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 비비안 조교 일지 (4)
* * *
오랜만에 기숙사에 홀로 남았다.
루시아가 비비안을 조교하러 갔기 때문이었다.
“흐음...”
미묘한 쓸쓸함을 따듯한 홍차를 마시는 것으로 달래며 책상 위에 정리되어 있는 자료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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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아이리스
나이 :32
가족 : 없음
출신 : 사테르 고아원, 파르테논 아카데미
직업 : 고유능력자 (하급 재생력 상승 부여)
특이사항 : 파르테논을 졸업 후 26살까지 전국을 떠돌며 치유사로 활동. 27살이 되는 해, 카르네아 아카데미에 구인 시험 합격 후 계속 근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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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 마망의 프로필에서는 별다른 특이사항은 보이지 않았다.
서브 캐릭터도 아닌 딱 엑스트라 캐릭터에 있을 만한 프로필.
이 안에서 굳이 특이한 점을 찾아본다면 성녀와 같은 고아원 출신인 것과 성녀가 다니고 있는 파르테논을 나왔다는 것 정도다.
‘...너무 억지지.’
하지만 스스로 생각해봐도 억지였다.
파르테논이야 ‘회복’‘치유’ 계열의 고유능력을 지닌 사람이면 다른 조건 없이 받아주었으니 그쪽 계열의 고유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가는 게 당연했다.
고아원은...많고 많은 고아원 중에 하필이면 성녀와 같은 곳 출신이라는 게 약간 마음에 걸리긴 했다.
왠지 모르게 성녀와 닮은 눈매도 그렇고 같은 고아원인 것도 그렇고 잠시나마 성녀와 혈연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아니지...’
양호 마망의 겉모습만 생각해보면 20대 초반, 많이 쳐도 중반으로 보이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지만.
나이 : 32
프로필에 적힌 아이리스의 실제 나이는 성녀와 자매라고 하기에는 나이 차이가 너무 심했다.
내가 잠시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고민했다.
양호 마망을 조교 리스트에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할 수 있으면 넣자.’
아이리스도 조교 대상으로 넣는다.
물론 지금까지 나는 마망단이 아니었기에 공략법은 모르지만, 그래도 아이리스가 하는 행동으로 봐서는 나에게 호감이 아예 없지는 않을 거다.
아무런 호감도 없는 상대가 무릎베개를 해주거나 배를 쓰다듬어주겠다고 다가오지는 않을 거 아닌가.
‘그리고 부가적인 것도 있고...’
조교사로 얻는 스킬 이외에도 아이리스를 조교 한다면 어쨌든 교사 신분이니 아카데미 안에서 활동이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런 게 없더라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양호실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컸다.
“그럼... 이건 이 정도까지만 하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조금 돌리자 그곳에는 수십 통의 편지가 쌓여있었다.
지난 며칠 사이에 비비안에게서 날아온 것이다.
그동안은 답장을 해줘야 오던 것이, 루시아에게 자위행위를 들킨 이후에는 하루에도 일방적으로 열 통이 넘게 날아왔다.
편지에 적힌 내용을 보면 비비안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몰려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날짜 순서대로 정리해보면 이랬다.
[어떻게해요... 저 들키고 말았어요... 너무 무서워요. 도와주세요. 제발...] [어째서 답장을 주시지 않나요... 제가 뭐라도 잘못했나요?] [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 버리지 말아 주세요.] [제발 답장해주세요... 오늘 그 사람에게 처음으로 맞았어요. 무서워요..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이젠 제가 귀찮아졌나요? 저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 달라졌어요... 그런데 그게 왠지 싫지가 않아요.] [...제가 이상해진 걸까요. 그렇게 나쁜 분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분명 어딘가 망가졌나봐요. 이젠 그분과 같이 있으면 마치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에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편지만 보아도 차곡차곡 진행되는 비비안의 조교.
읽은 편지를 끈으로 묶어 정리한 나는 오랜만에 펜을 잡고 답장을 적기 시작했다.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병으로 앓아누워 이런 일이 있는지도 몰랐군요.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홀로 견뎌내야 합니다. 만일 당신의 비밀이 알려지게 된다면 당신이 소중하게 여기던 ‘남자’의 귀에도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사실 저는 이 상황이 당신에게 주어진 벌이라 생각합니다….]
자, 비비안 응원편지다.
좀 더 힘을 내라.
***
“으읏..으윽..끄읏...”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턱을 타고 떨어져 내렸다.
온몸을 비틀며 저항해보지만 저항할 수 있는 종류의 쾌락이 아니었다.
“으그읏...읏...윽....!”
“참으세요. 아직 1분 남았어요.”
찔꺽 찔꺽
루시아님의 손가락이 질 안에서 제멋대로 움직인다.
“하윽..읏...하..”
이미 지난 조교로 몸은 루시아님께 완전히 복종하고 말았다.
가고 싶다.
그 생각만이 온통 머리를 삼켰다.
찔꺽 찔꺽
마치 영겁처럼 길게만 느껴지는 1분이라는 시간.
"하아..하아..끄윽...하아...하.."
주먹을 쥐고 입술을 깨물고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견뎌봤지만 이제 한계였다.
“아..아..아..!”
마침내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며 절정 하려는 순간 루시아님이 말했다.
“흐음...1분이네요.”
그 순간 루시아님이 내 젖꼭지를 깨물더니 클리토리스와 질 안을 동시에 자극한다.
세 곳에서 동시에 오는 쾌락.
“아...!아아아아흐하아읏! 아아아♥”
허리가 제멋대로 튕겨 오르고 크게 벌린 입에서는 폐에서 공기를 쥐어 짜내듯이 쾌락에 찬 비명을 토한다.
"아흑..♥하으아으아..아아아아♥"
뇌가 망가지는 것 같았다.
이 정도의 쾌락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해 본 적도 없다.
태어나 처음 절정 했을 때의 느낌조차 이것과 비교하면 장난에 불과했다.
“하에으에...헤에으으...하아...♥하아...♥”
정신을 차리자 나는 쾌락에 몸을 벌벌 떨며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잘했어요.”
루시아님이 손가락을 얼굴이 가져다 대자 반사적으로 입으로 빨아댔다.
쪼옵.. 쪼옵.
내가 손가락을 정성스럽게 핥고 있자 루시아님이 싱긋 웃었다.
“기뻐하세요. 비비안. 10분을 참아냈으니 약속했던 대로 당신에게 인간을 포기할 권리를 드릴게요.”
“하아...하아..멍..멍..”
내가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루시아님께서 바닥에 천을 하나 깔았다.
그곳에는 베아트리스 가문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럼. 시작하세요.”
“....멍.”
루시아님의 명령을 내리자 나는 아직 절정의 여운이 남아있는 몸을 이끌고 천 위에 올라가 자위를 시작했다.
“읏...베, 베아트리스가의 흐읏...차녀... 하아...비,비비아 베아트리스는 읏....지그음...하아..이 순간부터..하아... 인간....으로서의...읏... 모든 권리를...하아...포기하고....”
오랜만에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모순적이게도 인간의 권리를 포기하기 위해서였다.
“영원히 주...주인님의 암캐로서 살아갈 것을 맹세합니다...으으읏..!”
아직 절정의 여운이 남아있던 터라 루시아님이 만져 주었을 때랑은 비교할 수 없이 약한 절정이었지만 금방 가버렸다.
툭. 투툭.
흘러나온 애액이 베아트리스 가문의 문장 위에 떨어졌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토록 부흥시키자고 한 가문의 문장을 더럽혔지만, 죄책감은 없었다.
“잘했어요. 비비안.”
“멍..!”
그저 루시아님께 칭찬받았다는 기쁨뿐이었다.
“그럼, 비비안. 당신이 진정으로 제 암캐가 된 것을 기념하며 한 가지 비밀을 알려드릴게요.”
루시아님이 내 귓가에 속삭였다.
심장이 마구 두근거렸다.
유일하게 루시아님과 나만이 아는 비밀.
나 따위가 그것을 알아도 되는지 감격스러웠다.
“내가 어떻게 이렇게 당신을 조련할 수 있는 줄 알아요?”
“...멍..”
내가 고개를 저었다.
나 같은 멍청이가 감히 루시아님의 생각을 짐작하는 짓을 할 수 없다.
그저 명령대로 하는 것 그것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루시아님께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도, 고통도 모두 잊게 해주셨으니까.
“...그건 제게도 주인님이 있기 때문이에요.”
“...”
어떠한 말이 나와도 놀라지 않을 거라 했건만 이것만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주인님의 주인님이라니...
정말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다.
언제나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루시아님을 지배하는 존재라니 그런 분은 신 이외에는 없을 것만 같았다.
“상상해보세요. 비비안. 제가 주는 쾌락은 주인님이 하사해주시는 쾌락과 비교하면 장난에 불과해요.”
침이 꼴깍 삼켜졌다.
뇌가 타들어 가는 그 쾌락이 장난에 불과하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주인님의 뜨거운 정액이 자궁 안으로 쏟아지는 순간의 쾌락은... 경험해보지 않은 이상 절대로 알 수 없어요.”
자궁이 꾸욱하고 조여들고 질에서 애액이 흘러넘친다.
말만 들었을 뿐인데 몸이 제멋대로 주인님의 주인님에게 복종하려고 한다.
“제 주인님은 제 삶의 증거이자 영혼의 기둥이에요. 저는 그분과 함께 죽을 것이고 그분과 함께 살아갈 거에요.”
주인님에 대해 설명하는 루시아님의 얼굴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비비안, 저는 곧 당신을 주인님께 소개할 겁니다. 뭐, 당신이라면 그럭저럭 괜찮게 생겼고, 제 교육도 받았으니 그분의 총애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쩌적 쩌적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뀐 루시아님이 말 한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싸늘한 기운이 발끝부터 타고 오른다.
“하지만 기억해요.”
그 기운은 이내 심장을 터트릴 듯 죄어왔다.
“만일...당신이..제게서...주인님을...뺏어간다면...”
“...흐윽..흐윽...”
조금이라도 실수를 한다면 죽는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렇기에 그저 흐느끼며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당신.”
루시아님이 선언했다.
“죽여버릴거에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