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5일차
"헉!"
눈을 뜨자 앞에 마리와 줄리가 있었다. 둘이 날 향해 손을 흔들었다. 주변을 살펴보자 꽤 넓은 하얀 방이었다.
난 내 몸을 살펴봤다. 옷도 입혀져 있고 몸도 멀쩡했다. 나는 마치 꿈을 꾼 느낌이었다.
둘에게 다가가자 마리가 말했다.
"제가 제일 먼저 탈락했어요. 매달리기를 못해서. 게다가 벌거벗고 하는게 너무 창피하기도 했고요. 근데 세리아는 진짜 대단해요. 그 상황에서도 끝까지 버티고."
옆을 보자 제니퍼와 엘리스의 방이 보였다. 심지어 홀로그램으로 떠올라서 돌려가며 볼 수 있었다. 아마 남들도 우리를 이렇게 보고 있겠지란 생각이 들었다. 자위했으면 정말 큰일 났을 것이다.
"진짜 남자다웠어요. 저는 너무 빨리 포기했는데."
마리가 정말 멋있었다는 듯이 엄지 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 그러자 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발정을 견디면서 윗몸일으키기 성공했을 땐 나도 모르게 카타르시스를 느꼈어. 진짜 영화같이. 경쟁자인데도 세리아 팬이 될 뻔 했다니까."
나는 멋쩍어졌다. 진짜 오기로 버텼을 뿐인데 둘에겐 뭔가 감동을 준 모양이다. 이렇게 오그라드는 말을 해주다니. 정말 감격했나보다.
그런 얼굴들로 날 그렇게 쳐다보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적응이 안된다. 그래도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아무 말 않자 줄리는 내 어깨를 툭 치며 한 마디 더 했다.
"나도 발정 상태에서도 해보려 했는데 절대 뭘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더라고. 진짜 대단한 거 맞으니까 자랑스러워 해도 괜찮아."
"아. 네. 감사해요. 고마워 마리."
마리랑 주먹을 툭 쳤다. 발정을 겪어서 그런가 취기를 겪어서 그런가. 부정적인 생각보다 기분좋은 생각들이 더 많이 났다. 의외로 긍정적인 효과인건가?
슬쩍 웃는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마리가 귀여운 여학생처럼 보였다. 나는 내 뺨을 찹찹 때렸다. 아직 정신을 못차린 모양이다.
어떻게 발정이나 취기같은 현상까지 내 몸에 구현을 할 수 있을까. 아마 이 목에 있는 밴드가 문제인 듯 한데 상상을 초월한 과학력에 소름이 돋았다. 마법 같았다.
내 정신을 건드리는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듯 했다. 아니면 건드릴 수 있지만 내버려 두는게 더 재밌는 걸지도 모른다.
사실상 육체의 자유를 뺐긴 것이다. 과연 나를 나로 존재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그 중 남자라는 성별은 얼마나 차지할까.
복잡한 생각을 치우고 앞에 있는 홀로그램을 보자 둘은 러닝머신을 달리고 있었다. 제니퍼는 벌거벗은 채 눈이 거의 반쯤 돌아가 있었다. 그에 비해 엘리스는 땀을 엄청 흘리면서도 평온했다.
휘청휘청 대던 제니퍼는 완주를 했지만 결국 1km 달리기는 엘리스가 이겼다. 제니퍼는 두 번째 페널티인 발정을 받고 말았다. 난 바로 포기할 줄 알았는데 아직은 참을 수 있는지 꾸역꾸역 10분을 버텼다.
마지막은 야구배트로 공치기였다. 조건이 날라오는 공 10개 중 더 많이 치는 거였는데 엘리스는 체육에는 만능인지 꽤 빨라 보이는 공 속도에도 호쾌하게 잘 쳤다.
그러나 집중을 하나도 못하던 제니퍼는 결국 처음 하나 간신히 치고 이후는 하나도 못쳤다. 완벽한 엘리스의 승리였다.
[자! 결과 나왔습니다! 1등 엘리스! 벌점 0점! 2등 제니퍼! 벌점 1점! 3등 세리아! 벌점 2점! 4등 줄리! 벌점 3점! 마지막 5등 마리! 벌점 4점!]
나는 고개가 숙여졌다. 결국 오늘 내 남성을 잃을 것이다. 표정이 한결 가벼운 엘리스는 궁금했는지 나에게 와서 물어봤다.
"근데 페널티 뭐였어?"
나는 한숨을 푹 쉬고 답해줬다.
"두번째? 아니면 세번째?"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난 처음도 모르는데? 세 번째도 받았어?"
"맞네."
그는 하나도 안받았다. 난 무려 세 개나 받았는데. 굉장히 억울했다. 줄리나 마리도 세 번째 페널티가 뭔지는 알았지만 무슨 느낌인지는 모를 것이다.
나체, 발정, 취기. 세 개의 시너지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앞으로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
"모르는게 좋아."
"에이. 치사한 놈."
오늘 게임은 어제랑 페널티가 겹쳤지만 다음이랑 똑같을 것이란 보장은 없었다. 귀를 쫑긋하던 제니퍼도 아쉬워했다.
[모두가 기대하는 개조방으로 가겠습니다! 출발!]
이젠 익숙하게 모두 누웠다. 눈을 뜨고 있는데도 눈 앞이 가려지는 이 기현상도 이젠 자연스럽다는게 살짝 무서웠다.
눈을 뜨자 다들 똑같은 의자에 앉아있지 않았다. 나와 엘리스만 의자에 앉아있고 나머지 셋은 어딘가에 매달려 있었다.
그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X자로 공중에 매달려 있는 그들은 벌거벗은 상태였다. 누가봐도 치욕적이었다.
몸을 막 비틀고 움직였지만 꼼짝도 안했다.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도를 보는 기분이었다.
아니 너무 고급스러운 비교였다. 그것보단 그냥 SM 야동에서 봤던 모양이다.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1등 세리아 - 벌점 7점
2등 엘리스 - 벌점 9점
공동 3등 제니퍼 - 벌점 10점
공동 3등 줄리 - 벌점 10점
5등 마리 - 벌점 12점 }
앞에 뜬 홀로그램을 보자 엘리스의 등수가 많이 상승했다.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MC의 목소리가 들렸다.
[벌점이 10점을 넘어가는 사람부터는 여기서 개조를 받게 됩니다! 말 그대로 벌점인데 벌을 받아야 되겠죠? 새롭게 나올 개조들이 정말 기대됩니다!]
개조도 나에겐 심각한 벌이었는데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마리는 매달려서 몸부림을 쳤다. 얼굴에 두려움이 잔뜩 묻어있었다. 저렇게 공개처형 당하듯이 개조될 줄은 예상도 못했다.
[첫 번째는 역시 마리! 다들 목 빠져라 기다리던 개조가 준비중이니 녹화 준비하세요!]
의자일 때랑 마찬가지로 마리는 우리들 가운데에 옮겨졌다. 나는 마리의 정면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나를 향해 애원하듯 쳐다봤다. 하지만 해줄 수 있는게 없었다.
[시작해주세요!]
마리는 사지가 묶인채 몸부림을 쳤다. 눈이 뒤집어지고 그의 신음이 새어나왔다.
"끄으윽!"
아주 작은 클리 자지에서 정액이 찍 나왔다. 내 의자 코앞까지 튀었다. 생리적인 불쾌감이 날 감쌌다.
머리카락이 줄줄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건 다들 아는 것이라 MC도 별 설명 하지 않았다.
마리도 어깨까지 머리가 자라더니 멈췄다. 그의 입에서 침이 뚝 늘어지며 떨어졌다. 유달리 자극에 약한 마리였다.
[자! 그럼 처음 공개하는 10번 개조! 들어갑니다!]
마리는 허리를 펄떡대더니 비명을 질러댔다.
"악! 으아악! 살려주세요! 아! 못버텨! 끄윽!"
여태와 차원이 다른 비명소리였다. 정말 고통이 심한지 그는 기절과 깨는 것을 빠르게 반복했다. 기절에 깨면 비명을 다시 미친듯 질러댔다.
"끄악! 아! 으악!"
그의 하이톤 목소리가 찢어지게 울렸다. 그에 비해 모습이 겉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도 너무 고통스러워하자 기분이 이상했다. 벌써 예상했던 그게 나타나는 건가? 진짜인가?
마리는 벌써 목이 쉬었는지 헤겍 헥 같은 바람 새는 소리가 났다.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하필 내가 앞이라 정면에서 바라본 그의 표정은 정말 괴로워 보였다.
그 순간이었다.
후두둑.
몸부림 치던 마리가 기절하며 축 늘어지는 사이 가랑이에서 핏덩이가 섞인 액체가 쏟아졌다. 제니퍼는 헛구역질을 했다.
[보셨나요! 마리는 이제 진정한 여성으로 태어났습니다! 모두 축하해 주세요! 와! 짝짝짝!]
한없이 가벼운 목소리가 굉장히 멀리서 들려오는 기분이었다. 기절한 마리의 하반신이 들어지며 몸이 J자 모양으로 되었다.
그 상태로 한 바퀴 빙 돌았다. 우리 모두에게 마리의 보지가 눈에 각인되었다. 분명 피에 젖어있는 가랑이었지만 여성기가 확실했다.
갑자기 스트레스가 확 치솟으며 머리가 터질 것 처럼 아팠다. 이를 꽉 깨물었다.
[분기점이 되는 10번 개조! 바로 성기 교체입니다! 사실상 의미를 잃었던 남성기는 이제 없어지고 예쁜 여성기만 존재하는 모습을 보시죠! 정말 아름답습니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이 짓거리를 벌이는 사람들을 당장이라도 찾아가 소리지르고 싶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주먹질이라도 하고 싶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생리도, 임신도 가능한 진짜 여성입니다! 하지만 감동은 살짝 뒤로 하고 다음 11번 개조에 들어가겠습니다!]
마리는 아직 J자 형태로 매달린 채 또 몸을 벌벌 떨며 눈을 홱 뒤집어 깠다.
"흐헥! 학! 흐아학!"
아직도 쉰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독한 놈들이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제니퍼는 이미 울고있었다.
마리의 엉덩이가 보기좋게 부풀었다. 가랑이에도 살이 살짝 올라와 확실히 여성의 음부 모양을 띄었다. 작은 자존심이던 클리자지 마저도 더 작아저 쏙 들어가 보이질 않았다.
아까는 다리 사이에 줄 그어진 모양이었는데 지금은 예쁜 처녀의 그 곳과 같았다. 상황과 안 맞게 정말 예쁜 모양이었다.
[11번 개조는 바로 엉덩이 입니다! 매끈한 엉덩이와 보기좋은 골반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여성기도 마무리가 잘 되었네요! 이제 마리는 예쁜 처녀로 새롭게 태어난 것입니다!]
미안한 생각이지만 내 전 여자친구의 그 곳보다 더 예뻤다. 물론 그녀는 처녀가 아니었고 마리는 처녀지만. 동정이라고 해야하나? 하여튼 마리는 둘 다 였다.
사실 처녀라고 다 그 곳이 예쁜건 아니다. 그러나 마리는 인공적으로 만든게 티가 안날 정도로 깔끔했다. 겉보기엔 원래 이렇게 태어난 사람 같았다. 여기의 기술력이 새삼 더 두려워졌다.
[마지막 12번 개조 들어갑니다!]
다시 기절하고 깨지 못한 마리는 머리만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러자 검고 길던 마리의 머리카락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맑은 푸른 색이 머리카락 뿌리에서부터 끝으로 퍼졌다.
나는 학생 때 과학전시회관을 간 적이 있는데 광섬유에서 빛이 나오는 과정을 본 적이 있다. 그 모습과 흡사했다. 게다가 저런 색은 그림에서나 봤지 실제 머리카락으로는 처음 본다.
그냥 자라서 길기만 했던 머리도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가발과 달리 윤기가 나는 푸른 빛 생머리는 얼굴과 잘 어우러져 상황과 별개로 굉장히 예뻐 보이긴 했다.
[12번 개조는 머리카락 색과 모양입니다! 여러분이 가장 선호하시는 모습으로 변한 마리의 모습! 마음에 드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X자로 자세가 돌아간 마리는 한 바퀴 돌며 우리에게 보여지고 자리로 옮겨졌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널려있는 마리의 모습이 처량해 보였다.
아무리 봐도 여기는 고문실이나 다름 없다. 심신을 모두 고문하는 엄청난 곳이다.
마리는 이제 그가 아니라 그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