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화 〉 루시아는 울고 있다 (2)
* * *
“...히끅...흐윽...끅...흐아아아아앙...”
당황스럽다.
몹시 당황스럽다.
내가 알고 있던 루시아는 기본적으로 냉정했기에 이런 모습이 몇 배는 더 당황스러웠다.
물론 루시아가 폭주할 때가 전혀 없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때조차도 지킬 건 지켰단 말이다.
...그러나 술에 취한 루시아는 모든 제한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루시아...진정해라.”
내가 루시아를 품에 안은 채 토닥이자, 서러움이 폭발한 듯 더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흐아아앙....흐끅...맨날... 맨날...!..쭈인님은...저는 상대도 안 해주고! 맨날...! 나가 있으라고 하고!!”
“그건... 너도 알다시피 황녀를 견제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흐아아앙...! 나...나도 그냥 주인님랑 온종일 침대에서 뒹굴고 싶다고요!...흐아엥...”
“...황녀와는 그런 짓을 한 적이 없다.”
“흐윽...화...황녀 빼고는...다 했으면서...”
“....”
그렇긴 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가는 곳마다 여자랑 안 한 적이 없었다.
팩트 폭행에 말문이 막힌 틈을 타 루시아가 내 품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말릴 틈도 없이 테이블 위에 있던 와인을 병나발 채로 들이켜기 시작한다.
꼴깍─ 꼴깍─ 꼴깍─
“...저...루시아..?”
꼴깍─ 꼴깍─ 꼴깍─
한 잔만 마셔도 해롱거리는 루시아인데 과연 저렇게 병나발을 불어도 되는가.
“...루시아?”
대답 없는 루시아에게 내가 조심스럽게 다시 한번 이름을 부르자.
콰앙—!
루시아가 와인병을 책상에 거칠게 내리친다.
깜짝 놀란 내가 흠칫거리자 루시아는 약간 상기된 얼굴을 들이대며 소리쳤다.
“루...!씨아도 말이에요! 쥬인님한테 이쁨받고 싶다고욧!”
“...루시아...조금 취한 것 같다...”
“아녓...! 루씨아는! 하나두 안취해써여!!!”
술 취한 사람의 전형적인 대사를 내뱉은 루시아가 또 울음을 터트린다.
“흐에엥...흑...루씨아도!....쥬인님이랑 손잡고! 놀러도가고! 옷도 사고...! 맛있는 것도 먹고!...히끄윽...쭈인님은...제가 얼마나 참고 있는지 알고 있냐고여..! ..흐윽...끄윽...흐아아앙..”
“알았다. 루시아. 잘 알았으니까...”
“아니욨!”
루시아가 내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대며 말을 끊었다.
“히끅...! 쭈인님은 아무것도 몰라욧..!...제가 얼마나 쭈인님을 사랑하는지! 모른다고여!”
루시아의 감정은 예전부터 잘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대놓고 표현하니 도저히 창피함을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 지금이라도 잘 알았으니까 이제...”
“흐윽..몰라...!모른다고요...!훌쩍...그래도..알면은...가끔이라도...정말...가끔이라도...좋으니까아...!루시아에게만...신경을 써줘요...흐에엥..”
루시아가 와인병을 든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내가 루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가 말한 대로 내일은 손도 잡고, 놀러도 가고, 옷도 사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자.”
“히끅...정말요?"
“그래. 정말이다.”
“....또 그래놓고 다른 여자가 있는 곳에 가는 건 아니죠.”
“...”
사실 산키센 마을에 온 김에 잠시 트리스티아의 가게에 들르려고 했다.
‘성녀의 공략에 쓸 물건도 사야 하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트리스티아의 가게를 안 들리면 엄청난 동선 낭비가 아닌가.
“흐에에..!..흐윽..!..여..역시...또..다른...여자랑....”
“착각이다. 루시아. 내일은 너와 단둘이 다닐 생각이었다.”
한 때 '아카조교사'를 플레이 한 게이머로서 동선낭비는 견디기 어려웠지만 그 이상으로 루시아가 슬퍼하는 걸 보기 싫었다.
“...흐윽....정말요..?...그..그럼...쥬인님...야..약속해줘요..”
코를 훌쩍인 루시아가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속으로 한숨을 삼킨 내가 손을 걸고 약속하자 루시아는 언제 울었냐는 듯 싱글벙글 웃기 시작한다.
“헤헿...내일은 데이트! 데이트! 쥬인님이랑~ 데이트~”
“...루시아. 이제 약속했으니까...술병은 그만 내려놓거라.”
내가 와인병을 뺐으려고 하자 루시아가 휙 손을 이동해 피하고는 다시 병나발을 불었다.
“아찌기에요!”
...혀가 제대로 꼬였는지 이제는 루시아가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푸하...!..쥬인님...저 이쁘져?”
몸을 기대온 루시아가 촉촉하게 젖은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눈치챌 때마다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에 나는 그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황녀보다요?”
“그래.”
“비비안보다는요?”
“비비안보다도.”
“...그럼 비앙카, 트리스티아, 아이리스보다는요?”
루시아의 입에서 여자들의 이름이 쏟아질 때마다,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었나 싶었다.
“...네가 더 이쁘다.”
“그러면... 그러면 레이카, 가르시아, 엠마, 멜피사, 마르잔보다는요?”
여기서 마르잔의 이름이 왜 나오나 싶었지만, 루시아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했기에 딴소리할 수 없었다.
“루시아. 전에도 말했다시피 내 눈에는 네가 세상 그 누구보다 아름답다.”
“...주인님.”
대답을 들은 루시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증명해줘요.”
루시아가 눈을 감은 채 천천히 다가오자 나도 눈을 감고 다가갔지만...
“....?”
이상한 감촉에 눈을 뜨자 루시아가 한쪽 손으로 내 양쪽 볼을 꾹 누르며 웃고 있었다.
“헤헤헿...!...쭈인님...이상한...얼굴..”
“...그래, 너라도 즐거우니 다행이구나.”
울었다 웃었다.
기뻤다가 슬펐다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루시아의 태도에 두통을 느낀 내가 관자놀이를 꾹 누르자.
─쪽
갑작스럽게 루시아가 입을 맞춰왔다.
평소와 달리 찐득한 키스가 아니라 레몬 맛이 나는 가벼운 키스였다.
“그래도 루씨아한테는 쥬인님이 세상에서 제일 잘생겼어여.”
방긋 웃으며 낯간지러운 대사를 말한 루시아는 내 다리에 머리를 대고 눕고는 칭얼거렸다.
“...후아..주인님...루시아...머리를...쓰다듬어줘요...”
나는 루시아가 바라는 대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헤...주인님...더요...더....쓰다듬어줘요..”
그러면서 동시에 루시아의 손에서 술병을 빼앗는 데 성공했다.
‘됐다.’
내가 빼앗은 술병을 침대 뒤로 던져 넣자 루시아가 조금 정신을 차렸는지 우울해진 말투로 말했다.
“...죄송해여...주인님...제가..이러면...안되는데..”
“...너도 사람이니까. 가끔은 그럴 수 있다. 때로는 이렇게 쌓인 걸 풀 때도 필요하다.”
“...정말요?”
“그래.”
내가 부드럽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헤...그럼 지금은 안 참을래요!”
“....?”
도대체 뭘 안 참는다는 걸까.
그런 의문이 막 들기 떠오를 때쯤 루시아가 가슴골 사이에서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작은 병을 꺼냈다.
“..그건...?”
어떻게 저걸 잊을 수 있을까.
내가 트리스티아의 가게에서 마시고 폭주했던 그 정력제였다.
“잠깐 기다...!”
말릴 틈도 없이 병을 까고는 내용물을 단숨에 들이킨 루시아가 고개를 푹 숙였다.
“....”
“...루시아?”
침을 꼴깍 삼킨 내가 조심스럽게 루시아를 부르자.
“....!”
눈이 완전히 맛이 가버린 루시아가 나를 밀어젖혔다.
“...헤헤...하아...하아....주인님...♥”
─촤악
옷을 벗길 시간도 아까운지 단숨에 뜯어내는 루시아.
“잠..깐...기다려라! 바지는 내가 직접...!”
“지금 그럴 시간이 없어요!”
바지조차 순식간에 찢어버린 루시아가 아직 발기하지 않은 자지에 코를 대고 킁킁거린다.
“...후앗♥...자지...냄새에...머리가..바보가 될 거 같아요. 쪼옵...♥”
“...읏!”
이게 루시아의 진심이라는 걸까.
“쪼옵..♥....쪼옵...♥하아..♥...켁..케흡...♥흐읍...♥”
루시아가 자지를 빨아대자 몇 초 지나지도 않아 자지가 있는 힘껏 발기했다.
“...후아..주인님의 자지♥...몇 번을 봐도...굉장해요.”
자지 기둥을 핥아 올린 루시아가 황홀한 표정으로 귀두에 키스한다.
“...안되겠어요...더...더는...못참겠어요♥...루시아의 보지에 넣을게요.♥”
평상시랑 다르게 ‘애원’이 아닌 ‘선언’을 한 루시아가 손가락으로 보지를 벌려 자지에 가져다 댔다.
“...루시아의 보지 마음껏 즐겨주세요♥”
제자리에 주저앉듯 단숨에 자지를 삽입한 루시아의 몸이 크게 떨렸다.
“후아앗!...쥬...쥬..인님...♥”
“괜찮으냐?”
“흐읏♥ 네엣...♥ 움..직일게요♥”
루시아 몸이 마치 야생마를 타는 것 처럼 위아래로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때마다 조여오는 보지는 내게 견딜 수 있으면 견뎌보라고 말하는 듯 했다.
“흐읏..♥쥬인님...가슴♥...가슴♥...주물러주세요...♥흐이아앗!!♥”
내가 가슴을 양손으로 꽉 움켜쥐자 루시아의 몸이 파들파들 떨리더니 이윽고 앞으로 기울어진다.
“...헤흐..♥....쥬....인님이....주..무르니까...바로...가..가버렸어요..♥”
내 손과 루시아의 손이 포개지고 입술과 입술이 맞닿았다.
“...쪼옥♥ 헤헤...주인님...루시아...이쁘다고...귀엽다고 해주세요...”
“....귀엽다.”
“흐읏♥!...더요..♥더..해주세요...♥”
“예쁘구나.”
“흐으에앗!♥”
말을 할 때마다 루시아의 보지가 조여오는 게 느껴졌다.
내 한 마디 한 마디에 몸이 반응할 정도로 기뻐하는 루시아를 보니 저절로 본심이 튀어나왔다.
“...사랑스럽다.”
“끄흐이아앗!♥그..그건...♥안돼요...♥너무...기뻐서..♥...보지가..♥흐앗...!♥”
루시아의 입은 안된다고 말하지만 보지는 솔직했다.
“... 루시아. 사랑스럽다.”
“...흐아아아아앙♥아..♥안댄다고..했는데..♥”
“..세상에서 루시아가 제일 사랑스럽구나.”
“으끄으으으읏!!♥♥”
절정에 도달한 루시아의 허리가 크게 젖혀지며 보지가 쥐어짜듯 조여온다.
나는 그런 루시아를 아래로 깔아 뭉개며 허리를 밀어 붙혔다.
“...루시아.”
“흐에..♥흐에...♥”
“슬슬 나도 가마.”
“네엣...♥”
고개를 끄덕인 루시아가 내 손을 강하게 움켜쥐자 엄청난 충족감이 쾌락과 동시에 찾아온다.
“간다..!”
“흐읏...♥네엣...!주..주인님..♥싸주세여...♥루시아의 안을..♥주인님의..것으로...♥채워주세요!”
울컥— 울컥—
마지막 한 방울까지 루시아의 안에 쏟아부은 내가 자지를 빼내려는 순간.
쓰윽─
루시아가 다리로 나를 붙잡으며 자지를 다시 깊숙이 밀어 넣었다.
“크읏...”
아직 절정의 여운이 남아있는 상태에서의 예상치 못한 자극에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자.
“...주인님”
음란한 미소를 지은 루시아가 귓불을 깨물며 속삭였다.
“오늘 밤은 안 재울 거에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