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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222화 (222/354)

〈 222화 〉 일단 하고 생각하죠 (2)

* * *

“다행이네요. 그럼 제가 주인님과 결혼해도 곁에 있을 수는 있겠어요.”

루시아는 마치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처럼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겨...겨...결혼이요?”

입을 쩍 벌리고 되묻는 아이리스.

그 모습을 본 루시아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결혼이요. 아! 물론,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지만요. 어차피 제 모든 것이 주인님의 것이니까요. 그래도 이런 형식을 갖추는 게 훗날 주인님께서 우르엘라 가문의 권력을 이용할 때 편하지 않겠어요?”

“...자...잠깐만요!..루시아양..!..겨..결혼은..유...유진군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는 거잔하엿! 끗으읏...!”

흥분해서 혀를 깨물었는지 아이리스가 혓바닥을 빼꼼 내밀고 눈을 찡그렸다.

“물론이죠. 하지만 주인님께서는 당연히 동의하실걸요. 그야...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렇죠 주인님?”

방긋 미소지으며 내게 대답을 재촉하는 루시아.

“쩌...쩡말...끄...그런가요...유진꾼?”

그리고 아픈 혀 때문에 어눌한 발음으로 묻는 아이리스.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거지?’

위가 쓰리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루시아가 갑자기 결혼이라는 폭탄을 투하한 이유는 짐작이 간다.

‘리아나 때문이겠지.’

나는 잠들어 있는 리아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루시아도 머리로는 지금이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꺼낼 상황이 아닌 걸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저히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을 만큼 거친 감정에 삼켜지고 말았다.

‘너는 어째서 그렇게까지 리아나를...’

루시아와 감각을 동기화했을 때 한 가지 느낀 게 있었다.

루시아가 리아나에게 품고 있는 감정은 단순한 미움이라기보다는 증오에 가까웠다.

물론, 그 증오의 감정조차 억누르고 내게 리아나의 공략법을 알려준 건 감사 할 따름이지만...

증오하는 여자에게 내가 다가간 것이 아무래도 큰 스트레스가 된 모양이다.

‘...이렇게 급발진을 할 정도니까.’

고민과 함께 침묵 또한 길어진다.

양호 마망과 루시아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만 어떻게 대답하든 좋은 결과로 돌아올 거 같지는 않았다.

‘그걸 알면서도 대답할 필요는 없지.’

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중요한 일이 생각났다. 잠시 다녀오마.”

**

“그래서 도련님... 대답도 안 하고 여기로 도망친 거야?”

트리스티아가 한 손으로 턱을 받힌 채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도망이라는 단어가 귀에 거슬렸기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조금 낮아진 목소리로 답했다.

“도망친 게 아니라 볼일이 있어서 온 거다.”

“후훗. 뭐, 그렇다고 해줄게.”

트리스티아는 다 알고 있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해주는 게 아니라 정말 볼일이 있어서 온 거다.”

나는 다시 한번 트리스티아의 말을 정정했다.

'리아나가 깨어나기 전까지 어떻게 조교 할지 철저히 계획을 세워야 한다.'

상대는 그 리아나 루멘하르크다.

평범한 조교로는 절대 함락시킬 수 없을 것이다.

미약은 물론이고 내가 사용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필요한 물건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예전에 구해줬던 그 미약을 농도를 올려서 다시 만들어 줬으면..”

탁─

그때, 트리스티아가 갑작스럽게 앞에 책상 위에 올라가더니 다리를 꼬았다.

옆이 길게 트인 치마 사이로 매끈한 다리가 드러나자 나도 모르게 시선이 따라간다.

“...사람이 말하고 있는데 뭐 하는 거지?”

“아니~, 도련님이 이제는 좀 여유가 생긴 거 같아서. 재미없는 일 이야기는 조금 나중에 하자고.”

“여유? 농담이겠지? 처리해야 일이 많아서 죽을 거 같은데.”

“하지만 1분 1초가 급한 상황은 아니잖아? 도련님의 행동에 예전처럼 초조함이 묻어나오지 않거든.”

트리스티아의 말에 무언가 깨달은 느낌이었다.

그동안의 삶이 초조한 건 당연했다.

나는 언제 어디서 리아나가 움직일지 모른다는 압박 속에서 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리아나를 구해냄으로써 내가 알던 시나리오에서 벗어난 지금.

미래를 모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 게 없진 않았다.

“그래서 말인데 도련님. 내가 조언을 좀 해줄까?”

“...조언?”

“응, 내 겉모습은 이렇게 젊고 아름답지만 제법 오래 살았거든. 그리고 여자도 많이 만나봤고.”

트리스티아가 내 머리를 쓱쓱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내 조언은 여자 문제로 골치 아파하는 도련님에게 분명 도움이 될 거란 말이지.”

“....”

내가 미심쩍은 눈으로 트리스티아를 바라봤지만, 트리스티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럼 시작하기로 결정~. 그럼, 우선 도련님이 품은 여자가 몇 명인지부터 말해봐. 아, 물론 사창가같이 돈으로 품은 여잔 빼고.”

“...사창가는 가보지도 않았다.”

지금 품고 있는 여인들만으로도 정력이 부족 할 지경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릴리스는 음마족으로 개화한 이후 날이 갈수록 성욕이 강해지고 있었다.

“어머, 그래? 하긴 도련님에게는 여자가 많으니까. 그래서 몇 명인데?”

“...잠깐 기다려라. 일단 한 명, 두 명, 세 명...”

머릿속에서 루시아, 비비안, 비앙카가 떠올랐다.

“흐음...”

“네 명... 다섯 명... 여섯명...”

이어서 트리스티아, 아이리스, 멜피사가 떠올랐고.

“...호...”

“일곱명 여덟명 아홉명...”

칼리오페의 저택에 있을 엠마, 가르시아, 레이카의 모습 또한 떠올랐다.

“열명...그리고 곧 품을 예정이 한 명... 전부 해서 열 한 명 정도 되는 거 같네.”

“....”

끝으로 릴리스와 리아나까지 더 하자 총 열 한 명의 여인이었다.

“...도련님. 마음을 가지고 품은 여자만 열 한 명이라고.”

트리스티아의 경악한 표정을 보자 왠지 잘못한 거 같았다.

“그래.”

“...도련님 쓰레기구나? 무슨 마음을 저렇게나 많이 준데?”

“....”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제국의 법률상, 일부다처제가 허용되어있으니까.

하지만 보통 두 명, 많아도 셋을 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좀 많기는 했다.

“뭐, 좋아. 영웅은 원래 색을 밝히는 법이니까. 그런데 말이야 도련님... 나는 저 열 한 명 안에 포함되는 거야?”

트리스티아가 살짝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해서 트리스티아를 살짝 골려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하기에는 그녀에게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내 첫 여자잖아.’

이 세계로 넘어와서...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태어나서 처음 경험한 여자다.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 포함된다.”

“흐음, 열 한 명이나 되니까 이걸 기뻐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

기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 주제에 트리스티아는 만족한 듯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런데 도련님이 자기 여자라고 생각하는 기준은 뭔데? 관계를 맺었는지야?”

그 질문에 나는 입을 다문 채 턱을 매만졌다.

관계를 맺었다고 여자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건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느 정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트리스티아가 코웃음을 쳤다.

“도련님... 보기보다 순정파네. 근데 그렇게 따지면 제국 귀부인의 절반은 도련님의 여자가 될텐데 감당 할 수 있겠어?”

“...그게 무슨?”

트리스티아가 어떤 뜻으로 저런 말을 한 건지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

“후훗, 일단 이것 좀 봐봐. 도련님.”

그렇게 말한 트리스티아가 꺼낸 것은 내 자지와 똑같이 생긴 딜도였다.

“도련님의 자지를 본 따만든..... 사정 전 맥박 상승 기능, 온도 조절, 음성인식까지 추가된 5세대 딜도야.”

예전에도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겉보기엔 내 자지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똑같이 생긴 형태를 갖추었다.

“온도 조절이랑 맥박은 알겠는데... 음성인식은 뭐지?”

“후훗. 궁금해? 궁금하지? 그럼, 보여줄게.”

“....”

“안녕, 딜도.”

트리스티아가 딜도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말을 걸자.

[네, 말씀해주십시오.]

딜도가 대답하는 초현실적인 모습이 나타났다.

“자위 패턴 3번 실행해줘.”

[자위 패턴 3번을 실행합니다.]

대답과 동시에 딜도가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푸욱─ 푸욱─ 푸욱─

테이블에 고정된 딜도가 문자 그대로 허공에 좆질을 하고 있다.

‘...내가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거지?’

이쯤 대니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트리스티아는 도대체 뭘 만들어 낸 것인가.

“어때? 대단하지?”

자랑스럽게 가슴을 쭉 펴며 말하는 트리스티아.

도대체 뭐라 대답을 해야 할까.

‘...대단하기는 한데.’

이 세계의 문명을 몇 단계나 앞선 기술을 고작 딜도 따위에 낭비해도 되는 것일까.

감탄과 어이없음이 반씩 뒤섞인 감정이 목구멍을 틀어막는다.

“뭐야? 왜 반응이 없어. 도련님.”

“...훌륭하네.”

“그치? 이건 딜도계의 혁신이라고!”

나는 흘러나오려는 한숨을 억지로 집어삼키고는 물었다.

“그래서 제국 귀부인의 절반이 내 여자가 된다는 건 무슨 소리야?”

“제국 귀부인의 절반은 이 딜도를 사용했을 테니까. 사실상 유사 성교를 한 거지.”

“....”

괜히 물어봤다.

열어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기분에 결국, 나는 한숨을 흘리며 말했다.

“하아... 딜도 이야기는 그만 됐어. 그래서 해주고 싶은 조언이 뭔데?”

“어휴, 도련님. 서두르지 말라니까. ....도련님이 여자를 데리고 오지 않고 이 가게를 온 건 처음이잖아.”

—풀썩

책상에서 내려온 대신 내 허벅지에 걸터앉은 트리스티아가 입술을 야릇하게 핥으며 말했다.

“일단... 나를 만족하게 해주면 알려줄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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