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 000일 후에 조교 당하는 음침녀 (2)
* * *
“...헤으읏...미천한 암퇘지에게 자위를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루시아가 내게 다가와 안겼다.
뭉클.
온몸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과 달콤한 살 내음에 뇌가 녹아버릴 것 같다.
“...주인니임...”
품에 안긴 채 나를 올려다보는 루시아.
시선이 제멋대로 루시아의 입술에 꽂힌다.
“...으음.”
루시아도 그것을 느낀 것인지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두근두근두근
심장이 미쳐 날뛴다.
이렇게 가까이서 봐도 티 하나 찾을 수 없는 새하얀 피부가.
백은을 녹여 만든 것 같은 반짝거리는 머리결이.
...무엇 하나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푸는 순간 바로 루시아를 덮쳐 쓰러트릴 것 같았다.
야 이걸 참냐 병신아?아, 이건 따먹어도 인정이죠.
지금도 머릿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양쪽에서 따먹으라고 난리를 친다.
시발, 둘 중 하나는 반대해야 정상 아닌가.
‘...진정해.’
진정하긴 뭘 진정해 병신아!이건 안 따먹으면 폭동 난다.
섹스?
나도 하고 싶다.
진짜 존나 하고 싶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뒤지고 싶지 않았다.
생각해봐라.
평생 야겜만 하던 ‘모쏠아다 LV1’ 이모든 야겜 지식을 총동원해 조교 해놓은 ‘서큐버스 대마왕 LV99’를 섹스로 상대해야 하는 거다.
물론, 내가 ‘침대 위의 왕자’라는 성검을 쥐고 있기는 하지만 이게 어느 정도 성능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성검도 렙이 따라줘야지 휘두르는 거지.
1렙짜리가 휘둘러봤자 얼마나 잘 휘두르겠는가.
....결론을 말하자면 이 상태로는 성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쥐어 짜내져 죽고 만다는 거다.
“물러나서 옷이나 벗어라.”
생존본능을 쥐어짜서 간신히 내뱉은 한마디.
“네에…. 주인님.”
약간 시무룩한 표정으로 루시아가 천천히 멀어진다.
멀어지는 루시아의 체온과 감촉이 아쉽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붙잡을 뻔했다.
사륵 사륵.
루시아의 옷이 한 장 한 장 벗겨질 때마다 심장이 마구 요동쳤다.
첫날은 긴장해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마음을 다잡은 상태라서일까,모든 장면이 생생히 눈에 새겨졌다.
“...전부 벗었어여.”
가슴과 음부를 가리고 서 있는 가련하기 짝이 없는 루시아의 모습이 나를 더욱 흥분시킨다.
“손을 치워라.”
“네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내 명령에 망설이지 않고 손을 치우는 루시아.
가리고 있던 손이 치워지며 톡 튀어나온 분홍빛 젖꼭지와 이미 물이 흘러나오고 있는 보지가 훤히 보인다.
“하읏...주인님의...시선이...”
이런, 너무 뚫어지라 본 걸 루시아도 느낀 걸까.
"...주인님..이제..해..해도 될까여?"
이젠 참지 못하겠다는 듯 말하는 루시아.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루시아의 손이 클리토리스에 닿는다.
“하으으...으읏..기분...조아여..”
루시아의 신음이 방안을 가득 채운다.
“하아..하앗...아...”
그 모습을 본 내 자지도 잔뜩 발기해서 바지를 뚫고 나오기 직전이다.
그걸 숨기기 위해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턱을 괴면서 여유로움을 연기한다.
찔꺽, 찔꺽, 찔걱.
시간이 흐를수록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손이 점차 빨라진다.
그에 맞춰서 루시아의 신음소리도 점차 커져 나갔다.
“주인님의...아앗..제..발...흐읏....”
지금까지 클리만 만지작 거리던 루시아가 나를 부르며 보지 속에 손가락 하나를 넣는다.
“아흐읏..주..이님.....봐..봐주세여...루시아가..자..위하는거..”
루시아가 길게 내민 혀를 따라 타액이 흘러내린다.
“흐읏..주인니임...주인님..주인님..”
나를 부르는 루시아가 애달픈 눈으로 내 사타구니를 바라보다.
“하읏..하아...하아..주..주인님...루시아 가고 싶어요.”
루시아의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보지를 만지는 걸 멈추지 않으면서 내 발밑까지 기어온 루시아가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애원한다.
“가..가게..허락해주세여..제발..”
내가 허락의 의미로 발을 루시아의 입 앞에 가져다 대었다.
“...하아,하아...가..감사합니다.”
루시아는 첫날 그랬던 것처럼 내 발등에 키스하고는 그대로 엄지발가락을 입속에 머금는다.
발가락 끝에부터 따듯하고도 부드러운 혀의 감촉이 느껴지며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온몸을 감싼다.
“하읍..하아..쯔읍...하아..주이..니이...”
내 발가락을 핥으면서 한 손으로는 젖가슴을 주무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보지를 쑤셔대는 루시아.
“흐읏..주..주인님...아..암캐년이..가는걸 봐주세여..!”
눈을 반쯤 까뒤집고 허리를 마구 바들대는 걸 보니 한계에 닿은 것 같았다.
“읏..으그..고윽...읏...가여!..가여!”
쉬이이이.
이번에도 역시 조수를 뿜으며 쓰러진다.
그 모습을 보며 잔뜩 흥분했지만, 머리 한 편에서는 이것도 내가 치워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발기가 가라앉기를 잠시 기다리고 있자 루시아가 번쩍 일어났다.
“죄..죄송해여..주인님의 방을..지금 치울게여.”
두 번 다시는 나를 귀찮게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여주는 듯, 아직 절정의 여운이 다 가시지 않은 상태지만, 미리 챙겨온 물건들로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는 물과 바람의 원소 마법을 이용해서 환기와 세척까지 마친다.
“헤헤, 주인님. 다 치웠어여!”
잠시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깨끗해진 방.
청소를 끝낸 루시아가 공손히 양손을 모으고 내 앞에 와서 물었다.
“죄송해여... 암퇘지가 혼자 기분 좋아져서…. 주인님만 괜찮으시다면 제 목보지를 사용하실래여?”
루시아가 입술을 핥으며 작게 속삭였다.
이 정도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유혹에 넘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나와 루시아와 관계는 내가 주인의 역할을 하기에 성립되는 것이다.
내가 주인이 아니게 되면 루시아도 내 곁에 있지 않겠지.
그러니 이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루시아를 사용하는 건 건 내가 리드하는 상황에서 확실히 주종관계를 기억하게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을 때에만 가능했다.
“...그럴 시간이 없다. 해야 할 일이 있다.”
잡념을 지우듯 나는 책 가장 뒤편에 껴있는 편지지를 꺼내 글을 적기 시작했다.
“주인님, 뭐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여?”
그러자 슬쩍 옆으로 다가와서 질문하는 루시아.
흥분해 있는 탓일까 어쩐지 루시아가 평소보다 더 귀엽게 느껴졌다.
“이 책의 작가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루시아에게 책을 들어 보여준다.
“아! 주인님께서 찾아오라고 했던 책이네여. 저도 읽어봤는데 방안에서 하는 자위 묘사까지는 진짜 실감 났지만…. 그 이후로는 뭔가 어색했어여.”
놀랍게도 루시아의 판단이 정확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비비안 자신을 모델로 만들었다. 그러니 비비안이 해본 적 없는 일은 어색할 수밖에 없다.
“...됐으니까. 방해하지 말고 쉬고 있어라.”
“아, 죄송해여. 주인님. 물러나 있을게여.”
지쳤을까 봐 쉬라고 했더니 루시아는 콧노래를 부르며 내 방을 정리한다.
“흐 흐음 흠♬”
그 모습을 홀린 듯이 지켜보던 나는 이내 고개를 젓고 다시 편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작가님께.
제가 이 작품을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낡은 서점에 들어가 이 책을 고르게 되었고...
비비안 베아트리스.
지금부터는 가스라이팅 세뇌 조교 루트도 들어간다.
***
눈 깜짝할 사이에 사흘이 지나갔다.
한 번 제대로 성욕을 해결해서 그런지 루시아의 돌발 행동도 사라졌고 나도 어느 정도 이 세계에 적응했다.
...로레오스 교수는 여전히 특별 훈련으로 나를 괴롭혔지만 이건 뭐 그러려니 한다.
그동안 무엇보다 달라진 건 비비안과 나의 관계였다.
사소한 친절’ 이벤트 이후로 우리는 가볍게 대화하기 시작했다.
비비안의 책상에 걸터앉은 내가 입을 열었다.
“오, 조지 리처드 책이네.”
“...조지 리처드도 알아?”
“알지.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데.”
사실 전혀 모른다.
설정상 비비안이 저 작가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어서 도서관에 들어가 대충 읽기는 했지만, 조금만 파고들면 금방 들통날 수준에 불과하다.
“정말? 신기하다…. 나 말고 이 작가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 다들 지루하거나 재미없다고 하던데 우…. 우리 정말 취향이 비슷한 거 같아. 나, 이 작가 신작 가지고 있는데 괜찮으면 빌려줄까?”
“좋지. 안 그래도 읽어보려고 했는데.”
책에는 전혀 관심도 흥미도 없지만, 비비안의 호감도를 쌓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응…. 그런데 너는 주인공 중에 누가 제일….”
드르륵
“아. 오늘은 체력단련이네.”
“그래도 이론보다는 낫지. 아카데미 말고는 필요도 없는 이론 때문에 아버님께서 가정교사를 추가 하셨다니까.”
나이스한 타이밍에 등장하는 녀석들.
이 이상 대화를 나누다가는 내 얕은 지식이 들통날 뻔했는데 잘됐다.
비비안과 대화하던 중이었지만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내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아….”
비비안은 말을 하다가 중간에 끊긴 게 아쉬워 보이지만 그렇다고 나를 붙잡지는 않는다.
이게 지금 우리의 관계였다.
다른 사람이 등교하기 전에 짧은 시간 동안만 대화하는 관계.
다른 학생이 들어오면 그걸로 대화는 끝이다.
또 대화하고 싶으면 다음 날까지 기다려야 했다.
“일찍 왔네.”
“너보다는 아니지. 너는 왜 항상 일찍오냐. 강의실에 혼자 와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
“아침잠이 없거든. 기숙사에서 할 것도 없으니 미리 와서 공부도 하는 거지.”
“공부? 거짓말하지 마.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144위야.”
“너도 137위면서 뭔. 그리고 다음 등수는 너보다 한참 위일 테니까 기대해.”
처음에는 칼리오페 가문의 삼남인 나를 어색하게 여겼지만 ‘침대 위의 왕자’를 사용해서 여학생들과 대화하자 호감도를 얻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게 될까 로레오스 교수님한테 단단히 찍힌 거 같은데.”
“그러게 로레오스 교수님은 왜 유진이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
“나도 몰라. 그것 때문에 피곤해 죽겠어.”
“피곤해? 안마라도 해줘? 나 우리 집 메이드한테 좀 배웠는데.”
대형 무역상의 외동딸 엘로이즈가 내 어깨를 꾸욱 주무른다.
비비안은 신경 쓰지 않으며 책을 읽는 척하지만 몇 초에 한 번씩 나를 곁눈질한다.
아직은 질투라기보다는 단 하나뿐인 친구인 내가 다른 사람들이랑 노는 게 신경 쓰이는 것에 가깝겠지.
“아! 아퍼! 아프다고.”
“엄살은. 이 정도로 뭐가 아프다고.”
내 비명에 웃음을 터트리는 반 친구들.
그럴수록 혼자 고립된 비비안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
작게 입술을 깨무는 비비안을 보며 내가 슬며시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비비안.
곧 너만을 위한 조교가 시작될 테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