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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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현준이 왔네. 

어릴 때 보고 처음이지? 

자아. 우리 집이라 생각하고 편히 있어. 

너희 엄마에게 소리 잘 들었으니까.“ 

“. . . 네.” 

현준은 짧게 한 마디를 내뱉고는 무뚝뚝하게 그대로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엔 신경도 쓰지 않고, 

그의 어머님의 최고로 친한 친구인 김미숙여사께서는 그가 앞으로 기거할 방으로 그를 데리고 가셨다. 

나름대로 깔끔한 방이었다. 

하늘색 벽지에 창문은 널찍하고 책상도 침대도 깔끔하고. . . 

다 좋았다. 

다 좋은데. . . 

침대도 그렇고, 창문의 커튼도 그렇고 저 하늘하늘거리는 화려한 레이스들은 내가 잘 못 본걸까? 

“저기. . . 저 좀 화려한 거 같은데. . .” 

그 말에 그녀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머머머! 얘 좀 봐~ 

자고로 ‘수’의 방은 원래 화려하고 아름다워야 하는 거란다. 

얘가 아직 뭘 모르는 구나. 

괜찮아. 살다 보면 모를 수도 있지. 

자아 조금씩 배워가면 되는 거니까 신경쓰지 마렴~“ 

수? 

혹시 여자애들이 맨날 진수랑 나보고 ‘수’니 ‘공’이니 할 때 쓰던 그 ‘수’? 

그 생각에 현준 잠시 패닉. 

그리고는 곧 귓구멍을 후볐다. 

‘설마. . . 이 연로하신 분이 그럴려고. . . 

요즘 몸이 마이 허한 갑다. 

와 환청이 들리노.‘ 

그리고는 다시 공손히 말했다. 

“저어. . . 잘 못 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 

방금 ‘수’라고 들은 거 같은데. 

저는 그런 취미 없습니다만. . .?“ 

그 말에 여사는 빙긋이 웃으며 의문 섞인 미소를 띤다. 

그리고는 말한다. 

“후. 후. 후. 

그래서. 그래서 어쩌라고? 

지금 너 반항하는 거니, 뭐니. 응? 

내가 ‘수’라고 하면 ‘수’인 거야! 

알겠니? 우리 예쁜 현준아~ 

얘가 아직 뭘 모르구나. 

난 너희 엄마 최순이랑 친구였단다. 

그것도 절. 친. 한.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옷홋홋홋홋! ! !“ 

그러고는 이내 깔깔거리며 방문을 닫는다. 

유유상종. 초록동색. 친구는 서로 닮는다. . . .. 

등등의 너무나 많은 속담이 현준의 머릿속을 지나가면서 현준은 곧 하나의 사실을 떠올리고는 

납득하고야 만다. 

엄마 친구가 다 그렇지 뭐. . . 

어쨌든 현준이 그렇게 나름대로 납득하고 있을 때 

갑자기 다시 방문이 열리면서 김미숙 여사께서 다시 얼굴을 들이밀며 말한다. 

“참! 내 정신 좀 봐~ 

우리 아들들 소개를 아직 안 했네~ 

짐 거기 내려놓고, 어서 사뿐히 다시 내려와~“ 

그러고는 다시 문을 쾅 닫아버린다. 

현준은 다시 패닉상태가 되었고 그 중 부산에서 전학 갈 때의 일이 불현듯 떠올랐다. 

“야, 내 전학 간다.” 

그 말에 진수는 거짓말 말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새끼. . . 뻥치고 지랄하네~” 

그 말에 현준은 또 발끈해서는 소리쳤다. 

“니 내 말을 황으로 보는 기가! 

내 진짜 전학 간다니까! 

그것도 서울로 간단 말이다! 

미치고 돌고 환장하겠네.“ 

그 말에 진수는 정말이냐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현준은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진수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진수는 현준의 말이 사실임을 느꼈다. 

저 녀석 저래 뵈도 저런 표정일 때는 사실만 말하니까. . . 

그런 현준의 모습에 진수는 갑자기 서글퍼하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야. 전학 안가믄 안 되나. 

니 내가 밥도 매겨 줄께.(먹여 줄게) 

기냥 여 있으라.“ 

그런 그의 말에 현준은 감동을 받아 눈물을 질질 흘리며 그를 끌어안는다. 

“씨발. . . 역시 니는 내 진정한 친구다.” 

그도 그런 현준의 품에서 연신 흑흑거렸다. 

그런 친구의 행동에 이내 감동 먹은 현준군. 

그래서 아무 말도 안하고 그의 등을 토닥거려주고 있는데, 갑자기 그가 고개를 들며 외쳤다. 

“으흑. . . 

니가 전학가면 내는 대체 누굴 놀리는 재미에 사냔 말이다! ! ! 

니 진짜로 안 가면 안 되겠나. . .“ 

퍼억------------------ 

그 말에 여지없이 펀치를 날리는 우리의 현준군.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씩씩거리며 그대로 걸어 나왔다. 

그런 그의 뒤로 진수군이 소리쳤다. 

“야! 니 내가 친구로서 충고하는데. . 

부산 사투리 절대로 쓰지 마리! 

니 그랬다가는 딱 무시당한디! 

이 행님 말 명심해라! 알겠제! ! !" 

그 말에 현준이 살짝 뒤를 돌아보며 한 마디 했다. 

“새끼. . . 

코피나 좀 닦고 말해라! 

그 딴 모습으로는 절대로 폼 안난디! ! !“ 

그리고는 가볍게 양손의 세 번째 손가락을 들어 올려주는 현준이었다. 

회상 끝. . . 

현준은 회상을 끝내며 뭔가 허무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우째 된 게 와 내 주위에 사람들은 다 그 모양 그 꼴이고. 

정상인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읎다(없다) 아이가. 

좋다. 

내 여서는(여기서는) 기필코 정상인 친구부터 하나 맨들고(만들고) 말기다. 

어디 두고 보라지!“ 

그러다가 이내 엄마의 친구이신 김미숙여사를 떠올리고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방문을 열었다. 

김미숙 여사의 아드님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 말이다. 

김현준. 

나이 방년 18세. 

기념 적인 4월 18일날. 

부산에서 서울로 첫 상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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