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 비비안 조교 일지 (3)
* * *
“벗으세요.”
옥상 문을 잠그며 루시아님이 말했다.
“...멍.”
이제는 짐승의 언어로 대답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툭, 툭, 툭.
겉옷을 벗고 나자 그 속에는 루시아님께서 입고 오라 명령하신 옷이 나타났다.
“....”
사실 이걸 옷이라 불러도 되는 것인지에는 의문이 들었다.
신체의 중요한 부위를 가리기는커녕 오히려 강조하듯이 드러나 있었으니까.
심지어 크기도 맞지 않아 가슴과 엉덩이 부위는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젖꼭지가 발기했네요?”
잠시 내 몸을 훑어보던 루시아 님이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젖꼭지를 잡고 비틀었다.
“..끄으읏..!”
손톱 끝이 젖꼭지를 파고들자 비명을 흘러나왔다.
“왜 발기한 걸까요?”
“..멍..멍..”
“설마 이런 옷을 아카데미에 입고 와서 느끼는 건가요?”
“끄으읏...멍..으읏.”
루시아님의 손가락이 젖꼭지를 이리저리 가지고 논다.
거칠었다가 부드러웠다가 제멋대로 장난치는 손길에 젖꼭지가 심지라도 들어선 듯 딱딱해졌다.
“어머, 이젠 제 손길에도 반응하는 건가요? ...변태. 정말 역겹기 짝이 없네요.”
치욕스러웠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
유진의 책상에서 자위하고 난 이후, 스스로가 변태라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뭐, 됐어요. 당신이 이럴 줄은 알고 있었으니까.”
젖꼭지에서 손을 뗀 루시아님이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럴 때면 루시아님의 신장이 나보다 작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엎드리세요. 비비안.”
하지만 신장과는 별개로 나에게 루시아님은 도저히 저항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느껴졌다.
“멍...”
등을 땅에 붙이고 양팔과 다리를 들어 개와 같은 복종의 자세를 취한다.
투웅!
그때 가뜩이나 트인 부분이 많았던 옷 사이로 가슴이 튀어나와 출렁거렸다.
“...!”
화들짝 놀라 다시 옷 안으로 가슴을 구겨 넣으려 하자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루시아님이 말했다.
“...쯧, 정말 쓸데없이 가슴 하나는 크네요. 이러니까...”
“..멍..멍..”
나는 항상 왜 이러는 걸까.
짐승 흉내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멍청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루시아님께서는 상벌이 확실하신 분이다.
내가 또 실수했으니 분명 처벌이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어떤 처벌이 있을까 두려워하고 있을 때 배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
꼬르륵
귀가 뜨거워지며 얼굴이 붉어지는 게 느껴진다.
음부를 내보이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의 수치심이 올라왔다.
아침도 제대로 먹지 않은 상태에서 점심까지 넘어가려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했다.
“배가 고픈가 봐요?”
루시아님이 재미있다는 듯 쿡 웃었다.
나는 즉시 고개를 숙였다.
“멍...”
“아뇨, 괜찮아요. 점심시간인걸요. 배고픈 것도 당연하죠. 오늘은 도시락을 준비했어요.”
루시아님이 손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냈다.
뚜껑을 열자 고급 식재료로 정성스럽게 조리된 음식들이 시각과 후각을 자극했다.
도시락의 탐스러운 자태에 침이 절로 삼켜졌다.
“자 비비안, 당신 거에요.”
루시아님이 바닥에 도시락을 가볍게 던졌고 내용물이 이리저리 흩뿌려졌다.
결국, 도시락통에 남아 있는 것은 처음에 있던 것의 절반 정도.
“멍멍...”
하지만 괜찮다.
본래 그렇게 많이 먹는 편도 아니고, 평범하게 먹게 해줄 것이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내가 언제나처럼 바닥에 놓인 도시락을 먹기 위해 얼굴을 처박았다.
“기다리세요.”
입을 벌리고 베어 물려는 순간 루시아님이 멈춰 세웠다.
“오늘은 특별한 소스를 준비했어요.”
거기까지 말한 루시아님이 가슴 품 안에서 희뿌연 색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꺼냈다.
“감사하세요. ...사실 이건 나눠주고 싶지 않았어요.”
뚜껑이 열리고 유리병에 담긴 액체가 도시락 위에 뿌려졌다.
“...읏...”
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에 신음이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것이지만, 암컷의 본능이 이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정액...’
수컷의 정액이었다.
“자, 드세요.”
누구의 것... 아니, 사람의 것인지도 확실치 않은 정액이 뿌려진 도시락이다.
아무리 루시아님의 명령이라지만 쉽게 입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
내가 망설이고 있자 루시아님이 지금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화가 난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뭐 하시는거죠? ...설마 더럽다는 건가요?”
“...멍멍...”
두려웠다.
루시아님의 분노를 피하려고 도시락에 고개를 처박고 입에 처넣는다.
‘읏...’
역겨웠다.
처음 맛보는 정액은 비릿하고 썼다.
그러나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건 냄새였다.
코가 삐뚤어질 것 같은 진한 수컷 냄새가 마치 뇌를 범하는 듯했다.
‘하아...’
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약간의...
정말로 아주 약간의 흥분이 솟아났다.
‘...!’
내가 화들짝 놀라 손톱이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자 달아오르던 몸이 조금 차분해졌다.
아무리 변태라지만 그래도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정액을 먹으면서 발정하다니...
어디가 망가져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 것은 곧 후회로 이어졌다.
냉정해진 정신으로는 정액의 냄새를 견디기 힘들었다.
“...우윽....멍...”
구역질이 올라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며 도시락을 먹고 있자 루시아님이 나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그게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도 모르고 그런 표정으로 먹다니...”
분노에 찬 루시아님이 얼굴을 보자 온몸이 흠칫 떨렸다.
“...머...멍..”
“후우...벌을 주고 싶지만, 시간이 얼마 없네요. 대신 오늘 밤에는 산책할 예정이니. 준비하고 있으세요.”
“....”
산책
정액이 뿌려진 도시락을 먹으라는 명령은 들을지라도 아직 산책에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왜 대답이 없죠?”
망설이는 사이 루시아님의 눈이 찌푸려지고 손이 치켜 올라간다.
“멍...!”
내가 눈을 질끈 감으며 대답했다.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루시아님의 치켜든 손이 뺨을 쓰다듬었다.
“그래요, 비비안 당신의 위치를 잊지 마세요. ....그리고 절대로 제 자리를 넘보지도 말고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저 헤헤 웃으며 짖었다.
“멍멍...멍멍...”
***
한밤중의 아카데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목줄을 매달고 아카데미 복도를 기고 있었다.
“빨리 오세요.”
한밤중이라고는 해도 누군가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자꾸 발을 멈춰 서게 했지만, 그래도 필사적으로 루시아님의 보폭을 맞춰 따라갔다.
“하아...하아..”
그렇게 숨이 거칠어질 때쯤 도착한 곳은 5강의실의 앞이었다.
“들어오세요.”
강의실에 들어선 루시아님이 잠시 책상을 둘러보고는 물었다.
“흐음... 오늘 아침에 제 앞을 막았던 아이의 책상은 어디죠?”
“멍...”
내가 코끝으로 책상을 가리키자, 루시아님은 주저 없이 책상 안에 든 내용물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
촤르륵
바닥에 나뒹구는 레부즈에의 교재와 공책들.
내가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그걸 바라보고 있자 루시아님이 말했다.
“오늘은 배뇨훈련를 하죠. 거기 위에 오줌을 누세요.”
“...네?”
도저히 받아드리기 어려운 말에 나도 모르게 의문을 제시하고 말았다.
...그리고
짜악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는 걸까요?”
짜악
“개는.”
짜악
“인간의”
짜악
“말을 하지 않아요.”
몇 번이고 고개가 돌아가고 입안이 터져 피비린내가 풍겼다.
잠시 후, 훈육을 끝낸 루시아님이 시선을 마주치며 말했다.
“하아... 알아들었나요? 비비안.”
한겨울의 새벽보다 더욱 차가운 루시아님의 눈동자.
나는 그저 두려움 떨며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머..멍...멍..”
“좋아요. 그럼 누세요.”
강의실 안에서 오줌을 누다니.
강의실에서 자위 경험이 있는 나조차도 깜짝 놀랄 만 짓이었지만, 반항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가 책 위에 올라가 쭈그려 앉아 오줌을 누려고 하자 루시아님이 말했다.
“아니요. 틀렸어요. 교육이 더 필요한 걸까요?”
“머..멍..멍...”
“하아, 알았어요. 이번 한 번만 봐주도록 할게요. 비비안, 그건 인간이 오줌을 누는 자세잖아요. 개는 개답게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요?”
“멍...”
자신의 멍청함을 저주했다.
개 흉내조차 제대로 내지 못해서 루시아님을 실망시키다니.
쓸모가 없어도 정도가 있었다.
“끼잉...”
내가 한쪽 다리를 들고 책 위에 올라섰다.
균형을 잡기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다리를 붙잡으며 간신히 책 위를 조준했다.
“싸세요.”
루시아님의 명령과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오줌.
쉬이이이이
참을 수 없는 해방감과 창피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아...’
이상하게도 슬프지 않았는데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부르르
오줌을 전부 싸고 다리를 내리려고 하자 루시아님이 제지했다.
“잠시 기다리세요.”
그리고는 친히 손수건을 꺼내어 내 오줌 구멍 근처를 닦아주었다.
“머, 멍멍...”
송구함에 놀라 소리쳐봤지만 루시아님은 아무렇지 않게 계속해서 닦아주었다.
"괜찮아요. 애완동물의 뒤처리는 주인님이 하는 거잖아요.“
손수건이 보지를 스칠 때마다 몸이 감격해서 움찔거렸다.
"...흐읏...읏..."
정성스럽게 뒤처리를 마친 루시아님이 손수건을 불태우더니 속삭였다.
“...흐음...손이 더러워졌네요.”
“끼잉...”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성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내 오줌으로 더러워진 루시아님을 그대로 놔둘 수 없었다.
“쪼옵... 쪼옵...”
더러워진 손가락을 입에 넣고 빨자, 루시아님이 다른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래요. 잘했어요.”
“멍...”
“앞으로 계속 이렇게 잘 하길 바래요.”
──루시아님에게 칭찬을 들었다.
그 달콤한 황홀감이 온몸을 감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