운 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평민들의 성교는 이렇게 천박한 건가?’

눈물을 찔끔거린 아운은 뜨겁기만 한 명석의 육봉에 입을 댔다. 할짝할짝, 음수에 젖은 선단을 핥는데, 핥을 때마다 커다란 성기가 위협적으로 불끈거렸다. 그리고 동시에 제 뒤를 헤집는 손가락이 너무 거칠었다.

명석이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가슬가슬한 느낌에 절로 몸서리쳐졌다. 짧은 손톱과 굵은 마디가 안에서 점막을 뒤척거리는 것도 창피한데, 거친 살이 점막을 온통 헤집고 있었다.

“아흣, 흣, 뒤에 손가락 거칠어….”

“소인의 손가락이 거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이야 거칠다고 울지만 조금만 익숙해지시면 다른 사내놈들과 더는 씹질을 못하실 겁니다.”

명석은 투정 부리지 말고 제 성기나 빨라고 했다. 아운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다시 명석의 성기를 핥았다. 굵은 남근을 손으로 잡은 아운은 부들거리면서 지나치게 커다란 흉기에 입술을 가져갔다.

혀로 할짝거리다가 입술을 사용해서 선단을 쪽 빨았다. 그러자 명석의 성기가 움찔하더니 더 크게 불끈댔다.

“흑, 무서워.”

아운은 무섭다고 하면서도 입술을 떼지 않았다. 이런 흉기가 제 속살을 파고들어 오는 상상을 하자 절로 몸서리쳐졌다.

‘아무리 최음제를 썼다 해도 이걸 어떻게 받았지?’

손가락 하나만 받아도 버거운데, 몽둥이 같은 성기를 받으면 골반까지 부서질 것 같아 두려웠다. 그래도 아운은 명석의 성기에서 입술을 떼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아운의 뒤로 명석의 굵은 손가락이 하나 더 파고들었다.

“힛!”

하나도 버겁다고 생각했는데, 손가락 두 개가 안을 더 벌리며 꾸욱 밀려들었다.

“아읏, 너무… 벌어져. 흑, 아흑.”

“이 정도로 엄살을 떨지 마십시오. 겨우 손가락 두 개입니다.”

명석은 투덜거리며 손가락을 계속 밀어 넣었다. 아운이 익숙해지는 속도에 맞춘다면 성기를 넣을 수 있을 때까지 일주일은 걸릴 것 같았다.

다른 때라면 명석은 제 성기부터 욱여넣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대가 점잔빼는 고루한 황족이니 어쩔 수 없이 얌전한 방법을 선택했다.

명석이 아운의 양물을 잡았다. 커다란 손으로 잔뜩 발기해 있는 것을 주물주물 만져주자 뒤의 조임이 풀리기 시작했다. 명석은 때를 놓치지 않고 손가락을 계속 쑤셔 넣고는 점막을 이리저리 만져주었다.

“하읏, 거칠어, 앙, 이런 거 싫어, 앗, 앗.”

커다란 손이 아운의 음낭까지 한꺼번에 감쌌다. 아운은 명석의 울퉁불퉁한 기둥을 잡고 쾌감에 헐떡거렸다.

잔뜩 벌어진 뒤는 계속 욱신거리는데, 앞쪽의 쾌감 때문에 어쩌지도 못하고 그저 신음만 흘리는 것이다.

그런데 뒤로 깊게 들어간 명석의 손가락이 아운의 점막을 아무렇게나 만지다가 그의 전립선을 건드렸다.

“히잇!”

아운의 작은 엉덩이가 크게 튀어 올랐다. 그와 동시에 아운의 양물이 전보다 더 뻣뻣하게 발기했다.

명석은 아운의 전립선을 계속 문질렀다.

“힛, 힛, 아읏, 거, 거기만 만지면… 제발 아, 안돼!”

앞과 뒤의 자극에 아운은 울면서 계속 엉덩이를 떨었다. 특히 뒤가 만져질 때마다 앞쪽의 쾌감보다 더 좋아서 허리가 쉴 새 없이 부들거렸다.

명석은 거친 손가락으로 아운의 쾌감점을 계속 건드리고 점막을 휘저었다. 급기야 굵은 손가락으로 추삽질을 하며 전립선을 찌르기 시작했다.

치덕치덕.

질퍽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퍼졌다.

“아아, 거칠어… 앗, 그렇게 흔들지 마. 흐앙, 좋아, 흐앙, 앗, 앗. 제발! 거칠어. 하읏!”

아운은 쾌감과 거친 자극에 앙앙 울기 시작했다. 명석은 아운의 성기도 만져주면서 여린 속살을 길들였다. 아운은 이제 양물이 만져지는 쾌감보다 뒤쪽을 헤집는 가슬가슬한 자극과 전립선이 찔리는 자극에 더 크게 반응했다.

“왕자님, 소인의 좆은 이대로 내버려 두실 겁니까?”

명석은 아운의 성기에서 손을 떼고 다시 작고 부드러운 엉덩이를 철썩 때렸다.

“아흑, 잘못했어….”

아운은 저도 모르게 사과를 하며 명석의 선단을 핥고 쪽쪽 빨았다. 선단을 작은 입으로 빨고 살짝 떨어질 때마다 아운의 입술과 혀에는 명석의 분비액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나한테 노골적으로 성기를 빨라고 요구한 사내는 이놈이 처음이야.’

아운은 그것도 창피해서 훌쩍거리는데, 그때 명석의 남근이 더 불끈 커지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뒤를 헤집는 손길도 더 거칠어졌다.

굵은 손가락이 좁은 속살 안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크게 휘저었다. 그 바람에 뒤가 넓게 벌어지고 치덕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퍼졌다.

“아앗, 앗, 아파, 제발!”

아운은 명석의 분비액을 입술에 잔뜩 묻힌 채로 애원했다.

“참으십시오. 이렇게 길들이지 않으면 소인의 좆은 못 받으십니다.”

명석은 전립선을 자극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느끼는 곳을 잔뜩 찔러주면서 손가락을 더욱 크게 돌렸다.

“흐앙, 소, 소리가 제발, 너무 천박하게… 하읏, 앗.”

기름에 젖은 손가락들이 점막에 비벼지고 추삽질을 할 때마다 질퍽질퍽한 소리가 아운을 괴롭혔다.

“왕자님의 보지 속이 헤집어지는 소리 말씀입니까?”

“힛, 또….”

아운의 얼굴은 더는 붉어질 수 없을 정도로 달아올랐다. 음문이 만져지는 야한 소리와 더불어 명석의 야한 말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눈물을 떨궜다.

그런데 갑자기 명석의 손가락들이 뒤에서 쑥 빠졌다. 기름에 젖은 미끌미끌한 손가락들이 빠져나가자 잔뜩 헤집어져서 붉어진 점막이 순식간에 입을 닫았다. 그러면서 안에 흥건한 기름을 질퍽하게 내뱉기도 했다.

그것을 본 명석은 더 흥분했다. 붉게 달아오른 점막이 몹시 야하게 보인 것이다. 명석은 바로 아운의 마른 몸을 잡아서 한 바퀴를 돌렸다.

그가 저를 마주 보고 엎드리게 되자 그의 작은 입에 제 육봉을 대주었다.

“입을 벌리십시오.”

불을 내뿜기 전의 활화산처럼 잔뜩 성이 나 있는 성기가 더욱 울퉁불퉁해져서 아운의 애무를 기다리고 있었다.

“…….”

아운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그러자 커다란 선단이 거의 강제로 입안으로 들어왔다.

“우욱!”

“좆을 뱉지 마시고 그대로 음미하며 빨아보십시오.”

명석은 아운의 작은 턱을 잡고 어서 혀를 움직여서 성기를 빨라고 했다. 그러고는 긴 팔을 뻗어서 아운의 엉덩이를 잡았다.

“읍읍….”

엉덩이가 힘껏 잡히는 바람에 놀라 입을 멈추자 명석이 제대로 빨라고 그의 엉덩이를 또 때렸다. 이번에는 전보다 세게 때렸다. 철썩하는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살이 떨리고 아운의 동공도 함께 떨렸다.

‘무, 무례한 놈.’

자신의 입에 강제로 성기를 물리고 엉덩이를 몇 번이나 때렸다. 아운은 도저히 수치심을 못 견딜 것 같았다. 몸을 일으켜서 무례한 놈이라고 혼을 내주고 싶었다. 그런데 입은 꽉 막혀 있고 명석이 제 뒤에 손가락을 쑤셔 넣고 있었다.

아까의 쾌감을 기억하는 아운의 몸은 어서 속살을 파헤쳐주길 바라고 있었다.

‘내가 미쳤나. 이런 거친 행위를 즐기다니.’

엉덩이를 맞은 아운은 훌쩍훌쩍 울면서 저도 모르게 혀를 움직이고 있었다. 쪽쪽 소리까지 내며 명석의 뜨거운 선단을 빠는데, 굵고 거친 손가락이 음문을 벌리며 들어왔다.

“흐읏….”

두 개의 손가락이 한꺼번에 점막을 가르자 아운의 허리 아래가 부르르 떨렸다. 좁은 속살을 거침없이 헤치면서 점막을 건드리자, 작은 엉덩이가 경련하듯 움찔거렸다.

아운은 제 뒤의 거칠거칠한 손가락에 숨을 삼켰다.

“왕자님, 힘을 빼십시오.”

손가락은 점점 깊게 들어왔다. 점막이 벌어질 때마다 아운은 헐떡거리며 명석의 남근을 빨았다. 츱츱, 쪽쪽, 입술과 혀를 움직일 때마다 뜨거운 선단에서 분비액이 질퍽하게 쏟아졌다.

명석의 성기에서 입을 뗄 수 없는 아운은 그것을 강제로 받아마실 수밖에 없었다.

꿀꺽, 명석의 분비액을 삼켰다. 그와 동시에 굵은 손가락들이 아까처럼 안으로 깊게 박혔다. 거친 살갗이 아운의 점막을 훑고 전립선을 건드렸다. 그럴 때마다 아운의 양물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흡, 흐읍!”

손끝은 물론 손톱과 굵은 마디로도 아운이 느끼는 곳을 문지르면서 괴롭혔다. 그리고 명석은 아운의 성기까지 잡았다. 커다란 손이 발긋하게 발기한 물건을 잡고 기둥을 빠르게 훑어주었다.

흥분과 쾌감 그리고 동통 때문에 아운의 몸이 요동쳤다. 명석이 그의 양물을 주무르고 뒤의 전립선을 찔렀다. 그러자 아운이 바로 사정했다.

“흐으읏!”

아운은 신음과 함께 정액을 분출했다. 아운은 절정에 오르면서 명석의 육봉에서 젖은 입술을 뗐다.

그의 입술과 혀에 덕지덕지 묻은 액이 길게 늘어졌다. 아운은 명석의 선단 구멍에서부터 제 혀에까지 연결된 음액을 보고 수치심에 더 훌쩍거렸다.

“하아, 이런 거 너무….”

창피하다고 울먹거리는 아운은 사정의 쾌감에 몸을 계속 덜덜 떨었다. 쾌감의 여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명석의 손가락이 하나 더 불쑥 안으로 파고들었다. 총 세 개의 굵은 손가락이 한꺼번에 추삽질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더 거칠게 안을 쑤셨다. 푹푹, 길고 굵은 손가락이 여린 점막을 마구 헤집었다. 손가락이 속살을 쑤실 때마다 아운의 엉덩이도 흔들렸다.

“흐앗, 앗, 흐으윽, 아파, 너무 거칠어, 앗, 흐윽, 제발, 손가락, 빠, 빨라… 제발.”

아운은 동통에 눈물을 떨구며 애원했다. 그런데 명석의 손길은 부드러워지기는커녕 더 빨라지고 심지어 아운에게 다시 제 육봉을 물라고 했다.

“소인의 좆은 이대로 내버려 두실 겁니까?”

아운은 눈물에 젖은 눈으로 명석을 올려다봤다. 그는 어서 제 성기를 빨라고 재촉하면서 뒤에 넣은 손가락을 크게 돌렸다. 점막 안이 넓게 벌어졌다.

“흐아앗, 제발!”

“만져지는 것만으로 아파하시니 갈 길이 멉니다. 오늘 밤새도록 왕자님의 보지 구멍을 길들여도 소인의 좆 대가리도 들어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에는 최음제 때문에 그럭저럭 넣었지만, 이대로 성기를 박았다가는 아운의 몸이 크게 상할 것이다.

명석은 오늘 밤에는 제 성기를 아운의 구멍 속에 비비는 건 틀렸으니 입으로 만족시켜 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아운의 턱을 잡고 성기를 물게 했다.

아운은 얌전히 커다란 성기를 물었다. 제 입 속에서 불뚝거리는 남근을 아까처럼 쪽쪽 빨자 명석이 뒤를 빠르게 헤집었다.

‘이런 거 너무 야하고 천박해….’

뒤를 괴롭히는 추삽질과 흉기 같은 성기를 기꺼이 입으로 애무하는 자신의 행동도 전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창피했다.

“그렇게 얌전히 입만 움직이면 밤새 좆을 빨아도 좆물을 못 쌉니다. 혀도 쓰고, 손도 사용하셔야지요.”

“으으….”

아운은 싫다는 듯 신음하면서도 울퉁불퉁한 육봉의 기둥을 손으로 잡고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입으로만 빨던 선단에서 주저하며 혀도 움직였다.

쪽쪽, 츠읍, 쪽.

“좋습니다. 좆 대가리에서 나오는 좆물도 받아먹으면서 요 앙큼한 보지에 힘도 빼시고요.”

명석이 음문 속을 헤집으며 아운의 젖꼭지를 만져주었다. 부푼 유두가 명석의 손가락 사이에서 짓눌렸다. 콱콱, 짓눌리는데도 아운의 가슴 돌기는 쾌감을 느끼는지 전보다 꽤 통통하게 부풀어 있었다.

“역시 보지가 쑤셔지니 왕자님의 젖이 익었습니다. 소인의 좆 맛을 잔뜩 맛보면 이 젖도 금방 터질 듯 부풀 겁니다.”

명석은 거친 손가락으로 아운의 양쪽 젖꼭지를 오가며 돌기를 잡아당기고 꾹꾹 누르고 거칠게 비벼대며 저속한 말을 서슴없이 했다.

거친 손길도 모자라 말로도 모진 희롱을 당하는 아운이었다. 앞과 뒤로 모두 거친 것을 물고 있는 아운은 천박한 말을 고스란히 들으면서 눈물만 뚝뚝 흘렸다.

아운은 입을 떼지도 못하고 흉기를 핥아서 명석의 분비액을 받아먹기만 했다. 울퉁불퉁한 육봉을 핥을 때마다 명석이 칭찬하듯이 그의 전립선을 찔러주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인지 아운의 양물도 이미 꼿꼿하게 발기해서 음액을 떨구고 있었다.

“그래… 잘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계속하십시오.”

명석은 아운을 칭찬하며 그의 젖꼭지를 살살 만져주었다. 동시에 음문을 거칠게 쑤셨다. 굵은 손가락을 크게 빙글빙글 돌리고 여린 점막에 거친 손가락을 아무렇게나 마구 비비는 대신 전립선을 쉼 없이 찔러주었다.

아운의 마른 몸이 경련하듯 떨렸다. 아운이 눈물을 떨구며 몇 번이나 입을 떼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명석이 그의 턱을 잡고 제 남근을 뱉지 못하게 했다.

“우욱, 욱.”

“이대로 좆물을 쌀 때까지 소인의 좆을 뱉으시면, 그때는 바로 보지에 박겠습니다. 여리고 예쁜 보지에 상처를 입는 건 싫으시지요?”

“흐윽….”

아운은 명석의 성기를 문 채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운이 흐느끼는 소리를 내며 눈물을 떨구는데,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는 명석의 가슴이 크게 뛰었다.

절정을 느끼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만족스럽고 가슴이 다 뿌듯했다. 성기로 사정한 것보다 아운이 눈물을 떨구며 제게 복종하는 모습을 보는 게 더 기분이 좋았다. 아니, 성기로 사정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고.

***

아침에 죽그릇을 앞에 둔 아운은 멍하니 넋을 놓고 있었다. 아운의 눈에는 초점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의 시선은 방의 어느 한 곳을 향하고 있었지만, 그곳을 보는 것은 아니었다. 멍하니 생각에 잠긴 아운은 어젯밤의 일을 곱씹고 있었다.

‘아읏, 아파, 아파, 제발!’

명석의 성기가 제 엉덩이를 가르고 들어왔다. 삽입하지 않는다고 했으면서, 못 참겠다고 기어이 흉기를 박은 것이다.

몸이 갈라지는 동통에 비단 요에 엎드린 아운은 비명 같은 신음을 내질렀다.

좁디좁은 입구를 한계 이상으로 벌리는 커다란 육봉에 아운이 비명 같은 신음을 질렀다.

기름을 발랐는데도 남근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명석은 커다란 손으로 아운의 엉덩이를 힘껏 잡아 벌렸다. 그러자 구멍이 조금은 벌어졌지만, 명석의 물건이 부드럽게 들어가진 않았다.

커다란 육봉은 고작 귀두의 반만 파고든 상태였다.

‘아흑….’

‘조금 더 힘을 빼십시오.’

‘윽윽, 잘 안 돼! 아흑, 아파, 넣지 마, 싫어!’

아운은 아프다고 엉덩이를 투정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싫다고 하지만 놓아줄 명석이 아니었다.

명석이 제 귀두를 아운의 안으로 움직였다. 성기를 움직일 때마다 아운은 더 크게 울었다.

‘흐윽, 흑.’

‘더 넣지 않을 테니까 그만 우십시오.’

명석도 더는 안 될 것 같은지 오늘은 포기한 눈치였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것까지 해보려는 생각인지 아운의 양물을 문질러주었다.

‘흐읏, 읏, 거기 문지르면… 아읏.’

아운은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엉덩이를 부르르 떨었다. 명석은 커다란 손을 이용해서 음낭까지 감싸고 성기를 만져주었다.

‘핫, 아읏.’

마른 허리가 부들거리며 쾌감에 조금씩 이완되기 시작했다. 아운의 양물은 어느새 빳빳하게 발기하고 음액을 뚝뚝 흘리고, 뒤의 조임도 풀리기 시작했다.

그때 명석이 아운의 미끌미끌한 점막에 제 물건을 천천히 비볐다. 살이 비벼지는 음란하고 질척한 소리가 크게 울렸다.

‘으읏, 뜨거워, 힛, 거기가 델 거 같아….’

비벼질 때마다 안쪽이 더욱 뜨거워지고 성기마저 열이 났다. 명석도 참기 힘든지 연신 낮은 신음을 흘렸다. 명석은 전처럼 제 물건을 아운의 구멍에 완전히 꽂아서 흔들고 싶었다.

‘왕자님은 피부가 남다르게 곱더니 보짓살까지 보드랍습니다. 아, 씨발, 그냥 진짜 쑤셔 박았으면 좋겠네!’

‘흐윽, 무서워, 제발.’

아운은 고개를 저으며 제발 흉기를 박으면 안 된다고 애원했다. 그러면서 명석이 그의 양물을 만져줄 때마다 뜨거운 귀두를 문 음문을 움찔거렸다.

마치 성기를 더 먹고 싶어 하는 것처럼.

명석이 그런 아운의 허리를 잡았다. 아운은 명석의 손과 뜨거운 체온에 짧은 신음을 했고, 명석이 더욱 흥분하여 허릿짓이 빨라졌다.

‘아읏, 읏, 제발, 거기 너무 빨라, 흐윽, 너무 세게 비벼져, 흑, 아흐흑….’

질퍽한 소리가 아운의 귀에 생생히 들릴 때마다 명석의 뜨거운 육봉이 점점 안으로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어느새 제 아랫구멍이 이완됐는지 그의 귀두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아흑, 깊어!’

‘읏, 엄살 부리지 말고, 이대로 얌전히 계십시오.’

명석은 아운의 엉덩이를 다시 철썩 때리며 겁을 먹은 그를 질책했다. 아운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훌쩍거렸다.

‘힛, 아파!’

아운이 수치심과 아픔으로 정신을 못 차리는 동안 명석이 말랑한 엉덩이를 더 단단하게 쥐었다. 그러고는 양물을 빠르게 훑어주면서 커다란 귀두로 아운의 내벽을 잔뜩 문지르기 시작했다.

‘이대로 왕자님의 보지로 소인의 좆물을 받으시는 겁니다. 왕자님의 고운 배 속까지 이놈의 뜨거운 좆물을 잔뜩 뿌려드리지요.’

‘……!’

아운은 명석의 씨물이 제 속살에 가득 찰 거란 생각에 너무 부끄러워서 비단 요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 와중에도 아운의 엉덩이는 크게 들썩거리고 살과 살이 마찰하는 질퍽한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아운의 구멍에서 음액과 기름이 뒤섞여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음란한 액들은 아운의 하얀 허벅지와 명석의 기둥은 물론 비단 요까지 더럽히며 흘러내렸다.

그리고 급기야 명석이 제 기둥을 훑기까지 했다. 허리를 계속 움직여 아운의 속살을 자극하면서 스스로 기둥을 자극하며 아운의 성기까지 문질렀다.

그리고 명석이 아운의 음낭과 함께 그의 기둥을 쓸어 만진 순간, 아운이 사정했다.

‘아아앗!’

‘읏!’

아운의 짧은 신음과 함께 명석도 절정에 올랐다. 낮은 신음과 함께 명석의 뜨거운 씨물이 아운의 음문 안에 가득 뿌려졌다.

‘핫, 아읏….’

아운은 여린 신음과 함께 다시 비단 요에 엎어져서 숨을 몰아쉬었다. 절정을 느꼈는데도 아직 몸이 뜨거웠다.

아마 명석의 정액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숨을 헐떡거리는데, 명석이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더 질퍽한 소리와 함께 흉기가 그의 속살을 찌르기 시작했다.

“하아….”

어젯밤의 일을 생각하는 아운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왕자님,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십니까?”

소철은 아까부터 죽은 입에도 대지 않고 멍해 있는 아운을 향해 물었다. 제 주인이 아침부터 활기차진 않지만, 오늘은 유독 기운이 없는 것 같았다.

“뭐, 뭐?”

회상에 잠겼던 아운은 화들짝 놀라서 소철을 향해 무슨 일이라도 생겼냐고 물었다.

“왕자님께서 계속 넋을 놓고 계셔서 무슨 생각을 하시냐고 물었습니다.”

“아, 아무것도….”

아운은 아니라고 얼버무리고 죽을 먹기 시작했다. 아운은 사실 죽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고 있었다. 아운의 머릿속에 있는 건 오로지 어젯밤의 일이었다.

명석이만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뿐 아니라 아직도 거친 성기로 잔뜩 비벼진 곳이 욱신거리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아운은 앉은 자리가 불편한 듯 자꾸만 몸을 뒤척거렸다.

‘내가 미쳤지. 왜 술을 마시겠다고 나서서.’

아운이 제 처소로 돌아온 것은 새벽이었다. 그것도 축 늘어진 채로 명석에게 안겨서 왔다.

‘어떻게 사람이 잘 걷지도 못하도록….’

새벽까지 명석의 거친 성기에 잔뜩 괴롭혀진 아운의 얼굴이 단번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물론, 자신도 몇 번이나 느꼈지만 뜨겁고 커다란 귀두가 제 뒤에서 비벼지는 감촉은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것 같았다.

“왕자님, 고뿔이라도 드셨습니까? 얼굴이 붉은 게 열이 오른 듯합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래도 소인이 오늘 황궁에 들어가서 탕약이라도 지어와야겠습니다. 그간 식사도 거르시고 폐하께서 보내신 탕약도 잘 안 드시더니 기어이 고뿔이 드는 게지요.”

“…나는 괜찮아.”

“잔말 마십시오. 폐하께서 황궁의 의원을 마음껏 이용해도 좋다고 하셨으니 부지런히 다녀오겠습니다.”

아운이 거듭 괜찮다고 해도 소철은 당장 입궁할 태세였다. 식구가 늘었으니 혹시 아픈 사람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아운의 탕약을 지으면서 연고나 다른 약재들을 받아올 거라고 했다.

아운이 죽그릇을 비우자 소철은 신나게 그릇을 치웠다. 오랜만에 외출할 생각에 기쁜 것 같았다.

소철이 황궁으로 간 사이 아운은 목욕을 했다. 어젯밤에 지친 상태로 침소에 돌아오고 바로 잠들어서 몸을 씻을 겨를이 없었다.

비틀거리며 욕탕으로 간 아운이 몸을 씻고 돌아왔다. 그런데 침소로 돌아오자 방에 명석이 와 있었다.

아운은 비단으로 만든 긴 상의만 걸친 채였다. 매듭도 여미지 않아서 벌어진 옷 틈으로 희고 고운 살결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명석의 시선이 아운의 살결을 더듬었다. 아운은 얼굴과 목덜미를 붉히면서 살짝 떨리는 손으로 옷을 여몄다.

“…네가 여기는 왜?”

“소철 형님이 황궁에 다녀오신다고 그동안 왕자님의 시중을 부탁받았습니다. 고뿔에 걸리신 거 같다고요.”

“…….”

“몸이 좋지 않다고 들었습니다만, 혹시 소인 때문입니까?”

명석은 어젯밤에 제가 아운을 너무 밀어붙인 것 같아 민망해서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어제는 엄청나게 욕정을 참았던 거였다.

다른 사람이 상대였다면 성기를 깊게 넣고 안을 마구 쑤시면서 아침까지 허리를 흔들었을 것이다.

“너무 오랜만이라 아직 몸이….”

아운은 얼굴을 붉히며 조그만 목소리로 고뿔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몸에 열이 나는 건 명석 때문이었다. 그의 손길이 너무 음란했고, 또 제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명석이 다른 사내들과 다르게 너무 거칠기도 했지만.

“흠, 역시 소인 때문인가 보군요. 그럼 제가 책임을 지고 하루라도 빨리 씹질에 익숙해지도록 만들면 되겠군요.”

“…뭐?”

명석은 아운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아운은 갑작스럽게 코앞까지 다가온 커다란 덩치에 놀랐는지 한걸음 물러서긴 했지만 그렇다고 싫다고 말하거나 명석을 밀어내진 않았다.

커다란 손이 아운의 얇은 비단옷 안으로 쑥 들어가서 작은 엉덩이를 덥석 쥐었다.

“힛!”

“어젯밤 이후로 왕자님의 보지가 계속 욱신거리십니까?”

“……!”

아운은 제 속을 꿰뚫는 명석의 말에 놀라고 천박한 말에 당황해서 대답도 못 하고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역시 좆 대가리만으로는 모자란 모양입니다.”

작은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며 야한 말을 내뱉은 명석이 아운의 마른 몸을 휙 안아서 의자로 데려갔다. 아운의 몸을 제 허벅지에 올린 명석이 그의 다리를 벌려서 의자 팔걸이에 올렸다.

“저기, 아직 대낮인데 뭘 하는 거냐?”

“씹질에 밤낮이 무슨 상관입니까. 서로 눈이 맞으면 뒹구는 거지요. 일단 왕자님의 보지가 얼마나 부었는지 확인 좀 해보겠습니다.”

“또….”

명석의 상스러운 말에 아운이 마른 몸을 부들거리며 창피해했다.

아운을 끌어안은 명석의 손길은 거침없었다. 아운의 음문을 확인하겠다면서 작은 발을 팔걸이에 올리고 마른 몸을 제 가슴에 기대게 했다.

돌덩이 같은 품에 안긴 아운은 제 다리가 넓게 벌어지는 것을 그대로 보고 있었다. 그것을 칭찬하듯이 명석이 아운의 양물을 살짝 잡고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하읏, 앗.”

예민한 선단이 거친 손끝에 문질러졌다. 그것만으로 아운은 명석의 단단한 팔을 잡고 헐떡거렸다. 그사이 명석의 다른 손가락들이 아운의 구멍을 만졌다.

어젯밤에 명석의 거친 물건에 잔뜩 쓸린 곳이 역시 부어 있었다.

“앗, 거기는….”

“음, 역시 살짝 부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제보다 보짓살이 탱글탱글해져서 이제 좆을 박을 맛이 날 것 같습니다.”

“힛… 그, 그런 말은 싫다고 하지 않았느냐.”

저속한 말을 계속하는 명석 때문에 아운은 수치심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처음부터 하지 말라고 따끔하게 혼을 냈어야 했다. 그러나 명석의 희롱에 실컷 느껴버린 지금은 혼을 내도 소용없을 것 같았다.

‘내 말을 무시할 게 뻔해.’

벌써 수치심에 눈물이 핑 돌 것 같은 아운은 제 손톱을 깨물었다.

“왕자님의 밑구멍이 촉촉하게 젖었는데, 여기도 씻으신 겁니까?”

“…으읏.”

아운은 너무 부끄러워서 차마 입으로 그렇다고 하지 못하고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명석이 자신을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씻은 건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낮부터 희롱당하길 바란 건 절대 아니었다.

“어젯밤에 조금 쑤신 것으로는 모자란 모양입니다. 역시 왕자님의 보지는 소인의 좆을 원하는 거군요.”

명석의 거친 손이 촉촉하게 젖어 있는 아운의 음문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어서 제 성기를 넣고 싶어서 입맛을 다시며 아운의 뒷목을 살짝 깨물었다. 그러고는 아운의 양물과 음문을 동시에 만졌다.

“아앗, 그게 아니라….”

“너무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동안 요 앙큼한 구멍을 달래 줄 좆이 없어서 허전하셨을 텐데, 이제 밤낮으로 원하는 건 당연하지요.”

명석은 아운의 구멍이 너무 굶주린 탓이라 밝히는 것도 당연한 거라고 달랬다. 굶주린 것치고는 제 성기를 잘 받아먹진 못하지만.

명석은 거친 손가락으로 아운의 구멍을 쓱쓱 문질러 주었다.

“앗, 앗, 제발….”

부은 음문을 이리저리 문지르며 희롱하자 더 창피해진 아운이 훌쩍거렸다. 그러자 굵은 손가락이 젖은 구멍 안으로 꾹꾹 밀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명석이 아운의 작은 턱을 잡고 제 얼굴 쪽으로 끌어당겼다. 명석과 아운의 시선이 마주쳤다. 명석은 수줍어하는 아운에게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입술을 빨면서 양물을 위아래로 훑고 아랫구멍으로 손가락을 더 깊게 넣었다. 명석은 손가락을 한 개만 넣는 게 아니었다. 검지가 아운의 구멍 안으로 반쯤 들어갔을 때 다른 손가락을 함께 넣기 시작했다.

“앗, 아읏!”

명석에게 입술과 혀가 빨리는 아운이 뒤가 벌어지는 자극에 파들파들 몸을 떨었다. 희고 고운 다리까지 부들거리는데, 명석은 어제처럼 거침없이 손가락을 깊게 쑤셨다.

부은 속살을 헤치며 손가락을 박는 명석은 아운의 입술에서 제 입술을 뗐다. 부끄러워하는 아운의 신음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아, 너무 깊어. 흑, 거칠어….”

역시 입술을 떼주자마자 아운은 흐느끼며 거칠다고 앙탈을 부렸다.

“참으십시오. 오늘은 기어이 제 좆을 전부 넣어서 왕자님의 굶주린 보지 속을 제대로 헤집을 겁니다. 그러니 겨우 손가락 두 개로 엄살을 부리지 마십시오.”

명석의 손가락은 잠시 쉬지도 않고 계속 안을 벌리며 들어갔다. 강제로 부은 속살을 헤집은 명석은 손가락들이 뿌리까지 들어가자 그대로 안에서 빙글빙글 돌렸다.

“앗, 앗, 제발, 그렇게 소, 손가락을 돌리면, 아읏, 흑, 너무… 벌어져.”

점막이 훑어지는 자극에 아운은 발끝까지 크게 움찔거렸다. 손가락이 음란하게 움직일 때마다 아운은 명석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앙앙 신음했다.

“어제보다 왕자님의 보지가 부드럽습니다. 조금 만졌다고 그새 길이 든 모양인데요.”

“흑, 그런 말 너무… 창피해. 흐윽….”

“씹질은 원래 천박한 것이라고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번엔 왕자님의 젖이 얼마나 익었는지 만져보겠습니다.”

명석은 아운의 귀에 입술을 대고 천박한 말을 마음껏 지껄였다. 그럴 때마다 아운이 크게 훌쩍이며 얼굴을 붉히는 게 너무 재밌고 또 귀여워 보였다.

명석의 손이 아운의 가슴으로 들어갔다. 얇은 비단옷 안으로 들어간 거친 손가락이 작은 돌기를 잡았다.

“젖은 별로 부풀지 않았네요. 역시 계속 만지고 빨았어야 했나?”

아운의 뒤를 길들이는 게 바빠서 유두를 신경 쓰지 않았더니 만지는 느낌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저, 젖이라니? 흑, 그러니 말라니까.”

“젖을 젖이라고 하지 뭐라고 합니까? 아니면 젖퉁이라고 할까요?”

“흣….”

명석은 아운의 유륜을 잡아 만지면서 음란한 말을 속삭였다. 그럴 때마다 아운이 파들거리면서 질색하는 걸 보는 게 즐거웠다.

황족의 피를 이은 고귀한 왕자에게 자신의 입은 진창 같을 것이다. 그러나 명석은 아운을 희롱하는 걸 멈출 생각이 없었다. 자신은 원래 이런 놈이고, 이런 저를 원한 건 아운이었다.

명석이 여린 돌기를 몇 번 만지자 역시 통통하게 부풀기 시작했다. 명석은 단단하게 부풀기 시작하는 유두를 만지면서 속살을 빠르게 훑었다.

“아읏, 앗!”

거친 손가락들이 전립선을 건드리고 이리저리 찔렀다. 그럴 때마다 아운은 엉덩이와 다리를 덜덜 떨며 신음을 내질렀다. 단단한 손가락들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 여린 점막을 마구잡이로 헤집었다.

어제처럼 찔꺽거리는 음란한 소리가 퍼지고 아운의 양물이 완전히 발기해서 음수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아아, 제발, 너무… 거칠어, 으응, 앗, 제발….”

아운은 거칠다고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제 성기를 보며 애꿎은 발끝을 폈다 접었다 하며 엉덩이까지 들썩였다.

“왕자님, 좆을 스스로 문질러 보시지요.”

명석은 손끝으로 아운의 성기 끝을 툭툭 치면서 스스로 만져보라고 했다. 굵은 손이 양물을 건드릴 때마다 선단 구멍에서 음액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명석은 재촉하듯 전립선을 재차 문질러주었다.

아운은 훌쩍거리면서 제 성기로 손을 뻗어 그것을 잡았다. 분비액으로 흠뻑 젖은 양물을 잡자마자 아운은 정신없이 기둥을 훑었다.

“아으읏… 가, 갈 거 같아.”

명석의 손가락이 거칠다고 투정하면서도 쉴 새 없이 허리를 움찔거리는 아운은 바로 절정을 느낄 것 같았다. 제 속살을 헤집는 질척한 소리와 함께 끙끙거리며 성기를 스스로 애무했다.

“이제 뒤를 조여보십시오.”

“으응, 응.”

아운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거리며 명석이 원하는 대로 제 뒤를 조였다. 거칠고 굵은 손가락이 더욱 적나라하게 느껴졌지만, 욕정과 쾌락에 달아오른 아운은 음란하게 구멍을 움찔거렸다.

“보지를 제법 쫀득하게 조이십니다.”

“하읏, 읏… 싫어. 손가락 너무 딱딱해. 으읏, 거칠고, 하읏, 그렇게 돌리지 마. 흐윽, 아흑.”

“왕자님께서는 입으로는 싫다고 하지만 실제로 소인의 거친 손이 보짓살을 마구 돌려서 후벼파는 걸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이것 보십시오. 보지가 헤집어질 때마다 젖도 퉁퉁 부풀고 좆도 금방 터질 것 같습니다.”

명석은 손가락을 더 크게 돌리며 추삽질을 했다. 푹푹, 퍽퍽, 음란한 소리에 맞춰 마디가 굵은 손가락이 빠르게 들락거렸다.

명석은 아운의 젖꼭지도 내버려 두지 않았다. 단단한 손가락에 괴롭혀진 탓에 크게 부풀기 시작한 유두는 새빨갛게 달아올라서 잘 익은 열매처럼 보였다.

“아흑… 제발!”

아운은 제 성기를 양손으로 쥐고 헐떡거리며 애무했다. 명석의 천박한 말이 그의 귓속으로 파고들 때마다 그의 양물이 더욱 불끈불끈 치솟았다.

“왕자님의 젖을 조금 만졌는데, 벌써 탱글탱글 부푼 것이 맛있어 보입니다. 계속 이렇게 만지기만 하면 평소에 가슴 가리개를 하고 다니셔야 할 정도로 요게 커질 것 같네요.”

명석은 일부러 낮게 웃으면서 아운의 유두를 아프게 잡아당기며 희롱했다. 양쪽을 번갈아 거칠게 잡고 뒤틀고 잡아당기자 아운이 우는 소리를 냈다.

그사이 명석의 손가락들은 계속 빠르게 추삽질을 했다. 푹푹, 퍽퍽, 굵고 거친 손가락들이 여리고 부은 점막을 헤치며 깊게 들어갔다.

명석의 손가락들은 안에서 치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빙글빙글 돌려지며 속살을 엉망으로 만들 듯이 쑤셨다.

전립선까지 짓누르며 쑤시는 통에 아운은 계속 제 성기를 잡고 울었다. 그리고 명석이 다시 느끼는 곳을 푹푹 찌른 순간, 아운이 사정했다.

“흐아앙, 흐앗!”

아운은 허리를 떨며 정액을 내뿜었다. 아운은 명석의 품에서 마른 몸을 크게 떨며 절정을 느꼈다. 그것도 명석의 손가락을 힘껏 조이면서.

“아아, 좋아….”

사정의 쾌감에 아운은 좋다고 헐떡거렸다. 명석의 애무는 거칠고 창피했지만 온몸으로 맛보는 쾌감은 정말 미칠 것 같은 쾌락이었다.

아운의 구멍이 명석의 손가락을 계속 조였다가 풀기를 반복하며 바르르 떨렸다. 아마도 사정할 때 뒤로도 절정을 느낀 모양이었다.

아운이 절정의 여운을 곱씹으며 몸을 떨고 있을 때, 명석은 아운을 안고 몸을 일으켰다. 아운이 반사적으로 그의 어깨를 잡고 매달렸다.

명석은 곧장 침상으로 가서 아운을 던졌다. 그리고 침상으로 올라가서 바지 끈을 풀기 시작했다.

“이제 뭘 하셔야 할지 아시겠지요.”

“아….”

어젯밤의 경험으로 아운은 명석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명석이 제 육봉을 꺼내자 아운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일직선으로 발기한 명석의 물건은 마치 울퉁불퉁한 몽둥이였다.

“엉덩이를 들고 어제처럼 소인의 좆을 입으로 빠시는 겁니다.”

“읏….”

어제는 밤이고 또 달빛만 들어오던 전각에서 몸을 섞었었다. 그래도 명석의 성기가 얼마나 흉측한지 생생하게 보고 느꼈는데 밝은 대낮에 똑똑히 보니, 더욱 위협적이었다.

아운은 자신을 향해 뜨겁게 열을 내는 흉기를 보고 절로 몸을 움츠렸다.

“왕자님, 어서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 이걸 입에 무십시오.”

명석은 제 주머니에서 어제 썼던 기름이 든 호리병을 꺼내 손가락을 적셨다. 손가락 세 개를 전부 집어넣어서 속살이 충혈될 때까지 잔뜩 휘저어줄 생각이었다.

“흑, 너무 커….”

“엄살 부리지 마십시오. 어젯밤에는 이놈의 좆을 맛있게 빠셨지 않습니까? 아니면 또 엉덩이를 맞고 싶으신 겁니까?”

명석은 아운의 팔을 잡고 제 쪽으로 확 끌어와서 그를 억지로 엎드리게 했다. 그러고는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매를 맞겠냐고 했다.

“흑, 맞는 거… 싫어.”

어젯밤에 명석의 단단한 손바닥으로 매를 맞던 일이 생생하게 떠오른 아운을 싫다고 고개를 저었다.

“저도 왕자님께 더는 무례를 범하고 싶지 않으니 순순히 엉덩이나 드십시오. 그러면 기분 좋게 만들어 드리지요.”

명석은 나름 부드럽게 말하면서 제 성기를 잡고 아운의 입술에 대주었다. 아운은 눈물에 젖은 눈으로 그를 힐금 올려다봤다. 원망과 욕정이 섞인 눈이었다.

명석은 아운이 왜 자신을 그런 시선으로 보는지 알지 못했다. 자신이 아운을 강제로 덮친 것 같은 상황이긴 했지만, 애초에 성교를 원한 사람은 아운이었다. 자신은 거절할 수 없던 것뿐이고.

‘원망의 눈으로 봐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닌가?’

그런데 입장이 뒤바뀐 것 같았다. 강제로 당하는 것 같은 아운의 눈빛에 명석이 더 흥분했다. 명석은 아운의 양쪽 젖꼭지를 한꺼번에 잡아 만졌다.

“아읏, 아파.”

“입이나 벌리십시오.”

유두가 거칠게 만져지는 통에 아운은 훌쩍거리며 입을 벌렸다. 명석은 제 육봉을 작은 입에 물려줬다.

“흐읍.”

아운은 훌쩍거리긴 했지만, 위협적으로 불뚝거리는 물건을 우물거리면서 빨기 시작했다. 아운의 고분고분한 모습이 마음에 든 명석은 그의 고운 뺨을 매만졌다.

“왕자님의 피부는 정말 부드럽습니다. 고운 뺨도 가슴도 엉덩이도 그렇고 왕자님은 좆의 색도 연하고 아주 곱습니다.”

“흐읏.”

커다란 성기를 문 아운이 명석의 칭찬에 얼굴을 화르륵 붉혔다. 그의 눈에는 벌써 눈물이 잔뜩 고였고 높게 들고 있는 엉덩이를 바들거리며 떨고 있었다.

명석이 보기에 아운이 자신의 희롱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아운의 가슴과 엉덩이를 동시에 주물럭거리며 씩 웃었다.

“그래도 가장 고운 곳은 왕자님의 보지가 아니겠습니까. 처음에는 뻑뻑했는데, 여길 만질 때마다 보드라워져서 소인의 험악한 손이 민망할 정도입니다.”

명석은 아운의 음문을 살살 만지며 희롱했다. 아까의 희롱에 어제보다 더욱 부어오른 곳이 굵은 손가락이 닿자마자 움찔거리며 요동쳤다.

아운은 저를 희롱하는 창피한 말에 부들거리며 입을 떼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명석이 아운의 뒤통수를 잡아 성기에서 입이 떨어지지 못하게 막았다. 또 동시에 굵은 손가락이 아운의 뒤를 깊게 파고들었다.

“소인의 좆에서 입을 떼지 마십시오. 아니면 왕자님의 엉덩이를 다시 때릴 겁니다.”

“흐으읏….”

여린 점막을 가르며 들어오는 거친 손가락에 아운은 덜덜 떨었다. 그리고 수치심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운의 눈에선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맑은 눈물이 하얀 뺨을 적시며 떨어지는 모습에 명석은 육봉을 더 꼿꼿이 세웠다. 그리고 그는 아운의 구멍에 두 개의 손가락을 찔러 넣은 것도 모자라 다른 하나를 더 넣기 시작했다.

구멍이 가득 벌어지는 동통에 아운은 눈을 크게 떴다. 명석의 손가락들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깊게 깊게 박혔다.

손가락들이 좁은 점막 안에서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친 손가락이 여린 속살에 비벼지고 전립선을 누르고 깊은 곳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며 구멍을 더 크게 벌리기 시작했다.

“아흑, 앗, 아파, 앗, 제발!”

아운은 명석의 육봉에서 입을 떼고 아프다고 울었다. 명석의 손가락이 박혀 있는 작은 엉덩이가 강제로 이리저리 돌아가며 움찔움찔 크게 떨었다.

“흐아… 너, 너무 벌어져. 아파, 흐앗.”

아운은 입술에 명석의 분비액을 덕지덕지 묻힌 채로 울었다.

“참으십시오. 여기를 벌려놔야 소인의 좆을 가득 받을 게 아닙니까. 저는 오늘 저녁에 황궁에 들어가서 근무를 서야 합니다. 일이 끝나면 새벽이니 그때 돌아와서 제대로 좆 맛을 보여드리지요.”

“흐읏, 싫어.”

“내숭 떨지 마시죠. 며칠 전에 하인들의 처소까지 와서 소인에게 잠자리를 요구한 분이 누구십니까? 요 앙큼한 좆과 보지를 떨며 소인의 대물을 바라셨지요?”

“…그, 그건.”

아운은 할 말이 없었다. 제가 명석의 처소까지 찾아간 건 사실이니까. 그러나 음란한 곳을 떨고 있진 않았다. 다만, 명석과 눈이 마주친 이후 내내 심장이 덜덜 떨리긴 했었다.

‘노골적으로 잠자리를 요구한 것도 사실이지.’

아운이 대답도 못 하고 얼굴만 더 붉히자 명석은 그냥 웃더니 그의 몸을 바로 눕혔다. 그리고 마른 다리를 넓게 벌리더니 벌써 발기해서 잔뜩 젖어 있는 아운의 양물을 입으로 삼켰다.

“하윽!”

명석이 아운의 성기를 빨기 시작하자 아운은 외마디 신음을 내질렀다. 선단과 기둥을 삼키고 쭉쭉 빨아주자 아운의 가느다란 허리가 들썩거렸다.

“하읏, 앗, 제발… 이대로 가, 갈 것 같아.”

“아직 멀었습니다.”

명석은 아운이 사정하기 전에 그의 성기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그의 뒤로 손가락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굵고 거친 손가락 세 개를 전부 한꺼번에 넣는 것이다.

손가락들이 점막을 헤치며 불쑥불쑥 파고들 때마다 아운은 여린 몸을 크게 떨었다.

“흐으읏, 윽, 너무 벌어져….”

아운은 엉덩이가 넓게 벌어져서 싫다고 투정했지만, 명석은 그를 달래기는커녕 손가락들을 그대로 뿌리까지 박았다.

“히잇! 아파!”

아운이 엉덩이를 부르르 떨었다. 동통에 눈물을 찔끔 흘리자 그것을 빤히 보던 명석이 다시 그의 성기를 입으로 핥기 시작했다.

선단과 기둥을 핥고 떨어지자 아운의 분비액이 명석의 입술과 혀에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그것을 핥은 명석이 다시 아운의 양물을 삼키고 음란한 소리를 내며 빨았다. 명석이 입안에서 아운의 것을 굴렸다. 아운은 명석의 음란한 혀 놀림에 성기를 더욱 크게 부풀리면서 허리를 비틀었다.

“아읏, 읏.”

신음하는 아운은 비단 이불을 힘껏 쥐었다. 명석은 아운의 선단부터 고환까지 자극했다. 손으로 음낭을 살살 만지더니 그대로 손가락을 아래로 내려 구멍에 다시 넣기 시작했다.

굵은 손가락들이 한꺼번에 속살을 가르며 깊게 박힌 순간, 성기가 아플 정도로 빨렸다.

“아파, 흐아앗!”

아운은 바로 눈물을 떨구면서 덜덜 떨었다. 양물과 구멍 안쪽이 다 아팠다. 아니, 사실은 허리가 저리도록 억세게 빨아주는 게 너무 좋았다.

명석의 혀가 아운의 선단을 입안에서 굴리며 손가락까지 빙글빙글 돌려 구멍 속을 헤집었다.

“제발, 흐읏.”

수치심과 쾌감으로 뒤범벅된 아운이 울며 그만하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그의 애원을 들어줄 명석이 아니었다. 명석의 거친 손가락들이 빠르게 추삽질을 하며 아운의 여린 구멍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하윽, 앗… 흑, 좋아, 흐앗, 앙.”

치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운은 앞과 뒤가 모두 아픈데도 좋아서 울었다. 그리고 그는 바로 몸을 떨며 명석의 입안에서 사정했다.

점막과 전립선을 괴롭히고 성기를 거칠게 빨아주는 자극에 견디지 못한 것이다.

“몇 번 빨지도 않았는데, 또 일찍 좆물을 싸십니다. 소인의 재주가 그리 좋으셨습니까?”

일부러 아운을 놀리려는 듯 명석이 그의 선단에 혀를 날름거리며 물었다. 아운은 얼굴만 붉힌 채로 몸을 덜덜 떨었다. 훌쩍거리는 아운은 대답을 못 했다. 급기야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제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명석은 아운의 우는 얼굴에 욕망을 느꼈다. 이대로 아운의 다리를 벌려서 그의 습하고 뜨거운 구멍에 제 성기를 넣고 마음껏 흔들고 싶었다. 명석은 그렇게 아운을 더 울리고 싶었다.

“…….”

그러나 명석은 아운의 다리를 벌리지 않았다. 그는 제 욕망과 다르게 아운에게서 떨어졌다. 당장 넣고 싶긴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운의 벗은 몸에 이불을 덮어준 명석은 그대로 침상에서 내려와 제 옷매무새를 고쳤다.

숨을 헐떡거리던 아운은 명석을 쳐다봤다. 방금까지 제 몸을 더듬던 것과 다르게 꽤 냉정한 얼굴이었다.

“…….”

아운은 몸이 저려서 계속 누워있었다. 그대로 발긋하게 달아오른 얼굴로 명석을 계속 지켜봤다.

‘이대로 처소로 돌아가는 건가?’

거친 손가락에 엉덩이 안이 휘저어지는 건 힘든 일이었지만 상상 이상의 쾌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었다. 명석의 거친 손가락이 어떻게 제 안에서 움직였는지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아운은 저도 모르게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다.

‘아니, 아쉬운 건 절대 아닌데….’

아운은 얼굴을 확 붉혔다. 거친 손에 농락당하며 여러 번 느낀 것도 모자라 아쉽다니.

‘역시 요즘에 내가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야.’

아운은 평소의 자신답지 않다고 스스로를 질책했다. 그러면서도 아운은 명석에게 정말로 새벽에 자신을 찾아올 건지 물어보고 싶었다.

끝내 아운은 명석이 옷을 다 입을 동안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연인 사이도 아니니 어디에 가냐고, 또 언제 돌아오냐고 묻기도 어색한 것이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옷을 다 입은 명석은 언제 험악하게 굴었냐는 듯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아운은 그 모습을 눈만 깜박거리며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제 마음은 자꾸만 뭘 좀 어떻게 해보라고 하는데, 여기서 무언가를 더 하면 정말 미친놈이 될 것 같았다.

그는 아쉬운 마음을 꾹 누르고 그냥 명석이 침소를 나가게 내버려 두었다.

‘잠자리 이외에 내가 저놈에게 바랄 것이 있나?’

아까도 그랬지만 아운은 충동적으로 명석을 찾아간 일을 후회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 마음이 소란스럽지 않을 텐데. 죽은 그에게도 죄스럽지 않을 테고.

‘나 때문에 죽었는데….’

아운은 옛 연인을 떠올렸다. 자신 때문에 죽은 그를 생각하자 며칠 동안 모른 척하고 있던 죄책감이 몰려왔다.

‘그래, 이러면 안 되지.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는데, 이런 상태로 명석이를 침소로 끌어들이는 건 역시 미친 짓이야.’

연인의 죽음 때문에 아운은 여태껏 죄책감을 등에 지고 살아왔다. 지금도 마찬가지였고.

‘나만 행복해지면 너무 미안해지잖아.’

아운은 명석이와 함께 있으면 좋았다. 눈이 즐겁고 몸도 마음도 들떠서 그를 까맣게 잊어버리곤 했다. 그렇게 계속 명석이와 함께 있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깊은숨을 내쉰 아운은 그를 잊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잠자리 상대가 없어도, 명석이가 없어도 괜찮다고. 늘 외롭긴 해도 언제나 평화롭게 지냈었고, 이젠 외로움도 익숙해졌으니까.

아무래도 오늘 명석이 찾아오면 돌려보내야 할 모양이다.

아운은 명석을 돌려보내야 할 이유를 생각했다. 신분이 낮은 사람과의 무리한 연애는 한 번으로 족하고, 또 명석은 자신에게 관심도 없었다. 자신의 요구에 마지못해 끌려 나온 것일 뿐.

자신은 누군가에게 강제로 성교를 요구할 정도로 못난 놈이 아니었다. 자신이 옛 연인에게 미안해서 그렇지, 그깟 연애 상대쯤은 원한다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황궁의 연회에 불려갔을 때마다 꽤 많은 사람에게 유혹을 받지 않았던가.

‘…아,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별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아운은 더 창피했다. 지금 자신은 명석과 잠자리를 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애써서 만드는 중이었다.

“이제부터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명석이 오면 깨끗하게 돌려보내자.”

아운은 한숨과 함께 다시 다짐했다. 그때 황궁의 의원에 갔던 소철이 돌아왔다.

“왕자님,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외출에 싱글벙글하며 소철은 작은 꾸러미 하나를 들고 들어 왔다. 그것을 탁자에 내려놓은 소철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하도 오랜만에 황궁에 가서 그런지 의원을 찾아가는 길을 깜박 잊었지 뭡니까. 그래도 마침 아는 사람을 만나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왕자님께서도 오 내관을 아시지요?”

“…그래.”

오 내관이라면 황후의 내관이다. 얼굴이 창백한 그는 늘 활기찬 황녀를 쫓아다니느라 바빠 보였다.

“그가 의원에 가서도 말을 잘 해줘서 약도 수월하게 얻었습니다. 어선방에서 만들었다는 화과자도 싸주지 뭡니까.”

화과자는 금방 만든 것이라 따끈따끈하다며 보자기를 풀던 소철은 그제야 아운을 쳐다봤다.

그때 아운은 몸을 추스르며 일어나서 옷을 찾고 있었다. 소철은 아직 아운이 거의 벌거벗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왕자님. 언제부터 벗고 계신 겁니까?”

“아, 이건… 아까 목욕을 해서.”

“고뿔에 걸리셨는데, 왜 목욕을 하셨습니까? 아니지 명석이에게 왕자님을 봐달라 했거늘. 그놈이 왕자님을 잘 돌보지 않았군요!”

소철은 명석이 자신의 당부를 지키지 않았다고 화가 난 눈치였다.

“아니, 그게 아니라….”

“잠깐, 그런데 왕자님의 몸이 왜 얼룩덜룩하십니까…?!”

아운의 몸에 남은 흔적을 확인한 소철은 열꽃이 피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당장 의원을 불러와야겠습니다.”

“아니, 괜찮아. 이건 명석이가…, 앗!”

아운은 재빨리 제 입을 막았다. 얼떨결에 실수로 명석이의 이름을 꺼내고 만 것이다. 그런데 이미 늦었다. 소철이 그의 말을 알아들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제야 소철은 아운이 왜 벗고 있는지 이해하게 됐다. 그러고 보니 아까 현월궁으로 돌아오자마자 근무를 하러 가는 명석과 마주쳤었다.

그 당시 명석의 표정이 왠지 심각해 보였고, 그의 왠지 걸음도 허둥지둥한 것이 이상하긴 했었다. 아마 명석이 다른 의미로 아운을 돌봐준 모양이었다.

소철은 10년 동안 고집스럽게 혼자 있었던 아운의 견고한 벽을 부순 기특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아까 제가 돌아왔을 때 명석이를 만났는데, 근무를 서러 가는 중이랍니다. 새벽에나 돌아온다고 하더군요.”

“…응.”

아운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은 좀 일찍 일어나셔서 명석이와 함께 드시는 건 어떠십니까? 이왕이면 저녁을 차려드리고 싶지만, 명석이 그놈의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니 식사 시간을 맞추기 힘들 것 같습니다.”

“…….”

“명석이 그놈이 참 듬직하지요. 아이고, 이제 저도 그놈이라고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어느새 소철은 명석을 아운의 연인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그제 밤에도 명석이 아운의 침소에 들었고, 오늘도 그가 없는 사이에 침소에서 일이 있었으니 소철이 착각하는 건 당연했다.

아운은 들떠 있는 소철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명석과 잠자리는 했다. 했으나 그와 연인은 아니었다.

‘연인이라니, 말도 안 돼.’

아운은 누군가를 제 인생에 들여놓을 생각이 없었다. 아직도 그가 죽던 날이 생생한데, 저 혼자 행복해질 순 없다.

“소철, 명석이와 나는 그런 사이가 아니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오해하게 만든 건 미안해. 그런데 명석이는 내 연인이 아니야. 그냥….”

아운은 그냥 잠자리만 했다는 말은 차마 부끄러워서 하지 못했다. 이제까지 죽은 연인에게 정절을 지키던 자신이 갑자기 어린 사내에게 욕정을 품었다고 고백하기 힘들었다.

아운의 말에 활짝 웃고 있던 소철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왕자님, 명석이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아, 응. 그래, 마음에 안 들어. 명석이는 노비 출신이잖아. 나보다 신분도 미천하고… 재산도 없고. 그런 사내를 또 만나긴 싫어.”

아운은 집안에서 반대할 거라 더는 싫다는 핑계를 댔다.

“왕자님께 비하면 명석이의 신분이 미천하긴 하지요. 하지만 출세가 보장된 아이가 아닙니까.”

소철은 열심히 명석을 변호했다. 명석이 귀족 출신은 아니지만, 황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니 반드시 출세할 아이다. 몇 년만 지나면 황궁에서 번듯한 직책에 올라 있을 텐데, 그때 아운의 짝으로는 다소 모자라도 미천한 신분은 아닐 것이다.

세월이 더 지나면 명석이 대장군이 될 수도 있고, 돈은 직책이 올라갈수록 많이 벌 것이 아닌가.

소철이 명석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아운이 관심을 보인 사내는 명석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운은 자기를 좋다고 한 귀족 사내들을 전부 거절했었다.

‘아니, 신분을 따지실 거라면 명문가에서 들어온 혼담을 거절하지 마시던가. 좋은 혼처는 다 거절하시고, 연회에서 관심을 보인 분들까지 전부 싫다고 하신 분이 유일하게 밤을 보낸 사람이 명석이인데.’

지금 명석과의 사이가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면 아운은 이대로 홀로 늙어 죽을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형제처럼 커온 아운이 한평생 외롭게 살면 자신이 마음 편히 혼인이나 할 수 있을지.

‘왕비님께서도 마음고생이 심하신데.’

이제 좀 다들 옛일은 잊고 편히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운은 아직도 연인의 죽음에 연연하는 모양이었다.

“왕자님, 이제 좀 옛일은 잊으시지요. 언제까지 옛일에 집착하시면서 스스로를 괴롭히십니까.”

“그건 무슨 말이냐?”

“왕비님께서 전에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그분이 왕자님을 괴롭히려고 일부러 정원에서 목을 맸다고요. 소인도 그리 생각합니다. 그분이 저기, 정원의 복숭아나무에서 목을 매고 죽었습니다.”

소철은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아운이 안타까워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절대 열지 않는 창문을 가리켰다.

“왕자님에게 평생 동안, 절대 잊지 못할 상처를 남긴 게 아닙니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잊지 못할 쓰린 기억을 주고 떠난 건 사랑이 아닐 겁니다.”

“소철….”

“10년이면 이제 잊으실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솔직한 마음으로 현월궁의 생활은 이제 접고 왕비께서 계신 주언궁으로 이사했으면 좋겠습니다.”

“…….”

“그러니 왕자님께서 결단을 내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아직….”

아운은 고개를 저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명석에게 끌린 건 사실이었다. 그 아이의 강인한 몸과 솔직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아운은 아직 그를 잊을 수 없었다.

아니, 잊고 살 용기가 없었다.

***

“명석아, 얼굴에 근심이 있구나.”

운서는 명석의 얼굴을 유심히 보며 물었다. 명석은 일찍 입궐했다가 마침 운서의 심부름을 다녀오던 오 내관이 발견하고 데려온 것이다.

명석에게 차를 내준 운서가 화과자를 먹으면서 근황을 묻자, 그저 다 좋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런데 명석의 표정은 다 좋은 게 아니었다.

오 내관도 명석이 멍한 얼굴로 근무지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고 했다.

‘요선각에 있을 때는 표정이 밝았는데?’

요선각에서 일할 때의 명석은 항상 웃고 있었다. 부모의 얼굴을 보지 못할 때도 그랬다. 돈을 벌어서 언젠가 제 부모를 데려오겠다며 밝은 표정으로 열심히 일하던 아이였다.

그런데 현월궁으로 거처를 옮기고 나서 명석의 얼굴이 유독 까칠해 보였다.

“명석아, 얼굴이 왜 그러니? 네 표정이 어두운 걸 보니 현월궁의 주인이 너를 구박이라도 하는 모양이구나.”

“아, 아닙니다. 왕자님께서는 그럴 분이….”

운서가 한마디 하자 명석이 바로 아운을 위해 아니라고 부정했다. 사실 명석은 아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위세를 부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와 계속 밤을 보낸 후에는 아리송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성격이 예민하게 보이는 반면, 저의 직설적이고 상스러운 말도 유하게 넘어가는 걸 보면 위세를 부리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그의 우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막 어수선했다.

‘순진한 것 같기도 하고.’

침상에서의 아운은 계산도 할 줄 모르고 성애도 거의 모르는 순진무구한 도련님 같았다. 아운의 그런 면이 영서를 보는 것도 같아서 싫지 않았다.

싫지 않다니?

명석은 자신이 아운을 싫어하지 않은 게 더 이상했다. 처음에는 장사도의 첫째와 같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명석은 아운을 생각할 때마다 혼란스러웠다.

명석이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이, 그를 빤히 보던 운서가 그를 더욱 집요하게 살폈다.

“그래, 그럴 분이 아니지. 현월궁의 왕자님께서는 좋은 분이다. 성격도 순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게 내 형님과 비슷한 면이 있지.”

“예, 그런 것 같더군요.”

운서의 말을 듣고 보니 장사도의 첫째보다 영서와 닮은 면이 많아 보이기도 했다.

“상처도 많은 분이니 조심히 모셔야 한다.”

“…상처라니요?”

“내가 전에 왕자님의 옛 연인이 죽었다고 했었지.”

“예.”

“그러니까…, 아운 왕자님은 10년 전에 사랑하는 연인을 잃었거든. 그의 연인이 효창왕을 모시던 시종이었는데, 효창왕과 현홍왕비의 반대로 자결했지. 현월궁에서, 그것도 아운 왕자의 침소 바로 앞에서 목을 맸어.”

“…….”

“제일 처음 발견한 사람도 아운 왕자님이셔. 그 때문에 10년을 두문불출하며 지내셨고.”

아운이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연 순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목을 매고 죽은 모습을 봐야 했던 것이다. 전날 밤에 자기 옆에서 곤히 잤었고, 평생의 반려자로 맞으려던 사람이 스스로 자결을 했으니 기함할 노릇이었을 것이다.

아운이 안쓰러운 운서는 명석에게 왕자님이 다소 까칠하게 굴어도 이해하라고 했다. 그동안 아운의 사정을 제대로 몰랐던 명석은 무조건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거리기만 했다.

연인이 있었다면서 성교에 소극적이고, 외롭다고 애절하게 말하던 그가 이제야 이해되는 것이다.

“…예, 왕자님께 실례되는 일은 하지 않고 잘 모시겠습니다. 무엇보다 소인의 양친이 현월궁에서 일하게 된 걸 좋아하십니다.”

“그러냐? 잘 되었구나.”

운서는 살짝 웃었다. 자신이 아니라 양친이 좋아한다고 말하는 걸 보니, 명석은 현월궁이 썩 좋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명석이 부모와 함께 지내기엔 현월궁만 한 곳이 없었다.

황궁에서 가까워 출퇴근하기도 좋고 텃세를 부리는 시종도 없다. 거기에 모시는 주인이 한 명뿐이니, 늘 바쁜 장사도나 요선각에 비하면 훨씬 편할 것이다.

“참, 내가 너를 보자고 한 것은 조만간 근무지를 옮기게 될 거라서 미리 말을 해주려고 불렀다.”

“근무지요?”

“그래, 명이가 곧 동궁으로 들어가게 될 거야.”

“예? 태자님은 아직 어리시지 않습니까?”

태자는 걷기는커녕 기어 다니는 상태였다. 아직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갓난아기인데, 동궁에 따로 떨어뜨려 놓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태자의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지, 실제로 들어가는 건 아니야. 명이가 동궁에 들어가는 나이가 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지. 지금은 혼자 걷지도 못하는 아이가 아니냐.”

“예, 그렇군요.”

“명석아, 폐하께서 너를 동궁의 치안 담당으로 승차시키실 거다. 책임자의 자리는 아니지만, 차차 품계가 더 올라갈 테니 열심히 하렴.”

“…소인은 아직 승차할 때가 안 되었습니다.”

명석은 거절하려고 했다. 황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지금 하는 일도 다 배우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승차라니, 너무 과분했다.

“폐하께서 결정하신 거니 토 달지 말아라. 폐하께서는 태자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자를 동궁에 두길 원하신단다. 또 내 형님께서도 네가 출세하면 얼마나 기뻐하시겠니?”

운서는 은근슬쩍 영서를 팔았다. 그러자 명석도 더는 거부하지 않았다. 사실 명석을 동궁으로 보내는 이유는 동궁에 드나드는 사람들과 궁인들을 감시하려는 꿍꿍이가 있었다.

그러나 운서는 아직 속내를 밝히지 않았다.

“예, 성심을 다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명석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 명석은 하루라도 빨리 부모님이 남의 집 일을 그만두고 편히 지내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이 승차하여 녹봉을 많이 받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영서와 운서가 자신의 출세를 바라고 있으니 기대에 부응해서 두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 형님도 나도 네게 거는 기대가 크구나.”

운서는 언제 봐도 듬직한 명석을 보면서 흡족하게 웃었다.

***

근무를 마친 명석은 새벽이슬이 내릴 때 퇴궐했다. 그가 막 현월궁으로 들어왔을 때 중정에서 서성거리는 인영이 있었다.

아운이었다. 긴 옷을 걸친 그는 찬 공기를 마시며 중정에 있는 작은 연못 근처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왕자님?’

명석이 가까이 다가갔지만, 아운은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여전히 그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명석은 아리송하고 소란스러운 감정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운서나 영서는 의지가 되는 사람들이라 둘과 함께 있을 때는 그저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다. 그런데 아운과 있을 때는 좀 달랐다.

아운은 확실히 달랐다. 요선각의 나리들과도, 또 장사도의 첫째와도 아예 다른 사람이었다.

연인이 죽었다고 10년을 넘게 혼자서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외로움을 참고 견디다니? 자신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얼마나 사랑했으면 그 세월을 잊지 못할까?’

명석은 그런 사랑은 몰랐다. 운서와 영서를 마음에 품고 있었지만, 이루지 못할 사랑에 오래 괴로워하진 못했다. 처음부터 제 사람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

명석은 다시 아운을 살폈다.

자신이 생각하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보니 아운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더불어 그가 귀엽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계속 함께 있고 싶고.

명석은 자신의 이런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혼란스러움이란 명석에게 참 낯선 것이라 이대로 아운의 얼굴을 마주하기가 꺼려졌다.

아운에게 끌리는 제 마음이 두렵기도 했다.

‘애초에 나와 어울리지 않은 사람을 가까이 해봤자, 저번 같은 꼴만 당할 테지.’

저를 사랑한다던 장사도의 첫째도 저에게 언질도 주지 않고 귀족과 혼인을 했는데, 하물며 황족인 아운이 자신을 밤 상대 이상으로 볼까 싶었다.

‘애초에 노비 출신인 나를 받아들일 리가 없지.’

명석은 아운을 제 욕정을 풀 구멍으로 취급하려 했지만, 몸을 섞으면 감정이 생긴다. 제 아래서 쾌감에 들뜬 얼굴을 보고 있으면 상대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대로 잠자리를 반복하면 자신만 괴롭다는 걸 아는 명석은 아운과 더는 가까워지고 싶지 않았다. 자신만 상처받을 테니까.

그러나 아운의 욕망을 거절했을 때, 그 뒤에 벌어질 일도 걱정이었다. 만약 아운이 부모님을 내친다면? 당장 오갈 곳이 없는 세 식구는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차라리 허름한 셋집이라도 구하는 게 낫지.’

다시는 장사도에 있을 때처럼 착취당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노비가 아니니까. 전에는 번듯한 집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마음이 달라졌다. 허름하고 좁은 집에 살더라도 마음 편히 지내는 게 나았다.

‘황후마마의 말씀대로 잠자리 상대는 내가 고르는 게 좋겠어.’

운서의 말대로 제가 승차하여 어느 정도의 지위에 올랐을 때, 그때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명석은 아운에게서 몸을 돌렸다. 아운과 밤을 보내는 대신 이대로 처소에 가서 몸을 씻고 잘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는 몇 걸음 가지 않아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몸을 돌려서 아운에게 향했다.

보아하니 걸친 옷도 얇고, 계속 밖에서 찬 바람을 맞으면 몸이 상할 게 틀림없었다. 가뜩이나 말라서 맥아리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 고뿔에 걸리면 안 되니까.

내쫓길 땐 쫓겨나도 저 사람이 아픈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왕자님, 왜 이곳에 나와 계시는 겁니까?”

“…아, 명석이구나.”

명석이 불쑥 다가서자 아운이 깜짝 놀라서 그를 쳐다봤다. 역시 추운지 아운의 얼굴이 창백했다. 명석은 얼른 제 겉옷을 벗어서 그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날이 찹니다.”

“…고맙다.”

아운은 명석을 힐긋 보고 씁쓸한 얼굴로 웃었다.

“잠이 오지 않아서…. 그보다 실은 소철과 말다툼을 했다. 아니, 말다툼이 아니라 잔소리를 들은 것뿐이지만.”

아운은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소철이 나와 네 사이를 눈치채고는 글쎄 옛 연인은 싹 잊으라더구나.”

“…소인과 왕자님의 사이요?”

“그, 그래.”

아운은 슬쩍 명석의 눈치를 살폈다. 아운의 눈에 새벽이슬을 맞은 명석이 참 커다래 보였다. 넓은 어깨가 든든해 보이고, 눈빛은 강직했다.

“…….”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도 맑았다. 꾸밈도 없고 솔직한 사람이었다. 아운은 갈수록 명석이가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운도 명석이를 잠자리 상대로 취급하지 않고 그 이상의 사이가 되고 싶기도 했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지친 마음을 기대고 싶은 것이다.

옛 연인에 대한 죄책감이 아니라면 아마 자연스럽게 명석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

아운은 이대로 명석이를 처소로 돌려보내려 했다. 그러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명석의 넓고 뜨거운 품에 안겨서 자고 싶었다.

‘그러니까, 혹시 명석이가 나를 원한다면….’

어쩌면, 명석이가 자신을 원한다면. 이대로 명석이 적극적으로 제게 애정을 조르며 밀고 들어와 준다면. 제 안까지 깊숙하게. 그래서 그에 대한 죄책감이 자연스럽게 부서지길 바랐다.

벌써 세 번이나 잠자리를 했다. 그러니 이제는 자신들의 사이에 이름을 붙여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데, 명석의 표정이 영 이상했다.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얼굴이었다.

‘…내가 또 착각한 모양이로군.’

아운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아무래도 자신이 명석과의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긴, 내가 좋아서 침소에 들어온 녀석도 아니니 어쩔 수 없지.’

아운은 소철이 옛 연인은 잊고 명석과 이어지길 바랄 때는 싫다고 했다. 그러면서 명석이 무심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서운했다.

‘그는 잊고 싶지 않으면서 이 아이와 친근한 사이가 되고 싶은 건 욕심이지.’

정원을 서성거릴 때만 해도 명석을 거절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이 아이의 얼굴을 보자 마음이 세차게 흔들렸다. 아운은 명석이 연인이 되길 강요하면 못 이기는 척 넘어가려던 제 이기심이 부끄러웠다.

“…혹시 나에 대한 말을 들은 적이 있더냐?”

아운은 명석을 그냥 보내지 못하고 미련이 가득한 마음으로 말을 걸었다.

“예, 황후마마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주셨느냐?”

“왕자님의 옛 연인이 이곳에서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명석은 묻는 말에 덤덤하게 대답했다. 시시콜콜한 사족을 늘어놓지도 않고 간단하게만 말했다. 명석은 그에 대해 말하는 걸 껄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아운은 명석의 그런 면이 마음에 들었다.

“너는 뭐든 돌려 말하는 법이 없구나.”

조심스러워하는 사람들과 다르게 아무렇지 않게 지난 일이라고 치부하니 명석과 있으면 마음이 가벼웠다. 아운은 자신이 그를 잊지 못하는 것과 별개로 다른 사람이 그 일을 신경 쓰는 게 싫었다.

‘어차피 때가 되면 잊을 텐데. 아직은 때가 아닐 뿐이야….’

아운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그를 잊지 못하는 이유는 그를 지금까지 사랑하는 것보다 그저 죄책감 때문이라는 걸.

“소철과 내 어머니께서는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하셨다. 상대를 괴롭게 만드는 게 무슨 사랑이냐면서.”

“…글쎄요. 소인의 생각에는 다른 사람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

“두 분은 서로 사랑하신 게 아닙니까?”

“그, 그렇지.”

“그럼 사랑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일을, 왜 아니라고 부정하시는 겁니까. 왕자님을 사랑했고, 왕자님께서 사랑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남들의 의견이 뭐가 중요하다고요.”

명석은 별일도 아닌 일로 상처받지 말라고 말했다. 아무리 상대가 상처를 남기고 죽었다고 해도 사랑은 사랑일 뿐, 다른 이름이 될 수 없었다.

자신이 장사도의 첫째를 사랑한 것처럼.

“…네가 뭘 안다고?”

명석의 말에 위로받는 것 같아 눈물이 날 것 같은 아운은 제 말을 숨기고 괜히 타박했다.

“그렇지요. 배움도 적은 저 같은 놈이 뭘 알겠습니까. 그럼 소인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왕자님도 어서 들어가 쉬십시오.”

아운의 심술궂은 말을 슬쩍 웃으며 무심히 넘긴 명석이 이만 자러 가겠다고 몸을 돌렸다. 그때 아운이 저도 모르게 그의 팔을 잡았다.

“새벽에 나에게 온다고 하지 않았더냐?”

“…저를 기다리신 겁니까?”

“…….”

아운은 대답 없이 얼굴만 붉혔다. 딱히 기다린 건 아니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새벽이슬이 내리는 정원에서 아운은 명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송구스럽지만, 아무래도 왕자님과 더는 밤을 보낼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왕자님과 어떤 식으로든, 어떤 관계든, 더는 엮이고 싶지 않습니다.”

“…뭐, 뭐라고?!”

“더는 왕자님의 침소에 가고 싶지 않다는 말입니다.”

명석은 제 마음을 확실히 말했다. 이대로 함께 시간을 보내면 아운에게 마음이 기울 것 같았다. 외모가 아름답고 순진하니 살을 섞을 때마다 정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황족인 아운과 노비 출신인 저는 어울리지 않는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왕비님의 말씀도 옳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마음에 품은 분들은 모두, 그러니까… 왕자님께서도 소인이 장사도에 있었다는 건 아시지요?”

“그래, 소철에게서 들었다.”

소철에게서 명석이 어릴 적부터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소인이 노비 출신인 것도 이미 아실 테고요. 실은 장사도의 장남과 소인은 잠자리를 함께 하는 사이였습니다.”

“……?!”

아운은 명석이 자신을 거부했을 때보다 더 크게 놀랐다.

“뭐, 그분은 귀족의 딸과 혼인했고, 저는 이용만 당했지만요. 그 이후에 다른 분을 마음에 품긴 했으나, 저 같은 놈이 주제도 모르고 탐을 낼 분이 아니었습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포기하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하고요.”

영서에게도 제 마음을 고백하지 못했는데, 황족이라니? 아운이야말로 제가 언감생심 넘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명석은 더더욱 아운에게 다른 감정이 생기는 걸 미리 차단하고 싶었다.

더군다나 아운이 저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니까. 이런 어수선한 마음은 바로 정리하는 게 옳았다.

“생활도 사랑도 각자 주어진 상황에 맞춰서 꾸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명석은 제 삶이 평탄하지 않아서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상처를 받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상처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명석은 제 상처보다 영서와 운서에게 은혜를 갚고 부모님께 번듯한 집 한 채를 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더 먼저였다.

그렇다고 죽은 연인을 잊지 못하는 아운의 마음을 모르진 않았다.

“그냥 좋게좋게 생각하십시오.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도 없으니 물을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그분은 아까운 목숨을 포기할 정도로 왕자님을 사랑하신 걸 테지요.”

“방금은 사랑도 상황에 맞춰서 꾸려야 한다면서….”

“그건 제 얘기고요. 다른 사람의 경우는 또 다르겠지요.”

“배움이 적다면서 꽤 멋들어진 말을 하는구나.”

“황후마마께서 해주신 말씀입니다.”

운서는 영서에게 고백도 하지 못하고 포기한 명석을 위로해줬다. 사람 인생은 오늘 내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고. 인생은 길고, 주어진 상황에 맞춰 열심히 살면 또 다른 사랑이 나타나서 명석을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했다.

명석은 운서의 말을 믿었다.

장사도의 첫째 때문에 괴로워하던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바로 운서였기 때문이다. 그가 옛 주인처럼 자신을 버리거나 외면하지 않고 살뜰히 챙겨준 덕분에 과거는 후련하게 털어버릴 수 있었다.

“…또 황후마마냐?”

“예, 마마께서는 안 될 일에 매달려 자기를 괴롭히지 말고 재빨리 다른 길을 찾는 게 인생의 진리라고 하셨습니다. 소인의 부모님께서도 황후마마의 말씀이 맞다고 하셨고요.”

“아주 신뢰가 두텁구나.”

“소인의 은인이 아닙니까. 게다가 내관에서 황후가 되신 분이라 이루신 게 있으니 믿을 수 있지요.”

“그건 그렇지….”

아운도 명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운이 영현궁으로 불려 갈 때마다 태후에게서 항상 운서의 칭찬을 들었었다.

연진이 태자 시절이나 황제가 되었을 때도 변함없이 운서와 함께 있으면 늘 웃는 얼굴이라고. 선황제는 황태자 시절부터 중압감 때문인지 잘 웃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연진은 보위에 오른 지금도 늘 웃으니, 운서가 황제를 얼마나 세심하게 보필하는지 알 수 있지 않으냐고.

“그래, 네가 뭘 말하려는지 알겠다. 그럼 이만 물러가서 쉬려무나.”

“예, 왕자님께서도 밖에 오래 머물지 마시고 들어가서 주무십시오. 고뿔에 걸리시면 소철 형님이 걱정할 겁니다.”

“…알았다.”

아운은 그러겠다고 대답했지만, 순순히 유현각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명석은 그런 그를 내버려 두고 제 처소로 향했다.

명석이 돌아가고, 잠시 정원에서 머물던 아운도 처소로 발길을 옮겼다. 명석이 더는 자신과 함께 있는 걸 바라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정원을 가로질러 유현각으로 들어가는 아운의 걸음은 무겁고, 그의 가슴은 몹시 아팠다. 명석이 자신을 거절한 게 그를 배신하려는 저에 대한 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아운은 유현각의 긴 복도를 걸었다.

‘평생 그 사람만을 가슴에 품고 살기로 했는데, 내가 외로움에 지쳤구나. 명석이의 말대로 사랑도 상황에 맞게 꾸려야…!’

그런데 갑자기 아운의 걸음이 멈췄다. 명석의 말을 가만히 곱씹다 보니 이상한 점을 느낀 것이다.

“잠깐만….”

명석이 더는 자신의 침소에 오지 않겠다는 이유가….

‘분명히 내 침소에 오지 않겠다는 이유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포기하는 것도 사랑이라고. 자신은 상황에 맞게 꾸려야 한다고 했었지?’

그렇다는 건 명석은 아운이 싫어서 거부한 게 아니라는 말이었다. 아운은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어리벙벙했다.

명석은 자기가 어떤 상황인지, 왜 아운과 함께 밤을 보낼 수 없는지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그런데 제가 바보처럼 알아듣지 못한 것이다.

‘이런, 나에게 호감이 있으니 당연히 이용당하고 싶지 않겠지.’

장사도의 첫째에게 철저하게 배신을 당했던 명석이었다. 더군다나 자신과의 신분 차이도 크니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다시는 누군가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을 텐데. 내가 몸만 취할 거라고 생각한 거로구나!’

명석으로서는 자신을 거절하는 게 당연했다.

아운은 몸을 돌렸다. 명석에게 가려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걸음을 멈췄다.

‘나도 명석의 몸만 취하고 싶지 않았었나?’

명석과의 사이에 이름을 붙이고 싶긴 했다. 그러나 명석이 원하는 건 좀 더 깊은 사이일 것이다.

아운은 명석에게 가기 전에 제 마음을 확인했다. 그의 마음을 책임질 생각이 있냐고. 그가 받았던 상처를 보듬어주고, 가족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겠냐고.

‘이번에는 지켜줄 수 있어?’

이번에는 잃지 않을 자신이 있냐고 스스로에게 물은 아운은 한걸음 물러섰다. 만약에 명석이마저 그와 같이 된다면 자신은 더는 살아갈 기력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명석은 그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소철의 말대로 출세가 보장되어 있고, 또 매사에 솔직하고 당당한 아이였다. 부모님이 반대한다고 해도 쉽게 좌절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운은 다시 몸을 돌렸다. 그리고 하인들의 처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직 옛 연인을 잊지 못했으면서, 그것도 아주 기쁜 마음으로 명석에게 가고 있었다.

“하아, 하아.”

아운의 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명석의 처소 앞까지 오자 아운은 가쁜 숨을 내쉬었다.

헐떡거리던 아운이 명석을 부르려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방금 씻었는지 얇은 옷을 입은 명석이 나왔다. 명석도 잠이 오지 않아 잠시 바람이나 쐴까 하던 참이었다.

“아….”

아운은 상체를 드러내고 있는 명석을 보고 얼굴을 살짝 붉혔다. 짧은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물방울이 명석의 단단한 어깨와 가슴을 적시고 있었다.

“왕자님, 무슨 일이십니까?”

“…저기 그게, 오, 옷을.”

아운은 하고 싶은 말은 못 하고 제 어깨에 있던 명석의 옷만 내밀었다. 힘차게 뛰어와서 막상 명석의 얼굴을 보니, 자신감이 훅 꺾였다.

숨을 몰아쉬는 아운은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명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스스로에게 거듭 물었다. 충동적인 욕망으로 명석을 상처 주고 싶지 않았다.

“…저기, 너만 괜찮다면 다시 밤을 보내도 될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명석은 문밖으로 나와서 아운의 앞에 섰다.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분명히 아까 아운의 처소에 가지 않겠다고 거절했었다. 아운도 알아들었다고 했었다. 그런데 바로 쫓아와서 밤을 보내고 싶다니?

“아니, 이게 아닌데…. 그러니까 그동안 네게 잠자리를 강요한 건 정말 미안했다.”

심호흡을 한 아운은 명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천천히 하기 시작했다.

“내가 급해서… 외로워서, 몸이라도 좀 위로받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이었더구나. 그래서 내 신분이 황족이란 것도 잊고 너에게 추태를 부렸지 뭐냐.”

“…….”

명석은 미동 없이 아운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아운이 또 잠자리를 요구할 생각으로 왔나 생각했더니,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귀까지 새빨갛게 붉어진 채로, 제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명석은 저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 중에 아운 같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어릴 적에는 장사도에 있었고, 지금은 황궁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는데, 신분이 그리 높지 않은 사람들도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다닌다.

특히 자기들보다 좀 지위가 낮은 이들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당연하게 제가 잘못한 일이 있어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황족인 아운이 제 앞에서 부끄러워 떨면서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인에게 하고 싶으신 말이 무엇이십니까?”

명석은 긴 다리로 아운에게 가까이 성큼 다가갔다. 아운은 명석이 제 앞으로 다가온 것을 알고 숨을 멈췄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흠, 그게… 내가 너를 좋아하게 되었다면…, 그러면 명석이 너와 내가 함께 밤을 보내는 데 신분의 차이가 문제가 될까?”

“…….”

명석은 계속 아운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의 말을 무시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이 상황이 얼떨떨한 것이다.

“…역시 싫은 것이냐?”

“…….”

다시 물어도 명석은 대답이 없었다.

애써 용기를 내서 찾아왔는데 명석은 아무래도 싫은 모양이었다. 실망한 아운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동안 누구도 제 마음에 들어온 사람이 없었다.

밤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거나, 얼굴을 조금 더 보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은 명석이 유일했다. 명석을 처음 봤을 때는 그를 건방지다 생각했고 어쩐지 계속 거슬렸었다.

지금 다시 생각하니 명석에게 강하게 끌리고 있던 거였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이나마 외롭지 않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죄스럽고 미안하지만, 그 빚은 제가 죽어서 전부 갚는 것으로 하고 지금은 명석이와 함께 있고 싶었다.

그런데 행복은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미안하구나. 역시, 내가 욕심이 과했다. 그럼 쉬어라. 오늘부터 네게 찾아오거나 너를 따로 부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운은 명석의 마음을 또 착각한 제가 부끄러웠다. 너무 창피해서 이대로 빨리 사라지고 싶었다. 눈물이 절로 떨어질 것 같은 아운은 훌쩍거리는 소리를 숨기고 몸을 돌렸다.

다시 쓸쓸한 제 처소로 혼자 돌아가야 한다니, 걸음이 천근만근이었다. 그래도 이 자리에서 재빨리 사라지고 싶었다.

아운이 몇 걸음을 가기도 전에 명석이 그의 마른 팔을 잡아 돌렸다. 명석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었다.

“왕자님, 방금 소인을 좋아하신다고 했습니까?”

“뭐?”

“저를 좋아한다, 그렇게 말씀하셨냐고 물었습니다.”

“…그, 그래.”

아운은 차마 명석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자 제 팔을 잡은 명석의 손아귀에 힘이 더 들어갔다.

“다시 말씀해 주십시오!”

명석의 목소리는 왠지 다급했다. 그 때문에 긴장한 아운이 명석을 올려다봤다. 명석의 눈동자가 저를 똑바로 바라보며 재촉하고 있었다. 어서 좋아한다고 말을 해달라고.

“내가 명석이, 너, 너를… 좋아하게 되었다면….”

좋아하게 되었다면 믿겠냐고 말하려던 아운은 그 말을 끝내지 못했다. 명석이 그를 거칠게 잡아당겨서 입맞춤을 했기 때문이었다.

명석은 아운에게 입맞춤을 하면서 그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아운도 저를 안은 명석의 허리를 힘껏 안았다. 왠지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운은 입술을 좀 더 벌려서 명석의 혀를 깊게 받았다.

츱, 츠읍하고 음란하게 입술과 혀가 얽힐 때마다 아운은 명석의 품에 제 몸을 가깝게 붙였다. 명석의 몸은 뜨거웠다. 상의를 벗고 있는데도 체온이 아주 뜨거웠다.

그 뜨거움이 아운을 더 들뜨게도 하고 행복하게도 만들었다. 아운은 이 행복을 더 오래 느끼고 싶었다.

***

침상에 눕혀진 아운은 옷을 벗는 명석을 올려다봤다. 입맞춤이 끝난 후에 명석은 아운을 안고 바로 유현각으로 왔다.

푹신한 침상에 누운 아운은 명석이 웃으면서 바지를 벗는 모습을 봤다. 역삼각형의 상체와 직각으로 떨어지는 하체는 언제 봐도 색기가 남달랐다.

명석의 몸을 보는 것만으로 아운의 하반신이 욱신거리고 그의 양물이 단단해지고 있었다.

옷을 모조리 벗은 명석이 아운에게 몸을 겹쳤다. 묵직한 무게가 자신을 누르는 것조차 지금의 아운에게는 성적 자극이었다.

“으음….”

“무거우시죠. 죄송합니다.”

그래도 무겁긴 무거워서 아운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자 명석은 얼른 몸을 뗐다. 자신의 몸집을 생각하지 않고 마른 몸에 체중을 너무 실은 것이다.

“괜찮은데….”

아운의 작은 목소리에 명석은 재차 미안하다고 했다. 명석은 아운의 하얀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다정하고 조심스러운 입맞춤과 함께 아운의 다리가 벌어졌다. 명석은 아까와는 다리게 욕심껏 마른 다리를 벌리고 제 몸을 집어넣었다. 갑자기 흥분한 하반신이 맞붙어서 아운의 입에서도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읏, 너무 커….”

제 몸에 닿은 명석의 살 몽둥이의 존재감이 전보다 더 굉장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명석의 얼굴도 어느새 붉게 달아올라 있고, 그가 숨을 쉴 때마다 굵은 것이 더 불끈거리며 커지는 것 같았다.

“오늘은 이놈을 기어이 왕자님의 보지 구멍에 깊숙이 넣을 것입니다. 새벽까지 자지러지게 만들어 드리죠.”

명석은 자신에 찬 표정으로 아운을 잡아먹을 듯이 내려다봤다.

“…으응.”

아운은 얼굴을 더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명석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바지를 주우려 했다.

“뭘 하는 거지?”

“기름을… 아, 오늘은 급하게 오느라 기름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오늘도 머릿기름을 쓸까요? 아니면 선방에 바로 다녀오지요.”

명석은 기름을 가져오겠다고 아운에게서 떨어졌다. 그런데 아운이 그의 팔을 잡았다.

“네가 다녀올 필요 없어. 여기에….”

아운은 침상의 머리맡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작은 항아리 하나가 있었다. 낮에 아운이 준비해 놓은 향유였다. 명석은 싱글벙글 웃었다.

아운이 자신과의 잠자리에 신경을 쓴 것이다. 항아리의 뚜껑을 열고 미끌미끌한 향유를 손가락에 듬뿍 묻혔다.

“언제 이런 걸 준비하셨습니까?”

“…필요할 것 같아서.”

아운이 수줍게 낮에 미리 준비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생각하니 명석과 밤을 보내려고 만반의 준비를 다 한 것 같아 더 부끄러웠다.

그때 명석이 씩 웃으면서 아운의 고간을 잡았다.

“앗!”

향유를 잔뜩 묻힌 미끌미끌한 손이 발갛게 달아오른 성기를 만져주니 평소보다 더 큰 쾌감이 느껴졌다.

아운의 양물이 뻣뻣하게 발기했다. 명석은 커다란 손으로 아운의 물건을 감싸고 빠르게 훑었다. 미끌미끌해진 손이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아운의 마른 허리가 들썩거렸다.

“아읏, 그렇게 비비면 가, 갈 거 같아. 흣.”

명석은 쾌감에 들뜬 아운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다른 곳은 만지지 않고 오로지 성기만 애무했다.

“이대로 좆물을 싸셔도 됩니다.”

“…그런 말 창피하다니까.”

절정에 오를 것 같은 아운이 허리를 크게 꿈틀거리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명석은 그저 웃기만 했다. 짓궂은 웃음과 함께 크고 거친 손이 아운의 성기를 더 빠르게 주물럭거렸다.

“읏, 읏, 제발!”

쉴 새 없이 여러 번 훑어진 아운의 기둥이 더욱 열을 내며 커졌다. 명석이 귀두까지 자극한 순간, 아운이 바로 사정했다.

“하으읏!”

엉덩이까지 들썩거리며 헐떡거린 아운이 씨물을 토하자마자 명석이 그의 몸을 휙 돌려서 엎드리게 했다.

“저기….”

갑자기 명석을 향해 엉덩이가 들린 아운이 당황해서 뒤를 돌아봤다. 명석이 벌써 아운의 엉덩이를 잡고 벌려서 구멍을 확인하고 있었다.

명석은 다짜고짜 입을 대고 아운의 구멍을 핥기 시작했다.

“아읏, 앗.”

아운은 얼굴을 화르륵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명석이 제 엉덩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명석이 츱츱, 음란한 소리를 내며 제 음문을 할짝거리고 있었다. 적나라한 소리에 아운은 허리와 엉덩이를 바르르 떨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명석은 아운의 뒤를 정성껏 핥았다. 그리고 입을 떼자 타액의 실타래가 가늘게 이어졌다가 끊어졌다. 아마 아운이 봤다면 수치심에 부들거렸을 것이다.

명석은 손가락에 향유를 듬뿍 묻혀서 아운의 엉덩이 사이로 가져갔다.

엉덩이 구멍에 닿은 굵은 손가락이 예고도 없이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읏, 잠깐!”

“죄송하게도 소인이 좀 급합니다.”

아운이 파드득 놀라자 명석은 그를 살살 달랬다. 그러나 지금까지 성교에 능한 사람들만 상대했던 명석이라 손길은 여전히 급하고 거칠었다.

향유와 함께 가슬가슬한 두 개의 손가락이 깊게 박히기 시작했다.

“핫, 아앗!”

명석은 언제나처럼 아운이 익숙해질 때를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쑤셔 넣은 손가락으로 내벽을 크게 휘저었다.

“아윽, 너무 벌어져…, 아파.”

굵은 손가락들이 파고들수록 내벽이 빠듯하게 벌어졌다.

“왕자님의 보지가 워낙 좁으니 아픈 게 아닙니까. 여길 길들이려면 그냥 소인의 좆을 박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흐읏, 읏… 제발, 그런 말은.”

아운은 명석의 천박한 말을 들을 때마다 온몸이 떨렸다. 그뿐이 아니라 다리 사이에서 달랑거리는 그의 양물까지 저릿했다.

“이제 소인에게 매일 다리를 벌리실 텐데, 천박한 말투에도 익숙해지셔야지요.”

명석은 짓궂은 말과 함께 이번에는 세 개의 손가락을 꾹꾹 밀어 넣고는 휘돌렸다.

“아앗, 아앗, 거칠어, 제발!”

아운은 허리를 부르르 떨었다. 거친 손가락이 질퍽한 소리를 내며 안을 벌려대는 것에 아픈데, 또 손가락들이 움직일 때마다 전립선을 건드려서 성기가 벌떡벌떡 섰다.

엎드려 있던 아운은 엉덩이만 든 채로 앙앙 신음했다. 손가락이 점막 안에서 휘적거리며 돌아갈 때마다 그의 엉덩이도 함께 흔들렸다.

“이제는 왕자님의 보지가 제법 쫄깃하게 조여집니다. 그새 제 손가락에 익숙해진 모양이지요. 될 수 있으면 뒷구멍으로 맛있게 쪽쪽 빨아보시지요.”

명석의 희롱에 아운은 그저 창피해서 훌쩍거렸다. 명석은 말로만 희롱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노골적으로 아운의 전립선을 건드리고 찌르고 속살을 크게 휘저었다.

“힛, 아흣! 제발!”

전립선이 뭉개질 때마다 허리 안쪽이 짜릿할 정도의 쾌감을 맛봤지만, 동통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었다. 어제보다 더 넓게 점막을 벌려대며 빠르게 빙글빙글 돌아가는 손가락 때문에 골반까지 벌어지는 것 같았다.

“으응, 앗, 아파, 빨라… 핫, 소, 손가락 제발… 하윽, 윽.”

아운은 비단 이불에 얼굴을 묻고 훌쩍거리며 연신 신음을 내질렀다. 쾌감과 동통이 뒤섞여서 엉덩이며 몸을 받치고 있는 허벅지가 벌벌 떨렸다.

명석이 훌쩍거리는 아운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커다랗고 뜨거운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곳을 다정하게 만져주었다. 교접에 익숙하지 않은 아운을 달래려는 행동이었지만, 그래도 동통이 사그라들진 않았다.

명석의 손은 잠시 허벅지에 머물렀다가 아운의 양물을 건드리고 그대로 올라갔다.

마른 배를 쓰다듬던 손이 아운의 가슴을 만졌다. 거친 손바닥이 아운의 납작한 가슴을 더듬으면서 젖꼭지를 건드렸다. 뒤를 길들이는 손가락도 여전히 음란한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꾸직꾸직, 쓱쓱.

손가락이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치덕거리는 소리에 아운의 얼굴은 점점 붉어지고 그의 성기는 계속 부풀어서 묽은 액을 뚝뚝 흘렸다.

“하읏, 앗.”

명석의 손가락에 짓눌리는 젖꼭지도 탱글탱글하게 부풀기 시작했다. 명석은 단단한 손끝으로 아운의 가슴 돌기를 짓누르면서 엉덩이를 휘젓던 손가락을 뺐다.

손가락들이 질퍽한 소리를 내며 빠졌다. 그와 동시에 속살 안에 고여 있던 미끌미끌한 향유까지 손가락을 따라서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흣….”

갑자기 속살이 허전한 느낌에 아운이 뒤를 돌았다. 명석이 제 구멍을 벌려서 발갛게 익은 속살을 확인하고 있었다.

“왕자님의 밑구멍이 모자란다는 듯 벌름거리는군요. 벌겋게 달아오른 살이 이제야 먹음직해 보입니다.”

명석은 노골적으로 입맛을 다셨다. 쩝쩝거리는 소리에 아운의 허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명석은 아운의 구멍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그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꽉 잡고 말랑한 살을 주물럭거렸다.

“흐읏, 읏.”

“이제부터 왕자님의 뒷구멍에 소인의 좆을 넣고 흔들려고 합니다만.”

“아….”

성기를 넣는다는 말에 아운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래가 꽉 조여졌다. 확실히 아까 가득 차 있던 구멍 속이 비어서 그런지 많이 허전했다. 아운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질퍽하게 젖은 속살을 계속 움찔거렸다.

그것도 명석의 눈앞에서 엉덩이와 함께 음란한 내벽을 바들바들 떨었다.

살짝 입맛을 다신 명석이 아운의 구멍에 제 육봉을 가져다 댔다. 아까부터 흉흉하게 열을 내며 발기한 성기가 당장 여린 속살을 요절낼 듯이 욕정에 들떠서 불끈거리는 상태였다.

“히잇, 뜨거워!”

아운이 화들짝 놀랐다. 귀두만 닿았는데도 뜨거운 열에 안쪽이 다 댈 것 같았다.

“원래는 보지를 더 잔뜩 핥아드리고 싶은데….”

“뭐?”

“오늘은 그럴 새가 없어서…, 하아, 씨발, 오늘 왕자님의 밑구멍을 완전히 뭉개드리죠. 밤새….”

“저, 저기… 앗, 아윽!”

아운이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명석이 다짜고짜 그냥 울퉁불퉁하고 시뻘겋게 달아오른 남근을 밀어 넣었다.

무식하게 커다란 성기가 좁은 입구를 가르고 파고들자 아운은 아픔에 신음을 흘렸다. 더군다나 오늘따라 아주 크고 단단하게 느껴졌다.

“아윽, 아파…, 너무 커. 흐윽, 커…!”

아래로 명석의 양물을 느끼고 있는 아운은 제 엉덩이에 박힌 크기를 믿고 싶지 않았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살 몽둥이가 아니라 다른 세계에서 온 이물인 것 같았다.

“흑…, 정말 아파.”

엉덩이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 골반까지 갈라지는 것 같았다. 아운은 비단 요를 힘껏 잡고 아프다고, 싫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의 눈에선 벌써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명석은 멈추지 않았다. 아운의 마른 허리를 단단히 잡은 명석은 그의 몸을 당기면서 제 성기를 욱여넣었다. 장골을 지그재그로 움직여 내벽을 짓이기며 육봉을 꾸직꾸직 밀어 넣었다.

“흐으윽, 아파, 찌, 찢어져. 흐윽, 제발….”

크게 벌어진 여린 발끝이 고통에 애처롭게 바들바들 떨렸다.

“제발, 그만. 흑, 제발 더는 싫어. 흑, 모, 못하겠어.”

“읏, 힘을 더 빼십시오. 왕자님의 구멍이 좁아도 너무 좁아서 소인의 좆 대가리도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명석은 조임을 풀라고 했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커다란 몽둥이가 아래를 찢을 듯이 밀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말이다.

“너무 조여서 제 좆도 아픕니다. 힘을 빼십시오.”

명석은 단단한 손바닥으로 아운의 매끈한 엉덩이를 철썩 때렸다. 살살 때린다고 생각했지만, 명석이 워낙 힘이 센 탓에 아운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히잇, 아파!”

속살보다 매를 맞은 엉덩이가 더 아팠다. 아운이 서러워서 크게 훌쩍거리는데, 명석은 그 틈에 성기를 더 박았다. 미끌미끌한 향유와 함께 귀두가 완전히 들어가고 기둥이 차츰차츰 안으로 박히기 시작했다.

“하아, 굉장해….”

명석은 아운의 좁은 내벽에 헐떡거렸다. 몇 번의 성교를 통해 그나마 명석의 남근에 조금씩 익숙해진 아운의 뒤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운의 구멍이 성기를 강하게 조였다. 아픈 것 같은 쾌감에 명석은 그대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꾸직꾸직 들어간 육봉이 점점 깊게, 깊게 삽입됐다.

질척거리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성기가 안에서 추삽질을 했다. 푹푹, 퍽퍽, 음란한 소리와 함께 움직이는 아운은 엉엉 울었다.

아프기도 했지만, 명석의 귀두가 전립선을 짓눌러서 좋기도 했고, 또 제 내벽에 비벼지는 울퉁불퉁한 물건 때문에 너무 창피했기 때문이었다.

“으흐흑, 앗, 창피해, 앙, 아흑….”

아운은 명석의 허릿짓에 크게 흔들렸다.

엉덩이만 높이 들고 있는 아운은 얼굴만 잔뜩 붉힌 채로 흔들리며 안쪽에서 느껴지는 쾌감에 헐떡거렸다. 여전히 동통은 느껴지는데도 점점 쾌감이 더 커져서 그의 양물이 바짝 달아오른 것이다.

명석의 뜨거운 손이 그의 양물을 잡아주었다. 거친 손이 다정히 기둥을 만져주자 아운의 선단에서 분비액이 질퍽하게 흘러나왔다.

“아앗, 앗.”

성기를 몇 번 만져준 것으로도 아운은 엉덩이를 떨며 헐떡거렸다. 그 바람에 명석의 육봉을 감싸고 있는 점막까지 바들바들 떨었다.

“읏!”

아운의 속살이 음란하게 떨리자 명석도 신음을 흘렸다.

어느새 뒤쪽의 조임이 느슨해지고, 아픔도 누그러졌다. 명석은 그 틈에 허리를 더 흔들었다. 철썩철썩, 울퉁불퉁한 육봉을 음란한 마찰 소리를 내며 아운의 속살에 잔뜩 비볐다.

“앗, 하읏, 앙, 며, 명석아… 그러면, 아읏, 좋아. 힛.”

“아프다고 우실 때는 언제고 벌써 허리를 더 흔들라고 조르시는 겁니까?”

“누, 누가 흔들었다고, 아파, 아픈데….”

아운은 명석이 양물을 만져줄 때마다 안을 끈적끈적하게 조이며 투정했다.

“이젠 아프지도 않고 기분이 좋으시지요? 좆을 더 깊이 박아서 마구 쑤셔드리지요. 그러면 더욱 기분이 좋으실 겁니다.”

“저, 정말?”

“예, 그러니 보지를 벌리기나 하십시오. 사내의 좆에 박히는 쾌감이 어떤 건지 제대로 느끼게 해드리지요.”

아운은 부들거리며 엉덩이에서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사내의 성기에 박히는 쾌감이라니? 사실 지금도 좋은데, 얼마나 더 좋을지.

오금이 저릴 것 같은 쾌감을 느끼고 싶은 아운은 몸에 힘들 빼려고 했다.

“흐읏… 자, 잘 안 돼.”

아운은 못 하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훌쩍거리는 흐느낌에 명석은 그의 유두도 함께 달래 주었다. 성기와 젖꼭지를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손과는 다르게 명석의 하반신은 여전히 자비가 없었다.

아운의 허리가 살짝 풀린 틈을 이용해서 성기를 흔들었다. 질척거리는 마찰음과 함께 울퉁불퉁한 것이 뿌리 끝까지 박혔다.

“아욱!”

배 속을 얻어맞는 것 같았다.

그런데 명석이 아운의 엉덩이를 힘껏 쥐고 성기를 길게 뺐다. 굵고 울퉁불퉁한 육봉이 향유를 질질 흘리며 빠져나왔다가 빠르게 안을 때렸다.

“아흐흑!”

아운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쾌감은커녕 제 구멍 속이 완전히 짓이겨지는 것 같아 더 아팠다. 아운은 바로 울기 시작했다.

커다란 살 몽둥이가 좁은 구멍 속에서 점점 빠르게 들락거렸다. 질퍽한 소리를 내는 거근이 반쯤 박힐 때마다 아운의 전립선을 긁고, 빠져나올 때마다 향유와 분비액이 뒤섞인 채로 기둥을 타고 흘러내렸다.

퍽퍽.

커다란 흉기가 안을 쑤실 때마다 아운의 작은 엉덩이가 크게 떨렸다. 아픔과 함께 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하읏, 제발, 앗, 제발!”

“읏, 왕자님의 보짓살이 굉장히… 쫄깃쫄깃합니다.”

명석이 아운의 속살이 맛있다고 속삭이는 것마저 아운에게는 쾌감이었다. 어느새 대물에 익숙해졌는지, 부르르 몸을 떠는 아운이 헐떡거리며 제 속살을 거칠게 범하는 대물을 질척하게 조였다.

커다란 육봉이 전립선을 때리며 안에 박힐 때마다, 머릿속까지 저릿한 쾌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커다란 대물이 들락거릴 때마다 크기와 뜨거움, 그리고 울퉁불퉁한 핏줄까지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아흑, 창피해, 힛, 아읏, 거기… 좋아.”

“창피하다면서도 왕자님께서도 제 좆 맛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흐읏, 아, 아니야. 몰라.”

아운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명석의 거근이 안을 푹푹 쑤시자 아운의 점막이 그것을 음탕하게 조였다.

명석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드디어 아운의 속살이 쫄깃하게 벌어져서 허리를 흔들 맛이 나는 것이다.

명석은 아운의 몸을 휙 돌렸다. 아운의 엉덩이 속에 거근이 깊게 박힌 그대로 몸이 돌아갔다.

“히이잇!”

아운은 제 점막을 온통 긁는 살 몽둥이에 신음을 내질렀다. 아운이 정신을 차리니 명석과 마주 보고 있었다.

“…….”

아운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서 명석만 올려다봤다. 명석은 그냥 씩 웃더니, 아운의 가는 발목을 제 어깨에 올리고 가는 허리를 꽉 잡았다.

그러고는 허리를 살짝 들고 본격적으로 추삽질을 하기 시작했다. 거근이 거세게 일직선으로 박혔다.

아운은 크게 흔들리며 신음을 내질렀다.

“아욱, 악, 아으윽!”

퍼억, 퍽.

“흑…, 제발.”

아운은 온몸을 부들거리며 명석의 거근을 받았다. 그것이 제 내벽을 짓이기며 박힐 때마다 골반까지 전부 흔들렸다. 속살을 전부 몽둥이로 얻어맞는 것 같았다.

아니, 안쪽을 벅벅 긁는 것 같았다.

철썩철썩, 철퍽철퍽, 흉기가 아운의 엉덩이를 퍽퍽 때리면서 박혔다. 음란한 살들이 거세게 문질러지고, 명석의 고환이 아운의 입구에 철썩 달라붙었다가 떨어졌다.

울퉁불퉁한 흉기가 박힐 때마다 아운은 비명 같은 신음을 내질렀다.

“아윽, 아악, 너, 너무… 앗, 아윽, 거칠어, 제발!”

아운은 정신없이 흔들렸다. 위아래로 몸이 크게 움직일 때마다 거대한 살 몽둥이가 제 배 속을 뚫을 것처럼 파고들었다.

그런데도 아픔보다는 온몸이 저릿한 쾌감이 계속 올라왔다. 아운은 저도 모르게 허벅지와 엉덩이를 힘껏 조이고, 비단 요에 손톱을 박았다.

“아흑, 제발, 미칠 것 같아….”

전립선이 마구 찔릴 때마다 아래가 터질 것 같았다.

아운은 바로 사정했다.

“아아앗!”

새된 신음과 함께 음수를 배출하는데, 명석은 허릿짓을 멈추지 않았다. 아운은 크게 흔들리면서 정액을 쌌다. 그의 양물이 달랑달랑 흔들리면서 포말을 이곳저곳에 흩뿌렸다.

아운의 얼굴이며 비단 요에, 명석의 얼굴에까지 정액이 튀었다. 명석은 제 물건을 깊게 박고 그대로 허리를 돌렸다.

명석이 아운의 전립선만을 노리고 움직이는 것이다. 커다란 성기에 느끼는 곳이 마구 뭉개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성기를 깊게 박고 그대로 허리를 자잘하게 흔들었다.

아운의 전립선이 그대로 쓸리고 찔리고 짓눌렸다.

“흐아, 아앗!”

방금 절정을 느꼈는데도 아운은 성기를 또 발딱 세우고 흐느꼈다.

“왕자님, 구멍을 더 여십시오. 깊게 좆을 받는 겁니다.”

아래를 더 벌리라면서 명석은 허리를 강하게 흔들었다. 아운에게 그의 크기에 익숙해질 시간도 주지 않았다. 철썩철썩, 몸이 점점 세게 부딪히고 음란한 곳의 마찰 소리도 커졌다.

“아윽, 흐악.”

악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운은 아래를 더 벌리기는커녕 그냥 정신없이 울기만 했다. 명석이 허리를 움직이는 대로 힘없이 흔들리며 저도 모르게 안을 조이기만 했다.

명석은 어느 사내보다 제 육봉을 세게 조이는 아운의 엉덩이를 잡고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대로 더욱 빨리 성기를 흔들었다.

탁탁탁, 거센 추삽질에 명석의 고환이 아운의 구멍에 짓눌렸다. 끈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울퉁불퉁한 육봉이 빠르게 들락거렸다.

치덕, 꾸직, 퍽퍽. 음란한 소리와 함께 아운의 새된 신음이 섞였다.

“앗, 앗, 거칠어, 제…발. 아윽, 아앗, 제발, 흐앗, 아흐흑, 앗.”

명석은 제 아래서 완전히 발기해서 분비액을 흘리는 아운의 성기를 보며 더 깊게 육봉을 묻었다. 그의 성기도 사정할 것처럼 완전히 발기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아운의 좁고 뜨거운 속살에 제 것을 깊게 박은 순간, 명석이 사정했다.

“하윽!”

명석은 탄탄한 허리를 크게 떨면서 정액을 쌌다. 그것도 여전히 허리를 흔들면서.

뜨거운 정액을 받는 아운은 제 내장 속을 전부 적시는 씨물에 헐떡거리며 이제 싫다고 고개를 저었다.

“흐아앙, 더, 더는… 싫어.”

더는 싫다면서도 아운은 또 사정했다. 연속으로 전립선을 얻어맞은 탓에 더는 견디지 못한 것이다.

다시 정액을 뿌린 아운은 제 배 속으로 역류하는 명석의 씨물을 느끼면서 그대로 늘어졌다. 아니, 늘어지려고 했다. 그런데 명석은 아운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커다란 손이 아운의 허리를 잡고 다시 휙 돌린 것이다. 또다시 몸이 한 바퀴 돌아간 아운은 어리벙벙한 채로 헐떡이기만 했다.

그런데 명석이 침상 아래로 내려갔다. 그는 침상 아래에 서 있고 아운은 위에 엎드린 모습이었는데, 명석이 그의 양 다리마저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리고 그 상태로 아운의 허리를 꽉 쥐고 다시 탄탄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힛, 힛.”

명석의 울퉁불퉁한 성기가 길게 빠졌다가 퍽퍽, 거칠게 박혔다.

그럴 때마다 아운은 억억, 신음하며 비단 요를 잡고 매달렸다. 그러나 명석이 그의 허리까지 잡고 흔드는 바람에 힘없이 딸려갔다.

퍽퍽.

단단한 고환이 아운의 구멍 입구를 퍽퍽 때렸다. 그보다 살 몽둥이에 얻어맞는 속살에 불이 나는 것 같았다. 지나치게 크고 울퉁불퉁한 육봉에 계속 쓸리고, 쓸리니 아운의 구멍 속과 입구가 전부 퉁퉁 붓기 시작했다.

“아우욱, 아윽, 제발, 학, 아으윽, 윽.”

아운은 눈물을 쏟으며 계속 흔들렸다. 그런데 아파서 억눌린 신음을 내지르는 게 아니었다. 명석이 그의 안을 살 몽둥이로 쑤실 때마다 느끼는 쾌감이 점점 더 크게 올라왔다.

비단 요에 비벼지는 아운의 유두와 성기는 모두 탱글탱글하게 부풀어서 잔뜩 쓸리는 중이었다.

“하으윽, 제발, 그만….”

아운은 눈물과 함께 그만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침상에서 그의 말을 들어줄 명석이 아니다.

퍽퍽.

점점 빨라지는 추삽질은 아운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고 있었다. 아운은 이대로 정신을 놓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다시 커다란 육봉이 안을 퍽 때려서 전립선을 뭉갰고, 그 바람에 안이 녹을 것 같았다.

“아아앗….”

뒤로 맛보는 쾌감은 달콤했다. 그러나 이대로 계속 흔들리다가 몸이 어떻게 될 것 같았다.

***

“왕자님께서는 체력이 너무 약하십니다.”

아운을 다리 위에 올린 채로 안고 있는 명석은 투덜거렸다. 중간에 아운이 정신을 놓아서 허리를 만족스럽게 흔들지 못한 것이다.

“미, 미안하구나.”

당황한 아운은 일단 사과했다. 중간에 기절을 한 탓인지 아직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더군다나 새벽부터 몇 번이나 시달려 죽을 것 같은 것이다.

그런데 명석은 지금도 제 안에서 성기를 빼지 않고 있었다. 아직도 뜨겁게 맥박 치는 육봉에 아운의 여린 몸은 움찔움찔 떨렸다.

‘너무 깊어….’

명석의 남근은 어째, 점점 커지는 것만 같았다. 묵직한 살덩어리가 배 속까지 완전히 파고든 기분이었다.

“그간 몸을 움직이지 않으셨으니 어쩔 수 없지요. 이제부터 서서히 익숙해지십시오. 그때까지는 욕심내지 않겠습니다.”

욕심내지 않겠다면서 명석은 아운을 놔주지 않았다. 강인한 팔로 아운을 감싸 안은 명석이 젖은 입술을 혀로 살살 핥았다.

“흣….”

명석이 입술을 핥아줄 때마다 온몸이 다 떨렸다. 아운은 명석의 거근을 품은 그대로 바들거렸다. 명석의 입술이 닿을 때마다 몸만이 아니라 심장도 함께 떨렸다.

“기분 좋으십니까?”

“…으응.”

아운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명석은 해맑게 씩 웃으면서 아운에게 입맞춤을 해주었다. 커다란 손으로 아운의 가슴과 젖꼭지를 애무하면서 입술과 혀를 섞었다.

“흐읏, 흣.”

아운의 신음과 함께 볼록하게 솟은 돌기가 거친 손가락에 짓눌렸다. 저릿한 쾌감에 아운은 허리와 아래를 동시에 떨며 명석의 육봉을 조였다.

‘가슴이 간지러워….’

가슴이 욱신거리는 것과 동시에 아운의 아래가 명석의 거근을 씹어 먹듯이 움찔움찔 조였다.

아운의 조임을 느낀 명석이 입술을 뗐다. 아운과 명석의 입술 사이에 타액이 길게 늘어졌다. 아운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것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명석은 혼이 나간 것 같은 아운을 보면서 단단한 손끝으로 그의 유두를 비볐다. 탱글탱글하게 부푼 돌기를 살살 어루만지며 애무했다.

그는 아운의 귀에 음란하고 천박한 말을 속삭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왕자님의 젖이 부풀었는지 아주 탱글탱글하게 익었습니다. 이럴 때는 잔뜩 빨아주는 게 좋은데….”

명석은 다시 아운의 젖꼭지를 덥석 물었다. 그는 아운의 유두를 질척하게 빨면서도 허리를 흔들지 못해 아쉬웠다. 치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가슴살까지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아읏, 앗.”

명석의 머리카락과 숨마저 아운의 가슴을 간질였다. 아운은 헐떡헐떡, 숨을 몰아쉬면서 좀 더 빨아달라는 듯 가슴을 내밀었다.

커다란 손이 허리를 단단히 감싸고 유두를 빨아들였다. 그가 볼록하게 부푼 돌기를 소리 내어 빨기 시작했다.

음란한 소리와 함께 양쪽 젖꼭지를 번갈아 핥고 빨아주자 아운의 성기에서도 음액이 뚝뚝 흘렀다. 명석이 손톱만 하게 부푼 것을 입에 물자 아운이 허리를 바르작거리면서 거근을 조였다.

움찔움찔, 아운이 허리를 비트는 대로 살과 살이 질퍽하게 비벼졌다. 전립선이 눌리고 예민해진 속살이 비벼지자 아운은 계속 허리를 부르르 떨었다.

“아으읏….”

아운은 쾌감에 헐떡거리며 명석에게 팔을 잡고 매달렸다.

그동안 명석은 아운의 젖꼭지가 뾰족하게 부풀 때까지 빨았다. 양쪽을 번갈아 핥고 빨고, 음란하게 애무하다가 입술을 뗐다.

질척한 타액이 아운의 붉은 젖꼭지에서부터 명석의 혀까지 길게 늘어졌다. 그것을 본 아운이 다시 몸을 떨면서 울퉁불퉁한 육봉을 조였다.

‘아직 부끄러운데… 너무 좋아.’

명석의 뜨거운 품도, 심지어 그의 거친 말투까지 다 좋았다.

눈물에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가 명석을 바라보며 수줍어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운이 제 얼굴을 명석에게 가까이 가져가더니 입맞춤을 했다.

수줍은 웃음과 함께 부드러운 입술이 거친 입술에 살짝 맞닿았다가 떨어졌다.

“……!”

아운이 먼저 입맞춤을 해줄 줄 몰랐던 명석은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곧 씨익 웃었다.

가벼운 입맞춤에도 명석은 왠지 가슴이 술렁거렸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아운이 제게 입맞춤했을 때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왕자님….”

갑자기 가슴이 벅찬 명석이 단단한 팔로 아운을 안았다. 품 안에 안긴 아운의 몸에 욕망이 한없이 치솟았지만, 그보다 아운에 대한 애정이 더 먼저였다.

명석은 아운의 고운 뺨을 만지면서 한층 부드럽게 허리를 흔들었다. 이제는 아운의 호흡에 맞춰 성기를 흔들어주었다.

“흐읏, 앗…, 갑자기, 부드러워…. 흣.”

“좋다는 겁니까?”

명석의 아운의 양물도 다정하게 만져주었다. 그의 손길을 따라서 아운의 엉덩이가 명석의 육봉을 조였다가 풀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나는데도 명석에게 홀려 있는 아운은 이제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아아, 모르겠어. 네 거 너무, 흣, 지나치게 커서 흐읏, 버거운데도….”

“소인의 대물이 기분 좋다는 말씀이시죠?”

“…으응.”

아운이 고개를 끄덕이자 명석이 허릿짓을 딱 멈췄다.

“저도 좋습니다. 왕자님.”

그 말과 함께 명석이 아운에게 다시 입을 맞췄다. 그것도 허리를 크게 흔들면서.

“읍, 으읍.”

아운의 몸이 명석의 성기 위에서 위아래로 흔들렸다. 아운의 엉덩이가 커다란 고환을 짓누르며 주저앉았다가 들썩거리며 몸이 들렸다.

그럴 때마다 질척한 액이 그의 구멍에서 질질 흘러내렸다.

“아앗, 히익, 앗!”

벌써 아운의 성기는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명석의 뜨거운 손에 잡혀 있는 그것이 음액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부푼 것을 명석이 계속 만져주었다.

“아읏, 앗, 제발!”

짧은 신음과 함께 아운이 그대로 사정했다.

정액을 명석의 손안에 내뿜은 그는 헐떡거리며 명석의 품에 늘어졌다.

***

아운은 한낮에 눈을 떴다. 속눈썹이 빽빽한 눈꺼풀을 들어 올린 아운은 제 앞에서 자는 명석을 쳐다봤다.

명석은 곤히 자고 있었다. 새벽에 돌아와서 자신과 격렬하게 몸을 섞었으니 당연히 피곤하기도 할 것이다. 성기를 받은 자신도 이렇게 몸이 뻐근한데.

‘…….’

그런데 몸은 찌뿌둥해도 정신이 아주 맑았다. 전에는 항상 선잠을 자는 터라 늘 피곤해서 다시 눈을 감곤 했는데, 지금은 몸만 나른할 뿐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명석이 덕분인지 오랜만에 푹 잔 것 같았다.

아운은 조용히 웃으며 명석을 가만히 바라봤다. 명석은 곤히 자는 중에도 억센 팔로 저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절로 웃음이 났다.

그새 수염이 자랐는지 턱도 까칠했다. 아운은 손을 뻗어서 그의 턱을 만졌다. 명석의 수염이 아주 까슬까슬했다.

‘수염까지 거칠구나. 아니, 명석이는 온몸이 다….’

명석은 자신과 다르게 어디든 다 거칠었다. 다리 사이의 물건까지도.

‘성기가 제일 거칠지….’

명석의 남근 모양을 상상한 아운은 어젯밤의 일이 떠올라 얼굴이 절로 붉어졌다. 아운의 얼굴이 붉어진 이유는 어젯밤의 음란한 교접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금, 체온이 맞닿은 이 순간이 소중하고 행복했다. 자신에게도 다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생길 줄은 몰랐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체온을 느끼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란 걸 10년 만에 다시 깨달은 것 같았다.

“…….”

명석을 물끄러미 보던 아운은 그에게 더 가까이 몸을 붙였다. 명석의 단단한 어깨에 뺨을 댄 아운은 규칙적인 숨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니 이윽고 아운도 또 잠이 오기 시작했다.

밤새 시달렸더니 너무 피곤한 것이다.

눈을 감은 아운이 명석의 품에서 깊게 잠이 든 순간, 명석이 눈을 떴다.

밖에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잠이 깬 명석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어젯밤에 열심히 허리를 흔들다가 아운이 먼저 기절하듯 자고 자신도 어느새 잠이 든 모양이었다.

방안을 가득 메운 햇빛을 보니 한낮인 모양이었다.

‘늦잠을 자버렸네.’

날이 밝았으니 이제 자신의 처소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근무지가 바뀌어 내일부터 동궁으로 가게 되었다.

덕분에 오늘은 쉬는 날이라 일찍 일어나서 장작이나 좀 패 놓을 생각이었다.

명석은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아운이 그의 품에 안겨서 곱게 자고 있었다. 명석은 제 허리를 안고 깊게 잠든 아운을 깨우고 싶지 않았다.

천천히 몸을 움직이던 명석의 눈이 두 사람의 다리가 얽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자신의 굵은 다리와 아운의 고운 다리가 음란하게 뒤섞인 것을 보자 잠시 멍해졌다.

“…….”

‘누구와도 아침까지 함께 있었던 적이 없었지. 내일의 잠자리를 기약했던 사람도 이분이 처음이고….’

장사도의 첫째와도 함께 아침을 맞은 적이 없었다. 성교가 끝나면 매번 한밤중이나 새벽에도 제 처소로 돌아가야 했다. 운서와도 마찬가지였고.

그런데 이제 명석은 당연한 것처럼 아운의 침소를 드나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치 연인처럼.

‘연인이라니?!’

갑자기 명석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어젯밤에 아운이 저를 찾아와서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것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뻐서 입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것도 처음이었다.

명석은 늘 잠자리 상대였지 누군가의 연인이 되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더는 떠돌지 않고 제가 머물 곳이 생긴 것이다.

명석은 싱글벙글하며 아운을 쳐다봤다. 가슴이 너무 벅차서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명석은 몸을 일으켰다. 지금은 멍하니 아운의 얼굴만 바라보며 즐거워할 때가 아니다. 곧 아운이 잠에서 깰 것이다.

‘배가 고프실 테니….’

명석은 아운이 먹을 아침도 마련하고 목욕물도 데워 놓을 생각이었다.

아운의 부드러운 몸을 직접 씻길 생각에 침상에서 일어나는데, 고운 손이 그의 팔을 잡았다. 아운도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어, 일어나셨습니까?”

막 침상에서 내려가려던 명석이 아운을 돌아보며 웃었다. 아운은 그의 팔을 살짝 잡고 입술을 삐죽거렸다. 자신과 더 있지 않고 냉큼 나가려는 명석의 행동이 서운한 것이다.

“명석아, 어디를 가는 것이냐?”

“왕자님께서 기침하시기 전에 장작이나 패 놓으려고 했습니다만.”

“아니, 넌….”

아운은 명석에게 넌 하인이 아니라고 거듭 말했었다. 그런데 자청해서 또 일을 하려는 것이다.

아운은 하지 말라고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명석이 하인으로 들어온 것도 아니고 이제 명실상부한 자신의 연인이다. 명석이 장사도에서 받았던 모멸감을 잊게 해주고 싶었다.

“제 손으로 왕자님의 목욕물을 덥히고 또 목욕도 시켜드리고 싶어서 그럽니다. 식사 시중도 들어 드릴 겁니다.”

“…이제는 그럴 필요 없어. 명석이 너는 내 옆에만 있으면 된다.”

“제가 하고 싶어서 그럽니다. 하인이 아니라 왕자님의 연인으로 봉사하고 싶은 겁니다.”

씨익 웃은 명석은 침상으로 휙 올라와서 다시 아운의 마른 몸에 제 몸을 겹치고 입맞춤을 했다. 함께 밤을 보낸 사람의 식사를 직접 챙기고 몸을 씻겨주고 싶었다.

명석의 육중한 몸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끼며 아운은 순순히 입술을 벌렸다. 츠읍, 쪽, 음란한 입맞춤 소리와 함께 명석의 커다란 손이 아운의 허벅지 안쪽으로 깊게 들었다.

거친 손이 보드라운 허벅지 살을 욕심껏 잡고 마구 주물렀다.

“으읏, 읍.”

아운이 허리를 떨자 그의 손이 엉덩이를 잡았다. 어젯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축축한 살이 손안에 가득 잡혔다. 명석은 아운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면서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더 집어넣었다.

부드러운 피부를 더듬어 올라가서 통통 부은 음란한 입구를 쓰다듬었다. 명석의 손끝이 음문에 닿자마자 아운의 엉덩이가 움찔움찔 떨렸다.

그 사이 명석이 입술을 뗐다.

“아으읏….”

음란한 신음을 내는 아운의 입술이 명석의 타액에 젖어 유난히 붉게 반들거렸다.

“왕자님의 구멍 속이 소인의 좆물로 가득합니다. 어떻습니까? 만족스러우신가요?”

명석은 슬쩍 웃으면서 또 짓궂게 물었다. 그의 거친 손가락이 입구를 쓰다듬는 대로 아운의 마른 몸이 바르르 떨렸다.

“아앗, 앗.”

아운이 허리를 떨자 명석의 손이 마른 허리를 스쳐서 가슴으로 올라오고, 반대로 입술은 내려갔다. 뜨거운 혀가 목을 핥고 어깨를 살짝 깨물고 계속 아래로 향했다.

점점 밑으로 내려간 명석의 입술이 아운의 가슴 돌기를 핥았다.

“하아, 제발….”

“여기도 잔뜩 부풀어서, 핥으면 핥을수록 단물이 나오는 것 같이 달큰합니다.”

명석은 유두와 유륜을 전부 입에 삼키고 치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빨았다. 도톰한 꼭지가 더욱 부풀어 올랐다.

“거기 자꾸 핥으면…, 으응.”

양쪽 가슴을 핥고 입맞춤을 할 때마다 볼록한 돌기가 더욱더 음란하게 부풀어 올랐다.

“응, 으응….”

아운은 입술을 깨물고 부끄러운 신음을 흘렸다. 아운은 어느새 명석의 애무에 익숙해졌는지 그의 손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명석의 커다란 손은 아운의 몸 이곳저곳을 만졌다. 거친 손이 허리와 엉덩이, 허벅지로 바쁘게 오갔다. 마치 만지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는 듯이.

“아읏, 하읏.”

나른하게 누운 아운이 작은 신음과 함께 제 몸을 더듬는 부끄러운 애무를 즐겼다. 아운의 고간도 슬슬 발기하려 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갑작스럽게 명석의 입술과 손이 떨어졌다.

명석은 아운을 내버려 두고 침상에서 내려와 옷을 챙겨입었다.

“어, 어디에 가는 것이냐?”

아운은 젖은 입술을 달싹거리며 물었다. 명석이 더 만져주길 바라는데, 부끄러움에 차마 다시 침상으로 올라오라고 말할 수 없었다.

“아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왕자님의 식사와 목욕물 준비를 하고 올 테니, 잠시 누워 계십시오. 드실 만한 죽으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응.”

옷을 다 입은 명석은 아운에게 다가와서 그의 부드러운 입술에 가벼운 입맞춤을 남기고 나갔다. 장지문을 닫기 전에 다시 아운을 돌아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운은 빨리 다녀오라고 재촉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이불만 쥐고 침소를 나가는 명석을 지켜봤다.

명석은 한참 후에나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죽 그릇이 담긴 쟁반이 들려 있었다. 아운은 그때까지 가만히 누워있었다. 허리가 뻐근해서 앉아있는 게 힘들었다.

“왕자님, 식사하십시오.”

명석은 쟁반을 탁자에 두고 침상으로 와서 아운을 두 팔로 안았다. 그는 그대로 아운을 탁자로 데려갔다.

아운은 명석이 저를 탁자에 앉힐 줄 알았는데, 명석은 제 다리 위에 아운을 앉혔다. 다시 명석의 품에 안긴 아운은 기분 좋게 단단한 품에 기댔다.

명석이 아운을 품에 안은 채로 직접 죽을 떠서 그의 입에 대주었다. 아운은 수줍어하면서도 얌전히 입을 벌려서 받아먹었다.

“그런데 왜 네 몫은 없느냐?”

“아, 어머니께서 마침 점심을 준비하시길래 선방에서 대충 주워 먹었습니다.”

“대충 주워 먹다니? 네 체격에 대충 먹는 건 안 될 일이지. 소철을 불러서 제대로 점심을 차리라고….”

“전 괜찮으니 그러지 마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소철 형님을 선방 앞에서 만났는데, 어제 새벽에 저와 왕자님이 함께 침소로 들어온 것을 알고 있더군요.”

‘…또!’

“그래서 왕자님을 깨우러 오지도 않았다고….”

잠귀가 밝은 소철이 새벽에 아운과 명석이 다시 침소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 모양이었다.

“아, 그랬구나.”

마침 아운도 소철이 아침에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그가 아운을 깨우러 오지 않은 것은 둘이서 푹 자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미 알고 있었다니, 지금쯤 소철이 좋다고 춤을 추고 있겠구나.’

아운은 어제 소철에게 명석이 제 연인이 아니라고 못을 박은 일이 민망했다. 연인이 아니라고 펄쩍 뛰어 놓고 또 함께 밤을 보냈으니, 당분간은 창피해서 소철을 볼 낯이 없을 것 같았다.

부끄러움에 아운이 한숨을 쉬는데, 명석이 또 죽을 먹여주었다. 아운이 죽을 반쯤 먹고 더는 먹지 못하겠다고 하자 명석이 그를 안아 올렸다.

“무엇을 하려고?”

“몸을 씻겨드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씻고 나서 한숨 더 주무시지요.”

이미 욕탕에 뜨거운 물을 받아 놓았던 명석은 아운을 안아서 데려갔다.

조금 후, 목욕이 끝났을 때도 아운은 여전히 명석의 팔에 안겨서 침소로 돌아왔다. 명석은 아운에게 옷을 입혀주고 머리에도 기름을 발라서 빗겨주었다.

덩치는 산처럼 크고 침상에서는 사나운 곰 같은데, 시중드는 건 부드럽고 꼼꼼했다.

“명석아, 너도 이리 앉아라. 이번에는 내가 네 머리를 빗겨주마.”

아운은 명석의 머리가 산발인 것을 보고 의자에서 일어나 명석에게 앉으라고 권했다.

“아니, 저는 괜찮습니다. 어찌 왕자님께 손수 시중을 들게 합니까.”

명석은 아무리 연인이라도 그건 안된다며 거부했다. 더구나 남의 시중을 받은 적도 없어서 어색했다. 거듭 싫다고 했으나 아운은 어서 앉으라고 고집을 부렸다.

“나도 네 머리를 빗겨주고 싶어서 그런다. 너는 나를 씻기고 먹이고 단장까지 해주었는데, 겨우 빗질도 못 하게 하는 것이냐?”

“…….”

“어서.”

아운은 명석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종용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소인이 왕자님의 총애를 빌미로 건방지게 군다고 욕할 겁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는 다른 걱정은 말고 앉아라.”

아운은 의자를 두드리며 앉으라고 거듭 말했다. 명석은 하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앉았다. 그러자 아운이 머릿기름을 손에 덜어서 거친 머리카락을 매만지더니 세심하게 빗질을 해주었다.

거칠거칠한 머리를 정성껏 길들이는 아운은 굉장히 즐거워 보였다. 늘 거무스름했던 그의 눈가엔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그는 금방 어깨까지 내려오는 명석의 머리를 단정하게 묶어주었다.

“왕자님은 손이 참 고운데, 손길마저 아주 부드럽습니다.”

명석은 얼굴도 곱다고 작게 덧붙였다. 그에 아운은 만족한 듯 작게 웃었다.

“내 시중이 마음에 드는 것이냐?”

“…황공하긴 해도 마음에 듭니다.”

“마음에 든다니, 매일 네 머리는 내가 손수 빗겨주겠다.”

빗과 머릿기름을 손수 정리하는 아운은 어제 새벽 내내 명석에게 시달렸는데도 평소보다 밝고 힘이 넘쳐 보였다. 흐리멍덩하다고 생각되던 눈빛도 생기를 되찾고 있었다.

“예, 왕자님께서 수고스럽지 않으시면 그리하시지요.”

명석은 단정하게 빗질 된 제 머리가 어색했다. 그러나 아운이 저를 위해 직접 귀한 손을 놀린 게 감격스러워 그러자고 했다.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왕자님께서는 새벽에 힘드셨을 테니 쉬셔야지요.”

한숨 더 자라는 말이었다.

“…너는 뭘 하고?”

“저는 부모님의 일을 좀 돕다가 쉬겠습니다.”

“명석아… 너는 하인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느냐.”

“제가 하고 싶어서 그럽니다. 현월궁의 몰골을 보시고도 그런 말씀이 나오십니까?”

“아니, 그런….”

아운은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현월궁의 정원은 아직도 엉망이었다. 하인들이 틈틈이 정원을 손질하고, 특히 소철이 욕심을 부려 꽃나무를 들여오고 정원사까지 고용했는데도 아직 미진한 상태였다.

“일을 마치면 나한테 돌아오는 거지? 저녁 식사도 함께 먹자.”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명석은 알겠다고 대답하고 고개를 살짝 숙여서 아운에게 재차 입맞춤을 했다. 짧은 입맞춤이지만 아운은 아직 부끄러운지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

아운은 홍조가 가득한 얼굴로 빗과 기름을 정리했다.

그런데 명석이 바로 나가지 않고 아운의 주변에서 머뭇거렸다.

“내게 할 말이라도 있는 것이냐?”

“그게….”

명석은 입술을 달싹거렸다. 명석은 이대로 아운을 다시 발가벗겨서 뒹굴고 싶어졌다.

‘그러면 몸이 버티지 못하실 테니….’

귀한 연인을 위해 욕정을 참은 명석은 대신 아운의 입술에 제 입술을 또 붙였다. 그러고는 한참을 핥고 빨고 나서 놓아주었다.

“…저기, 아까 장작을 패면서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응?”

“소인이 배운 것은 없지만… 이제부터 왕자님에게 어울리는 사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명석이야말로 쑥스러워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무슨 말이냐?”

“거친 말투도 점잖게 바꾸고 열심히 일해서 승차도 하겠습니다. 왕자님의 상대로 어울리는 신분과 품격을 갖추겠다는 말입니다.”

명석은 좀 더 괜찮은 사내로 보이고 싶었다. 아운에게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나중에 아운이 저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 억세고 거친 말투나 예의에 어긋한 행동으로 아운의 체면을 상하게 하기 싫었다.

“명석아, 그리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네가 어떤 모습이어도 좋다.”

아운은 명석의 말투를 싫어하진 않았다. 침상에서 하는 말은 부끄럽지만, 제 마음을 숨기지 않는 명석을 있는 그대로 좋아했다.

그의 출신도 부끄럽지 않았다. 솔직하고 거친 말투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래도 자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이 고마웠다.

명석이 출세를 거듭해서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 그에 맞는 품위까지 갖게 된다면 금상첨화일 테니까.

‘심성이 올곧고 마음이 넓은 사내니 반드시 출세할 테지.’

“그래도 네가 원한다면 나도 도와주마.”

“네, 감사합니다.”

명석은 자신을 좋아해 주고 연인으로 받아준 이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누가 봐도 아운의 상대로 걸맞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

다음 날, 명석은 일찍 입궐했다. 전날 밤에도 그는 아운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허리를 흔들었었다.

아운은 밤새 죽겠다고 헐떡거리고 아침까지 늘어진 반면, 명석은 더 쌩쌩해진 모습으로 일어났다. 그는 오늘부터 동궁으로 가기 때문에 일찌감치 입궁을 했다.

그 바람에 명석과 같은 시간에 일어난 아운은 죽 그릇을 앞에 두고 연신 하품을 했다.

“왕자님, 피곤하시면 더 주무시지 그러십니까?”

“괜찮다. 더 자고 싶진 않구나. 오늘은 기왕 일찍 일어났으니, 장터에 가보려고.”

“왕자님께서 장터에는 어쩐 일로…?”

“…명석이에게 옷이라도 지어주려고 한다.”

아운은 얼굴을 붉히며 조그맣게 말했다. 명석은 외모를 꾸미는 데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옷차림도 소탈했다. 오 부인이 지어준 회색 옷을 낡을 때까지 입곤 했다.

전에 비단옷을 입긴 했으나, 그 옷은 연진이 입었던 옷이라 색도 어울리지 않고 소매 길이도 어정쩡해서 새로 지어줄 생각이었다.

이제 명석은 아운의 연인이고, 또 출세를 앞두고 있으니 옷차림에도 신경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연인이 늘 낡은 옷을 입고 다니면 아운이 인색하다는 인상을 줄 것이다.

“왕자님께서 직접 고르시려고요?”

“그래, 그러고 싶구나.”

아운은 비단옷만이 아니라 명석에게 어울릴 만한 장신구도 갖춰줄 생각이었다.

“그럼 왕비님께서 다니시는 포목점으로 모시겠습니다. 그곳의 주인이 알아서 잘해줄 것입니다.”

소철이 반색하며 함께 가겠다고 했다. 아운과 외출하는 게 몇 년 만인지 몰랐다.

“소인이 처소에 가서 준비하고 올 테니, 왕자님은 얼른 죽이나 마저 드십시오.”

소철이 나들이복으로 갈아입고 오겠다고 하자, 아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죽을 떠먹었다.

오늘 아침은 새우를 갈아 넣은 것이었다.

평소에는 비린 해물은 싫은데, 오늘은 유독 맛있었다. 금세 죽그릇을 모두 비운 아운은 나갈 준비를 하려고 일어났다. 옷 상자를 열고 갈아입을 옷을 고르는 아운은 잠시 손을 멈췄다.

아운도 왠지 가슴이 설렜다. 오랜만의 외출 때문인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탓인지 몰랐다.

예전에는 늘 삶이 지루했었다. 지금은 밥을 먹는 것도, 옷을 고르는 것도, 심지어 숨을 쉬는 것조차 즐거웠다.

명석이와 연인이 된 것만으로 활력이 생기고, 평범한 일상을 즐기게 된 것이다.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행복이었다.

그와 동시에 아운은 너무 슬펐다. 다시는 행복하게 웃는 그를 볼 수 없어서.

‘나는 다시 웃을 수 있는데, 그는….’

아운은 처음으로 자신을 혼자 두고 죽은 그가 원망스러웠다.

“왕자님, 왜 우십니까?”

어느새 소철이 돌아와서 아운을 보고 물었다. 그는 짙은 감색의 비단옷으로 갈아입었다. 아운이 새해 선물로 지어준 옷이었다.

“…소철, 내가 울고 있느냐?”

“예.”

고개를 끄덕인 소철은 옷소매로 아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하지만 아운의 눈에서 눈물이 계속 떨어졌다. 맑은 눈물이 빽빽한 속눈썹을 적시고 희고 고운 뺨으로 흘렀다.

“먼저 간 사람이 원망스러워서 그런다. 나와 행복할 수 있는데. 어째서 쉽게 포기한 건지.”

“그분 나름의 사정이 있는 거겠죠. 나중에 왕자님께서 황천을 건너시면, 그때 물어보십시오.”

전에는 모진 말을 쏟아냈던 소철도 지금은 유하게 넘겼다. 그는 아운의 옷 매듭을 여며주며 대답했다.

“그래, 그래야겠지.”

아운은 조용히 대답했다.

이윽고 소철은 아운의 단장을 마쳤다. 흰색 옷에 연한 녹색의 겉옷을 입히니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이 따로 없어 보였다. 아운은 키가 커서 옷맵시도 일품이었다.

“왕자님, 방금 하늘에서 내려온 분 같으십니다.”

“소철, 낯부끄럽구나.”

“하하, 사실이 아닙니까. 장터에 가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왕자님을 쳐다볼 것입니다.”

아운이 외출을 하게 된 것만으로 기뻐서 싱글벙글 웃는 소철은 마차까지 준비했다고 나가자고 재촉했다. 그의 마음은 벌써 장터에 가 있었다.

“알았다. 앞장서라.”

“예, 그러니 서두르십시오.”

소철은 아운을 돌아보며 느릿느릿 걸으면 가게의 문이 닫히겠다고 재촉했다. 아운은 조용히 웃으면서 앞서가는 소철을 따라갔다.

내관의 사생활 (외전) - 현월궁의 주인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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