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 태양과 달의 연회 (1)
* * *
“...흐윽...흐으...흐아앙...”
“울지마라. 엠마야”
“흐...흐윽...어..어떻게...도련님이...가는데.. 아..안 울어요...”
엠마가 소맷자락으로 쉴 새 없이 눈물을 닦았다.
칼리오페에서의 마지막 날.
마중을 나온 사람은 엠마가 전부였다.
다른 혼혈들과는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회포를 풀었고.
에다드와 에르덴에게는 아침에 미리 인사를 드리며 나오지 말라고 했다.
가르시아와 레이카는 나올 법도 했지만....
믿기지 않지만 딜도로 너무 자위를 많이 한 탓에 둘 다 기절했다.
‘뭔 하루를 통째로 자위하는데...응?’
그 순간 깨달아서는 안 되는 뭔가를 깨닫고 말았다.
딜도는 한 개인데 도대체 어떻게 둘이 동시에 기절한단 말인가.
혹시 동시에 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설마 아니겠지.’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모녀가 딜도 하나로 같이 자위하다니 말도 안되지 않는가.
턱—
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재빨리 지우고는 엠마의 머리카락을 마구 흩트렸다.
“...흐윽..도련님..뭐...뭐하는...흑..거에요,....”
“그러니까 울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편지 쓰마.”
“..흑...아..안 믿어요!...도련님...작년에는...하...한통도 안 썼잖아요...!”
“....”
비겁하게 정론으로 공격하니 반박할 말이 없다.
하지만 작년에는 카르네아에 적응하느라 인간적으로 너무 바빴다.
‘...베아트리스 자매 조교, 늑대 사냥, 촉수 얻기, 침입자 쫓아내기, 양호 마망 공략...’
지금 와서 생각하면 어떻게 이걸 다 해냈는지 놀랄 지경이다.
히이힝—!
그때,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백마(白馬)가 멈춰선다.
말 뒤에는 우르엘라의 문양을 새긴 마차가 달려있었다.
“...”
마차 창문을 열고 슬쩍 나를 내려다본 루시아가 무감정하게 시선을 돌린다.
“가자.”
루시아의 말과 함께 먼지를 휘날리며 달리기 시작하는 마차를 보고 있자 알프레도가 내게 말을 걸었다.
“...도련님. 이제 가셔야 합니다.”
“그래. 그럼, 엠마. 칼리오페를 잘 부탁한다.”
“흐윽...네에...도련님. 부디 흑... 부디 몸 조심하세요. 편지...보낼테니까.”
“그래, 알겠다. 이번에는 꼭 답장 보내마.”
나는 마지막으로 엠마를 꽉 안아주고는 마차에 올라탔다.
알프레도의 채찍질과 함께 출발하는 마차.
푹신한 의자에 몸을 기대는 순간 시야가 어두워졌다.
‘...지쳤나?’
그럴 만도 했다.
어제는 밤새 술을 마시고 떠든 데다 그 전에는 엠마에게 착정을 당해서 몸에 피로가 쌓였다.
애초에 연회가 시작된 이후로 제대로 쉬질 못한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조금 자고 싶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려야 하기에 잠자는 건 포기했다.
그 대신에 잠도 깰 겸 오랜만에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 유진 칼리오페]
[직업 : 고유능력자]
[칭호 : 영웅의 자질을 가진 자]
[능력치]
근력 13 > 22 민첩 13 > 22 체력 14 > 25지력 11 > 21 마력 12 > 23 행운 25 > 35
[특성]
[침대 위의 왕자 (Rank B > B+)] (Update!)
과연 침대 위에서 당신을 이길 자가 존재할까요? 서큐버스조차 당신의 정력에는 참지 못하고 지려버리고 말 겁니다.
이성과의 모든 행위에서 ‘적당한’ > ‘상당한’ 보정이 들어갑니다. (Update!)
모든 성행위에 엄청난 보정이 들어갑니다.
당신과 성행위를 하는 모든 대상은 민감도가 ‘300’ > ‘350’% 상승합니다. (Update!)
이성의 성감대를 본능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조교사 (Rank EX)
주인님의 것은 주인님의 것 육변기의 것도 주인님의 것!
일정 수준 이상 조교된 히로인의 스킬(마법) ‘2 > 3’개를 최대 ‘60 > 69’% 위력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Update!)
사용 가능한 스킬의 개수와 위력은 히로인의 조교도에 따라 변화합니다.
조교 된 히로인 2명 > 5명 (Update!)
세계수의 축복 (Rank C > B) (Update!)
세계수의 축복으로 이루어진 씨앗입니다. 잘 키워낸다면 뭔가 좋은 일 있을지도?
모든 능력치가 조금 > 적당히 상승합니다. (Update!)회복능력이 적당히 > 상당히 상승합니다. (Update!)세계수의 축복을 받습니다.냉기저항이 극도로 상승합니다. (New!)냉기계열의 친화력이 상당히 상승합니다. (New!)
칼리오페에 오기 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성장했다.
모든 스탯의 앞자리가 2를 돌파했고, 조교사, 세계수의 축복도 상승했다.
이제 같은 학년이라면 루시아나, 황녀, 비비안 같은 규격 외의 존재들만 아니면 누구와 붙어도 해볼 만할 것 같았다.
내가 마음속으로 성장의 뿌듯함을 느끼고 있을 때.
끼이이익—
갑작스럽게 마차가 멈춰섰다.
‘벌써 왔나?’
내가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련님, 약속장소에 도착했습니다.”
“그래, 고마워. 알베르도.”
“...도련님께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쁠 따름입니다. 그럼, 다음 장소에서 먼저 기다리겠습니다.”
“응, 부탁할게.”
내가 마차에서 내리자 알베르도가 마차를 몰고 다시 달려나갔다.
‘...그럼.’
마차에서 내린 이유는 단순했다.
우르엘라의 마차로 갈아타기 위해서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같이 타고 가면 되지 않냐 싶지만 그래서는 기껏 나와 루시아 사이에 불화를 만들어 놨는데 의미가 없어진다.
내가 마차를 향해 다가가자 흰 정장을 입은 중성적인 외모의 미소녀가 허리를 숙인다.
“루시아 아가씨가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차 안에는 무릎 꿇고 손을 든 루시아가 있었다.
“잘못했어요. 주인님.”
“....”
당황하지 않는다.
고작 이 정도로 당황하기에는 나는 너무 성장해버렸다.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문을 닫고는 자리에 앉았다.
“...뭐가 말이냐?”
“주인님께 연락도 안 드리고 찾아온 거요...”
저걸 까먹다니 당황하지 않는다고 해놓고 당황한 모양이다.
“...잘못인 걸 알면서 그랬다는 거지...”
“죄, 죄송해요. 주인님..”
벌을 받을 걸 알기에 스스로 혼내고 있었다는 건가.
하지만 이걸로 용서하기엔 내 마음고생이 좀 심했다.
“몇 대 맞을래?”
“...네?”
“엉덩이를 몇 대 맞을지 물어봤다.”
맞는다는 말에 당황했던 루시아가 엉덩이라는 말에 침을 꼴깍 삼킨다.
“...열...아니 백 대요?”
“그렇게나 많이 맞겠다고?”
“...네! 루시아는 엄청 못된 아이니까 많이 맞아야 해요!”
“그럼, 엉덩이를 까고 여기에 누워라.”
“...네엣...주인님.”
루시아가 기쁜 듯이 미소를 지었지만...
나는 과욕은 화를 부른다는 걸 알려줄 생각이다.
**
파앙─!
“흐잇...!...마흔...한 대...!”
"...목소리가 작다."
파앙─!
“..흐앗!..마...마흔....둘..!”
파앙─!
“흐..히잉..주...주인님...엉덩이가 아파여...요..용서해주세요.”
아무렴 근력의 앞자리가 달라졌는데 당연히 아플 것이다.
“...숫자를 빼먹었으니 다시 처음부터다.”
“주..주인님...제발...”
루시아가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루시아의 새하얗던 엉덩이는 이미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다.
파앙─!
“흐아앙!”
“그래서 왜 그런 거냐? 솔직히 말하면 용서해주마.”
그러자 루시아가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하아..하아...그게...주...주인님께 신경 쓰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서요.”
“네가 말하지 않아서 내가 신경 쓸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느냐?”
“그...그건...”
파앙─!
“솔직하게 말하라고 했지.”
“흐앗...!...죄...죄송해요...죄송해요...마..말할”
파앙—!
“흐아앙! 주인님도...저를...생각해줬으면...좋겠어서 그랬어요!”
결국, 그런 이유였다.
대답을 들은 내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일단 앉아라.”
나는 옆자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으읏...네에.”
분명 옆자리를 두드렸는데 내 무릎에 앉는 루시아.
뭐라 말하기도 전에 루시아 특유의 달콤한 살내음이 코끝에 확 퍼지며 정신이 혼미해진다.
“내가 옆에 앉으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치만...지금...엉덩이가...너무 아파서..”
루시아가 울쌍이 된 얼굴로 옆으로 이동하려고 하자 내가 짧게 혀를 차며 허리를 감쌌다.
“이번만이다.”
“...네에. 주인님...”
내가 루시아의 엉덩이를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딱히 그런 짓을 하지 않아도. 너를 언제나 생각 하고 있다.”
루시아의 돌발 행동을 막기 위해서 한 말이었지만, 오히려 돌발 행동을 만들었다.
“흐으으으읏!”
루시아는 눈을 크게 뜨고 입술을 깨물더니 내 목에 팔을 걸고는 뺨을 마구 비벼댄다.
“네엣! 주인님!...헤헤...주인님..!주인님! 루시아의...주인님...”
이게 같은 피부가 맞단 말인가.
세 살짜리 애기 피부도 이처럼 말랑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알아낸 건?”
쪽.
루시아가 내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이것보다 심한 짓은 훨씬 많이 했는데 어째서인지 뽀뽀 한 번에 심박수가 순식간에 올라간다.
“...헤헤, 그러니까. 일단 베아트리스 가문에 다녀왔어요.”
“베아트리스에?”
쪽.
다시 한번 뺨에 입을 맞추는 루시아.
그저 행복하다는 듯 웃는 루시아를 보니 멈추게 할 생각도 들지 않는다.
“주인님이 비비안과 거래는 해놨지만 만일을 대비해서 확인했어요. 다행스럽게도 비앙카와 비비안이 어느 정도 화해를 한 것 같더라고요. 아! 베아트리스 가문 자체에도 비비안 자매에게 압박을 주지 않도록 경고를 해놨으니까 이제는 주인님 마음대로 조교 해도 될 거예요!”
쪽.
이번에는 목이었다.
아무래도 말이 끝날 때마다 입을 맞출 생각 같았다.
“헤헤... 아멜리아 가문에서는 늘 하던 대로여서 딱히 보고 할게... 아! 그러고 보니 거기서 로레오스 교수님을 만났어요.”
“...로레오스 교수님?”
“네, 처음에는 수염을 길러서 몰라볼 뻔했어요. 주인님께 꼭 맞는 스승을 찾아온다고 여기까지 왔더라고요? 여기서 못 찾으면 아스란 제국까지 넘어갈 생각인 거 같아요.”
“아스란 제국을? 곧 방학이 끝나는데 시간을 맞출 수 있나?”
“방학 안에 못 찾으면 휴가를 내겠다는데요?”
“...”
그냥 지나가는 듯이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로레오스는 진심으로 내 스승을 찾고 있었나 보다.
‘...좆됐네.’
능력치가 성장한 것과 별개로 내 마법적 재능은 0%에 수렴한다.
애초에 직업 자체가 ‘마법사’가 아니라 ‘고유능력자’이지 않은가.
조교사 특성이 아니면 기초 마법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게 나였다.
‘...로레오스가 돌아오면 따로 대화해야겠어.’
만약 능력에 대한 것을 밝히더라도 누군지도 모를 스승이 아니라 로레오스에게 밝힐 생각이었다.
“...그리고 주인님. 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아스란 제국의 ‘첫 번째 제자’가 그 아이로 바뀌었다는...”
“...하아암..”
루시아의 대화를 듣고 있자 나도 모르게 하품이 흘러나오고 눈이 감겼다.
“...미안하다. 계속 보고를...하암..”
“아니요. 괜찮아요. 나중에 하면 되니까요. 그보다 피곤하세요. 주인님?”
루시아가 나를 정면에서 바라보며 물었다.
졸려서 사고가 제대로 되지 않는 와중에도 루시아의 붉은 입술만큼은 눈에 확 들어온다.
“...조금.”
“...그럼.”
옆으로 내려간 루시아가 치마를 들어 올려 허벅지를 보여주었다.
“여기에 누워주세요.”
루시아가 허벅지를 탁탁 때리며 말했다.
거절할 기운도 없어서 나는 루시아의 말을 따라 허벅지에 머리를 기댔다.
“...!”
솔직히 무릎베개가 편하면 얼마나 편하겠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루시아의 허벅지는 마치 나를 위해서 존재하는 듯한 완벽한 베개였다.
“...편하세요?”
“...”
내가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자 동시에 견디기 힘든 졸음이 쏟아져 내렸다.
“후흣...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주인님.”
입술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과 함께 시야가 어두워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