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53 - 황녀는 잠 못 이루고 (5)
"..."
눈을 뜨니 허리가 뻐근하고 다리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간다.
리아나에게 첫 질내사정을 한 이후 48시간, 그 동안 밥 먹고 물 마시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섹스 만을 반복했다.
그리고 교미를 끝낸 발정기의 짐승처럼 체력 방전으로 기절하듯 잠든 게 고작 3시간 전이다.
"목 말라..."
물을 마시면서 거울로 몸을 확인해보니 전신에 리아나가 새겨놓은 손톱자국과 키스 마크가 가득했다.
"... 완전 도화지네."
물론, 리아나의 몸도 나보다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새하얀 가슴 이곳저곳에는 내 이빨 자국이 뚜렷하게 남아있었고, 엉덩이는 완전히 새빨간 상태였다.
'저건 자칫하면 멍들겠는데?'
흥분할수록 더 세게 때려달라는 리아나의 요청에 그대로 따른 거지만, 역시 멍이 남는 건 좀 미안하다.
스윽─
내가 '그림자'에서 상처약을 꺼내고선 손에 바른 다음 리아나의 엉덩이를 살살 쓰다듬었다.
"흐읏..."
약이 시원해서 기분이 좋은 듯, 리아나가 약한 신음을 내며 몸을 뒤척이자 애널에 가득 차 있던 정액이 야릇하게 흘러내린다.
'... 태양의 애널.'
애널로는 임신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제외하고 평가하자면 '태양의 애널'은 완벽했다.
리아나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차마 묘사할 수는 없지만, 내가 이성이 끊어진 이유가 애널을 공략할 때 보여준 리아나의 반응 때문이었으니까.
그때를 떠올리자 다시 발기하려는 자지를 간신히 억누르며, 약 바르는 걸 끝냈다.
"... 그럼 갈까."
인사라도 하고 갈까 싶었지만, 나 때문에 지쳐서 쓰러진 걸 깨우기도 미안하다.
그렇다고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자니 기약 없는 기다림이다.
사실 이렇게 오랫동안 섹스를 할 줄은 몰랐기에, 어디 간다는 말조차 하지 않아서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다들 걱정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토벌전이 끝난 직후이지 않은가.
승전 소식을 듣기는 했어도, 자세한 내용은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
48시간이면 슬슬 보고도 들어왔을 테니, 내가 확인해야 할 것도 제법 있을 것이다.
내가 조심스럽게 정화를 사용해 몸을 깨끗하게 만든 뒤, 옷을 입고 있자 리아나가 말을 걸었다.
"으음... 유진아..?"
"아, 미안해요. 제가 깨웠어요?"
"하암... 아니야... 괜찮아... 그보다.. 가는거야?"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하는 리아나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대답했다.
"네, 슬슬 쉴만큼 쉬었으니 다시 일해야 할 거 같아서요."
"흐음... 유진이는 나쁜남자네... 나는 놀이용이라는거지...?... 나를 이렇게 더럽혀놓고... 그렇지.. 이해해... 나 같이 더럽혀진 여자에게는 이제 볼일이 끝났다는 거잖아?"
"..."
찰싹─!
괜히 못된 말을 하는 리아나의 엉덩이를 때려주었다.
"흐앗!... 아... 아파..!"
"아프라고 때린 거예요. 자꾸 그런 말 하면 더 때려 줄거에요?"
"후후훗, 알았어요. 화내지마요. 유나 아빠."
그때, 리아나의 입에서 흘려듣기 힘들 말이 나왔다.
"... 유나 아빠요?"
왠지 익숙하게 느껴지는 유나라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리아나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응! 우리 딸 이름이야! 유진이한테 한 글자 나한테 한 글자 따왔어!"
"귀엽네요. 그런데 만약 아들이면요?"
"... 으음? 아들은 생각 안 해봤는데... 이건 그냥 직감인데... 유진이랑 내 첫아이라면 반드시 딸일 거 같아."
아무런 근거도 없는 리아나의 말이었지만 왠지 나도 납득하게 된다.
"뭐, 딸도 좋죠. ... 그런데 리아나 약 먹었죠?"
".... 응..? 약?"
"모른 척하지 말고요. 피임약이요."
그러자 리아나가 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으음... 내가... 먹었던가?"
"리아나...?"
내가 놀라서 이름을 부르자 리아나가 요망하게 웃었다.
"어머... 어제는 그렇게 임신하라고 소리치면서 내 안에... 듬뿍 사정했으면서... 그 말은 거짓말인 걸까?"
"아니, 거짓말은 아지만... 아직은 때가..."
"후후훗! 장난이야. 당연히 먹었지... 유진이 정액은 너무 진해서 한 번이라도 빼 먹으면 바로 임신할걸? 뭐... 유진이가 나를 진심으로 임신 시키고 싶으면... 언제든지 괜찮지만..."
대답을 들은 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언젠가 리아나에게 유나를 임신시킬 예정이지만 지금은 절대 아니다.
"하아암... 그럼 주인님... 나는 다시 잘래... 절륜하신 주인님 때문에 너무 피곤해..."
길게 하품을 한 리아나가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며 말했다.
"나갈 때 커튼 좀 쳐줘..."
"네, 잘자요. 리아나."
"응... 잘자.. 유진.. 아..."
감히 주인님을 놀린 만큼....
커튼은 안 치고 나갔다.
***
"다녀오셨어요. 주인님."
내 기숙사 방문을 열자 당연하다는 듯, 트렌치코트를 입은 루시아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별로 놀라지는 않았다.
사실 이제는 루시아뿐만이 아니라, 내 여자라면 누구든지 자연스럽게 방에 드나들었으니까.
물론, 양호 마망이나 비비안처럼 낯을 가리는 여자들은 처음에는 남자 기숙사에 오늘 걸 부끄러워했지만....
워낙 자주 오다 보니 이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 뭐, 대외적으로는 파벌 회의장의 숙소에 모이는 거니까.'
실상을 아는 기숙사 남자들의 질투를 넘어 증오 서린 눈빛을 볼 때면 양심에 살짝 찔리지만...
'... 자기가 노려보면 뭘 어쩔 건데?'
내가 내 여자들이랑 뒹굴겠다는데, 지들이 뭘 할 수 있는가.
'그래도 전용숙소를 하나 세울까... 대충 이름은 파벌 간부 전용숙소라고 붙히고...'
어차피 조금 있으면 가르시아랑 레이카도 내려오고, 트리스티아도 가게를 정리할지 고민 중이니까.
기왕이면 다 같이 모여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 주인님?"
"아, 루시아 미안. 잠깐 생각 좀 하느라."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럼 보고 시작해도 될까요?"
"응, 부탁할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루시아가 살며시 웃으며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네, 그럼... 일단 주인님께서 가장 신경 쓰고 계실 장벽 쪽 소식은 아직 오지 않았어요. '고대 마물'을 토벌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칼리오페의 본가까지 돌아오는 시간까지 계산해야 하니까. 아직 며칠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은 연락이 없는 게 긍정적인 의미이니까요."
내 초조함과 별개로 루시아의 말대로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만일 토벌이 실패했으면 지금쯤 패잔병으로부터 지원요청이 들어왔을 테니까.
패잔병을 남길 여유도 없이 전멸당했다는 경우도 있겠지만...
'제국 제일검'이 있는데 완벽히 전멸당한 건 말이 안 되니 아무 소식이 없다는 건, 결국 잘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음, 그리고 중요한 안건으로는 먼저 벨베르트가 비지니스 미팅을 요청했어요. 판매한 무기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네요?"
".... 비지니스 미팅이라."
거래 대금까지 다 치룬 마당에 지금 와서 무슨 미팅이 필요하겠는가?
사실상 비지니스 미팅은 핑계고 '비지니스 섹스'를 노리는 게 확실했다.
슬쩍 조교창을 열어 확인해보니 96%였던 벨베르트의 조교도 어느새 99%를 찍었다.
'... 이번에 만나면 내 여자가 되라고 설득해봐야지.'
싫다면 억지로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이유야 어떻든 첫 경험을 가져간 남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무엇보다 조교도가 99%다.
장담하는데 이제 벨베르트는 내가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돼버렸을 것이다.
벨베르트의 행복한 성생활을 위해서라도 '비지니스 섹스'를 하면서 철저하게 '설득'을 해야겠다.
"그럼, 벨베르트한테는 가까운 시일내에 한 번 찾아오라고 해줘."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두 번째 안건인데... 사테르 고아원 쪽에서도 계약을 지켜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아, 그리고 이건 안건이라기보다는 부탁인데 어제 베를리오즈님도 여기 오시더니 시간이 있으면 좀 찾아와달라고 전해달래요."
다행스럽게도 두 번째 안건은 첫 번째보다 훨씬 간단했다.
클라리스랑 엘라리스와도 섹스를 하기는 했지만 벨베르트와는 달리 조교창에 뜨지 않았다.
'... 즉, 나를 섹스 파트너 겸 식사 정도로 생각한다는 거지.'
저쪽에서 나를 어디까지나 생체 딜도로 생각한다면 나도 부담 없이 섹스만 즐기면 됐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카르네아와 고아원 사이에 거리가 좀 멀다는 건데....
"사테르 고아원측에는 정중하게 그쪽에서 와줄 수 있냐고 연락을 보내줘. 직접 오게 되면 대금은 섭섭하게 않게 낸다고 하고... 그래도 안 된다고 하면... 뭐, 내가 직접 가야지."
"네, 주인님. 그렇게 전할게요... 그런데 베를리오즈님은 어떻게 할까요?"
루시아의 말에 내가 눈을 깜빡거렸다.
"응? 베를리오즈님은 시간 있으면 와달라고 했잖아. 딱히 급한 것도 아닌 거 같은데 신경 쓰지 않아도 될걸?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시간 나면 찾아가지."
"아...."
그러자 왠지 루시아가 다행이라는 듯, 불쌍하다는 듯 먼 곳을 쳐다 보았다.
"... 주인님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요."
"응, 자... 그럼 일단은 급한 건 다 해결한 건가?"
"아니요, 초중요 긴급 안건이 하나 남았어요. 주인님."
"초중요 긴급 안건?"
도대체 무슨 안건 이길래 루시아가 초중요라는 단어까지 썻는지 궁금해하고 있짜.
스르륵─
트렌치 코트를 벗은 루시아가 안에 숨겨져 있던 역바니를 드러내며 말했다.
"... 루시아 우르엘라양으로부터의 유진 칼리오페에게 교미요청이요.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