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우유로부터 시작되는 나비효과 (4)
* * *
“하으읏!..주..주..인님...읏...그렇게..가슴만..괴롭히면..!”
루시아의 가슴을 들어 올리자 손바닥에 묵직한 중량감이 느껴졌다.
그 상태로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툭 튀어나온 양쪽 젖꼭지를 동시에 잡아당기자 루시아의 입에서 간드러지는 신음을 흘러나왔다.
“읏...!..으흣....읏...하아..하아...”
앞으로 몇 시간 뒤면 메인 이벤트가 시작된다.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됐을 경우를 생각해 루시아의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실 변명이었다.
나는 현실 도피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동안 필사적으로 돌아다녔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졸데의 증상을 치료하는 방법 자체는 몇 가지 떠올랐다.
문제는 그것이 트리스탄의 말대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이템이나, 성녀의 힘을 사용해 이졸데를 치료한다고 할지라도 이졸데의 수명을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에는 더 강한 시련이 내릴 것이다.
만일 그 시련이 이졸데를 즉사시킬 정도의 시련이라면...?
...그렇게 되면 정말 끝장이었다.
결국, 생각나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해봤지만 당장 몇 시간 뒤에 이벤트가 시작되는데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하아...’
이졸데를 구하는 것은 단순히 한 생명을 구한다는 의미를 가질 뿐만이 아니라 내게도 직접적 이익이 세 개나 생긴다.
첫 번째 이익은 트리스탄이 생존한다는 것이다.
벌써 몇 번이나 강조하지만 카르네아의 교수 정도 되는 마법사는 어마어마하게 귀중하다.
그런 교수 한 명이 살아남을 때마다 이 세계에서 ‘해피엔딩’을 볼 가능성이 올라간다.
거기에 트리스탄은 이졸데를 목숨을 내게 빚지기까지 했으니 장기 말로서의 가치도 가질 것이다.
카르네아의 교수를 장기 말로 사용한다.
이 얼마나 달콤한 울림인가.
두 번째 이익은 2장의 보스인 ‘기어오는 공포’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2장의 보스 ‘기어오는 공포’는 트리스탄이 이졸데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상자에 담긴 아이템.
즉, 촉수를 이졸데에게 박아 넣는 것에서 탄생한다.
반대로 말하면 촉수를 사용하지 않고서 이졸데의 생명을 구할 수만 있다면 ‘기어오는 공포’가 탄생하지 않는다.
물론, 2장의 메인 이벤트는 교내에서 발생한 ‘기어오는 공포’를 막는 것과 정문에서 침입자를 쫓아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이벤트를 완전히 스킵 할 수는 없겠지만 ‘기어오는 공포’가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이벤트의 난이도는 급격하게 내려간다.
그리고 마지막은 ‘촉수’를 완전한 상태로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말했다시피 촉수의 성장 한계 등급은 얼마나 빨리 ‘기어오는 공포’를 쓰러트리냐에 따라 달라진다.
‘아카조교사’에서는 무조건 트리스탄이 자폭을 한 뒤에서야 ‘기어오는 공포’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전투 단계를 아예 스킵하고 미사용된 촉수를 손에 넣는다면 촉수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등급까지 성장할 수도 있다.
‘그렇게만 되면 일단 신체능력도 어느 정도 커버 가능한데….’
촉수는 아이템 주제 자아를 가지고 있어 몸에 박아넣게 되면 신체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자동 방어의 기능까지 생겨난다.
적어도 눈먼 화살에 맞아 죽을 일은 없어지는 것이다.
물론, 성녀에게 정화를 받기 전에 촉수를 사용한다면 내가 ‘기어오는 공포’가 되겠지만...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잠깐 긍정적 이야기를 했지만, 이 모든 가능성은 이졸데를 구해 냈을 때 생기는 이득이다.
결국, 해결책이 없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는 아무런 해결책을 찾지 못했고.
“흐읏...하으...주..인님..읏..!.루..시아...갈..거...같아요.”
갈 거 같다는 루시아의 말에 고개를 들자 타액으로 범벅된 분홍빛 젖꼭지가 꼿꼿이 솟아 있는 게 보였다.
나도 모르게 루시아의 가슴을 빨고 있던 모양이다.
...무의식적으로 유두 절정을 시킬 뻔하다니 스스로도 내 재능이 두려워졌다.
“...하아...하아...주인님...괜찮으세요?”
젖꼭지로 절정에 이르기 전에 그만둬서 그런지 루시아의 목소리가 안타깝게 떨려왔다.
나는 대답하는 대신 다시 한번 루시아의 가슴을 강하게 빨았다.
“하읏...!”
이렇게 루시아의 가슴을 빨고 있으니 복잡했던 머리가 조금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관점을 바꿔보자.’
지금까지 나는 이졸데를 치료하면서도 다음 시련까지 막을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꼭 그래야만 할까?
지금 중요한 것은 이졸데의 생존이다.
생존만 할 수 있다면 다른 조건은 무시해도 되는 게 아닐까?
그러자 무언가 감이 잡힐 듯 말 듯 한 느낌이 왔지만...
결국, 잡히지 않았다.
답답해진 나는 루시아의 가슴을 더욱 강하게 빨아들였다.
“하으읏!..주...인님!..그..그렇게..빨면..모유가..나올 것 같아요!”
─모유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문득 무언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방법이...있다!’
매 시련이 끝나면 더 강한 시련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시련을 끝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러니까 이졸데를 완전히 치료되지 않으면서도 일상생활은 가능할 정도만 회복시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련은 아주 적절했다.
병이나 독, 그리고 부상보다는 단순히 체력이 떨어지는 게 더 관리하기 쉬울 테니까.
물론, 완전히 회복되는 것은 아니니까 이졸데의 체력이 일반인보다 떨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하겠지만 지금처럼 목숨을 위협받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나는 이졸데가 완전히 치료될 정도로 회복 효과가 강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는 체력 회복 효과가 있는 아이템을 알고 있었다.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루시아!”
“..읏..네에... 주인님.. 루시아는...준비됐어요...”
루시아가 혀로 입술을 핥으며 고양이 같은 자세로 다가왔다.
매력적인 모습에 정신 놓고 빠져들 뻔했지만, 고개를 몇 번 저어서 정신을 차렸다.
“사테르 쪽으로 떠나는 마차는 몇 시까지 운행하지?”
“...넷?”
갑작스러운 내 질문에 루시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일단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였다.
“...음... 사테르에 가는 직행 마차는 없으니 슈리마에서 갈아 타야 할 텐데... 지금 시간이라면 슈리마쪽 마차는 이미 전부 떠났을 걸요? 아! 아니네요. 아직 마지막 마차가 남아 있어요. 하지만 지금 출발하기에는….”
마지막 마차.
사실 그녀가 이전 마차를 타고 떠났다면 이미 돌이킬 수 없다.
지금부터 아무리 열심히 마차를 타고 사테르로 쫓아간다고 해도 이벤트가 시작되는 시점까지 아카데미로 돌아올 수 없으니까.
하지만...
정말 만약에 그녀가 마지막 마차를 탄다고 하면 아직 늦지 않았다.
운에 모든 것을 거는 황당한 방법이지만 어찌 됐건 지금은 이 가능성에 걸어 보는 수밖에 없었다.
침대에서 튀어 나간 나는 옷을 챙겨입으며 루시아에게 소리쳤다.
“잠시 다녀오겠다! 만일 내가 제때 돌아오지 않으면 미리 계획해놨던 대로 비비안이랑 같이 정문 쪽을 수비하러 가도록!”
“엣? 주, 주인님?”
등 뒤에서 루시아가 당황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일단 마차 정류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나쁜 놈.”
마차에 올라타며 아이리스가 욕설을 내뱉었다.
사실 욕설이라고 하기에는 귀여운 수준이었지만, 아이리스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것조차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쁜 말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아이리스의 성격은 유순하기로 소문났으니까.
하지만 그런 아이리스라 할지라도 태어나 처음으로 가슴에 핀 불꽃을 짓밟은 남자에게는 화를 낼 수 있었다.
‘어, 어떻게 사람이 그렇죠? 키스조차 해 본 적 없는 입술에 그...그런 짓까지 시켜 놓고!’
아이리스가 아랫입술을 손끝으로 만지며 얼굴을 붉혔다.
그때를 떠올리자 얼굴이 붉어지며 입안에서 비릿한 정액의 맛이 풍기는 듯하다.
‘어떻게 방학 때까지 한 번을 안 찾아올 수 있냔 말이에요!’
카르네아 아카데미의 학생 대부분은 귀족이거나 부유한 평민의 자제인 만큼 방학 중에는 후계자 수업을 위해 가문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학생이 없어지니 자연스럽게 교수나 교직원들 역시 방학이 시작되면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즉, 유진이 아이리스를 찾아온다면 방학이 시작된 오늘이 마지막 기회였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씩씩거리며 아침 일찍 떠나겠다고 한 아이리스였지만, 혹시 유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시간을 미루고 미루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마차를 탈 시간이 온 것이다.
─출발하겠습니다.
마부의 목소리가 들리고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아이리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어..어쩔 수 없는 잖아요...저는 교사고...유진은 학생이고...나이 차이도 많이나고...가문도 그렇고...처음부터..안되는 관계였잖아요.’
그렇게 변명하며 아이리스는 스스로를 납득시켜보려고 하지만 눈가가 붉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쁜 놈.”
설령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라도 오늘이 지나면 앞으로 몇 달은 보지 못할 텐데...
가기 전에 잘 가라는 인사 정도는 해 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아이리스는 서운함에 뚝뚝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냈다.
‘...됐어요. 어차피..처음부터 안 될 거라고...’
그때였다.
덜컹!
마차가 갑자기 정지하며 아이리스의 몸이 앞으로 획 쏠렸다.
깜짝 놀라서 무슨 일인지 밖에 귀를 기울이자 마부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무슨 짓이야!
그 순간 마차의 문이 거칠게 열리고 땀투성이가 된 남자가 나타났다.
...유진 칼리오페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