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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5일차 (18/94)



〈 18화 〉5일차


잠시 후 제니퍼가 일어났다.


역시나 그도 일어나자 마자 바지를 들어 자신의 성기를 확인했다.


"하아..."


한숨을 내뱉고 자신의 목을 만진다. 다들 목소리가 바뀐게 느껴지면 목을 붙잡아 보는 듯 하다. 나도 그럴려나.

"아.아."

목을 테스트 해본다. 마리는 저게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얼굴을 간지럽히는 머리카락을 만져보고 당겨본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매만져 보더니 일어나 거울 앞으로 향했다.

"와씨... 미쳤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몇 번을 더 매만지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헛 웃음을 내뱉었다.

내가 변한게 별거 아닌 것 처럼 느껴졌다. 분명 나도 큰 변화가 일어난건데 주변이 워낙 훅훅 변화하니까 상대적으로 약해보인다.

살짝 억울한 감정이 드는건 사치인가.

엘리스는 머리끈을 제니퍼에게 가져다 줬다. 얼떨결에 받아든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 묶으면 불편할 걸?"


"묶을  모르는데요?"

"그냥 대강  임마."


그가 머리끈을 주는 김에  해줄 줄 알았는데 그정도는 아닌가 보다. 제니퍼는 머리카락을 뒤로 삭삭 잡아 당기더니 꽉 묶지를 못하고 헤멘다.


결국 엘리스가 해줬다.


제니퍼는 다시 자기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하는 표정이었다.

어느  마리가 컴퓨터를 쓰고있다. 줄리는 뭘 봤길래 생각이 많은지 바로 침대에 누워 수면안대를 꼈다. 그냥 피곤한 것일 수도 있다.

마리는 사이트에서 자신의 비교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모습과 업데이트 된 지금 모습을 상세히 비교할 수 있었다.

난 아직도  댓글들이 1등인지 궁금해서 확인해 봤다. 여전히 1등이었다.


꼼꼼히 읽던 마리도 날 보며 놀랐다. 그래 나도 놀라운거 알아. 그렇게 쳐다보지 마.


우리의 모습이 바뀐 것 빼곤 별로 다를게 없었다. 막상 확인을 한 번 더 했더니 나도 몸에 힘이 없었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할 땐 자는게 최고다. 마찬가지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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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차

오늘도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났다. 일어나서 밍기적대는 다른 사람들을 보자 바뀐 바지 색들이 보였다. 나만 안바뀐게 기분이 이상했다.


벌써 알람에 적응한건지 다들 반응이 느려졌다.

나는 똑같이 양치를 하고 머리도 감았다. 제니퍼가 나 다음으로 들어가더니 한참이 걸려 머리를 감았다. 머리가 길어지니까 샴푸나 말리는데도 오래 걸린다.


그도 적응 안되는지 계속 불편하다며 투덜거렸다.

오히려 쿨하게 가만히 있는 엘리스나 마리가 현명했다. 줄리는 양치만 했다.

오늘은 제발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5일만에 두 명이 겉모습은 완전 여자처럼 변했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침대에 누워 메인 게임장으로 옮겨지길 기다렸다.




[자! 오늘의 게임을 소개하겠습니다! 매우 간단하면서 심오한 게임입니다. 이름은 바로 치킨게임!]

치킨게임이면 겁쟁이가 진다는 그 게임 아닌가? 서로 차를 맞부딫치기 직전까지 달리는 미친 게임.

[규칙은 정말 쉽습니다. 오래 버티면 됩니다. 가장 오래 버틴 사람이 1등인 간단한 게임입니다!]


무엇으로부터 오래 버티는 걸까. 감이 안잡히니까 훨씬 두려웠다.


[1단계부터 10단계까지 개별 방에서 진행됩니다. 한 명 빼고 4명이 다 실패하는 순간 게임은 끝납니다. 같은 단계에서 실패를 하더라도 순서대로 점수를 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각 레벨 마다 미션을 주는 모양이다. 어떤 고비가 있을까. 단순히 먼저 하는게 좋은 것일까 정말 궁금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미션을 깨기만 하면 됩니다! 그럼 바로 입장 하겠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이렇게 바로 시작한다고? 이건 완전 개인전인건가. 매번 그랬듯 눈 앞이 가려졌다.

다시  앞이 밝아지자 작은 방 하나 공간 안에 내가 있었다. 역시나 하얀 방이었다. 다른 사람은 보이질 않았다.  때 목소리가 나왔다.

[1단계 미션은 매우 쉽습니다. 바로 바늘 10개 꿰기! 앞에있는 바늘에 실을 꿰시면 통과입니다. 시작!]

방 가운데는 바늘 10개와 실 10개가 있었다. 도대체 실패  부분이 어디에 있는 걸까. 미션이 생각보다 더 간단했다.

나는 털썩 앉아서 열심히 바늘을 뀄다. 그들의 의도를 생각 하면  수록 모르겠다.


4개째에 살짝 걸려서 시간이  지체가 됐다. 혀로 실에 침을 발라서 넣었다.

7개째에 또 걸렸다. 이번에는 유독 실이 안들어갔다.


점점 시간이 길어지자 심장이 두근댔다. 애써 침착해지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손이 떨리는 기분이었다.


간신히 끝까지 다 꿰었다. 겨우 바늘에 실 넣는 일이 이렇게 긴장감있게 느껴질 줄이야.


잠시  MC가 말했다.

[1단계 미션에서 가장 늦게 미션을 달성한 마리는 페널티가 적립됩니다! 그럼 10분간 쉬고 2단계 미션을 시작할게요!]

어제 페널티로 엘리스 옷을 벗기더니 재미  봤나보다. 바로 페널티 먹이는 모습을 보니 좀 그랬다.

10분간 쉬며 주변을 살펴보는데 쓸데없이 거울이 있다. 실을 꿰느라 정신 없어서 못 봤었다.


거울에 비친 내가 너무 왜소해 보였다. 거울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눈 앞이  가려진다. 그리고 밝아진다.

[2단계 미션 바로 갑니다! 바로 팔굽혀펴기 5회! 굉장히 쉬운 미션이죠! 그래서 자세를 정확히 보겠습니다! 시작!]

운동할 때 필수로 하던 팔굽혀펴기. 정말 많이 했었다.


나는 바닥에 자세를 잡고 정석으로  번 굽혔다가 일어났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팔이 생각보다  떨려서 놀랐다.

고개를 들어 보니 다행인건 앞에 카운트가 하나 올라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일어나 바로 몸풀기에 들어갔다.


몸이 바뀐걸 생각 못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제야 체력적인 부분을 사용하는 게임이 나왔다.

사실 4일동안 계속 운이 많은 확률을 차지하는 게임을 해서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는데 생각이 짧았다.

얼추 다섯명  몸이  여자처럼 변했으니까 균형이 맞는다 생각한 모양이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보였지만 이렇게 마구잡이로 하면 겨우 5개도 못하고 쓰러질게 뻔했다. 충분히 몸을 풀어준 후 팔굽혀 펴기를 했다.


벌써부터 살짝 힘들다. 이거 생각보다 큰일이다. 카운트가 된 것을 보고 다시 팔을 탈탈 턴 뒤에 시도했다.


"끄응."


세번째도 다행히 카운트가 됐다. 시간을 보니 여유롭지는 않다. 심지어 저건 탈락조건이고 내가 마지막 미션 달성자면 페널티를 얻을 것이다.

네번째 부터 팔이 미친듯이 떨렸다. 겨우 4개에 미친건가 싶었다. 내 근력을 빼고 여성형 몸매를 줬어도 기본은 챙겨줘야 하는거 아닌가.


카운트가 올라간 것을 보고 벌러덩 누웠다. 이거 생각보다 빡세다. 겨우 5개인데.  자존심이 죽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쥐어짜서 팔을 굽혔다가 폈다. 카운트가 되질 않았다. 팔을 덜 굽혔거나 엉덩이를 너무 올렸나 보다.


심호흡을 후후 내뱉고 재빠르게 팔을 굽혔다가 폈다. 이게 된다면 괜히 오기로 몸을 천천히 내렸다 올린 기분이다.

카운트를 보자 달성이 됐다.


설마 다들 빠르게 마쳤나 싶어서 귀를 쫑긋하고 기다렸다.

그러자 생각보다 시간이 더 지난  결과가 나왔다.


[2단계 미션에서 가장 늦게 미션을 달성한 줄리는 페널티가 적립됩니다! 그럼 10분간 쉬고 2단계 미션을 시작 하겠습니다!]


정말 몸에 힘이 없었거나, 했는데 정석인 자세가 아니라 카운트가 덜 돼서 시간을 많이 쓴 모양이다.


이쯤 되니까 페널티가 너무 궁금했다. 그래도 일부러 노리기엔 수지타산이 안맞았다.

최대한 열심히 미션을 깨야겠다고 다짐했다.

앞에 있는 거울은 자세 확인하라고 놓은 것 같다.

잠시  눈 앞이 가려지고 다시 시작됐다.

[3단계 미션은 바로 매달리기 30초! 굉장히 쉬운 미션이죠! 옛날 학교에서 여성들의 체력장 중  종류였던 매달리기! 시작합니다!]

나는 듣자마자 가운데 보이는 철봉에 매달려 턱을 걸었다. 이건 놓치는 순간 페널티 확정이었다.

방금 팔굽혀펴기를 해서 그런지 온 몸이 벌벌 떨렸다. 여기서 잘못하면 떨어지게 생겼다.


눈을 질끈 감고 앞에 올라가는 카운트를 봤다. 발을 동동 허공에 구르며 버티고 버텼다.

손에 땀이 나서 미끌어질 것 같다. 몇 번이고 손을 고쳐 잡았다. 떨어지면 죽는다고 생각하며 붙들었다.

28. 29. 30!


30초를 채우자마자 나는 바닥에 널부러졌다. 팔에 힘이 안들어갔다. 간신히 손을 쥐었다 폈다 했다. 저리는 느낌까지 났다.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이 지나가는데도 아무 말이 나오질 않았다. 덕분에 편히 쉬고 있었다.


[3단계 미션에서 가장 늦게 미션을 달성한 제니퍼는 페널티가 적립됩니다! 그럼 10분간 쉬고 4단계 미션을 시작할게요!]

참 골고루 페널티를 먹는다고 생각했다. 분명 페널티인데 다들 받으면 더 각성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겨우 이거 했다고 입에서 단내가 났다. 주위를 둘러보자 물통이 하나 있었다. 정말 감사했다.

나는 물을 입을 축일 정도만 마셨다. 분명 배부르게 마시면 뭔 일 생긴다.

미션이 웃긴게 처음엔 바늘꿰기라서 쉬울  알았다. 이런 가만히 앉아 섬세하게 하는 쪽을 생각했는데 통수맞은 기분이다. 갑자기 분위기가 체력장이다.

10분은 금방 지나갔다.

눈을 뜨자 이번엔 굉장히 넓은 방으로 이동되어 있었다.

[4단계 미션은 바로 자유투 10번 성공! 센스와 감각이 있다면 쉬운 미션이죠! 시작합니다!]

농구공 게임이 있던 오락실이 생각났다. 그러나 거리는 진짜 자유투 거리였다.


왼쪽을 보니 학교 체육 창고에 있던 농구공 담는 것이 보였다. 가볍게 하나 꺼내서 통통 튀겨보다가 던졌다.

분명 자세나 힘을 똑같이 했던 것 같은데 에어로 뜨며 골대 근처도 못갔다. 몸이 바뀐 것을 계속 까먹게 된다.


나는 공을 아래에서 위로 힘껏 들어 올리며 던졌다.

그나마 이번엔 골대 근처로 갔지만 농구대 뒤만 닿고 링은 건드리지도 못한  튕겨져 나왔다. 살짝 쎘던 것 같다.

"쓰읍."


이게 아닌데. 한  더 아래에서 위로 들어올리며 공을 던졌다. 힘이  정확했는지 링 안에 쏙 들어갔다.


"나이스!"

쾌감이 있었다.


나는 몇 번을 더 던졌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이 넣었다. 그런데 7개쯤 넣고 나자 이것도 몸에 부담이 왔다.


큰일이다. 세 번은  넣어야 하는데. 맘이 급해지니까 계속 실수를 하며 들어가질 않았다.

몸을 풀고 심호흡을 한 뒤에 시도했다. 뒤를 맞고 들어갔다.

차분히 차분히 하기로 했다.

똑같은 힘으로 슉 던지자 쏙 들어갔다. 크으. 감을 잘 잡은  같다.

마지막까지 들어가자 나는 파이팅 자세를 하며 승리를 만끽했다. 꽤 빨리 넣은 듯 하다. 다들 얼마나 걸리려나.

오른쪽을 보자  거울이 있었다. 너무 열심히 던지느라 의식도 못하고 있었다.


계속 따라오는 거울이 무슨 의미일지 생각해봤다. 내가 내 자세를 보라고 있는 모양이다. 그 때 목소리가 나왔다.


[4단계 미션에서 가장 늦게 미션을 달성한 세리아는 페널티가 적립됩니다! 그럼 10분간 쉬고 5단계 미션을 시작 하겠습니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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