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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18화 (18/354)

〈 18화 〉 루시아는 웃고 있다 (1)

* * *

기절한 루시아를 침대에 눕혔다.

정액과 애액으로 범벅된 침대에 눕히는 건 어떨까 싶었지만….

그래도 그 고문실 같은 방에 그대로 놔두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인형처럼 눈을 감은 채 가는 숨을 내쉬는 루시아. 입에 물을 조르르 흘리자 꼴깍대며 삼키는게 묘하게 야하다.

‘...’

지금 루시아의 알몸이다.

거기에 앞서 말했다시피 지금 내 성욕은 불완전 연소 상태다.

즉, 뇌가 성욕으로 가득 찬 상태란 말이다.

...그러니 이건 불가항력이다.

‘가슴만 한 번….’

딱 가슴만 한 번 만져보는 거다.

루시아의 봉긋하게 솟아있는 가슴에 조심스레 손을 뻗자.

“...으음...주인님.”

루시아가 신음 섞인 목소리를 내며 내 옷 끝자락을 소중하게 꼬옥 잡아끌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놀라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침대 위의 왕자를 사용해 비명을 억누름과 동시에 목소리를 낮게 바꾼다.

“병신 같은 년. 빨리 일어나라.”

“...히잇...죄성해여..”

내 질책을 들은 루시아가 화들짝 놀라 일어나더니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트린다.

“네년이 뭘 잘못했는지 알고 있나?”

사실 나도 모른다.

일단 지르고 봤다.

“네에...”

그런데 루시아는 아는 모양이다.

“...그래, 그럼 어디 뚫린 입으로 한 번 지껄여봐라.”

“유, 육변기가 주인님이 섹스하는 소리로 자위해서 죄성해여... 주인님 허락도 없이 제멋대로 절정해서 죄송해여….”

“그걸 알면서도 제멋대로 했다는 건가.”

“...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죄송해여…. 흐윽, 죄성해여... 주인님. 흑, 멍청한 육변기라 죄성해여...”

루시아가 양손으로 눈물을 닦아내지만 서러움을 참지 못하겠는지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넘친다.

...이 모습을 보니 좀 미안하기도 하다.

주인은 다른 여자랑 섹스하고 있는데 그걸 옆에서 들으면서 자위했다고 혼나고 있다니...

나였어도 울 것 같다.

“됐다. 허락도 없이 절정 한 것은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반성하고 있는 것 같으니 이번만은 용서하마.”

“흐윽…. 감사합니다. 주인님….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주제로 이야기를 길게 끌어봤자 좋을 것이 없을 거 같아 재빠르게 주제를 바꿨다.

“묻고 싶은 게 있다. 중간고사에서. 그러니까 그때의 중간고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고 있겠지?”

“...네에. 당연히 기억하고 있어여. 어떻게 그날을 잊을 수 있겠어여….”

1학년 1학기의 중간고사.

1장의 보스가 나타나는 이벤트

“쓰레기같이 자존심만 높고 멍청했던 루시아 우르엘라가 주인님을 마음에 품은 날인데여….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루시아가 황홀감으로 달아오른 얼굴로 말한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만일 그때 주인님이 나타나셔서 그 늑대를 막아주시지 않았다면 저는 주인님께 복종하는 행복도, 암컷의 쾌락도 모른 채 죽어버렸을 테니까여.”

진심으로 행복하다는 듯 밝게 웃으며 감사하는 루시아를 보자 양심이 콕콕 찔려온다.

‘미안.’

비록 사실을 밝힐 순 없지만 그건 내가 유도 한 거다.

...히든피스도 얻고 겸사겸사 호감도도 쌓으려고.

히든피스를 얻기 위해서는 굴에서 그 늑대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유도해야 했고 그동안 시간을 끌 만한 적당한 상대가 루시아였다.

‘...이번에는 이 방법을 쓰지 않는다.’

그때는 만일 루시아가 죽어도 새로 시작하면 될 뿐이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루시아는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단순히 살아남는 것뿐만이 아니라 큰 부상을 입는 것도 절대 안 된다.

“명령이다. 절대로 그 녀석과는 싸우지 마라.”

“넷!”

루시아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이유도 이론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하지 말라고 명령했으니 따른다.

루시아에게 그건 당연한 일인 것이다.

“이번 시험에서 너는 교수진이 뿌려 놓은 최하급 마물들의 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라. 단순히 죽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시체도 남김없이 불태워라.”

“네, 주인님. 그렇게 할게여.”

내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것만으로도 그 늑대가 강해지는 데는 제법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런데 주인님. 한 가지 말씀드려도 될까요?”

그때, 루시아가 무언가 달라진 분위기로 말한다.

“...뭐지?”

“...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그건 주인님의 잘못이 아니에요.”

설마 시험에서 떨어질 걱정이라도 하는 건가.

그건 문제없다.

어차피 시험 자체가 무효가 될 테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히잉…. 죄성해여...”

루시아가 이불을 폭 뒤집어쓰며 사과한다.

“뭐, 그래도…. 이번 일이 무사히 마무리되고 네가 일을 잘 해낸다면….”

“네에…?.”

루시아가 무언가를 잔뜩 기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특별한 상을….”

루시아의 눈을 보았을 뿐인데 그녀의 심장이 두근두근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은 착각마저 든다. 그런 루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내려주….”

덜컹­

내뻗은 손이 루시아의 머리에 닿기 직전, 문이 열리며 트리스티아가 들어왔다.

“어머, 일찍 일어났네? 아직 한참 더 자고 있을 줄 알았는데.”

목욕하고 나온 직후라 그런지 머리는 물기로 촉촉이 젖어 있었고 애액과 정액으로 범벅이 되어있던 몸은 다시 매끈하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

루시아의 눈동자에서 움직임이 사라졌다.

그리고 기계처럼 고개를 돌려 트리스티아를 바라보는데….

솔직히 조금 무섭다.

하지만 트리스티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지 제멋대로 말했다.

“아가씨. 애도 아니고 그렇게 지리면 어떻게 해.”

입술을 가리며 비웃는 트리스티아. 루시아도 방긋 웃으며 맞대응한다.

“그쪽에 비하면 누구든 애가 아닐까여? 좋으시겠어여. 나이가 많아서.”

“어머나, 그렇게 당해놓고 입만 잘 살아있네? 나 같으면 쪽팔려서 다물고 있을 텐데.”

“당한 건 그쪽….”

“트리스티아씨.”

트리스티아가 루시아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쪽이 아니라, 트리스티아씨라 부르렴.”

“그쪽은...”

“트리스티아씨.”

“...트리스티아씨는 저를 아가씨라 부르지 않나여?”

“불만 있으면 집주인 하던가.”

트리스티아가 코웃음을 친다.

이것에 반박할 말은 없는지 루시아가 한 번 쉬더니 다시 말했다.

“...당한 건 트리스티아씨가 아닐까요?”

“내가?”

“네, 제발 멈춰달라고 주인님께 애원하던 목소리만 들리던데여?”

루시아의 스트레이트 펀치.

트리스티아가 한 방 먹은 듯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너, 너...”

“제가 틀린 말을 했나여?”

“후훗, 재, 재미있는 아가씨네….”

“아녀, 트리스티아씨만큼은 아닐꺼에여.”

잠시 당황하던 트리스티아가 네글리제를 걸침과 동시에 정색하며 말했다.

“흥, 그래, 네 말이 맞는 거 같네.”

트리스티아가 다가와 내 허리를 감싸더니 뺨에 입을 맞춘다.

“네 주인 쩔더라. 앞으로 자주 볼 거 같아.”

완벽한 패배.

루시아가 돌처럼 굳었다.

“뭐, 이제 정신도 차린 것 같기도 슬슬 일어나줄래. 이제 장사를 접을 시간이거든.”

“.....”

여기서 반격해봤자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루시아가 조용히 일어나 옷을 입는다.

“지금부터 출발하면 마지막 마차는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거야. 그럼, 잘 가. 아가씨.”

트리스티아가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

‘비싸네.’

특수 제작 물품을 공짜로 얻는 만큼 다른 조교 용품을 몇 가지 구매했다.

트리스티아가 약간의 할인을 해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비싼 건 마찬가지다.

‘그래도 나쁘지 않아.’

어차피 구매했어야 하는 조교 용품들이다.

그걸 이 정도 가격에 구매하면 나쁘지 않다.

이번에 절약한 금액으로 지금처럼 매일 고급식단은 못 먹더라도 민초닭은 거를 수 있으니까.

“...아읏!”

“...?”

마차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에 루시아가 갑자기 넘어졌다.

민첩이 나보다 높은데 길 가다가 넘어지는 게 말이 되나 싶었지만….

“아으…. 죄성해여... 아직 몸 상태가 다 안 돌아왔나 봐요….”

계속된 절정으로 인해 체력이 바닥났다고 하면 이해할 수 있다.

발목을 삐었는지 계속 일어서지 못하고 앉아있는 루시아를 보자 마음이 약해진다.

“업혀라.”

한쪽 무릎을 꿇고 루시아에게 등을 내준다.

애매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1회차 때도 했던 거니 큰 상관 없을 거다.

“아, 안돼여…. 어, 어떻게 육변기가 주인님에게 이런 민폐를….”

“됐으니까 업혀라. 언제까지 내가 무릎 꿇고 있게 만들 생각이지 쓰레기 같은 년.”

“제, 제성해여... 그래도 조, 조금만 쉬면 될 거 같은데...”

루시아가 옆을 힐끗거린다.

나도 그 방향을 쳐다보니 카르네아 아카데미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 고급스러운 건물이 보였다.

▶전 객실 최고급 침대완비.

▶완벽한 방음 마법.

▶산키샌 최고의 시설을 지닌 여관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나보세요.

“....”

누가 봐도 고위귀족들이 사용하는 여관이다.

내가 다시 루시아를 바라보자 묘하게 시선을 피한다.

“..시아.”

“네. 주인님?”

루시아가 모른 척 말꼬리를 올린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냥 물어보면 되니까.

“다리가 걷지 못할 정도로 아픈가?”

“....아니여...”

“꼭 쉬어야 할 만큼 피곤한가?”

“....아니여...”

루시아는 내게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말이다.

내가 무릎에 묻은 먼지를 털며 말했다.

“...빨리 일어나 걸어라. 쓰레기 같은 년.”

“히잉...주인님.”

욕심부리다 등에 업히는 것마저 놓친 루시아가 슬픈 표정을 짓는다.

“입 닥치고 일어나라.”

내가 주저앉아있는 루시아를 일으키기 위해 손을 뻗자 듯 언제 그랬냐는 듯 헤실거린다.

“헤헤...감사합니다.”

손이 닿는 순간.

사르륵­

마법의 시간이 다 되었는지 갈색이었던 머리카락이 본래의 은색으로 변한다.

그런 루시아가 달빛 아래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은...

“주인님.”

마법보다 더욱 마법 같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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