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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340화 (340/354)

Chapter 340 -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1)

"하체가 부실하다! 다리에 힘을 더 주거라!"

베를리오즈의 조언에 따라 다리에 힘을 주는 순간, 주먹이 얼굴을 정확히 노리고 날아왔다.

'그래도 이 정도는 충분히 반응하지...!'

지난 며칠간 개같이 구르며 훈련한 것도 다 기습에 반응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내가 곧장 백스텝을 밟으며 뒤로 물러났고,

퍼억-!

동시에 베를리오즈가 다리 사이에 발을 걸어버리니 그대로 나자빠졌다.

"쯧... 그래서 본녀가 다리에 힘을 더 넣으라고 하지 않았더냐!"

"아니! 넣었는데 주먹을 날렸잖아요! 주먹 피해야죠!"

"그러니까 피하면서 다리에 힘을 넣으란 말이다."

"...."

진짜 저게 뭔 개소리인지 이해가 안 된다.

사람이 어떻게 힘을 준 상태에서 움직인다는 말인가.

"아니, 그게 말처럼 쉬우면... 베를리오즈님은 살아 온 세월이 있어서 잘 모르시는..."

콰앙-!

나이가 언급되는 순간, 이번에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머리에 주먹이 내리 꽃혔다.

"시끄럽다! 세월이라 말하지 말거라! 그리고 본녀는 네놈인 줄 아느냐? 본녀는 처음 배웠을 때부터 잘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재능의 벽.

진짜 세상이 온통 재능충이다.

잠깐 화풀이로 저 허벅지가 훤히 드러난 차이나 드레스를 벗겨버릴까 했지만, 육탄전은 상대가 안 된다는 걸 깨닫고 그만두었다.

"처음 예상했던대로 네놈의 강신은 쓸만하지만... 그걸 다루는 기술은 형편없구나."

"...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요?"

"당연한 소리를 하는구나? 본녀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 그런 것이지 웬만한 놈들은 네가 '강신'을 사용하면 상대도 안 될 거다."

하긴 '강신'을 사용 한순간, 기본적인 능력치 자체가 달라진다.

비앙카에게 빌린 '신체 강화'가 더하기라면 '강신'은 곱하기 수준이니까.

"뭐, 그래도 열심히 했구나. 지쳤을 테니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하자꾸나..."

"아니요. 한 번만 더 해요."

내 대답에 베를리오즈가 팔짱을 끼며 물었다.

"이해가 안 가는구나... 네 녀석 재능이 없는 걸 알면서도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게냐? 노력한다고 그리 크게 달라지도 않을텐데 말이다... 애초에 본녀와의 훈련이 끝나고도 밤에도 따로 훈련하지 않느냐?"

"네? 그냥 조금이라도 강해지는 게 좋죠."

베를리오즈의 말처럼 낮에는 '강신'과 '육탄전'을 수련하고 밤에는 루시아, 비비안에게 마법을 교육받는다.

뭐, 내가 이렇게 배워봤자 기술 자체에 대한 이해도는 여전히 평범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기술을 사용하는 센스는 많이 길러진 느낌이다.

"... 네가 혼자 노력한다고 해서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러자 조금 침울해진 목소리로 묻는 베를리오즈.

"아니요. 못 막겠죠."

내가 시원하게 인정하자 그런 대답이 나올지 몰랐다는 듯 베를리오즈가 눈을 깜빡거린다.

"... 그러면 어째서 노력을 하느냐? 어차피 불가능하다면 모든 것이 끝나는 날까지 그저 현재를 즐기는 게 낫지 않겠느냐?"

베를리오즈의 물음에 내가 무릎에 묻은 먼지를 털며 일어났다.

"제가 말한 못 막는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라 저 혼자서 노력하는 것으로는 안된다는 의미에요."

그래, 나 혼자서는 막을 수 없다.

혼자서 죽도록 발버둥을 쳐봤자, 확정된 종언을 조금 유예시키는 것에 불과했으니까.

"... 그래서 모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막을 수 있어요."

하지만... 혼자가 아닌 다 같이 노력한다면 반드시 이 세계에 해피엔딩을 가져 올 수 있다.

"... 캬캬캿! 네놈이 그렇게 생각하면 알겠느니라. 뭐, 본녀도 힘이 닿는 곳까지는 도와주마."

"감사합니다... 그런데 베를리오즈님."

"음, 왜 그러느냐?"

"이건 지금 말한 내용과는 관계없는데... 요즘 베를리오즈님이 계속 신경쓰여서... 한 가지 말씀드려도 괜찮을까요..."

그 말을 하자 조금 전까지 시원하게 웃고 있던 베를리오즈가 당황하며 손을 내저었다.

"... 읏!... 가.. 갑.. 갑자기!... 무... 뭐냔 말이다!.. 보.... 본녀가... 신경쓰인다는 것이냐?"

"네... 마침 둘 뿐이고 지금이 말하기 좋은 시점 같아서요...."

솔직히 말해 최근들어 베를리오즈가 엄청나게 신경 쓰인다.

... 그것도 훈련에 가끔이 잡념이 생길 정도로.

"자... 자... 잠깐만!.. 기다리거라!... 보.. 본녀도!... 마음의... 주.. 준비가... 필요하다."

절벽처럼 평평한 가슴에 손을 얹은 베를리오즈가 숨을 깊게 내쉬더니, 어딘가 기쁜듯 초조한듯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후우..! 후우...! 이... 이제... 되었다... 말... 해보거라..."

"그럼... 베를리오즈님."

"... 네에."

어째서인지 갑자기 존댓말을 하는 베를리오즈를 보며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그 날 보셨습니까?"

"....?... 그 날?"

"네... 그 날입니다."

그날... 그러니까 내가 처음으로 강신을 배우고 폭주해, 비앙카와 백소소를 야외에서 실컷 따먹었던 날이다.

다음 날,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아서 없었던 일처럼 넘어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못 봤을 리가 없는데...'

상식적으로 그렇게 자리를 떠났는데 베를리오즈가 찾으러 오지 않을 리가 없다.

아니, 그보다 제자리에 있었다고 해도 그렇게 크게 신음소리를 냈으니 100번 들켰을텐데, 베를리오즈에게서는 아무 말도 없었다.

"... 네놈."

못 본 척 배려해주는 것도 감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봤으면 봤다고 확실히 말해주는 게 마음이 편하다.

"... 설마... 지금 그걸 이야기하려던 것이었느냐?"

"네! 제가 베를리오즈님에게 그거 말고 무슨 이야기를 하겠어요?"

"이... 이.. 이런 빌어먹을 자식을 봤느냐!"

갑자기 얼굴을 터질 듯이 붉힌 채 날뛰는 베를리오즈를 보면 내가 확신했다.

"... 보셨구나."

"아... 아.. 아... 안봤다!!... 소... 소리는... 살짝... 들리기는했지만!! 아... 안봤다!!"

"... 들으셨구나."

"아니! 왜 그런 표정을 짓느냐!! 본녀가 후... 훔쳐 본 것도 아니고 귀에 들린 게 잘못이냐!! 애초에 가르침을 받는 도중에 교접을 하러 가는 정신 나간 놈이 어디 있느냐!!"

정론을 토하는 베를리오즈였지만 나도 억울했다.

"아니 그게... 저도 안 하려고 했는데 하필 감정이 성욕이라..."

"크으읏...!!... 이... 이해는 한다.!!... 본녀도... 이해는... 하지만...!!"

굉장히 억울하다는 것처럼 입술을 꽉 깨문 채, 나를 바라보던 베를리오즈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작게 속삭였다.

"... 그... 그곳에는... 본녀도... 있지.. 않았더냐.... 본녀도.... 같이... 데려갔으면..."

"어? 죄송해요. 잠깐 귀가 간지러워서 못 들었어요. 뭐라고요?"

"진짜 천하의 빌어먹을 자식이로구나!!!! 평상시에는 저 멀리 있던 소리도 잘 듣던 게 왜! 본녀가 말만 하면 귀가 먹는 게냐!!!!!"

콰아앙!

갑자기 베를리오즈가 다리를 내리찍자 땅에 금이 가고 흙먼지가 잔뜩 피어오른다.

"본녀는 갈 거다!! 네놈은 거기 있거라!!!"

"어...? 베르리오즈님 훈련 더 안 해요?"

"안 한다!! 네놈이나 혼자 해라!!!"

씩씩대며 떠나가는 베를리오즈를 보며 내가 눈을 깜빡거렸다.

최근 베를리오즈가 아무 이유 없이 화를 낼 때가 많아지는 느낌이다.

"... 사춘긴가?"

물론, 나이는 많이 먹었다지만, 정신은 육체를 따라간다고 하지 않던가... 저 납작한 가슴을 보면 아직 사춘기일 가능성이 있었다.

그때 멀리서 루시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베를리오즈님...? 훈련이 벌써 끝났나요? 그럼 주인님은 어디 계시나요?"

"모른다!!! 그런 둔한 놈!!"

내가 소리를 들린 방향으로 걸어가 루시아를 불렀다.

"루시아."

"아, 주인님!"

이름을 부르자 한 걸음에 달려와 품에 안기는 루시아.

"방금까지 훈련해서 냄새날 텐데."

"... 그래서 더 좋아요... 쓰으읍!... 하아.. ♥"

여자들은 공평하게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역시 안았을 때 가장 진정이 되는 건 루시아였다.

"... 한창 바쁠 텐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아! 저 이제 안 바빠요! 전부 끝났어요. 보세요."

루시아가 빼곡하게 글자와 도형이 적힌 지도를 꺼내서 내게 보여주었다.

지도의 적힌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한 내가 물었다.

"이거면 될 것 같아?"

"네, 이게 제가 내린 마지막 결론이에요. 여기서 괜히 더 손을 댔다가는 전부 무너질 수도 있어요"

"... 뭐, 루시아가 그렇게 말하면 맞겠지. 그럼 이제 동의서에 서명만 다 받으면 되는 건가?"

"그것도 비앙카가 3학년 동의서를 한 장만 더 가져오면 끝이에요! 아까 받으러 갔으니까 오늘 안에는 전부 끝날 거에요! 그걸로 현실적으로 참여 가능한 사람은 전부 모였어요!"

"... 그럼. 이제 '콘클라베'를 준비해야겠네?"

"네, 이제 주인님이 나서실 차례에요!"

「콘클라베」 카르네아의 학생회장의 특권으로서, 카르네아의 모든 정교수를 한 자리에 소집해 요구사항을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의 이름이다.

아무리 학생회장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학생인데 정교수를 소집시키는 건 너무 큰 권력이지 않나 싶지만...

카르네아의 초기 학생회장이 황태자였던 탓에 황실에서 압박을 넣어서 생겨난 교칙이었다.

뭐, 그래서 그런지 실제로 사용되는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지...'

사실 카르네아의 학생회장쯤 되면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청탁을 하는 게 훨씬 빠를 뿐더러... 기본적으로 자존심 강한 카르네아의 교수를 학생이 소환하면 반발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현재 카르네아의 많은 교수 중 정교수 자리에 있는 건 고작 4명 뿐.

로레오스, 트리스탄, 에이미, 그리고... 모리어티.

이 중에서 로레오스 교수님과 트리스탄 교수님은 내 사람이고, 에이미는 권력과 돈에 약하니 실제로 내가 실제로 상대해야 할 사람은...

'... 모리어티 교수.'

그 한 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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