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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3화 (3/354)

〈 3화 〉 알몸 도게자부터 시작하는 첫 만남 (1)

* * *

특전을 확인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해가 떠 있고 입학식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입학식부터 지각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빠르게 옷장을 뒤져 교복으로 갈아입고 입학식이 열리는 대강당으로 이동했다.

“하아..하아..”

이거 게임 할 때는 생각만 했지만, 몸으로 느끼니 확실히 알겠다.

학교가 더럽게 넓다.

가뜩이나 체력 능력치가 낮은 나로서는 기숙사에서 대강당까지 뛰어가는 것조차 죽을 맛이었다.

게임에서 입학식은 오프닝 애니메이션이었고 그마저도 스킵을 누르면 바로 넘어갔는데...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에서는 스킵 버튼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도 열심히 달려온 끝에 어찌어찌 지각은 피했다.

그렇게 입학식이 시작하기 직전 나는 내 번호가 적혀있는 의자에 가서 앉았다.

‘144번..’

카르네아 아카데미에서는 크게 장인, 연구 그리고 전투로 과가 나뉜다.

그중 게임 속 주요 무대가 되는 전투과의 1학년은 30명씩 5개의 반. 총 150명이 존재한다.

학생들은 각자의 성적에 따라 번호를 부여받는데 내 번호가 144번이니 꼴찌에 가깝다는 뜻이다.

등수에 불만은 없다.

내가 시험을 친 것도 아니고 사실 내가 쳤어도 능력치가 이따위인데 이것보다 못했으면 못했지 잘 보지는 못했을 거다.

꼴찌가 아닌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이 등수는 돈이나 권력을 제외한 순수한 능력으로 평가된다.

입학식 자체가 불공평한데 뭘 공평한 척하느냐고 하냐고 물어본다면 교장께서는 아카데미 안의 평등을 위해 입학 전에 그렇게 돈과 권력을 긁어모으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아아. 잘 들리는가?”

잠시 후, 교장이 단장에 올라 연설을 시작했다. 연설은 이미 게임 속에서 질릴 대로 들어본 내용이라 나는 신경을 끄고는 상태 창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옆에 있는 사람 눈앞에 상태창을 띄워서 시야를 가려봤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다.

역시 상태창은 나만 볼 수 있는게 맞았다.

다시 상태창을 확인하자 또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름 : 유진 칼리오페]

[직업 : 고유능력자]

[칭호 : 없음]

[능력치]

근력 10 민첩 10 체력 10

지력 10 마력 10 행운 10

[스킬]

[염동력 (Rank E)]

[특성]

[침대 위의 왕자 (Rank B)]

[조교사 (Rank EX)]

보아라. 이 아름다운 상태창을.

능력치는 여전히 빈약하지만, 특성만큼은 아니었다.

초반에는 B랭크 특성 하나 얻기도 힘든데 무려 EX랭크 특성이 생겨났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거냐면 1회차를 클리어할 때조차 EX등급 특성은 하나도 없었다고 하면 알겠는가?

“흐음...”

몇 번이고 봤지만, 볼 때마다 짜릿했다. 역시 등급이 최고다.

심지어 특성 이름부터가 조교사다.

생각해봐라. 게임 이름이 아카데미의 조교사였다.

대부분 게임은 게임의 이름이 붙은 특성이나 아이템은 사기템인게 국룰이다.

그리고 이 그 국룰은 여기서도 적용되었다.

[침대 위의 왕자 (Rank B)]

­과연 침대 위에서 당신을 이길 자가 존재할까요? 서큐버스조차 당신의 정력에는 참지 못하고 지려버리고 말 겁니다.

­이성과의 대화에서 적당한 보정이 들어갑니다.

­모든 성행위에 엄청난 보정이 들어갑니다.

­당신과 성행위를 하는 모든 대상은 민감도가 300% 상승합니다.

­이성의 성감대를 본능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조교사 (Rank EX)]

­주인님의 것은 주인님의 것 육변기의 것도 주인님의 것!

­일정 수준 이상 조교된 히로인의 스킬(마법) ‘1’개를 최대 ‘60’% 위력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 가능한 스킬의 개수와 위력은 히로인들의 조교도에 따라 변화합니다.

이게 바로 내가 마법사를 거르고 고유능력자를 택한 이유다.

'아카조교사'의 세계관에서 고유능력자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어떻게 조교 할지는 둘째 치고 일단 히로인을 조교만 한다면 그녀들의 마법을 빌려 쓸 수 있는 거다.

‘...그렇다면 역시 마녀인가.’

루시아도 뛰어난 마법사였지만 그래도 전투마법으로만 따지면 마녀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

조교만 해낸다면 분명 엔딩을 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뭐, 이건 나중에 생각하고.’

아직 조교는 시작도 않았는데 김칫국부터 퍼마시는 건 이르다.

[염동력 (Rank E)]

­미약한 수준의 염동력입니다. 작은 돌멩이 정도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염동력은 어젯밤에 잠깐 사용해봤지만 이건 뭐랄까….

왜 이걸 이제야 알게 되었지 하는 느낌이었다.

몇 년 동안 타지 않았던 자전거를 다시 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한 번 사용법을 알게 되니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었다.

아직 어디 가서 명함을 꺼낼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성장시키고 나면 공격과 방어 양쪽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 있는 물건을 염동력을 사용해서 꺼내자 눈앞에 메세지가 떠올랐다.

『99%의 행운과 1%의 불행이 담긴 상자』

이것 역시 최초클리어 보상으로 받은 것이다.

붉은색 리본으로 감싸져 있는 작은 선물 상자.

설명만 보면 판도라의 상자의 반대 버전 같다.

어젯밤을 지새운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당연히 확률상으로는 열어야 하지만 그 1%의 불행이라는 게 내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언제 어디서 데스이벤트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이 좆망겜에서는 1%의 불행도 우습게 볼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99%니까.. 여는 게 낫겠지.’

“..지금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자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의 목소리인진 고민할 필요조차 없었다.

‘루시아 우르엘라’

나와 함께 엔딩을 본 1회차 히로인.

이 세계에서 듣는 루시아의 목소리는 게임과는 달리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게임에서는 몰랐지만 아무래도 조금 긴장한 듯했다.

“읏.. 영광스러운 카르네아 아카데미의 일원으로서..”

그때, 루시아와 시선이 마주친 느낌이 들었다.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돌렸다.

상태창이 보증했듯이 지금 이 세계는 2회차다.1회차 히로인이 나를 기억할 리 없지 않은가.

그때였다.

[99%의 행운과 1%의 불행이 담긴 상자가 개봉됩니다.]

­놀라운 행운이 당신에게 내려앉습니다.

­안타까운 불행이 누군가를 향해 날아갑니다.

눈앞에 메시지가 뜨며 따듯함과 오싹한 기운이 동시에 몸을 스쳤다.

‘뭐야 시발.’

분명 여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는 했어도 지 혼자 열리니까 뭔가 불안했다.

일단 상태창부터 살펴봤다. 그러자 한눈에 달라진게 보였다.

행운 10 ▶ 20

행운이 10이 올랐다.

상자 개봉 한 번에 능력치 10이나 오르다니.

오른게 행운이라는 가장 쓸모없는 스탯이지만 그래도 능력치가 올라간게 어디인가.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열어볼 걸 그랬다.

“선언합니다.”

어느새 루시아의 마지막이 선언이 울려 퍼지며 학생들의 박수 소리가 강당을 채웠다.

마침내 입학식이 끝난 것이다.

신기하게도 이제 입학식이 끝났는데 벌써 친구를 만들었는지 무리를 지어나가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같이 갈 사람도 없었기에 혹시 상태창에 다른 변화가 없나 하며 자리에 남아 살펴봤지만, 다행스럽게도 능력치가 떨어지거나 특성이 사라진 건 없었다.

“..유진 칼리오페.”

학생들의 대부분이 빠져나가고, 나 역시 슬슬 돌아가려고 할 때 누군가 나를 불렀다.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달빛을 녹여 만듯한 은발을 길게 내린 채 모성애가 풍만한 가슴을 지탱하듯이 팔짱을 끼고 있는 루시아 우르엘라가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라서 잠시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 살짝 몸을 떤 루시아가 몸을 휙 돌아서 걸어간다.

“..저를 따라와주세요.”

루시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지? 이런 이벤트가 있었나?’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원래 입학식은 스킵하고 나면 바로 교실에서 시작했다.

‘설마 이것도 2회차만 볼 수 있는 이벤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거나 그녀도 메인히로인이다.

만남 이벤트를 쌓아서 나쁠 건 없었기에 일단은 가보기로 했다.

***

따라가는 도중에 눈치챈 사실이지만 루시아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걸어가다 갑자기 멈추고 가끔 몸을 부르르 떨기도 하며 심지어는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병이라도 걸린건가?'

어째서 이런 이벤트가 발생한 걸까?그 상자가 말한 불운의 대상이 루시아였나?아니면 게임이 현실이 된 탓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사이, 어느새 루시아가 사는 기숙사에 도착했다.

내 방도 충분히 고급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이방과는 비교 자체가 안됐다.

3성급 호텔과 5성급 호텔의 차이 정도 생각하면 될 거다.

“..어서 들어오세요.”

거부하기 어려운 압력을 내뿜는 루시아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방안에 들어서자.

찰칵­ 찰칵­ 철컹­!

루시아가 문을 닫음과 동시에 여러 개의 잠금장치가 걸리는 소리가 들린다.

‘좆됐나?’

갑자기 정신이 팍들며 긴장감이 솟아나고 등허리에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처음 보는 이벤트라고 너무 쫄랑쫄랑 따라 들어온 것 같았다.

이 좆망겜에서는 언제 어디서 뒤질 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했는데.

인정한다.

설마 오프닝에서 죽이겠어 하는 약간의 안일함이 있었다.

그래도 진짜 죽이려 하는 건 너무 하지 않은가.

저벅, 저벅.

무언가를 참는듯 얼굴을 숙인채 아랫입술을 꽉 깨문 루시아가 한 걸음 한 걸음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두려움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지금 내가 가진 스탯이나 능력으로는 루시아를 절대로 막을 수 없다.

'..생각해..어떻게 해야하지?'

그래도 넋 놓고 죽어줄 순 없기에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살 방법을 찾아봤지만 이젠 더 이상 물러날 곳조차 없었다.

그때, 루시아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날카로웠던 그녀의 눈빛이 멍하게 풀려있었고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고였다.

"...주...인님.."

그리고는 몸을 떨며 내게 치마를 들어 올리며 자신의 속옷을 보여준다.

“....?”

“..흐윽...죄, 죄송해여어. 주, 주인님... 흑..육..변기는..이러면..안대는데..더는 못참겠어여.”

루시아가 울먹거리는 얼굴로 구멍이 뚫린 검은 레이스의 팬티를 보여준다.

그녀의 팬티는 놀랍게도 젖어있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흣..주인님이..제.. 더러운..보..보지를..봐주시고..있어..읏..읏!”

루시아가 신음을 흘리며 몸을 부르르 떨자 팬티 구멍사이로 끈적하게 젖은 뭔가가 바닥에 툭 떨어진다.

우웅.. 우웅..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에 계속해서 진동하는 돌멩이….

나는 이게 뭔지 아주 잘 알고있었다.

진동석.

그러니까....

이세계판 바이브레이터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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