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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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내 부산놈이다. 꼽나!!  

(1) 

“야! 느그들 지금 뭐하는 기고!” 

현준이 소리 질렀다. 

그 말에 자기들끼리 꺅꺅거리던 여자 애들이 현준을 바라보며 말한다. 

“어머~ 이 쌍놈아~ 열라 재수 없어~ 

지금 수다 떨고 있는 거 안 보이는 거야~“ 

그 말에 현준은 눈이 도끼눈이 되어서는 버럭 거린다. 

“씨발, 이 년들이 맛 간나! 

내 말은 그 말투 말이다! 

짜증나게 그 으색한(어색한) 서울말은 또 뭐꼬! ! ! 

정말. . . 할라면 좀 제대로 하든가.“ 

그 말에 여자 애들은 까르르거리며 말한다. 

마치 자신들이 깜찍한 줄 알고 하는 포즈 같은데 정말 토 쏠린다. 

머리에 올린 산 봉오리 같은 뽕하며. . . . 

완전 아줌마 같은 얼굴들. . . . 

게다가 조선무에 견줄 수 있는 다리 둘레들. . . 

“씨발~ 열라 재수 없어, 이 쌍놈아~ 

우리가 어떤 말투를 쓰던 너네들이 무슨 상관이야~“ 

그러고는 다시 자기들끼리 그 짜증나는 말투로 지지배배 거린다. 

그런 그녀들에게 차마 현준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입만 뻐끔거렸다. 

즉, 이걸 요약하자면. . . 

현준. 여자 애들에게 말발로 K. O 패. 

“으어어어어어어억! ! !" 

. . .결국은 열 받은 현준이 광폭 하게 교실을 엉망으로 만드는 걸로 마무리가 되고 만다. 

쯧쯧. . . . 

“진짜 내는 그런 거 싫다! 

아~ 들이 수학여행을 같다 오더니 갑자기 웬 서울말이고! 

부산 사람이면 부산 사람답게 살아야 되는 거 아이가! 안 글나!(안 그래!) 

내 진짜 그 미친 가스나들 말하는 거 듣기 싫어 돌아뿌겠다! ! !“ 

현준은 운동장에 나와서는 그의 절친한 친구 진수에게 하염없이 한풀이를 하고 있다. 

사실 일의 발단은 그 놈의 수학여행 때문이었다. 

다른 것도 아닌 바로 일주일하고도 하루 전. 

즉, 정확한 시간으로 3월 26일 월요일부터 29일 목요일까지 계속 되었던 

그 망할 놈의 설악산 수학여행. . . 

정말 그 서울에 며칠 있었다고 여자 애들이 갑자기 서울말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도 너무나 어색해서 들으면 온 몸에 닭살이 돋는 그런 어설픈 서울말을. 

정말 며칠은 봐주려고 했다. 까짓 거 서울 갔다 온 휴우증이라 생각하면 되니까. 

그러나 그것이 장장 일주일이나 가자, 정말 사람 환장해버릴 것만 같았다. 

그 덕에 괜히 애꿎은 서울말과 서울만 탓하게 된다. 

이것도 다 그 재수 읍는(없는) 가스나들 때문이다! ! ! ! 

현준의 그 투정 부리는 듯한 말에 진수의 예의 그 느끼한 미소를 뿌리며 말한다. 

“자자. . . 

마!(임마) 화 풀으라. 

새끼. . . 귀엽게 놀기는. . .“ 

그 말에 현준은 이미 익숙해졌다는 듯이 신경 쓰지도 않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으며 말한다. 

“니 그런 말 쫌 하지 마라. 

씨발. . . 세상에 모든 귀여운 놈들이 우주선 타고 흑성으로 날랐다나. 

키 178cm인 새끼가 뭐가 귀엽노. 

새끼. . . 알고는 있었지만 존나 느끼하게 논디. . . 

여하튼간에 내는 절~대로 서울 근처에는 가지도 않을 기고! 

절대 서울 말 따위는 쓰지도 않을 기다! 

절. 대. 로! ! !“ 

그 말에 진수는 현준의 머리를 쓰윽쓰윽 쓰다듬어 주며 웃음 지었다. 

얼굴하고 전혀 맞지 않는 이 성격이라니. . . . 

정말 자신하고 키는 비슷하다지만 이렇게 순진한 놈은 없을 것이다. 

하긴 그러기에 귀여운 거지만. . . 

‘귀여운 것.’ 

현준이 알았다면 경을 칠 듯한 말이었다. 

그러나 인생사가 다 자기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한 일! 

“에에? 지금 뭐라고 했노!” 

그 말에 그의 어머니는 상큼하게 미소 지으며 말한다. 

“니 서울 보내준다고. 

와? 

감동했나? 

그야 당연한 거 아니겠나. 

내가 누꼬. 

이 대한민국에서 아들을 제일 싸랑하는 여자. 

최. 순. 이. 아니겠나. 

그리고. . . . .“ 

자꾸 길어지는 그녀의 말에 현준은 진절머리 난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마, 됐다. 고마해라. 

나 안 간다. 그리 알아라.“ 

그 말에 그녀는 다시 그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것으로 현준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쾅-------- 

너무나도 맑고 고운 소리가 온 거실에 울려 퍼졌다. 

정말 영창피아노 저리 가라라고 불릴 만한 너무나 맑고 좋은 소리였다. 

현준은 그 너무나도 강한 어택에 머리를 부여잡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고, 

그녀는 그런 현준을 보며 너무나도 맑게 미소 지었다. 

한 쪽 손에는 현준의 머리를 강타했던 국자라는 흉기를 치켜든 체. . . 

“니가 암~만 발버둥 쳐봤자다. 

왜냐면 말이다. 

이 집 블써(벌써) 팔아뿟거든~ 

아들내미. 

서울 잘 있다가 우리 2년 뒤에 보꾸마. 

잘 가래이~ 흑흑. . .“ 

그리고는 가증스럽게도 눈물을 찍어내는 그녀였다. 

그는 그런 그녀의 무시무시한 모습에 감히 반항하는 것을 포기하고는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았다. 

‘왜, 왜 하필이면 아빠 해외 전근날짜가 벌써 정해진 거고! ! !’ 

그렇다. 

사실 그가 서울에 가게 된 것도 아버지의 해외 전근 때문. 

그렇다면 그가 따라가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 . 

그의 어머니 최. 순. 이. 여사께서 바득바득 우겨서 

결국 서울에 있는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그를 맡기기로 한 것이다. 

역시 부산 여자의 파워는 무시무시하다는 것을 단번에 알게 해주는 예이라 할 수 있다. 

현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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