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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132화 (132/354)

〈 132화 〉 딜도 천재 루시아 (2)

* * *

“아! 그리고 절대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귀부인들이 질릴 때를 대비해서 ‘기간 한정 상품’도 만들 예정이에요!”

한정 가챠라니...

이제는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한정 상품?”

“네! 한정 상품에는 약간 더 특별한 효과를 넣을 거예요! 예를 들어 온도 조절 기능이라던가, 진동기능이라던가, 그것도 아니면 정액과 비슷한 액체를 뿜어내게 하던가! 으음...! 생각나는 게 너무 많아서 한두 번으로는 안 될 거 같네요!”

여기까지 듣는 순간 문득 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루시아. 혹시 딜도 대회 같은 건... 없겠지?”

내 질문을 듣는 순간 루시아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냐 듯 눈을 크게 떴다.

‘하긴 말도 안 되지...’

딜도로 하는 대회라니...

그런 게 존재할 리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

지금까지 루시아가 너무 가챠 게임 같은 짓을 하길래 물어봤을 뿐이다.

“아니, 신경 쓰지 마라. 내가 잠깐 헛소...”

“역시 주인님이세요! 말하지도 않았는데 아시다니!”

“...그...있다고?”

“네! 가면무도회를 살~짝 변형한 가면자위회를 열 예정이에요!”

왜 대회 이름만 들었는데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까.

“가면자위회는 딜도를 가지고 상대방의 보지를 괴롭히면서 먼저 가버리는 쪽이 지는 대회에요! 당연히 보통 딜도 보다는 특별 기능이 들어간 ‘기간 한정 딜도’가 유리하겠죠? 아아, 빨리 한정 상품을 내고 싶네요!”

...이게 어딜 봐서 가면 무도회를 살짝 변한 건가?

가면을 쓰는 것 말고는 가면무도회의 모습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루시아 너도 그... 가면 자위회에 참가할 생각이냐?”

“후훗... 설마요. 아무리 잘 만든 딜도라 해도 주인님의 자지가 비하면 한낱 장난감이니까요.”

거기까지 말한 루시아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내 사타구니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루시아는... 주인님의 것이 아니면 안 돼요.”

“...그럼 저건 왜 가지고 온 거냐?”

내가 딜도를 가리키며 물었다.

겨우 이걸 설명하려고 가방 가득히 딜도를 챙겨오지는 않았을 거 아닌가.

“아, 이건 미끼에요. 지금까지 딜도 사업은 성숙한 귀부인이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연령 범위를 확대하려고요... 물론 제가 정면에 나갈 생각은 없기에 어디까지나 은밀하게 퍼트릴 예정이에요.”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루시아는 내 자지를 닮은 딜도로 한정 가챠도 내고, 대회도 열고, 이제는 아카데미에 퍼트리기도 하겠다는 건가?

‘...모르겠다.’

이렇게 된 이상 더는 생각하는 걸 포기하고 즐기기로 했다.

“그래, 수고했다.”

“흐읏... 감사합니다. 주인님.”

칭찬하며 턱을 간지럽혀주자 고양이처럼 갸릉거리는 루시아.

“아, 그러고 보니 주인님. 양호 선생님께는 뭘 얻으셨나요?”

루시아가 눈을 깜빡거리며 물었다.

“정액에 마력 회복 효과가 부여된다.”

“...마력 회복이라고요?”

“그래, 아쉽게도 효과는 미약해서 전투에 도움은 안 될 것 같...”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을 반짝인 루시아가 가볍게 손뼉을 치자.

후우웅─!

루시아를 중심으로 엄청난 양의 마력이 방출되었다.

“하아...주인님...갑자기 마력이 빠져나가서...너무 어지러워요...”

갑자기 비틀거리며 내게 기댄 루시아 붉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주인님....이...육변기에...마력...보충 시켜주실래요?"

***

“후우...!”

이마에서 흐르는 한 줄기 땀방울을 닦으며 릴리스가 방긋 웃었다.

“저! 릴리...읍! 실수할 뻔했어요! 도서관에서 소리를 지르면 안 되죠...”

주변에 사람은 없었지만, 도서관에서는 조용해야 하는 건 규칙이었다.

“...저 릴리스! 또 해내고 말았어요!”

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선언하는 릴리스.

‘후후후, 이 정도면 악행 포인트 100점짜리에요! 뭐, 사실은 맨 앞에 범인의 이름에 동그라미를 쳐놓고 싶었지만...’

[낙서 금지!] [책 훼손 금지!] [떠들기 금지!]

‘책에 낙서하지 말라는 교칙이 있으니 어쩔 수 없죠! 교칙은 지켜야 하니까요.... 하지만!’

릴리스가 책을 빼내서 겉표지의 상하를 뒤집어 끼웠다.

“후후후...! 이렇게 책 표지를 거꾸로 끼우면 안 된다는 규칙은 어디에도 없죠! 심지어 이건 책을 훼손하는 것도 아니라고요!”

양손으로 입을 가린 릴리스가 키득거렸다.

‘아아... 규칙을 역으로 이용해 나쁜 짓을 하다니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재능인가요! 이대로 가다간 순식간에 카르네아 제일의 악당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어요.’

릴리스가 또 하나의 책을 꺼내 책 표지를 벗겼다.

“음...? 이건 표지가 잘못 끼워져 있는데요?”

눈을 가늘게 뜬 릴리스가 보라색 책을 자세히 확인했다.

“제목...나의 일기. 작가 BB..? 둘 다 처음 보는 거네요? 그보다 애초에 도서관 책도 아니고요? 흐음...누군가 잘못 놓고 간 책일까요?”

주인을 찾아 줄 생각으로 릴리스가 첫 번째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앗...! 누군가 책 표지를 거꾸로 껴놓은 겁니닷...!”

어디선가 혀짧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후후후! 걸렸군요! 이 영광스러운 첫 함정에 누가 빠졌는지 한 번 확인해볼까요?’

릴리스가 살짝 함정에 빠진 바보를 확인하려고 걸음을 옮기자, 다시 한번 혀짧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으앗...! 이...이것도..거꾸로 인겁니닷...! 이렇게 나쁜 짓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습니닷...! 누가 한 짓인지 알아낸다면 일주일 동안 간식 금지형을 내리는 겁니닷...!”

무시무시한 벌칙에 릴리스는 비명이 튀어나오려던 입을 틀어막았다.

‘규...규칙도 지켰는데 간식 금지라뇨!’

카르네아에 와서야 간신히 눈치 보지 않고 간식을 먹을 수 있게 됐는데...

지금 와서 간식을 일주일이나 금지당하면 미쳐버리고 말 것이다.

“읏...! 저쪽에 소리가 난 겁니닷...! 범인은 반드시 현장에 돌아오니 범인이 돌아왔을 것 같습니닷...!”

“...히익!”

발소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린다.

이대로 꼼짝없이 잡혀버리는 걸까.

‘...여...여신님 도와주세요!’

구석에서 릴리스가 벌벌 떨며 기도를 하고 있을 때.

“...교수님.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해주세요.”

여신... 아니, 사서가 나타났다.

“흐엣! 이거 놓는 겁니닷...! 범인이 저기에 숨어 있단 말입니닷...!”

“네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뛰어다녀도 안 돼요.”

“으으! 이럴 시간이 없단 말입니닷...! 이대로 가다간 범인이 도망치고 말겁니닷...!”

사서에게 붙잡힌 누군가 날뛰는 틈을 타, 재빨리 도망치는 릴리스.

‘여..여신님 감사합니다!’

보라색 책을 꽉 껴안은 릴리스가 여신에게 기도하며 달려갔다.

**

카르네아의 개강 하루 전.

비비안과 비앙카가 마차를 타고 있었다.

아무리 비앙카가 사과했다지만 둘의 관계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비비안은 왼쪽 창문을 불안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고, 비앙카는 오른쪽 창문을 지루한 듯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자매의 맞닿은 새끼손가락은 마치 약속을 할 때처럼 서로 엮여 있었다는 것이다.

“....”

할 말이 있는 듯 잠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비비안은 큰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어...언니?”

“...응?”

“아카데미에 돌아가면 유진님한테 어떻게 할 거예요?”

“갑자기 유진 그 새...”

비앙카는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려는 욕설을 간신히 집어삼켰다.

‘...새끼 정도는 애정표현 아닌가?’

별로 욕 같지도 않은데 비비안이 너무 무섭게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유진 그 자식이 왜 나오는 건데?”

“그...어...언니가 복종한다고 했잖으니까요....”

비비안의 대답에 비앙카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그...그건! 그때만 그런 거잖아! 나는 지금 연애 같은 거에 정신 팔릴 틈 없다고!”

갑자기 튀어나온 말이었지만, 진심이었다.

이제 3학년이 되는 비앙카가 카르네아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일 년 뿐이다.

베아트리스가를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일 년 안에 반드시 눈에 띌만한 성과를 내야 했다.

‘...이제야 겨우 사과했단 말이야. 비비안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베아트리스 가를 부흥 시켜야...’

비앙카가 입술을 꽉 깨물며 다짐하자 비비안이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또 베아트리스가를 부흥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흐앗?!”

설마 비비안에게 정곡이 찔릴 거라고는 상상하지 않았기에 필요 이상으로 깜짝 놀랐다.

“아..아닌데? 그...그냥 오늘...날씨가..”

“...우리 더는 속이지 말아요. 언니.”

비비안의 손이 살며시 손등을 덮자 비앙카는 변명을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비비안. 어떻게 알았어?”

“...자매니까요.”

살며시 웃는 비비안을 보며 비앙카는 아랫입술을 살짝 씹었다.

“...비비안.”

“그런데 언니. 베아트리스를 부흥시키려면 유진님과 관계를 맺는게어떨까요?”

“아니! 왜 또 말이 그렇게 되는데!!”

조금 전까지 애틋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날아간 것 같았다.

“비비안! 너 유진이랑 만난 이후로 맨날 야한 생각만 하는 거 같아!”

비앙카가 소리치자 비비안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한 의미로 말 한 거 아닌데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과...관계를 맺으라면서!”

“...언니, 저는 육체 관계가 아니라 혼인 관계를 말한 거였어요.”

“...응...?”

“...그게 유진님은 칼리오페잖아요. 유진님께 언니가 거둬지면 그것만으로도 부흥시킬 수 있다는 의미였어요.”

혼자 오해했다는 걸 깨달은 비앙카가 얼굴을 잔뜩 붉혔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별로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카...칼리오페 가문이라면 첩이라도... 아니... 내가 정실이 안 될 건 또 뭐야?’

베아트리스 가문이 지금이야 다 망해가고 있지만, 한때는 대가문의 바로 아랫급 정도는 됐을 정도로 나름 잘나갔던 가문이다.

역사와 전통만 놓고 보면 다른 가문에 비해 꿀릴 게 없다는 말이다.

‘소... 솔직히 외모도 이 정도면 충분하고... 몸매는 이런 몸매를 좋아하는 변태도 있으니까...뭐...그..유진이라면...분명... 좋아하겠지...’

거기까지 떠올린 한가지 생각이 미쳤다.

여자로 태어나서 가장 큰 단점이 될 수 있는 문제.

‘...아이는...’

잠시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씁쓸한 표정을 지은 비앙카가 고개를 저었다.

‘뭐! 비비안에게 낳게 하면 되지!’

비비안과 유진의 아이라면 정말 자신이 낳은 아이처럼 잘 대해 줄 자신이 있었다.

‘...좋았어! 카르네아에 돌아가면, 유진 그 새끼를 제대로 유혹해보는 거야!’

비앙카가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는 것을 보며 비비안이 살며시 웃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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