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롤로그 (1/22)
  • 2021년, 에시르

    그 접시는 왕세자의 책상 한 가운데에 보란 듯이 놓여 있었다.

    중국 청나라 황실의 물건답게 호화롭기 그지없는 모양새를 자랑하고 있는 그 접시는 십수 년 전 제1 왕자였던 카이옌의 20세 생일을 축하하며 국왕이 그의 손에 직접 손에 쥐여 준 선물이었다. 국왕의 선물이라고는 하나 물건의 이력이 이력이다 보니 출처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으나 카이옌의 측근들은 아마도 리우 부인의 품에서 나온 물건이 아닐까 저들끼리 미루어 짐작했다. 그리고 카이옌의 사망 후 형님의 유품과 왕세자라는 직위를 함께 물려받은 제2 왕자 리욘은, 한때 부친의 정부였던 왕비가 자신의 형님에게 선물한 그 아름다운 접시 위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새겨 넣었다.

    Coloro che vincono, in qualunque modo vincano, mai non ne riportano vergogna.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