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 〉 핑크 & 핑크 (4)
* * *
“이걸로 오늘 해야 할 일은 전부 끝났군요.”
기지개를 켠 마르잔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빈민가 출신이었던 자신이 이렇게 카르네아의 부지를 걸을 수 있다니...
어린 시절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전부 루시아님 덕분이죠... 그럼 이제 느긋하게 낮잠이나 한숨 잘까요?’
마르잔이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가고 있자 한 장의 종이가 팔랑거리며 날아왔다.
“...?”
입학서류였다.
【릴리 화이트플랑】
...그것도 루시아님이 말해주신 성녀의 가명이 적혀 있는 입학서류 말이다.
‘이게 왜 여기에?’
인상을 찌푸린 마르잔이 서류를 읽고있자 이번엔 지갑이 발에 차였다.
릴리스라고 귀엽게 자수가 새겨진 분홍색 지갑.
“....”
입학 서류로도 부족해 본명이 적힌 지갑까지 잃어버리다니...
물론 이것만으로 지갑에 새겨진 이름만으로 주인이 진짜 성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확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쉽지 않은 분이네요.’
그래도 지갑과 서류를 주운 게 자신이라 다행이란 생각을 하며 마르잔이 주위를 둘러보자.
“하아...”
...벤치에서 앉아서 한숨을 내쉬는 성녀님이 보였다.
뱁새를 사람으로 만들면 저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귀여운 외모와 그에 어울리지 않게 흉부 부위에 무시무시한 지방덩어리를 달고 있는 성녀님.
그 모습을 보며 마르잔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대단한 마도구네요. 루시아님께서 미리 경고를 해주시 않았다면 저도 놓쳤겠어요.’
분명 쉽게 잊을 만한 외모가 아닌데도 조금만 집중이 흐트러져도 순식간에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 같았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요...하아아...”
녹색의 무언가를 손에든 성녀님이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어쨌든 돌려줘야겠죠.’
마르잔은 자연스럽게 눈치챌 수 있도록 손에 지갑과 입학서류를 들고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흐앗! 아...아...안녕하세요?...무....무슨...일 때문에 그러신가요?...저...저는 수상한 사람이 아닌데...”
엄청나게 당황하며 대답하는 성녀님.
그 탓에 들고 있는 지갑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마르잔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계속 한숨을 내쉬길래 말을 걸어봤어요. 무슨 일 있나요?”
“...아?...네에..죄송해요....하아...너무 안타까워서요...”
과연 성녀님은 무슨 고민을 하는 걸까.
빈민가의 구제? 세계 평화? 여신의 존재 증명?
분명 나 같은 사람은 상상도 못 하는 고민일 것이다.
‘이런...또 버릇이 나왔네요..’
마르잔이 작게 혀를 찼다.
루시아님과 함께 지내면서 냉소적인 태로를 많이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가끔 튀어나온다.
그때 성녀님이 입을 열었다.
“...왜 사람은 먹지 않으면 맛을 느낄 수 없는 거죠? 이렇게나 맛있는데 앞으로 닭꼬치가 한 입 먹으면 끝나버리는 게 너무 슬퍼요...”
“...네?”
성녀님은 한 마디로 사람을 세 번이나 놀래키는 재주가 있었다.
일단 손에 든 녹색 물체가 닭꼬치라는 것에서 한 번 놀랐고.
다음으로는 저게 맛있다는 성녀님의 입맛에 놀랐고.
마지막으로는 깊은 한숨을 쉬는 이유가 고작해야 닭꼬치 때문이라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그거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그렇죠!! 그런데 더 안타까운 건 이렇게 고민할수록 점점 닭꼬치가 식어간다는....앗! 그거...!”
그때야 성녀님은 마르잔이 들고 있는 지갑과 종이를 눈치챈 것 같았다.
“아, 이거요? 오는 길에 주운 건데 혹시...?”
“네! 제꺼에요!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 있었네요!”
“여기요.”
“감사합니다!! 저 릴리스가....아니라 릴리 화이트플랑! 은혜는 잊지 않을게요. 아! 그러고 보니 이름도 묻지 않았네요?”
잠깐 말해 본 것뿐인데 마르잔은 성녀님이 굉장히 바보 같은...
‘아니, 이런 불경한 생각을...!’
...힘이 넘치는 분이라는 걸 알아챘다.
“마르잔입니다.”
“고마워요. 마르잔님. 그런데 그 넥타이 혹시 1학년...?”
“맞아요. 올해 신입생이에요.”
그러자 성녀님이 분홍 눈동자를 반짝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와! 저도에요! 저도 신입생이에요! 반가워요 마르잔! 아! 갑자기 이름을 부르면 실례인가요?”
마르잔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마르잔이라 불러주세요.”
“네! 마르잔도 저를 편하게 릴리라고 불러줘요!”
활짝 웃으며 마르잔의 손을 잡고 붕붕 휘두르던 릴리스는 큰 결심을 한 듯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이...이거 마르잔 줄게요!”
“...네?”
“민트초코 닭꼬치! 엄청나게 맛있어요!”
릴리스가 보기만 해도 식욕이 떨어지는 닭꼬치를 마르잔의 입 앞에 들이댄다.
“괘....괜찮습니다. 릴리가 한숨을 쉴 정도로 먹고 싶어 하던 거잖아요. 릴리가 먹어요.”
“아뇨! 이 릴리 화이트플랑! 은혜를 입었으면 꼭 갚아야 하는 성격이라서요! 자! 마르잔 빨리 드셔보세요!”
환하게 웃는 성녀의 얼굴과 뚝뚝 떨어지는 녹색 소스.
...그리고 코끝을 스치는 치약 냄새에 마르잔이 두려움에 떨었다.
***
“어...어서 오세요.”
양호 마망의 방은 딱 양호 마망 다운 느낌이었다.
이곳저곳에 귀여운 인형들이 있으면서도 깔끔하게 정리되어있고 은은한 우유 향기를 풍기는 방.
“...그..그렇게...둘러보시면...조..조금...창피해요..”
“그래요? 그럼 안볼게요.”
내가 눈을 감으며 코를 킁킁거리자 양호 마망이 빨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유...유진군!..내..냄새는 왜 맡아요!”
“선생님의 방 향기가 너무 좋아서요. 킁”
“맡...맡지말라고요!”
양호 마망이 달려들자 나는 넘어지는 척 자연스럽게 침대 위로 쓰러졌다.
“유...유진군! 괜찮아요? 미...미안해요. 안다쳤어요?”
“괜찮아요.”
─쪽
아래에 깔린 내가 양호 마망의 허리를 끌어당기며 키스했다.
“...흐읏....자꾸 키스는 왜 하는 거예요..”
“안돼요?”
“...네....아직은 안돼요.”
“왜요?”
“...저..젖이 너무 많이 차서 아프니까요... 일단 젖을 좀 짜고 나서요...”
양호 마망이 가슴을 가리며 말했다.
“저 가슴을 만진다고는 안 했는데요?”
“읏...! 됐...됐으니까 비켜요!”
"어쩔 수 없죠. 기다릴게요."
상의를 벗는 양호 마망을 뚫어져라 보고 있자, 양호 마망이 슬쩍 고개를 돌린다.
“...부탁이니까 유진군 그렇게 보지마요... 창피해요.”
“전 안창피한데요.”
“제가 창피하다고요...”
칭얼거리는 양호 마망이 귀여워 다시 한번 다가가 입을 맞췄다.
“미안해요. 선생님이 너무 귀여워서 눈을 뗄 수가 없네요.”
“진짜...말은 잘해요... 그리고 여기선 선생님이라 부르지 마요.”
“그럼 뭐라고 부를까요?”
“...아이리스.”
쪽—
이번엔 먼저 입을 맞춘 양호 마망이 내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이리스라 불러줘요.”
“네, 아이리스.”
이름을 불러주자 아이리스의 얼굴이 눈에 띄게 표정이 밝아진다.
“조...좀...기쁘네요...”
“그럼 아이리스도 저를 유진군이 아니라 그냥 유진이라고 불러줘요.”
“흐에에엣?! 왜...왜...갑자기요!”
“그래야 공평하잖아요. 어서요. 아이리스.”
내가 재촉하자 아이리스가 눈을 꼭 감은 채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유...유...유진...아...아...안되겠어요! 유...유진군은 유진군으로 계속하세요!”
“그럼 저도 선생님이라 부를게요.”
“그건 안돼요! 유진군은 저를 아이리스라 불러요.”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 아이리스가 가슴을 꺼내자 모유가 흘러나오는 게 보였다.
“흐읏...”
혼자서 유륜을 살살 만지며 젖꼭지를 발기시킨 아이리스가 잠시 망설이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여...역시...유...유진군이...짜...짜주세요.”
“뭐를요?”
“아...알면서...아..아이리스의...모유를....흐읏..!”
내가 잔뜩 발기한 젖꼭지를 튕기자 모유가 흩날리며 아이리스의 몸이 파르르 떨린다.
“...하으읏!...자...장난치지 말고...빨리요...”
“그럼, 제가 예전에 아이리스의 젖을 짜면서 했던 말 기억해요?”
“..기...기억...안나는데요?”
아이리스의 반응을 보아하니 기억하는 게 확실했다.
“제가 젖을 제대로 짜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죠?”
“...시..싫어요..흐읏...창피하다고...그..그리고 이제 양은 충분하니까...하..할 필요 없잖아요.”
“아뇨. 부족해요. 제가 다 마실 거거든요.”
그때는 이졸데에게 줄 양도 부족할까 봐 자제했지만, 이제는 비축분도 충분하니 마음껏 마실 생각이었다.
“....지...진심이에요?”
“네. 그러니까 빨리해주세요.”
내 재촉에 입술을 꽉 깨문 아이리스가 입을 열었다.
“...으..음메...”
“더 크게요..”
“..음메에에에에!..흐아앗!”
츄우우우—
잔뜩 쌓였는지 손을 대자마자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아이리스의 모유.
“..흐읏...!음메에엣...음매...!”
“어때요? 기분 좋아요?”
“..네엣!..흣..유진군...기분....조..아여...”
“좀 더 야하게 말해봐요. 아이리스.”
“흐윽!...유진군이...젖을...짜내줘셔...흣...저..젖꼭지가 행복해졌어요오..♥”
쪼옥—
나는 모유가 뿜어져 나오는 젖꼭지를 입으로 깨물었다.
“흐으으으읏..♥기...기뻐요...유진군이 젖꼭지를 빨아 줘서...행복해요..!!”
“야한 말이 많이 늘었네요.”
“하읏...♥호..혼자서...여...연습...했어요...흐읏..유진..군이..좋아할까봐.”
나를 위해 혼자서 야한 말을 하며 젖을 짜는 아이리스를 떠올리자, 온몸의 혈액이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기뻐요. 아이리스가 저를 생각해줘서.”
“흐앗♥...네엣!...저...저도요...♥...흐읏...!유...유진군...♥더..더빨아줘여..♥아이리스의 젖꼭지...!”
“...이젠...안돼요.”
“흣읏...왜...왜요? 이제 제...모유...맛..없나요?”
젖을 빠는 걸 멈추자 아이리스가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고개를 저은 나는 모유 효과로 잔뜩 발기한 자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더는 못 참겠거든요. 해도 괜찮죠?”
“하으...네에....”
아이리스가 치마를 내리자 애액으로 잔뜩 젖은 검은 팬티가 보였다.
“...으읏...으...보지마요...”
“아이리스. 아직 하나 남았어요.”
“저...저도..아...알아요...”
그리고 마침내 팬티가 벗겨지고 아이리스의 나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창피해서 죽을 것 같아요...보지 말라니까...왜....왜그렇게...빤히 보는거에요...”
“아이리스는 아래쪽도 분홍색이네요.”
“다...다...당연하잖아요! 머리카락이 분홍색이면 당연히 그쪽도 분홍색이죠!”
귀까지 새빨개진 아이리스를 본 나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털 말한 거 아닌데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