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58화 (58/354)

〈 58화 〉 베아트리스가의 장녀는 후장노예 (2)

* * *

“아아으아아!! ..머...멈..춰...끄아으윽!!”

비앙카가 찢어지는 고통을 지르지만, 나는 당연히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히..히히힛..”

...옆에서 웃고 있는 비비안 때문이 아니라 첫날에는 몸에 고통을 확실히 각인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이래야지 비앙카에게 내게 복종할수록 편해진다는 걸 알려줄 수 있다.

“아그윽...으으그...아아악...!!!”

비앙카의 배는 마치 임신이라도 한 듯 크게 부풀어있었다.

심지어 에일리언에서 보던 것처럼 뱃가죽이 꿈틀거리기까지 했다.

꿈틀— 꿈틀─

몸속에 있던 노폐물을 다 소화한 슬라임이 탈출하기 위해서 날뛰는 것이다.

...하지만 유일한 탈출구인 애널은 은색 플러그로 막혀있었다.

“끄윽..끄으윽...아악...으극그..!!”

가만히 있어도 고통이 심한 붉은 슬라임이날뛰기까지 하자 비앙카가 발작하듯 몸을 떨어대고 입에는 흰 거품이 흘러나왔다.

....하긴 5시간째 저러고 있으니 슬슬 맛이 갈 만도 했다.

첫날부터 망가트릴 순 없으니 아쉽지만 끝낼 시간이었다.

─꾸욱

나는 부풀어 오른 비앙카의 배를 발로 눌렀다.

“끄....아으아으으!! 터, 터져..! 터져버려..!”

덜컹덜컹덜컹—!

비앙카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쳐보지만, 의자에 구속된 몸은 조금 움직일 뿐이다.

“에이, 안 터지니까. 참아봐요. 자! 그럼 더 들어갑니다!”

“...아아아악!! 시..싫어...!.아으아아!..그만둬..끄으.싫어어엇...!”

내 발에 힘이 들어갈수록 비앙카가 지르는 비명이 커졌다.

그리고...

뽕─!

한순간에 상쾌한 소리를 내며 애널 플러그가 빠져나왔고, 동시에 출구를 찾은 슬라임이 애널을 통해 주르륵 흘러나왔다.

“..아..아아아아아! 흐윽...으아...흐흐..흑..”

비앙카의 애널에서 튀어나온 건 깨끗한 슬라임뿐이지만 비앙카가 느끼기에는 대변이라도 지린 것 같은 기분일 것이다.

“하핫, 꼴불견이네요.”

“흐흐윽...끄윽...하흐으..개..개..자식...주,죽..여..버릴거야..반드시...죽여버릴거야...!”

비앙카는 눈물이 범벅된 채로 씩씩거렸지만 나는 그저 부드럽게 웃어주는 거로 답했다.

“그래요.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이...음.. 슬라임싸개한테 먹을 걸 좀 챙겨주고 씻겨줘요.”

“네, 주인님.”

루시아가 뒷정리하는 사이 나는 비비안을 데리고 문밖으로 나갔다.

이렇게 뒷처리를 쉽고 깔끔하게 해주는 슬라임을 보니 괜히 기분 좋아진다.

‘성능 확실하네.’

혹시 몰라 밝혀두는데 나는 애널은 좋아해도 스캇은 혐오한다.

가끔 애널과 스캇을 동급으로 생각 사람이 있지만, 그것은 왜곡된 사상이다.

보지를 좋아하는 건 남자로서 당연한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보지에서 나오는 생리혈을 좋아하진 않는 것과 같았다.

“...유, 유진님...20일로 충분 할 까요?”

내가 애널 섹스에 대해 진지한 고찰을 하고 있을 때 비비안이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물었다.

조금 전까지는 그렇게 신나서 괴롭히더니 지금 와서 무서워하는 모습이 퍽 우습게 여겨져 웃음이 흘러나왔다.

20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사실 사람의 마음을 꺾을 때 기간을 알려주는 건 최악의 행위다.

인간의 마음은 기댈 곳이 있을 때 강해지니까.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공포에서 떨기 마련이지만 기간을 알려주게 되면 하루하루 견뎌내며 앞으로 조금만 있으면 견디면 풀려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비비안, 주인님이 그것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 같나요?.”

“...그, 그런게 아니라...”

그때, 뒷정리를 마치고 나온 루시아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기간을 늘리면 되는 거죠. 어차피 지킬 필요도 없는 약속이니까요. 주인님의 말이 곧 법인데 무슨 상관이겠어요?”

“...아...!”

비비안이 한가지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아의 말처럼 비앙카와의 약속은 아무런 강제성도 지니지 못한다.

내가 바란다면 언제든지 깰 수 있고, 사실 기간을 늘린다면 아주 쉽게 비앙카의 마음을 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 기간은 늘리지 않는다.”

“보세요. 저 정도 되면 주인님의 생각을 미리...네에?”

루시아의 눈이 댕그래진다. 오랜만에 보는 루시아의 당황한 표정이었다.

내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시간이 부족하다.”

내가 제시한 20일은 이제 2장의 메인 이벤트를 끝내고 칼리오페의 영지에 돌아가기 전까지 카르네아에서 파밍을 할 수 최대의 시간이었다.

20일이 지난 이후로는 3장의 준비를 위해 반드시 칼리오페의 영지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러면 한동안 헤어지겠네.’

내가 잠시 루시아와 비비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금이야 기숙사에 있으니 동거를 하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둘을 영지에 데리고 갈 수는 없다.

특히 루시아의 경우가 그랬다.

칼리오페와 우르엘라가 서로 대등한 가문이라 할지라도 루시아는 차기 가주로 지명된 상태이고 나는 삼남에 불과하니 만일 혼인을 하더라도 루시아가 시집오는 게 아닌 내가 데릴사위로 가는 형식일 것이다.

‘...뭐, 일단은 엔딩을 보고…. 아니, 그 전에 2장 보스부터 잡고 나서 생각해야지.’

어차피 2장 보스를 잡지 못하면 아무런 쓸모없는 이야기다.

2장의 메인 이벤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정문에서 쳐들어온 ‘침입자’를 쫓아내는 것.

그리고 아카데미 내부에서 발생한 ‘촉수’를 사냥하는 것.

난이도를 보면 정문에서 습격을 막는 게 편하기는 하다.

잡을 필요 없이 쫓아내기만 하면 되고 주변에 도와줄 사람도 많으니까.

하지만 정문만 막다 보면 아카데미 내부에서 촉수로 인한 피해가 걷잡을 수도 없이 커지고 아이템도 얻지 못하게 된다.

‘...촉수는 챙겨야지.’

촉수를 사냥하게 되면 나타나는 드랍템.

‘오염된 촉수’

오염되었다는 이름처럼 성녀에게 정화 받기 전까지는 사용할 수 없지만 ‘아카조교사’에서 몇 안 되는 성장형 아이템이기에 일단 챙겨두는 게 좋았다.

“....”

...다만 마음에 걸리는 건 트리스탄 교수다.

이 이벤트는 '유진 칼리오페' 즉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희생자의 수가 달라진다.

지금까지 알아낸 최적의 루트로는 초반에는 정문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침입자를 막아내다가 ‘검은 옷의 남자’가 나타나면 '촉수'를 잡으러 이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행동하더라도 트리스탄 교수는 홀로 촉수를 상대하다 죽고 만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트리스탄 교수와 촉수가 만나지 않게 해야 한다.

‘...선택해야 한다.’

저울추에서 동정심이나 죄책감 같은 감정은 빼두었다.

이미 그에 관한 것들은 이 세계에서 해피엔딩을 보고 난 뒤에 대가를 치르기로 했으니까.

...내가 따져 볼 것은 오직 정사가 뒤틀리면서 생기는 '위험'과 트리스탄을 살리면서 생기는 '이득'뿐이다.

──선택해야 한다.

설령 누군가를 희생할지라도 이 세계의 해피엔딩을 볼 수 있는 최적의 루트를 선택해야 한다.

***

눈이 제법 거세게 내리고 있어 크림파이 여관에는 평소보다는 사람이 적었지만 모험자들이 이용하는 여관답게 조용하지는 않았다.

끼익—

긱마인드가 맥주를 따르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넝마가 된 망토를 두른 사내가 등에 보따리를 짊어지고 들어왔다.

“...미안하지만. 여기서 구걸은...이런 미친!”

사내의 몰골을 확인한 긱마인드가 손을 휘저으며 내쫓으려 했지만 이내 사내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놀라 달려왔다.

“트리스탄! 도대체 뭘 하고 온 거야!”

“...하아..하아..오우거..토벌을 끝냈다.”

“씨발, 정말 혼자 간 건가? 아니, 그전에 약사라도 불러올 테니 2층에 올라가 있어! 치료부터 받아야지!”

“..하아...아니..됐어...딸이...집에...기다린다...그보다..빨리 돈부터 줘…. 집에 갈 마차 값도 없다고...”

트리스탄이 등에 지고 있던 보따리를 던지자 오우거의 뿔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걸 본 긱마인드가 얼굴을 붉힌 채 소리쳤다.

“...이..이..이...미친새끼가! 지금 돈이 중요한가! 자네 몸 상태를 봐! 당장 치료부터 받으라고!”

이후에도 긱마인드가 몇 번 더 소리쳤지만, 트리스탄은 묵묵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하아...긱...마인드..부탁하네..지금...말다툼 할...힘 도 없어...”

“....으으..! 젠장 할!”

긱마인드의 욕설과 함께 묵직한 주머니가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빌어먹을!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제 다시는 자네에게 의뢰를 안 줄 테니 그리 알게!”

“..고맙네...”

돈주머니를 챙긴 트리스탄이 후드를 눌러쓰고 여관 밖으로 걸어나갔다.

**

‘하아...빌어먹을’

트리스탄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평소 같으면 대로를 따라 돌아갔겠지만 카르네아로 돌아가는 마지막 마차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는 골목길을 가로 지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이런 비루한 행색을 하고 있는데도 어디서 돈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들이 달려들었다.

“가지고 있는 거 다 내려놔.”

낡은 단도 하나를 들고 위협하는 양아치.

평상시라면 트리스탄의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을 삼류 잡배들이지만 지금의 트리스탄은 저런 양아치들조차 물어뜯을 수 있는 먹이에 불과했다.

“...죽기...싫으면 꺼...져라.”

트리스탄의 경고를 날려보지만, 양아치들은 오히려 낄낄대며 다가왔다.

「바람─칼날」

트리스탄이 영창을 외우자 양아치들이 잠깐 움찔하며 멈춰섰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트리스탄이 헛웃음을 흘렸다.

오우거 사냥에서 마력을 남발하였다고는 하나 하급 마법조차 사용하지 못할 줄이야.

카르네아의 교수라 불리는 게 우습게 여겨졌다.

“이 개새끼가 허세를 부리고 있어!”

퍼억─!

트리스탄의 복부에 주먹이 박히자 이미 한계상태였던 몸이 바닥에 나뒹군다.

퍽퍽퍽─!

트리스탄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눈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하자 그때야 양아치들은 폭행을 멈추고 트리스탄의 몸을 뒤적거렸다.

“야! 찾았어!”

“..우와! 씨발 묵직한 거 봐.”

“야! 나중에 확인하고 빨리 튀어!”

흐릿해져 가는 시야에 도망가는 양아치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끝인가?’

트리스탄의 몸 위에 눈이 서서히 쌓이기 시작한다.

‘...약을...만들어..줘야하는데...’

죽음이 두렵지는 않았다.

...다만, 홀로 남겨질 딸의 걱정스러울 뿐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달려가던 양아치들의 목이 땅에 떨어지고 절단면에는 피 분수가 솟았다.

“...”

순식간에 양아치들을 죽인 검은 옷의 사내가 트리스탄에게 다가왔다.

저항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삼류 양아치도 이기지 못했는데 저 남자를 이길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눈을 감고 죽음을 인정하려고 하자, 남자가 양아치들이 훔쳐갔던 돈주머니를 트리스탄의 앞에 던졌다.

“트리스탄.”

남자가 트리스탄의 이름 불렀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트리스탄은 자꾸 감기려고 하는 눈을 억지로 떠가며 남자를 보았다.

“누...구냐.”

검은 옷의 남자는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

“...거래를 제안하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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