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화 〉 빡대가리 성녀님은 발정기 (3)
* * *
“시발!”
온몸이 흙투성이가 된 내가 삽을 내팽개쳤다.
‘없다!’
아무리 뒤져봐도 ‘되살아난 타락’의 숙주가 될만한 뼈다귀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놓친 게 있을까,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해봤지만 역시 찾을 수 없었다.
‘...왜? 도대체 왜 없지?’
4장의 보스쯤 되면 어느 날 갑자기 뿅 하고 부활하는 게 아니다.
반드시 마기??가 일정 수준 이상 축적된 시체를 통해서만 부활할 수 있다.
즉, 중간고사가 끝날 때쯤 ‘되살아난 타락’이 나타나려면 이 시점에는 무조건 무덤에서 마기를 축적하고 있는 시체가 발견되어야 한단 말이다!
‘어디서 잘못된 거야...’
늑대의 경우 벌레들을 도륙한 것, 침입자들의 경우 황녀가 카르네아에 남아 있던 것처럼 그동안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감도 잡히지 않았다.
애초에 이런 나비효과가 발생할까 싶어 그동안 한 번도 묘지를 들리지 않았던 거 아닌가.
‘모르겠다...’
한참을 고민하던 내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이런 일이 발생 했는지 정말 감조차 잡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
‘딱 한 번만 더 뒤져보자...’
나는 내팽개친 삽을 주워들고는 터벅터벅 걸었다.
***
마르잔이 알고 있는 한 루시아님은 카르네아에 온 이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유진님의 방에서 지내셨다.
‘그런 유진님이 도대체 언제 성녀님을...’
매일같이 루시아님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어느새 성녀를 꾀었단 말인가?
‘...그...그렇다면...혹시 나도..가능성이?....!!’
또다시 솟아오르는 불경한 생각에 마르잔이 자신의 뺨을 때렸다.
─짜악!
‘정신 차려요! 마르잔, 너는 기사고 유진님은 주군이에요!’
마르잔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릴리스가 물었다.
“...마...마르잔...?! 괜찮아요? 갑자기...무슨일이에요?”
“괘...괜찮습니다. 그보다 릴리... 유진님이랑은 언제 그런 관계가...?”
“유진님이요...?”
마치 처음 들어본다는 듯 눈을 껌뻑거리는 릴리스.
“유진님이 누구죠?”
“...릴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닌가요?”
“아...! 그런 이름이였군요! 이름은 나오지 않아서 몰랐어요!”
마르잔이 경악했다.
이름도 모르고 사랑에 빠지다니!
하지만 이 성녀님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긴 별로 놀랄 필요 없죠. 첫눈에 반한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정력이라던가, 가문이라던가, 성격이라던가 다른 걸 전부 제외하고 보더라도 유진님의 외모는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외모 하나만으로도 성녀님을 홀릴 개연성은 충분했다.
고개를 끄덕인 마르잔이 헛기침을 하며 슬며시 물었다.
“흠흠...저...그런데 릴리...?”
“네, 마르잔.”
“사...사랑은 어떤 느낌인가요?”
마르잔의 외모야 털털한 누님이었지만, 어쨌거나 내면은 한창 사춘기가 진행 중인 소녀다.
아무래도 이런 주제에 흥미가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음...그분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에 열이 나는 거 같으면서...”
“음음..”
마르잔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님이 귓불을 매만진 날 이 기분은 경험한 적이 있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아랫배가 애달프게 꾸욱꾸욱 조여오고 젖꼭지가 단단해지고...”
“....?”
이 부분은 약간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여기까지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서...성녀님도 사람이니까...’
자신도 루시아님과 유진님의 정사가 끝난 방에 들어갔을 때 이런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았던가.
아무리 성녀님이라 해도 사랑에 빠지면 약간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다리 사이가 간질간질하면서... 보지에서 애액이 흘러나와요...”
“...?”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지금 성녀님이 뭐라고 한 거지?’
성녀님의 입에서 보지나 애액이라는 말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리 없지 않은가.
분명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며 마르잔이 되물었다.
“지금...뭐라고?”
“...보지에서 애액이 흘러나온다고요! 아! 애액이 뭐냐면...”
제대로 들은 게 맞았다.
“괘..괜찮습니다! 설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애액이 뭔지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아! 그런가요? 마르잔은 똑똑하네요! 저는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성녀님이 티 한 점 없는 미소를 지었다.
릴리스야 최근에 읽은 소설을 통해 겨우 애액이 뭔지 알았지만, 당연히 마르잔은 알고 있었다.
“어쨌든 이런 게 사랑이에요!”
자, 성녀님의 말을 조합해보자.
유진님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몸에 열이 나며, 젖꼭지가 단단해지며, 다리 사이가 간질거리고, 보지에서는 애액이 흘러나온다.
‘이거...아무리봐도...’
...성녀님은 사랑에 빠진 게 아니라 발정 난 것 같았다.
“...하아... 도대체 이 기분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무리 지나도 가슴에 답답함이 사라지지 않아서....괴로워요.”
얼굴에 홍조를 띄운 릴리스가 달콤한 한숨을 흘렸다.
“...!”
같은 여자가 봐도 색기가 넘치는 성녀님의 모습에 마르잔의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
‘크...큰일이다.’
이대로 성녀님을 풀어두면 분명 카르네아에 대형 사고가 터질 것만 같았다.
“마르잔... 마르잔은 이...가슴의 답답함이 어떻게 해야 사라지는 줄 아나요?”
안다.
너무나 잘 안다.
마르잔 역시 매일 밤 자기 전에 일과처럼 자위하니까.
성욕이 쌓여 발정 났으니, 성욕을 발산하면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다.
‘...성녀님! 왜! 애액은 알면서 자위는 모르는 거예요!!’
마르잔은... 아니, 릴리스 본인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릴리스는 자위를 하고 있다.
다만, 허벅지끼리 서로 비비적거리는 정도의...
지금까지 쌓여온 릴리스의 성욕을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고 서툰 방법이기에 이런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마르잔...저...괴로워요...”
애달프게 자신을 부르는 릴리스를 바라보자, 그쪽 성향도 아닌데 무심코 일선을 넘을 것 같다.
“야...양호 교사님께 물어보는 게 어떨까요? 신체에 관한 건 아마 그분이 제일 잘 아실 테니까요?”
...그래서 결국 비겁하지만 도망치고 말았다.
하지만 도저히 제정신으론 성녀님께 성교육해줄 자신이 없었다.
“아! 그러네요! 그럼 가서 물어보고 올게요! 고마워요 마르잔!”
순수하게 기뻐하는 성녀님의 모습에 마르잔은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양호실에서 앉은 아이리스는 책상 위에 올려진 물건을 보고 침을 꼴깍 삼켰다.
‘...이...이거...’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책상 위에 딜도가 놓여 있었다.
그것도 평범한 딜도가 아니다.
누군가의 자지를 본떠 만든 딜도였다.
아니, 누구라고 말할 필요는 없었다.
‘...이거...유...유진군의 자지잖아요...’
어떻게 흉악한 모습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이건 유진의 자지를 본떠 만든 딜도가 확실했다.
딜도를 본 순간부터 먹이를 본 개가 침을 흘리는 것처럼 보지에서 애액이 흘러나오는 게 그 증거였다.
‘...유진군...이...이걸...왜 놓고 간걸까요...?’
사실 열심히 삽질하고 있는 유진은 전혀 모르는 일이었지만...
양호 마망의 입장에서는 유진이 저지른 일이라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진군의 자지를 본떠 만든 딜도가 귀부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유행을 타더니, 이제는 그 유행이 카르네아에서도 퍼지고 있다고 상상하는 것보다는 유진이 짓궂은 장난을 쳤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이건...역시...그런 의미겠죠?’
유진군이 여기에 딜도를 놓고 간 이유...
자신이 없는 사이에 딜도를 사용하고 있으라는 것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진짜...변태라니까요...”
보는 것만으로도 사정 할 정도로 음란한 미소를 짓는 아이리스.
─선생님, 제대로 넣고 있었나요?
—네에... 제대로 넣고 있었어요...
딜도를 넣었는지 유진이 확인하러 오는 걸 생각하자 모유가 살짝 새어 나온다.
‘...성스러운 배움의 장소인 카르네아에서 이런 짓이나 시키다니. 유진군... 못됐어요. 정말.’
다음에 집에 초대하면 절대 이런 짓을 할 수 없게 마지막 한 방울까지 정액을 쥐어 짜내자고 다짐하며 아이리스가 아랫입술을 핥았다.
‘그런데 왜 두 개일까요?...설마 양쪽 구멍에 다...?’
아이리스가 경악하며 입을 벌렸다.
유진군의 자지를 하나만 넣었을 때도 내장이 전부 압박되는 느낌이었는데 두 개나 넣어버리면...
‘저...정말...주...죽어버릴 지도...’
망상을 폭주해가며 얼굴을 붉히는 아이리스.
‘그..그래도...유진군이...선물해준건데...사용하지 않으면...실례고...이..일단..하나만...’
잠시 고민하던 아이리스가 눈을 질끈 감고 딜도 끝에 입을 맞췄다.
쪽
‘꺄아아아! 미쳤어요! 미쳤어!’
아이리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설마하니 자신이 아카데미에서 이런 짓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유진을 만나기 전까지는 처녀인 채로 늙어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저...전부 유진군이 나쁜거니까..’
고작 몇 달 사이에 이런 음란한 몸이 되어버린 건 유진 군의 탓이다.
그렇게 엄청난 쾌락을 몸에 새겨놓았는데 빠지지 않는 게 더 이상한 노릇이다.
“...흐읏...”
아이리스의 왼손이 가슴 움켜쥐자 모유가 뿜어져 나오며 옷을 더럽힌다.
“...흐읏...유진...군”
한참이나 젖꼭지를 괴롭히던 아이리스가 유진의 이름을 부르며 서서히 치마 아래에 손을 집어넣으려던 순간.
드르륵!
쾅—!
“저! 릴리 화이트플랑 궁금한게 있어서 찾아왔어요!”
“꺄아아아아악!”
성녀??가 들이닥쳤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