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1화 (1/354)

* * *

〈 1화 〉 프롤로그

* * *

커버보기

【‘아카조교’ 이거 깨라고 만든 거 맞나? 일주일 꼴박했는데 이제 2장 입갤 ㅋㅋㅋ】

[tprtmaktmxj]

「내가 디아블로도 13시간 만에 잡았는데 일주일 동안히로인 하나를 공략 못 하는 게임이 있다?!」

[댓글] [작성순]

▶[뉴비에여] : ㅇㅇ.. 정상임. 그래도 일주일에 2장이면 많이 갔네. 난 발매 때부터 했는데 아직 2장 못 벗어남.

▶[반룡만세] : 갑툭튀 ㅈㅅ한데 이겜 하렘루트 가능한 거 맞음? 양다리 좀 하려고 하면 이벤트로 끔살당하거나 히로인한테 찔려죽는데?

▶[니후장내꺼] : 병신 ㅋㅋ 아직 히로인 하나를 공략한 사람도 없는데 하렘루트를 보려고하네 ㅋㅋ 포기하셈.

▶[tprtmaktmxj] : 아니,조교도 조교인데 전투 난이도가 말 안 되는 거 같음. 레벨링 안 하면 걍 처발리고 레벨링하면서 시간 보내면 결국 조교 퍼센트 못 올려서 아무것도 못 하고 끝남. 좆망겜임

▶[아S2X마렵다] : ㄹㅇㅋㅋ 히로인 꼴리는 것만 믿고 가는 겜. 야겜에 100시간 꼴박해도 CG하나 못 보는데 이럴 거면 야겜을 왜 함? 걍 대가리 더 깨지기 전에 삭제하고 히로인 야짤이나 보러감~ ㅅㄱ

▶[tprtmaktmxj] : 왜 너만 봄? 야짤 어디 있는데! 갈 때 가더라도 보G 보여주고 가!

커뮤니티에 게시판에 올라온 수많은 글.

99% 이상이 게임 난이도에 대한 욕설과 비난이다.

맞다. 이건 욕먹을 만 한 게임이다.

게임이 발매된 지 무려 한 달이다.

발매된 지 한 달 된싱글게임에서 메인 히로인 한 명을 공략한 사람이 없다는 걸 봐라.

게임의 난이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 가지 않는가.

그런데도 이 좆망겜이 팔리는 이유는...

­진짜 사람을 집어넣어서 만든 것 같은 NPC들의 상호반응.

­메인히로인을 제외하고도 과일 가게 아줌마, 그리고 그 아줌마의 딸까지 공략할 수 있는 무제한 히로인들. (물론 공략만 할 뿐, 게임클리어는 못한다.)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압도적인 그래픽.

­그리고 이 모든 걸 넣고도 렉 하나 없는 완벽한 최적화 등등이 이유이다.

“그래도 운빨좆망겜인 건 변함없지.”

다시 한번 게시글을 살펴보던 내가 피식 웃었다.

지금 커뮤니티에서는 고작 2장 후반을 진행한 게 최선의 플레이라 여겨진다.

심지어 저것도 처음부터 메인히로인 조교는 포기하고 어떻게든 스토리만 보겠다고 레벨링에 올인한 결과다.

나도 한때 저렇게 해봤기에 이미 결말을 알고 있다.

헛짓거리다.

저렇게 해봤자 메인히로인 조교도 안 올리면 2장 보스의 얼굴도 못 보고 끝난다.

하지만 그것보다 좆 같은 건 베드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기 직전에 강제로 세이브데이터가 덮어 쓰여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분노로 소리칠 녀석의 미래를 떠올리며 실실 웃는 얼굴로 게시글을 작성했다.

【‘아카조교사’ 아카조교사 루시아 우르엘라 루트 조교 100% 달성.JPG】

[TTQ123]

「<루시아 우르엘라="" 루트=""> 100% 조교 루트 <☆☆★★★/>

꼴림력은 나쁘지 않다.

특히 조교가 95%이상 진행된 시점의 루시엘라는 사실상 주인공의 생체 오나홀이라고 보아도 상관없다.

주인공의 거의 모든 명령에는 절대복종하며, 심지어는 다른 히로인을 조교 하는데 필요한 정보와 아이템마저 제공한다.

처음에 도도하던 태도와 비교해 느껴지는 정복감은 조교 할 때 느끼던 빡침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다만 조교 하는 도중 ‘모르면 죽어야지’ 류의 불합리한 이벤트가 많고....

....3줄요약하면 [아카데미의 조교사]라는 게임은 나는 다 필요 없고 여캐만 꼴리면 된다! 라고 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만 야겜에서 본격적으로 RPG를 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절대로 추천하지 않는다.」

­루시아 첫 야외 노출.jpg­루시아 알몸 도게자.jpg­루시아 아헤가오 더블피스.jpg­루시아 조교 100% 달성인증.jpg

남들이 2장 중반을 깨고 있을 때 히로인 한 명을 공략하고 인증샷까지 올려 준다.

누구보다 히로인을 먼저 따먹었을 때 느껴지는 우월감.

이 맛에 야겜을 끊을 수 없다.

작성 버튼을 누르고 잠시 커피로 입술을 적시고 있자 댓글 알림이 울리기 시작한다.

예상했던 대로 폭발적인 반응이다.

나는 웃음을 흘리며 댓글을 살펴보았다.

▶[뉴비에여] : 와... 어캐깼냐?

▶[니후장내꺼] : 주작이네 이거 내가 거의 그대로 해봤는데 못 깸

▶[아S2X마렵다] : 병신아. ‘TTQ123’ 이잖아 이 새끼라면 진짜 깼음

▶[니후장내꺼] :아ㅋㅋ TTQ123은 ㅇㅈ이지. 이 새끼보다 야겜 잘하는 놈 못 봄.

▶[tprtmaktmxj] : ㄴㄴ 니 야짤 보러 간다며?

▶[반룡만세] : TTQ123는 그는 신인가! TTQ123는 그는 신인가! TTQ123는 그는 신인가! TTQ123는 그는 신인가!

처음에는 벌써 깬 걸 의심하던 사람들도 내 닉을 보자마자 인정하기 시작한다.

하지만이어지던 찬양도 어느 순간부터 다른 방향을 흐르기 시작했다.

▶[뉴비에여] : 그런데 ‘메스가키’ 혼내주는 공략은 언제 올라옴. 존나 싸가지 없어서 내가 깨기는 싫은데.

▶[아S2X마렵다] : ㅉㅉ 그게 꼴리는 건데 꼴알못이네. 뭐, TTQ123이면 다음 주에는 올라오겠지.

▶[니후장내꺼] : ㅄ들 아직도 TTQ123 취향을 모르네. 다음 주에는 무조건 마녀 올라온다.

댓글을 보고 웃고 있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댓글이 찬양에서 다음 공략 할 메인히로인이 누구인가로 변해가자 나는 견디지 못하고 커뮤니티 창을 닫았다.

“하아... 2회차는 어떻게 깨냐?”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사실 루시아를 공략한 것도 기적에 가까웠다.

발매 첫날부터 모니터 하나당 6개.

그렇게 총 18개의 게임을 동시에 돌렸다.

먹고 자고 싸는 시간 빼고 하루에 20시간 가까이 돌려서 수많은 이벤트를 뚫고 딱 하나 성공한 100% 조교 루트.

이렇게 했는데도 조교100%달성까지 한 달이 넘게 걸렸다.

다른 새끼들처럼 한 개만 돌렸다면 일년이 족히 더 걸린다는 뜻이다.

"사실... 깬걸 다행이라 생각해야지."

심지어 이것도 랜덤 이벤트가 기적적으로 잘 떠줘서 가능한 일이었다. 다시 하라고 해도 해낼 자신이 없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다시 ‘아카데미의 조교사’를 켰다.

로딩창만 봐도 역겨움이 올라오려고 하지만 멈출 순 없다.

지금은 빨아주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히로인을 공략하지 못하면 거품이라고 까는 놈들이 나타날 테니까.

그럼 끝장이다.

내가 겜만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이유는 광고 수익이 전부이니까. 야겜마스터로서의 명성을 잃으면 이 생활도 끝이다.

◆◆◆아카데미의 조교사◆◆◆

【2회차 1일째】

→이어하기

“제작사 씹새끼들, 상식적으로 야겜에서 이 정도 난이도의 전투를 넣는데 말이 되나….”

이어하기 버튼 위에서 손가락을 떨던나는 결국 버튼을 누르기 직전 참지 못한 채제작사에게 메일을 보냈다.

처음에는 정중하게 적었지만, 결과적으로 욕설이 좀 많이 들어간 메일이 되었다.

차마 그 욕설을 옮겨적기 힘들어 요약하자면 갓겜병 적당히 걸리고 난이도 낮추는 패치를 내고 결말도 바꾸라는 내용이었다.

“좀 심하긴 했어도 이정도면 알아듣겠지….”

띵­

메일을 거의 보내자마자 도착한 답장. 설마 욕설이 잔뜩 들어간 메일에 답장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놀랐다.

[보내주신 의견은 확인했습니다. 욕설이 많이 담겨 있기는 하지만 세계를 걱정하는 마음만은 알겠어요. 하지만 난이도 패치는 진행이 어려워요. 이미 세계의 인과율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도움을 준 게 이 결과물이라서요.]

뭔 개 같은 소리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인과율은 밸런스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유저가 밸런스 씹창 났다고하는데 뭔 말이 많은지.

[씨발아, 게임을 이렇게 만들 거면 왜 야겜으로 만든 거야 그냥 RPG로 처 만들지.]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시뮬레이션 결과 야겜으로 출시하는 게 가장 세계가 구원받을 확률이 높다고 했는데요... 그....성욕이 인간의 한계를 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서요...]

[진짜지랄하고 자빠졌네. 야겜을 만들거면 좀 조사 하고 만들던가세상 어느 야겜 주인공 말투가 그따위임? 걍 벽돌 그 자체였는데. 야겜 주인공이면 주인공답게 좀 뽕차는 대사도 넣고 그래야지. 뭔 대부분 ‘알았다.’ ‘그렇게 하지.’ ㅇㅈㄹ~]

[...하지만 이것도 시뮬레이션 결과 가장 많이 선택하는 선택지였는데요.]

[응, 시뮬레이션이 틀렸어. 그리고 결말도 문제임. 결말만 아니었어도 그냥저냥 평타치는 게임은 됐을 텐데. 갓겜병 걸려서 씹창내고. 감독하는 새끼가 병신이라 그런가 게임도 병신이지~ ㅋㅋ 걍 둘이 같이 손잡고 뒤졌으면 좋겠네.]

감정이 듬뿍 담긴 메일을 보내자 즉각즉각 보내던 답장이 멈췄다.

잠시 내가 좀 심했나 하며 반성을 하려던 무렵.

[...나 때문에 세계가 이렇게 됐다고?]

답장이 왔다.

내용을 확인하자 미안한 감정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통쾌함이 올라왔다.

혹시나 했는데 이 새끼가 감독이었다. 자기 까는 욕이얼마나 화났으면지금까지 꼬박꼬박하던 존댓말이 사라지고 반말로 메일을 보냈을까.

[니가 감독이였냐 ㅋㅋㅋ. 응~ 니가 감독 제대로 안해서 게임 씹창났어. 전부 니 때문이야~]

[이게 왜 내 탓이야?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내 모든 걸 바쳐서라도 세상을 구하려고 했어.]

[응, 감독차이 ㅅㄱ~ 넌 다시는 야겜 만들지마라. 몇 번으로 해도 좆망 할게 뻔하니까. 진심으로 말하는데 내가 좆으로감독했어도 너보단 잘했음 ㅇㅇ...]

[...그래? 어디 한 번 해봐,]

그 순간 모니터에서 눈이 멀 정도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뭐, 뭐야 씨발?”

빛에 온몸이 감싸지는 순간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인지했고, 빛이 사라지자 텅 빈 방 모니터 위에는 한 문장이 떠올랐다.

[이 개새끼야.]

* *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