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그녀가 무너지기까지 앞으로 000 (7)
* * *
과거 군부의 전설이라 불리던 로레오스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가 골머리를 앓는 이유는 최근 북부에서 관측되는 마물들의 수상한 움직임도, 제국을 멸망시키고 다시 마족의 왕국을 세워야 한다는 극단파 마족 때문도 아닌, 한 여학생 때문이었다.
“비비안 베아트리스.”
“....네.”
로레오스가 이름을 부르자 비비안이 고개를 푹 숙이며 간신히 들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비비안의 겁먹은 모습에 로레오스는 한숨을 내쉴 뻔했지만, 가까스로 집어삼켰다.
지금 비비안은 이런 한숨 한 번에도 상처 입을 정도로 정신이 약해져 있는 상태였으니까.
잠시 턱을 매만지던 로레오스는 과연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했다.
오늘 대전 시험에서 비비안은 명백히 이상했다.
대전 상대였던 유리아에게 최소한의 반격조차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것이다.
사실, 단순히 반격하지 않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마물이라면 몰라도 사람에게 마법을 날리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생들은 그리 드물지도 않았다.
이게 문제였다면 로레오스가 만든 ‘특별 코스’를 몇 번 경험하고 나면 사라질 일이다.
굳이 이렇게 따로 남겨 놓을 필요조차 없었다.
하지만 비비안이 방어 마법도 사용하지 않은 채 유리아에게 얻어맞는 게 당연하다는 듯 서 있었다는 게 문제다.
당연히 방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해서도 아니다.
최하위인 5반이라 할지라도 카르네아에 입학할 정도라면 누구나 방어 마법 하나쯤은 사용할 수 있는 법.
거기에 로레오스가 보았던 비비안의 재능이라면 방어하는 수준을 넘어 유리아를 순식간에 쓰러트릴 수도 있었다.
「바람 ─ 칼날」 「대지 ─ 창」
다시 떠올려도 놀라울 정도로 중간고사 때 비비안은 엄청난 영창 속도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로레오스가 다시 한번 비비안을 천천히 뜯어보았다.
희미하게 떨리는 손, 사라진 저항 의지, 극도의 위축 상태.
군부에서 수십 년을 몸담은 그는 이러한 모습을 잘 알고 있었다.
‘가혹 행위.’
오늘 반응을 보니 비비안을 괴롭힌 상대가 누군지는 짐작이 간다.
아마도 대전 상대였던 유리아 무리였겠지.
로레오스가 쯧 소리가 나도록 혀를 찼다.
하필이면 그 무리의 수장 격인 유리아와 대전을 하다니 뽑기 운이 너무 없었다.
중간 대체 시험만 아니었어도 대전표를 바꿔주었을 텐데 다른 학생들과의 형평성을 위해 그럴 수도 없었다.
어쨌든 유리아 무리가 비비안을 괴롭히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유리아를 처벌은 할 수 없다.
분명 로레오스가 힘을 쓴다면 유리아는 며칠 정학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 며칠이 지나고 나면 다시 유리아는 아카데미에 돌아올 텐데.
설령, 로레오스의 힘이 너무 잘 먹혀서 유리아가 퇴학을 당한다고 해도 문제다.
과연 유리아의 가문에서 자신의 딸을 퇴학시킨 원인을 가만히 내버려 둘까.
아카데미 안에서는 로레오스가 비비안을 지켜주더라도 아카데미는 고작 3년이다.
아무리 로레오스라 해도 졸업 후까지는 지켜줄 수 없다.
그럼 비비안의 남은 수십 년의 인생은 어찌할 것인가.
로레오스는 스스로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아무리 은퇴했다고 한들 지금도 군부에는 로레오스를 전설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로레오스를 고작 딸을 퇴학시켰다고 건드릴만한 가문은 많지 않다.
하지만 비비안은 다르다.
베아트리스 가문은 이미 침몰해 가는 배와도 같다.
유리아의 가문이 비비안에게 손을 댄다고 할지라도 과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결국, 로레오스에게 날아올 원망의 화살조차 비비안을 향하는 것이다.
“....”
하지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거라. 내 이름을 걸고 도와주마.”
설령 그럴지라도, 로레오스는 비비안이 도와달라고 말만 한다면 도와줄 생각이었다.
아카데미에 보고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 로레오스가 지휘하던 부대 내에서는 단 한 번의 가혹 행위도 나오지 않았다.
바로 로레오스와의 ‘면담’ 때문이었다.
그 면담을 사용한다면 다시는 유리아 무리가 비비안을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
“...도...”
로레오스의 말을 들은 비비안이 한참을 망설이더니 무언가 털어놓으려는 듯 작게 입을 벌렸다.
“...아니요..아무...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러나 결국 공포심을 억누르지 못한 듯 다시 입을 다물고 만다.
“...후우.”
이번에는 로레오스도 한숨을 참지 못했다.
아무리 도움을 주고 싶어도 스스로 내민 손을 붙잡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스스로 구할 의지가 없는 자는 어찌해도 구할 수 없으니까.
“...알겠다. 그렇다면 오늘 시험에서 최하점을 기록한 것에는 불만이 없겠지.”
“네...”
“그럼, 벌로 창고 청소를 마치고 내게 보고해라.”
“네...”
그저 고개를 숙이고 창고를 향해 걸어가는 비비안.
‘...정리하는 동안 생각이 바뀌면 좋겠군.’
비비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로레오스는 그녀가 도움을 청하기를 바랐다.
***
“앗..!”
창고를 정리하던 비비안 베아트리스가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놀라 소리를 내었다.
손톱 아래에서 검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물건을 옮기다 손톱이 뒤집힌 모양이다.
“하아...”
그러지 않아도 우울했는데 더 우울해졌다.
언제나 이랬다.
언제나 멍청한 비비안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뛰어난 언니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처음 괴롭힘당했을 때는 저항도 해보고 부모님께도 말해 보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싸늘한 시선뿐이었다.
심지어 가문을 부흥시킬 언니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 언니를 질투한다고 독방에 온종일 가둬진 적도 있었다.
이번에도 똑같다.
다만 괴롭히는 사람이 언니에서 유리아로 바뀌었을 뿐.
누군가에게 도와달라 말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 사실을 되짚어보자 어찌할 도리가 없이 침울해진다.
결국, 비비안은 일을 멈추고 창고 구석에 들어가 쭈그려 앉아 눈물을 훔쳤다.
그렇게 한참 동안 홀로 창고에서 훌쩍이고 있자 그래도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하아.”
역시 자신에게는 이런 어둡고 조용한 공간이 어울리는 것일까.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바닥에 눕자, 쓸모없이 커다랗기만 한 가슴이 출렁거린다.
잠시 가슴을 지켜보자 스멀스멀 음란한 생각이 떠오른다.
어느새 비비안의 손은 서서히 하얀 허벅지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아니야...’
손이 치마 아래를 파고들기 직전 비비안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일어났다.
양호실에서 자위하다 들킬 뻔 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이런단 말인가.
자위하더라도 방안에서 안전히 하는 게....
우우웅
“읏...”
하지만 그런 다짐도 무색하게 지금까지 잠잠했던 진동석이 울리기 시작한다.
유진이 선물해준 펜을 사용하는 모양이었다.
‘빨리 방으로...’
마음이 급해진 비비안이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어나자 갑자기 진동이 약해졌다.
‘아...’
비비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창고에서 방으로 이동하는 사이에 진동이 끊길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지금도 자위 하고 싶은 기분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다.
그런데 만약 방에 도착했는데 진동이 사라진다면...
이번에야말로 정말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조.. 조금만...’
이성과 본능사이에서 고민하던 비비안은 결국 본능을 택했다.
“읏..”
손가락이 클리토리스의 닿자마자 짜릿한 쾌감이 등골을 타고 오른다.
이미 보지는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질척하게 젖어있었다.
“하윽...하..하아....읏...”
질 안에 넣어놓은 진동석을 꺼내기 위해 손가락을 넣자 기다렸다는 듯이 빨아들인다.
웅 우웅 웅, 우우우웅,
손가락을 넣자, 유진이 펜을 가지고 놀기라도 하는 듯 진동석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하윽...! 하..하읏...유...진...님..”
찔꺽 찔꺽
진동석을 질 안에 넣은 채 손가락으로 발정 난 보지를 마구 쑤셔댄다.
“읏...하아..유..진님...유진님...”
유진의 이름을 부르며 비비안은 어느 순간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해서는 안 되는 행위인 것을 알지만, 이런 자기 파괴적 행위를 할수록 경험한 적 없는 쾌락이 비비안을 끌어당겼다.
“케윽..켁..하윽...하아..유..진..님..유진...”
꽉 조인 목 때문에 숨이 막히고 머리가 멍해진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궁에서부터 황홀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찔꺽 찔꺽
비비안이 쾌락에 미쳐 보지를 쑤셔대고 있자, 때마침 진동도 ‘최상’까지 올라간다.
“윽...! 그으윽...! 아...!...아..!”
이젠 언어라고도 할 수 없는 말이 입에서 흘러나온다.
터져 나오는 쾌락이 허리를 타고 비비안의 뇌수까지 범했다.
“흐그윽...가..버료...끄으...가..벼료혀!”
지나친 쾌락에 비비안의 눈이 흰자를 내보이며 뒤집힌다.
간다.
드디어 가버린다.
절정의 직전에서 몇 주나 멈춰왔던 자위행위가 막을 내리려 한다.
그동안 응축된 쾌락이 폭발하듯이 비비안의 뇌세포 하나하나에 때려 박힌다.
절정 직전의 순간.
“아..! 아..! 아..! 아아아!”
비비안이 짐승의 울음과도 같은 비명을 내지르자.
드르륵
창고의 문이 열렸다.
“....!”
심장이 멈추도록 놀랐지만, 자위는 이미 비비안의 의지로는 멈출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
“..끅..하윽..안대...제발...못...멈...추..항...흑...”
비비안이 구석에 있다고는 하지만 창고 안은 그렇게 넓지 않다.
더욱이 이런 신음까지 내고 있다면 분명 들었을 것이다.
들킨다.
이런 추잡한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켜버리고 만다.
두려웠지만, 그 이상으로 엄청난 쾌락을 주었다.
“흐윽..학...흐으..하..아..!...아..!..아!..시러...흐악..”
저벅, 저벅, 저벅.
발소리가 가까워지지만, 비비안의 손은 멈추지 않는다.
“아..아.. 시러..끄읏...아..안대..가여...가..여...! 으읏...아아...아아!”
은빛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옴과 동시에 비비안은 지금껏 없었을 정도로 절정했다.
“으극...!...으그으으윽...!”
쉬이이
음부를 훤히 노출한 채 조수를 내뿜으며 온몸을 파들파들 떨어대는 비비안.
“....”
그런 비비안을 루시아가 싸늘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